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1화

작가: 손이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8-20 19:00:00
장화연의 안색이 변했다. 입을 열려던 순간 이미 도착해버린 경찰이 대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빨간색과 파란색 등이 번쩍번쩍 빛나면서 온다연은 눈이 따가워 저도 모르게 찌풀 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 되었다. 귀에서는 알 수 없는 이명이 들려오고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았다. 손바닥과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

빠르게 제복을 입은 경찰이 다가오며 현장은 시끄러워지게 되었다.

온다연은 제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꼭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말이다. 여러 사람들의 의심의 눈초리와 따져 묻는 말을 듣고 있으니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죽여버릴 것 같았다.

다만 그녀는 여전히 멍한 상태였고 주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장화연은 눈앞에 벌어진 상황과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있잖아요. 도련님께선 절대 다연 씨를 감방에 보내지 않을 거고 저도 지금 다연 씨랑 함께 갈 거예요.”

온다연은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장화연의 그녀의 손을 얼마나 세게 잡고 있는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다연은 경찰차 옆까지 끌려오게 되었고 장화연도 다른 차량에 올라탔다.

이때 유민준이 달려 나오며 온다연의 팔을 잡고 다급하게 말했다.

“다연아, 왜 밀었어? 네 친이모잖아!”

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유민준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빠는 제가 그러지 않았다는 거 알잖아요, 맞죠?”

그녀는 이토록 유민준이 미웠던 적이 없었다. 그가 너무도 미워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기를 바랐다.

그를 빤히 보는 그녀의 두 눈엔 원망이 가득했다.

“민준 오빠는 이모 아기가 태어나지 않길 바랐잖아요. 이모가 유산하면 제일 큰 이익을 얻게 될 사람은 누굴까요? 사실은 제가 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모든 걸 제가 뒤집어쓰길 바라는 거죠, 그렇죠?”

유민준은 온다연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줄은 몰랐는지 다소 놀란 표정을 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2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그중에서 유재성이 더욱 그러했다.그의 막내아들 유강후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잘 드러낸 적 없었다. 무슨 일을 하든 이성적으로 완벽하게 해냈으며 자제력도 대단해 실태를 부린 적 단 한 번도 없었다.그는 유강후가 아주 자랑스럽고 만족스러웠다. 자식 중에서도 유강후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컸다.그런데 그 자랑스럽던 막내아들이 갈 곳도 없는 여자아이 때문에 이런 실태를 부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심지어 그의 친손녀인 유하령의 뺨까지 때렸다.유강후는 어릴 때부터 유하령을 아꼈고 유하령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전부 들어주었다.온다연이 유강후의 마음속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바로 알렸다. 조금 전 서재에서 온다연이 불쌍해서 거둬주고 있다는 말과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다.가슴 속 깊이 불안감이 피어오른 그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강후야, 하령이는 네 조카잖니. 무슨 일이 있으면 말로 해결해야지 다짜고짜 뺨을 때리면 되겠니? 고작 그 아이 때문에 조카를 때려야겠니?”이때 유하령도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그녀는 유강후에게 처음 맞아 보았다. 그것도 집안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는 앞에서 말이다.유강후의 한방이 얼마나 센지 그녀는 바닥에 철퍼덕 넘어지기까지 했다.맞은 뺨은 얼얼해졌고 빨갛게 부어올랐다. 너무도 아팠다.그녀는 얼얼하고도 빨갛게 부어오른 뺨에 손을 올리고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질렀다.“작은 아빠,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왜 남을 위해 날 때렸냐고요! 왜!”강해숙도 충격 속에서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울며 소리를 지르는 유하령에 가슴이 아픈 듯 얼른 자신의 뒤로 숨기곤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유강후에게 말했다.“강후야, 지금 남을 위해 가족을 때린 거니? 네 마음속에 그 오갈 곳 없는 고아가 네 친조카보다 더 소중한 거니?”유자성과 유민준은 여전히 충격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가족들의 질책하는 시선에 유강후는 몸을 돌려 유자성을 보며 냉담하게 말했다.“형, 형수가 지금 병원으로 이송

