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02화

Penulis: 무안안
“안 데려다줘도 돼. 필요 없다고 했잖아.”

심미연은 말을 끝내자마자 그를 지나쳐 앞쪽으로 걸어갔다.

강지한은 그녀를 재빨리 따라잡아 손목을 꽉 잡았다.

“심미연,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가는 건 위험해. 그것도 몰라?”

게다가 이 여자는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렇게 늦은 시간에 혼자 다니는 게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내 일에 간섭하지 마.”

심미연은 짜증이 나서 그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강지한, 제발 좀 귀찮게 하지 마! 우린 이미 이혼했잖아. 왜 아직도 이러는 거야?”

강지한의 행동은 심미연을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녀의 거절이 계속되자 강지한은 얼굴에 민망한 기색이 떠올랐다.

“심미연, 난 그저 널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은 것뿐이야. 아무 뜻도 없어.”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알아 들었겠지?’

“안 데려다줘도 된다고 했잖아. 강지한, 사람 말 못 알아듣는 거야?”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에 조금도 겁먹은 기색 없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예전의 강지한은 그녀에게 관심도 없었는데 이제는 꼼짝없이 그녀에게 들러붙어 매일같이 그녀를 쫓아다니는 모습이 심미연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강지한은 얼굴이 굳어졌다.

“심미연, 내가 너 생각해서 이렇게 하는 거잖아. 뭐가 불만이야?”

그는 분명 그녀에게 잘해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비난하고 있었다.

강지한은 심미연을 마주할 때마다 힘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엔 내 말이라면 다 듣던 여자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그냥 내가 불만이 많은 걸로 하자.”

심미연이 말을 끝내자마자 손목이 잡히고 귀에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집에 가자.”

따뜻한 손길이 손바닥을 통해 퍼져 나가며 그녀의 몸 속까지 온기가 전해지듯 점점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심미연은 돌아서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빠, 왜 여기 있어?”

“계속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어.”

박유진은 그녀를 품에 끌어당기며 부드럽게 말했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kunci

Bab terkait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3화

    강지한은 심미연이 자신에게 손을 댈 거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잠시 멍하니 서 있던 그는 정신을 차리자 간신히 닫히는 엘리베이터 문 사이로 여자가 남자의 입술을 닦아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강지한의 눈은 혈안이 되어 붉어지고 온몸의 피는 끓어오르며 가슴속에서 뚫인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심미연은 나를 가장 사랑한다고 했었잖아.’ ‘도대체 어떻게 변할 수 있지?’ ‘아니야. 심미연이 변한 게 아니야. 박유진이 심미연을 강제로 데리고 있는 거야.’ ‘그래. 그게 맞아.’ 그때 성무진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대표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셔서 쉬시는 게 좋겠습니다.” 강지한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심미연, 돌아와. 가지 마. 널 보내지 않을 거야.” 성무진은 강지한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며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 그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예전엔 대표님이 사모님을 떠나고 싶어 했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애절하게 잡으려 하다니. 무슨 의미일까요?’ ‘어떤 사람은 한 번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인데...’ ‘대표님처럼 똑똑한 분이 왜 그런 걸 못 깨닫는 걸까요?’“성 비서, 빨리 아래로 내려가서 심미연을 데려와. 상미가 갑자기 호흡이 어려운 것 같다고 말해. 어떻게 된 건지 와서 봐 달라고 해.” 강지한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손을 휘저으며 급하게 말했다. 성무진은 거절할 수 없어 어쩔수 없이 대답했다. “그럼 대표님은 병실로 돌아가셔서 쉬세요. 제가 바로 심미연 씨를 쫓아가겠습니다.” “빨리 가. 심미연이 떠나지 못하게 해.” “알겠습니다.” 성무진은 급히 말을 마친 뒤 서둘러 걸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성무진은 계속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이 이렇게 변했다는 건 심미연 씨에게 마음이 생긴 걸까?’ ‘하지만 심미연 씨는 분명 대표님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대표님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4화

