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는 문득 심명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강성대학교 정문 앞에서였다. 그날도 지금처럼 깔끔하게 차려입고, 의도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소희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한가득 실린 꽃을 받아달라고 강요했다.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그 차 한가득 담긴 붉고 화려한 장미들이 떠오른다. 마치 그의 존재처럼 불타오르는 듯 강렬했다.만약 그날이 시작이었다면, 오늘은 끝이리라. 심명은 여전히 인생을 놀이처럼 살아가도 좋고, 누군가와 사랑하며 한 명의 따뜻한 여자를 사랑해도 좋았다. 그러나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했다.고요한 복도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쳤다. 심명은 느긋하게 몸을 기둥에 기대고 있었다. 희미한 빛이 심명의 길고 선명한 속눈썹에 드리우며 교차했고,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엔 물결이 이는 듯했다. 또한, 연한 분홍빛이 눈가에 스쳐 지나가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심명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는 분홍과 흰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어깨에 닿는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걸어왔다.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고, 여전히 순수하고 맑은 기운을 내뿜었다.그 순간, 주변의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는 모두 멀어졌다. 내일 있을 결혼식도, 바깥의 축하객들도 사라진 듯했다. 그는 단지 이곳 운성에 들렀다가 우연히 소희를 보러 온 것 같았다.소희는 그를 차갑게 쫓아낼 수도 있었고, 아니면 한 끼 식사하자며 그를 초대할 수도 있었다. 만약 식사하게 된다면, 두 사람은 거리낌 없이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었다. 소희는 심명을 바람둥이라 조롱하고, 심명은 소희가 자신처럼 완벽한 남자를 두고 임구택 같은 쓰레기를 선택한다고 비웃었을지도 모른다.소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현실이 빠르게 다가왔다. 의식이 뚜렷해지며 심명의 마음을 일깨웠다. 심명이 사랑하는 이 여자는 내일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심명은 선명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빛났다.“원래는 내일 결혼식에 바로 가려고 했
“내가 결혼할 땐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네가 결혼하려고 하니 마음이 묘하네.”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냥 하나의 의식일 뿐이야.”그러자 연희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결혼식은 단순히 의식이 아니야.”소희는 잔 속의 술을 가만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희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소희야, 우리가 안 지 얼마나 됐지?”소희는 대답했다.“굉장히 오래됐지. 굳이 정확한 숫자를 기억할 필요는 없어.”연희는 잔을 들어 소희와 부딪치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연희는 잔을 비우고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기억나. 네가 강성에 처음 왔을 때 우리가 같이 밥을 먹던 날. 네가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너무 놀라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잖아!”“그리고 네가 임구택과 결혼했다고 했을 때, 나는 당장이라도 네 집에 달려가 때려주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말렸지. 네가 자발적으로 결혼한 거라면서.”“그때는 정말 믿기지 않았어.”연희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소희야, 내가 가장 존경하는 게 바로 너의 그 침착함이야!”소희는 잔을 쥔 채로 미소를 지었다.“한 번에 성공할 수 없을 때는 기다려야 해. 가장 좋은 시기를 잡을 때까지.”연희는 찡그리며 물었다.“그런데 만약 그 3년 동안 임구택이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어쩌려고?”소희는 시선을 낮추며 답했다.“그 사람은 자신이 결혼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지 않았을 거야.”연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렇게 자신 있어?”소희는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 나도 도박을 한 거야.”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이때 우청아가 다가와 물었다.“둘이 무슨 얘기길래 웃어? 크게 웃어봐. 우리도 듣게.”연희는 눈을 들어 맑게 웃으며 말했다.“너, 왜 아직도 장시원 오빠랑 결혼 안 해?”그녀는 말을 마치고 유정을 쳐다보며 말했다.“나랑 소희는 결혼했으니, 다음은 누구 차례지?”유정은 바로 대답했다.“난 절대 아니야!”유정은 조백림과의
