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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Penulis: 무안안
강지한은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정말 그 당시 그 일의 배후에 이런 진상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미연이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부모의 시달림 속에서 살아왔어요. 미연이의 성격은 매우 강인했죠. 조그마한 어려움에 부딪히면 죽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미연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의심하고 있어요.”

박유진의 몸은 원래 허약했는데 단숨에 이렇게 많이 말하니 얼굴색은 창백해지며 숨도 거칠게 몰아쉬었다.

강지한은 몸 옆에 늘어뜨린 두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누군가 솜뭉치를 막은 듯 숨쉬기조차 어려웠다.

그가 박유진을 찾아온 것은 심미연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데 박유진이 오히려 심미연이 타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

그는 갑자기 자신의 세력이 지금 이 순간 유난히 우스워 보인다고 느꼈다.

천군만마를 쥐고 있다 자부하는 그가 심미연을 구할 수는 없다니.

“또 무엇이 알고 싶어요? 내가 아는 걸 모두 알려줄게요.”

박유진은 강지한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좀 편해졌다.

심미연의 죽음을 혼자 괴로워할 수는 없으니 강지한도 함께 괴로워하자는 마음이었다.

“상처를 잘 치료해요. 박유진 씨의 병원비는 전액 무료예요.”

이 말을 한 후 강지한은 그냥 가버렸다.

박유진은 어수선한 그의 걸음걸이를 보았다.

“심미연의 장례식은 언제예요?”

그가 물었다.

강지한은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야 조용히 말했다.

“시체를 찾지 못했으니 아직 살아 있을 거예요.”

장례식이 치러지면 심미연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예전에 심미연이 곁에서 잠들었을 때 그는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끼지 못했다.

지금 곁에 심미연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하루가 일 년 같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로웠다.

“미연이가 살아있을 때도 잘해 주지 않더니 이미 죽었는데 갑자기 사랑하는 척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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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미연은 그제야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한눈에 봐도 나오기 전에 꽤나 공을 들여 꾸미고 온 티가 났다. 하지만 얼굴 위엔 파운데이션이 지나치게 두텁게 발라져 있었다. 마치 밀가루를 덕지덕지 얹은 듯 자연스러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지한 씨가 내가 안에서 고생하는 거 못 본다고... 날 꺼내줬어.” 온지유는 등을 곧게 펴고 얼굴 가득 자부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심미연, 지한 씨랑 재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그 말을 들은 박시훈은 머릿속이 멍해졌다. ‘지금 뭐라고 한 거야?’‘강지한이 직접 저 여자를 꺼냈다고?’ 그는 불과 얼마 전, 온지유가 출고했다는 사실을 강지한에게 직접 보고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결국 바보는 자신이었던 것 같았다. 심미연의 눈동자가 조용히 온지유의 얼굴에 닿았다.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건 비웃음처럼 느껴지는 섬세한 곡선. “그래?” 낮고 담담한 목소리. 마치 스스로에게 확인하듯 속을 들키지 않는 말투였다. 온지유가 풀려났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심미연은 문득 의심했다. ‘혹시... 강지한이 뒤에서 손을 쓴 건 아닐까?’ 이제 이렇게 사실로 마주하니 심장이 조용히 찌릿하고 아려왔다. 그녀는 과거, 온지유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모든 걸 걸었다. 그 여자가 평생 거기서 썩기를 바랐다. 하지만 겨우 4년. 너무도 빠른 재등장이었다. ‘강지한... 온지유한테 진심이긴 진심이었나 보네.’심미연의 눈빛에 눌린 온지유는 순간 몸이 움찔했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운이 덮쳐왔고 두 손을 꽉 움켜쥔 채 허리를 더 곧게 세웠다. “그럼.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든가.” 그녀의 말은 당당했지만 박시훈이 보내는 미묘한 시선이 계속해서 거슬렸다. ‘혹시... 이 남자, 뭐라도 눈치 챈 건 아니겠지?’‘아냐. 아닐 거야. 괜한 걱정 하지 말자.’하지만 박시훈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는 몰래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여부를 직접 확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2화

