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40화

Author: 무안안
“아니요. 절친과 함께 작업실을 운영할 예정이에요.”

할아버지가 그녀의 일에 관심이 있으니 그녀는 이것을 핑계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핑계만은 아니었다. 그녀는 정말 신하린과 함께 작업실을 동업하려고 한다.

“작업실 이름이 뭐야?”

할아버지는 그녀를 도와주겠다는 태도였다.

“할아버지, 저는 제 노력으로 작업실을 잘하고 싶어요. 할아버지는 연세도 있으시니 제일에까지 신경 쓰지 마세요.”

그녀는 정말 할아버지가 그녀의 일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좀 듣기 거북하게 말하자면, 그녀가 일하지 않아도 지금은 이노하이브의 주식이 있으니 매년 배당금도 적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혼할 때 강지한이 준 돈은 일반인들이 몇 평생 일해도 다 벌지 못할 만큼 많았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생활을 걱정할 필요가 없이 단지 건강한 쌍둥이를 낳아서 잘 키울 생각뿐이었다.

“그건 안 돼.”

할아버지는 분명히 기분이 나빠 보였다.

“빨리 나에게 말해줘. 그렇지 않으면 나 정말 화낼 거야.”

심미연은 어쩔 수 없이 신하린의 작업실 이름을 그에게 알려주며 주소도 함께 말했는데,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녀도 잘 몰랐다.

“자, 내가 다 적어놨어. 출근할 필요가 없으니까 좀 더 자. 방해하지 않을게.”

강준형은 말을 마치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휴대폰을 들고 있는 심미연은 할아버지가 이 전화를 한 의도를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휴대폰 벨 소리가 또 울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서둘러 생각을 접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변호사님, 아주 좋은 소식이에요!”

전화를 받자마자 임현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 마이크를 사이에 두고 그녀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심미연은 방금 할아버지가 걸었던 그 전화가 생각났다.

기분이 좋은 모양인데 설마, 할아버지는 사실 그녀에게 좋은 소식을 전하려 했던 걸까?

“변호사님, 제 말 듣고 있어요?”

임현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듣고 있어요. 말해봐요. 무슨 좋은 일인데요?”

심미연은 조용히 웃고 있었는데 목소리가 듣기 좋았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1화

    심미연이 넋을 잃고 생각할 때 신하린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미연아, 깨어났어?”“막 깨어났는데 네가 왔어. 어서 들어와.”심미연이 커튼을 열자마자 신하린에 문을 밀고 들어왔다.침대에 앉아 있는 심미연을 본 그녀는 재빨리 달려와 말했다.“미연아, 내가 어젯밤에 술에 취했는데 네 배를 건드린 거 아니야?”심미연은 손을 뻗어 그녀를 안고 웃으며 말했다.“너에게 샤워할 거냐고 물었는데 한사코 게스트룸 침대에 가서 자야 한다고 갔어. 배를 건드릴까 봐 걱정된다고 하던데 취중 진담인 가 봐.”어젯밤 신하린은 정말 조금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착하기만 했다. 만약 이진영이었다면 어떻게 미쳤는지 모를 것이다.설령 술에 취했다 하더라도 그녀는 배 속의 아이를 생각할 수 있다.신하린은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빗질하며 심미연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미연아. 앞으로 다시는 취하지 않을 거야.”이진영과 5년 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는 한 번도 자신이 그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번에 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어젯밤 이진영이 그녀에게 한 말은 그녀를 슬프게 했다.이진영은 비즈니스 결혼할 것이며 그녀는 내연녀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그렇게 파렴치한 말을 그는 도대체 어떻게 할 수 있는 건지.“마음이 힘들면 다 털어놔. 마음속에 오래 참으면 언젠가는 병이 날 거야.”심미연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앞에서는 진실한 자신이 되어도 돼. 네가 어떤 모습인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그들은 비록 혈연적인 관계는 없지만 가족보다 낫다.그녀는 신하린이 그녀의 앞에서 분명히 괴로워 죽을 지경인데도 즐거운 척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전혀 그럴 필요 없었다!신하린은 눈시울이 빨갛게 변하더니 심미연을 꼭 안았다. 목구멍에 숨이 막혀 있는 것 같아 숨이 좀 막혔다.심미연은 조용히 그녀를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하린과 이진영 사이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2화