    최신 업데이트 : 2024-08-20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3화

    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다연이가 심미진을 계단에서 밀어버리지 않았을 거야. 다연이는 내가 제일 잘 알아.”그는 고개를 돌려 취조실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지? 아직도 안 나온 거야?”장화연은 고개를 저었다.“취조실에 함께 있는 사람은 전서후 서장님이십니다. 이미 부드럽게 묻고 있는데도 다연 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 진술을 써 내려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연 씨는 여기로 온 뒤부터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비록 경찰서로 온 지 2시간 정도 지나긴 했지만, 취조실에 들어간 시간은 반 시간이 되지 않습니다.”그녀는 이내 뜸을 들이며 말했다.“하지만 다연 씨는 조금 전 본인이 심미진 씨를 민 것이 맞는다고 인정했습니다. 만약 심미진 씨가 고소라도 하면 일이 더 복잡하게 될 겁니다.”유강후의 표정이 점점 더 굳어졌다. 취조실로 다가가 노크했다.작고 압박감이 느껴지는 취조실 안에서 온다연은 가만히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상하리만큼 말이 없었다.누군가 취조실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은 꼭 이미 세상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설령 유강후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전서후가 말했다.“전혀 협조하고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도 하지 않아요. 다만 제가 심미진을 계단에서 민 것이 맞냐고 물었을 때만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곤 입을 열지 않더군요.”유강후가 나직하게 말했다.“둘이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전서후는 얼굴을 구기긴 했어도 동의했다.“10분 만입니다. 시간을 더 길게 드릴 순 없습니다.”유강후는 감사 인사를 했다.전서후가 나간 뒤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자신의 몸에 기댈 수 있게 끌어당겼다.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아, 난 네가 그랬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그는 뜸을 들이다가 아주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설령 네가 밀었다고 해

    최신 업데이트 : 2024-08-20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4화

    온다연과 심미진은 피를 나눈 가족이었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심미진은 그녀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버렸다.지금 그녀는 백치처럼 유강후에게 쓸데없는 질문만 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녀가 생각해도 가소로웠다.그녀와 유강후 사이엔 혈연관계가 없었을 뿐 아니라 아무런 사이도 아니었다. 그저 서로에게 이용가치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니 그의 말이 진심일 리가 있겠는가?더구나 두 사람은 원래부터 다른 사람들 눈에 떳떳하지 못한 사이였다. 유강후에겐 약혼녀가 있었다.“다연아, 난 절대 널 버리지 않아.”유강후는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간단한 몇 글자였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니 이상하게도 맹세하는 것처럼 웅장하게 들렸다.온다연의 눈빛이 흔들렸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유강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로 자신을 버리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녀가 중얼거렸다.“하지만... 이모는 이미 절 버렸는걸요. 제 친이모도 절 버리고, 감방에 가길 바라고, 죽길 바라는데... 아저씨도 언젠가 제가 질리면 버리게 될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아, 내가 어떻게 해야 네 마음이 편해질 수 있을까?”‘어떻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해지겠냐고?'온다연의 머릿속은 하얀 백지장이었다.피로 이어진 가족마저 그녀를 버렸는데 어떻게 유강후를 믿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옷자락만 꽉 잡은 채 놓지 않았다.유강후는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다가 손을 들어 혈색이라곤 하나도 없는 그녀의 입술을 만졌다.이내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아, 결혼하고 싶어?”온다연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여전히 그의 옷자락만 잡고 있었다.결혼이란 무엇일까?그녀의 어머니와 아버지 같은 관계를 말하는 것일까?그렇게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몸이 살짝 떨려왔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은 무서운 것이에요. 전 결혼

    최신 업데이트 : 2024-08-20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5화

    유강후는 지금 그녀가 얼마나 무서워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녀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고개를 돌릴 수 없었다. 아니, 고개를 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멈칫하던 그는 잠겨버린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괜찮아. 난 바로 문 앞에 있을 거야.”“아니야, 싫어요!”온다연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세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그에게 달려가려고 했지만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강제로 다시 의자에 앉게 되었다.유강후의 손끝이 떨렸다. 그는 빠르게 문을 열고 나갔다.나가자마자 바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디까지 왔어요?”핸드폰 너머로 공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네, 대표님. 30분 뒤에 경찰서로 도착할 것 같습니다. 길이 많이 막혀서요.”유강후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당장 어떻게든 15분 내로 오세요.”남자는 망설이다가 대답했다.“네, 대표님.”전화를 끊은 후 유강후는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몇 모금 만에 담배꽁초가 되어버렸다.장화연도 따라 나왔다. 그녀는 유강후가 검은색 셔츠만 입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들어가 계세요, 도련님. 밖은 추워서 감기 걸리실 거예요.”그러나 유강후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길가의 가로등을 보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그가 입을 열었다.“화연아,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안 되는구나. 난 지금 당장 다연이 괴롭힌 그놈들을 족치고 싶어.”그놈들이 누구인지 장화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나직하게 말했다.“하지만 그분들은 도련님 가족인걸요.”유강후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고 분위기도 살얼음판이었다.“그놈들이 다연이를 괴롭힌 방식대로 하나씩 전부 다 똑같이 돌려줄 거야. 우리 아버지 제외하곤 난 그 사람들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 적 없거든.”“괴롭힘을 당하는 공포와 치욕을 받는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전부 다 알려줄 거야.”장화연은 침묵하다가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8-21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6화

