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빌딩, 지하 2층.이강현은 톰슨을 끌고, 진효영과 우지민과 함께 홍천빌딩에 도착했다. 거기에는 정중천의 부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이강현이 오자 정중천의 부하들은 모두 굽실굽실하며 일제히 소리쳤다. “안녕하십니까.”“얘기 들었지?”“네, 중요한 인물을 가두신다고 말씀 들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 안에 감금실 하나가 있는데 벽, 바닥, 천장 모두 철판으로 만들어서 금고 같이 안전이 보장됩니다.”부하 한 명이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강현 일행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이리저리 돌다가 그들은 은행 금고문처럼 생긴 금속 대문 앞에 도착했다.“여기 암호키랑 홍채 확인을 거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길 만드느라 많이 애썼어요.”“보기에 그럴듯한데, 어서 문을 열어.” 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했다.“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부하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다시 홍채 검증에 눈을 돌렸다. 한 차례 조작이 끝나자 강철로 된 문이 천천히 열렸다.큰 방은 아니지만 벽 전체가 철제였다. 방 한가운데에는 철제 의자가 여러 개 있었고, 의자 다리는 철제 바닥에 용접되어 있었다.부하는 안으로 들어가 수갑과 족쇄를 꺼내고, 짜릿한 웃음을 지으며 톰슨을 바라보았다.도망갈 수 없도록 의자에 잠그는 게 좋아요, 우리 보안은 감옥보다 더 튼튼해요, 여기 가두어 놓으면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이강현은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톰슨을 밀치고 방으로 들어갔다.톰슨은 마치 다가올 운명에 항복한 듯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서 앉죠, 설마 제가 모시기를 기다리는 건가요?”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이럴 순 없어. 넌 나에게 자유를 주겠다고 약속했어. 날 풀어주지 않아도 이렇게 가둬서는 안 돼!”톰슨 얼굴에 슬픈 표정을 드러냈다.“의자에 앉을지, 아니면 두 다리가 부러지는 걸 볼지 생각해 보세요.”이강현의 목소리는 차가웠다.톰슨은 표정이 굳어지며 순순히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톰슨이 의자에 앉자 정중천의 부하가 수갑과 족쇄를 들고
메시지를 보낸 후 이강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톰슨을 바라보았다.“하마터면 잊을 뻔했네요, 내 친구 400억 베팅한 돈 줘야죠.”톰슨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당황하며 말했다.“오, 오해야, 전에 작은 착오가 있었는데 지금 연락해서 계좌이체 하라고 할게.”톰슨은 벌벌 떨리는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어서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어, 나야! 전에 이강현 우승에 베팅하여 이긴 돈, 그 사람 계좌에 빨리 넣어줘!”톰슨이 소리쳤다.라우드는 언짢은 듯 투덜거렸다.“무슨 소리야, 우리 반씩 나누기로 했잖아, 왜 이제 와서 주라고 하는 거야, 미쳤어?”“라우드! 너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바로 이체하라고!”“합리적인 설명을 해줘야지, 떼먹기로 하고서 지금 말을 바꿔 이 큰 돈을 그 자식들이게 주겠다고?”라우드는 아쉬웠다. 그건 몇 억, 심지어 몇 십 억도 아닌 6천억이다. 달러로 환전해도 4억이 넘었다.그렇게 많은 돈이라면 라우드는 할리우드의 대스타도 찾을 만하다.톰슨은 칼을 들고 라우드를 베고 싶은 심정이다.“프랑크! 너 내 말 안 들을 거야?! 너 지금 이체하지 않으면 너를 포함한 네 가족 다 죽을 줄 알아!”“알았어, 근데 너무 실망이야, 네가 이번에는 배짱이 있는 줄 알았지, 또 이렇게 겁먹을 줄이야, 알았어, 좀 있다가 계좌에 이체할 게!”라우드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었다. 톰슨은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 ‘내가 원해서 이러는 줄 알아?! 이강현을 만나지만 않았더라면…….’“내가 사람을 시켜 보내도록 했으니 곧 계좌이체 소식을 받을 거야.”톰슨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웃으려고 애쓰고 있었다.“전에 당신들에게 납치된 정중천의 아들은 어떻게 됐나요? 당신들이 대회를 위해 정중천을 협박하려고 납치한 사람 말이예요.”“그 일은 본사 사람이 맡아서 진행한 거라 자세한 상황은 나도 잘 몰라, 아니면 내가 전화로 확인해 볼 게.”톰슨은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자기에게 연루된 일이 너무나도 많아 도대체 누가 자
