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백지연은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피곤하고 온몸이 나른하다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눈을 뜨고 어젯밤의 광기 어린 광경을 떠올리며 자신도 모르게 이태호를 흘겨보았다.“오빠, 참 나빠요. 신의라면서요? 그런 약은 다른 방법이 없을 거라고 난 안 믿어요.”이태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헤헤, 넌 어차피 내 여자인데 내가 왜 다른 방법으로 풀어줘야 해? 게다가 나는 오히려 어젯밤의 너의 그 매력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너무 좋아!”그러자 백지연은 갑자기 부끄러워진 얼굴로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뭐라는 거예요. 이 색마, 무슨 핑계가 그리 많아요.”“쿨럭, 지연아, 그 병 안에 든 것은 사실 꽤 괜찮은 거였어. 부작용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넌 매우 적극적이었어. 안에 아직 좀 남았으니 오늘 저녁에 다시 해볼까?”이태호는 나쁜 미소를 지으며 백지연에게 물었다.백지연은 그 말을 듣자 깜짝 놀라며 황급히 이태호에게서 떨어져 말했다.“아뇨, 어젯밤에 충분히 피곤했어요. 오늘 밤에 또 해보고 싶지 않아요. 그냥 가져가서 수민 언니에게 드려요. 좋은 거, 수민 언니도 좀 먹었으면 좋겠어요.”“하하, 그건 안돼. 수민이에게 맞아 죽을지도 몰라!”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하하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기대를 좀 했다. 신수민처럼 보수적인 여자가 만약...“참, 어젯밤에 남은 사물 반지 몇 개를 아직 확인 안 했어. 빨리, 안에 또 다른 보물이 있는지 확인해봐.”잠이 덜 깨 있던 백지연은 확인하지 못한 사물 반지가 몇 개 더 있다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들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태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아직 몇 개를 안 봤어!”이태호가 백지연에게 귀띔했다.“참, 지연아, 어젯밤에 내가 여기 있어서 다행이야. 밖에서 나쁜 사람을 만났으면 큰일 났을 거야.”백지연은 자신도 모르게 억울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 도자기 병에 든 것이 단약이 아니라 이런 해로운 것인지 내가 어찌 알았겠어요? 이건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태호는 이것에 만족했다.“참, 지연아, 너 어제 그 술 마시고 지금 기분이 어때? 체내의 힘이 강해진 것 같아?”이태호는 생각 끝에 백지연에게 호기심으로 물었다.그러자 백지연이 주먹을 움켜쥐고 대답했다.“네, 많이 강해진 것 같아요.”“그럼 힘껏 한 대 쳐봐!”그러자 이태호가 백지연을 향해 말했다.백지연은 그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그, 그건 안 돼요.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어요. 전 오빠를 그렇게 사랑하는데 어떻게 때리란 말이에요...”이태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너보다 내공이 훨씬 높고, 몸의 타격에 맞서 싸울 능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너의 그 내공으로 나에게 한 방 줘도 나를 다치게 할 수 없으니 그냥 때려. 종사 내공의 힘은 판단하기 쉽지 않아. 싸울 때만 더 잘 판단할 수 있어.”백지연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결국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아이고, 짜증 나 죽겠네. 나, 난 오빠한테 손 쓸 수가 없어요.”“어서, 내가 볼게. 괜찮아, 정말 괜찮아, 넌 최선을 다해 때려!”이태호는 굳은 얼굴로 재촉했다.“알았어요!”백지연은 그제야 시큰둥하게 주먹을 불끈 쥐더니 온 힘을 다해 이태호의 복부를 후려쳤다.이태호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백지연의 한 대를 맞은 후,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하하, 좋아, 좋아, 지금 네 힘은 이미 9급 종사의 힘과 같아. 잘 됐어, 저녁에 일품 저급 단약 한 알을 줄 테니 견딜 수 있을 거야. 저녁에 충격을 좀 주고 일단 1급 기사를 돌파하고 보자.”“앗싸, 나, 나 벌써 9급 종사예요?”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감격하여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정말 잘됐어요. 내가 마침내 9급 종사가 되다니. 마침내 1급 기사의 내공을 돌파할 수 있게 됐어요. 앞으로 기사가 될 수 있다면 나도 진정한 수련자가 될 수 있을 거예요.”이태호는 백지연의 엉덩이를 툭툭 치며 말했다.“빨리 가서 씻어, 시간이 늦었다. 출발 준비를 해야 해야지,
