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00화

작가: 무안안
그는 이때에야 문득 심미연이 그에게 시집온 이 3년 동안 그는 정말 집의 따뜻함을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그는 너무 늦게 알았다.

성무진이 들어와서 식기를 정리하다가 음식을 조금만 건드렸다는 것을 발견했다.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강지한을 힐끗 보던 그는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물었다.

“이 레스토랑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은 거예요? 아니면 내일 다른 레스토랑으로 바꿀까요?”

예전에 점심은 모두 이 레스토랑에서 포장했는데 강 대표님이 맛이 없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 음식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니까 회사 구내식당에 가서 먹자.”

강지한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성무진은 좀 의외였다.

“내일부터 회사 구내식당에서 드신다고요?”

구내식당 음식은 맛이 괜찮았지만 강 대표님은 늘 미슐랭 셰프가 만든 음식만 먹었다.

“그래, 음식들 다 치워.”

성무진은 치우는 동안 몰래 그를 두 번 훔쳐보며 뭐가 잘못됐는지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정말 뭔가 잘못된 것 같았는데 강 대표님이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성무진이 대표님의 생각을 알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강지한 스스로도 어떻게 된 건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오후에 회의할 때 강지한은 회의 내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임원들이 모두 성무진을 향해 의아한 눈빛을 보냈지만 성무진도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그도 강 대표님이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지 못하니 말이다.

퇴근할 때 강지한은 박시훈의 전화를 받았다.

“지한 도련님, 미안하지만 네 전처의 통화 기록을 찾을 수 없어. 심미연 씨의 마지막 날의 행적도 깨끗이 지워졌어. 마치... 심미연 씨가 지금까지 이 세상에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야.”

박시훈의 말투는 조금 흥분되었다.

“만약 이것이 너의 전처가 한 일이라면 심미연 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지한 도련님, 심미연 씨가 너의 곁에 몇 년이나 있었는데 알아보지 못했어? 넌 정말 눈이 멀었구나.”

강지한은 저도 모르게 멍해져서 이전에 기술부의 그 신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1화

    성무진은 그녀의 얼굴로 눈길을 돌리고 담담하게 물었다.“누가 그래요?”그는 이 뉴스를 눌렀는데 심서연이 어떻게 알았단 말인가.“전화해도 통하지 않고 찾을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죽은 것이 아닌가 추측한 거예요!”심서연은 값싼 치마를 입고 얼굴색도 보기 안 좋았지만 유독 심미연에 대해 말할 때 두 눈이 유난히 빛났다.심미연은 죽었고 그녀는 심미연과 자매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강지한의 여자가 될 기회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이런 생각에 그녀의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흥분되기 시작했다.“다른 중요한 일이 없다면 비켜주세요.”성무진은 강 대표님이 아직 단념하지 않고 사모님의 행방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당연히 심미연이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중요한 일로 강 대표님과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만나게 해 주면 안 돼요?”심서연은 올라가는 입꼬리를 누르며 황급히 말했다.그녀가 오늘 강지한을 찾아온 것은 목적이 있어서인데 만나기도 전에 망치면 안 되었다.성무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물어볼게요.”뒤이어 몸을 돌려 차 뒷좌석으로 가서 손을 뻗어 차창을 두드렸다.강지한은 차창을 내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심서연 씨가 중요한 말이 있다고 해요.”강지한의 검은 눈동자가 차 밖의 심서연을 스쳤다.“호텔로 데려다주고 옷 두 벌을 더 보내줘.”그는 도대체 무슨 중요한 말인지 듣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너무 더러워 보였다.“내일 오전에 회사에 데려가.”강지한은 한마디 보탰다.그는 몰래 그녀와 만나지 않을 것이다.성무진은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직접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심서연을 데려가라고 했다.강지한이 집에 돌아오자 임혜자가 마중 나와 그에게 물었다.“도련님, 언제 식사를 시작할까요?”강지한은 썰렁한 집을 한 번 보고 고개를 저었다.“입맛이 없어 안 먹을게요.”“도련님은 방금 병원에서 돌아와서 몸이 아직 허약한데 어떻게 음식을 거를 수 있어요?”임혜자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2화