“죽고 싶어?! 보스한테 어떻게 설명해!”마이크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마이크, 내 생명과 안전을 먼저 지켜야 하지 않겠어? 너만 나를 구해준다면, 보스한테 내가 보고할 게, 모든 일은 내가 책임져!”마이크는 잠시 침묵을 지키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책임지기는 개뿔, 위에는 내가 보고해, 정중천의 아들로 너를 바꿀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도 뿐이야, 하느님께 널 지켜달라고 빌어!”말을 마친 후 마이크는 전화를 끊었다.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힘껏 쥐어뜯으며 마이크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빛이 떠올랐다.작전 임무에 실패하면 큰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건 마이크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이 될 것이다.속으로 몇 마디 불평하고, 마이크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섰다.곧 빅보스의 사무실 밖에 도착했다. 예쁜 비서가 데스크에 앉아 차가운 눈빛으로 마이크에게 다가왔다.“자리에 계시지 않습니다.”“보스를 만나야 하는 중요할 일이 있는데 연락 좀 부탁드려요.”마이크는 집요하게 말했다.“보스가 아주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셔서 지금은 조수 톰만 있어요, 톰을 연락해드릴까요?” “어쩔 수 없네요, 톰이라도 만나죠.”비서가 책상 위의 전화를 들고 몇 마디 말한 후 비서는 마이크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들어가셔도 됩니다.”“고마워요.”비서가 책상 위의 버튼을 누르자 금속 대문이 천천히 열렸다.마이크는 빠른 걸음으로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의자에 누워 위스키 한 잔을 들고 흔들고 있는 톰을 보았다.“마이크, 내 흥을 깨뜨렸어, 알겠어?”“죄송하지만 중요한 일이 생겨서 보고드리러 왔습니다.”톰은 위스키를 가볍게 한 모금 마시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무슨 중요한 일이 있는지 말해봐.”“톰슨이 작전에 실패하여 상대방에 잡혔습니다. 그들은 정중천의 아들과 톰슨을 맞바꾸기로 요구했고요.”톰 얼굴의 미소가 순간적으로 굳어지면서 뒷어금니를 꽉 깨물었고, 얼굴의 근육이 툭툭 튀어 올랐다. 이
마이크는 약간 떨면서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네, 이번에 실패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흥, 보험이라 생각하고, 제11전투팀을 데리고 가.”“감사합니다.”마이크는 조금 흥분한 기색을 보였다. 제11전투팀은 그냥 평범한 전투팀이 아니다.브루트 경이 장악한 세력 중 가장 강력한 11개 전력 중의 한 팀이고, 순번이 앞일수록 그만큼 실력이 더 강하다.제11전투팀은 이들 중 제일 마지막 순번이지만 이미 많은 작전을 수행해왔고, 만군 중 참수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특전사로 비교하면 제11전투팀은 특전사 중 최고이고, 최정상의 존재이다.“그래, 빨리 실행해.”톰은 차갑게 말했다.“예!”마이크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나갔다. 그리고 자기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톰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톰슨, 너 운 좋은 줄 알아, 보스가 동의했어, 정중천의 아들과 널 바꾸겠대, 우리 아마 내일 오후에 도착할 거야, 시간은 내일 저녁 8시로 하고 장소는 걔네한테 정하라고 해.”“마이크 정말 고마워, 돌아가서 내가 크게 쏠게!”톰슨은 너무 고마워서 울음이 나올 것 같았다.“쓸데없는 소리 말고 장소를 정해놓고 바로 알려줘.”“알았어, 바로 너한테 알릴게.”톰슨은 전화를 끊고 웃으며 이강현을 바라보았다.“동의했어, 시간은 내일 저녁 8시로 하고, 어디에서 만날지는 너희들이 정해, 장소가 잡히면 내가 알릴게.”“알았어요, 여기 가만히 있으세요.”이강현은 진효영과 우지민에게 손짓하고 뒤돌아 나갔다.이강현을 따라 다들 나오자 정중천 부하가 대문을 다시 닫았다.이때 정중천이 헐떡거리며 달려왔다.이강현을 보자마자 입술을 꿈틀거리며 물어보고 싶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왜 왔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드님 일은 해결되었습니다. 내일 저녁 8시에 당신 아들과 톰슨을 교환하기로 했어요. 장소는 그쪽이 정하고 톰슨한테 알려주면 톰슨이 전달할 거예요.”“고맙습니다, 제 못난 아들이 심려를 끼쳐 드렸군요.”“아니에요, 아드님도 봉변을