모두가 서로의 말을 이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청아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신비한 대기업 사장을 경계해야겠네. 빈틈을 보여선 안 되겠어!”연희가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그가 빈틈을 노리는 걸 막긴 어려울걸!”청아는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작업실을 안 여는 게 낫겠어!”연희는 농담처럼 말했다.“그러면 시원 오빠가 네 회사를 인수해 버릴지도 몰라!”청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쉬었다.“결국 평생 그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하는 운명인가 봐?”연희는 청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 그 사람과 결혼해서 네 밑에서 일하게 만들어.”이에 청아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줄 수 없어?”유정이 대화를 이어받으며 말했다.“연희의 방법은 간단해. 침대에서 이기는 거야!”연희는 유정을 향해 눈길을 보내며 환하게 웃었다.“침대에서 이기는 게 뭐가 나빠? 간단하고 확실하지. 너 지금은 웃고 있지만, 언젠간 너도 그 맛을 알게 될걸?”유정은 급히 대답했다.“아니, 나는 절대 비웃는 게 아니라 정말로 존경하는 거야!”연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그럼 내가 방법 하나 가르쳐줄까? 확실히 조백림이 너에게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어!”유정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됐어. 나는 그 사람을 굴복시킬 생각도 없어.”옆에서 강솔은 음료를 조심스레 홀짝이며 얼굴이 살짝 붉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화영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다 술에 취한 거 아니야? 이런 대화까지 하다니! 강솔은 이제 막 남자친구를 사귄 순수한 아가씨인데, 너희 말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잖아!”“어?”강솔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더욱 붉어진 얼굴로 당황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순진한 모습에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이 잦아든 뒤, 청아가 물었다.“그런데 양재아는? 오늘 여기 안 오기로 했어?”소희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며 대답했
소희는 초점을 달빛에 맞추었다. 달빛은 맑고 고요하게 비추었고, 담벼락과 꽃나무는 서로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고풍스럽고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희미하게 번져 한데 모였고,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과 음식 역시 흐릿한 그림자처럼 보였다.임구택이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너는?]소희는 잔잔하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이틀 동안 우리는 못 보잖아.][사진도 보면 안 돼?][응! 아니면 애틋함이 적어지잖아.][안 적어질 텐데. 일단 알겠어.]소희는 구택의 장난스러운 메시지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그들이 대화를 나누던 중, 유정이 조백림과 연결된 영상을 틀었다. 화면 속 백림은 높은 곳에 서서 별장에서 진행되는 결혼식 전야제의 장관을 비추고 있었다.유정이 핸드폰을 높이 들어 모두가 보게 했고, 연희는 즉시 화면에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우리 노명성 어디 있어? 남편 보고 싶어!”유정은 웃으며 외쳤다.“연희가 남편을 보고 싶다네!”백림의 차분한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전해졌다.[자기 남편 보고 싶은 사람 더없나? 다 보여줄게!]강솔이 손을 번쩍 들었다.“나! 진석 보고 싶어!”강솔이 들러리로 나섰기 때문에 진석은 자청해서 들러리 역할을 맡았다. 지금 그도 별장에 있었다.백림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며 화면이 살짝 흔들렸다. 화면에는 잔디밭 위에 사람들이 보였다. 저녁 만찬을 즐기고, 폭죽을 터뜨리고, 춤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잔디밭 아래에는 길게 늘어선 식탁이 있었고, 각종 술과 음식이 가득 차 있었다. 구택은 상석에 앉아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자유롭게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중에서도 시원은 요요를 품에 안고 있어 더욱 눈에 띄었다. 요요는 핸드폰 화면을 보자마자 흥분해서 외쳤다.[아빠! 엄마가 보여요!]장시원은 핸드폰을 향해 미소 지으며 요요의 손을 흔들어 보였다.[우리 여기 있어, 자기야!]시원이 공공연히 청아를 자기야 라고 부르자, 청아는 얼굴에 붉은
