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그의 병실에 함부로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도발했다. 그렇기에 그는 절대로 그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신호위반으로 그가 교통사고 나게 했지만 경솔한 행인인 것을 봐서 그저 상대방이 배상하고 책임만 지면 이 일을 따지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그 여자가 이렇게 대담할 줄 몰랐다.그렇다면 그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한 부시혁은 원래 꼭 감고 있던 두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빛은 한순간 사나워졌지만, 곧 사라지고 말았다.다음 날.윤슬은 시끄러운 노크 소리에 깨어났다.그녀는
"그럼 다행이에요."장 비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부시혁은 그의 머리에 감긴 붕대를 보며 얇은 입술을 열었다."넌 어때?"어쨌든 대표인 그가 차를 박으라고 해서 장 비서가 다친 거니까 그가 책임져야 했다.장 비서는 머리를 만지며 헤헤 웃었다."별 일 없어요. 그냥 이마를 부딪쳐서 까진 것뿐이에요. 며칠 있으면 나을 거예요."부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번 달의 보너스를 따블로 주지. 그리고 휴가도 이틀 내 줄게."휴가!이 두 글자를 들은 장 비서의 두 눈에서 빛이 반짝했다. 보너스도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부시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두 눈에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나한테 반했다며? 그럼 모든 사람 앞에서 윤슬에게 사과하라고 해. 그리고 왜 사과하는지도 똑똑히 말하라 하고.""씁……."장 비서는 숨을 한번 들이마셨다.이건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려는 거였다.공개적으로 윤슬에게 사과하고 사과하는 이유를 설명하라는 건 소유더러 자기가 부시혁을 넘보고 있고 제삼자처럼 윤슬을 도발했다는 걸 말하라는 것이었다.이 일이 알려지면 소유가 많은 네티즌의 비난을 받게 될 게 뻔했다.이 세상에는
"괜찮아요."윤슬은 손을 저었다."무슨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근데 정말 그 소유더러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이유를 설명하라고 할 거예요?""그럼."부시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대답했다."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않겠어? 더구나 넌 내가 아끼는 사람이야. 그 여자가 너한테 그랬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 한다면 무슨 자격으로 널 사랑한다고 하겠어?"윤슬은 그가 자신을 위해서 그런 거라고 알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녀는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그 소유라는 여자, 울겠네요!""응?"부시혁은 눈썹을 들어 올리며 차갑
부시혁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그녀는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받쳤다."됐어요. 이마 그만 찌푸려요. 정말 하나도 억울하지 않으니까. 당신이 제 곁에 있으면서 절 걱정해 주고 절 고려해 주기만 하면 전 아무것도 다 필요 없어요."부시혁은 그녀의 진지한 눈빛을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내가 안타까운걸?""그럼 나중에 다른 방법으로 절 보상해 줘요. 그리고 그 소유는 제가 말한 대로 해요. 정말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요? 그냥 절 도발하고 협박한 것뿐이에요. 진짜 이럴 필요 없어요."윤슬이 말했다.부시혁은 그녀가 또 한
소유는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 말 없었다. 마치 그의 말에 상처받은 듯했다.장 비서는 그녀의 이런 모습에도 마음이 약해지지 않았다. 그는 시간을 한번 확인하더니 말했다."잡담은 그만하고 본론에 들어가죠. 당신이 어제 한 짓을 윤슬 씨가 이미 대표님께 전부 알려드렸어요. 대표님께서 당신이 자기의 중요한 사람을 괴롭힌 걸 알고 그 쪽한테 불만이 많으세요. 그래서…….""윤슬 씨를 대신해서 저한테 복수하겠다는 건가요?"소유는 다리 위에 올려둔 두 손을 꼭 주었다.장 비서는 그녀의 손을 한번 보더니 그녀가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
장 비서가 자신에게 경고하고 있다는 걸 소유가 모를 리 없었다. 그녀는 너무 화가 나서 몸이 떨렸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지금의 그녀는 아무런 세력도 없었기에 거절할 자격조차 없었다.이 생각에 소유는 주먹을 쥐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자신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경직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 알겠어요."대중 앞에서 윤슬에게 사과하고 사과하는 이유를 말하라는 건 그녀가 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녀가 누군지 모를 테니까.네티즌 때문에
"왜냐고요?"장 비서는 비아냥거리면 냉소를 지었다."방금 제 태도가 좋지 않아서 당신의 미움을 샀으니까요. 그러니까 충분히 이 기회를 노려 저한테 복수할 수 있죠.""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소유는 또다시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전 그런 사람 아니에요. 장 비서님, 절 믿어주세요. 전 당신에게 복수할 마음이 전혀 없어요."그녀는 이렇게 말하면서 눈가에 맴돌던 눈물이 실 끊어진 구슬처럼 뚝뚝 떨어졌다.그러자 장 비서가 당황했다.그는 이 여자가 진짜 울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이 여자를 괴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