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어요!”그는 다시 서인을 향해 손짓했다.“삼촌, 저랑 가요!”서인은 미소로 응답하며 우정숙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유민과 함께 그의 방으로 향했다. 유진도 따라가려는 듯 움직였으나, 우정숙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 막았다.“어딜 가려고? 방금 내가 여진구 온 거 봤어. 가서 여진구랑 얘기 좀 나눠봐. 유민이 방해하지 말고.”유진은 대답 대신 얼굴을 찡그리며 투덜댔다.“선배는 맨날 회사에서 보는데 뭐요.”“오늘은 손님으로 왔잖니.” 우정숙은 단호하게 말했지만, 유진은 여전히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손님이면 어때요. 내가 손님 접대하는 담당도 아니고. 게다가 아까 술 좀 마셨더니 머리가 약간 어지러워요.”우정숙은 그녀의 핑계를 흘려듣고 정색하며 말했다.“핑계 대지 마. 네가 지금 유민이 방에 가고 싶은 것 같은데, 안 돼!”우정숙은 유진의 손을 놓지 않고 단호히 끌고 다시 잔치가 벌어지는 마당으로 내려갔다.2층의 방 안.유민은 방문을 닫고 서인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우리 엄마가 워낙 눈치가 빨라요. 그래서 제가 삼촌을 데려왔어요.”“삼촌이랑 우리 누나 사이에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엄마한테는 비밀로 하는 게 좋겠어요.”서인은 물병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맙다.”“별말씀을요!” 유민은 웃으며 말했다. 변성기가 와서 낮고 묵직해진 목소리였다.“그런데 제 방에 조금 더 계세요. 엄마가 의심하지 않게요.”서인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러면 잠시 시간을 빼앗을게.”“저야 괜찮아요. 숙제는 벌써 다 했고, 내일은 학교도 안 가거든요.” 유민은 스마트폰을 들고 발코니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돌아보며 서인에게 물었다.“게임 하실래요? 삼촌이랑 같이하면 더 재밌을 텐데.”서인은 발코니로 따라가며 미소를 지었다.“소희가 지금도 게임을 할 시간이 있을까?”유민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이틀 동안 가장 한가한 사람이 삼촌이랑 숙모예요.”서인은 웃음으로
임유민의 말은 표면적으로는 임유진을 나무라는 듯했지만, 서인에게는 묘하게 자신이 지적당한 느낌을 들게 했다. 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유민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게임에 집중했다.서인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밖을 보았다. 그 순간, 정원 한가운데에서 연한 파란색 셔츠를 입은 남성과 이야기하고 있는 유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서인은 그 남자를 알고 있었다. 여진구였다. 예전에 가게에 유진을 찾아온 적도 있고, 성연희의 결혼식에서도 봤던 사람이었다.그리고 현재 유진이 다니는 회사 역시 진구의 회사였다.유진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몸을 앞으로 젖히고 있었다. 손에 든 과일 주스가 거의 쏟아질 지경이었다.서인은 다시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돌리고 게임에 집중하려 했지만, 알 수 없는 초조함이 그를 덮쳤다.결국 연이어 두 번이나 게임 속 캐릭터가 죽고 말았다.서인은 옆에 놓인 얼음물이 든 병을 집어 들어 목을 축였다. 물을 들이키며 다시금 밖을 보았지만, 유진은 여전히 진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서인은 얼음물을 마셨음에도 식혀주지 못하는 짜증과 답답함에 휩싸였다. 억지로 스마트폰에 집중해 게임을 끝내자, 유민이 말했다.“시간이 늦었어요. 삼촌, 이제 집에 가세요. 제가 누나에게는 잘 얘기해 둘게요.”서인은 차분히 대답했다.“괜찮아. 조금 더 같이하자.”유민은 서인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미소를 지으며 정원의 유진을 한번 쓱 바라봤다. 이윽고, 그의 눈빛에는 어딘가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알겠어요. 그럼 한 판 더요.”...한 시간쯤 뒤, 유진이 2층으로 올라왔고, 아주 자연스럽게 유민의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서인은 이미 떠난 뒤였다. 방 안에는 유민만 남아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그 사람, 언제 갔어?” 유진은 문에 기대어 물었다.“방금 갔어.” 유민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담담히 대답했다.“그래?” 유진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속으로는 약
