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은 잠이 오지 않았다. 곧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다시 들렸다. 또 누군가 찾아왔다.‘이번에는 누구일까?’지서현은 병실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조현우가 서 있었다.“사모님.”지서현은 밖으로 나가 물었다.“조현우 씨, 무슨 일이에요?”조현우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지 씨 저택에서 약에 취하셨습니다. 그린 타운으로 가서 대표님을 좀 돌봐 주세요.”“깨끗한 여자애를 찾으라고 하지 않았어요? 저는 안 갈 거예요.”지서현은 병실로 돌아가려고 했다.“사모님!”조현우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대표
하승민은 시선을 들었다.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한 지서현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얇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물었다.“뭐 하러 왔어? 누가 오라고 했지?”지서현은 거실로 들어와 그의 앞에 섰다.“조 비서!”하승민은 사람을 불렀다.“조 비서, 내가 준비하라고 한 사람은? 왜 아직 안 와?”아무런 대답도 없었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지서현도 말이 없었다.하승민은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잡아당기며 지서현에게 말했다.“나가!”지서현은 아름다운 속눈썹을 드리우며 그를 보았다“그럼 정말 가요.”그녀는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지서현의 몸은 굳었고 곧바로 몸부림치며 소리쳤다.“승민 씨, 안 돼요!”하승민은 그녀를 끌어안아 소파에 눕히고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붉은 입술에 키스했다.그녀는 끊임없이 저항했지만 하승민은 격렬한 자극을 견디지 못했다. 실수로 꽃병을 넘어뜨렸고 신문과 잡지가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졌다...곧 지서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마는 소파 윗부분에 부딪혔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그녀 위에 있던 남자의 몸도 굳었고 검은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충격이 가득했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어떻게 아직도...처음이야?”
하승민은 깨어나지 않았으니 그녀에게 대답해 줄 수 없었다.그때 지서현의 휴대폰 화면에 불이 들어왔다. 전화가 온 것이다.유지안에게서 온 전화였다.지서현이 전화를 받자 유지안의 다급한 목소리가 곧바로 들려왔다.“여보세요, 서현아. 지금 어디야? 빨리 숙소로 돌아와 봐. 수아가 사고를 당했어!”‘뭐라고? 수아가 사고를 당했다고?’지서현은 전화를 끊고 하승민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온 뒤, 바닥의 옷을 주워 입고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지서현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조용히
“사모님께서 병실에 들어가신 후, 대표님의 지시대로 깨끗한 처녀를 찾아 보냈습니다.”그 여자가 바로 유지안이었다.하승민은 표정 없이 말했다.“알았어.”하승민은 욕실로 들어가 찬물로 샤워했다.차가운 물줄기가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는 눈을 감고 몸을 씻었다.그의 몸에는 몇 개의 할퀸 자국이 있었고 어깨에는 깊은 이빨 자국이 있었다. 그는 그것들이 모두 지서현이 남긴 흔적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었다.어젯밤은 단지 꿈이었다.그는 춘몽을 꾸었다. 지서현과 함께 있는 꿈을.그녀는 끝내 오지 않았고 그는 그녀의 친구
지서현은 급히 여자 기숙사로 돌아왔다. 다친 엄수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서현아, 난 괜찮아. 오늘 걷다가 발목을 삐끗했어. 발목이 부었는데 약을 발랐으니 금방 나을 거야. 지안이가 왜 너한테 전화해서 돌아오라고 했는지 모르겠네. 별일도 아닌데.”엄수아는 발목을 삔 것이었다.유지안은 전화로 엄수아가 다쳤다고만 했지, 무슨 일인지는 자세히 말하지 않아 지서현은 깜짝 놀랐었다.“그럼 넌 여기 앉아서 쉬어. 돌아다니지 말고.”“알았어.”지서현은 엄수아의 빨갛게 부어오른 발목을 살펴보고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그때 은은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지서현의 전화였다. 유정우였다.“서현 씨, 저 오늘 퇴원인데 안 오면 저 혼자 퇴원할게요.”지서현은 자기 머리를 탁 쳤다. 유정우가 오늘 퇴원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니.그녀는 황급히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하승민은 VIP 병실에 있는 지유나를 보았다.그녀는 헐렁한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고 아직 의식이 없는 상태였다.하승민은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유나가 왜 이러는 거죠?”“하 대표님, 어젯밤에 유나를 혼자 두고 갔잖아요. 그
하승민은 지서현과의 관계가 끝났다고 말했다.지유나는 기쁨에 겨워 하승민의 품에 뛰어들어 그를 꽉 껴안았다.“승민 오빠, 나 알아. 서현이는 남자 꼬시는 데는 선수잖아. 오빠가 잠깐 흔들린 거, 나 하나도 원망 안 해. 오빠가 나를 버리지 않을 거라는 거 알고 있었어. 오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잖아.”하승민은 지서현에게 잠시 마음이 끌렸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히 동굴 속의 그 소녀, 그의 여자 지유나였다.하승민은 지유나를 품에 안았다.지해준은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지유나만 행복하다면 그걸로 되
하승민의 긴 손가락이 허공에 멈췄다.“하 대표님, 어서 출발해요. 수아를 빨리 찾아야 해요.”하승민은 백미러로 지서현을 흘끗 보았다. 지서현은 뒷좌석에 앉아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얼굴은 다소 창백했는데 맑고 깨끗한 얼굴이 더욱 투명해 보였다.지서현의 신경은 온통 엄수아에게 쏠려 있어 하승민을 힐끗 한 번 쳐다본 것이 전부였다.이제 두 사람은 하나는 앞에 하나는 뒤에 앉아 마치 남처럼 멀어진 사이가 되어버렸다.하승민은 시선을 거두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알았어.”...엄수아는 계속 울고 있었다. 너무 슬펐다.