    유민준은 일찍이 온다연의 피곤에 찌든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다연아, 네가 고생했어.”온다연은 머리도 들지 않고 물었다.“이모는 어떻게 됐어요?”유민준은 온다연의 창백한 얼굴을 응시하면서 대답했다.“아이는 지키지 못했어. 지금 수술 중이야.”온다연은 시선을 숙이더니 옷자락을 꽉 잡았다.“아이가 없으면 또 집안에서 괴롭히는 거 아니에요?”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초췌한 모습에 유민준은 더욱 가슴이 떨렸다. 만약 온지유를 얻을 수 있다면 심미진에게 잘해주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괜찮아. 내가 잘해줄게. 남도 아닌 네 이모인데 당연히 챙겨야지. 아버지한테도 잘 얘기할 거야.”온다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저는 이모가 유씨 집안에서 원하는 걸 이루기를 바라요.”그러면 그녀도 더 이상 심미진에게 마음의 빚을 지지 않아도 되었다.몽롱한 조명 아래에서 온다연의 얼굴은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유민준은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넌 당분간 밖에서 지내고 있어. 작은아버지네서 지내는 게 너한테도 좋을 거야. 이제 시간이 조금 지나고 잠잠해진 다음, 내가 다시 데리러 갈게. 집도 준비해 놨어. 때가 되면 우리 둘이 같이 살자.”혹시라도 거절당할까 봐 그는 황급히 말을 보탰다.“효진이는 내가 정리할게. 네가 싫다면 절대 건드리지 않을 거야. 나한테는 너밖에 없어. 이대로 몇 년만 참아. 우리한테 애가 생긴다면... 아들이 생긴다면 집안에서도 널 인정할 거야. 다연아, 내가 잘해줄게.”온다연의 눈빛에는 선명한 혐오가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손을 빼내면서 여전히 머리를 숙인 채 말했다.“이효진은 유하령이랑 같이 저를 괴롭혔어요. 오빠는 이효진의 약혼자이자 유하령의 오빠예요. 저는 오빠랑 만날 수 없어요.”유민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어떻게 해야 허락해 주겠어?”온다연은 머리를 들어 평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곧 유민준과 이효진에게 닥칠 일을 떠올리자 삶도 마냥 답답한

    최신 업데이트 : 2024-08-21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7화

    온다연은 시선을 피하며 머리를 흔들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는 옷에 손을 있는 힘껏 닦았다.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만진 것처럼 말이다.이때 유민준이 그녀를 따라와서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강후의 눈치가 보여서 그냥 멈춰 섰다.“다연아, 작은 아버지랑 돌아가. 내가 내일 만나러 갈게.”그는 온다연을 데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유강후가 지켜보는 데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유강후는 그가 아버지보다도 무서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온다연은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유강후와 팔짱을 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아저씨, 저 힘들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누가 봐도 유민준을 피하려는 말이었다. 유민준은 당황한 표정으로 만류했다.“다연아, 아직도 내가 미워?”유강후는 차가운 눈빛으로 끼어들었다.“그게 무슨 말이지? 유민준, 넌 이미 약혼했어. 다른 말 나오지 않게 똑바로 행동해.”유강후의 시선만으로도 유민준은 단단히 쫄았다. 더 이상 입을 열면 안 될 것 같은 경고의 눈빛이었다. 등골이 오싹해져서 소름이 다 났다.본가에서 일어난 일은 유민준도 알았다. 유강후는 유하령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회사 투자 계획도 철수했다. 그날 유자성과 크게 싸웠다는 말도 들렸다.유민준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유강후가 유하령을 얼마나 아끼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유하령이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줬다. 심지어 한 번은 비행기까지 선물했다.유강후와 유자성은 사이가 좋았다. 유민준이 알기로 두 사람은 한 번도 싸운 적 없었다. 유민준에게도 엄하기는 했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지원해 줬다.그런 유강후가 온다연 때문에 집안과 척을 진 것이다.유민준의 기억 속에서 유강후는 좋은 작은아버지였다. 그런데도 거리감은 언제나 유지했다. 그는 어떤 사람과도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이었다.타고 난 냉혈한인 그는 유재성과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유하령을 그렇게 아끼면서도 자기 방에는 한 발짝도 못 들어가게 했다.