    ‘왜? 심미연을 보호하려고?’박시훈은 주저 없이 그녀에게 다가섰다. 바짝 다가온 그는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알고 싶다면 알려줄게요. 미연 씨를 짝사랑하고 있어요. 고백했다가 차였고요.”심미연에게 거절당한 건 그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다. 숨기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온지유의 표정은 단숨에 일그러졌다. “그럴 리 없어요. 당신 지한 씨 친구라면서요? 심미연이 지한 씨한테 몇 번이나 안겼는지도 모르는 거예요?”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갈라졌고 시선엔 뚜렷한 분노가 일렁였다. ‘심미연이 뭐라고... 도대체 왜 다들 심미연만 좋아하는데?’어디서든 누구 앞에서든 심미연이 있는 자리는 늘 그녀가 시선의 중심이 되었다.마치 그게 너무도 당연한 일인 양. 온지유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한이랑 미연 씨는 이미 이혼했어요.”박시훈은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미연 씨를 좋아하는 게 뭐가 문제예요?”심미연에게 거절당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그 순간, 박시훈은 가슴 깊은 곳이 조용히, 그러나 깊게 미어오는 걸 느꼈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시선을 잠시 내리깔았다. 온지유는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직감했다. 어딘가 모르게 등줄기로 서늘한 기운이 흘렀다. ‘심미연 같은 중고품이 이렇게 인기 많다고?’‘아니야... 뭔가 잘못된 거야. 말도 안 돼.’“딩.”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심미연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청아했고 단아했다. 말없이 걸어 나오는 짧은 그 순간마저 도도하게 빛나는 존재감으로 공간을 압도했다. 그건 단순한 외모가 아니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오는 절제된 기품, 고요하지만 단단한 아우라. 심미연이라는 사람. 그 존재 자체가 아름다움이었다.박시훈은 본능적으로 숨을 죽였다. 자신의 숨소리조차 그녀에게 방해가 될까 두려운 듯 조심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1화

    강지한의 목소리는 다소 불쾌하게 들리는 듯했다. “무슨 일이야?” 어조가 단호하고 차가웠다. 듣자마자 기분이 썩 좋지 않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박시훈은 더는 망설일 여유도 없이 다급히 말했다. “온지유가 지금 은성 빌딩 로비로 들어갔어. 혹시라도 둘이 마주치면 싸움이라도 날까 봐... 너 빨리 와봐.” 숨도 제대로 못 고르고 내뱉은 말이었다. 급하게 말하다 목이 막힌 박시훈은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너 먼저 막고 있어. 나 바로 갈게.” 강지한의 목소리엔 드물게 초조한 기색이 스쳤다. 박시훈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는데도 강지한은 온지유한테 여전히 똑같네. 참 미련한 놈이지.’ 하지만 그가 온지유를 막으라고 했으니 일단 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온지유가 정말로 위층까지 올라가서 둘이 마주칠 수도 있었다. 그건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박시훈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그녀에게 달려갔다. 지금 당장 막아야 했다. 안 그러면 강지한에게 또 한 소리 들을 게 뻔했다. 온지유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중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마침 그녀와 눈이 마주친 건 박시훈이었다. “저한테 하신 말씀이세요? 절 아세요?” 온지유는 낯선 남자의 시선이 불편했다. 그를 전혀 본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자신을 아는 듯한 태도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강지한이랑 아는 사이면 당신도 알죠.”박시훈은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는 온지유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딘지 얄밉고 교활한 구석이 느껴졌다. ‘강지한이 눈이 정말 많이 멀었지. 저런 여잘 좋다고...’“지한 씨 친구라고요? 근데 전 왜 처음 보죠?” 온지유는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강지한과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그의 주변 인물들도 대부분 익숙했다. 그런데 이 남자는 처음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지금 알면 됐죠. 그리고 지한이가 방금 전화했어요. 당신한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00화