    신하린에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심미연은 그녀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뭘 찍어?”“너를 찍고 있어. SNS에 올려야지.”신하린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 안의 사진을 만지작거리며 정말 너무 아름답다고 속으로 감탄했다.심미연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SNS 올리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신하린이 사진을 올리자마자 이진영이 마침 보였다.강지한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생각에 그는 신하린이 올린 그 사진을 강지한에게 보냈다.잠시 기다리다가 강지한의 답장을 기다리지 못한 그는 아예 강지한의 전화번호로 직접 걸었다.“일 있어?”강지한의 목소리는 얼음 저장고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차가워 온몸을 오싹하게 했다.“내가 방금 보낸 사진 봤어?”이진영은 강지한의 냉담함을 완전히 무시하고 입을 열어 웃음기를 띠며 물었다.강지한이 아닌 척해도 그는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진영, 한가하구나?”분명히 불쾌했던 그는 심지어 말투에 조금의 분노를 품고 있었다.“난 매우 바빠. 그만 끊어.”이진영은 말을 마치자마자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는 강지한이 화가 난 모습을 보고 싶었다.그러나 강지한이 정말 화가 났을 때 그는 또 무서웠다.이때 강지한은 사무실의 소파에 앉아 휴대폰 스크린을 주시하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확대된 여자의 사진이 있었는데 사진 속 얼굴에는 화창한 웃음이 가득했다. 커다란 두 눈은 부드럽고 다정했으며 코끝의 하얀 밀가루는 그녀를 다소 익살스럽게 보이게 했다.왠지 기분이 언짢았다.‘이 여자는 나를 떠나 조금도 슬프지 않은가 봐. 나는 여전히 늘 이 여자 생각뿐인데.’같은 시각, 미르 파크.온지유는 깨어나자마자 휴대폰 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숨겨진 번호인 것을 보고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황급히 거실을 떠났다.임혜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누구 전화길래 얼굴이 다 하얗게 질리는 거야.”“뭘 중얼거리고 있어요?”집사가 와서 그녀가 중얼거리는 것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3화

    그녀의 말이 끝나자 휴대폰 너머로 한참 뒤에야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군지 아세요?”목소리는 높지도 낮지도 않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견결함이 묻어 있었다.집사는 고개를 저으며 미간을 찌푸렸는데 두 눈에는 후회스러운 눈빛이 스쳤다.“아직은 누가 한 짓인지 모르지만 저는 많은 사람을 보았어요. 우리 쪽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여기까지 말한 집사는 뭔가 생각이 났는지 안색이 더 어두워졌고 목소리도 낮아졌다.“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사모님께서 이미 둘째 도련님과...”휴대폰에서 잠자코 침묵이 흘렀다.전화가 끊긴 줄 의심할 때 휴대폰 너머로 여자의 깔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당장 비상 계획을 가동해 별장 내 모든 사람의 안전을 보장하세요. 그리고 포위한 사람들의 정체를 알아내야 해요. 제일 중요한 것은 할아버지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용히 진행하세요.”심미연은 다급하지 않은, 분명하고 힘 있는 말투로 말했는데 위엄이 서려 있었다.이 말을 들은 집사는 그제야 미간을 조금씩 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모님,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집행하겠습니다.”지난 3년 동안 미르 파크의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집사는 모두 심미연에게 보고하며 그녀의 지시를 따랐다.솔직히 집사는 처음에 심미연이 골탕먹는 꼴을 보고 싶었다.둘째 도련님이 좋아하지 않는 여자에 대해 그들도 좋은 태도를 보여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후 함께 지내면서 그들은 심미연을 점점 더 잘 대해줬다.집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심미연은 효율적으로 해결했고 그들에게 난제를 남겨주지도 않았다.시간이 지날수록 집사는 사사건건 심미연의 결정을 따르는 습관이 생겼다.전화를 끊기 전에 심미연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할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으니 이번 일을 절대 알리지 마세요. 반드시 속전속결 해야지 밖에서 생긴 일 때문에 할아버지에게 영향 줘서는 안 돼요.”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던 집사는 마음이 복잡해졌다.‘둘째 도련님이 사모님을 이렇게 심하게 대했는데도 사모님은 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4화

