문성준은 그 말을 듣고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는 상대방의 어깨를 토닥였다.“그래, 잘했어. 그러면 우리는 여기서 그들이 나오길 기다리자고. 이번에 너희 둘은 공을 세운 셈이야. 돌아가서 집사에게서 각자 400억씩 받아. 내가 그렇게 얘기했다고 하면 돼.”두 사람은 그 말을 듣더니 눈을 빛내며 예를 갖췄다.“감사합니다, 성주님!”문성준은 웃으며 말했다.“돌아가. 오늘은 하루 쉬어. 여긴 너희들이 할 일이 없으니까.”“네, 성주님!”두 사람은 기쁘게 그곳을 떠나 돈을 받으러 갔다.“어때, 윤서야? 내 사람들 효율 꽤 높지? 난 요 며칠 우리 성주부 경호원들을 전부 동원했어. 그들이 구용시를 떠나지만 않는다면, 또는 요 며칠 외출하지 않은 게 아니라면 분명 아주 빨리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지.”문성준은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면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임윤서는 평온한 어조로 눈을 사납게 번뜩였다.“일단 두 사람이 기쁘게 쇼핑할 수 있게 놔둬요. 이건 그들의 인생에서 마지막 쇼핑이 될 거니까요.”문성준은 차갑게 웃었다.“그들은 자신들이 노려진다는 것도 몰라. 그러니까 분명 이곳으로 나올 거야. 이 스퀘어는 문도 하나뿐이라 도망칠 수 없어.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여기서 기다리면 돼.”옆에 있던 대장로는 의아한 듯 물었다.“하지만 성주님, 겨우 한 명 죽이는 것뿐이잖아요. 그의 옆에 있는 여자는 내공도 별 볼 일 없을 텐데, 겨우 그 한 명 죽이겠다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요? 너무 그를 대단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에요?”나장로는 거만하게 말했다.“맞아요, 성주님. 저 혼자 와도 됐을 텐데. 전 8급 무왕인데 그의 상대가 안 될 리가 없잖아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가요? 8급 무왕 세 명에 7급 무왕 세 명이라니, 상대는 겨우 8급 무왕일 뿐이라 틀림없이 죽을 거예요. 그가 9급 무왕이 아니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 없지 않나요?”문성준이 대꾸했다.“우리는 방심해서는 안 돼요. 천우당의 강자 여럿이 그를
백지연은 웃으며 말했다. “설마요. 우리는 모르는 사람인데요? 본적 없어요. 오빠가 괜한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거기까지 말한 뒤 백지연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설마 요즘 오빠가 사람들을 죽여서 한 무리 사람들이 다가오면 오빠에게 시비를 걸러 온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이내 그들은 이태호와 백지연의 앞에 멈춰 섰다.상대방이 더 앞으로 가지 않자 백지연은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눈살을 찌푸렸다.“이제 보니 정말 우리를 노리고 온 거였네요.”이태호는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난 당신들과 원수를 진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임윤서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이 자식, 넌 기억 안 나나 본데 난 평생 기억할 거야. 넌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 난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야.”성주부의 대장로도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미안하지만 여기 이 임윤서 씨는 우리 성주님이랑 아주 가까운 사이야. 그래서 난 오늘 반드시 널 죽여서 임윤서 씨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야. 너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건 네가 왜 죽는지 알길 바라서야.”“아버지라고?”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가 죽인 사람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그들이 누굴 가리키는 건지 알지 못했다.“우리 아버지는 천우당의 당주 임현식이야. 이젠 알겠지?”임윤서는 어리둥절해하는 이태호의 모습에 이를 악물고 말했다.“천우당?”이태호는 그 말을 듣더니 헛웃음을 쳤다.“쯧쯧,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 천우당처럼 제멋대로 날뛰며 남들을 괴롭히는 파벌을 위해, 성주부 사람이 복수를 하겠다고 나서? 소문이라도 난다면 성주부로서 체면이 없지 않겠어?”문성준의 입가가 심하게 떨렸다. 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이 자식, 난 너랑 말싸움할 생각 없어. 난 구용시 성주 문성준이야. 내 추측이 맞는다면 넌 우리 구용시 사람이 아니지? 우리 구용시가 어떤 세력인지 모르는 것 같네. 내가 누굴 도와주든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지?”거기까지 말한 뒤 문성준은
