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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Author: 동과
석지훈은 입꼬리를 휘어올 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르신은 온화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비록 악의는 없었지만 나는 마음 깊숙이 알 수 없는 불편함을 느꼈다.

한참 후, 어르신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예쁜 아이로구나.”

석지훈이 대답했다.

“네, 정말 예쁘죠?”

“지훈아, 언제 결혼할 생각이니?”

그는 순순히 대답했다.

“얼른 하려고요.”

“그래, 가능한 빨리 준비해라.”

어르신은 나를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말투가 어쩐지 내 마음을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

여자의 본능적인 직감 때문인지 나는 왠지 모르게 눈앞의 어르신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무리 석지훈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태웅이 방을 찾아와 밖에 중요한 사람이 찾고 있다고 했고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방을 떠났다. 그리고 나가기 전에 내게 당부했다.

“여기서 기다려.”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요.”

석지훈은 원태웅을 따라 방을 나섰다. 나는 그들이 누구를 만나러 가는지 나는 알 수 없었고 방에는 나와 어르신만 남게 되었다. 나는 이 상황이 어찌나 불편하고 어색했는지 몰랐다.

내가 어색해하는 걸 본 어르신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내가 어렵느냐?”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그러자 그는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지훈이가 너를 아주 좋아하더구나.”

나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는 다시 말을 꺼냈다.

“나는 지훈이가 자신의 짝을 스스로 선택하는 걸 지지한다. 하지만 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역시 내 직감이 맞았다.

여자의 촉은 언제나 소름 돋게 맞았다. 나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목소리를 낮추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지훈이는 정말 완벽한 사람이지. 어쩌면 이 세상에서 그와 같은 남자를 찾기는 힘들 거야.

그리고 내게는 손녀가 하나 있다. 비록 그 애가 지훈에게 미움을 받고 있더라도 말이다.

그 아이는 내 손녀이자 한씨 가문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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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속으로는 아직 이정희에게 원망이 남아 있었지만 그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그녀의 장례식에 참석하려는 것은 석지훈을 위해서였다.나는 그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길 바랐다.강해온이 아이들을 데리고 석 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그런데 그와 함께 담현아도 와 있었다. 나는 놀라서 그녀에게 물었다.“너 여긴 어떻게 왔어? 아니, 너 내 비서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지훈 오빠가 나보고 언니랑 같이 있으라고 하던데요.”이 시간에 석지훈이 담현아를 나에게 보내다니...나는 담현아에게 의아하게 물었다.“이해가 안 돼. 내일 아침이면 우린 떠날 건데, 너 괜히 왔다 가는 거잖아?”담현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나도 이해가 안 돼요. 근데 연락은 아침에 받았는데 내가 일이 있어서 늦어졌어요. 그러다가 저녁에 이쪽으로 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강 비서님을 만났거든요. 그냥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목적지가 같더라고요. 아, 맞다! 윤민이가 방금 나보고 이모라고 불렀어요!”나는 그녀의 품에서 윤민이를 받아안으며 물었다.“네가 가르쳤어?”“강 비서님이 가르쳤어요. 이 녀석 너무 똑똑해요! 볼수록 너무 사랑스러워요. 근데 수아 언니, 나 윤아랑 윤민이 양엄마 하면 안 될까요?”나는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너 아직 한참 어리잖아.”내가 거절하자 담현아는 시무룩하게 말했다.“사람 무시하지 말아요. 나도 결혼한 성인이거든요.”“알았어, 알았어. 성인인 거 인정할게.”내가 쉽게 허락하지 않자 담현아는 더 이상 조르지 않고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양엄마는 안 할 테니까 그냥 이모 할게요.”담현아는 아직 어려서 아이들의 양엄마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담현아와 함께 정원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석지훈이 방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이들을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누가 데려왔어?”내가 설명했다.“내가 강 비서에게 부탁했어요.”석지훈은 담현아의 품에서 윤아를 안아 들었다. 윤아는 그의 품에서 얌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2화