    ‘이게 뭐지?’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는 손을 뻗어 상자를 꺼내 리본을 풀고 뚜껑을 열었다.은은한 꽃향기가 코끝을 파고들었다.그것은 심미연의 몸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였다.한 모금 들이마시자 어렴풋이 심미연이 바로 그의 앞에 있는 것을 보는 것 같았다.그녀를 품에 안으려고 손을 내밀었다가 텅 빈 손바닥을 보면서 망연자실했다.잠시 후에야 그는 상자 안에 스케치북이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손가락을 떨어뜨리고 살며시 펼쳐보니 속표지에는 만화로 그려진 그와 심미연의 결혼사진이 있었다.그는 멍해졌다.‘이걸 심미연이 그린 거야?’숨을 들이마시고 계속 페이지를 넘겼다.결혼식을 그린 그림이 나타났다.신랑 신부, 양가 부모, 주례, 하객...떠들썩한 광경이었고 신부의 눈에는 사랑이 차넘치고 있지만 신랑이 너무 차가워 보였다.그는 아래에 글자가 한 줄 있는 것을 보았다.[나를 위한 결혼식.]그는 심미연이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지금 너무 괴롭다.그렇다면 애초에 그녀는 그렇게 즐겁게 그와 결혼했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온갖 수단을 다 써서 그와 결혼한 것을 줄곧 미워했다.계속 페이지를 넘겼더니 그들의 생활을 그린 장면이 보였다.모든 그림 속의 여자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눈에 빛이 반짝이고 있어 사랑에 빠진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모두 냉담한 얼굴뿐이었다.그는 여태껏 자신이 냉담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 그림들을 보고 나서 자신이 심미연에 대해 이렇게 냉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아주 아팠겠지?’그때 성무진의 전화가 또 걸려왔다. 그는 스케치북을 상자에 넣고 잘 덮었다.생각을 접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그는 결국 그 넥타이를 다시 맸다.거울 속의 자신을 보면서 그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예전에 심미연이 넥타이를 매주는 장면이었다.그녀는 영원히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고 나긋나긋하고 쉽게 괴롭힘당하는 모습이었다.심미연 생각에 가슴이 또 아파져 숨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3화

    할아버지는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무슨 뜻이야?”‘갑자기 심미연의 일을 묻다니, 설마 어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했단 말인가?’“예전에 심미연이 할아버지를 구했다고 하지 않았어요?”강지한이 물었다.“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일이예요?”“한번은 내가 길에서 쓰러졌는데 아무도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어. 그때 미연이 계집애가 나를 구한 거지.”아버지는 당시의 장면을 떠올리며 마음속으로 심미연에 다시 한번 고마워했다.“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벌써 죽었을 것이고, 지금까지 살지 못했겠지.”“어떻게 구했는데요?”강지한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심미연은 의술을 할 줄 알아.”할아버지는 그를 노려보며 물었다.“모르는 거야?”“말하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알아요!”강지한은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되물었다.“정말 미연이가 의술을 할 줄 안다고요?”두 사람이 3년 동안 함께 있었는데, 그는 그녀가 의술을 할 줄 안다는 것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강지한의 이런 물음에 할아버지는 갑자기 또 확실하지 않았다.“나도 확실하지 않아. 어쨌거나 내가 깨어났을 때 심미연만이 내 곁에 있었어. 옆에서 누군가 작은 소리로 미연이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고.”할아버지는 그때의 장면을 회상했다.그도 줄곧 심미연이 자신을 구했다고 단정했다.강지한은 입술을 감빨다가 다시 물었다.“그럼 심미연은 또 무슨 능력이 더 있어요?”할아버지는 또 그를 노려보았다.“네가 심미연의 남편이야. 3년 동안 동침했는데 넌 심미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나에게 무슨 낯짝으로 묻는 거야? 됐어, 묻지 말고 빨리 가!”심미연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안 후로 할아버지도 마음을 추스르는 중이었는데 강지한이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니 또 마음이 괴로워졌다.“나는 단지 심미연이 죽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그래요!”그래서 강지한은 심미연이 실종되기 전의 행적이 깨끗이 지워진 일을 할아버지에게 알렸다.할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서 끊임없이 그를 재촉했다.“너 빨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4화

    “엄마, 정말 필요 없어요.”박유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는 아직 매우 허약하고 감정이 너무 격동되면 더 괴로웠다.“저 박 대표님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자리를 비켜달라고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강지한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미자는 서둘러 대답했다.“그래요, 지금 가긴 하겠지만 유진이가 방금 깨어나 몸이 허약하니 강 대표님이 자극하지 말아 주세요.”“명심하겠습니다.”강지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조심히 가세요.”박유진이 어머니에게 말했다.“두 사람 얘기 좀 나누고 있어요. 난 먼저 갈게요.”이미자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병실 방문이 닫히자 박유진이 직설적으로 물었다.“미연이가 어떻게 죽었어요?”그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하면서 그녀를 구해냈는데 결국 죽었다니!그는 자신이 살아나지 말고 죽어서 그녀를 만날 걸 그랬다는 생각까지 했다.“바닷가에서 사라졌는데 구체적인 상황은 나도 잘 모르겠어요.”강지한은 박유진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혹시 미연이와 짜고 거짓 죽음을 만든 후 박유진 씨가 대신 뒷수습을 하는 건 아니에요?”그는 이 말을 할 때 눈길을 잠시도 박유진의 얼굴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는 박유진이 거짓말을 해서 그를 속이는지 확인하려고 했다.박유진은 심미연의 죽음을 생각하면 심장이 심하게 떨리고 아팠다. 강지한의 눈빛을 보면서 안간힘을 다해 느릿느릿 말했다.“그날 밤 잘나신 강지한 씨가 하마터면 미연이를 죽일 뻔했어요. 내가 아니었다면 미연이는 지금 이미 재가 되었을 거예요. 나는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적어도 강지한 씨가 미연이를 지켜줄 거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죽일 줄은 몰랐어요. 이렇게 나를 찾아온 건 미연이가 죽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거죠? 이렇게 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것이니까?”만약 그가 혼수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는 틀림없이 전력을 다해 심미연을 구했을 것이다.그랬으면 심미연은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하지만 이 세상에 만약이란 건 없다. 모든 것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5화