    ‘심미연이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가 있지?’강지한의 반문에 성무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불필요한 말을 꺼냈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강지한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예전엔 대표님이 심미연 씨를 원하지 않으셨던 게 아닌가?’ ‘그런데 왜 지금은 심미연 씨에게 버림받은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는 걸까?’ 한참의 침묵이 흐른 뒤 강지한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는 먼저 들어가. 내일 오전 회의는 네가 진행해. 난 회사에 나가지 않을 거야.” 성무진은 짧게 대답한 뒤 병실을 빠져나갔다. ‘심미연 씨가 다시 나타난 이후로 대표님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성무진이 떠난 후 강지한은 흡연실로 향했다. 그 시간대의 흡연실은 뜻밖에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여러 남자들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앉아 있었고 공기는 자욱한 연기로 가득했다. 강지한은 문 앞에서 잠시 눈살을 찌푸리더니 결국 안으로 들어갔다. 그를 본 한 남자가 자연스럽게 담배 한 개비를 내밀며 말했다. “형님, 같이 태웁시다.” 강지한이 그를 흘끗 쳐다보자 그 남자는 얼른 말을 덧붙였다. “지난번에 한 대 빌려 가셨잖아요? 또 담배 안 가져오셨을까 봐 챙겨뒀습니다.” 강지한은 주머니에서 담배 한 갑을 꺼내더니 오히려 그에게 한 개비를 건넸다. “제가 드릴게요.” 남자는 순간 눈앞의 담배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한 개비의 가격이 자신의 며칠 치 밥값에 맞먹는 담배였다. 그는 슬쩍 자신이 내밀었던 담배를 다시 집어넣고 강지한이 준 담배를 공손히 받으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형님, 굳이 허세 부릴 필요 없어요. 아껴 쓰세요.” 옆에 있던 다른 남자가 강지한에게 손을 뻗으며 말을 걸었다. “형님, 저도 한 대만요.” 그 남자는 비싼 담배라 구경만 했지 피워 본 적은 없었다. 강지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 남자의 얼굴을 스쳐 보더니 말없이 담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5화

    강지한은 고상한 눈빛으로 말을 건 남자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마치 구역질 나는 쓰레기를 바라보는 듯한 눈초리였다. 그의 입꼬리에는 비웃음이 번지며 천천히 올라갔다. “심미연은 내 여자야. 너희 그 더럽고 추악한 생각은 접어둬. 감히 남의 여자를 탐내려고 해?” 강지한의 눈빛에서 위험한 불꽃이 번뜩였다. 마치 바로 그 순간 상대를 태워버릴 듯한 위협적인 기운이 감돌았다.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은 듯 모두가 그의 강렬한 기세에 압도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그는 이런 천박한 자들이 심미연을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뭐, 뭐라고요...” 그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아름다운 여자가 바로 저 사람의 여자라니. 그래서 이 남자가 이렇게 화가 난 거였구나.’ 다른 남자가 그의 아내를 그렇게 더럽히려 했다면 그도 죽을 힘을 다해 싸웠을 것이다. “끌어내.” 강지한이 차갑게 명령했다. 경호원들이 남자들을 하나씩 잡아끌어 내자 그들은 강지한이 얼마나 강력한 인물인지 실감했다. 이렇게 많은 경호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분명히 대단한 인물일 거라 짐작했다. ‘망했다.’ ‘입을 가볍게 놀리지 말았어야 했어! 큰일을 벌였네.’ 강지한은 손끝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정신을 차리고 담배불을 끄며 공허한 마음으로 비어 있는 흡연실을 빠져나갔다. 마치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 마음이 텅 비어 있었다.같은 시각, 심미연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손에 계란 하나를 들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박유진의 얼굴 위에 굴리고 있었다. 그녀의 집중된 다정한 표정은 주변의 공기마저 부드럽게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그 순간 심미연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재채기를 했다. 박유진은 그 모습을 보고 급격히 긴장하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미연아, 감기 걸린 거야? 왜 갑자기 재채기한 거야?” 그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심미연의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그의 마음을 흔드는 듯했다. 심미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6화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고 공기 중에 불꽃이 튕기는 듯한 긴장감과 뜨거움이 교차했다. 박유진의 숨이 가빠지며 눈빛에는 갈망과 확고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심미연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마치 그녀를 뼛속까지 담아두고 싶은 듯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으며 마치 오랫동안 목마른 사막의 여행자가 간절히 물을 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애절하고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미연아, 언제 나랑 결혼할 거야?” 심미연은 그의 갑작스러운 고백과 행동에 놀라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귀에 들릴 듯했다. 그녀는 이 순간, 자신의 세계가 뒤집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박유진의 숨결이 그녀를 감싸며 숨이 막힐 듯했지만 그 따뜻함과 안전감을 갈망하는 마음도 함께 밀려왔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돌려 그의 뜨거운 시선을 피하려 했다.박유진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고 그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나는 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그냥 우리 관계가 좀 더 확실했으면 좋겠어. 이렇게 같이 살고 있는데 사람들이 너한테 뭐라고 할까 봐 걱정돼.” 심미연은 박유진의 깊은 눈을 응시하며 가슴속에서 울리는 심장 박동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마치 그 소리가 귀로 들릴 정도로 강하게 울리며 점점 빨라져 거의 가슴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심미연은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금세 붉어졌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입술이 마른 채로 살짝 다물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용기를 내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 먼저 혼인 신고하러 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긴장된 채로 두 손을 꼬며 힘을 줘 손끝이 하얗게 변했다. 마음속에서는 불안과 초조함이 밀려왔다. 그녀는 자신이 박유진과 부부로서의 삶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 부부 사이의 갈등이 커질까 봐 두려웠다. 그런 결혼 생활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박유진은 그 말을 듣고 눈빛이 잠깐 흔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7화

