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성이랑 둘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우리가 모를 줄 알아?”“아빠, 엄마...”“됐어, 빙빙 돌려 말하지 마. 나와 네 아빠도 소유의 신분이 의심스러워. 하지만 경섭 씨와 우정 언니가 기분 나빠할까 봐 말 안 하는 거야.”“엄마, 저와 군성이 모두 제일 큰 문제는 육명진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번에 군성이가 소유의 컵을 빼돌려서 DNA 검사를 했는데 경섭 아저씨와 일치했어요! 혹시 중간에서 누군가 손을 쓴 게 아닐까요?”“병원에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데, 모두가 우리한테 충성을 다할 수는 없는 거야. 한두 명 정도 매수할 수도 있지.”강서연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최연준이 미소 지으며 이어 말했다.“중요한 건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함부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거야. 권투에서 페이크 치는 것처럼, 상대에게 혼란을 주다 예상하지 못했을 때 상대방에게 펀치를 날리는 거야.”“네. 알겠어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은 그를 절대적으로 믿어주고 지지해 줬으며 그에게 길을 알려주기까지 했다. 이런 가정에서 태어난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행복함이 차올랐다. 그는 저도 모르게 어릴 때처럼 강서연을 꽉 안았다. 원래는 엄마를 안은 뒤 아빠를 안으려 했으나, 그 전에 최연준이 먼저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야야야! 다 큰 녀석이... 이게 뭐 하는 거야!”최군형은 웃으며 강서연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아빠는 엄마가 자신의 품에 없으면 불안해하는 사람이었다. 전에는 그런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강소아를 만난 후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래요, 제가 가도 두 분은 계속 깨 볶고 계셔요. 근데 가기 전에 엄마한테 받을 게 있는데...”최군형이 아이처럼 생글거리며 강서연의 앞에 앉았다.“뭔데?”최군형의 눈길이 강서연의 화장대 위에 놓인 나무상자에 고정돼 있었다. 강서연이 뭔가를 직감하고 물었다.“뭐하고 싶은 거야?”“엄마, 평소에 액세서리는 잘 안 하시죠?”최군형이 아기 여우처럼 웃으며 물었다.“응?”“사놓고
“아뇨, 괜찮아요.”최군형이 단칼에 거절했다. 아직 강소아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주지 않았는데 지금 집에 데려올 수는 없었다.하지만 엄마의 말이 그에게는 엄청난 위로가 되었다. 자신을 꼭 육소유와 결혼시키려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최군형이 더듬거리며 설명했다.“때가 되면 데리고 올게요. 좋은 사람이에요. 엄마도 좋아하실 거예요.”“정말?”최연준이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이밀고는 최군형을 훑어보며 웃었다. 최군형이 못 말린다는 듯 탄식했다.“아빠...”“아들, 우린 육씨 가문과 통혼하기로 했어. 지금 육소유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경섭 아저씨와 우정 아줌마는 너희가 잘됐으면 하는 눈치야. 하지만 나와 네 엄마가 먼저 확인할 거야. 그 아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확실히 해야지.”“네.”최군형이 감동적인 눈빛으로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그는 오글거림을 참고 두 사람을 끌어안으며 말했다.“제 부모님 해 주셔서 감사해요, 저 정말 행복해요.”“됐어!”강서연이 최군형의 등을 팡 치며 말했다. 벌써 케이크 만들 시간이 되었다. 그녀는 급히 책을 내려놓고 꼭대기 층의 제과점으로 갔다. 최군형이 멀어지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만 자리를 뜨려는데, 최연준이 뭔가를 손에 들고 그를 쿡쿡 찔렀다.“응?”그가 고개를 숙이자 그 나무 상자가 보였다.“아빠, 이건...”“에메랄드 반지만 빼고 다 가져가. 그 반지는 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라 못 줘. 다른 건 마음껏 가져가서 그 애한테 줘!”“엄마가 알면 어떡해요?”“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 용돈이 끊기겠지!”최군형은 멍하니 아빠를 쳐다보며 웃었다. 최상 그룹이 다 그의 손에 있는데, 그가 돈이 부족하겠나? 하지만 최연준은 평생 강서연에게서 용돈을 받아 썼다. 이것 또한 사랑의 모습이 아닐까!최군형은 상자 안에서 금풍옥로 팔찌를 꺼내며 말했다.“아빠, 전 이거면 돼요. 다른 건 다시 가져가요.”“이거로 되겠어? 너무 적은 거 아니야?”“소아는 그렇게 물질적인 사람이