    못된 짓만 하던 온지유도 강지한에게 붙어 잘살고 있다.사람은 너무 착하면 업신여김을 당하기 마련이니 독해질 필요도 있다.심미연은 물이 끓자 칼국수를 집어넣고 한쪽으로 수도꼭지를 틀어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채소를 다 씻고 수도꼭지를 닫으며 그녀는 부드럽게 말했다.“할아버지가 지한 씨 편을 드는 건 당연한 거야. 하지만 이것 때문에 나에게 잘해줬던 과거를 지울 수 없어. 특히 내가 지한 씨와 이혼하려는 걸 알고도 이노하이브의 주식을 나에게 넘겨줬으니 이것만 보더라도 난 할아버지를 위해 배려해야 해.”다른 사람들은 심미연이 바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녀는 그저 은혜를 갚을 뿐이다.신하린은 잠자코 말이 없었다.심미연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없었다. 그렇게 한다면 이건 짐승보다 못한 짓이다.“지한 씨가 나에게 미안한 짓을 했지만 이건 할아버지와 상관없어!”심미연은 능숙하게 토마토를 썰기 시작했다.“날 걱정한다는 걸 알아. 괜찮아. 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어.”신하린은 그녀의 굳은 표정을 보고 이미 방법을 생각해냈다는 것을 알았다. 변호사인 심미연은 머리가 잘 돌았다.이렇게 되니 신하린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국수도 금방 삶아졌다. 야채, 토마토, 달걀로 만든 이 칼국수는 녹색, 빨강 노랑 등 여러 가지 색이 어우러져 보기에도 식욕을 돋웠다.심미연은 그릇을 쟁반에 담고 젓가락을 든 후 테이블로 향했다.국수를 다 먹은 후 신하린이 자발적으로 설거지를 하러 갔고 심미연은 그녀와 다투지 않고 오히려 서재로 가서 노트북을 열고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주방을 정리하고 서재로 간 신하린은 컴퓨터 앞에서 한창 작업하는 심미연을 보고 차마 방해하지 못하고 방으로 돌아갔다.어제 입은 옷을 심미연이 이미 드라이 해줘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작업실로 갔다.이때 휴대폰이 울렸는데 작업실 전화인 걸 보고 그녀는 급한 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서둘러 받았다“대표님, 한 사모님이 찾아오셨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5화

    “신 대표님, 지금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소민은 그녀를 보더니 손으로 회의실을 가리켰다.신하린은 입술을 감빨며 말했다.“알았어. 일 보러 가봐.”“대표님, 소문이 있어요.”소민이 그녀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이노하이브에서 새 건물이 완공되어 정원 설계에 관해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래요. 우리도 도전해 볼 까요?”“이노하이브 회사의 입찰 요구는 아주 높아서 우리 같은 작은 작업실은 기회가 없어. 됐어. 헛생각하지 말고 일하러 가.”그들이 디자인할 수 있다고 해도 이렇게 작은 작업실은 입찰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었다.“그냥 아쉬워서 그래요.”소민이 낮은 소리로 감탄했다.만약 작업실이 이번 정원 디자인을 따낸다면 이 분야에서 널리 소문을 퍼뜨릴 것이다.신하린은 웃으며 회의실로 들어갔다.회의실 내, 정교한 창살을 통해 부드럽고 화사한 빛이 여러 가지 그림자를 드리웠다.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온화한 얼굴을 한 이씨 가문 사모님은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그 눈빛은 칼을 머금은 것처럼 날카로웠다.깐깐히 훑어보는 그녀의 시선에 신하린은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평온하게 보이려고 노력했다.이씨 가문 사모님은 부드럽고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는데 내뱉은 말은 정성껏 다듬은 것처럼 친근해 보이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아 마치 보이지 않는 그물을 엮은 것 같았다.신하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몸을 곧게 펴며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게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제가 신하린이에요.”“하린 씨, 앉아봐. 우리 잠깐 얘기할까?”그녀는 부드럽게 웃으며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신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난 성이 하씨가 아닌데 왜 친근한 척 성씨를 빼고 하린이라고만 부르지?’“아휴, 우리 진영이는 속을 썩이잖아.”그녀는 무심코 이진영의 신분을 언급했다. 신하린은 그 존귀한 신분에 압박감을 받은 것처럼 저도 모르게 등을 곧게 폈다.곧이어 화제는 미묘하게 이진영의 결혼 문제로 향했는데 그녀의 말은 정성껏 파놓은 함정처럼 은밀하면서도 암시로 가득했다. 신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6화