강재석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요요는 어딨어? 왜 안 보이냐?”우청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요요는 아빠랑 같이 있어요. 지금쯤 운성에 도착했을 거예요. 아마 별장에 묵고 있을 거예요.”성연희가 덧붙였다.“요요는 화동으로 나올 예정이에요. 할아버지, 내일이면 보실 수 있을 거예요.”“그래, 그래!” 강재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흐뭇하게 웃었다.그때 강솔이 다가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스승님, 요요만 찾으시고 저, 강솔이는 안 찾으시나요?”강재석은 웃으며 강솔을 가리키며 도경수에게 말했다.“이 아이 좀 봐. 결혼을 앞둔 주제에 요요랑 애들처럼 관심을 얻으려고 하네!”도경수는 얼굴에 자애로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어쩌겠어, 사람은 커도 마음은 여전히 아이 같은걸.”방 안은 순식간에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양재아 역시 함께 웃으며 강솔을 쳐다봤지만, 그 시선의 끝은 어딘가 차가웠다.대화가 이어지던 중, 소희는 연희와 청아, 유정을 데리고 뒷마당 숙소로 안내했다.그 사이 강재석은 도경수와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강재석은 재아에게 일행과 어울려 시간을 보내라고 권했으나, 재아는 고개를 저었다.“잘 모르는 사이에요. 차라리 외할아버지와 강재석 할아버지와 함께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요.”그 말에 강재석은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도경수를 보며 말했다.“오늘 아침에 도도희와 통화했어. 내일 소희의 결혼식에 참석한다고 하더군.”도경수는 차를 들던 손이 미세하게 떨리더니, 곧 고개를 들어 물었다.“도희가 온다고?”강재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운성에 온 지 조금 됐다고 하더라고. 아이들에게 강의하고 있다던데, 수업이 끝나면 강성으로 돌아가서 양재아와 친자 확인도 할 예정이라 했어.”도경수는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했다.“그런 건 나중에 해도 돼. 그저 돌아와 주기만 하면 돼.”그러고는 재아를 바라보며 덧붙였다.“재아야, 내일 네가 엄마를 볼 수 있을 거야.”재아는 전화에서
도경수는 강재석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알면 됐어. 아직 친자 확인도 안 했는데, 도도희가 양재아에게 감정이 없는 건 당연한 일이지. 모든 건 결과가 나온 후에 결정해야지.”“괜히 조바심 내서 도도희를 다시 화나게 하지 말게.” 강재석은 한숨을 내쉬며 단호히 말하자, 도경수도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네가 보기에도 내가 그때 잘못한 건가?”강재석은 그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그런 말을 하다니 의외인데.”도경수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때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지금의 결과를 보면서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건지 생각하게 돼.”강재석은 잠시 생각에 잠기다가 천천히 말했다.“당신 잘못이 아니라, 그저 운명이 잔인했던 거지.”도경수는 찻잔을 들고 천천히 한 모금 마시며, 쓴맛을 꾹 삼켜냈다....양재아는 강씨 집안의 자단목으로 만들어진 긴 회랑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렸다.“강씨 집안에 도착. 내일 소희의 결혼식 준비 완료.”재아의 SNS에는 이미 많은 친구가 등록되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양재아, 너 운성 강씨 집안에 있다고? 너 King을 아는 거야?][같이 일한 지 오래됐는데, 너 재벌이었어? 헐, 내 인생 다시 생각해야겠네.][강씨 집안이 회랑을 전부 자단목으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진짜야? 게다가 연못에 있는 연꽃 항아리도 전부 골동품이라던데? 사진 좀 더 찍어줘 봐!]...권수영과 지아윤 역시 댓글로 반가움을 표현했다.[양재아, 우리 집도 초대장 받았어. 내일 결혼식에서 보자!][재아야, 셀카 하나 찍어줘요. 이틀 동안 못 봤더니 너무 보고 싶네요!]재아는 계속 알림이 뜨는 메시지를 보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서원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메시지에 답장을 보내고 있었다.후원에 도착하자, 툇마루에서 전화를 하고 있는 강솔과 마주쳤다.“나
