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장 비서는 웃으며 사과했다.“죄송해요, 대표님. 저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에요.”‘내 잘못이든 아니든, 어차피 다 사과해야 하니까. 그래야만 대표님이 화를 가라앉히지. 그렇지 않으면 계속 내 트집을 잡을 거야.’역시 지금의 부시혁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장 비서였다.장 비서가 사과하자, 모든 일이 그가 예상한 대로 진행되었다.부시혁은 장 비서의 사과를 뜯고 표정이 확실히 좋아졌다.“앞으로 이상한 아이디어 내지 마. 안 그럼 F 국으로 보내버릴 거니까.”“네, 대표님. 앞으론 절대로
부시혁과 장 비서는 그 남자를 따라 임씨 병원의 VIP 층으로 갔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후, 남자는 발걸음을 멈추었다.“대표님, 여기까지 안내하겠습니다. 바로 저 병실입니다.”“가봐.”부시혁은 손을 흔들며 가도 된다고 표시했다.부시혁도 이 사람이 왜 여기까지 안내한 건지 이해했다.아무래도 소성은 하이 시에 한동안 머물러야 해서 자연히 소성의 일거수일투족을 계속 감시해야 했다.만약 이 사람이 그들을 소성의 병실로 데려갔다면, 소성은 이 사람을 기억할 것이다.그럼 이 사람은 더 이상 소성을 미행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여
장 비서는 부시혁의 인내심이 한계가 됐다는 걸 알고 더 이상 이 비서와 허풍을 떨지 않았다.장 비서의 차가워진 얼굴은 무표정인 부시혁과 거의 똑같았다.그리고 그는 한 발 앞으로 걸어가며 키가 큰 우세로 이 비서의 어깨를 밀었다.이 비서는 마르고 키가 장 비서 보다 작은 데다, 힘도 장 비서의 상대가 아니었다.그래서 이 비서는 장 비서한테 밀려 비틀 거리더니 결국에는 벽에 부딪쳤다. 그러자 병실로 들어갈 길이 생겼다.이 비서가 병에 부딪힌 걸 본 소성은 안색이 돌변하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이 비서는
소성이 화내자, 이 비서는 원래 장 비서가 일부러 자길 넘어뜨린 거라고 고발하고 싶었다.하지만 소성의 음침한 눈빛에 이 비서는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막히고 말했다.‘나한테 불만을 느끼신 거야? 왜?’이 비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난 소성의 심기를 건드릴 요기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 말없이 장 비서를 한번 노려보고 별실에서 나갔다.방금 말한 것처럼 이 비서는 화가 난 소성의 심기를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이 비서가 나가자, 장 비서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의자를 부시혁 옆에 가져놓았다.“대표님, 앉
살기가 담겨있는 차가운 눈빛에 소성은 부시혁이 자기한테 겁을 주려고 한 말이 아닌 진심이란 걸 알았다.만약 소성이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고 그걸 부시혁이 발견한다면 부시혁은 가차 없이 소성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만약 젊었을 때의 소성이라면 죽음이 두렵지 않았겠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많을 걸 겪으니 점점 용기를 잃고 죽음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죽음이 무서워졌다.특히 이런 신분으로 죽는 건 더욱 무서웠다.죽으면 지금 그가 가지고 있던 돈, 지위, 권력을 모두 잃으니까. 그럼 소성은 더 이상 이런 삶을
“네, 바로 가겠습니다.”비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서류를 들었다.“그럼 이사장님, 이만 가보겠습니다.”윤슬이 손을 흔들었다.“네, 수고하세요.”“아니에요.”김리나는 미소를 지으며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 났는지,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 다시 몸을 돌렸다.“참, 이사장님, 이 일을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는데…….”“말해보세요.”윤슬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김리나에게 말하라고 했다.그러자 김리나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서서 입을 열었다.“비서실에 조수 한 명이 부족해서 오늘
범여나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결국 윤슬에게 알리지 않고 육재원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다.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육재원은 박희서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그러자 범여나는 완전히 안심하고 윤슬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이사장님, 박 비서가 지금 사임한 게 제가 짐작한 대로일까요?”“모르겠지만 네 추측이 불가능하지는 않아.”윤슬은 입술을 오므리고 눈에는 박희서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윤슬이에게 별로 여성 친구가 없었다. 있는 두 사람이 바로 박희서와 진서아이다.진서아가 신우 따라 경주로 돌아갔지만, 요 몇
‘내가 지금 불쾌하고 있는 게 안 보여?’육재원은 박희서에게 정말 물어보고 싶었다.그러나 입가에 맴돌고도 말을 잇지 못했다.답답한 마음에 육재원은 양복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 털어 입에 머금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하지만 화염이 연기 가까이 다가온 순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침대를 향해 약을 마시고 있는 박희서를 잠시 쳐다본 뒤 담배를 피우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라이터와 담배를 다시 넣었다.‘됐어, 안 피울래.’‘이 담배 너무 맛없어, 다음번에는 다른 걸로 바꿔야겠어.’육재원은 입술을 오므리며 생각이 복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