    신하린은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복잡한 감정이 북받쳐 입술을 살짝 깨물며 진지하게 대답했다.“알았어요, 진영 씨. 우린 다 앞날을 봐야 해요. 앞으로 어떻게 되든지 저는 다 용감하게 맞설 거예요.”“난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어. 영원히 헤어질 생각 하지 마!”이진영은 소리 지른 후 전화를 끊어버렸다.신하린은 휴대폰을 들고 저도 모르게 씩 웃었다.‘이 남자는 나와 평생 엮일 생각을 했다니, 나에게 참 모질어.’...심미연의 손가락이 가볍게 키보드를 두드렸고 화면의 희미한 불빛이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처럼 그녀의 눈동자에 비쳤다.그녀가 습관적으로 계정을 열었을 때 순식간에 수많은 문자가 밀물처럼 몰려들어 메시지 안내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이는 여름철 소나기가 내리기 전의 천둥처럼 특별한 폭풍이 다가왔음을 예고한다.그녀는 눈동자가 약간 움츠러들더니 신속하게 부단히 증가하는 숫자를 바라보았는데 팔로워가 로켓을 탄 것처럼 순식간에 200만 명으로 급증했다. 예상치 못한 서프라이즈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죽였고 마음속에서는 믿을 수 없는 충격과 함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이 뒤섞였다.그러나 심미연은 이 모든 것을 예상한 것처럼 곧 차분하고 냉정해졌다. 그녀는 가볍게 입을 벌리고 담담하게 웃었지만 손가락은 키보드에서 춤을 추듯 미끄러지며 계속해서 업데이트했다.창작을 마친 후 그녀의 시선은 다시 그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댓글에 집중되었다.화면에는 다양한 댓글이 가득했지만 그중에는 악덕 여자 조연에 대한 욕설과 혐오감이 제일 많았다.댓글 하나하나가 마치 시퍼런 칼날처럼 그 가상의 캐릭터의 심장을 찌르고 있어 구독자를 놀라게 했다.하지만 심미연은 그저 살짝 웃었는데 그 웃음 속에는 약간의 재미와 여유로움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이러한 격렬한 반응이 작품에 대한 가장 진지한 피드백이며, 독자들의 공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알고 보니 이 가상의 세계에서 모두의 마음이 서로 잘 통했는데 정의와 악의에 대한 경계가 이토록 명확하게 구분되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7화

    “무슨 일이야?”심미연은 손을 뻗어 시근거리는 목을 주물르며 물었다.“강지한이 온지유의 출국 준비를 하고 있어. 아마도 최근에 온지유를 출국시키려는가 봐.”전화기 너머로 목소리는 점점 더 낮아졌는데 심미연이 슬퍼할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다.“알았어!”심미연의 예쁜 얼굴에는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번지며 조용히 말했다.“그럼 계속해서 이 일을 지켜봐 줘. 소식이 있으면 바로 알려줘야 해!”“너, 괜찮아?”조심스럽게 묻는 목소리가 들리자 심미연은 웃으며 말했다.“난 괜찮아. 걱정하지 마!”강지한에 대한 감정을 내려놓았기 때문에 그에 관한 소식을 들어도 아무런 감정 변화가 없을 것이다.심미연은 그저 강지한이 온지유에게 정말 잘해준다고 감탄했을 뿐이다.강지한은 항상 온지유의 뒤에서 그녀를 위해 묵묵히 길을 닦아주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 줬으며 심지어 무조건 온지유를 믿었다. 온지유가 무슨 말을 하든 그는 곧이곧대로 믿었는데 이 믿음 때문에 온지유는 거리낌 없이 행동했다.“괜찮다니 다행이야. 난 네가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어.”“난 괜찮아. 걱정하지 않아도 돼.”“그 여자는 널 보고 싶어 해. 언제 만날 거야?”그는 비록 그 사람이 누구인지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심미연은 그녀가 누구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심미연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알았어. 시간과 장소를 정해놓은 후 알려줘!”“내가 곧 이 좋은 소식을 전해줄게. 그 사람은 무조건 아주 좋아할 거야.”전화기 너머로 그 사람의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심미연은 마음이 뭉클해졌다.“미안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난 아직 찾아내지 못했어.”“넌 누구에게도 잘못한 게 없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 마.”심미연의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괴로웠다.“알았어. 난 아직 다른 일이 있어 이만 끊을게.”심미연은 마음을 다잡고 말했다.“알았어. 안녕!”전화를 끊은 후 심미연은 하드디스크를 꺼내 컴퓨터에 연결하며 작업을 시작했다.‘강지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48화