    최신 업데이트 : 2024-08-21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8화

    온다연이 차에 탄 것을 보고 그는 더욱 급해졌다.“다연아, 네가 말한 거 내가 잘 생각해 볼게. 금방 연락할 테니까 절대 날 차단하지 마. 알았지? 내가 꼭 연락할게.”자꾸만 쫓아와서 말하는 유민준 때문에 온다연은 스트레스가 쌓여갔다. 그러나 유강후가 곁에 있기에 빨리 대답해 버렸다.“알았어요. 이만 돌아가요.”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뒤로 기대 빨리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그녀의 외면에 실패감이 들었는데도, 유민준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인내심 있게 말을 이었다.“네 이모 일도 걱정하지 마. 내가 꼭 아버지한테 잘 말할게.”이때 유강후가 차에 올라타서 유민준의 시선을 막았다. 차는 퍽 소리를 내며 닫혔고 금방 멀어져갔다.출발한 지 2분 정도 지나 온다연이 물었다.“아저씨, 여기 물 있어요?”유강후는 그녀가 목이 마른 줄 알고 물을 가져다줬다.“차가운 물이야. 적게 마시고 집에 돌아가서 따뜻한 물 마시자.”온다연은 말없이 뚜껑을 열고 손을 창밖으로 뻗었다. 그러고는 물을 손에 쏟아서 한참이나 씻었다.창밖에서 찬물이 닿은 손은 금방 빨개졌다. 더군다나 자꾸만 비벼서 살이 떨어질 지경으로 달아올랐다.그녀의 이상 행동을 보고서도 유강후는 말이 없었다. 그녀를 말리지도 않았다. 하얗고 예쁘던 손이 빨갛다 못해 보랏빛을 띠자, 그제야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확 끌어당겼다.유강후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목소리도 약간 차가워졌다.“손 버리고 싶어? 이 추운 날에 찬물로 씻으면 어떡해.”그는 온다연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꼭 감쌌다. 차가운 살얼음이 한층 낀 것 같은 온도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추워졌으니 말이다.얼음을 잡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동안 잡고 있었는데도 녹여지지 않자, 그는 온다연의 손을 외투 속으로 넣었다.손이 얇은 한 장의 셔츠를 두고 복근에 닿자, 온다연은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온도였다.지금껏 쌓였던 긴장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그의 어깨에 기

    최신 업데이트 : 2024-08-21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209화

    유강후는 원래도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말은 안 해도 온다연이 부탁한 일을 벌써 지시했다.그의 품에 안긴 그녀는 유난히 작게 느껴졌다. 갑자기 속상해진 그는 그녀를 본가에 데려간 자체가 후회되었다.그는 자신이 있는 한 아무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그의 경고를 무시한 사람이 있었다.‘괴롭힘이 습관이 된 건가? 아니면 내가 가만히 있을 줄 알았거나... 둘 중 하나겠지.’어찌 됐든 그는 가만히 있지 않을 생각이었다.잠시 후 온다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저씨, 저 내일도 경찰서에 가야 해요?”유강후는 느긋하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부르면 가야겠지?”온다연은 약간 굳은 몸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저는 이제 가기 싫어요...”“나랑 변호사가 같이 갈 거야. 걱정할 것 없어.”온다연은 이제야 약간 안심한 듯 고개를 살짝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우리 이모는 정말 유산한 걸까요?”유강후는 감정을 알 수 없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아마도.”“근데 저 진짜 이모를 밀지 않았어요. 맹세해요.”“알아.”“이모는 왜 그런 걸까요? 전에는 저한테 잘해줬는데, 왜 갑자기...”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심미진이 한 모든 행동이 그녀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것과 다름없었다. 이제는 하도 찔려서 무감각해질 지경이었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심미진이 남과 손을 잡고 유일한 혈족인 그녀를 괴롭히는 이유를 말이다.유강후는 그녀를 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오늘 널 데려가지 말았어야 했어.”그의 옷깃을 꽉 잡은 온다연은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말했다.“아니에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는 게 맞아요. 제 물건이 아직 그곳에 있잖아요.”“중요하지 않은 거면 버려도 돼. 내가 새로 사줄게.”“엄마가 남겨준 물건이에요. 꼭 가져와야 해요.”유강후는 자그마한 상자가 떠올라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그 상자 안에 뭐가 들었어?”“그건 제 비밀이에요. 아저씨한테도 알려줄 수 없어요.”얌전