    강지한은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정말 그 당시 그 일의 배후에 이런 진상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미연이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부모의 시달림 속에서 살아왔어요. 미연이의 성격은 매우 강인했죠. 조그마한 어려움에 부딪히면 죽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란 말이에요. 나는 미연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의심하고 있어요.”박유진의 몸은 원래 허약했는데 단숨에 이렇게 많이 말하니 얼굴색은 창백해지며 숨도 거칠게 몰아쉬었다.강지한은 몸 옆에 늘어뜨린 두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누군가 솜뭉치를 막은 듯 숨쉬기조차 어려웠다.그가 박유진을 찾아온 것은 심미연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인데 박유진이 오히려 심미연이 타살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줄 어찌 알았겠는가.그는 갑자기 자신의 세력이 지금 이 순간 유난히 우스워 보인다고 느꼈다.천군만마를 쥐고 있다 자부하는 그가 심미연을 구할 수는 없다니.“또 무엇이 알고 싶어요? 내가 아는 걸 모두 알려줄게요.”박유진은 강지한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마음이 좀 편해졌다.심미연의 죽음을 혼자 괴로워할 수는 없으니 강지한도 함께 괴로워하자는 마음이었다.“상처를 잘 치료해요. 박유진 씨의 병원비는 전액 무료예요.”이 말을 한 후 강지한은 그냥 가버렸다.박유진은 어수선한 그의 걸음걸이를 보았다.“심미연의 장례식은 언제예요?”그가 물었다.강지한은 발걸음을 멈칫하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나서야 조용히 말했다.“시체를 찾지 못했으니 아직 살아 있을 거예요.”장례식이 치러지면 심미연은 진정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고 이 세상에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예전에 심미연이 곁에서 잠들었을 때 그는 생활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느끼지 못했다.지금 곁에 심미연이 사라지고 나서야 그는 하루가 일 년 같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하루하루가 견디기 어려울 만큼 괴로웠다.“미연이가 살아있을 때도 잘해 주지 않더니 이미 죽었는데 갑자기 사랑하는 척하는 거예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6화

    이노 하이브, 대표사무실.강지한이 서류를 보고 있을 때 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육현성 씨가 구치소에 갔어요. 변호사도 동행했는데 온지유 씨를 꺼낼 생각인 것 같아요.”강지한은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예전과 다름없이 차가웠다.“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겠지?”성무진은 잠깐 생각을 하고 또 말했다.“육현성 씨와 이씨 가문 아가씨가 약혼 준비 중입니다.”강지한이 눈썹을 실룩이며 물었다.“이씨 가문이 허락했어?”“이세훈이 차기 선거에 출마하면 한 단계 승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 이씨 가문은 자신의 이미지를 돌보기 위해 혼인이 절실해요. 한씨 가문은 경성의 세가인데 한유나 씨의 아버지는 정계에서 이세훈보다 지위가 높죠. 이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혼인은 강자들이 손을 잡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육씨 가문은 4대 가문 중 하나로서 돈이 많은 것은 확실해요. 이씨 가문과 육씨 가문이 혼인하는 것은 자신의 뒤에 이동 돈 창고를 놓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만약 이세훈이 지지가 필요하다면 육씨 가문은 반드시 돈을 댈 거예요. 육씨 가문이 이씨 가문과 혼인하기를 원하는 이유는 육씨 가문의 사생아와 관련이 있을 거예요. 육현성은 든든한 후원자가 필요해요. 필요할 때 도울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배경이죠.”성무진은 한숨을 내쉬며 강지한의 표정을 살폈다.강 대표님이 어떻게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비록 강 대표님은 항상 돈이 많지만 만약 다른 세 가문이 손을 잡는다면, 1대 3의 국면에서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강지한은 눈빛이 더욱 차가워지며 목소리도 쌀쌀하게 변했다.“그럼 보성 사찰의 주지 스님을 찾아 양가의 결혼 길일을 보여주도록 해.”성무진은 곧 알아차리고 전화를 걸어 다른 사람에게 가서 처리하라고 분부했다.“심미연의 자료는 찾았어?”강지한이 또 한마디 물었다.“일부 알아냈는데 메일로 보내줄게요.”성무진이 말했다.“할아버지 쪽에서 신하린과 연락했대?”강지한이 다시 물었다.성무진은 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7화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잠깐만 기다려요.”어린 소년은 고개를 들어 옆에 있는 예쁜 여자를 바라보며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가, 출구에서 기다릴게.”여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는데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어 유난히 아름다웠다.“알았어요.”소년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 캐리어를 밀고 화장실로 갔다.“심태하, 캐리어 이리 줘.”여자가 그를 불렀지만 아이는 이미 멀리 가고 있었다.여자는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세 살짜리 아이가 담도 크고 아이디어도 많다.그녀가 출산 후 우울증이 가장 심했을 때 아이가 그녀에게 희망과 힘을 주어 그녀를 살아남게 지탱했다.이 3년여 동안, 그녀는 줄곧 하늘이 그녀에게 이런 아이를 준 것에 감격해 왔다.심태하는 캐리어를 밀며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며 입으로는 계속 소리쳤다.“앞에 있는 여동생, 잠깐만!”결국 화장실 앞까지 쫓아가서 앞의 소녀를 따라잡았다.“꼬마야, 너 이름이 뭐야?”심태하는 숨을 헐떡이며 예쁜 큰 눈으로 눈앞에 공주처럼 차려입은 소녀를 바라보며 마치 이 아이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처럼 강렬한 익숙함을 느꼈다.소녀는 그를 보고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누구야? 나는 너를 몰라.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말을 거는 낯선 사람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랬어.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했어!”소녀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갔다.심태하는 얼른 손을 뻗어 여자아이를 붙잡았다.“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심태하라고 해. 우리 어머니는 심미연이라고 하는데 너의 이름은 뭐야?”소녀는 망설임 없이 그의 말을 받았다.“나는 강상미라고 해.”목소리가 부드럽고 귀여워 유난히 듣기 좋았다.“너의 이름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우리는 친구야. 그럼 내가 너에게 작은 선물을 줄게. 상미야, 나 좀 기다려 줘.”심태하는 쪼그리고 앉아 트렁크를 열고 작은 토끼 인형을 꺼내 강상미의 손에 건넸다.“이건 우리 엄마가 여동생을 위해 준비한 건데 너에게 줄게.”아버지는 그에게 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08화