조백림이 웃으며 말했다.[나는 다 같이 즐기라고 하는 건데, 너희는 너희 집 간미연 보고 싶지 않아?]오늘 모두 약속했던 것은, 누구도 전화를 하거나 영상을 보내지 않는 것이었다. 과연 누가 먼저 참지 못할지 보자는 것이다.장명원이 곧바로 외쳤다.[미연아, 여보! 보고 싶어!]소희 쪽에서 미연이 우청아와 대화 중이었다. 명원의 외침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뒤돌아보았다.“조용히 좀 해!”이에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고, 소희는 임구택을 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 둘은 따로 대화하자.”구택은 아쉬운 눈길로 소희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나서야 핸드폰을 노명성에게 넘겼다.명성은 의자에 기대며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금테 안경이 은은한 빛을 반사했다. 얇은 회색 V넥 셔츠를 입고 있어 더욱 차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풍겼다.[특별히 할 말 없으면 술 좀 줄여.]연희는 소희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걱정 마. 소희가 여기 있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하겠어?”그 말에 소희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무리 말려도 네가 들을지는 모르겠네.”연희는 눈을 부릅뜨며 소희를 쳐다보았다.“소희야, 내가 너 술 마신 거 임구택에게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내 편을 안 들어줄 거야?”소희는 연희를 향해 장난스럽게 손에 묻은 양념을 얼굴에 바르려 하며 말했다.“그럼 난 네 비밀을 지킬 필요도 없네!”연희는 큰소리로 웃으며 피했다.“임구택 사장님! 소희가 화가 났으니 어서 와서 아내 좀 다독여요!”그때 소희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구택이 전화를 건 것이다. 소희는 손을 닦고 연희를 내버려둔 채, 한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구택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진짜 술 마셨네?]소희는 대답했다.“조금 마셨어. 다들 즐거운 분위기라서 깨기 싫었거든.”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질문하려고 전화 건 건 아니야.]소희는 의아하게 물었다.“그럼 왜?”[너한테 전화 걸 핑계가 필요했어.]구택의 목소리가 점점 감미로워졌
소희는 회랑을 따라 걸어가며 중정 정원에 이르렀다. 그곳에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서 있었다. 눈에 띄게 키가 큰 한 사람은 소희가 한눈에 알아보았다. 바로 강시언이었다.그의 맞은편에는 한 여자가 서 있었는데, 술에 취한 듯 몸이 휘청거렸다. 붉게 물든 뺨과 나른한 태도에서 그녀가 술에 취했음을 알 수 있었다.“시언 오빠, 나랑 조금만 더 이야기해 주면 안 돼요?”시언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서경아, 술을 많이 마셨어.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호텔로 데려다줄게.”“호텔은 싫어요! 오빠의 집 비어 있잖아요. 아무 방이나 주면 되잖아요!”서경은 앙탈을 부리며 시언의 핸드폰을 뺏으려 했다.“오빠 너무 야박한 거 아니에요?”시언이 몸을 살짝 피하자, 서경은 균형을 잃고 옆으로 넘어지려 했다.그 순간, 한 손이 불쑥 뻗어 그녀를 받쳐주며 시언 앞에 섰다. 청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도서경 씨.”서경은 눈을 크게 뜨고 소희를 보며 몸을 바로 세웠다. 그녀는 취기에 나른한 웃음을 띠며 말했다.“소희 씨 맞죠?”소희는 서경을 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었다. 서경은 예뻤고, 군에서 자라와서 그런지 성격이 직설적이고 활달했다.“소희 씨, 결혼 축하해요! 오늘 당신의 결혼 축하하느라 샴페인 정말 많이 마셨어요!”서경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소희 씨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어린아이 같았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결혼하네요. 시언 오빠도 아직 결혼 안 했는데, 소희 씨가 먼저 하다니!”소희는 잔잔히 웃으며 말했다.“그러게요. 서경 씨는 남자친구가 있나요?”서경은 고개를 저으며 갑자기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요.”소희는 조용히 말했다.“지금은 늦었으니 제가 사람을 불러 드릴게요. 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쉬는 건 싫어요! 더 술 마시고 싶어요. 그리고 시언 오빠랑 계속 같이 있고 싶어요!”서경은 앙탈을 쓰면서 계속 시언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낮고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서경아!”