    최신 업데이트 : 2024-08-22

최신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02화

    병원에서.며칠간의 치료와 정성 어린 간호 끝에 나은별은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그녀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며 소이섭이 깎아준 사과를 받아들었다.“그 사람은 어떻게 처리했어요?”소이섭은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차가운 눈빛을 번뜩였다.“죽었어. 너무 많은 걸 아는 사람은 살려둘 수 없지.”나은별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그 사람... 강후 씨 비서였잖아요. 갑자기 죽으면 의심을 사지 않을까요?”그러자 소이섭은 냉소적으로 대답했다.“강후는 지금 온다연이라는 여자애를 찾느라 온 세상을 뒤지고 있어. 이런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야.”곧 나은별은 사과를 한 입 베어 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이번 수는 제대로 먹혔네요. 비서를 이용해 강후 씨의 말을 왜곡해서 아래 사람들에게 전달하게 하고 강후 씨가 온준휘를 구하지 않으려 한다는 오해를 만들었잖아요. 그 결과 온준휘는 골든타임을 놓쳐 죽게 됐고 지금 온다연의 눈에는 강후 씨가 살인범이나 다름없겠죠.”“온다연은 어릴 때부터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했어요. 자신이 잠깐 돌봐줬다는 이유만으로 심미진이 온다연을 학대하고 유하령이 괴롭히게 놔뒀는데도 아직도 심미진을 잊지 못하더라고요. 그런 애가 가장 중시하는 건 가족이에요. 그런데 온준휘가 강후 씨의 무관심으로 죽었다고 믿고 있으니... 온다연이 강후 씨를 용서할 리 없겠죠.”“게다가 온다연은 강후 씨가 자기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버렸다고 믿고 있어요. 이제 강후 씨를 더더욱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근데 정말 보고 싶어요. 그 여자가 자기 아이가 사실 이미 죽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소이섭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차갑게 말했다.“지금은 온다연이 그 사실을 알게 하면 안 돼. 김원도와 계획한 대로 모든 걸 진행해야 해. 하지만 걱정 마. 온다연이 너한테 그런 짓을 했던 만큼 내가 온다연한테 그보다 더한 고통을 줄 거니까.”나은별은 이를 드러내며 비웃었다.“온다연 따위가 감히 나와 경쟁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01화

    유강후는 온다연이 다른 남자를 위해 애원하는 모습을 보며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만약 내가 안 된다고 하면?”온다연은 침묵했다.그녀의 손에는 지금 그를 위협할 만한 아무것도 없었다. 유강후가 지금 신경 쓰는 건 아마 그녀의 목숨뿐일 것이다.그도 그럴 것이 유강후는 아직 온다연을 완전히 가지고 놀지 못했다.한참을 망설인 끝에 온다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나쁜 소식을 들으면 나는 이곳에서 뛰어내릴 거예요.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까. 정말로... 너무 지쳤어요.”그녀의 눈에 가득한 피로감은 거짓이 아니었다.유강후는 가슴 한가운데가 쥐어짜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녀가 또다시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그를 위협하니 말이다.며칠 동안 그녀를 찾기 위해 유강후는 잠 한숨 제대로 자지 못했다.염지훈과 그녀가 한 방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그럼에도 온다연이 김원도의 사람들에게 노출될까 봐 그는 끊임없이 조바심을 냈다.몇 차례 그녀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유강후는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그런 상황 속에서 아무도 그가 얼마나 두려워했는지 몰랐다.사실 유강후는 한 번도 이렇게 두려움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어린 시절 임씨 가문의 미치광이가 유강후를 방 안에 가둬두고 불을 지를 때도, 납치되어 피를 뽑히고 총구가 이마에 겨눠졌을 때도, 심지어 고층 건물에서 떠밀려 죽음이 코앞에 닥쳤을 때도 그는 이렇게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온다연이 어딘가에서 고통받거나 모욕당할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그는 미칠 지경이었다.심지어 그녀가 살해되었다는 거짓 소식을 들었을 때는 순간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릴 뻔했다.이런 이유로 그는 염지훈을 죽이지 않았다.그의 평소 성격대로라면 염지훈은 이미 목숨을 부지하지 못했을 텐데 말이다.비록 온다연을 데리고 갔지만 염지훈은 그녀를 김원도의 광기에서 철저히 보호했다.그런 점에서 염지훈을 죽이는 대신 단지 한 번 심하게 때리는 것으로 끝낸 것이다.물론 유강후는 여전히 염지훈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800화