    그제야 성무진은 그녀가 말한 큰일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어쩐지 방금 대표님이 이렇게 화를 내셨더라니, 이것 때문이네. 망했어. 오늘 기술부에서 이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아마 모두 해고될 수도 있겠네.’성무진은 비서더러 일하러 돌아가게 한 후 직접 기술부에 갔다.그러나 그가 사람을 데려와 이 일을 해결하기도 전에 화면에 떠 있었던 글씨는 비아냥거리는 이모티콘으로 변했다.성무진은 머리가 지끈 거리며 아파 났다. 이게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치고 있단 말인가.이런 상황을 처음 겪어보는 기술부 직원들도 서로 얼굴만 쳐다보며 멍해졌다.“왜? 처리할 수 없어?”강지한의 목소리는 26도인 실온에서 살을 에는 듯한 차가움이 느껴지게 했다.“강 대표님, 이건...”“알겠어요! 이건 3년 전에 갑자기 사라진 최고의 해커 중독이 한 짓이에요. 이분이 나타났을까요?”옆에서 갑자기 울려 퍼진 목소리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뭐라고?”강지한은 눈썹을 찌푸리며 몸을 움직여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네가 말해봐.”이 중독과 그에게 메일을 보낸 [중독]이 같은 사람일까?성무진도 그를 힐끗 보았다. 바로 두 달 전에 새로 모집한 대학원생으로 아직은 남자아이 모습이었고 기술부 직원 중에서 너무 젊어 보였다.그가 한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가 없었다.이 젊은 직원은 강지한을 힐끗 쳐다본 후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이 바닥에서 [중독]에 관한 소문은 아주 많아요. 말로는 13세에 그때 최고의 해커 고수들을 물리치고 랭킹 1위를 차지했고 이 기록은 9년 동안 유지되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제일 이상한 것은 이 사람은 한 번도 임무를 받은 적이 없어요. 아무도 그 이유를 몰라요.”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는 잠시 멈추었는데 무슨 문제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계속 말해봐.”“저는 갓 입사했을 때 회사의 방화벽이 보강되어 아무도 회사의 네트워크 시스템에 침입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는 그때 우리 회사에서 그분의 도움