“강솔!”성연희가 마당을 지나며 다가왔다. 그녀의 밝은 눈빛이 강솔의 굳은 얼굴을 스치며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까 소희가 널 찾더라. 가 봐.”“응.”강솔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양재아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 연희는 바로 떠나지 않고, 여유로운 웃음을 머금고 재아를 바라보았다.“재아 씨는 강솔을 어떻게 생각해요?”재아는 연희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눈빛이 잠깐 흔들리더니 순진한 미소로 대답했다.“강솔 언니는 참 좋아요. 성격도 좋고, 참 따뜻한 사람이죠.”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강솔이 성격이 좋은 건, 어려서부터 잘 배워왔고, 진석에게 보호받아 왔기 때문이에요.”“갖은 권모술수와 갈등을 겪지 않아서 사람과 다투는 걸 잘 못하죠. 하지만.”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미소가 변했다.“성격이 좋다고 약하다는 뜻은 아니에요. 결국 강솔은 강 씨 집안의 외동딸이고, 진 씨 집안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죠.”“이렇게 든든한 배경이 있으니, 만약 강솔을 만만히 본다면, 그건 뇌를 다쳤거나, 생각이 없는 거겠죠.”재아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으나, 연희는 개의치 않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소희의 좋은 날인데, 더 말은 안 할게요. 재아 씨도 이 중요한 날에 소희를 곤란하게 하지 말아요.”“다른 사람한테 잘못할 수는 있어도, 소희에게는 절대로 그러면 안 되잖아요?”재아는 얼굴빛이 푸르스름해졌다가 하얘지기를 반복하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연희 씨가 너무 걱정하시는 것 같네요. 저는 강솔 언니랑 대화를 나눴을 뿐이고, 소희의 결혼식을 방해할 리 없어요.”“그러면 다행이네요.”연희는 우아하고 화려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도경수 할아버지를 잘 모셔요. 그게 당신의 유일한 역할이니까요.”재아는 마음이 단단하다고 자부했지만, 연희의 말에 얼굴빛이 변하지 않을 수 없었다.연희는 어깨에 닿는 짧은 머리를 부드럽게 웨이브로 말고, 화려한 귀걸이를 낀 채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또각또각 연희가 신은 하
소희는 문득 심명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렸다.강성대학교 정문 앞에서였다. 그날도 지금처럼 깔끔하게 차려입고, 의도적으로 사람들 앞에서 소희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한가득 실린 꽃을 받아달라고 강요했다.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그 차 한가득 담긴 붉고 화려한 장미들이 떠오른다. 마치 그의 존재처럼 불타오르는 듯 강렬했다.만약 그날이 시작이었다면, 오늘은 끝이리라. 심명은 여전히 인생을 놀이처럼 살아가도 좋고, 누군가와 사랑하며 한 명의 따뜻한 여자를 사랑해도 좋았다. 그러나 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했다.고요한 복도에서 두 사람의 눈길이 마주쳤다. 심명은 느긋하게 몸을 기둥에 기대고 있었다. 희미한 빛이 심명의 길고 선명한 속눈썹에 드리우며 교차했고,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엔 물결이 이는 듯했다. 또한, 연한 분홍빛이 눈가에 스쳐 지나가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를 연상케 했다. 심명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소희를 바라보았다. 소희는 분홍과 흰색 줄무늬 티셔츠를 입고, 어깨에 닿는 검은 머리를 흩날리며 걸어왔다. 그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고, 여전히 순수하고 맑은 기운을 내뿜었다.그 순간, 주변의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는 모두 멀어졌다. 내일 있을 결혼식도, 바깥의 축하객들도 사라진 듯했다. 그는 단지 이곳 운성에 들렀다가 우연히 소희를 보러 온 것 같았다.소희는 그를 차갑게 쫓아낼 수도 있었고, 아니면 한 끼 식사하자며 그를 초대할 수도 있었다. 만약 식사하게 된다면, 두 사람은 거리낌 없이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었다. 소희는 심명을 바람둥이라 조롱하고, 심명은 소희가 자신처럼 완벽한 남자를 두고 임구택 같은 쓰레기를 선택한다고 비웃었을지도 모른다.소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현실이 빠르게 다가왔다. 의식이 뚜렷해지며 심명의 마음을 일깨웠다. 심명이 사랑하는 이 여자는 내일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는 사실을! 심명은 선명하게 미소를 지었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가 빛났다.“원래는 내일 결혼식에 바로 가려고 했