도선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게 아니면 뭐겠어?”강시언은 얼굴을 굳힌 채 강렬한 압박감을 내뿜고 있었지만, 소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시언은 입을 꾹 다문 채 앞으로 걸어가며 대답하지 않았다. 단순한 존경일 뿐이라는 말에 얼굴빛이 변한 그를 보며, 소희는 묘하게 웃음이 났다.소희는 시언을 따라가며 그의 굳은 옆얼굴을 바라보았다.“내일 강아심이 오면, 오빠가 직접 물어보던지.”시언은 걸음을 멈추고 소희를 돌아보며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날 놀리려고 했던 거야?”“말 한마디에 오빠 얼굴이 변하다니!”소희는 장난스럽게 말했다.“뿌듯하네!”시언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음을 터뜨렸고, 소희의 머리를 잡으려 손을 뻗으며 말했다.“이젠 이 꼬마가 나를 농락할 정도로 겁도 없네!”소희는 몸을 재빨리 피하며 말했다.“전부터 오빠를 무서워한 적은 없었어!”두 사람은 웃고 떠들며 강재석의 방 앞에 도착했다. 방 안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다.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강재석은 책상 앞에 앉아 사진첩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오자 안경을 벗으며 웃었다.“둘이 어떻게 같이 왔어?”“다들 할아버지랑 얘기하고 싶어서요. 우연히 생각이 같았네요.”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 의자에 앉아 물었다.“할아버지, 뭘 보고 계셨어요?”강재석은 웃으며 말했다.“네 어릴 적 사진을 보고 있었지.”소희는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제 어릴 적 사진이요? 전 한 번도 본 적 없어요!”시언은 찻잔 두 개에 차를 따르고 강재석과 소희 앞에 놓으며 말했다.“나도 기억이 없네.”강재석은 낡은 갈색 가죽 표지가 있는 두 권의 사진첩을 꺼냈다. 세월의 흔적으로 반짝이는 그 표지는 꽤 오래된 것처럼 보였다.“여기, 이건 네 거야.”그는 한 권을 소희에게 건네고, 다른 한 권을 강시언에게 내밀었다.“이건 네 거고.”소희는 찻잔을 내려놓고 시언과 함께 사진첩을 열었다. 그리고 잠시 멈칫했다.사진첩의 첫 페이지에는 네 장의 사진이 있었다. 소희가 처음 강씨 저
소희는 사진첩을 계속 넘겼다. 여섯 살, 일곱 살, 여덟 살, 그리고 성인이 될 때까지.소희는 차분한 성격 탓에 사진 찍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사진이 많지는 않았지만, 찍을 때마다 강재석은 사진을 인화해서 보관하며 그녀가 자라는 모습을 해마다 기록했다.소희와 오빠는 점점 성장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강재석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었다.소희의 눈이 어느새 흐려졌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사진첩을 계속 넘겼다.시언의 사진첩도 소희의 것과 비슷하게 매년 몇 장씩 있었다. 단독 사진도 있었고, 가족사진도 있었다. 하지만 시언의 사진첩은 내용이 더 풍부했다. 갓 태어났을 때부터의 사진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잠시 후, 시언은 사진첩을 덮으며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그땐 사진 찍는 게 귀찮았는데, 지금 보니 정말 의미가 있네.”강재석은 차 한 모금을 마시며 소희에게 물었다.“원래 이 사진첩을 네 혼수품에 넣어주려고 했는데, 고민 끝에 그러지 않았어. 네가 원하면 복사해서 하나 만들어 줄게.”소희는 고개를 들며 물기를 머금은 눈으로 말했다.“복사할 필요 없어요. 그냥 할아버지께 두세요. 보고 싶을 때 언제든 와서 볼게요.”강재석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러자.”시언은 사진 한 장을 가리키며 소희에게 말했다.“이 사진은 내가 너를 훈련소에 데려갔을 때 찍은 거야. 할아버지가 걱정돼서 직접 너를 보겠다고 하셔서 내가 급히 찍었지.”“그때 너 정말 많이 탔고, 얼굴에 상처도 있었어. 할아버지가 이 사진을 보고 바로 나한테 전화해서 호되게 혼내셨어. 너를 당장 집으로 데려오라고 하셨거든.”소희는 몸을 기울여 사진을 살펴보았다. 사진 속 소희는 이마에 붕대를 감고 얼굴에는 상처가 있어 모습이 조금 처참해 보이기도 했다.이에 소희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에게 이런 사진이 있는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진을 보며 소희는 훈련소에 처음 갔던 시절이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잊고 있던 많은 기억이 다시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