    심태하는 아파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벌리고 여자의 팔을 깨물고 욕했다.“미쳤어요?”이렇게 세게 잡으면 손목이 부러질 것이다.다시 생각해 보니 다행히 자신이었다. 조금 전 그 어린 여동생이었다면 얼마나 아팠을까.“강상미, 누가 물어뜯고 욕하라고 했어!”여자는 심태하의 얼굴을 받쳐 들고 험상궂은 눈빛으로 심태하를 바라보았다.“빨리 나에게 사과해! 그렇지 않으면 이따가 너를 작은 방에 가둘 거야!”심태하는 크게 울기 시작했다.“살려줘요. 이상한 아줌마가 사람을 죽여요!”그가 목청을 높여 소리치자 곧 사람들이 에워쌌다.“이렇게 예쁜 아이에게 어떻게 손을 댈 수 있어!”“아이에게 이렇게 모질게 굴다니, 틀림없이 친자식이 아닐 거야!”“어떤 계모들은 정말 독해. 며칠 전에 뉴스에서 한 계모가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씻는 것을 보았어!”몰려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들은 여자는 화가 나서 심태하를 찢어 버리고 싶었다.“강상미, 너 오늘 해 보자는 거야?”돌아간 후 혼내주기로 했다.“계속 손을 놓지 않는다면 아동 학대로 고소할 거예요!”심태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에워싸고 구경하는 것을 보고 용기를 냈다.여자는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계집애가 오늘 무슨 약을 잘못 먹었기에 감히 나와 맞서는 거야!”화가 난긴 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손을 놓았다.누군가가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면 그녀가 3년 넘게 유지해 온 부드럽고 착한 이미지가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었다.‘그건 안 돼!’심태하는 자유를 얻자 그녀를 힘껏 걷어차더니 캐리어를 끌고 재빨리 사람들 속을 비집고 도망쳤다.그는 먼저 엄마를 찾아 여동생을 구하러 오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심태하는 단숨에 출구로 달려가 엄마가 어디 있는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덥석 안았다.“와, 우리 아들 키 컸네. 잘생겼어!”심태하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응하고 통통한 팔뚝으로 황급히 여자의 목을 안았다.“양엄마, 왜 왔어요?”“나도 왔어.”그때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리자 심태하는 기