“내가 결혼할 땐 아무런 감정이 없었는데, 네가 결혼하려고 하니 마음이 묘하네.”소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그냥 하나의 의식일 뿐이야.”그러자 연희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결혼식은 단순히 의식이 아니야.”소희는 잔 속의 술을 가만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연희는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소희야, 우리가 안 지 얼마나 됐지?”소희는 대답했다.“굉장히 오래됐지. 굳이 정확한 숫자를 기억할 필요는 없어.”연희는 잔을 들어 소희와 부딪치며 말했다.“그 말이 맞아!”연희는 잔을 비우고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기억나. 네가 강성에 처음 왔을 때 우리가 같이 밥을 먹던 날. 네가 결혼했다고 해서 내가 너무 놀라 마시고 있던 물을 뿜었잖아!”“그리고 네가 임구택과 결혼했다고 했을 때, 나는 당장이라도 네 집에 달려가 때려주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말렸지. 네가 자발적으로 결혼한 거라면서.”“그때는 정말 믿기지 않았어.”연희는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소희야, 내가 가장 존경하는 게 바로 너의 그 침착함이야!”소희는 잔을 쥔 채로 미소를 지었다.“한 번에 성공할 수 없을 때는 기다려야 해. 가장 좋은 시기를 잡을 때까지.”연희는 찡그리며 물었다.“그런데 만약 그 3년 동안 임구택이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면 어쩌려고?”소희는 시선을 낮추며 답했다.“그 사람은 자신이 결혼했다는 걸 알고 있었어. 그러지 않았을 거야.”연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렇게 자신 있어?”소희는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아니, 나도 도박을 한 거야.”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고, 이때 우청아가 다가와 물었다.“둘이 무슨 얘기길래 웃어? 크게 웃어봐. 우리도 듣게.”연희는 눈을 들어 맑게 웃으며 말했다.“너, 왜 아직도 장시원 오빠랑 결혼 안 해?”그녀는 말을 마치고 유정을 쳐다보며 말했다.“나랑 소희는 결혼했으니, 다음은 누구 차례지?”유정은 바로 대답했다.“난 절대 아니야!”유정은 조백림과의
모두가 서로의 말을 이해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청아 역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내가 신비한 대기업 사장을 경계해야겠네. 빈틈을 보여선 안 되겠어!”연희가 웃으며 대답했다.“하지만 그가 빈틈을 노리는 걸 막긴 어려울걸!”청아는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작업실을 안 여는 게 낫겠어!”연희는 농담처럼 말했다.“그러면 시원 오빠가 네 회사를 인수해 버릴지도 몰라!”청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한숨을 쉬었다.“결국 평생 그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하는 운명인가 봐?”연희는 청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내가 좋은 방법 하나 알려줄게. 그 사람과 결혼해서 네 밑에서 일하게 만들어.”이에 청아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보다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 줄 수 없어?”유정이 대화를 이어받으며 말했다.“연희의 방법은 간단해. 침대에서 이기는 거야!”연희는 유정을 향해 눈길을 보내며 환하게 웃었다.“침대에서 이기는 게 뭐가 나빠? 간단하고 확실하지. 너 지금은 웃고 있지만, 언젠간 너도 그 맛을 알게 될걸?”유정은 급히 대답했다.“아니, 나는 절대 비웃는 게 아니라 정말로 존경하는 거야!”연희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그럼 내가 방법 하나 가르쳐줄까? 확실히 조백림이 너에게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어!”유정은 얼굴을 붉히며 손을 저었다.“됐어. 나는 그 사람을 굴복시킬 생각도 없어.”옆에서 강솔은 음료를 조심스레 홀짝이며 얼굴이 살짝 붉어져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에 화영이 웃으며 말했다.“너희들 다 술에 취한 거 아니야? 이런 대화까지 하다니! 강솔은 이제 막 남자친구를 사귄 순수한 아가씨인데, 너희 말 때문에 얼굴이 빨개졌잖아!”“어?”강솔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더욱 붉어진 얼굴로 당황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그녀의 순진한 모습에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웃음이 잦아든 뒤, 청아가 물었다.“그런데 양재아는? 오늘 여기 안 오기로 했어?”소희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며 대답했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
