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취조실에서 남자 자백을 녹음한 파일이었다.바로 이때 쓰려고 녹음 했다.그는 처음부터 이 여자가 인정하지 않고 변명할 거라고 예상했다.그래서 아예 녹음해 버렸다. 그래야 힘을 덜 쓸 테니까.그 남자와 윤슬의 대화를 들은 소유의 표정이 계속 바뀌면서 보기 흉해졌다.녹음이 끝나자, 그녀는 바로 자리에 앉아 소리치기 시작했다."가짜에요. 이건 가짜라고요! 전 이 사람을 몰라요. 왜 제가 이 사람을 매수했다고 하세요? 이건 분명 절 모함하려고 당신들이 이 사람을 매수한 거예요!"경찰들은 말하지 않았고 그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는 또 그 무서운 장면을 보게 될까 봐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다들 CCTV 영상에 집중하고 있어서 그 둘의 움직임을 본 사람은 없었다.10분 후, 영상이 끝났다.소유를 쳐다보는 모든 사람의 눈빛이 갑자기 엄숙해졌다.CCTV 영상에는 부시혁과 윤슬이 그 남자와 내통한 장면이 확실히 없었다. 즉 자신을 고용한 사람이 휠체어를 탄 여자라는 남자의 말이 사실이라는 뜻이었다. 남자는 솔직하게 자백했다.휠체어를 탄 여자, 그리고 예복 점에서 윤슬과 드레스를 뺏은 여자, 전부 소유였다.그렇다면 이 남자를 지시한 사람이
경찰들도 소유가 불안해하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녀의 신분에 문제가 있다는 게 더더욱 확신이 갔다.그들은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직접 입을 열어 그녀의 정체를 물었다.소유는 고개를 들어 경찰들을 한번 보고 또 맞은 편에 무표정인 부시혁을 쳐다보며 이를 악물었다."대답하지 않을 거예요."이 말이 나오자, 경찰들은 분분히 이마를 찌푸렸다.부시혁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는 이미 예상했다."말하지 않겠다는 겁니까?경찰은 그녀의 대답에 불만을 느꼈다.그중 성격이 욱한 경찰은 어두운 표정으로 책상을 탁 쳤다."대답하
'내 기억엔 분명히 경찰서에 있었는데, 왜 내 방에서 깨어난 거지?'윤슬은 미간을 누르며 자기가 어떻게 돌아왔는지 생각이 안 났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창 쪽을 쳐다보았다.해가 보이진 않았지만, 창밖은 눈부실 정도로 밝았다.'어제 분명 경찰서에 갔는데? 지금 몇 시지?'윤슬은 시선을 창문에서 거두고 머리맡을 쳐다보았다.핸드폰은 늘 그랬듯이 거기에 있었다.그녀는 몸을 돌리고 핸드폰을 가져와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8시 반이란 걸 보자 그녀는 숨을 한 모금 들이마셨다.'8시 반이야!'그녀는 드디어 생각이 났다. 어제 경
남자가 물을 다 마시자, 윤슬은 그의 팔을 살짝 당겼다."빨리 말해봐요."부시혁은 컵을 내려놓고 가볍게 웃었다."소유가 도착한 다음 내가 만나러 갔어. 처음에는 당연히 변명하면서 인정 안 했지. 그래서 내가 취조실에서 녹음했던 파일을 들려줬어. 그걸 듣고 나니 소유도 어쩔 수 없이 인정할 수밖에."소유가 인정했다고 하자 윤슬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요. 근데……."그녀는 남자를 보며 말했다."취조실에서 녹음했어요? 언제요""들어가기 전에 몰래 녹음시켰어. 너한테 알려주려고 했는데 그때 경찰이 있어서 기회가 없었어."
그에 윤슬은 조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왜냐면 부시혁이 억울한 건 사실이었다.이 남자가 자기한테 선물을 안 준 게 아니었다. 옷이며 액세서리, 그리고 꽃 등등, 그는 모든 걸 그녀에게 주고 싶었다.특히 두 사람이 금방 화해했을 때, 그는 거의 매일 그녀에게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하지만 그녀는 늘 받기만 하고 같은 가치의 선물을 돌려주지 못한 거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그녀는 전부 거절해 버렸다.그녀의 거부하는 태도에 부시혁의 기세도 수그러들었고 더 이상 미친 듯이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그에 그
그러자 부시혁은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네가 드디어 내 선물을 받겠다고 한 게 기뻐서."윤슬은 조금 쑥스러워서 혀를 날름거렸다."미안해요. 전에는 거절만 했지, 당신 기분은 고려하지 못했어요. 따지고 보면 제가 이기적이었던 거죠.""아니야."부시혁은 고개를 저었다."내가 너무 자주 선물을 준비해서 오히려 너한테 부담을 줬어. 서로한테 다 문제가 있었어."윤슬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서로 고치자고요. 네?""당연하지!"부시혁은 그녀의 머리를 앞으로 끌어당기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윤슬은 그의 품에 기
그 말에 남자는 자연스레 기분이 좋았다. 그는 웃으며 턱까지 살짝 들어 올렸다.윤슬은 우쭐대는 그의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그녀는 남자의 부축 하에 슬리퍼를 신고 욕실로 갔다.그녀는 원래 남자가 부축하는 걸 거절하려고 했다. 어디 다친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남자가 고집하자 그녀도 어쩔 수 없이 그가 원하는 대로 하게 내버려 뒀다.윤슬이 씻고 나왔을 땐 부시혁은 이미 그녀의 아침을 주방에서 가져와 식탁에 두었다.윤슬이 걸어가자, 부시혁은 그녀를 위해 의자를 끌어주고 등받이를 툭툭 쳤다."빨리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