최신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30화

    심미연의 눈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길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대로 걸어내겠다는 결의가 엿보이는 듯했다.그때부터 심미연은 데이터 하나, 리포터 하나 놓치지 않고 아이의 병을 치료할 방법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방안에는 키보드 소리와 종잇장을 넘기는 소리뿐이었고 적절한 간격으로 번갈아 가며 들리는 그 소리는 생명과 희망을 담은 교향곡을 만들어내고 있었다.심미연은 본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용기로 작은 생명을 살릴 방도를 모색하는데 온갖 정성을 다 쏟고 있었다.그 시각, 심태하를 데리고 집으로 온 박유진은 역시나 조용한 집안에 심미연이 또 일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태하야, 엄마한테 내려와서 밥 먹으라고 해.”박유진의 말에 2층으로 올라간 심태하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혼자 터덜터덜 걸어 내려왔다.“왜 혼자 내려와? 엄마는?”“엄마는 안 먹는대요. 난 할 만큼 했으니까 나머지는 아빠가 해요.”심태하가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박유진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알겠어, 내가 가볼게.”성큼성큼 걸어 올라간 박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았다.방이 하도 조용해서 문 여는 소리마저 소음처럼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 소음이 심미연을 방해하지는 못한 듯했다.박유진은 부드러운 불빛이 비춰진 그녀의 뒷모습만 보아도 심미연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넓은 책상 앞에 마주 앉은 심미연의 얼굴에는 노트북 화면에서 나온 불빛이 잔뜩 드리워져 있었다.평소에는 미소를 머금고 있던 두 눈도 이 시각만큼은 노트북에 고정한 채로 움직이질 않았다.심미연만 보면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 착각이 들어 박유진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그러다가 자연스레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수치들과 그래프를 보게 된 박유진은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작게 쓰여있는 숫자와 그래프들이 박유진에게는 그저 낯선 부호였지만 거기에 쏟은 심미연의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에 박유진은 감히 함부로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그럼에도 심미연의 건강이 걱정됐던 그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9화

    자신도 모르게 쥔 주먹 때문에 심미연의 손톱은 이미 살을 파고들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처럼 차분히 눈을 감고 가정폭력을 당하는 아내의 입장이 되어 그 장면을 그려보았다.부서진 가구들과 온몸을 뒤덮은 상처, 그리고 두려움에 떨면서도 도망가지 못해서 절망만 가득한 그 눈동자.가정폭력만 한 게 아니라 바람까지 피우면서 남자는 여자의 정신을 처참히 짓밟고 있었다.그 배신이 피해자의 마지막 남은 선까지 무너뜨려서 결국 그들을 이혼에 이르게 한 것이다.여자는 해방되고 싶어서 제안한 이혼이 자신의 명을 단축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폭행을 일삼고 바람까지 피우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던 남자는 오히려 의심병이 도져 갑자기 이혼을 제안하는 여자가 바람을 피웠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그리고는 배 속의 아이도 자신의 아이가 아닐 것이라 생각하여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여기까지 본 심미연은 숨이 가빠와서 호흡이 거칠어졌다.인간으로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을 저지른 남자에 대한 분노로 쌓인 한기가 서서히 심미연의 영혼을 뒤덮고 있었다.어쩜 사람이 이처럼 잔인하고 매정할 수 있는지, 어떻게 자신의 배우자에게 이딴 짓을 할 수 있는지 심미연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게 어떻게 인간이야!”차오르는 분노와 비통함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자 심미연은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그때 갑자기 전화벨 소리가 울리자 그게 경찰 출동을 알리는 경보음인가 싶어 심미연은 순간 숨을 죽였다.물론 이내 자신의 상상일 뿐이었다는 걸 깨닫긴 했지만 심미연은 그 짧은 순간에 전화벨 소리가 마치 생명을 구원해줄 동아줄처럼 느껴졌다.“여보세요?”전화를 받은 심미연이 조금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스, 아이 사건은 보셨어요?”여자의 말에 그제야 잊고 있던 심장병 걸린 세 살 아이의 사건을 떠올린 심미연이 긴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추스르고는 대답했다.“바로 볼게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8화

    3년 동안 심태하를 자신의 친아들로 여기며 온 정성을 다 쏟은 박유진은 심태하가 신나게 떠드는 모습만 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아빠, 얼른 와요!”그때 들리는 아이의 앳된 목소리에 생각을 멈춘 박유진은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심태하를 보며 미소를 지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환한 아이의 미소 덕분인지 박유진은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아이에게로 다가간 박유진이 허리를 숙여 눈을 맞추자 심태하는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그러게 내가 엄마 따라가지 말라고 했잖아요! 엄마는 일만 하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니까요. 아들인 나도 설득 못 한 엄마라고요.”말을 하며 옆자리를 손으로 콕콕 찌르는 아이의 의도가 너무나 명확해서 박유진은 웃음을 흘리며 자리에 앉았다.“엄마는 항상 그래요. 일만 하면 밥 먹는 것도 까먹어요.”심태하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걱정 가득한 얼굴로 엄마가 가슴 아픈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내가 말려봐도 일은 엄마의 사명이라면서 말을 안 듣는다니까요. 그래도 엄마가 다 우리 가족을 위해서 그러는 걸 아니까 나도 떼는 안 썼어요.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빨리 많은 걸 배우려고요. 그러면 엄마가 조금은 편해질 거잖아요.”심태하는 마치 박유진을 향해, 그리고 자기 자신을 향해 맹세하는 사람처럼 확신에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엄마를 생각하는 그 갸륵한 마음에 임현은 눈을 크게 뜨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임현은 저 말들이 세 살 난 아이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그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과 영민함이 가득한 얼굴을 보면 자꾸 아까 태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 말들은 여름날 오후에 갑자기 찾아온 우레처럼 생각지도 못한 사이에 임현의 마음을 울렸다.임현은 그제야 왜 심미연이 아들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가 갔다.이런 아들이라면 백번이라도 자랑하고 싶을 것 같았다.하지만 다정한 눈으로 심태하를 바라보던 박유진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3년 전, 눈을 뜨자마자 심미연부터 찾은 박유진은 3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7화