“아저씨, 오랜만이에요!”“강시언!”시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언제 도착했어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좀 전에.”이어 도도희는 임씨 집안의 사람들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축하를 전했다.다른 소파에 앉아 전화를 받고 있던 도경수가 그제야 고개를 들어 도도희를 보았다. 도도희를 보자 그의 손이 떨렸고, 들고 있던 전화기를 놓칠 뻔했다.양재아도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작게 속삭였다.“저분이 제 엄마예요?”도경수는 전화를 끊고 천천히 일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도희!”도도희는 그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를 본 순간, 도도희의 얼굴에 머금었던 온화한 미소가 굳어졌다.오랜 세월 동안 그녀의 기억 속 아버지는 언제나 고집스럽고 자신만만하며 독선적인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제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머리는 이미 백발이 섞였고,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때 자부심과 오만으로 가득 찼던 그의 모습은 세월 앞에서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도도희는 천천히 걸어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도경수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가득 찼고,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재아는 서둘러 티슈를 가져와 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임씨 가문 사람들은 도경수와 도도희 부녀의 사연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에, 임시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결혼식이 곧 시작되니 저희는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두분은 편히 이야기를 나누시죠. 이따가 두 분을 귀빈석으로 안내하도록 하겠으니.”도도희는 예의 바르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감사드려요.”임시호는 임씨 집안 사람들을 데리고 방을 나갔다.도경수는 눈물을 닦으며 약간 당황한 듯 말했다.“듣기로는, 네가 아이들에게 수업하고 있다더군. 수업은 잘 진행되고 있니?”도도희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끝날 거예요.”“그렇구나. 산골은 비가 자주 와서 위험할 수도 있어. 네 몸조심해야 한다.”“알고 있어요.”“수업이 끝나면 내가 운성으로 널 데리러 갈
운성 별장.결혼식이 시작되기 직전, 하객들은 하나둘씩 자리에 앉았다. 몇 달간 공들여 준비한 성의 결혼식장은 들어오는 모든 이들을 경탄하게 했다.20미터가 넘는 거대한 돔 천장에는 불빛이 비쳐 깊고 짙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천장 주변에는 선명한 그림들과 함께 야광석과 각종 보석이 박혀 있었고, 웅장한 부조 조각들이 압도적인 분위기를 더했다.천장 아래에는 크고 작은 100여 개의 크리스탈 샹들리에가 늘어서 있었고, 빛나는 불빛은 화려한 천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공간 전체는 장엄하면서도 로맨틱하고, 고급스럽고 우아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꽃으로 둘러싸인 유리 다리는 결혼식장 무대로 이어졌고, 무대에는 5미터 높이의 성 모형이 있었다.이 성은 수천 킬로그램의 설탕 공예로 만들어진 것으로, 7개의 건물, 회랑, 벽, 다리까지 모두 실물처럼 섬세하게 제작되었다.금색 지붕은 거대한 쿠키로 구웠으며, 주 벽면은 설탕 공예, 문과 창문은 초콜릿으로 만들어졌다. 그 외에도 다양한 디저트로 장식되어 있었다.이 거대한 설탕 성은 크기가 충분히 커서 어른 수십 명이 들어가도 공간이 넉넉할 정도였다. 이를 제작하는 데 들어간 인력과 비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결혼식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거대한 디저트 성에 눈을 뗄 수 없었다.“이 성은 내 모든 상상을 다 만족시켜요. 안에 들어가 보고 싶네요!”“들었는데, 신부가 단 음식을 정말 좋아해서 사장님이 특별히 와이프를 위해 준비한 디저트 하우스래요!”“와, 이건 정말 애처가의 끝판왕 아닙니까?”“전에는 라이브 방송에서 사장님이 준비한 다섯 개의 티아라를 보고도 놀랐는데, 이건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네요!”“여기서 나는 건 케이크 냄새가 아니에요. 순도 100%의 돈 냄새라고요!”...기자들은 이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올렸고, 새로운 화제가 즉시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기존의 검색어는 임구택의 티아라 다섯 개, 티아라의 가치와 유래, King의 티아라 등이었지만,