엄수아는 조군익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알고 보니 조군익은 집안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접근했고 예쁘다고 칭찬하며 약혼까지 했던 것이다. 사실 그의 눈에 자신은 그저 추녀에 불과했다.이것이 그의 진심이었다니.엄수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수아야, 은지가 다치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어. 죽어 마땅한 건 바로 너 이 못난이야.”조군익은 잔인하게 말을 내뱉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엄수아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눈가에는 눈물이 금세 차올랐고 그녀는 입을 틀어막은 채 여자 기
하은지는 휴대폰을 꺼내 지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수아가 영화관에서 늦게까지 기다리다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돌아갔다는 말에 지유나는 깔깔 웃었다.“진짜 웃겨 죽겠네. 임씨 가문의 막내면 또 어때요. 얼굴이 예뻐야지. 은지 씨, 너무 잘했어요. 조군익은 이젠 완전히 푹 빠진 것 같은데요.”하은지는 미소를 지었다.“유나 언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내일 더 재밌는 일이 있을 거예요.”“누가 엄수아더러 지서현이랑 어울리래요? 우리한테 덤빈 게 잘못이지. 이번 일은 엄수아에게 좋은 교훈이 될 거예요. 은지 씨, 좋은 소식 기다
‘조군익은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엄수아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군익의 안전이 걱정되었던 것이다.팝콘을 품에 안고 엄수아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세경대로 뛰어갔다.세경대에 도착했을 때 엄수아는 온몸이 젖어 있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맛있는 팝콘만큼은 조군익과 함께 나누고 싶어 품 안에 소중히 안고 왔던 것이다.엄수아는 조군익을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조군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는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하은지가 서 있었다.조군익
조군익은 고개를 돌렸다. 하은지의 맑고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그의 눈이 빛났다.“어, 하은지!”하은지는 오늘 세일러 카라가 달린 파란색과 흰색 상의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늘씬한 다리까지, 그녀의 완벽한 몸매가 잘 드러났다. 하은지는 조군익 앞에 청순하게 서서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살짝 웃었다.“조군익, 전에 네 차에 얻어 탔었잖아. 그러니 오늘 내가 우산 씌워주는 걸로 퉁치자.”조군익은 웃었다.“조군익, 너 약속 있지? 이 우산 너 가져. 난 먼저 갈게.”하은지
하은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 그녀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유나 언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정우 오빠예요...”“은지 씨, 정우는 이제 잊어요. 그 사람, 이미 강미래 씨랑 결혼 날짜까지 잡았어요. 유 씨랑 강 씨 두 재벌가끼리 맺는 결혼이라 절대 틀어질 일 없어요. 그러니까 은지 씨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연 찾아야죠.”지유나는 덧붙였다.“조씨 가문은 해성에서도 손꼽히는 재벌가예요. 조군익은 집안도 좋고 인품도 괜찮아서 임씨 가문에서도 지온이한테 점찍어 뒀잖아요. 근데 은지 씨가 먼저 가로채면
엄수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지유나, 정신 차려. 여긴 임씨 가문이야. 하씨 가문이 아니라고. 뭐해요. 얘네들 당장 내쫓아요!”“알겠습니다.”지유나와 하은지는 반항할 새도 없이 쿵 소리와 함께 밖으로 던져졌다. 곧 두 사람은 문밖에서 엎어져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다.하하.임미선은 매정하게 비웃었고 엄수아는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두 사람을 잘 대접하겠다고 말했었다.감히 그녀의 절친 지서현을 괴롭히다니. 지서현 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지?며칠 전 지서현이 크게 앓았던 것에 대
엄수아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녀가 바로 지온이라고.엄수아가 지온이라고?지유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엄수아가 지온이라니? 나와 은지가 세경대를 샅샅이 뒤지며 찾아다녔던,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했던 그 사람이 바로 엄수아, 이 못난이라고?’하늘이 자신에게 너무나 큰 장난을 친 것 같았다.믿을 수가 없었다.하은지 또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때 엄수아가 웃으며 말했다.“지유나, 우리 오빠에게 들었는데 너 나랑 친구 하고 싶다고 했다며? 아까는 말 잘하더니 왜 지금은 아무
“우리는 지온이랑 노는데 넌 시골뜨기 서현이하고만 놀 수 있으니 참 불쌍하다.”임미선은 어이가 없어 눈을 흘겼다.하지만 엄수아는 웃으며 말했다.“맞아, 나는 너희가 지온이랑 노는 게 정말 부러워.”하은지는 실컷 비웃고 나서 말했다.“유나 언니, 이 못난이에게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지온이 만나러 갑시다.”지유나도 엄수아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부러워하게 내버려 두고 우리끼리 들어가요.”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의 거만한 모습을 보며 임미선은 비웃었다.“아가씨, 저 사람들은 아직 아가씨의 신분을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