돌아가는 길에 우지민은 차를 몰면서 신이 나서 말했다.“사부님, 방금 은행 입금 문자 받았는데 6000억이에요! 제 능력으로 이 많은 돈을 번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우지민은 부잣집 아들로 몇 천 억의 투자를 맡은 적은 있지만 그건 집에서 그를 단련하기 위해 내세운 것에 불과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냥 마스코트 역할이고 일은 아랫사람들이 다 해서 기본적으로 우지민은 그냥 마지막 사인만 한 셈이다.예전에 우지민이 직접 참여한 프로젝트 수익은 기껏해야 몇 억뿐이라서 이번에 단숨에 5000억이 넘는 순익을 남겼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진효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하게 말했다.“그게 네 능력으로 번 돈이야? 이강현 오빠가 없었더라면 넌 한 푼도 가질 수 없었어.”진효영의 말은 찬물을 머리에 쏟아붓은 것처럼 우지민으로 하여금 순간 정신차리게 하였다.“맞는 말이예요, 다 사부님이 계셔서 이 정도 돈을 벌 수 있었어요, 방금 제가 주제 넘었어요.”“알았으면 됐어, 사람은 주제 파악을 잘해야 돼.”진효영은 말을 마친 뒤 이강현의 팔을 껴안았다.“이강현 오빠, 제 말이 맞죠? 우지민이 주제 파악 못하는 거 제가 정신 차리게 했어요.”진효영은 자랑하며 고개를 쳐들고 칭찬을 청했다.이강현은 진효영이 안고 있던 팔을 다시 뽑으려고 애써 노력하고 있었다.이강현의 의도를 눈치챈 진효영은 이강현의 팔을 더욱 힘껏 껴안고 볼을 부풀리며 이강현을 노려봤다.“이강현 오빠, 안게 놔둬요, 이래야 저도 안심이 된 단 말이예요. 돌아가면 않을 수도 없잖아요.”진효영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애교를 부렸다.이강현의 골치 아픈 듯 이마를 힘껏 문질렀다.“제 정신이야? 너 계속 이러면 집에서 나가.”“잉잉, 불쌍한 사람을 쫓아내세요? 저도 빨래, 요리 다 할 수 있어요, 잠자리도 따뜻하게 해 놓을 수 있고요.”진효영의 목소리에는 애교가 가득했다.이강현은 견딜 수 없다는 듯 눈을 감고 말했다.“조용히 해, 머리 아파.”“왜요? 왜 조용히 하라고 해요.”진효영
우지민은 이강현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물었다.“너 레이싱 클럽을 차리려고 한 거 아니었어? 그럼 이 돈을 쓰면 되겠네, 원일그룹 쪽에 아직 빈 땅이 있으니 그 자리 떼어줄 게.”당시 이강현은 큰 돈을 드리고 적지 않은 면적의 땅을 사 놓아서 아직 남은 땅이 많아 마침 우지민에게 일부를 주면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아니면 땅을 마련하는 것도 꽤 많은 돈이 들 것이다.“감사합니다, 사부님. 이 클럽을 반드시 평생 사업으로 잘 운영하겠습니다!”우지민이 진지하게 말했다.이강현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진효영을 데리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집에 돌아와 부모님을 모시고 티비를 보고 있던 고운란은 이강현이 돌아오자 웃으며 반겼다.“왔어? 우지민은 잘 가르쳤고?”고운란이 궁금해서 물었다.이강현은 고운란 곁에 가서 앉았다.“뭐 그럭저럭, 기초는 있는데 큰 재능은 없어, 앞으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을 거야, 근데 지금 레이싱 클럽 차리려고 하는 생각인데 이것으로 꿈을 이뤄도 나쁘지 않아.”옆에서 듣고 있던 최순이 이강현을 쳐다보며 물었다.“원일그룹은 어떻게 된 거야? 네한테 그런 백이 있었어?”“백이 아니라 운이 좋았던 거죠, 마침 원일그룹에서 사장 모집하고 있어서 운란을 추천한 것뿐입니다. 운란이 능력을 보고 채용한 거예요.”이강현은 얼굴을 붉히지도 않고 거짓말을 하였다.최순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이강현을 바라보았다. 왠지 지금의 이강현이 자신이 알고 있는 이강현과 달라 보였다.‘아무런 쓸모도 없던 놈이 어떻게 운란을 사장으로 추천할 수가 있지?’최순의 마음은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 놀라움 뒤에는 의심이다. 생각할수록 이해할 수 없었다.“거짓말하지 마, 원일그룹에 이 선생이라는 부자가 있다고 들었는데 너 그 사람과 무슨 관계야? 설마 그 사람 아들인 건 아니겠지?”이강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최순을 쳐다보았다.‘이게 다 뭔 일이야, 내가 내 아들이라고?’“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최순의 입장에서는 이강현이 돈 많은 아버지가 생기기를 바랬다. 그럼 부잣집 사돈이 될 수 있고 언니들 앞에서도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고운란이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런 돈 많은 아버지 없으니까 마음 놓으세요.”“에이!”