    그 대답을 들은 유강후는 애써 참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터질 듯했다.그는 천천히 온다연의 목에 감긴 붕대를 쓰다듬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참 안됐군. 너는 평생 나와 함께할 수밖에 없어. 죽어도 내 무덤에 묻혀야 하고 묘비에는 내 이름이 새겨질 거야.”이내 유강후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낮게 물었다.“온다연, 네가 내 곁을 떠나 있었던 날들이 며칠인지 기억이라도 나?”온다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답했다.“기억도 안 나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아저씨 곁에 없는 동안 훨씬 자유로웠다는 거예요.”유강후는 그 말에 가슴이 너무 아파 견딜 수 없었지만 차분히 온다연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말했다.“하지만 네가 그랬잖아. 절대 날 떠나지 않겠다고.”그의 목소리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그 눈빛 속의 감정은 더없이 서늘해 그녀의 숨을 막히게 했다.온다연은 싸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런 말 다 잊어버리세요.”그 순간, 유강후는 갑자기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며 말했다.“온다연,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그는 한 단어 한 단어를 곱씹어가며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만약 이 일이 10년 전이었다면 난 염지훈을 내 손으로 죽였을 거고 너도 직접 목을 졸라 끝냈을 거야.”“5년 전이었다면 네 존재를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웠겠지. 그리고 널 평생 감옥 같은 곳에 가둬뒀을 거야.”“하지만 지금은 내가 좀 나이를 먹었으니 참는 법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 너 때문에 물러나 주는 거야. 이번 한 번만. 단 한 번뿐이야.”그는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경고했다.“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널 새장 속에 가둬둘 거야. 내 말 하나하나 다 진짜니까 의심하지 마.”그의 목소리는 낮고 담담했지만 온다연은 그의 말에서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차가움을 느꼈고 본능적으로 유강후의 손을 피해버렸다.그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99화

    그러자 이내 수화기 너머에서 염지호의 잔뜩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뭐라고?”유강후는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장 이난과 연락하고 직접 와서 확인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전화를 끊고 온다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전화했어. 그러니까 이제 칼 내려놔.”온다연은 그제야 한숨을 내쉬며 조심스레 칼을 내려놓았다.칼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유강후 또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상처를 확인했다.칼날은 매우 날카로웠고 그로 인해 생긴 상처는 생각보다 많이 깊었다. 만약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큰일이 날 뻔했다.유강후는 그녀를 재빨리 안아 들고 성큼성큼 밖으로 향했다.차에 오르자마자 유강후는 경호원이 건넨 붕대를 건네받더니 온다연의 상처를 간단히 응급으로 처치를 해줬다. 그리고는 곧바로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상처는 꽤 깊어서 열 몇 바늘을 꿰매고 지혈제를 맞은 후에야 겨우 피가 멈췄다.그제야 유강후는 안도하며 온다연의 손에 시선을 돌렸고 그제야 아까 자신에게 밟힌 손가락 중 하나가 부어오른 것을 발견했다.그것은 바로 예전에 문에 끼어 부러졌던 그녀의 새끼손가락이었다.온다연의 손가락을 본 유강후의 심장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고 그녀의 손을 잡고 한참 들여다보다가 낮게 물었다.“아프지? 왜 안 말했어?”온다연은 그런 유강후를 조롱하듯 대답했다.“말하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말하면 아저씨가 절 걱정이라도 해줄 것 같았어요?”“게다가 이 손가락도 아저씨가 부러뜨린 거잖아요. 한 번 더 부러진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요?”유강후는 그녀의 눈에 깃든 증오의 감정을 보고 마음이 저려오는 듯했고 마치 누군가 그의 가슴을 쥐어뜯는 기분이 들었다.이내 그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온다연, 말 그런 식으로 하지 마.”하지만 온다연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며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연기는 그만하죠. 구역질 나니까.”유강후는 그녀가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고 더 이상 대응하지 않고 곧바로 의사를 불러 검사를 요청했다.결국 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98화

    온다연은 옆에서 모든 장면을 보고 있었고 겁에 잔뜩 질려 얼어붙은 채로 유강후의 팔을 붙잡으며 외쳤다.“그만해요! 제발 그만두세요!”하지만 그녀는 곧 경호원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염지훈은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유강후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혹시 당신이 신이라도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사람의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줄 아시나 본데 그건 틀렸습니다. 유강후 씨가 이럴수록 온다연은 당신을 더 증오할 겁니다. 다연이를 보세요. 당신을 쳐다보는 것조차 싫어하지 않나요?”“유강후 씨가 아무리 다연이를 억지로 데려가도 쟤는 어떻게든 당신을 떠날 방법만 찾을 겁니다!”“당신 같은 사람은 절대 사람의 진심 어린 마음을 얻을 자격이 없거든요.”그 말에 유강후의 눈빛은 더욱 살기를 띠었고 그는 발을 들어 다시 염지훈을 거세게 찼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훨씬 더 무자비했다.염지훈은 거친 기침을 하며 피를 미친 듯이 뱉어냈고 온다연은 깜짝 놀라 경호원의 손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철저히 제압당해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 순간, 유강후는 온다연의 눈에 핏빛으로 물든 악마처럼 보였다. 그의 통제 불가능한 모습은 마치 염지훈을 죽일 작정인 것 같았다.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반드시 막아야 했다. 순간, 온다연의 시야에 방금 테이블 위에 놓였던 과도가 들어왔다.그러자 온다연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집어 자신의 목에 갖다 댔고 경호원들은 깜짝 놀라 달려들며 외쳤다.“사모님, 안 됩니다!”“사모님, 칼 내려놓으세요!”온다연은 한 발짝 물러섰고 손에 힘을 주어 칼끝을 목에 깊숙이 밀어 넣었다.“다가오지 마세요!”유강후는 갑작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온다연을 보고는 충격에 몸이 굳었다.하지만 온다연의 목에는 이미 날카로운 칼날이 깊이 박혀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온다연의 목에서 흐르는 피를 본 유강후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칼 내려놔. 온다연.”그러나 온다연은 벽 쪽으로 물러서며 단호하게 말했다.“다가오지 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97화