임윤서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뒤에 있는 노인에게 말했다.“집사님, 하인의 월급을 계산해 주시고 먼저 가라고 하세요. 다른 산업은 팔리는 대로 여러분의 과거 공로에 따라 최대한 빨리 나누세요.”임윤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버지의 죽음을 떠올리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알겠습니다!”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결국 물러갔다.“아빠, 아빠가 힘들게 만든 천우당이 이렇게 사라져요. 아빠, 내가 어떻게 해야 복수할 수 있을까요! 나 임윤서, 반드시 원수를 갚을 거예요!”임윤서는 하늘을 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 와중에 한 중년 남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왔다.임윤서는 그 사람을 보자 갑자기 차갑게 웃었다. 이 사람은 이 구용시의 성주였는데 임윤서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였다.입이 뾰족하고 볼이 희끗희끗한 이 노인은 줄곧 임윤서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는데 임윤서를 첩으로 삼으려 했다.하지만 그동안 임윤서가 원하지 않고 죽음으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어이, 윤서, 어제 네 아버지가 살해당했다고 들었는데 이 일을 듣고 나도 매우 안타깝게 느꼈어!”문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얼굴에 슬픈 표정을 지었다.임윤서는 상대방을 싸늘하게 쳐다보다가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문성준 성주님, 무슨 일이십니까? 별일 없으면 그만 가보세요, 바빠서요.”문성준은 손을 흔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나가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했다.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에야 문성준은 씩 웃으며 말했다.“윤서야, 여기엔 이제 다른 사람도 없어. 우리 둘만 있으니 내가 진실을 말할게. 네가 나와 결혼해 준다면 네 아버지와 천우당 장로들의 원한을 내가 갚아 줄 수 있어!”그 말을 들은 임윤서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망설이는 듯했다.상대방의 이런 모습을 보고, 문성준은 속으로 기뻐하며 다가가서 임윤서의 허리를 한 끌어안고 말했다.“윤서야, 네 방으로 가자. 네가 나와 함께 한다면, 내가 반드시 너를 위해 복수할 거야.”임윤서는 상대방을 힐끗 보더니 곧 결심을
이 말을 들은 문성준은 얼굴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도 좋아. 대신 넌 나랑 결혼하지 않아도 되지만 적어도 3년 동안 내 뒤에 있는 여자가 되어야 하고, 내 전화 한 통이면 반드시 와야 해, 어때?”여기까지 말하고 난 문성준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너희의 강자를 그렇게 많이 죽일 수 있고 네 아버지도 다 죽였으니, 그건 상대가 8급 무왕 내공을 지닌 강자라는 것을 의미해. 우리가 너를 도와 해결해야 한다면, 그건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 적어도 3년은 나랑 같이 있어야 해.”“성주님...”임윤서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원래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자신의 결백을 희생하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뜻밖에도 3년의 청춘을 원했다.늘 여색을 밝히는 문성준은 임윤서의 허리를 풀어주고, 몸을 돌려 잘난 척 한 모습을 보였다.“임윤서, 이 구용시 안에 복수를 도와줄 사람이 몇 명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나 같은 성주가 아니라면 주주부의 사람밖에 없을 거야. 하지만 주주 어르신께서 너의 천우당을 위해 나설 수는 없을 것이다. 너는 지금 거의 다른 선택이 없다는 말이야. 한 가지 더, 난 구용시의 성주이니 당연히 여자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말을 마친 후, 문성준은 떠나려 했다.“만약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면 좀 더 생각해. 하지만 며칠 후에 너의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도망간다면, 나는 네가 그를 찾는 것을 도울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어쨌거나 세상이 이렇게 넓으니, 사람 한 명을 찾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그럴게요!”상대방이 그렇게 말하자 임윤서도 그가 지금 떠나서 그녀의 복수를 도와주지 않겠다고 할까 봐 황급히 승낙했다.임윤서를 등지고 있던 문성준은 순간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자신이 이 여자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상대방이 3년 동안 자기와 함께 있게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3년이라는 시간은 절대 짧