“아저씨, 오랜만이에요!”“강시언!”시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언제 도착했어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좀 전에.”이어 도도희는 임씨 집안의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축하를 전했다.다른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던 도경수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도도희를 보았다. 도도희를 보자 그의 손이 떨렸고, 들고 있던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양재아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저분이 제 엄마예요?”도경수는 전화를 끊고 천천히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도희!”도도희는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를 본 순간, 도도희의 얼굴에 머금었던 온화한 미소가 굳어졌다.오랜 세월 동안 그녀의 기억 속 아버지는 언제나 고집스럽고 자신만만하며 독선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머리는 이미 백발이 섞였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때 자부심과 오만으로 가득 찼던 그의 모습은 세월 앞에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도도희는 천천히 걸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도경수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가득 찼고,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재아는 서둘러 티슈를 가져와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도경수와 도도희 부녀의 사연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임시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결혼식이 곧 시작되니 저희는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두분은 편히 이야기를 나누시죠. 이따가 두 분을 귀빈석으로 안내하도록 하겠으니.”도도희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감사드려요.”임시호는 임씨 집안 사람들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도경수는 눈물을 닦으며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듣기로는, 네가 아이들에게 수업하고 있다더군. 수업은 잘 진행되고 있니?”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끝날 거예요.”“그렇구나. 산골은 비가 자주 와서 위험할 수도 있어. 네 몸조심해야 한다.”“알고 있어요.”“수업이 끝나면 내가 운성으로 널 데리러 갈
운성 별장.결혼식이 시작되기 직전, 하객들은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 몇 달간 공들여 준비한 성의 결혼식장은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경탄하게 했다.20미터가 넘는 거대한 돔 천장에는 불빛이 비쳐 깊고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천장 주변에는 선명한 그림들과 함께 야광석과 각종 보석이 박혀 있었고, 웅장한 부조 조각들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더했다.천장 아래에는 크고 작은 100여 개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늘어서 있었고, 빛나는 불빛은 화려한 천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공간 전체는 장엄하면서도 로맨틱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꽃으로 둘러싸인 유리 다리는 결혼식장 무대로 이어졌고, 무대에는 5미터 높이의 성 모형이 있었다.이 성은 수천 킬로그램의 설탕 공예로 만들어진 것으로, 7개의 건물, 회랑, 벽, 다리까지 모두 실물처럼 섬세하게 제작되었다.금색 지붕은 거대한 쿠키로 구웠으며, 주 벽면은 설탕 공예, 문과 창문은 초콜릿으로 만들어졌다. 그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로 장식되어 있었다.이 거대한 설탕 성은 크기가 충분히 커서 어른 수십 명이 들어가도 공간이 넉넉할 정도였다. 이를 제작하는 데 들어간 인력과 비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결혼식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거대한 디저트 성에 눈을 뗄 수 없었다.“이 성은 내 모든 상상을 다 만족시켜요. 안에 들어가 보고 싶네요!”“들었는데, 신부가 단 음식을 정말 좋아해서 사장님이 특별히 와이프를 위해 준비한 디저트 하우스래요!”“와, 이건 정말 애처가의 끝판왕 아닙니까?”“전에는 라이브 방송에서 사장님이 준비한 다섯 개의 티아라를 보고도 놀랐는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네요!”“여기서 나는 건 케이크 냄새가 아니에요. 순도 100%의 돈 냄새라고요!”...기자들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올렸고, 새로운 화제가 즉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기존의 검색어는 임구택의 티아라 다섯 개, 티아라의 가치와 유래, King의 티아라 등이었지만,