Pinakabagong kabanata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8화

    강지한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 박시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뉴스 봤어. 네 카이엔이 폭발했다길래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네가 무사하니까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그 대형 트럭, 당장 확인해. 전부 조사하고 운전자는 반드시 찾아.” “알겠어. 지금 바로 확인해볼게.”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박시훈의 표정도 금세 굳어졌다. “조금만 기다려. 바로 연락할게.” “응. 최대한 빨리.” 강지한은 단호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마치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편, 심미연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2층 서재로 향했다. 노크를 하려던 순간, 가방 안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잠시 망설인 끝에 그녀는 전화를 먼저 받았다. “보스, 큰일 났어요. 누가 보스를 죽이려고 해요.” 이지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대로 귀에 박혔다. 심미연의 머릿속엔 낮에 있었던 사고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 대형 트럭. 정말 자신을 노리고 달려든 게 맞았던 거다. 만약 그 카이엔이 없었다면 지금쯤 자신은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연 씨, 천천히 말해봐요.”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최대한 침착하게 반응했다. ‘도대체 누가 날 죽이려는 거지?’ ‘온지유?’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온지유는 지금 그녀 손에 있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저도 방금 들었어요. 육현성 씨가 누군가랑 통화한 녹음이 있었는데 거기서 보스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이지연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말을 쏟아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봤어요?” 육현성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온지유까지 그녀 손에 있는 상황이니 원한을 품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지연이 말한 그 목소리는 육현성이 아니었다. 그게 더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7화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건 불길에 휩싸인 자동차였다.순간, 차가 폭발했다. ‘설마... 저 안에 있는 사람이 강지한은 아니겠지?’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심미연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 “미연아! 너 괜찮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박유진의 다급한 목소리에 긴장으로 굳어 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응. 나 괜찮아. 뒤에 경호원들도 있어.”하지만 말을 내뱉자마자 머릿속에 강지한의 말이 떠올랐다. “속도 더 올려. 앞만 보고 달려.”‘강지한은 어떻게 알았던 걸까. 내가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한테 쫓기고 있었단 걸.’‘혹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니야? 아니면 강지한이 모든 일의 배후...?’‘설마 날 죽이고 태하를 데려가려는 건가?’‘아니야. 강지한이 그런 짓까지 할 사람은 아니야.’심미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떨쳐내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또렷하게 맴돌았다. “미연아,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박유진의 따뜻한 음성이 그녀를 현실로 다시 끌어당겼다.“괜찮아. 나 지금 집 가는 중이야. 안 와도 돼. 피곤하면 먼저 자.”박유진도 지금 진성 지사 문제로 정신이 없을 텐데 더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조심해서 와. 난 서재에서 일 좀 더 하고 있을게. 집에 오면 얘기하자.”“응. 이따 봐.” 전화를 끊은 뒤 박유진은 한참을 핸드폰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지금 심미연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곁을 지켜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가. 하지만 진성 지사 문제 역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때 다시 울린 벨소리. 그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도련님, 심미연 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그 카이엔 운전자가... 강지한 대표님이었습니다.”머뭇거리는 말투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괜히 말 실수로 박유진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전하는 사람도 눈치를 보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6화

    일부러 강조한 말투였다. 다른 기대는 하지 말라는 단호한 선을 긋는 경고였다. 그 말에 심미연은 조용히 웃었다. 입가에 맺힌 미소엔 담담함과 함께 단단한 확신이 스며 있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분 안에 홍원각에 도착하겠습니다. 이진영 씨와 변호사님, 두 분 모두 뵐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 도심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차가워 보였다. ‘20분 후, 정말로 스승님을 마주하게 될까?’ ‘만약 마주한다면... 첫마디는 뭐라고 해야 하지? 오랜만이에요...? 그건 좀...’ 하지만 곧 병원에서조차 자신을 모른 척했던 진운혁의 차가운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또 모른 척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진운혁이었다. 심미연은 숨을 들이마시며 정신을 가다듬고 차 문을 열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는 이미 다른 차에 올라탔고 시동이 걸리자 곧바로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재빨리 차로 돌아와 그의 차를 뒤쫓았다. 꽤 먼 거리까지 따라갔지만 어느 순간 차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상하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잠시 생각에 잠긴 그때, 뒤쪽에서 달려오던 대형 화물차 한 대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심미연은 반사적으로 핸들을 움켜쥐고 엑셀을 밟았다. 하지만 뒷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미끄러질 정도였다. 더는 착각할 여지도 없었다. 누군가 분명히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누구지? 왜?’ ‘나올 때 경호원을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이러다 진짜 사고라도 나면...’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심미연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 “심미연, 지금 내 말 잘 들어. 속도 더 올려. 뒤는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낯익고 단단한 목소리. “강지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5화

