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있던 무리의 사람들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특히 하연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건 승진하는 게 아니었나? 더 높은 층으로 가야 하는 거 아닌가?이 작은 길로 가는 건 무슨 뜻이지...하연주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한 걸음 나아가 임우정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사모님, 우리... 우리 어디로 가는 건가요?”임우정은 주변을 둘러보고 그녀를 한 번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여기가 딱 맞는 것 같네요.”“네?”“아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하셨죠?”하연주는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 임우정의 눈에서 한 줄기 날카로운 빛이 번쩍였다!그러고는 임우정이 갑자기 손을 들어 하연주의 뺨을 세게 때렸다!하연주는 맞고 멍해졌고 한쪽 뺨이 뜨겁게 아팠다.뒤따라오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 말을 잃었다.강소아도 멍하니 임우정을 바라보았다.임우정은 차갑게 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 말해 봐요, 소리가 났죠?”“사모님, 당신이... 당신이 날 때렸어요?!” 하연주는 머릿속이 하얘졌다.“내가 당신을 때렸어요, 왜요?” 임우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당신을 때리려면 날짜를 골라야 하나?”“당신이...”“건물 안에서는 내가 육자 그룹의 사모님이라 함부로 때릴 수 없죠.”“하지만 지금은 건물을 나왔으니...” 임우정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나는 육경섭의 아내야!”“육경섭이 예전엔 어떤 사람이었는지 모를 리 없겠지? 그가 사람을 다루는 방법은 한 손뼉보다 훨씬 더 무서워!”하연주는 두 다리가 풀려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고 두 눈엔 공포만이 가득했다.“희철!”임우정이 소리치자 희철이 사람들을 데리고 다른 길에서 나타났다.열 명 남짓한 거구의 보디가드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고 그들의 위엄은 햇빛조차 가릴 듯했다.희철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그는 프로젝트 팀에서 이 하연주가 두 명의 딸들을 어떻게 괴롭혔는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오늘 드디어 그 악당을
하연주는 눈을 크게 떴고 한순간 완전히 멍해졌다.희철은 틈을 타 그녀를 끌고 갔고 방금까지의 소란스러운 장면은 다시 고요해졌다.주위의 동료들은 놀란 눈으로 강소아과 육연우를 바라보았고 이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개를 숙이고 서둘러 돌아갔다.강소아의 마음은 떨리고 있었고 임우정이 자신을 보호하려 애쓰는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다. 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꾹 참으며 임우정과 눈을 마주쳤을 때 살짝 미소를 지었다.“소아야, 연우야.” 임우정은 두 소녀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가방에서 한 뭉치의 원고를 꺼냈다.“오늘 이걸 특별히 너희에게 전해주고 싶었어.”강소아와 육연우는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이건 샘 씨의 작품으로 모든 선이 그가 직접 그린 것이었다!“사실... 몰래 너희에게 건네주고 바로 떠나려고 했어. 그런데 이 사람들을 만날 줄은 몰랐네...” 임우정은 고개를 저었다. “섭이가 여러 번 말했지. 너희 일에 간섭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은 참을 수가 없었어...”“이제 너희 둘의 회사 내 위치가 달라졌어.” 임우정은 두 소녀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아.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해봐. 육씨 가문은 언제나 너희의 든든한 후원자야!”두 소녀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임우정을 껴안았다.임우정은 그녀들의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녀는 웃으며 운명이 자신에게 여전히 편애를 보여준다고 느꼈다. 단번에 두 딸을 되찾았으니 말이다.“자, 이제 새 사무실을 보러 올라가자!” 임우정은 다시 소정애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물었다. “저기... 차 한 잔 하실 수 있을까요?”*유환은 야구 모자와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가장 평범한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어 멀리서 보면 평범한 행인처럼 보였다.그녀와 비서는 태연하게 육자 그룹의 건물로 들어가 로비 한쪽에 섰다.“유환 언니, 그 인턴이 바로 영화 프로젝트 팀에 있는데 듣기로는 일할 때 매우 성실하고 인간관계도 좋대요. 그리고 건축 디자인 전공이라서 여러 논문을 발표했
