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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작가: 무안안
심미연은 아침에 임현과 함께 피해자의 이웃과 친척을 찾아갔다가 방금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료를 정리하려던 참에 이진영이 육현성을 끌고 사무실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세 사람이 마주 앉자 심미연은 침착하게 그들을 맞이했다.

반면 육현성은 얼굴이 일그러지며 말했다.

“지금 천성은 아직 육영 그룹의 법무 대리인입니다. 심미연 씨, 당신이 이다은의 이혼 사건을 맡으면 고소할 거예요.”

심미연은 차분하게 미소 지으며 뒤돌아 임현에게 말했다.

“우리랑 육영 그룹 간의 계약서, 한 번 꺼내서 육 대표님께 보여 드려요.”

임현은 곧 계약서를 찾아서 육현성에게 건넸다.

“계약은 어제 만료되었습니다. 갱신하지 않으셨으니 자연스럽게 종료된 상태죠.”

육현성은 계약서 상의 날짜를 보고 얼굴이 붉어지며 분노를 터뜨렸다.

“지금 일부러 나를 곤경에 빠뜨리려는 거예요?”

심미연은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띄며 말했다.

“어젯밤, 저는 진심으로 계약을 맺고 싶었어요. 아쉽게도 기회를 주지 않으셨죠. 맞죠?”

육현성은 심미연을 노려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심미연 씨, 잘 생각하세요. 나랑 강지한 사이가 단순한 관계가 아니라는 거 아시죠? 내 적이 된다면 그건 강지한과도 적이 되는 거예요.”

강지한이라는 이름을 들자 심미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강지한과 적이 된다든지, 그런 건 전혀 상관없어요. 그 사람이 나한테 뭘 할 수 있겠어요?”

그녀의 자만에 찬 말투에 육현성은 심미연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느꼈다.

“좋아요, 심미연 씨. 그럼 한 번 두고 봅시다.”

심미연은 입꼬리에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마음대로 하세요. 언제든 준비돼 있으니까.”

‘강지한을 들먹여 나를 위협하려 한다니. 정말 그 사람이 나를 겁줄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육현성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씩씩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육현성이 떠난 후 심미연은 이진영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했다.

“먼저 자세한 상황부터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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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빠,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온지유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애교가 섞여 있었다. 지금의 온지유에게 육현성은 유일한 의지처였다. 그를 잃는다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육현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심미연, 기다려. 복수할 기회는 반드시 만들 거야.’“세상에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온지유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유야, 그런데 만약 네가 날 배신한다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겠어.”육현성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경고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 그 사랑은 너무 깊어서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만약 온지유가 그를 배신한다면 그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팔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걸 느낀 온지유는 잠시 두려움이 스쳤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강지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그 상상만으로도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오빠,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이번 생엔 오빠만 사랑할 거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거야.” 온지유는 속마음을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육현성 앞에선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도 너를 끝까지 사랑할 거야.” 그의 말은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지유야, 이제 좀 쉬어. 나는 아래층 좀 보고 올게. 밥 먹을 때 부를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4화

    보통이라면 그녀가 화를 내면 강지한은 한 발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소영은 성무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엔 정말 끝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강지한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몰리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차갑고 무표정한 시선만이 머릿속에 반복되었다. 성무진은 그녀 앞에 서서 공손히 손짓하며 말했다. “큰 사모님, 모시겠습니다.”문소영은 강지한을 향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 “강지한! 너 계속 이렇게 나를 몰아붙인다면 정말 당장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려 했다. 그러나 강지한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성 비서, 데려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문소영의 모습이 점점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성무진은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큰 사모님.”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가운 손길로 문소영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놔! 당장 놔!” “손 떼! 지금 당장!” 문소영은 크게 외치며 저항했지만 성무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거칠게 차에 태웠다. 차에 태운 후 성무진은 팔을 놓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문소영은 재빨리 차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큰 사모님, 죄송합니다.”성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쳤다. 문소영은 그대로 기절했다. 성무진은 그녀를 차 안에 눕히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 밖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역시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끝이 좋을 리가 없지.’‘어쩔 수 없군.’ 그 순간, 성무진은 갑자기 떠오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3화

