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소아 씨를 좋아하니까요. 소아 씨, 난 연애를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그러더라고요. 연애의 시작은 고백이라고. 저도 알아요, 지금 순서가 이상해졌다는 거... 하지만 전 정말로 소아 씨를 좋아하고 있어요. 소아 씨도 나를 좋아해 주면 안 될까요? 그때 아주머니가 하셨던 말씀처럼 반년이나 일 년 후에 우리 가짜 혼인신고서도 진짜로 바꾸는 거죠... 그래 줄래요?”최군형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말을 전부 꺼내 속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대답을 들을 것을 생각하면 불안하고 긴장해졌다.그는 강소아의 대답이 들려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20년 넘게 살아오면서 선택을 하고 이렇게까지 긴장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도 처음이었고 누군가의 대답에 그의 운명이 달려 있었다.“소... 소아 씨,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대답해줘요, 네?”강소아는 한참 침묵하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녀는 그의 손에 있는 솜사탕을 보았다. 푹신푹신한 것이 꼭 하늘의 구름을 뜯어온 것 같았다.발꿈치를 들어 두 팔을 그의 목에 두른 그녀는 그의 입술을 살짝 만졌다.그러자 최군형의 두 눈이 커졌다.강소아는 수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까 키스할 때 눈 감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어요?”“하, 하지만...”‘이건 분명 소아 씨가 먼저 시작한 거야!'최군형은 살면서 얼른 누군가를 안고 싶다는 마음은 처음이었다.“소아 씨, 이름이 참 잘 어울리네요.”“그게 무슨 말이에요?”그의 손은 그녀의 몸을 슬쩍슬쩍 만지고 있었다.“소담하게 핀 꽃 같고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워요...”“군형 씨!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요! 부끄러우니까...”“소아 씨, 꼭 잘해 줄게요.”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강소아는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두 사람이 있는 방안엔 행복만 가득 찼다....한편 오성.육명진은 육소유를 데리고 케이블카를 타고 있었다. 호화로운 케이블카는 꼭 공중에 떠 있는 작은
육연우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케이블카는 덜컹거리며 흔들리게 되었고 육연우는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 안전바를 잡으면서 애를 썼다.육명진은 그런 그녀를 무심한 얼굴로 지켜보았다.20년간 그는 육연우를 딸로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육연우는 그의 인생에 있어서 흑역사와 같은 존재였다.그는 육연우를 낳은 여자를 사랑한 적도 없었다. 그저 술을 진탕 마시고 하룻밤의 실수로 생긴 아이였을 뿐이었다. 게다가 육연우의 엄마도 깨끗한 사람이 아니었다. 딸을 낳았음에도 야밤에 자주 술집으로 들락거리며 다른 남자들과 술 마시며 놀지 않았는가?육명진은 애초에 책임질 생각도 없었기에 모른 척 살아갔다. 그런데 1년 뒤에 술 먹고 함께 밤을 보냈던 여자가 아기를 안고 그를 찾아왔다...원래 대충 돈을 챙겨주고 쫓아낼 생각이었지만 여자는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말을 해댔다. 바로 그에게 첫눈에 반해 아이를 낳기로 했다는 것이다.육명진은 몰래 아이를 데리고 자신과 유전자 검사도 해봤었다. 결과는 일치했다. 그때 마침 육소유도 태어나 몰래 육연우와 육소유를 바꿔버릴 생각을 했었다.그러나 여자는 그의 생각을 반대하면서 무조건 자신이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의 아이 인생도 망칠 수는 없다고 했다.육명진은 홧김에 결국 아이와 여자를 촌구석으로 내쫓아 굶어 죽기를 바랐다.육소유 납치 계획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를 도와주고 있던 먼 친척이 욕심에 눈이 멀어 그의 통제를 조금씩 벗어나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마침 그때 해난 사고를 당했다.육명진은 그 기회를 틈타 먼 친척을 처리해 버렸고 육소유가 걱정되는 척 열심히 수색하기도 했다. 사실상 그는 육연우가 어느 정도 크면 육소유라고 소개하면서 육씨 가문에 들여보낼 생각이었다.그렇게 계획대로 진행되는 줄 알았지만 다른 먼 친척이 찾았다는 단서가 진짜일 줄은 몰랐다. 그 단서를 따라 그는 강우재와 소정애의 존재와 진짜 육소유가 강주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게 되었다.그는 하수영을 매수해 진짜 육소유를