이태호의 경멸에 찬 눈빛에 성주부 사람들은 언짢아졌다. 그들은 무려 성주부의 강자들인데 이태호가 그들의 신분을 알고 난 뒤에도 그들을 무시할 줄은 몰랐다.“이 자식, 큰소리를 치네. 우리 성주부가 후회할 거라고? 허허, 그런 말은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야.”한 7급 무왕의 노인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의 주먹에서 영기가 넘실거렸다.“오늘 네가 후회하게 될지 내가 후회하게 될지 두고 보자고. 우선 나 이경식부터 널 상대해 주겠어.”“라장로, 저 자식을 바로 죽이지는 마세요. 우선 그를 쓰러뜨린 뒤 내공을 없애요. 난 그를 돼지우리에 가둬놓고 매일 괴롭힐 거예요. 난 그가 평생 괴로움 속에서 발버둥 치게 할 거예요. 난 그가 쉽게 죽는 걸 용납할 수 없어요.”임윤서는 악랄한 눈빛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윤서 씨. 문제없어요.”라장로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주먹을 휘둘렀고 영기 한 줄기가 그렇게 날아왔다.“슉!”그 영기는 거의 7, 8척은 될 것 같았고 아주 단단해 보였다. 그것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이태호를 향해 돌진했다.“흥!”실력을 떠보려는 의도를 가진 상대방의 공격에 이태호 역시 영기 한 줄기를 휘날려 상대방의 영기를 상대했다.“쿵!”굉음과 함께 영기 두 줄기가 쉽사리 흩어졌다.“이 자식, 이걸 쉽게 받아치다니. 실력이 나쁘지 않네.”라장로는 이태호의 실력을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이태호가 손쉽게 자신의 공격을 받아치자 그의 안색이 한결 어두워졌다.그는 이내 손바닥을 뒤집어 보검 하나를 꺼냈다.이태호는 그 광경을 보고 그와 똑같이 손바닥을 뒤집어 보검 하나를 꺼냈다.“이 자식, 그 무기 좋네!”라장로는 이태호가 든 무기를 보자 탐욕스러운 눈빛을 했다. 이태호를 쓰러뜨린다면 공을 세운 셈이니 상으로 이태호의 검을 자신이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다른 장로들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먼저 나가지 않은 걸 후회했다. 이태호가 든 보검은 무려 영기였기 때문이다.“하하, 좋긴 하지
그는 이태호의 전투력이 약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이태호는 죽지 않더라도 분명 심하게 다치거나 반항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슉!”그러나 그의 공격을 보고도 이태호는 차갑게 웃을 뿐이었다. 그는 영기가 주입된 보검을 그대로 날려 보냈다.그 순간, 이태호의 전방에 검기가 나타났고, 검기와 영기가 한데 섞여서 앞으로 돌진했다.“이건 무기가 아니라 검기일 뿐이야. 무기를 쓰지 않고서 내 무기 공격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자식, 자신만만하네.”라장로는 이태호의 공격을 자세히 살피더니 차갑게 웃었다. 그는 이태호의 공격이 안중에 없었다.“시험해 보지 않으면 누가 알지?”이태호는 공격한 뒤에도 표정이 덤덤했다.그가 그냥 놀아줄 생각이 아니었다면 상대방은 이미 죽었을 것이다.“쿵!”두 공격이 또 한 번 맞부딪쳤다. 뜻밖이었던 건 매의 형상을 한 영기가 이태호의 검기에 반으로 갈라졌다는 것이다. 이태호는 그 영기를 중간에서 갈라버렸고 이태호의 검기는 그저 조금 약해졌을 뿐이지, 여전히 위력을 띤 채 거침없이 라장로를 향해 나아갔다. 그것은 눈 깜짝할 사이에 라장로의 앞에 나타났다.“말, 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라장로의 눈동자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결과가 이럴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러나 이미 늦었다. 다음 순간, 그의 몸에 검기가 닿았고 그의 가슴팍에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생겼다.“불가능해!”라장로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이때 그의 상처에서 피가 솟구치며 그의 옷을 순식간에 붉게 물들였다.다음 순간, 라장로는 그렇게 허공에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숨을 거뒀다.“라장로가 이렇게 죽임당했다고?”마장로는 침을 꿀꺽 삼키며 라장로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것이 자신의 착각이 아닐지 의심했다.바장로 또한 안색이 아주 어두웠다. 그는 마장로, 라장로와 내공이 같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실력을 봤을 때 마장로와 바장로는 라장로보다 살짝 약한