    온다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뒤에 있는 소파 천을 손으로 꽉 움켜잡았다.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그녀는 입술을 부르르 떨며 간신히 유강후에게 물었다.“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어요?”유강후의 시선은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더 말랐네. 잠을 못 잤는지 눈 밑도 시커멓군.’ 그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고 이내 유강후는 온다연이 입고 있는 헐렁한 티셔츠를 보았다. 그 셔츠는 마치 마트에서 2만 원도 안 하는 싼 물건 같았다.그걸 본 유강후의 눈에는 분노의 감정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온다연이 이런 곳에서 살면서도 자신과 함께 돌아가길 거부하다니?자신을 그렇게까지 싫어하는 건가?이런저런 의문이 든 유강후는 손을 쭉 뻗어 그녀의 허리를 거칠게 붙잡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또 도망갈 거야? 왜 안 도망치지?”유강후의 힘은 상당했고 온다연은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외쳤다.“전 당신과 가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그 순간, 부엌에서 소란을 들은 염지훈이 급히 달려 나왔다.이내 유강후를 발견한 염지훈은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유강후 씨, 당장 그 손 치우시죠!”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그가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유강후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그를 가로막았다.염지훈 또한 싸움실력이 강한 편이었지만 오늘 유강후가 데려온 사람들은 모두 최정예 경호원들이었다.몇 명이 그를 꽉 붙들자 그는 도저히 그 사람들을 뚫고 나갈 수 없었다.분노와 무력감에 사로잡힌 염지훈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유강후 씨, 어린 여자를 억지로 끌고 가는 게 그렇게 잘난 짓입니까!”하지만 유강후는 염지훈을 쳐다도 보지도 않고 여전히 온다연을 주시한 채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염지훈, 이건 우리 부부 사이의 문제야. 네가 낄 자리는 없어.”그 말을 들은 염지훈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더 크게 외쳤다.“헛소리하지 마세요. 유강후 씨가 저지른 비열한 짓들을 다들 모를 줄 아세요? 당신이 바깥에서...”“그만. 이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96화

    두 사람이 먹을 저녁은 간단하게 준비되었다.하지만 온다연이 직접 만든 음식은 솔직히 말해 맛이 있는 게 아니었다.소금을 과하게 넣어 음식이 너무 짜거나 아니면 반찬이 다 타버려 먹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온다연은 그런 것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너무 짠 반찬을 뜨거운 물에 헹궈가면서까지 입에 넣었다.염지훈은 그런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리더니 물었다.“예전에 혼자 있을 때도 이렇게 먹었어?”온다연은 젓가락으로 채소를 집어 뜨거운 물에 헹군 뒤 대답했다.“그런 좋은 반찬을 먹었다고 생각하세요? 꿈도 크시네요. 전부 마트에서 세일해서 남은 것들이었어요. 정말 맛이 없었죠.”그녀는 담담히 웃으며 계속 말했다.“지훈 씨는 귀공자처럼 살아온 사람이니까 이런 걸 이해 못 하겠죠. 제가 만든 게 마음에 안 들면 직접 하세요. 전 이 정도밖에 못 하니까.”염지훈은 그녀의 손등에 뜨거운 기름에 데어 생긴 물집들을 보며 다시금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괜찮아? 약이라도 바를래?”온다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괜찮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그러자 염지훈은 한숨을 푹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향했다.잠시 후 색깔과 향, 그리고 맛까지 모두 완벽한 세 가지 반찬과 국 한 그릇이 테이블에 올려졌다.그걸 본 온다연의 눈이 반짝이더니 신이 난 듯 말했다.“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여요.”염지훈은 그런 온다연을 보며 미소 짓더니 반찬을 그녀 앞으로 밀어놓으며 말했다.“먹어. 아니면 차라리 가정부라도 부를까?”“필요 없어요. 여기 며칠밖에 안 있을 거니까. 게다가 가정부 부를 돈도 없고요.”그녀의 대답에 염지훈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온다연, 하여간 참 고집도 세다니까.”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지켜본 온다연의 학습 능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였다.며칠간 밀렸던 수업도 다 따라잡고 앞으로 한 달 동안 배워야 할 내용까지 스스로 공부했다.심지어 학교 사이트에서 시험지를 다운로드해 풀었는데도 점수는 매우 높았다.하지만 생활 능력은 정말 최악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95화