유환은 연예계에 오래 몸담고 미녀들을 수도 없이 봤지만 강소아의 아름다움은 결코 흔하지 않다고 느꼈다.강한 상실감이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유환을 향해 무섭게 다가왔다.그녀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비서가 여러 번 부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유환 언니, 무슨 일이에요?”유환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그쪽을 한 번 더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가 남자라도 그녀를 선택했을 거야.”“그게... 무슨 말이에요?”“아무것도 아니야.” 유환은 비서를 향해 돌아섰다. “그녀는 정말 예쁘네.”“네.”“그가 그녀에게 밀크티를 사줬어... 그 밀크티는 정말 달겠지. 그들이 함께 있는 모습도... 정말 달콤해.”유환의 마음은 아팠고 동시에 무척 부러웠다.짝사랑은 마치 무언극 같아서 무대 위에서 열정적으로 연기해도 무대 아래 사람들은 아무것도 들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문성원과 강소아의 대화를 듣지 못했다.“이 타로 밀크티는 군형이 만든 거고 이 망고 코코넛 밀크는 준성이 육연우에게 만든 거예요! 최씨 가문의 두 아들은 요즘 밀크티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저트에도 빠져 있어요. 앞으로 차례대로 나올 예정이니까 두 분도 기대해줘요!”“미안해요, 문 변호사. 이렇게 바쁜데도 여기까지 와주셔서. 그런데 그 두 사람은 왜 직접 오지 않았나요?”“그건... 최 사모님이 명령해서 그 둘은 집에서 주방 청소를 해야 했거든요.”강소아는 무척 기뻐하며 웃었고 밀크티를 받으며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고 문성원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다.“유환 언니, 유환 언니!” 비서가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줬다. “문 변호사가 이미 떠났어요. 우리도... 갈까요?”“그래, 가자.”유환은 기운이 없었지만 막 돌아서려는 순간, 누군가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유환은 깜짝 놀랐고 곧 맑은 눈동자를 보였다.“혹시 면접 보러 오셨나요?”*임우정은 소정애의 맞은편에 앉아 쩔쩔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복잡한 감정이 밀려왔다.오랫동안 침묵을 지킨 후,
이 말은 임우정 마음속 가장 나약한 곳을 찔렀다.만약 예전의 그녀였다면, 당장 달려들어서 이 여자의 목을 조르고 뺨을 몇 대 때렸을것이다.혹은 하연주를 처리했던 방식대로, 희철에게 손을 쓰라고 시키던지 최대한 잔인하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임우정은 몇 번 깊은숨을 들이쉬면서 몸이 떨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그렇게 말하지 마요.”그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당신이 20년 동안 키웠으니, 어머니라는 호칭에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소정애가 잠깐 멈칫하더니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하지만 이 20년은 제가 훔쳐 온 거에요...”이 말을 내뱉자마자 두 사람의 마음속에 박혀있던 돌이 동시에 부서지는 것 같았다. 임우정은 순간 숨쉬기 어려워졌고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가까스로 참았다.반면 소정애는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녀는 20년 만에 이 사실을 마주할 수 있었다.그녀는 자신에게 물었다.‘만약 이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만약 우연한 기회로 강소아가 친부모를 찾지 못했다면, 과연 내가 놓아줄 수 있었을까?’그 답은 분명 놓지 못한다일것이다.그녀는 선한 면도 있고 악한 면도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후회스러웠다.이 병에 걸린 건 아마 인과응보일 것이다. 그녀가 다른 사람의 딸을 차지한 것을 하늘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어서 불치병에 걸리게 한 것일 것이다. 그녀가 죽으면 모녀 사이를 갈라놓지 못하니까.소정애는 조용히 눈물을 떨구었다. 입에 머금은 차는 사약처럼 썼다.“미안해요...”소정애가 임우정에게 말했다.“정말 미안해요!”임우정은 귓가에 이명이 들리자 다시 주먹을 꽉 쥐었고 미세하게 몸이 떨려왔다.