    수아야. 넌 참 가여운 사람이야.난 도대체 내가 왜 불쌍하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됐다.하지만 지금은 그 이유를 따질 때가 아니었다. 석지훈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었다. 나는 그의 허리를 꼭 껴안고 부드럽게 말했다.“오빠, 내가 어떻게 오빠에게 차갑게 대할 수 있겠어요? 난 그냥...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요. 오빠가 날 원망할까 봐 무서웠고요.”석지훈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나는 그의 품에서 고개를 들어 그의 턱에 입을 맞추고 단호하고 따뜻하게 말했다.“난 오빠를 좋아해요.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오빠를 사랑하고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나는 고현성과 사귈 때 키스를 거의 하지 않았고 석지훈과도 자제하는 편이었다.아마도 장례식 중이라 그런지 석지훈은 나를 놓아준 후 더 이상 진도를 나가지 않았다. 그저 나를 품에 안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현정우의 말대로, 남자는 그저 따뜻함을 원하는 존재인 것 같다. 따뜻함을 충분히 주면 만족하는 것 같았다.지금의 석지훈처럼 말이다.그는 계속 내 뺨에 자신의 뺨을 부비며 애교를 부렸다.꼭 어린아이 같았다.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행동이었다.그는 내가 아직도 그 자세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는 황급히 일어나 나를 눕히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윤아야, 왜 나를 안 불렀어?”나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깨울까 봐...”내 말을 듣자 석지훈의 표정이 누그러졌다.“다음에는 그러지 마.”그는 손을 들어 내 뺨을 어루만지며 말했다.“내일 아침에 어머니 장례식이 끝나면 너랑 같이 운성에 갈 거야. 운성에서 며칠 있다가 아이들과 함께 핀란드로 가자.”나는 놀라서 물었다.“나랑 아이들을 핀란드에 데려간다고요?”석지훈은 검은색 셔츠 하나만 입고 있었다. 그는 창밖의 달빛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내가 말했잖아. 앞으로 널 내 세상으로 데려가겠다고. 윤아야, 더 이상 너와 떨어져 있고 싶지 않아. 널 내 곁에 두고 싶어. 우리 핀란드와 운성을 오가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1화

    점심에 차를 너무 많이 마셨던 탓에 밥도 못 먹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배고파요.”석지훈은 짧게 응수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문가에 서서 무덤덤한 눈빛으로 천장의 하얀 등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가 속으로 굉장히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힘들어도 모든 고통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나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않았다.특히 그의 어머니가 나 때문에...나는 그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현정우가 밥을 가져왔다. 석지훈은 많이 먹지 않았고 나도 입맛이 없어서 많이 먹지 못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석지훈은 다시 거실로 돌아갔다. 그동안 그는 나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나는 침대에 누워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새벽녘에 석지훈을 찾아갔다. 그는 이미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좀 쉬라고 권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나중에.”아침부터 하루 종일 석지훈은 계속 바쁘게 일했고 석나은도 그를 따라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손 놓고 있었었다. 특히 열심히 일하는 석나은과 비교되니 아주 한심해 보였다.나는 힘없이 정원으로 돌아와 문턱에 앉았다. 현정우도 내 옆에 앉았고 우리 둘 다 하는 일 없이 앉아 있는 꼴이었다.나는 착잡한 마음으로 물었다.“나 진짜 쓸모없는 것 같아요.”이럴 때 석지훈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니까.위로조차 해 주지 못했다.현정우는 대답했다.“지금 가주님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최선입니다. 어쨌든 관에 누워 계신 분이... 가주께서는 그냥 여기서 석 대표님을 기다리세요. 지쳐서 방에 돌아왔을 때 누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가주님, 남자는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작은 온기면 충분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의 마지막 말에는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났다.나는 의아해서 물었다.“요즘 왜 이렇게 감성적이에요?”현정우: “...”내 말에 현정우는 나를 상대하기 싫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90화