그동안 그녀는 엄마와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아무리 생활 형편이 어렵고 힘들어도 엄마와 함께 하는 생활은 단순하고 즐겁기도 했었다. 그녀의 세상은 사실 아주 작았다. 어릴 때부터 그녀에겐 엄마뿐이었다.“네 엄마 장례식 치르고 싶지 않다면 그럼 내가 시킨 대로 제대로 하란 말이야!”육명진은 그녀의 턱을 세게 확 잡았다.“네가 육씨 가문을 내 손에 들어오게 해줘야 네 엄마도 살 수 있는 거야, 알아들었어?”육연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육경섭 부부를 속이는 일은 그녀에게 아주 어려운 일이었지만 육명진이 시킨 일이니, 하기 싫어도 해야 했다.“아 그래, 최근에 최군성 그 자식이랑 가깝게 지낸다고 했었지?”“아니에요...”육연우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전 정말로 그 사람과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지난번 병원에서는 그저 우연히...”“그래봤자 네가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봐도 넌 그럴 용기가 없거든.”육명진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했다.“최씨 가문의 자식들은 전부 눈치가 빠른 놈들이야. 그놈들이 분명 너를 의심하고 있을 거야.”“그럼 어떻게 해요?”“최군성이 어쩌면 뭔가를 눈치챘을지도 모르겠네...”육명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이렇게 해. 앞으로 피해 다닐 필요도 없어. 너한테 접근하면 그냥 내버려 둬. 처리는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육연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창가 쪽으로 기어갔다. 숨 쉬는 것마저 조심스러웠다....며칠이 지났지만 강우재의 허리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처음에 소정애는 그가 게으름을 피워 그녀를 가사도우미처럼 여겨 부려먹는다고 생각해 ‘민간요법'을 생각해냈다.그러나 그녀가 민간요법을 시도하던 도중에서야 힘없이 축 처져 있는 강우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고 심지어 신음 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제야 남편의 허리에 정말로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소정애는 당황하였다. 행여나 자신의 민간요법으로 강우재가 평생 허리를 쓰지 못하
다음 날 아침, 우미자는 역시나 딸을 데리고 ‘어딘가 몸이 안 좋은 사람'처럼 꾸며내 찾아왔다. 그리고 그에게 생리가 불규칙하다는 이유를 댔다.우미자는 최군형에게 딸의 증상을 알리며 이 기회에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힐 생각이었다. 게다가 몸 상태를 살피려면 반드시 맥을 짚어야 하지 않겠는가?신체 접촉만 있다면 그다음 과정은 알아서 이루어질 것이다.우미자는 자신이 흘러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딸도 사심 가득한 눈길로 최군형을 보았다. 웃음을 짓자 그녀의 얼굴에 가득한 주근깨들이 한곳에 모였다. 그녀는 손을 내밀어 테이블 위에 올리면서 손목에 있는 금팔찌를 자랑하기라도 하듯 슬쩍 흔들었다.최군형은 어색함을 웃는 얼굴로 가려버렸다.그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만 돌려 옆에 있던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잔뜩 어두워진 그녀의 표정을 보니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특히 삐죽 튀어나온 입술은 윤기 도는 체리 같았고 저도 모르게 먹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그는 머릿속에 ‘솜사탕'보다 달콤했던 그녀의 입술을 떠올렸다...우미자가 그에게 딸을 소개하며 맥을 짚어달라고 할 때 강소아는 혼인 관계 증명서를 테이블 위로 탁 소리를 내며 내려놓았다.우미자와 그 딸은 깜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강소아는 최군형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커다랗고 초롱초롱했던 두 눈엔 평소와 같은 다정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은 위압감만 남아 있었다.우미자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내려놓은 혼인 관계 증명서를 보았다.강소아 가족과 오랜 시간 이웃으로 지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강소아는 연약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오늘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아주머니.”강소아는 웃는 듯 아닌 듯한 얼굴로 말했다.“제가 대신 따님 증상을 봐 드릴까요? 하하, 제가 우리 남편이랑 매일 시간을 함께 보내서 어깨너머로 조금 배운 것이 있거든요. 따님 생리 주기가 불규칙적이라고 하셨죠? 이런 문제는 남자들은 잘 모르니까 제가 대신