    심미연은 정신을 차리고서야 얼굴이 달아오른 걸 깨달았다. “나 먼저 전화 받을게.”박유진은 아쉬운 기색이 스쳤지만 조용히 손을 놓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먼저 받아.” 심미연은 순간 미안한 감정이 스쳤다. 깊게 숨을 들이쉬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전화를 받는 순간,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온 건 도진혁의 다급함이 묻어나는 거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큰일 났어요! 신 대표님이... 사라졌어요!] 그 말은 마치 묵직한 망치로 심미연의 가슴을 내리치는 듯했다. 손끝이 차갑게 식으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떨며 핸드폰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뭐라고요? 무슨 소리예요?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자세히 말해봐요!] 심미연은 몰아치는 불안을 애써 누르며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신 대표님이 갑자기... 새우찜이 먹고 싶다고 하셔서 제가 급히 포장하러 다녀왔거든요. 그런데 돌아와 보니까... 대표님이 안 계셨어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CCTV를 확인하려 했는데... 하필이면... 그 타이밍에 CCTV가 고장 나 있었어요.] 도진혁의 목소리에는 깊은 자책과 초조함이 가득했다. 순간, 서늘한 기운이 발끝에서부터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차갑고 날카로운 불안이 척추를 타고 전신을 휘감았다.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이성을 되찾으려 애썼다. [일단 경찰에 신고하세요. 저도 바로 갈게요.] 최대한 차분하게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에는 어쩔 수 없이 긴장과 조급함이 배어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도진혁은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자 심미연은 저도 모르게 온몸이 떨렸다. 차가운 불안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심장을 옥죄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옆에 있던 박유진을 꽉 끌어안았다.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최대한 또렷하게 말했다. “오빠... 하린이가 사라졌어. 미안해... 나 지금 당장 병원에 가봐야 해.” 심미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8화