유정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마음껏 조백림에게 술을 먹여. 내가 눈 하나 깜짝하는지 두고 보자고.”유정은 말을 마친 뒤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어차피 조백림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진우행 씨나 구은정 씨도 있잖아요!”유정이 우행의 이름을 꺼내자, 소희의 립스틱을 바르던 화영의 손이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다시 아무렇지 않게 집중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꽃다발을 들고 있던 유진이 급히 말했다.“우리 사장님은 소희의 친정 식구예요. 사장님을 괴롭히면 안 되죠!”유진의 말이 끝나자 연희와 유정이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었다. 연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유진아, 구은정 씨를 이렇게 걱정하는 이유가 뭐야?”유진은 눈을 굴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소희를 생각해서요!”그러면서 소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맞죠, 숙모?”연희는 바로 이어받아 말했다.“어머나, 숙모라고 부르네? 이건 뭔가 더 이상한데!”다들 웃음을 터뜨렸지만, 유진은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며 농담을 받아넘겼다. 웃음과 장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 결혼식이 점점 가까워졌다....모든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 임씨 집안의 결혼식은, 집에 갇혀 있는 구은서의 관심도 끌었다.은서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남궁민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남궁민의 부하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조용히 돌아갔다.은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선영은 임씨 집안의 결혼식 생중계를 보며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사람들이 임씨 집안 사람들이겠지? 참 대단하네.”은서는 TV 화면에 투사된 생중계 화면을 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질투로 일그러져 있었다.“꺼버려!”서선영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화풀이하진 마.”은서는 이미 화가 나 있던 터라, 언성이 더 높아지며 말했다.“엄마 탓이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갇힌 것도
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고작 30분이에요.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조금 후엔 우리가 소희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신랑님 앞에 보내드릴게요!”구택은 소희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자부심과 약간의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우리 소희는 언제나 아름답죠.”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웃음을 터뜨렸고, 소희는 붉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봐.”이에 구택은 뒤돌아 연희에게 물었다.“이따 소희 메이크업도 다시 손봐야 하나요?”연희는 대답했다.“그렇죠, 왜요?”연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택은 갑자기 몸을 숙여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모든 사람이 놀라 숨을 들이마시더니 곧이어 방 안이 큰 환호성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연희는 소리를 질렀다.“아직 결혼식도 안 했는데, 미리 이렇게 혜택을 나눠줘도 되는 거예요?”장시원은 우청아를 안으며 그녀의 눈을 가렸다.“보지 마. 눈 버리기 딱 좋아. 누군가가 흥분을 못 이기고 저러는 건 보기 민망하다니까.”조백림과 다른 사람들은 꽃바구니에서 꽃잎을 꺼내 들고 두 사람에게 뿌리며 분위기를 돋웠다.방 안은 완전히 떠들썩했지만, 소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은 부드러운 빛을 담고 있었고, 가볍게 입술을 맞대며 구택에게 답했다.세상의 화려함과 이 결혼식의 웅장함도 눈앞의 이 사람이 주는 행복에는 비할 수 없었다. 소희가 먼저 멈추고 그의 입술에 이마를 살짝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준비하러 가, 구택 씨. 결혼식에서 봐.”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남편이라고 불러야지.”소희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았어, 남편.”이제야 만족한 듯 구택은 그녀의 볼을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밖으로 나가는 길에 시원이 티슈를 건네며 말했다.“입술 좀 닦고 가지?”구택은 티슈를 흘끗 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안 닦아.”구택의 입술에는 연지 자국이 남아 있었고, 평소의 냉정하고 고고한 분위기에 신비롭고 관능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