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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작가: 십일
진호는 펄쩍 뛰며 재운을 때리려 했다.

“너 바보야? 이 시간에 책임자들은 벌써 퇴근했다고, 네가 누굴 찾아가!”

재운은 머리를 긁적였고, 고민 끝에 결국 결정을 내렸다.

“찾든 못 찾든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겠어?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되지!”

말이 끝나자 진호가 미처 반응하지 못할 때, 쏜살같이 달려갔다.

진호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자, 서준과 민지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A구역을 가로지르면서 아무도 못 봤던 것이다.

민지는 급해서 울기 직전이었다.

“어떡하지? 정은 언니가 실종된 지 벌써 두 시간이 다 되어 가는데, 우리는 아직도 교수님을 찾지 못했잖아. 전혀 해결할 방법이 없어!”

서준은 민지가 눈물을 왈칵 쏟는 것을 보고 당황해지기 시작했다. 영롱하고 투명한 눈물은 마치 그의 마음에 떨어진 것 같았다.

“울, 울지 마, 지금 방법을 생각하고 있잖아...”

“그럼 무슨 방법을 생각해냈는데?! 없잖아! 흑흑... 정은 언니가 너무 걱정돼. 날이 이렇게 어두운 데다가 비까지 펑펑 쏟아졌으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서준아, 너 엄청 똑똑하고, 너희 집안도 엄청 대단하잖아. 집안 어르신에게 부탁할 순 없는 거야? 엉엉...”

‘집안...’

서준은 눈빛이 밝아졌다.

‘내가 어떻게 이걸 깜박했지! 젠장!’

“알았어.”

“뭘?”

“내가 우리 집안 할아버지에게 부탁하겠다고.”

“그, 그래도 될까? 나도 그냥 해본 말이지, 굳이 이렇게 하라는 게 아니야...”

지난번에 서준의 집에 가서 생일파티를 참가할 때, 민지는 그제야 그의 집안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서준 일가족은 무척 겸손하고 정직했다.

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큰 집인데, 뜻밖에도 비데라곤 없었다. 일반 변기나 쪼그리고 앉아 볼일을 봐야 했다.

민지는 임씨 가문이 얼마나 소박한지를 제대로 느꼈다.

방금 그런 말을 한 것도 정은에게 무슨 생길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서준은 핸드폰을 꺼내며 설명했다.

“네가 일깨워줘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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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운 섣달, 낡은 주택 단지는 저녁 9시가 넘으면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근처의 가로등은 또 켜졌다 꺼졌다 했으니, 재석은 정은이 걱정되어 틈만 나면 시간 맞춰 아래층으로 내려가 기다렸다.비록 정은이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고정되지 않았지만, 겨우 20분에서 30분 정도 차이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옹근 두 시간이나 늦었다.그리고 현빈의 차에서 내렸다.재석은 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추측했다.밤바람이 불자, 이따금 한기를 안겨왔고, 재석은 정은의 코가 얼어서 빨개진 것을 보았다.“가자, 밖은 너무 추우니 집에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정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손바닥에 입김을 불었고, 고개를 돌려 현빈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가로등 아래 두 사람은 나란히 걷고 있었고, 걸음걸이까지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복도의 음향 제어등은 층층이 켜져 있는데, 은은한 말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현빈은 제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떠나는 방향을 응시했다. 정은이 재석을 언급할 때 엄청 기뻐해하며 그란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을 보고, 현빈은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때는 나와 강도겸이 절친이었기에 정은을 놓쳤는데, 지금은 또 정은이 다른 사람의 품에 안기는 것을 지켜볼 거야?’일이 자연스럽게 성사되기를 기다리려 했지만, 이 순간, 현빈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이러다가 무슨 이변이 생길지도 몰라.’그는 전에 망설였기에 6년이란 기다림을 바쳤고, 정은도 이제 겨우 도겸과 헤어졌다.‘같은 잘못은 절대로 다시 범하면 안 돼. 그건 바보와 다름없으니까.’몸을 돌리는 순간, 남자의 눈빛은 마치 어떤 결심을 한 것처럼 확고해졌다....이 날은 소한이었다.사람들은 소한과 대한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한다. 물론 이것은 섣달 그믐날 전의 마지막 두 번째 절기이기도 했다.그러나 정은에게 있어, 이것은 또 다른 특수한 의미가 있었는데, 바로 그녀의 생일이었다.이른 아침, 가장 먼저 축복을 보낸 사람은 정은의 아버지 소진헌이었다.정은이 아직 자고 있을 때, 그의 영상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8화