    도진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저는 진지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신하린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어제 하린이를 하늘 하우스로 데려갔어요. 한 번 들러보세요. 하린이 곁에 조금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미연은 서류봉투를 흘깃 바라본 뒤 덧붙였다. “이 서류는 제가 꼼꼼히 검토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도진혁이 직접 합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이상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수익이 보장된 일이라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이상 놓쳐선 안 되는 법이었다. “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도진혁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한참 바라보다 방금 전 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에서 조용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린이 목에 남은 상처가 아직 그대로일 텐데...’‘진혁 씨가 그걸 보면... 혹시 이진영 씨에게 따지러 가는 건 아닐까?’강지한 사무실.성무진은 문소영을 데려다주고 서둘러 떠났다. 강지한의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성무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문소영은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느긋하게 쏘파에 앉았다. “비서한테 차 좀 가져오라 해. 괜찮은 차로.” 그녀는 비서부가 꽤 유능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웬만한 건 다 알아서 해줄 정도로. 하지만 강지한은 말없이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그 봉투를 그녀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직접 보시죠.”“뭘 보라는 거야?” 문소영은 그를 향해 냉정하게 시선을 던졌다. “보면 알아요.” 강지한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뭐가 들어있길래...?” 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봉투를 들었다. 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2화

    심미연은 박유진이 수년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해온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박유진이 쉽게 놓을 리 없었다.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던 비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 정말 모든 걸 걸고 계시는군요... 제발 심미연 씨가 그 진심을 외면하지 않기를...”한편, 심미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조심스레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진혁이었다. 그는 마치 급히 돌아온 듯 피곤하고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도 비서님...?” 심미연은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휴가를 낸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지?’그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심 대표님, 실례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도강홀딩스의 대표, 도진혁 대표님이십니다.”비서는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말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이 서류는 도강홀딩스와 은성 그룹이 합작할 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서입니다. 먼저 검토 부탁드립니다.”심미연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도진혁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도진혁 대표님...?’ ‘그렇다면 도진혁 씨가 휴가를 낸 이유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였던 건가?”그때 도진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최 비서, 잠깐 나가 있어. 심 대표님과 단둘이 얘기할 게 있어.” 도진혁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평소보다 더 단정하고 신경 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말투와 행동은 여유롭고 예의 바르며 그에게서 흐르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 엘리트의 품위였다. “네. 대표님.” 최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조심스럽게 심미연을 한 번 쳐다봤다. ‘이분이 대표님이 좋아하는 여자분인가... 정말 예쁘다. 대표님이 회사를 물려받은 이유가 이분 때문이라면 이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1화

    전화를 받자마자 박유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미연아,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오늘 실검에 너 이름이 올라서...”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한마디에도 목소리에는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기다림 끝에 다가온 것은 예상했던 이별이었다. ‘결국 우리는 엇갈릴 운명이었던 걸까?’언젠가 마주할 결말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감정은 휘몰아쳤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기사를 본 뒤 그는 두 시간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겨우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사실 아직 남아 있는 미련 때문이었다. 끝이라면 끝이라도 적어도 그 이유는 알고 싶었다. 심미연은 자신이 지시한 기사 내용을 떠올리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 표정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실검에 오른 그 기사, 내가 일부러 퍼뜨린 거야.”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온지유가 나왔어. 태하가 위험해질까 봐... 그 여자를 끌어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어. 어쩔 수 없었어.” 온지유는 어둠 속에 숨어 있고 그녀는 그 빛 속에 서 있다. 상대는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 불안한 감각이 점점 가슴 속 깊이 스며들며 심태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온지유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다. 심미연은 그 여자가 강지한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온지유가 자신과 강지한이 다시 만났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반드시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가 바로 온지유를 붙잡을 기회가 될 것이다. 박유진은 그녀의 설명을 들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그의 목소리에 힘이 조금 실렸다. “그랬구나... 다행이다. 사람 몇 명 더 붙일게. 미연아, 정말 조심해야 해. 그 여자는... 완전히 선을 넘은 사람이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0화