“어때요?”한참 후 최군형은 그녀의 입술에서 떨어졌다.“만병통치약이죠?”강소아는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너무도 민망해 그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강소준이 들어왔다.강소아의 표정이 확 바뀌더니 얼른 최군형을 밀어냈다.“형!”강소준은 감격스러운 눈길로 그를 보았다.“저 형님이 방금 하신 말, 전부 다 들었어요!”최군형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뭘... 뭘 들었는데요”“아주 좋은 약이 있다면서요! 그것도 만병통치약!”최군형은 민망한 표정을 짓더니 한참 침묵했다.“형님이 우리 아빠 허리까지 치료해주셨잖아요. 전 형님의 의술 실력을 믿고 있어요. 분명 그런 약이 존재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 발도 좀 치료해주시면 안 될까요?”“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최군형은 땀이 삐질 났다.“그게...”“형, 저 어제 친구들이랑 농구하다가 발목을 접질렸거든요. 지금도 팅팅 부어있어요. 그 약 좀 저한테 나눠주세요!”최군형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강소아를 힐끗 보았다. 그러나 강소아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강소준은 여전히 그 약이 존재하리라 믿고 있을 때 그들은 어디선가 최군형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강소아는 멈칫하고 최군형을 보았다. 마침 최군형도 그녀를 보고 있어 눈이 마주치게 되었고 두 사람에게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역시나 익숙한 얼굴이 그들의 시야에 나타났다...“아이고, 최군형 씨, 강소아 씨... 두 분 여기 계셨군요!”구봉남은 문틀에 팔을 올렸다. 안색이 조금 창백했을 뿐 아니라 웃는 것마저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최군형은 미간을 찌푸렸다. 반사적으로 강소아를 등 뒤로 숨기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신 거죠?”“아아, 걱정하지 마요. 난 뭐 따지러 온 게 아니니까요.”구봉남의 눈빛은 다소 풀려 있었다.이때 그의 비서가 따라 들어오며 공손하게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곤 상황을 설명했다.“저희 대표님께서 최군형
최군형은 그를 힐끗 쳐다보며 차갑게 웃었다.“어떤 상황이냐고 물어보셨잖아요? 사실대로 말씀드린 것뿐인데...”“됐어요! 그... 군형 씨, 둘만 잠깐 따로 얘기할 수 있을까요?”최군형은 잠깐 생각하더니 은침을 챙기고 구봉남의 차에 올라탔다. 그는 차 안에서 방금 확인한 사실을 구봉남에게 전달했다.구봉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군형을 찾기 전에 먼저 병원에 갔었다. 그럼에도 그를 찾아온 이유는 그가 소문처럼 대단한지 확인하는 동시에 이 최군형이 그 최군형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그는 남양 의학회의 회장인 윤정재가 외손자를 끔찍이도 아껴 자신의 지위와 의술을 모두 손자에게 전수해 주려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앞의 이 사람의 윤정재의 외손자가 맞는지 증명하려면 반드시 직접 시험해 봐야 했다.최군형이 그의 병세와 원인에 대해 줄줄 읊을 때 그는 깜짝 놀랐다. 새파랗게 어린 최군형의 진단은 병원 의사와 똑같았다!윤정재의 가르침이 없다면 누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겠는가?구봉남의 미간이 점점 찌푸려졌다. 눈 속에 의심이 짙게 드리웠다. 그는 시험조로 물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화 적게 내시고, 몸보신에 신경 쓰시고요. 식사와 수면은 꼭 규칙적으로 해주세요. 큰 문제는 아닙니다. 신장이 허한 건...”최군형은 입술을 씰룩댔다. 순간 그의 머릿속에 남양 윤제 그룹의 알약이 생각났다.외할아버지는 종종 그 알약을 아버지한테 보내주곤 했었다. 어릴 적의 기억은 별로 없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알약이 오는 주기는 점점 더 짧아졌다. 아빠가 홧김에 약을 던져버리는 주기도 점점 더 짧아졌다. 아빠는 항상 그렇게 소리쳤었다.“내가 이런 걸 필요로 할 것 같아?”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그 물건을 최대한 멀리 버리라고 명령했었다.최군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좋은 물건을 왜 버렸지? 아빠 말고도 그게 필요한 남자는 많을 텐데.예를 들면 눈앞의 이 남자라든지.최군형은 구봉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최군형의 바늘 함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최군형