    “죄송합니다!”“당신...”심미연의 사과에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던 남자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죽은 심미연 씨랑 똑같게 생겼어요.”그 말에 가슴이 내려앉은 심미연은 바로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그는 바로 전설적인 존재인 박시훈이었다.그가 유명해진 건 그의 정보망 때문이었다.그래서 박시훈이 찾기 싫은 건 있어도 못 찾는 건 없다는 말도 떠돌게 된 것이다.심미연과 일면식도 없는 그가 그녀를 알아봤다는 건 박시훈이 심미연에 대해 뒷조사를 했다는 뜻이었다.적인지 아군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뒷조사를 한 사람과 지금은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빠르게 그를 스쳐 지나갔다.“잠깐만요!”“이게 뭐 하는 짓이야?”그때 나타난 박유진이 심미연에게로 뻗어진 박시훈의 팔을 가로막았다.박유진의 목소리를 들은 심미연은 그제야 안도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그가 있는 한 적어도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우려는 없기 때문이었다.“박유진? 너야말로 뭐 하는 짓이야. 이거 안 놔?”한편 이미 멀어진 심미연에 박시훈의 표정은 한껏 어두워져 있었다.그는 매번 나타나서 자신의 일을 망치는 박유진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저 사람은 내 아내 될 사람이야. 네 형수고. 앞으로 보면 예의부터 갖춰.”그 순간, 박유진은 진심으로 심미연을 숨겨두고 혼자만 보고 싶었다.박시훈을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그냥 혼자만 보며 심미연의 마음속에도 본인뿐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나를 가족으로 인정해준 적도 없는 박씨 집안 사람들이야. 자꾸 친한 척하지마. 너랑 나는 남이니까.”박씨 집안에 돌아갈 생각도 없고 그 집안사람과 엮이기도 싫었던 박시훈은 손을 쳐내며 코웃음을 치고는 돌아섰다.하지만 심미연이 아직 멀리 못 갔을 걸 생각해 박유진은 또다시 박시훈의 팔을 붙잡았다.“너한테 묻고 싶은 게 있어.”“박유진, 너 진짜 미친 거야? 왜 자꾸 날 잡아!”또다시 잡힌 팔에 박시훈은 표정을 구기며 박유진을 노려보았다.이 순간만큼은 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6화

    흉부외과 전문의들을 다 찾아봐도 소용이 없어서 자신에게 연락을 한 걸 알기에 심미연은 마음이 착잡해졌다.“진작에 이메일로 보내놨죠. 시간 날 때 보세요. 그럼 전 먼저 끊을게요.”태하와 동갑인 여자아이가 심장병으로 앓고 있다는 게 너무 불쌍해서 심미연은 전화를 끊었음에도 쉽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엄마, 괜찮아요?”그때 심태하가 심미연의 손을 잡으며 걱정스레 묻자 심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응, 엄마 괜찮아.”세 살 난 아이가 이렇게 빨리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된 건 안타까웠지만 심미연은 태하 앞에서는 티 내지 않으려 했다.“알겠어요 그럼!”엄마가 괜찮다고 하자 심태하는 역시나 아이는 아이인지 곧바로 다시 디저트에 열중하기 시작했다.유명한 식당답게 맛이 출중해서 태하는 아주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지만 마음이 불편했던 심미연은 몇 숟가락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임현도 전화를 받은 뒤로 저기압인 심미연이 걱정됐지만 함부로 물을 수도 없어서 그저 밥만 먹고 있었는데 그때 심미연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나 바람 좀 쐬고 올게요.”“네.”자신의 기분이 왜 갑자기 나빠졌는지는 심미연도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다행히 아무것도 묻지 않는 임현에 빠르게 복도 끝으로 걸어간 심미연은 창밖으로 다니는 차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미연아, 뭘 그렇게 보고 있어?”그때 등 뒤에서 들려오는 다정한 목소리에 생각을 멈춘 심미연이 고개를 돌리며 웃어 보였다.“언제 왔어?”“좀 전에. 태하 데리러 가자.”자신에게로 내밀어진 박유진의 손을 잠시 보던 심미연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물었다.“밥은 먹었어?”박유진은 별것도 아닌 그 말에 환히 웃으며 답했다.“좀 전까지 바빴어서 못 먹었지.”“그럼 뭐라도 좀 먹을래?”“그래.”고개를 끄덕이는 박유진과 함께 심미연은 아까의 룸으로 돌아갔다.갑자기 나타난 박유진에 심태하는 다급히 포크를 내려놓으며 그에게로 달려갔다.“아빠! 여긴 왜 온 거예요?”아빠가 이곳에 온 게 자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5화