    심미연은 신하린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아침 식사를 이어갔다. 아침을 다 먹고 난 후 심미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심태하도 유치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챙겼다. 한편, 백선영은 휠체어를 밀며 신하린을 거실로 데려왔다. “신하린 씨, 여기서 편하게 쉬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네. 고마워요. 가서 일 보세요.” 백선영은 식탁 정리를 하러 주방으로 갔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쩌다 다리를 잃은 거야...’ 그때 심미연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심태하도 유치원복을 입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세 살짜리 아이지만 늘 옷을 깔끔하게 입고 다녔다. 엄마를 보자마자 심태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달려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 우리 이제 가요.” 심미연은 그런 아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열정적인 반응이었다. “너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가고 싶어 하는 거야?” 뭔가 이상했다. 심태하는 순간적으로 등을 꼿꼿이 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더 많은 걸 배워야 엄마를 잘 지켜줄 수 있지.”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거야?’ “내가 강해지면, 아무도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할 거예요.” 진지하게 말하는 아들을 보자 심미연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 꼬맹이,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워 온 거야... 눈물 날 것 같네.’ 신하린은 그런 심미연을 보며 속으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따뜻한 아들이 있다니. 진짜 부럽다...’ 심미연은 생각을 멈추고 아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 신발을 신고 나가기 전 신하린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린아, 나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유치원으로 가는 길에 심미연은 심태하에게 당부했다. “낯선 사람하고 말하지 마. 그리고 모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9화

    “입 닥쳐.” 강지한이 짜증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돌아오길 제일 바랐던 사람이 바로 자신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열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자.” 박시훈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전처랑 완전히 끝난 거 맞지?” ‘그렇다면 이제 자기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 “너, 한 마디만 더 해봐.” 강지한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새파래졌다. 설령 심미연이 자신과 끝난다 해도 박시훈 같은 놈을 허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알겠어. 그럼 내가 직접 물어보러 가지 뭐.” 박시훈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강지한은 핸드폰을 쥔 채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심미연, 박유진 하나로도 모자라서 또 다른 남자까지 꼬드기고 있는 건가?’ ‘정말 남자를 끌어들이는 재주 하나는 타고났군.’ 심미연의 저택.아침 식사 도중 심미연은 재채기를 했다. “엄마, 여기.” 심미연이 재채기하자마자 심태하가 재빨리 휴지를 뽑아 건넸다. 그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엄마, 감기 걸린 거야?” 엄마가 아프면 힘들어하니까 심태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냐. 감기 안 걸렸어. 걱정 안 해도 돼.” 심미연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심태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하린은 괜히 가슴이 찡했다. ‘이런 기특한 아들을 키우는 기분은 대체 어떨까?’ ‘나도 아들 하나 낳고 싶어지네.’심미연은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고 아들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마는 어른이니까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태하는 엄마 걱정 안 해도 돼. 알겠지?” 다른 집 아이들은 이 나이면 그저 먹고 놀기에 바쁠 텐데 심태하는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게 안쓰러워서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때 심태하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남자는 여자를 챙겨줘야 하는 거라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8화

    “다 말했어? 다 했으면 이제 가.”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강지한이 찾아온 목적이야 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두 번이나 그의 말에 넘어간 결과가 뭔가? 아들이 끌려갔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이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아무리 미안해해도 그가 아무리 후회해도 그녀에게는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었다. 강상미가 아무리 불쌍하다고 해도 결국 남의 집의 아이였다. “그럼 난 가볼게.”강지한은 심미연이 최소한 한 번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냉정했다. 그녀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걸 보니 애초에 갈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강지한은 순간적으로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눈앞에 어린 딸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아려왔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 그는 수없이 그 모자를 상처 입혔고 이젠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심미연이 문을 닫고 들어가자 그는 무심코 문틈을 바라봤다. 잠시 스치듯 보인 것은 심태하의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 그 아이가 자기와 함께 있을 때는 한 번도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엔 오직 차가운 증오만 담겨 있었다. 조용히 문을 바라보다가 강지한은 무거운 걸음을 돌렸다. 차에 올라탄 순간,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성무진의 전화였다. “대표님, 임지혜 씨가 들어올 때 영상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회사로 갈게. 사무실에서 기다려.” 그는 단숨에 차를 돌려 회사를 향해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곧장 사무실로 향했고 들어가자마자 성무진이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화면 속에서 문소영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조심스럽게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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