    이지연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흥분으로 빛났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비밀을 알아챈 사람처럼 목소리를 떨며 심미연을 향해 외쳤다. “보스, 저 이제 알겠어요! 이건 하늘의 뜻을 대신해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심미연이 단호하게 끊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내 앞에서만 하세요. 밖에서 들리면 진짜 큰일 나요.”평소와 달리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엔 단 한 톨의 유쾌함도 없었고 표정은 숨 쉴 틈 없이 진지했다. 그제야 이지연은 분위기의 심각함을 눈치챘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두 손으로 지퍼를 올리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과장됐지만 그 속에 담긴 의지만큼은 진심이었다. “걱정 마세요. 보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입단속 하나는 끝내줘요. 칼이 목에 와도 입 안 뗍니다.”심미연은 그런 이지연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였지만 그녀의 눈빛엔 신뢰가 스쳤다. “계속 육현성 씨 움직임 지켜봐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작은 이상 징후라도 보이면 바로 보고해요.” 이미 그녀는 육현성의 인맥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 본 상태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단 하나, 지금 그가 가진 세력으로는 온지유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빼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온지유를 빼낸 건 대체 누구지?’“네! 바로 수행하겠습니다.” 이지연은 어깨를 쫙 펴고 경례하듯 반듯하게 섰다. 그 당찬 모습에 오히려 살짝 귀엽기까지 했다. 심미연은 입술을 다문 채 한동안 생각하다가 조용히 물었다. “진운혁 씨랑 이진영 씨, 지금 어디서 식사 중이에요?” “홍원각입니다.”“알겠어요. 내가 직접 가볼게요.” 말을 마친 심미연은 곧장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나섰다. 그녀가 떠난 뒤 이지연은 컴퓨터 앞에 앉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단 하나, 육현성의 현재 위치 추적. 한편, 심미연은 어느새 홍원각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4화

    그는 심미연이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 먼저 갈게.” 신발을 갈아 신고 급히 현관문을 나서는 심미연.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박유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심미연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 이지연은 기다렸다는 듯 두꺼운 서류 뭉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보스, 이건 진운혁 씨가 최근 몇 년간 맡았던 주요 사건 자료예요.” 심미연은 아무 말 없이 자료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며 그녀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고 오래 걸리지 않아 전부 읽어냈다.그녀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즈음, 이지연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보스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보스... 괜찮으세요?” 심미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하지만 그 말 속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스승님은 자살로 꾸며진 가짜 죽음으로 그녀를 속였다. 그리고 무려 10년. 그녀는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홀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못했다. 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스승님이 살아 있었던 거야... 그 모든 진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네.’“보스, 진운혁 씨에게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이지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쩌면 그녀는 심미연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랬을 수도 있죠.” 심미연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쓸쓸하고 쓰라렸다. 하지만 사정이 있었더라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는 있었어야 했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그가 죽은 줄만 알고 끝없이 진실을 좇으며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애썼다. “보스, 그럼... 그때 사건은 계속 조사할 건가요?” 이지연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심미연이 이 사건을 파고든 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3화

    심미연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당연하지. 근데... 오빠는 혹시 마음 바뀐 거 아니야?”혹시 박유진이 망설이고 있는 거라면 이유는 분명했다. 그의 할아버지, 박정재. 그 반대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치며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박유진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조심스럽게 이마를 맞댄 채 한참을 그대로 머물렀다. 부드럽고 깊은 눈빛이 마주 닿는 그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조용히 흘렀다. “난 처음부터 너였어.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단단하면서도 따뜻했다. 사실 박유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심미연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심미연은 자신이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구청으로 가고 싶었다. 시간을 미루다 또 어떤 변수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게 더 두려웠다. 그때 조용히 있던 심태하가 갑자기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엄마랑 아빠만 붙어 있지 말고 나도! 나도 붙을래요!”작은 손으로 엄마의 옷자락을 꼭 잡고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도 해줘요! 붙붙!”심미연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고 박유진도 당황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 혼인신고 얘기를 꺼낼 타이밍이었지만 아이의 순수한 외침에 그는 말을 삼켰다. 대신 조용히 아이를 품에 안고 무릎 위에 앉히며 말했다. “그래. 우리 태하도 아빠랑 붙붙 해볼까?”그건 단지 얼굴을 맞대는 짧은 장난일 뿐이었다. 그 순간을 먼저 함께하고 나중에 말을 꺼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심태하는 해맑게 웃으며 아빠의 뺨에 얼굴을 살포시 갖다 댔다. 작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미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2화