“하하, 처음부터 같이 덤볐어야지. 그래야 나도 덜 성가시지!”이태호는 여전히 덤덤했다. 눈앞에 5명의 강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문성준은 임윤서가 조금 긴장한 것 같자 임윤서의 곁으로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말했다.“윤서야, 걱정하지 말아. 이 자식은 이번에 틀림없이 죽을 거야.”임윤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 저 자식이 9급 무왕이 아니라 8급 무왕이라면, 세 명의 8급 무왕과 2명의 7급 무왕의 포위 공격을 상대할 수는 없겠죠. 저 자식은 분명 죽을 거예요.”문성준은 경멸에 차서 웃음을 터뜨렸다.“9급 무왕은 그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이 세상에 8급 무왕과 7급 무왕은 적지 않지만 9급 무왕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 심지어 4명의 군신도 이제야 막 무황이 되었다고 해. 그런데 이상하지. 네 사람이 동시에 무황이 된 것 같아. 겨우 일주일 간격인 듯하던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네 명은 같이 어딘가로 가서 어떠한 기연을 얻어 무황이 되었다고 해.”“무황이요?”무황이라는 두 글자에 임윤서는 부러운 표정을 지었다.“무황이라면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이 속세에서는 거의 최정상이겠네요. 제가 알고 있는 무황이라고는 세 명의 통령과 4대 군신뿐이에요.”그런데 문성준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아니. 그 7명뿐만이 아니야. 넌 모르겠지만 황실 구성원 중에 사람들이 모르는 고수가 꽤 많아. 그중에 분명 무황급 강자가 있을 거야. 다만 그런 고수들을 우리가 알 리는 없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황실 구성원과 접촉할 기회가 없으니 말이야.”“그래요? 그러면 제가 속세의 전투력을 얕봤네요.”임윤서는 그 말을 듣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장미꽃비!”이때 5명의 성주부 강자들은 각자 무기를 사용했고 이태호도 사정없이 손을 휘둘러 그들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장미꽃비를 시전했다.“저 무기 참 이상하네요. 아주 예쁘긴 한데 저 꽃잎들은 다 흩어져서 공격력이 강할까요?”임윤서는 허공에 휘날리는 아름다운
“하하, 문 성주, 아까 내가 후회할 거라고 했지. 이제 어때? 이제 후회가 뭔지 알겠어?”문씨 집안 장로들을 죽인 뒤 이태호는 그제야 허공에서 내려와 문성준과 임윤서의 앞에 섰다.문성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이태호 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정말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문성준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무릎을 털썩 꿇고 이태호를 향해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임윤서는 문성준이 무릎 꿇고 사정하자 완전히 체념했다.그녀는 문성준을 차갑게 바라보다가 냉소를 흘렸다.“성주라는 사람이 자신의 원수를 향해 머리를 조아리다니, 줏대라고는 없네요. 하하.”말을 마친 뒤 그녀는 이태호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오늘 네 손에 죽게 된 건 내가 재수 없어서야.”말을 마친 뒤 임윤서는 자신의 미간을 팍 쳐서 자살했다.이태호는 상대방의 시체를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휴, 좋은 여자였는데 말이야. 하지만 천우당이 한 짓을 생각하면 당신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을 수가 없었어.”“이태호 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 앞으로는 절대 이러지 않겠습니다. 저도 이 여자의 미색에 홀려서 이런 잘못을 저지른 겁니다.”문성준은 끊임없이 사정했다. 그는 죽도록 후회됐다.“저 여자 아주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렇다면 같이 죽도록 해.”이태호는 차갑게 웃으며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문성준을 걷어찼고 문성준은 피를 토하며 몇 번 경련한 뒤 숨을 거뒀다.백지연은 이때 다른 사람들의 사물 반지를 전부 빼서 가져왔다.그녀는 이태호의 앞에 서서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태호 오빠, 이 문성주 그래도 구용시 성주잖아요. 구용주의 주주랑 같은 성지에서 살고 있고 어쩌면 주주부와 사이가 좋을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그를 죽이면 주주께서 자신의 체면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언짢아하면 어떡해요?”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괜찮아. 난 8급 무왕 세 명과 7급