    오후가 되자 온다연의 열은 다행히 떨어졌지만 여전히 기운이 없어 보였고 말도 거의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손에 든 핸드폰을 계속 뒤적이며 무언가를 찾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저녁 무렵, 염지훈이 밖에서 돌아왔지만 그의 표정은 다소 무거워 보였다. “우리는 지금 경원시로 돌아가야 해. 유강후 그 미친놈이 내가 소유한 모든 부동산을 뒤지고 있어. 아마 곧 평진 쪽까지 알아냈을 거야. 지금 상황에서는 경원시가 오히려 가장 안전해.” 온다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지금 바로 떠나는 거예요?” 염지훈은 그녀를 잠시 바라보며 망설였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차로 이끌었다. 그렇게 차가 한참을 달린 뒤, 침묵하던 온다연이 입을 열었다. “아까 무슨 말 하려고 했어요?” 염지훈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그녀에게 건넸다. 핸드폰 화면에는 염지훈의 비서가 보낸 사진과 정보가 담겨 있었고 사진 속에는 유강후와 한 여자의 모습이 있었다.여자의 얼굴은 멀리서 찍혀 흐릿했지만 유강후만큼은 온다연이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둘의 모습은 지나치게 다정했고 게다가 유강후가 병원에서 나은별을 방문하는 사진도 몇 장 포함되어 있었다. 온다연은 아무 표정도 짓지 않았지만 두 손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염지훈이 먼저 말을 꺼냈다. “최근 3~4일 사이에 찍힌 사진이야. 그런데도 그 아이는 한 번도 찍히지 않았어. 유강후 씨가 그 아이를 너무 철저히 보호하고 있어서 거의 데리고 나오질 않아.”그는 잠시 말을 망설이다가 말을 덧붙였다.“그리고 유강후 씨는 요즘 거의 매일 밤 그 집에서 머물고 있어. 어젯밤도 포함해서.” 그 말을 들은 온다연의 가슴 깊은 곳에서 서서히 묵직한 고통이 밀려왔다. 마치 마음 한구석이 커다랗게 도려내진 듯 아픔이 반복되었고 무감각해지려고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온다연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염지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기다리다 보면 언젠간 되겠죠.” 경원시에 도착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94화

    그 말에 염지훈은 살짝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네. 좋아! 네 말대로 해보자.” 그는 곧바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렸다.“준철아, 놈들을 다른 길로 유인해. 최대한 멀리 끌고 가.”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준철의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좋습니다! 운전은 제 전문이니까요!” 잠시 후, 흰색 차량은 천천히 출발했다.온다연의 예상대로 검문은 철수되어 있었고 두 사람이 탄 차는 순조롭게 경원시를 빠져나왔다.그렇게 깊은 밤이 지나고 차는 한 저택 앞에 멈췄는데 문 앞에서는 이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이 내리자 한 사람이 급히 나와 인사했다. “도련님, 도착하셨군요!” 이 저택은 전통적인 중식 건축 양식을 띠고 있었으며 유강후의 전통 한옥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마당에는 커다란 파초 나무와 연못이 조화를 이루며 운치 있는 풍경을 자랑했다. 그러나 온다연은 이 모든 것을 감상할 여유가 없었고 방 한쪽에 기대어 휴대폰 화면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화면에는 임정아와 관련된 더 많은 부정적인 소식이 떠오르고 있었다.‘아저씨는 내 주변 사람들까지 가만두지 않는데 내가 그 사람한테 잡히면 정말 감옥처럼 갇혀 살다 쓸쓸히 죽게 되는 걸까?’ ‘내 아들은 지금 그 여자 품에서 편히 잠들어 있을까? 그녀는 아이를 잘 보살피고 있는 걸까?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걸까?’ 온다연은 순간적으로 우림도 떠올랐다. 비록 친아들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 아이에게서 많은 정을 느꼈었다.이런저런 생각이 들자 온다연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 천천히 흘러내리는 눈물은 밤이 깊어질수록 멈출 줄 몰랐다. 동이 틀 무렵, 온다연은 탁자에 엎드린 채 잠들었다.염지훈이 방에 들어섰을 때 이미 온다연은 창가의 탁자에 엎드린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가가 그녀를 침대로 옮기려 했지만 손끝에 느껴지는 온도가 이상하리만치 뜨거웠다. 이상한 느낌에 염지훈은 온다연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고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