    “우린 서로 잘 알지도 않잖아요. 그러니까 박시훈 씨, 이런 농담은 삼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좋은 소리는 안 나올 거예요.” 심미연의 말은 단호했고 표정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불편하게 만든 사람에게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 박시훈은 순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두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알았어요, 알았어요. 화내지 마요. 농담 안 할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살짝 겁이 났다. 정색한 심미연의 얼굴은 꽤 무서웠다. 강지한이랑 맞먹는 수준이었다. “더 하실 말씀 있으세요?” 심미연은 노골적으로 그를 내보내려는 기색을 멈추지 않았다. “저... 진짜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때요?” 박시훈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는 연애도 해본 적 없고 야자 마음을 얻는 방법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속 생각을 그대로 내뱉는 게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는 전혀 고려하지 못했다. 심미연의 표정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곧장 소파에서 일어나 말했다. “이제 가세요.”그녀는 주저함 하나 없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박시훈은 그녀가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은 진심이었고 말 그대로 사실이였다. ‘난 능력도 있고 괜찮은 사람인데 서로 마음만 맞으면 잘될 수 있는 거 아닌가?’그렇게 멍하니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심미연은 이미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박시훈 씨, 조심히 가세요. 멀리는 안 갈게요.”그녀는 박시훈이 불쾌해하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무슨 감정을 느끼든 어떤 생각을 하든 그건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방금 전 그의 자기중심적인 말투는 더 이상 상대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박시훈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솔직히 이대로 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뭔가 씁쓸하고 아쉽고 괜히 찬물 끼얹힌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는 마음속으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9화

    심미연은 그가 심태하까지 조사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순간적으로 본능처럼 눈앞의 남자를 다시 보게 됐다. 겉보기엔 멋대로 굴고 책임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한량 같았지만 그의 눈빛만은 달랐다. 지나치게 날카롭고 마치 사람의 속까지 꿰뚫어보는 것 같았다. 그건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눈이었다. ‘이 남자, 뭐지... 정말 이상한 사람인데.’겉모습만 보면 철없어 보이다가도 또 어떤 순간에는 의외로 능력 있어 보였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들이 한 사람 안에 공존하고 있다는 게 도무지 납득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이해되지 않았던 건 그가 왜 굳이 자신을 찾아와 이런 말을 꺼내는가였따. ‘설마 진심으로 그냥... 내 정체가 궁금해서?’“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저 진짜 악의는 없어요.” 박시훈은 양손을 번쩍 들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하늘에 맹세할게요.”심미연이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래서 당신이 날 찾아온 목적이 뭐죠?”박시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 진짜 이유를 말해도 돼요?” 그의 갈색 눈동자가 살짝 번쩍였고 그의 얼굴엔 순진해 보일 정도로 천진한 미소가 떠올랐다. 심미연은 속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설마 돈 뜯어내려는 건가? 내가 그런 일에 쉽게 넘어갈 만큼 만만해 보였나.’“좋아합니다.”그가 느닷없이 말했다. “그 말 하려고 온 거예요. 좋아해도 될까요?” 심미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박시훈의 얼굴엔 서서히 불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결국 그는 숨겨왔던 속마음을 한 번에 쏟아냈다. 망설일 시간 따윈 없었다. 그보다 먼저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강지한이 그녀를 데려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컸다. 심미연은 그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또박또박 물었다. “당신 지금 자기가 무슨 말 하고 있는지는 알아요?”그녀는 그가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서너 번 얼굴을 마주친 게 전부였고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눈 적 없는 사이였다. ‘그런데 나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8화