    박유진이 조용히 핸들을 돌리며 차를 계속 몰았다. 심미연은 창밖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린이는 지금 뭐하고 있을까?’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박유진이 차를 세우기도 전에 심미연은 문을 열고 급히 차에서 내렸다.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병실로 달려갔다. 숨을 헐떡이며 병실 문을 밀어젖혔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희미한 조명 아래 외롭게 앉아 있는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그의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고 적막한 병실 안에는 낮고 거칠게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한 남자가, 그토록 강해 보이던 사람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 마음을 놓고 울고 있었다. 끊어진 실처럼 떨어지는 눈물은 하얀 침대보 위로 조용히 스며들었다. 그 작은 물방울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파문을 일으키듯 공기마저 깊고 무겁게 슬픔에 잠긴 듯했다. 심미연은 그 모습을 보고 목이 칼칼하고 숨이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크게 놀랐다. 도진혁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아는 도진혁은 언제나 냉철하고 흔들림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이렇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보니 심미연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린이를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까지 울 수 있을까...’ 그녀는 문 앞에서 그대로 멈춰 섰다. 그리고 한 발짝도 내딛을 수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도진혁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며 예상치 못하게 심미연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붉게 부은 눈에서는 놀람과 당황이 엇갈리고 있었다. 순간, 그는 서둘러 팔을 들어 옷소매로 얼굴에 묻은 눈물을 급히 닦아내며 예전의 차분함을 되찾으려 애썼다. 도진혁이 심미연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병실로 들어갔다. “심 대표님...”도진혁의 목소리는 깊고 낮으며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순간 쌓여온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며 고통을 숨기려 비틀어진 미소를 지었다. 심미연은 차분하게 응답하며 깊게 숨을 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09화

    [유진 도련님께서 무슨 자격으로 그걸 물으시는 겁니까?] 이진영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른하고 게으른 기색이 역력했다. 박유진은 차갑게 웃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한밤중에 사람을 병원에서 몰래 데려가시는 겁니까? 그것도 말 한마디 없이?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거,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강하게 울려 퍼졌다. 빈 복도를 가득 채우며 마치 망치질처럼 묵직한 메아리를 남겼다. 처음 심미연이 이진영을 의심했을 때 박유진은 혹시 오해가 아닐까 생각했다. 이진영이야 원래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인간이지만 적어도 이렇게 무례하고 비합리적인 짓을 할 사람은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그가 보인 태도와 말투, 모든 게 박유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신하린을 데려간 건 분명 이진영이었다. 전화기 너머로 잠시 적막이 흘렀다. 박유진이 이렇게까지 묻는 걸 보면 심미연이 이미 모든 걸 눈치챈 게 분명했다. ‘아마 곧 직접 날 찾아오겠지.’ 하지만... 신하린을 돌려줄 생각 따위, 애초부터 없었다. 그 여자는 평생 그의 곁에 있어야 하니까. 다시는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신하린을 데려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유진의 목소리는 낮고도 위협적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이빨 사이로 스며 나오듯 묵직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이진영은 비웃음을 흘리며 조롱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박유진 씨,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닌가요? 신하린은 제 여자입니다.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굳이 아실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 그는 언제나 자유롭고 방종한 삶을 살아왔고 감히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박유진은 복도 끝에 서서 도시의 불빛이 그의 차가운 얼굴을 스치듯 비추는 가운데 핸드폰을 단단히 쥐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낮아졌지만 그 안에 담긴 경고는 더욱 날카로웠다. [이진영 씨, 정도껏 하시죠.] 그는 확신했다. 심미연이라면 자신이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곧바로 이진영의 위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10화

    그는 문득 심미연의 정체에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심미연은 아무것도 모른 채 태연하게 노트북을 켜더니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도진혁의 시야에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화면에는 쉴 새 없이 복잡한 코드들이 펼쳐졌다. 도진혁은 순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심 변호사님이... 단순히 변호사인 줄만 알았는데?’ ‘대체 정체가 뭐야?’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알 수 없는 감각이 온몸을 감쌌다. 그녀는 정말 예측 불가한 인물이었다. 한편, 박유진은 맞은편에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진지하게 일하는 남자가 가장 멋있다고 말하지만 그는 이제야 깨달았다. 진지하게 일하는 여자의 모습은 상상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 깊이 빠져들 것만 같았다. “됐다!” 심미연이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생각에 잠겨 있던 두 사람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찾아냈어요?” 도진혁이 반신반의하며 물었다. 그는 이미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지만 자신이 나갔던 시간대의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심 대표님이 찾아냈다고?’ ‘대체... 이분 정체가 뭐야?’ 도진혁은 본능적으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혹시 이미 자신의 모든 정보를 조사한 게 아닐까? 그는 이쯤 되니 고민이 밀려왔다. ‘지금이라도 신 대표님한테 솔직히 말해야 하나?’ ‘근데 사실을 털어놓으면 신 대표님이 화내겠지?’ 그녀를 속인 게 무려 3년이다. 도진혁은 점점 더 불안해졌다. 한편, 박유진은 자연스럽게 심미연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익숙한 듯 그녀의 볼을 살짝 잡아당기며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미연이 진짜 대단한데?” 심미연은 환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당연하지.” 맑고 밝은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퍼지자 주변까지 환