    정은은 고개를 돌렸다.현빈은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며 영문을 몰랐다.“심 대표님, 내가 또 신세를 진 것 같네요.”현빈은 멍하니 있다가 이어서 미소를 지었다. “난 네가 날 귀찮게 하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정은은 눈을 드리웠다.“그런데 나도 고맙다는 말 외에 심 대표님의 마음을 보답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가치가 있을까요?”정은의 말은 정곡을 찔렀다.현빈은 그녀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라, 멈칫하더니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네 태도는 아주 명확했고, 내 태도도 역시 그랬어. 거절하는 건 네 권리겠지만, 계속 널 좋아하는 것도 나의 선택이야. 난 믿어.”정은은 고개를 들었다.현빈은 그녀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정성이 지극하면 돌 위에도 꽃이 필 거라고. 아직 열리지 않은 이유는 시기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야.”“만약 시기가 계속 안 찾아오면요?”“그럼 계속 기다려야지.”“실망할 거예요.”정은이 말했다.“난 가진 게 많아서 이 정도는 두렵지도 않아.”현빈은 이렇게 대답했다.정은은 몸을 굽혀 조수석에 앉은 다음, 외투를 벗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위의 주름을 다린 다음 현빈에게 돌려주었다.현빈은 뒷좌석에 놓으면 된다고 했고, 시동을 걸어 이곳을 떠났다.도중에 이번 일의 경과를 말할 때, 정은은 저도 모르게 재석을 언급했다.“다행히 선배님이 상향 전조등에 비추어 길이 잘 보이지 않는 이런 돌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가르쳐 줬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난 가장 먼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을 텐데...”오른쪽은 가드레일이었다. 가드레일 밖에 그 부자 세 사람이 숨었으니, 아무나 튀어나와 그녀의 차 앞에 쓰러진다면 그것은 아주 큰 골칫거리였다.“조 교수가?” 현빈은 단번에 중점을 잡았다.“그 사람이 널 가르쳤어? 어떻게?”정은도 별다른 생각하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요즘 선배님이 코치로 되어줬어요.”현빈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핸들을 꽉 잡더니 무심코 말을 받았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7화