미안하다는 사과로 모든 잘못을 용서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미안하다는 한마디 말로는 떨어져 지낸 지난 20년의 세월을 채워줄 수도, 지난 20년의 고통의 세월을 보상받을 수도 없었다.임우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제 딸을 잘 키워주셔서, 그리고 살려주셔서 고마워요...”소정애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이가 하려 했지만, 갑자기 고통이 밀려왔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숙였고 창백한 얼굴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강소아가 유환을 데리고 사무실로 왔다.육연우는 디자인실에서 동료들과 설계에 관해 연구하고 있었다.강소아는 문을 닫은 뒤, 톱스타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 블라인드를 내렸다.아무도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고 커피고 그녀가 직접 내렸다.이런 특별대우에 유환은 몸 둘 바를 몰랐다.그녀는 선글라스를 벗고 커다랗고 맑은 눈망울로 강소아를 바라보며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조금 전 건물 밖에서부터 네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어!”강소아가 그녀의 맞은쪽에 앉으며 소녀 팬처럼 웃었다.“며칠 동안 많은 여자 연예인이 영화 프로젝트 모델 일 때문에 왔었는데 너도 올 줄은 몰랐어! 참, 매니저님은 누구랑 얘기하셨대?”“아, 아니야!”유환이 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난 모델 일 때문에 온 게 아니야.”“그럼 무슨 일 때문에 왔어?”“그게...”유환이 입술을 깨물었다.강소아를 보러 왔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그런데 보아하니 헛걸음한 건 아니었다. 강소아를 직접 보니 왜 문성원이 그녀를 여자 친구로 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녀였어도 강소아에게 호감이 생겼을 것이다.예뻐해 주고 불면 날아갈까 아껴주며 이렇게 예쁜 여자아이가 조금의 상처도 받지 않게 보호했을 것이다.유환은 입술을 앙다물며 둘러댔다.“난... 난 오늘 스케줄이 없어서 쇼핑하러 나왔다가 우연히 육자 그룹을 지나가게 되어서 그냥 한 번 들어와 봤어.”강소아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육자 그룹이 뭐가 그렇게 예뻤는데?”유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네가 아주 예쁘지!”강소아도 같이 웃었다.두 사람은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첫 만남이라서 혹시 어색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색함도 전혀 없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처럼 어떤 주제든 대화가 끊이지
유환은 핸드백에서 만년필을 꺼내 손에 꼭 쥐고 멍하니 있었다.차가 목적지에 도착한 뒤, 매니저가 그녀를 몇 번이나 부른 뒤에야 정신이 돌아왔다.재크는 스튜디오에서 달려 나와 직접 밴 문을 열고 유환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이 리얼리티 쇼는 시청률이 아주 높아서 네가 컴백하기 아주 좋은 기회야. 얼른 가서 메이크업하고 대본 확인 해. 촬영 들어가면 감독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해, 알겠지?”“악마의 편집 하지 말라고 미리 PD한테 얘기해요!”유환은 다시 도도한 얼굴로 돌아와서 선글라스를 휙 던졌다. 선글라스는 마침 매니저의 손에 떨어졌다.“알았어!”재크는 그녀의 말에 고분고분 따랐다.“그런 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만약 악마의 편집을 하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이미 다 얘기했어. 다만...”“뭐요?”“다만 우리 베이비 좀 웃으면 안 될까?”재크는 양손으로 반원을 그리며 과장된 미소를 지었다.“비록 네가 도도한 캐릭터인 건 알지만 가끔 서비스 차원에서... 그러면 분명 네 인기가 훨씬 올라갈 거야!”“그래요?”유환이 냉소를 지었다.“내가 웃으면 다들 놀라서 자빠질 텐데, 서비스라고요?”“음...”“누가 우리 언니가 웃지 않는대요?” 매니저가 앞질러 말했다.“언니가 오후 내내 웃는 걸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재크는 단번에 그녀가 심상치 않은 사람을 만나고 왔다는 걸 눈치챘다.“누구야?”유환은 귀찮은 듯 그를 보며 말했다.“알면 뭐 하게요?”“너...”재크는 그녀 앞에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그는 스튜디오로 걸어가는 유환을 뒤따라가며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다.“영화 프로젝트 모델 일, 신경 좀 써! 내가 이미 육자그룹 담당자한테 연락했어. 이번 싸움은 무조건 이겨야 해! 도저히 안 되면 서연 누나한테 얘기해 볼게. 서연 누나는 육자 그룹과 가까우니까 방법 좀 생각해달라고 부탁해 볼게.”“베이비, 무조건 일이 먼저야! 남자나 사랑은 언젠가 사라질 거품 같은 거야, 알겠어?”유환은 그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