    심동현은 그때 고작 다섯 살이던 아이가 저런 악행을 저질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너무 미안해하지는 마. 당신의 마지막이 심미연보다는 더 처참할 테니까.”심서연의 말 몇 마디에 심동현은 그대로 기절해버렸고 심서연은 그런 그를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았다.“나, 나는 네 아빠가 불러서 온 것뿐이야.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그때 옆에 있던 여자가 덜덜 떨며 말하자 심서연은 여자의 발을 즈려밟으며 말했다.“넌 너무 더럽잖아.”물론 심서연도 남자와 노는 걸 즐기긴 했지만 그녀는 이렇게 돈을 목적으로 남자를 탐하는 여자들을 경멸했다.그때 초인종이 울리자 다급히 발을 뗀 심서연은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인터폰을 눌러보았다.역시나 성무진의 얼굴이 보이자 그녀는 칼을 들어 자신의 다리를 긋고는 절뚝이며 문을 열어주었다.“성 비서님... 저 좀 살려주세요...”눈을 감으며 죽는 척을 하는 심서연을 본 성무진은 바로 뒤따라온 사람을 향해 말했다.“이분은 차에 태워.”심서연이 그 사람에게 들려 나가자 곧바로 구급차가 도착했고 심동현과 여자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모든 일이 끝나고서야 성무진은 강지한에 연락을 했다.*그때 심미연은 임현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는데 함께 앉아있던 심태하는 자신의 앞에 가득 놓인 디저트들을 보며 숟가락을 든 채 놀라고 있었다.“엄마, 이거 다 내 거에요?”평소에는 달달한 걸 많이 못 먹게 하던 엄마가 갑자기 이러니 심태하는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응, 다 네 거야. 얼른 먹어. 대신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아프니까 적당히 먹어야 해.”“네! 조금만 먹을게요 그럼!”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심태하는 한입 한입 디저트들을 베어 물기 시작했다.심미연은 미소를 짓다가도 이렇게 일찍 철이 든 아들을 보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파왔다.엄마가 힘든 게 싫어서 세 살밖에 안된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성숙한 행동들을 하는 걸 심미연이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임현은 그저 부럽다는 듯 말했다.“태하는 진짜 너무 착한 것 같아요!”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4화

    심서연이 사리를 분별하기 시작할 때부터 심동현은 늘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싶어 했다.그리고는 아들을 낳으라고 조은하를 달달 볶았는데 조은하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녀에게 화까지 내곤 했다.그때부터 심씨 집안의 딸은 하나여야만 한다는 걸 깨우친 심서연은 일부러 유괴범을 찾아 심미연을 팔아버리려고 했었다.이미 말까지 다 맞추고 심미연을 데려간 건데 심서연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사라져버린 심미연 때문에 심서연이 유괴범들에게 대신 끌려가게 된 것이다.그때부터 심서연의 악몽 같은 나날이 시작되었고 심미연을 향한 그녀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심서연은 심미연도 유괴범에게 자신을 넘기려고 계획을 짠 게 분명하다는 착각까지 해가며 그녀를 증오해왔었다.시골에 끌려간 뒤로 매일 맞고 욕을 먹으며 자라던 심서연은 양어머니가 아들을 낳게 된 뒤, 모든 신경이 그 아들에게 가 있는 틈을 타 빠르게 도망쳐 나왔고 그길로 기억에 남아있던 심씨 집안을 찾아갔다.그렇게 집에 돌아온 심서연은 예쁘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심미연을 보며 질투심에 불타 그녀가 가진 걸 모조리 빼앗겠다고 다짐했다.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심서연에게 회사를 맡긴다는 건 회사를 말아먹겠다는 거랑 다름이 없었기에 부모님은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그녀를 믿지는 못하고 있었다.그 와중에 심미연은 여전히 화려한 집에서 세계적인 부자인 남편과 함께 살고 있었다.그렇게 심서연이 점점 질투심에 눈이 멀어가고 있을 때 하늘이 고맙게도 심미연을 죽여준 것이다.굶어 죽어가던 심서연이 그 틈을 타 강지한에게 연락을 했고 그 덕에 아무 상관도 없는 강지한의 보살핌으로 강씨 집안 둘째 사모님 대우까지 받고 있는 것이다.물론 그녀가 이 모든 걸 누릴 수 있게 된 건 다 문소영과 한 번도 보지 못한 그 사람 덕분이었다.힘들고 가난한 시절을 겪어봤기에 더욱더 자신의 것을 잃고 싶지 않았던 심서연은 어떻게 해서든 강씨 집안에 들어가야만 했다.그리고 그동안 마음껏 누려온 심동현은 이제 그만 고생할 때도 된 것 같았다.“심서연! 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3화