    뚱보도 더 이상 연기를 하지 않았다.“우리도 이미 참을 만큼 참았어! 너처럼 말을 듣지 않는 여자는 아주 죽도록 얻어맞아야 돼. 순순히 1억만 내놓으면 우리도 바로 떠날게!”노인은 한숨을 내쉬며 말리는 척을 했다.“아이고, 왜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거야? 진작에 내 충고를 들었다면, 내 아들도 이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텐데! 그까짓 돈 때문에 자신을 위험하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우리는 단지 돈을 원할 뿐이야. 넌 이미 벤츠를 샀으니, 1억은 너에게 있어 아무것도 아니겠지? 안심해, 우리도 말한 대로 할 거야. 네가 돈을 주기만 하면, 우리는 즉시 널 보내줄 거야!”정은은 상대방이 이렇게 날뛸 줄 몰랐다.이젠 연기조차 하지 않다니. 이건 강도와 무슨 차이가 있을까?비록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정은도 목숨이 돈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천만 원은 불가능했다.그녀는 냉담한 태도로 말했다.“저한테 500만 원밖에 없어요.”“500만 원?! 우리가 거지냐?! 너 이 차의 전조등만 해도 500만 원이 넘을 텐데, 여기서 발뺌을 할 거야?!”“이 여자는 도통 말을 듣지 않네, 그냥 확 때리자!”말라깽이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손을 들어 정은을 때리려 했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 그를 막았고, 다음 순간, 말라깽이는 걷어차여 멀리 날아갔다.현빈은 발을 거두며 비참하게 쓰러진 남자를 차갑게 쳐다보았다.“네가 감히 이 여자를 건드려?!”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은을 바라보더니 다급하게 물었다.“다친 데 없어?”정은은 남자가 손을 들 때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그러나 예상했던 통증은 엄습하지 않았고, 갑자기 현빈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었는데, 익숙한 두 눈과 마주쳤다. 지금 현빈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했다.“당, 당신이 여긴 어떻게?!”정은은 바로 입을 뗐다.현빈은 그녀의 반응에 어이가 없어서 되려 웃었다.“그렇지 않으면, 네가 이 사람들에게 돈 뜯기는 거 지켜보라고?”“그게 아니라...” 정은은 어색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6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정은은 바로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그들은 사기꾼이었다.말라깽이가 말했다.“들었어, 젊은 아가씨? 너 오늘 큰 사고를 쳤어. 배상하지 않으면 어디도 갈 수 없다고.”정은은 미소를 지었다.“그 철상자가 보물이라고요? 내가 바보 같아요?”“허.” 말라깽이도 따라서 웃기 시작했다.“이 철상자는 당연히 보물이 아니지. 안에 든 물건이 바로 우리 가문의 보물이라고. 형, 이 여자가 말을 안 들으니 한번 보여줘.”뚱보는 그 철상자를 열었고, 안에는 조각들이 쌓여 있었다.“봤어? 이 도자기는 우리 류씨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진 건데, 고려부터 지금까지 이미 십여 대 전해졌어!”“이건 왕실에 있던 도자기야! 역사를 좀 배웠을 거 아니야? 이 도자기가 얼마나 드문지 알아? 지금 아주 경매에 내놓을 수 있는 진품이라고!”노인은 이미 아들의 부축을 받고 담뱃불을 붙이더니 뻑뻑 피우고 있었다.“아가씨, 너도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는 거 나도 잘 알아. 하지만 이 도자기도 확실히 우리 가문의 보물이란 말이야. 온 가족이 그것을 정성껏 보살피고 있는데, 평소에는 더욱 만지지도 못하고 있어.”정은은 냉정하게 되물었다.“그런 소중한 보물인 이상, 왜 한밤중에 도로 한가운데 나타났을까요? 그것도 철상자 안에 있다니?”“오늘 우리가 이사를 했거든. 그래서 집에 있는 물건을 다 옮겼어. 도자기는 깨지기 쉬우니, 부딪힐까 봐 임시로 철상자에 넣은 거고.”“방금 우리가 길가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철상자는 바로 옆에 있었어. 네 차가 갑자기 방향을 꺾는 바람에 이 상자를 길 가운데로 친 거야.”“다행히 우리는 반응이 빨라서 가드레일 밖으로 숨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늘 도자기가 아니라 세 사람을 죽인 살인범으로 됐을 거야!”“제가 친 거라고요?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정은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네 차는 시종 직진을 유지하면서 방향을 틀지 않았는데, 어떻게 도로변의 물건에 부딪힐 수 있겠어요? 이 철상자가 누군가에 의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5화

    이성을 되찾자, 정은은 빠르게 사고하기 시작했다.‘상향 전조등은 갑자기 켜졌고, 그 바람에 나도 앞이 보이지 않았어.’당황한 가운데 정은은 바로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다 덜커덩 소리가 날 줄이야.그러나 정은은 자기가 부딪힌 게 사람이 아니라 물건이라고 확신했다.‘그런데 여기에 왜 물건이 있을까?’상향 전조등이 비춘 순간, 정은의 시야는 이미 먼 곳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당시 길 중간에 아무런 장애물도 없다고 확신했다.‘직진을 한 이상, 무언가에 부딪혔을 리가 없는데. 설마... 그 물건이 갑자기 나타난 건가!’다른 가능성을 제쳐 두면, 오직 이 결론밖에 없었다.그러나 정은은 차에 앉아 무려 3분을 기다렸고, 사람이나 차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잘못 생각했나?’2분을 더 기다렸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었다.정은은 차에서 내려와 확인하기로 결정했다.그러나 차에서 내리기 전에 정은은 핸드폰을 챙겼고, 생각하다가 다시 안에서 접이식 칼을 꺼냈다.아주 작아서 마침 손바닥에 쥘 수 있었다.차에서 내린 후, 정은은 가장 먼저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머리 위의 두 가로등이 이미 파손된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빛이 다른 구간보다 이렇게 많이 어둡더라니.’그리고 그제야 몸을 숙여 차 앞을 살펴보았다. 위에 주먹만한 긁힌 자국이 있었다.정은이 부딪힌 물건은 바로 네모난 철상자였다.상자는 녹이 슬어 얼룩덜룩했고, 위에는 용접의 흔적까지 있었는데, 몇 군데의 충돌로 인한 흔적을 은은하게 볼 수 있지만 아마도 처리된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오목한 곳은 고친 적이 있어 뚜렷해 보이지 않았다.정은은 영문을 몰랐다.‘한밤중에 길 중간에 철상자가 나타났다고? 마치... 일부러 거기에 놓여 있어 내가 부딪히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이 일은 너무나도 심상치 않아 정은은 바로 경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후속 편리하게 보험 수속을 밟으려고 신속하게 핸드폰으로 사고 현장 사진을 찍은 다음 차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이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4화