최군성은 온몸이 뻣뻣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육소유, 너...”“저, 전 군성 오빠랑 같이 나갈래요.”육소유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최군성이 땀범벅이 돼 물었다.“뭐?”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여 육소유의 반짝이는 두 눈을 보자 찌릿하며 마음이 움직였다. 그 눈에는 두려움과 억울함이 가득 들어있었지만, 그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최군형은 입술을 꾹 물고는 몸에 힘을 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 그럼 제가 소유랑 갔다 올게요.”“응, 빨리 가! 천천히 있다 와!”부모들이 모두 어리둥절해 있는데 최군형만 웃으며 말했다.최군성은 최군형을 째려보고는 육소유의 손에 이끌리다시피 해서 문을 나섰다.“어떻게 된 거야? 군형아, 너...”임우정이 어리둥절하게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다가 최군형을 보며 물었다. 강서연이 그녀의 손을 잡고 옅게 웃었다.“우정 언니, 어떻게 말할지 모르겠는데 마침 잘됐네. 사실 그때 혼약도 충동적으로 한 거였잖아. 아이들 결혼 문제는 우리가 너무 간섭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언니 생각은 어때?”임우정이 멍해지더니 고개를 돌려 육경섭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은 듬직하고 영리한 데다가 능력도 있어서 둘도 없는 사위 후보였다.하지만 어떻게 찾아온 딸인데, 고작 이런 일 때문에 딸과 다투고 싶지 않았다.육경섭은 젊을 때처럼 호탕하게 웃고는 손을 아내의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맞아, 소유가 좋아하는 사람이랑 결혼하라고 해! 어차피 다 최 씨잖아!”임우정이 웃으며 그를 툭 쳤다.강서연과 최연준은 서로를 쳐다보며 말하려다 말았다. 그 자리에 육명진도 있었기에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됐다.그들 몇 사람은 거실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강서연은 은근슬쩍 임우정에게 딸과 사이가 어떠냐고 물었다.임우정이 씁쓸하게 웃고는 작게 말했다.“뭐랄까... 낯설어.”“어떻게 그래?”강서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임우정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20년이 지났어. 20년 동안 내 딸을 못 챙겨줬다고. 나
강서연은 작게 몇 마디 위로하고는 고개를 들었다. 육명진의 굳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강서연은 테이블 밑으로 최연준을 툭 차고는 그에게 눈치를 주었다.최연준도 육명진의 표정을 보아냈다. 그들 부부는 마주 보고 작게 웃었다. 어찌 된 일인지 알 것만 같았다.육소유가 진짜이든 가짜이든 간에 육명진은 꼭 이 일과 관련이 있을 것이었다.*육씨 가문을 나간 뒤, 육연우는 경호원을 따돌리고는 최군성을 이끌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최군성은 그녀같이 창백하고 연약한 몸에서 이렇게 큰 힘이 나올 줄 상상도 못 했다.둘은 해변에 도착했다. 체력 좋은 최군성도 지친 것 같았다. 하지만 육연우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공허한 두 눈으로 안개가 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을 꾹 깨문 그녀의 몸이 옅게 떨렸다.최군형이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다가갔다.“소, 소유야, 괜찮은 거지?”육연우는 ‘소유’라는 이름을 듣자 본능적으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머리를 감싸고 모래사장에 주저앉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최군성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이며 가느다랗게 말했다.“군성 오빠...”“소유야, 무슨 일 있어? 나한테 말해봐, 내가 도와줄게!”육연우는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이었다. 다른 사람 행세를 하는 건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최군형과 최군성은 모두 머리가 비상했다. 그녀 혼자서 두 사람을 속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그들에게 들키기보다는 스스로 자백하는 게 나았다.그래서 최군성이 그녀의 컵을 가져갈 때도 못 본 척한 거였다. 그 DNA 검사지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줄 알았는데, 육명진이 자신의 표본과 육경섭의 표본을 바꿔치기할 줄은 몰랐다.그들은 혈연관계가 있었기에 DNA 검사지는 또다시 아무런 쓸모가 없어졌다.육연우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심호흡하며 이 모든 게 곧 끝날 것이라도 되뇌였다. 최군성을 끌고 나온 것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였다.“군성 오빠, 사실 나...”최군성이 그녀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