걱정을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온 임우정은 집 안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거실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그녀는 입구에 서서 집안을 들여다봤다.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었다.최군형과 최군성은 주방에서 그릇을 나르느라 바빴고 소연화와 몇몇 도우미들은 차마 막지 못하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주방을 보니, 그곳은 “재난 현장”을 방불케 했다. 딱 봐도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강소아와 육연우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밥상에는 두 도련님이 만든 반찬들이 차려져 있었는데 비주얼은 썩 좋지 않았다.두 사람이 변명을 늘어놓았다.“보기에는 좋지 않지만 맛은 분명 최고일 거야!”입구에 서 있던 임우정은 웃음을 터뜨렸다.“두 도련님께서 어머니의 기세에 눌려 감히 집에서 주방을 어지럽히지는 못하고 우리 집에 온 거야?”네 아이는 순간 멈칫하더니 동시에 출입문 쪽을 쳐다봤다.최군형과 최군성은 멋쩍은 듯 웃으며 얼른 우정 아주머니를 모셔 왔다.강소아는 그녀의 팔을 끌어당겨 앉히고는 젓가락을 건네며 두 사람의 요리솜씨를 맛보게 했다.“음...”임우정은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미리 장모한테 효도하는 거야?”최군형이 미처 반응하지 못한 사이, 최군성이 대답을 가로챘다.“당연하죠!”둘째 도련님은 입에 꿀을 바른 듯 예쁜 말만 했다.“근데 잘못 말씀하셨어요. 아주머니는 제 장모님이 아니에요.”“뭐?”“어렸을 때부터 제가 크는 모습을 지켜보셨으니까 제 마음속에는 친어머니와 다를 바가 없어요! 그러니까 오늘 이 밥상은 아들이 어머니께 효도하는 겁니다.”임우정은 웃픈 표정을 지으며 그의 이마를 탁 튕겼다.어렸을 때 품에 안고 키웠던 아기가 어느새 그녀보다 훨씬 큰 건장한 청년이 되었다니.하지만 그녀 눈에는 영원히 아기들이고 영원히 엄마 아빠의 보호가 필요해 보였다.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문득 병상에 누워있는 소정애 생각이 나서 복잡한 표정으로 강소아를 보며 부드럽게 웃고는 조용히 물었다.“오늘은 일찍 퇴근했네?”“오늘
강소아가 웃으며 말했다.“나 유환이랑 약속이 있어.”최군성이 무의식적으로 최군형을 쳐다봤다.최군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날 봐?”둘째가 웃으며 물었다.“뭐 이렇게 크게 반응해?”첫째는 몰래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겨드랑이를 쿡 찔렀다.최군성이 악 소리를 지르며 얼른 임우정와 육연우 사이에 가서 앉았다.최군형은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강소아 앞에 가서 그녀의 손을 잡고 나지막이 물었다.“둘이 만나서 뭐 해?”“여자끼리 일을 알아서 뭐하려구?”“...”최군형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강소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모델 일 관련해서 얘기 좀 하려고.”“모델?”“응, 영화 프로젝트의 모델이 필요하대.”최군형의 콧등에 땀방울이 맺혔다.“그 프로젝트는 엄청 많은 여자 연예인이 얘기 나누고 있지 않아?”“근데 여자 연예인들은 유환보다 별로야.”“너... 꼭 그 아이여야만 하는 거야?”강소연이 웃으며 최군형의 얼굴을 쓰다듬고는 커다란 눈을 굴리며 말했다.“이건 여자가 여자에 대한 인정이야. 설마 질투하는 거야?”“난...”“말 들어. 엄마랑 같이 식사하고 약 꼭 드시라고 말씀드려, 알았지?”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강소아는 임우정에게 인사를 건네고 새처럼 재빨리 육씨 가문을 나섰다.최군성은 그제야 참았던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호탕한 웃음소리에 임우정의 심장이 몇 번이나 쿵쿵 뛰었다.최군형의 표정도 더 굳어졌다...“나도 이만 일어날게.” 그는 몸을 일으키며 최군성에게 말했다.“방금 소아가 시킨 일은 네가 나 대신 해.”“뭐?”최군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형은 또 어디 가는데?”“난 문성원이랑 약속이 있어.”*어느새 날은 어둑어둑해졌고 오성의 여름밤은 아주 시끌벅적했다. 거리에는 관광객들로 가득했고 야시장은 사람들 소리로 시끄러웠다.사방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가득했다.길모퉁이에서 기다리고 있던 유환은 이 장소에 속해있지 않은 사람 같았다.그녀는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