    심미연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전화를 받았다. “심, 심 대표님... 아까 어떤 남자분이 장미꽃 한 다발을 들고 대표님을 찾으러 올라가셨어요.”프런트 직원의 목소리는 떨렸고 말도 더듬었다. “누구라고요?” 심미연은 순간 머리가 멍해졌다. 장미를 들고 자신을 찾아올 만한 사람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확실히 저를 찾은 거 맞아요?” “네... 확실합니다. 제가 막으려고 했는데 그분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올라가셨어요...” 잘릴까 봐 겁이 난 프런트 직원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얼버무렸다. 그녀는 심미연이 이 거짓말을 영원히 눈치채지 않길 바랐다.심미연은 한참을 생각에 잠겼다. ‘장미를 들고... 누굴까?’그때 사무실 문 밖에서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가 났다. 심미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요. 일 보세요.”말을 마치기도 전에 복잡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지나갔다. ‘설마... 강지한? 다시 만날 일 없다고 말했는데 또 온 건가?’ 전화를 끊은 심미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당신...?” 며칠 전, 하늘 하우스 앞에서 명함을 건넸던 그 남자였다.심미연은 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전화 달라고 했었는데... 내가 깜빡했네. 근데 사무실까지 찾아올 정도면 꽤 급한 일이 있나?’ ‘자, 받아요. 이거 당신한테 주는 거예요.” 박시훈은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장미꽃을 밀어넣으며 말했다. “할 말 있어서 왔어요. 들어가서 얘기합시다.” 심미연은 그가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할 말이 뭔데요?” “앉아서 얘기해요. 당신이 힘들면 안 되니까.” 박시훈은 너무 자연스럽게 그녀 옆을 지나 사무실 안으로 들어섰다.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의 공간. 묘하게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박시훈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7화

    이진영은 핸드폰을 쥔 채 반쯤 감긴 눈으로 창밖을 바라봤다. 아무리 뒤져도 끝내 밝혀내지 못한 아버지의 비밀. ‘설마... 한석훈이 정말 뭔가 알고 있는 건가?’‘아니면 그냥 떠보는 소리일까?’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릿속을 뒤엉켰다. 답답한 마음에 담배를 찾고 싶은 충동이 다시 치밀었지만 이진영은 고개를 돌려 이다은의 병실로 향했다. ...이노하이브 대표실. 강지한은 막 성무진에게서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했다. 문소영이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쫓기다 결국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현장은 심하게 어질러졌고 문이 잠겨 있어 그녀는 도망칠 틈조차 없었다. 결국 팔과 다리가 부러진 채 119에 실려 갔다. 강지한은 메시지를 닫고 입술을 천천히 매만졌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가벼운 경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다음에도 제멋대로 날뛰면 그땐 진짜로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막 서류를 집어 들려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그가 전화를 받자 박시훈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한아, 큰일 났어!” 강지한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해.” “온지유가... 나왔어.” 박시훈은 말끝을 떨며 믿기지 않는 듯 말을 이었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이 어떻게...?’ 믿기 힘든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무슨 수로 온지유를 꺼낸 거지?’ 강지한의 눈빛이 서서히 싸늘하게 식어갔다. “어떻게 된 거냐.” 그 말을 뱉는 순간, 심미연과 심태하가 본능처럼 떠올랐다. ‘온지유가 풀려났다고? 그럼 미연이랑 태하가 위험할 수도 있어.’‘도대체 어떤 놈이 감히 이런 짓을 벌인 거지?’ “나도 방금 들었어. 지금은 육현성 별장에 있다는 것 같아.” 박시훈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기에 곧장 강지한에게 알린 것이었다. “확실해?” 강지한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그는 성무진을 시켜 교도소 내부를 철저히 관리하게 했었다. 온지유가 아무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6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고 싶지 않았다. “안 돼.” 이진영은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더니 곧장 의자에 앉아 이다은의 창백한 손끝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곤 한 톤 낮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육현성 그 자식은 아버지 자격 없어. 네가 그 인간 아이를 낳으면 평생 끌려다닐 거야. 정말 그걸 바라는 거야?” 이다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결국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육현성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이진영의 말처럼 그 인연은 평생 끊어낼 수 없었다. 반면 아이가 없다면 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다은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곧 마음을 다잡은 듯 결심이 담긴 목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알았어. 오빠, 지금 바로 수술 예약해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래. 병실에 얌전히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알았지?” 이진영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이미 진운혁과 연락을 마친 상태였다. 진운혁은 이다은이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 했고 육현성의 재산 절반은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진영은 믿고 있었다. 동생이 건강만 회복하고 이혼만 잘 마무리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육현성 같은 쓰레기는 다은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선 안 돼.’ “알겠어. 오빠, 이제 가봐.” 결정을 내린 이다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음 한쪽이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테니까. 이진영은 병원 접수처로 향해 곧바로 수술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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