최군형은 집에 며칠 있나 싶더니 급히 강주로 돌아갔다. 돌아가자마자 그는 보물을 바치는 것처럼 그 팔찌를 강소아에게 전해주었다.“이건 뭐예요?”강소아가 놀라운 목소리로 물었다.최군형은 가기 전 장난치는 듯한 어투로 오성에서 선물을 사 오겠다고 했다. 설사 그게 열쇠고리 하나일지라도 사 왔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다고 했다.그런데, 이렇게 귀한 팔찌를 사 올 줄은 몰랐다... 이 팔찌는 정교한 공예로 만들어졌다. 액세서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강소아조차도 고가의 팔찌라는 걸 쉽게 보아낼 수 있었다.강소아가 주저하는데 최군형이 작게 웃고는 팔찌를 그녀의 팔에 끼워주었다.“우리 집 대대로 내려오는 거예요. 엄마가 그러는데, 며느리에게 주겠대요!”“정말요?”“네! 며느리 보고 싶어서 난리예요.”“그게 아니라요!”“네?”“앞의 말이요... 당신 집 대대로 내려오는 거예요?”최군형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그 정도로 귀한 건 아닌데... 안 비싼 거예요, 마음껏 껴요! 이걸 가져온 건, 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예요.”“어떤 마음이요?”강소아는 알면서도 물었다. 입을 열자마자 얼굴이 빨개졌다.최군형은 이 틈을 타 강소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얹었다.그는 드디어 당당하게 그녀의 방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모든 게 완벽했다. 강소준은 학원에 갔고, 강소아의 부모는 가게에 있었기에 집에는 그들 둘뿐이었다.최군형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그녀의 체취를 맡았다. 마음이 간질거렸다. 그는 약간의 웃음기를 띠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소아 씨... 이게 뭘 의미하는지 정말 모르는 거예요?”“몰라요, 저한테 설명해 줘요!”“네, 좋아요.”최군형은 짓궂게 웃으며 허리를 숙여 입을 맞추려 했다. 한 번 입 맞춘 뒤로 그는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강소아가 뭐라 하든, 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에는 다른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한 번으로 안 되면 두 번, 세 번...강소아의 손이 그의 가슴을 약하게 밀쳤다. 최군형은 그녀의 손목을
하수영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건 강소아와 친해진 후로 그녀가 처음 거절한 일이었다.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최군형의 눈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 찼다. 당연히 하수영이 먼저라 하수영에게 팔찌를 끼워줄 줄 알았다. 강소아의 대답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그의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하수영이 작게 웃었다. 두 사람이 일심동체가 된 모습을 보고 있는 그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녀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귀한 물건인 거 알아. 내가 가지겠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럼... 그럼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가자, 그건 되지?”하수영이 기대 어린 눈빛으로 강소아를 바라보았다. 강소아는 마음이 약했다. 이렇게 불쌍한 척하고 있으면 강소아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것이었다.게다가 그저 팔찌 하나일 뿐인데, 사진 찍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하수영은 강렬한 직감에 사로잡혔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팔찌는 분명 일반 팔찌가 아니었다.‘육 선생님이 이걸 알아야 하는데...’하수영은 작게 웃으며 강소아의 팔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강소아는 미소를 지으며 옆으로 피하더니 팔찌를 빼 최군형에게 쥐어주었다.“군형 씨, 이렇게 귀한 건 넣어두는 게 좋겠어요. 이러다 망가뜨리면 큰일 나요.”최군형은 어리둥절하게 있다가는 이내 웃음을 지으며 계단을 올라갔다.하수영이 놀란 듯 입을 열었다.“소아야, 너...”최군형이 방에 들어간 뒤에야 강소아는 머쓱하게 웃으며 하수영의 팔을 잡아끌었다.“미안해!”하수영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뿌리쳤다.“수영아! 그거... 군형 씨가 준 거라서 다른 사람이 끼는 것도, 사진 찍는 것도 싫어. 이해해 줘.”“사랑 얻은 지 얼마나 됐다고 우정을 잃은 거야? 팔찌 하나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그래! 나도 남친 생기면 한가득 사달라고 할 거야!”“응! 군형 씨 말 들어보니 그 팔찌 별로 비싼 것도 아니래. 지금도 충분히 살 수 있어!”강소아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하수영에게 미안했기에 듣기 좋은 말만 골라 하는 것이었다