최군형은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짚어본 뒤 천천히 눈을 감았다.“육소유 컵을 가져온 게 맞아?”“응, 아무도 모르게 가져왔고 조심해서 보관했으니 확실해.”“경섭 아저씨 거랑 같이 보낸 것도 확실하고?”“응! 경섭 아저씨 건 구하기 쉽잖아. 우리 병원에서 검사했으니 조작됐을 리도 없어!”‘검사한 건 우리 사람들이지만 검사지를 가져온 사람은 아닐 수도 있지.’최군형은 잠깐 생각하다 다시 물었다.“입원 병동에서 육소유를 봤다며?”“응! 어라? 육소유가 부르던 사람이 입원 병동에 있는 사람 아니야?”최군성이 그제야 알겠다는 듯 말했다. 최군형이 어두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하지만 확실해지기 전까지 함부로 말하진 말자. 돌아오기 전까진 다른 사람들이 키우고 있었으니, 양어머니를 부른 것일 수도 있어.”“형, 형이 너무 신중한 거야! 여기서 어떻게 더 확실하게 해? 이미 확인된 거잖아!”“아빠가 가르쳐주신 건데, 너 벌써 잊은 거야?”“헤헤... 아빠 말은 잘 듣네. 그래서, 신분 속이고 여자랑 연애하는 것도 아빠가 가르쳐주신 거야?”최군성이 짓궂게 웃으며 최군형에게 다가갔다.“너...”“형, 둘이 어디까지 갔어? 뽀뽀만 하고 다른 건 안 했어?”“최군성!”이어 최군성의 방에서 그의 비명이 들려왔다. 고용인들은 모두 밖에서 몰래 웃고 있었다. 주 씨 아줌마도 마음이 아팠다.“큰 도련님은 돌아오실 때마다 자비 없이 작은 도련님을 때리세요...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떡해요!”“걱정 마요. 요즘 둘째 도련님이 육씨 가문 아가씨와 친하게 지내시잖아요. 걱정할 거 없어요!”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최군형이 방에서 나와 계단을 내려오며 여유롭게 옷을 정리했다.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거두고 정중하게 인사한 뒤 흩어졌다.방 안에는 아직도 최군성의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최군형은 작게 웃고는 부모님의 방으로 향했다.강서연은 통유리 창문 앞에서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최연준은 그 옆에서 아내에게
“군성이랑 둘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우리가 모를 줄 알아?”“아빠, 엄마...”“됐어, 빙빙 돌려 말하지 마. 나와 네 아빠도 소유의 신분이 의심스러워. 하지만 경섭 씨와 우정 언니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말 안 하는 거야.”“엄마, 저와 군성이 모두 제일 큰 문제는 육명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에 군성이가 소유의 컵을 빼돌려서 DNA 검사를 했는데 경섭 아저씨와 일치했어요! 혹시 중간에서 누군가 손을 쓴 게 아닐까요?”“병원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모두가 우리한테 충성을 다할 수는 없는 거야. 한두 명 정도 매수할 수도 있지.”강서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최연준이 미소 지으며 이어 말했다.“중요한 건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거야. 권투에서 페이크 치는 것처럼, 상대에게 혼란을 주다 예상하지 못했을 때 상대방에게 펀치를 날리는 거야.”“네. 알겠어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그를 절대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 줬으며 그에게 길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행복함이 차올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어릴 때처럼 강서연을 꽉 안았다. 원래는 엄마를 안은 뒤 아빠를 안으려 했으나, 그 전에 최연준이 먼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야야야! 다 큰 녀석이... 이게 뭐 하는 거야!”최군형은 웃으며 강서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아빠는 엄마가 자신의 품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전에는 그런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강소아를 만난 후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래요, 제가 가도 두 분은 계속 깨 볶고 계셔요. 근데 가기 전에 엄마한테 받을 게 있는데...”최군형이 아이처럼 생글거리며 강서연의 앞에 앉았다.“뭔데?”최군형의 눈길이 강서연의 화장대 위에 놓인 나무상자에 고정돼 있었다. 강서연이 뭔가를 직감하고 물었다.“뭐하고 싶은 거야?”“엄마, 평소에 액세서리는 잘 안 하시죠?”최군형이 아기 여우처럼 웃으며 물었다.“응?”“사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