최순은 크게 한숨을 쉬며 기대의 불꽃을 꺼버렸다.고운란도 같이 부정하는데 이강현을 끌고 그 이 선생을 찾아갈 수도 없었다.고건민은 최순을 노려보며 가장의 위엄을 드러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모든 것은 자신의 능력에 달려 있어, 운란이 원일그룹의 사장이 되었으니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도록 해라.”“노력해야죠, 요즘 공부도 하고 있어요, 제가 꼭 원일그룹을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만들 거예요.”고운란의 활력이 넘치는 목소리이다.고건민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각오 있으면 돼, 사장이 되려면 다방면의 지식과 결단력이 필요한 거야, 요 며칠간 집에서 잘 준비하고 있어.”“네, 이제 곧 책이나 읽고 공부할 거예요.”고운란은 고건민에 말에 응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이강현에게 윙크를 날리고 나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따라 방으로 걸어갔다. 진효영은 살짝 입을 삐죽거리며 얼굴에 웃음을 띠고 최순 곁에 앉았다.“아줌마,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내일 장 보러 갈 건데 제가 맛있는 거 해줄게요, 어때요? 여기에 온 지도 며칠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아 좀 미안하네요.”최순은 웃으며 말했다.“아이고, 애도 참 바르다니까. 아 맞다, 너한테 소개한 내 큰 조카 정말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래?”진효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우리 어울리지 않아요.”“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뭐, 아줌마 아는 애들이 많아, 고향 언니 집 아들인데 애 좋아, 몇을 더 소개해 줄게.”최순은 신나서 진효영을 끌고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이강현은 고운란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고, 고운란은 이강현을 끌고 탁자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봐봐, 원일그룹에 대한 내 초기 계획이야.”“사장은 너야, 이런 건
진효영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아줌마, 저 전화 좀.”진효영은 마음속으로 전화를 걸어온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이 전화에 목숨을 건진 셈이다.최순은 어쩔 수 없이 멈춰서 진효영에게 먼저 전화를 받으라고 했다.전화를 들여다보던 진효영은 발신번호가 권무영인 것을 보고 순간 고마웠던 마음이 거부감으로 변했다.만약 권무영의 전화와 최순의 잔소리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진효영은 최순의 잔소리를 선택하고 싶었다.그러나 권무영의 전화는 진효영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정말 중요한 일이라면 듣고 이강현에게 알려야 했다.진효영은 핸드폰을 들고 구석에 가서 수신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왜 이제야 전화를 받아?”권무영은 불쾌한 듯이 말했다.“이강현 장모님 모시고 얘기 중이예요, 무슨 일 있으면 빨리 말해요, 아니면 눈치 챌 수 있어요.”진효영이 핑계를 댔다.권무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감정을 참으며 말했다.“그 옥룡벽 위치가 어디야?”“안쪽 안방 화장대 구석에 있어요.”진효영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저녁에 내가 사람을 시켜 그 옥룡벽을 훔치도록 할 테니, 너는 가능한 한 협조해.”“뭘 어떻게 해라는 말이예요, 들통이 나면 어쩌려고요, 맞아 죽어요!”진효영이 심드렁하게 말했다.“상황을 지켜보면서 협조하면 돼!”“허허, 지금 상황은 나서지 않는 거예요, 그냥 모르는 척 잘래요, 끊어요.”예전에 고양이처럼 얌전했던 진효영이 지금은 감히 자신에게 대들다니 권무영은 이를 갈았다.“너 지금 간이 부었구나! 이 일 끝나면 너 교육 다시 해야겠어.”권무영은 화가 나서 전화를 끊고 이를 물고 이빨을 힘껏 갈았다. 마치 진효영을 잡아먹어버릴 모습이다.멀지 않은 침대 위에 누워있던 얇은 망사 잠옷 차림의 황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권무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일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사람 시켜 오늘 저녁 훔쳐오도록 했습니다.”권무영은 진지하게 말했다.황후는 눈을 감고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