Bab terbaru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0화

    “우린 서로 잘 알지도 않잖아요. 그러니까 박시훈 씨, 이런 농담은 삼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소리는 안 나올 거예요.” 심미연의 말은 단호했고 표정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에게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박시훈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화내지 마요. 농담 안 할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살짝 겁이 났다. 정색한 심미연의 얼굴은 꽤 무서웠다. 강지한이랑 맞먹는 수준이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심미연은 노골적으로 그를 내보내려는 기색을 멈추지 않았다. “저... 진짜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박시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연애도 해본 적 없고 야자 마음을 얻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심미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장 소파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제 가세요.”그녀는 주저함 하나 없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박시훈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진심이었고 말 그대로 사실이였다. ‘난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인데 서로 마음만 맞으면 잘될 수 있는 거 아닌가?’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심미연은 이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박시훈 씨, 조심히 가세요. 멀리는 안 갈게요.”그녀는 박시훈이 불쾌해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무슨 감정을 느끼든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방금 전 그의 자기중심적인 말투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박시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이대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뭔가 씁쓸하고 아쉽고 괜히 찬물 끼얹힌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는 마음속으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9화

    심미연은 그가 심태하까지 조사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순간적으로 본능처럼 눈앞의 남자를 다시 보게 됐다. 겉보기엔 멋대로 굴고 책임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한량 같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달랐다. 지나치게 날카롭고 마치 사람의 속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건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눈이었다. ‘이 남자, 뭐지... 정말 이상한 사람인데.’겉모습만 보면 철없어 보이다가도 또 어떤 순간에는 의외로 능력 있어 보였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건 그가 왜 굳이 자신을 찾아와 이런 말을 꺼내는가였따. ‘설마 진심으로 그냥... 내 정체가 궁금해서?’“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저 진짜 악의는 없어요.” 박시훈은 양손을 번쩍 들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하늘에 맹세할게요.”심미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래서 당신이 날 찾아온 목적이 뭐죠?”박시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진짜 이유를 말해도 돼요?” 그의 갈색 눈동자가 살짝 번쩍였고 그의 얼굴엔 순진해 보일 정도로 천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심미연은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돈 뜯어내려는 건가? 내가 그런 일에 쉽게 넘어갈 만큼 만만해 보였나.’“좋아합니다.”그가 느닷없이 말했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좋아해도 될까요?” 심미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시훈의 얼굴엔 서서히 불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숨겨왔던 속마음을 한 번에 쏟아냈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그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강지한이 그녀를 데려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컸다. 심미연은 그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또박또박 물었다. “당신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요?”그녀는 그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서너 번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였고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눈 적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나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8화