임윤서는 자리에 앉아 천천히 옷을 입은 다음 문성준에게 차갑게 말했다.“성주님께서 한 말을 기억해주세요. 저의 아버지 복수는 꼭 해주셔야 합니다. 저는 3일 안에 그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고 그의 시체를 볼 수 있기를 바라요. 우리 천우당의 많은 제자가 그 남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남자는 젊은 남자고 옆에 미녀도 따라다니고 있어요. 그러니 아무나 찾아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말아요.”문성준이 다가와 양손으로 임윤서의 허리를 껴안더니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임윤서의 입술에 뽀뽀한 후에야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아가야. 내가 곧 사람을 보내 조사할게. 그 부근에 감시카메라가 많아. 내가 곧 그 자식과 그 자식의 여자를 찾아서 복수할 거야.”문성준은 생각 끝에 다시 말했다.“참, 내 사람들이 알아낸 바로는 그 남자가 네 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던데, 그 옆에 있던 여자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야? 같이 죽일 거야?”임윤서는 주먹을 불끈 쥔 뒤 말했다.“당신들이 그 남자를 생포할 수 있다면 나는 그의 손과 발의 힘줄을 끊고 매일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참회하게 할 거예요. 나는 너무 통쾌하게 죽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 여자에 대해서는 당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좋아, 그럼 그렇게 해.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어. 그 여자가 상대의 여자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거야, 잡으면 죽여버려야지.”이때 이태호와 백지연 두 사람은 이미 도시의 중심에 있는 광장에 도착했다.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필요 없는 물건을 팔거나 교환하기 위해 노점을 차리고 있었다.이태호도 그날 천우당 몇 사람의 공법과 무기와 법기 등을 모두 꺼내 노점을 차렸다.옆에 영초와 교환하면 된다고 몇 글자를 썼는데, 연단하는 데 쓸 수 있는 영초를 우선시했다.이태호 앞에 많은 보물이 배열되니 자연히 많은 사람이 몰려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러 가지 물건이 거래되었다.“헤헤, 장사가 잘되네!”옆에 쭈그리고 앉은 백지연도 웃는 얼굴이었다.“그런데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았으나 계의당
그때 재벌 2세인 듯한 한 남자가 다가와 빈정거리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의 뒤에는 보검을 든 열 몇 명의 사람들이 따라오고 있었다.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상대방을 보고 화가 났지만 입술을 깨물고 자리를 뜨려 했다.“하하, 이것 봐, 이런 걸 약자라고 하는 거야. 하하, 말대꾸도 못 하잖아.”그 남자는 다시 낄낄거리며 웃기 시작했다.그러자 백지연이 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를 향해 말했다.“아가씨, 영초가 부족하면 계의당이라는 파벌에 대한 소식을 좀 알려줘요. 그러면 이 물건을 공짜로 줄게요.”백지연은 원래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무심하게 물었는데 뜻밖에도 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정말요? 설마 나를 속이는 건 아니겠죠?”이태호는 백지연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분명히 이 여자는 계의당의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당연하죠. 아가씨, 계의당에 대해 좀 알아요?”이태호는 웃으며 상대방에게 물었다.그러자 그녀가 웃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알죠. 마침 저한테 제대로 물었어요. 전 계의당 호법이거든요.”“잘됐네요, 당신이 계의당 호법이라니!”백지연은 그 말을 듣고 흥분을 참지 못하고 폴짝 뛰었다.이태호도 기쁜 마음에 손을 뻗어 바로 그 무기를 끌어당겨 손에 들고 상대방에게 건넸다.“허허, 자랑스러워? 겨우 9급 기사의 내공을 지닌 계의당의 호법이잖아. 너희 계의당이 너무 쓰레기라는 것을 설명해. 그렇지 않으면 너의 이런 내공으로 어떻게 호법이 될 수 있겠어? 말하면서 창피해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해?”그 남자는 또 낄낄 웃으며 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를 향해 다시 도발했다.“양무현, 너 너무 나대지 마!”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화가 나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입술을 깨물더니 상대방을 노려보았다.“이런, 인정하기 싫나 봐? 내 말이 틀렸어? 어때? 억울하면 나를 때려 봐! 하하!”양무현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일부러 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를 향해 도발하는 것 같았다.“상대하기 귀찮아!”뜻밖에도