    “네가 지훈 씨라고 부르면 멀게 느껴져.”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시큰하게 아파왔다.석지훈이 언제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였던가?자신의 슬픔을 이렇게 드러낼 정도로 약해지다니. 순간 마음속 죄책감이 더욱 깊어졌다.나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며 사과했다.“죄송해요. 다 저 때문에... 희연이가...”그녀는 내 말을 듣고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비록 그녀가 죽였다고 하지만 내가 죽인 거나 다름없었다. 단지 석지훈한테 죄책감이 좀 덜할 뿐이었다.그는 다시 말했다.“넌 잘못 없어.”석지훈은 항상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에게 죄책감을 느꼈다.난 차라리 그가 날 원망하길 바랐다.적어도 화라도 냈으면 좋을 것 같았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나는 어쩔 줄 몰라 말했다.“오빠, 내가 같이 있어 줄게요.”오늘 밤 나는 그와 함께 있어주기로 했다.나는 몸이 안 좋아서 후반야쯤 되니 힘들었고 결국 석지훈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나는 또 꿈을 꿨다.꿈에는 엄마만 나왔다.엄마는 나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나는 나지막이 불렀다.“엄마.”“수아야, 넌 참 가엾구나.”나는 놀라서 물었다.“엄마,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사랑하는 남자, 애들 둘, 부모님, 친구, 돈, 권력... 다 있는데 내가 왜 가엽다는 거지?“수아야, 넌 가여운 사람이야.”엄마는 왜 날 가엽다고 하는 걸까?나는 다급하게 물었다.“엄마, 무슨 말이에요?”엄마는 대답 없이 꿈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나는 놀라 눈을 뜨고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런 내 모습에 석지훈은 날 안아줬다.“왜 그래?”“오빠, 나 악몽을 꿨어요.”나는 그를 오빠라고 불렀다.나는 엄마의 이 꿈을 악몽이라고 했다.요즘 들어 자꾸 엄마 꿈을 꾼다.지난번에는 나에게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했고 이번엔 내가 가엽다고 했다.왜 이런 꿈을 꿀까?뭔가 징조인가?그런 생각을 하니 문득 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9화

    하지만 그녀가 했던 말 중에 ‘나는 정말, 정말, 정말 너를 사랑한 적이 없다.’이 말은...그녀는 세 번이나 강조하여 말했다.이정희가 석지훈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마음 아파할까.그런데 이 편지는 분명 석지훈에게 쓴 것이었다.게다가 이정희는 편지에서 석지훈을 '잡종'이라고 부르고 있었다.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옆에 있던 현정우에게 물었다.“이정희가 편지에 지훈 씨를 사랑하지 않았다고 썼는데 이걸 지훈 씨에게 보여줘야 할까요?”현정우는 머뭇거리며 대답했다.“이건 석 대표님께 남긴 편지입니다.”현정우는 내게 석지훈에게 직접 편지를 전달하라고 넌지시 권하는 것이었다.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도 있어요? 난 윤아랑 윤민이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죽는 순간까지 지훈 씨한테 그럴 수 있죠? 이정희는 정말 독한 여자네요.”현정우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가주님, 생각을 바꿔 보시죠. 어쩌면 돌아가신 분은 석 대표님이 계속 마음 쓰는 게 싫어서 그런 말을 남기신 걸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어요? 아마 마음속에 죄책감이 많았을 겁니다.”현정우의 말에 내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나는 편지를 계속 읽어 내려갔다.[엄마가 평생 너무 고집스럽게 살았구나...그 고집 때문에 그와 수십 년을 떨어져 살았고 그가 죽던 날에도 그와 다투며 누구를 사랑하는지 물었고 그가 죽어가는 순간에도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어.내가 너무 고집스러웠어.그 고집 때문에 평생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하지만 난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단다.죽음 앞에서조차 후회하지 않았어.지훈아, 나는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실망했다는 것도 알고 있다.이제 더 이상 날 감싸주지 않겠지?정말 더 이상 날 감싸주지 않을 것 같구나!네가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 차가웠으니까.하지만 네가 더 이상 날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8화