    심미연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심, 심 대표님... 아까 어떤 남자분이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대표님을 찾으러 올라가셨어요.”프런트 직원의 목소리는 떨렸고 말도 더듬었다. “누구라고요?” 심미연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장미를 들고 자신을 찾아올 만한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히 저를 찾은 거 맞아요?” “네... 확실합니다. 제가 막으려고 했는데 그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올라가셨어요...” 잘릴까 봐 겁이 난 프런트 직원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얼버무렸다. 그녀는 심미연이 이 거짓말을 영원히 눈치채지 않길 바랐다.심미연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장미를 들고... 누굴까?’그때 사무실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났다. 심미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요. 일 보세요.”말을 마치기도 전에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설마... 강지한? 다시 만날 일 없다고 말했는데 또 온 건가?’ 전화를 끊은 심미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당신...?” 며칠 전, 하늘 하우스 앞에서 명함을 건넸던 그 남자였다.심미연은 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 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깜빡했네. 근데 사무실까지 찾아올 정도면 꽤 급한 일이 있나?’ ‘자, 받아요. 이거 당신한테 주는 거예요.” 박시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장미꽃을 밀어넣으며 말했다. “할 말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심미연은 그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할 말이 뭔데요?” “앉아서 얘기해요. 당신이 힘들면 안 되니까.” 박시훈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 옆을 지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공간.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박시훈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7화

    이진영은 핸드폰을 쥔 채 반쯤 감긴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아무리 뒤져도 끝내 밝혀내지 못한 아버지의 비밀. ‘설마... 한석훈이 정말 뭔가 알고 있는 건가?’‘아니면 그냥 떠보는 소리일까?’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릿속을 뒤엉켰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찾고 싶은 충동이 다시 치밀었지만 이진영은 고개를 돌려 이다은의 병실로 향했다. ...이노하이브 대표실. 강지한은 막 성무진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문소영이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쫓기다 결국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은 심하게 어질러졌고 문이 잠겨 있어 그녀는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결국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119에 실려 갔다. 강지한은 메시지를 닫고 입술을 천천히 매만졌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경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제멋대로 날뛰면 그땐 진짜로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막 서류를 집어 들려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자 박시훈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한아, 큰일 났어!” 강지한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해.” “온지유가... 나왔어.” 박시훈은 말끝을 떨며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무슨 수로 온지유를 꺼낸 거지?’ 강지한의 눈빛이 서서히 싸늘하게 식어갔다. “어떻게 된 거냐.” 그 말을 뱉는 순간, 심미연과 심태하가 본능처럼 떠올랐다. ‘온지유가 풀려났다고? 그럼 미연이랑 태하가 위험할 수도 있어.’‘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나도 방금 들었어. 지금은 육현성 별장에 있다는 것 같아.” 박시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기에 곧장 강지한에게 알린 것이었다. “확실해?” 강지한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는 성무진을 시켜 교도소 내부를 철저히 관리하게 했었다. 온지유가 아무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6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고 싶지 않았다. “안 돼.” 이진영은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더니 곧장 의자에 앉아 이다은의 창백한 손끝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곤 한 톤 낮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육현성 그 자식은 아버지 자격 없어. 네가 그 인간 아이를 낳으면 평생 끌려다닐 거야. 정말 그걸 바라는 거야?” 이다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결국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육현성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이진영의 말처럼 그 인연은 평생 끊어낼 수 없었다. 반면 아이가 없다면 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다은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곧 마음을 다잡은 듯 결심이 담긴 목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알았어. 오빠, 지금 바로 수술 예약해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래. 병실에 얌전히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알았지?” 이진영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이미 진운혁과 연락을 마친 상태였다. 진운혁은 이다은이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 했고 육현성의 재산 절반은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진영은 믿고 있었다. 동생이 건강만 회복하고 이혼만 잘 마무리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육현성 같은 쓰레기는 다은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선 안 돼.’ “알겠어. 오빠, 이제 가봐.” 결정을 내린 이다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음 한쪽이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테니까. 이진영은 병원 접수처로 향해 곧바로 수술 일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5화

    “오빠,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온지유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애교가 섞여 있었다. 지금의 온지유에게 육현성은 유일한 의지처였다. 그를 잃는다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육현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심미연, 기다려. 복수할 기회는 반드시 만들 거야.’“세상에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온지유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유야, 그런데 만약 네가 날 배신한다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겠어.”육현성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경고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 그 사랑은 너무 깊어서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만약 온지유가 그를 배신한다면 그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팔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걸 느낀 온지유는 잠시 두려움이 스쳤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강지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그 상상만으로도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오빠,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이번 생엔 오빠만 사랑할 거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거야.” 온지유는 속마음을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육현성 앞에선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도 너를 끝까지 사랑할 거야.” 그의 말은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지유야, 이제 좀 쉬어. 나는 아래층 좀 보고 올게. 밥 먹을 때 부를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4화