여자들 사이의 기 싸움은 최군형에게는 작은 일이었다. 전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었다.하지만 강소아에게는 달랐다. 그는 차분하게 앉아 강소아의 말을 듣고 싶었고, 상황을 완벽하게 분석해 주고 싶었고, 어떤 문제든 해결해 주고 싶었다.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일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사자가 중요한 것이다.강소아가 인상을 쓰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최근에요. 그 애 집이 부자가 되고 나서부터 저랑 점점 멀어지는 느낌... 군형 씨, 수영이도 돈에 눈이 먼 사람일까요? 전에는 이런 적 없었는데요.”최군형이 입꼬리를 올렸다.‘바보 같은 사람.’돈을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었다. 돈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상한 사람은 얼마 없었다.소정애도 강소아에게 하수영과 함께 놀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어떤 상황인지는 모르지만 장모님의 눈은 틀릴 수 없었다.“됐어요.”최군형은 한참을 생각한 후 세 음절을 토해냈다.“소아 씨, 진정한 친구는 이렇게 멀어지지 않을 거예요. 하수영 씨와 점점 멀어진다면, 두 사람의 결이 안 맞다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마요.”강소아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지만 정말 이런 일이 닥치고 보니 실망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최군형은 강소아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고는 웃으며 말했다.“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죠. 그리고... 그렇게 맹목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마요.”“네?”“모든 친구에게 다 진심을 드러낼 필요는 없잖아요. 한 사람을 완전히 알기 전까지는 그렇게 마음을 다하지 마요.”최군형이 강소아의 눈을 쳐다보며 정중하게 말했다. 강소아가 귀엽게 고개를 갸웃했다.“그래요? 그럼 당신은요? 우리도 언젠가는 헤어질 텐데, 그럼 당신한테도 진심을 내보이면 안 돼요.”“저는 다르죠.”최군형이 그녀에게 다가가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저흰 안 헤어져요.”“군형 씨...”“그리고, 저한텐 마음뿐만 아니라 당신의 모든 걸 다 줘도 돼요!”최군형이 강소아를 와락
최군형의 귀가 윙 하고 울리더니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흥분하는 마음을 최대한 감추려고 했지만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그가 여기 있어서?최군형이 활짝 웃었다. 그의 눈은 온 세상을 가진 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웃지 마요!”강소아는 부끄러운 듯 도망가려 했지만 금세 최군형에게 잡혀 그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너무 기뻐서요. 바보, 어차피 2주인데요.”“2주... 너무 길어요.”강소아가 그의 가슴에 기댔다. 그녀는 최군형에게 점점 더 의지하고 있었다. 2주가 아니라 하루만 보이지 않아도 신경 쓰였다.“소아 씨, 어렵게 온 기회잖아요.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최군형이 강소아의 얼굴을 감싸고 진지하게 말했다. 강소아가 자신에게 기대는 것은 물론 좋았지만, 그로 인해 자아를 잃는 건 싫었다.“건축과 학생 모두가 남양의 건축을 배워야 하는 거라면,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아요.”“내가 떠나도 괜찮다는 거예요?”“안 괜찮아요, 하지만 소아 씨가 저를 위해 자기 자신을 잃는 게 더 안 괜찮아요. 소아 씨, 언제나 자신만의 세계가 있어야 해요. 좋아하는 일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고요. 그게 제가 생각하는 완전한 인생이에요.”이건...강소아는 조금 멍해졌다. 어릴 적부터 보호받으며 잘 큰 탓일까, 강우재 부부의 가방끈이 짧은 탓일까. 그들은 절대로 강소아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한 건 그녀를 이 귀족 학교에 보내 ‘시야를 넓히는’것뿐이었다. 정확히 어떤 시야가 넓어지는지는 그들 자신도 몰랐다.하지만 최군형이 말하니 금세 알 것만 같았다.그녀가 봐야 하는 건 독립적인 여성의 자신감이었다. 세상에 맞서 싸우는 대담함과 침착함이었다.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었다.강소아는 최군형을 보며 생긋 웃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최군형의 얼굴을 쭉 늘이고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군형 씨 말이 맞아요! 누구한테 배운 거예요? 감옥 교도관이 이런 것도 가르쳐요?”최군형이 흠칫하고는 머쓱하게 웃었다.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