유정은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태연하게 말했다.“그럼 마음껏 조백림에게 술을 먹여. 내가 눈 하나 깜짝하는지 두고 보자고.”유정은 말을 마친 뒤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어차피 조백림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진우행 씨나 구은정 씨도 있잖아요!”유정이 우행의 이름을 꺼내자, 소희의 립스틱을 바르던 화영의 손이 잠시 멈칫했지만, 금세 다시 아무렇지 않게 집중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꽃다발을 들고 있던 유진이 급히 말했다.“우리 사장님은 소희의 친정 식구예요. 사장님을 괴롭히면 안 되죠!”유진의 말이 끝나자 연희와 유정이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며 웃음을 띠었다. 연희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유진아, 구은정 씨를 이렇게 걱정하는 이유가 뭐야?”유진은 눈을 굴리며 능청스럽게 말했다.“소희를 생각해서요!”그러면서 소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맞죠, 숙모?”연희는 바로 이어받아 말했다.“어머나, 숙모라고 부르네? 이건 뭔가 더 이상한데!”다들 웃음을 터뜨렸지만, 유진은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며 농담을 받아넘겼다. 웃음과 장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 결혼식이 점점 가까워졌다....모든 사람이 주목하고 있는 임씨 집안의 결혼식은, 집에 갇혀 있는 구은서의 관심도 끌었다.은서는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남궁민의 사람들에게 가로막혔다. 그녀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남궁민의 부하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조용히 돌아갔다.은서는 화를 참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서선영은 임씨 집안의 결혼식 생중계를 보며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저 사람들이 임씨 집안 사람들이겠지? 참 대단하네.”은서는 TV 화면에 투사된 생중계 화면을 보았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질투로 일그러져 있었다.“꺼버려!”서선영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화풀이하진 마.”은서는 이미 화가 나 있던 터라, 언성이 더 높아지며 말했다.“엄마 탓이잖아요! 우리가 이렇게 갇힌 것도
성연희가 웃으며 말했다.“고작 30분이에요.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조금 후엔 우리가 소희를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신랑님 앞에 보내드릴게요!”구택은 소희의 손등에 입을 맞춘 뒤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자부심과 약간의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우리 소희는 언제나 아름답죠.”주변 사람들은 모두 놀라며 웃음을 터뜨렸고, 소희는 붉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봐.”이에 구택은 뒤돌아 연희에게 물었다.“이따 소희 메이크업도 다시 손봐야 하나요?”연희는 대답했다.“그렇죠, 왜요?”연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구택은 갑자기 몸을 숙여 소희의 입술에 키스했다. 모든 사람이 놀라 숨을 들이마시더니 곧이어 방 안이 큰 환호성과 웃음으로 가득 찼다.연희는 소리를 질렀다.“아직 결혼식도 안 했는데, 미리 이렇게 혜택을 나눠줘도 되는 거예요?”장시원은 우청아를 안으며 그녀의 눈을 가렸다.“보지 마. 눈 버리기 딱 좋아. 누군가가 흥분을 못 이기고 저러는 건 보기 민망하다니까.”조백림과 다른 사람들은 꽃바구니에서 꽃잎을 꺼내 들고 두 사람에게 뿌리며 분위기를 돋웠다.방 안은 완전히 떠들썩했지만, 소희는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맑은 눈은 부드러운 빛을 담고 있었고, 가볍게 입술을 맞대며 구택에게 답했다.세상의 화려함과 이 결혼식의 웅장함도 눈앞의 이 사람이 주는 행복에는 비할 수 없었다. 소희가 먼저 멈추고 그의 입술에 이마를 살짝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준비하러 가, 구택 씨. 결혼식에서 봐.”구택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남편이라고 불러야지.”소희는 부드럽게 대답했다.“알았어, 남편.”이제야 만족한 듯 구택은 그녀의 볼을 한번 쓰다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밖으로 나가는 길에 시원이 티슈를 건네며 말했다.“입술 좀 닦고 가지?”구택은 티슈를 흘끗 보더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안 닦아.”구택의 입술에는 연지 자국이 남아 있었고, 평소의 냉정하고 고고한 분위기에 신비롭고 관능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