“헤헤, 여보. 저 사람들은 다 성주부 강자들이에요. 그들에게 영초가 적지 않을 거예요. 이 수련 공법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제 이것들을 가지고 가서 다른 파벌 사람에게 쓰라고 주면 될 것 같아요.”백지연은 흥분한 듯 달려왔다. 그녀의 손에는 사물 반지가 여러 개 들려있었다.적극적으로 전리품을 줍는 그녀의 모습에 이태호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어, 걱정하지 마. 그들도 사람을 보내 연단에 쓰일 재료들을 수집하고 있으니까. 우리 드래곤 신전은 이제 곧 용성연합국에서 가장 강대한 조직이 될 거야. 일부 대종문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속세에서는 아무도 우리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한 레스토랑 밖에 도착했다.백지연은 배를 어루만지면서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여보, 나 배고파요. 우리 여기서 점심 좀 먹고 돌아갈까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우선 들어가서 밥부터 먹자.”“큰일이에요, 큰일 났어요!”이내 성주부의 경호원 몇 명이 부랴부랴 달려와 문성준의 부인들을 찾았다.첫째 부인은 포커를 하고 있었다. 운이 좋지 않았던 그녀는 경호원들을 보자 짜증이 치밀어 차가운 얼굴로 대답했다.“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호들갑이야? 이곳 구용시에서 무슨 큰일이 났다는 거야? 설마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했어? 능력도 없는 것들. 밖에 나가면 우리 성주부 경호원이라는 말은 하지 마.”둘째 부인도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뭔 일이길래 그래? 아무리 급한 일이라도 일단 우리가 이 판을 끝낸 뒤에 얘기해.”세 경호원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은 뒤 입을 다물었다.잠시 뒤, 네 부인은 포커를 끝냈다.둘째 부인이 그제야 말했다.“말해, 무슨 일이야?”경호원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말했다.“사모님들, 큰일입니다. 저희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성주님과 여섯 명의 장로님들이 여울 스퀘어에서 죽임당하셨습니다. 전부, 전부 죽었습니다.”“뭐라고?”네 명의 젊은 여자들은 겁을 먹고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귀를 의심했다.구용시에서 구용주
첫째 부인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영혼이 가출한 사람처럼 눈빛이 암담해졌다.둘째 부인이 말했다.“그러면 우리는 어떡한단 말이죠? 앞으로 우리 예전처럼 밖에 나가서 거들먹거리지도 못하겠네요.”셋째 부인은 문성준을 가장 사랑했다. 그녀는 화를 내며 탁자를 내리쳤다.“안 돼요. 남편이 진짜 죽었는지 아닌지를 떠나 이 일은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요. 대체 누가 그들을 죽였다는 거죠? 구용시에서 구용시 성주를 죽이다니, 그것도 구용주 주주부가 있는 이 성지에서 말이에요. 주주부 사람들이 설마 가만있지는 않겠죠? 그렇다면 그들도 체면이 서지 않을 텐데요.”넷째 부인이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설마 주주부의 강자가 한 짓은 아니겠죠?”이때 뚱뚱한 경호원이 말했다.“사모님들, 이 일은 경호원 몇 명이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까 돌아와서 상을 받았어요. 그리고 성주와 함께 죽은 사람 중에 미녀가 한 명 있는데 천우당 당주의 딸, 임윤서라고 합니다.”이내 세 명의 경호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네 사람에게 알렸다.첫째 부인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여자 하나를 위해서 그랬다는 거네. 그렇게 밖에서 여자를 만나고 다니더니. 우리는 그동안 못 본 척했는데 결국엔 여자 하나 때문에 목숨을 잃을 줄이야.”“사모님들, 집사가 성주님과 장로 6명의 시체를 수습해서 돌아왔습니다...”이때 하인 한 명이 달려와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첫째 부인은 안색이 어두워져서 눈살을 찌푸렸다.“알겠다. 내려가 봐. 우리는 금방 나갈 테니까.”이내 네 명의 여자들이 밖으로 나갔다.“첫째 부인, 앞, 앞으로 어떡합니까?’집사는 바닥에 뉘어진 시체들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했다.첫째 부인은 바닥에 놓인 시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이 여자 시체는 왜 가져온 거야? 이 여자만 아니었어도 성주는 죽지 않았을 거야. 전부 이 여자 때문이야. 이 여자가 내 남자를 죽였어.”집사는 그제야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첫째 부인,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