    심서연은 자신의 말이 끝났음에도 들려오는 대답이 없자 강지한이 혹시나 자신을 외면할까 봐 불안에 떨며 물었다.“지한 씨...”심서연은 사실 이번 기회에 강지한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기회를 봐서 잠자리를 가지고 거기에서 애까지 생긴다면 그야말로 천운이겠지만 일단은 강지한을 끌어들이는 게 우선이었다.“성 비서 보낼게요.”“지한 씨가 직접 와주면 안 돼요?”자신이 대답을 했음에도 그칠 줄 모르는 심서연의 요구에 강지한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상미 열나서 지금 병원에 있어요. 귀국한 다음에 열 난 건 아닌 것 같은데, 전에 왜 애 아프다는 말 안 했어요?”순식간에 차가워진 목소리에 심서연은 당황하며 물었다.“뭐라고요? 상미가 열이 나요? 전 진짜 몰랐어요!”해외에서는 남자들을 만나느라 바빠서 상미는 시터에게 맡겨뒀었기에 심서연이 아이의 몸 상태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하지만 강지한의 말투가 심상치 않아 그녀는 다급히 한마디 더 보탰다.“이틀 전에 열이 나서 병원 데려가긴 했는데 그때는 큰 문제 아니라고 그랬거든요. 그래서 신경을 좀 덜 썼는데, 많이 아픈 거예요?”심서연의 말이 변명임을 아는 강지한은 더 말하기도 입 아파 그저 전화를 끊어버렸다.심서연은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붙잡고 빠르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혹시라도 강지한이 자신이 해외에서 남자를 만나고 다닌 걸 알고 자신을 내치기라도 할까 봐 무서웠지만 그렇다 한들 심서연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강지한이 결정한 일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애초에 없었으니까.한편 조은하는 어두워져 가는 딸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왜 그래 서연아?”조은하의 부름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심서연이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아무 일도 아니니까 걱정 말고 누워 계세요. 먹을 것 좀 챙겨올게요.”“얼른 구급차 불러서 아빠부터 병원에 데리고 가.”심동현이 아픈 것도 보기 싫었고 또 심동현이 죽으면 하나뿐인 딸도 죽을 것 같아 조은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안 죽는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422화

    조은하는 침대에 누워지내면서 자신도 모르게 심미연 생각을 하고 있었다.어린아이가 자신들이 가하는 모진 매를 견뎌냈을 걸 생각하면 조은하는 자꾸만 가슴이 아파 왔다.그래서 지금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된 것도 다 하늘이 내린 벌 같았다.“엄마, 말할 수 있겠어요?”“응.”심서연이 눈시울이 빨개진 채로 묻자 조은하가 힘겹게 목소리를 짜내어 대답했다.“아빠한테 또 맞은 거예요?”이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심서연은 한 번 더 물었다.“그냥 때리라지 뭐. 어차피 나 잘못한 거 많잖아.”조은하는 심동현에게 맞을 때마다 심미연에게 빚을 갚는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심미연은 이미 죽어서 자신이 이토록 참회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겠지만.“나 잠깐 아빠랑 얘기 좀 하고 올게요.”역시나 예상했던 답이 나오자 심서연이 어두운 표정으로 일어나려 하는데 조은하가 다급히 그녀를 말렸다.“됐어! 나 괜찮아.”“엄마가 이 꼴로 누워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만히 있어요? 그러고도 내가 사람이에요?”심서연은 마음 아파서 흐르는 눈물도 빠르게 닦아내며 방문을 열고 나가려 했다.그에 다급해진 조은하가 심서연을 잡으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녀의 손에 잡히는 건 공기뿐이었다.“서연아! 엄마한테 이제 딸이라곤 너 하나뿐인데 너까지 무슨 일 생기면 어떡해! 얼른 돌아와.”자식을 앞세우는 건 한 번으로도 충분했다.만약 심서연까지 잘못된다면 조은하는 정말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었기에 목이 타게 그녀를 불렀지만 심서연은 이미 문을 열고 나간 뒤였다.조은하는 조급한 마음에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는데 몸도 편치 않아서 그만 바닥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조은하가 고통에 미간을 찌푸릴 때 심서연은 이미 소파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행동을 하고있는 심동현과 여자를 노려보고 있었다.집에 있는 딸과 아내는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이런 파렴치한 행동을 하는 심동현에 이성이 끊겨버린 심서연은 주방에서 칼을 들고나와 심동현의 다리 위에서 몸을 배배 꼬고 있는 여자를 향해 휘둘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