    보통이라면 그녀가 화를 내면 강지한은 한 발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소영은 성무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엔 정말 끝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강지한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몰리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차갑고 무표정한 시선만이 머릿속에 반복되었다. 성무진은 그녀 앞에 서서 공손히 손짓하며 말했다. “큰 사모님, 모시겠습니다.”문소영은 강지한을 향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 “강지한! 너 계속 이렇게 나를 몰아붙인다면 정말 당장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려 했다. 그러나 강지한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성 비서, 데려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문소영의 모습이 점점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성무진은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큰 사모님.”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가운 손길로 문소영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놔! 당장 놔!” “손 떼! 지금 당장!” 문소영은 크게 외치며 저항했지만 성무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거칠게 차에 태웠다. 차에 태운 후 성무진은 팔을 놓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문소영은 재빨리 차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큰 사모님, 죄송합니다.”성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쳤다. 문소영은 그대로 기절했다. 성무진은 그녀를 차 안에 눕히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 밖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역시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끝이 좋을 리가 없지.’‘어쩔 수 없군.’ 그 순간, 성무진은 갑자기 떠오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3화

    도진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저는 진지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신하린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어제 하린이를 하늘 하우스로 데려갔어요. 한 번 들러보세요. 하린이 곁에 조금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미연은 서류봉투를 흘깃 바라본 뒤 덧붙였다. “이 서류는 제가 꼼꼼히 검토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도진혁이 직접 합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이상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수익이 보장된 일이라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이상 놓쳐선 안 되는 법이었다. “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도진혁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한참 바라보다 방금 전 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에서 조용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린이 목에 남은 상처가 아직 그대로일 텐데...’‘진혁 씨가 그걸 보면... 혹시 이진영 씨에게 따지러 가는 건 아닐까?’강지한 사무실.성무진은 문소영을 데려다주고 서둘러 떠났다. 강지한의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성무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문소영은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느긋하게 쏘파에 앉았다. “비서한테 차 좀 가져오라 해. 괜찮은 차로.” 그녀는 비서부가 꽤 유능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웬만한 건 다 알아서 해줄 정도로. 하지만 강지한은 말없이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그 봉투를 그녀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직접 보시죠.”“뭘 보라는 거야?” 문소영은 그를 향해 냉정하게 시선을 던졌다. “보면 알아요.” 강지한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뭐가 들어있길래...?” 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봉투를 들었다. 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2화

    심미연은 박유진이 수년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해온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박유진이 쉽게 놓을 리 없었다.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던 비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 정말 모든 걸 걸고 계시는군요... 제발 심미연 씨가 그 진심을 외면하지 않기를...”한편, 심미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조심스레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진혁이었다. 그는 마치 급히 돌아온 듯 피곤하고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도 비서님...?” 심미연은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휴가를 낸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지?’그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심 대표님, 실례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도강홀딩스의 대표, 도진혁 대표님이십니다.”비서는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말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이 서류는 도강홀딩스와 은성 그룹이 합작할 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서입니다. 먼저 검토 부탁드립니다.”심미연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도진혁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도진혁 대표님...?’ ‘그렇다면 도진혁 씨가 휴가를 낸 이유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였던 건가?”그때 도진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최 비서, 잠깐 나가 있어. 심 대표님과 단둘이 얘기할 게 있어.” 도진혁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평소보다 더 단정하고 신경 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말투와 행동은 여유롭고 예의 바르며 그에게서 흐르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 엘리트의 품위였다. “네. 대표님.” 최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조심스럽게 심미연을 한 번 쳐다봤다. ‘이분이 대표님이 좋아하는 여자분인가... 정말 예쁘다. 대표님이 회사를 물려받은 이유가 이분 때문이라면 이해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