    이 편지를 손에 들고 있으니 묵직했다. 사실 아까부터 알고 있었지만 열어볼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이정희의 유품이었으니까. 나는 관심이 없었지만 석나은이 여기에 떨어뜨리고 갔다.게다가 이정희가 편지를 썼다는 사실에 놀랐다.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것처럼.나는 편지를 가방에 넣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가정부의 안내를 받아 거실에 도착하니 석지훈은 이미 어머니를 관에 모셔 놓은 상태였다. 지난번 어머니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이번에는 석씨 가문의 방계를 부를 수 없어서 조용히 이정희를 아버지 곁에 묻어야 했다. 사실 그녀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말이다.하지만 이미 고인이 되었고 그것도 너무나 잔인한 방식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누가 옳고 그른지 누구의 잘못인지 더 이상 판단하고 싶지 않다.나는 거실 입구에서 지키고 서 있었다. 석지훈은 어머니의 관 앞에 무릎을 꿇고 밤샘을 하고 있었다. 요즘 이 2년 동안 정말 쉴 새 없이 많은 일이 있었다.우리 곁을 떠난 사람이 너무 많았다.나의 친아버지와 석지훈의 두 어머니, 그리고 친어머니까지. 나와 석지훈은 장례식을 네 번이나 치렀다.나는 거실에 오래 머물지 않고 석지훈의 정원으로 돌아왔다. 수선화는 이미 시들었고 4월의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나는 문턱에 앉아 정원 안 인공 호수를 바라보며 계속 생각에 잠겼다. 친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석지훈의 두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내 마음속에는 큰 슬픔이 없었다. 다만 엄마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있을 뿐이었다. 몇 번 만나지 못해 깊은 정을 나누지는 못했지만 엄마가 나를 사랑했다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가 마음이 차가운 게 아니야.”나는 마음이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피가 뜨겁게 끓고 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고현성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옆에 있던 현정우가 물었다.“뭐라고 하셨습니까?”“아니에요. 그저 세상사가 무상하다고 느껴서요.”나는 내가 석씨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 될 줄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7화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고 그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몰랐다.나는 입술을 깨물고 침묵을 지켰다.석지훈은 방을 나섰다. 그는 내 앞을 지나쳐 가다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방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안아 들었다.그는 이정희를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잠시 후, 원태웅이 올라왔다.“윤아야, 왜 아직 여기 있어?”나는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오빠.”“지훈이는 석씨 가문으로 갔는데, 왜 따라가지 않았어?”“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내가 말했다.원태웅은 나를 보며 말했다.“네가 죽인 것도 아닌데 뭘 그래? 그리고 희연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었던 건 지훈이가 허락했기 때문이야!”나는 놀라서 되물었다.“네?”“희연이 혼자 힘으로 지훈이 어머니를 죽일 수 있었을 것 같아?”지훈 씨였구나...그는 어머니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에게 대답을 주었다.마음이 답답하고 석지훈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나를 향한 그의 배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가 나에게 이렇게까지 편애할 줄은 몰랐다.어머니와 나 사이에서, 그는 나를 선택했다.나는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가 석지훈을 쫓아가려 했지만 그의 차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때 최희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살려 줘.”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디야?”“유겸 씨 집이야. 여기서 나가고 싶어!”나는 재빨리 함승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원태웅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직 떠나지 않은 나를 보고 의아하게 물었다.“아직 안 갔어? 이건 형 어머니 유품인데 석 씨 저택으로 가져가야 해.”“제가 가져갈게요. 오빠 저 좀 도와줄래요.”원태웅은 흔쾌히 물었다.“무슨 일인데?”“희연이를 좀 구해주세요. 그리고 운성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지금 최희연에게 가장 안전한 곳은 왕자현의 곁이었다.“알았어. 내가 처리해 줄게.”원태웅이 떠난 후, 나는 이정희의 유품을 가지고 석 씨 저택으로 향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서야 고풍스러운 저택에 도착했다.대문에는 흰 천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686화

    최희연이 이정희를 죽였다는 소식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그 소식을 듣는 순간 나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원태웅의 전화를 받자 마음속에 드리워져 있던 먹구름이 걷히는 듯했다.최희연이 자신을 위해 그런 일을 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신 나서준 것이다.고마운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살인이라는 것은...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특히 최희연처럼 부드럽고 여린 사람에게는 더욱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친구 최희연은 이미 껍데기를 깨고 나비가 되어 날갯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그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난 카페에 앉아 오후 시간을 보냈다. 원태웅의 전화 이후 두 시간이 더 흘렀고 바깥은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석지훈은 이미 그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나는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게다가 그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나는 차를 몇 잔이고 계속해서 마셨다. 예하나는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차를 너무 많이 마시면 밤에 화장실 계속 가야 할 텐데요.”나는 차를 내려놓았다. 그때 마침 카페에 한민수가 들어왔다. 그는 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물었다.“지훈의 어머니가...”나는 그의 말을 가로채며 말했다.“알고 있어요.”“그런데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죠?”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가 아무 말이 없자 한민수는 말을 이었다.“지훈이는 가족에 대한 애착이 거의 없는 사람이에요. 예전엔 어머니가 유일한 정이었죠. 그가 석씨 가문으로 돌아가 가업을 이으려 했던 것도 어머니 때문이었어요. 비록 그의 어머니는 생각했던 것과 달리 잔인하고 냉정하고 이기적이며 그를 싫어했지만 어쨌든 그를 낳아준 사람이니까요. 지금 지훈이는 수아 씨가 필요할 거예요.”한민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어쨌든 수아 씨는 그의 아내니까요.”석지훈의 아내...나는 허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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