    심미연은 복잡한 생각을 접고 아들을 품에 안아 무릎 위에 앉혔다. 아이의 눈을 마주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하야, 만약에... 태영이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얘기일까?”심태하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엄마를 올려다봤다. “정말요?”엄마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믿는 아이. 그 말이 현실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믿고 싶었다. ‘동생은 지금 어디 있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데...’“조금만 기다리면 곧 알 수 있을 거야.” 심미연은 아들의 두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기대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문득 스친 생각 하나가 그 기대를 순식간에 불안으로 바꿔놓았다. ‘상미가 정말 내 딸이라면... 강지한이 과연 그 아이를 내줄까?’‘혹시라도 그 사람이 끝까지 버틴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지한이 그렇게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런 싸움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었다. “네? 엄마, 무슨 뜻이에요? 왜 조금 있으면 알 수 있어요?” 심태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를 바라봤다. 아직은 세상이 단순한 아이. 엄마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마음속에서 어떤 파도가 치고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엄마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건...” 심미연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조용히 다가온 박유진이 체온계를 내밀었다. “미연아, 일단 체온부터 재자.”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손에 체온계를 쥐여주었다. 심미연은 자신에게 열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말없이 체온계를 받아들었다. 곁에 선 박유진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년을 함께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1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박유진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아, 밥 다 됐어. 얼른 와서 먹자.”그 뒤를 이어 심태하의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톡 튀어나왔다. “엄마, 빨리 와요! 아빠가 만든 거 진짜 맛있단 말이에요.”강지한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가슴이 칼에 찍힌 것처럼 심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아들, 그의 여자가... 이제는 다른 남자와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젠 남의 아들이었고 남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생각할수록 미쳐버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때 심미연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밥 먹어야 돼. 할 말 있으면 내일 해.”뚝.전화가 끊겼다. 귀엔 싸늘하게 울리는 종료음만이 남았다. 그 짧은 순간, 강지한의 머릿속엔 세 사람이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화기애애하고 따뜻하고 지독하게 행복해 보였다. 억눌렀던 감정이 마침내 폭발하듯 치솟았다. ‘내 아들이고 내 여자야.’‘박유진, 감히 넘보지 마. 반드시 내 품으로 다시 들려놓을 거야.’ 강지한은 그 말을 속으로 씹듯 되뇌며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을 덮친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른 그는 지체 없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지한은 낮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던졌다. “바렐 그룹 분점은 어떻게 된 거야? 박유진이 왜 또 경성에 있는 건데?”그가 박유진을 지방에 묶어두기 위해 치밀하게 조치를 취해둔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렇게 갑자기 올라올 일은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성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점은 현재 영업 중단 들어갔고 내부 정리 중입니다.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고... 박 대표님은 아마 하루 이틀 정도 잠깐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성무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대표님, 박 대표님 동선에 왜 이렇게 민감하신 거지?’‘돌아온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720화

    그러나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심미연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몸을 숙여 강상미의 볼에 얼굴을 살짝 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빠 금방 올 거야. 난 먼저 갈게. 얼른 나아서 건강해지자, 알았지?”강상미는 귀여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엄마, 혹시 나 안 좋아해요?”아니면 왜 남아서 같이 있어 주지 않는 걸까.“아니야.”심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내일 오후에 오빠 데리고 올게. 너랑 같이 놀게 해줄게.”그 말을 들은 강상미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네, 좋아요!”심미연은 그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괜히 쓰라렸다.원래부터 심장이 좋지 않은 아이인데, 오늘은 머리까지 다쳤으니 이 작은 몸으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엄마 일하러 가야 하는 거잖아요. 얼른 가요! 난 얌전히 아빠 기다릴게요!”강상미는 심미연을 살짝 밀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엄마, 잘 가요!”마음은 아프지만 심미연에게 일이 있다는 걸 알기에 억지로 붙잡을 수 없었다.‘말 잘 들어야 해. 그래야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테니까. 안 그러면 엄마가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심미연은 잠시 아이를 응시하다가 이내 돌아섰다. 손바닥을 펴자 그 안에 아이의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 있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지금 당장 DNA 검사를 하러 가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빠르게.그녀가 병실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한이 음식이 담긴 가방을 들고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안을 둘러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심미연, 진짜 그냥 가버린 거야?’“아빠! 왜 이제 왔어요? 엄마는 벌써 갔단 말이에요!”강상미는 못마땅하다는 듯 강지한을 노려봤다.‘아빠가 잘 붙잡아 뒀어도 나는 매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배고프지? 일단 밥 먹자.”강지한은 억눌린 감정을 숨기고 간이 테이블을 펼쳐 음식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와, 냄새 진짜 좋다!”강상미는 손뼉을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