“이 여자 말이 맞아, 너희들은 정말 매를 버는구나. 특히 네 얼굴은 매를 버는 얼굴이야. 그냥 보기만 해도 한 대 치고 싶어.”이태호도 한 걸음 앞으로 나와 양무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 자식, 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그렇게 말해? 내가 누군지 알아?”이태호가 감히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자 양무현은 순간 뺨을 몇 대 맞은 것처럼 느껴져 이태호를 노려보며 화를 냈다.“퉤!”이태호는 상대방이 감히 이렇게 기고만장할 줄 몰랐다. 그는 갑자기 상대방 앞에 나타나, 바로 무방비 상태인 그의 뺨을 때렸다.“짝!”아무렇게나 뺨을 한 대 때리는 듯했지만 양무현은 그대로 날아가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졌다.“욱!”그는 피를 한 모금 뱉었다. 그 속에 이빨 두 개가 더 있었다. 이태호의 따귀가 상대의 이빨 두 개를 떨어뜨렸다니.“개자식, 감히 나에게 도발하다니!”정신 차린 양무현은 이를 갈며 주먹을 움켜쥐고 이태호를 향해 펀치를 날렸다.“흥, 죽어!”이태호는 코웃음 치며 한 방 날렸다.“턱!”이어, 양무현은 줄 끊어진 연처럼 거꾸로 날아갔고, 팔이 부러졌다.“아! 내 손, 내 손!”양무현은 왼손으로 뼈가 몇 동강 난 자신의 오른팔을 만지며 고통에 울부짖었다.“양 호법!”뒤에 있는 그 몇 명은 하나같이 깜짝 놀랐다. 2급 무왕의 내공을 지닌 양무현은 그들 파벌의 호법이었는데 이렇게 쉽게 상대에게 패배할 줄은 몰랐다.“빌어먹을!”양무현은 이를 악물고 몇 사람을 향해 소리 질렀다.“빨리, 나를 다시 일으켜줘!”그 몇 사람은 마침내 반응하여 양무현을 부축해 재빨리 이곳을 떠났다.“망했어요, 두 사람 왜 저 사람을 건드린 거예요. 저 사람은 성진당의 호법이고, 그의 외삼촌은 성진당의 장로예요. 이것이 저 사람이 감히 이렇게 날뛰는 이유예요!”자색 치마를 입은 여인은 이태호와 백지연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이태호는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있는 물건들을 모아 따로 사물 반지에 넣고 그녀에게 반지를 건넸다.
이태호가 자세를 바로 하고 말했다.“내 이름은 이태호이고, 여기는 백지연이에요. 우리는 계의당으로 가서 계의당에 가입하려고 해요. 계의당이 아주 좋은 파벌이라고 일찍부터 들었거든요...”이태호는 곧 계의당을 향해 아부를 떨었다. 아직 직접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았던 그는 먼저 이 계의당의 상황을 파악한 후에 말할 작정이었다.어쨌든 지난번 우의당에서의 일을 보면, 일단 신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다.옆에 있던 백지연은 슬며시 웃으며 이 자식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너무 잘한다고 생각했다.자색 치마를 입은 여자는 이태호의 사물 반지를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고, 오히려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당신의 내공을 보면 제가 선배님이라 불러도 되는데 굳이 우리 계의당에 가입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그제야 그녀는 소개했다.“참, 두 분, 제 이름은 주영현입니다. 우리 먼저 여기를 떠납시다. 방금 성진당 사람들한테 미움을 샀으니 잠시 후에 그 자식의 외삼촌이 찾아올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일이 번거롭게 돼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따라 이곳을 떠났다.세 사람이 걸으면서 주영현이 말했다.“정말 우리 계의당에 가입하고 싶다면 이 아가씨만 가입해야지, 선배님은 가입하실 수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갑자기 미간을 찌푸리고 놀라며 물었다.“왜 나는 가입하지 못하는 거죠? 지연이는 내공이 높지도 않은데 왜 가입할 수 있는 거죠?”주영현은 이태호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힐끗 보고 말했다.“죄송합니다, 선배님. 계의당에서 주로 여제자만 받아요.”“장로님은요? 남자가 없어요?”이태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주영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남자는 없어요. 우리는 장로든 당주든 제자든 모두 여자예요.”이태호는 그제야 대답했다.“날 데려가기만 하면 이 반지의 수련 자원을 다 줄게요.”그 말을 들은 주영현은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어쨌든 방금 그 무기나 공법, 그리고 무술을 직접 봤으니 말이다.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