    서준은 요즘 집에 일이 있어서 실험실에 오지 않았다.5시가 막 지나자, 민지는 가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정은 언니, 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그래.” 정은이 고개를 돌리자, 민지가 과자를 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칼로리가 별로 없었기에 아마도 식욕에 대처하기 위해서였다.“조심히 가.”정은은 당부한 다음 다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실험 데이터를 검사했다.민지가 떠난 후, 실험실은 철저히 조용해졌고, 정은은 시간의 흐름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 창밖은 이미 어두워졌다.기기를 끄고 쓰레기를 치운 다음, 정은은 나가는 김에 쓰레기를 버렸다.그리고 차에 올라 능숙하게 시동을 걸며 액셀을 밟았다.차는 여유롭게 도로에 올랐다.중간에 갈림길을 지나자, 정은은 네비게이션을 보더니 오른쪽으로 돌았다.길 옆의 가로수는 이미 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았는데, 누르스름한 가로등 아래에서 소리 없이 외로움을 드러내고 있었다.정은은 천천히 인디케이터를 켜고 가장 오른쪽 차선으로 옮겼고, 안정된 후에야 음악을 켰다.경쾌한 음악소리는 마치 시냇물처럼 가볍게 흐르며 긴장을 풀어주었다.이때 갑자기 현빈의 전화가 걸려왔다.[바빠?]남자의 목소리는 낮았고 은근히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다정한 말투에 일상적인 화제를 나누는 듯한 친근함은 어느새 두 사람의 거리를 좁혔다.“방금 실험실에서 나와서 집으로 가는 길이에요.”현빈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서 밤이 되면 눈 내릴 수 있어. 가는 길에 안전에 주의해.]“네.” 정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현빈은 그제야 본론을 꺼냈다.[네가 주문한 몇 대의 기기가 이미 도착했어. 내일 실험실에 사람 있어? 내가 사람 시켜 보낼게.]현빈이 장악하고 있는 천양 테크놀러지는 많은 실험기구의 구매경로를 틀어쥐고 있는데, 이는 대리와 비슷했다. 실험실에 필요한 수입 기구가 있을 때, 정은은 현빈을 찾아 주문했다.현빈은 심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3화

    침묵하며 집에 돌아온 재석은 정은을 문앞까지 바래다주었다. 방금 그 이상한 분위기를 떠올리며 그래도 입을 열어 설명했다.“아주머니도 나쁜 분이 아니셔. 그냥 수다 떨기를 좋아하셔서 그래.”‘차라리 설명하지 않는 게 더 낫겠네.’정은은 이렇게 생각했지만 이 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날 저녁, 정은은 노동일이 말한대로 연고를 붙이며 발에 물을 조금도 묻히지 않았다. 잠자기 전에 또 노동일이 가르친 대로 허벅지의 관건적인 혈자리를 누르며 안마했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연고를 뜯은 후, 정은은 발목을 몇 번 눌렀는데, 뜻밖에도 통증이 정말 사라졌다.그녀는 즉시 뛰쳐나가 옆집 문을 두드렸고, 재석이 나온 순간, 정은은 흥분해하며 말했다.“어르신의 연고가 너무 대단한데요! 하룻밤 자고 일어났을 뿐인데, 부기가 사라졌고, 깡충깡충 뛰어도 하나도 아프지 않아요.”말하면서 재석이 믿지 못할까 봐 정은은 정말 깡충깡충 뛰려고 했다.재석은 한숨을 쉬며 정은의 어깨를 잡았다.“응, 난 믿으니까 증명할 필요 없어. 어르신이 말씀하셨잖아, 한동안 오래 서 있을 수 없다고. 발목에 너무 힘 주지 마.”정은은 응답한 다음, 남자의 웃음을 머금은 눈빛을 마주했다. 방금 유치한 자신의 행동을 떠올리며 정은은 갑자기 쑥스러워하더니 코끝을 만졌다.재석은 그녀의 유치한 동작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1월 중순, 학생들은 기말고사를 맞이했다.전교학생들은 7일 동안 시험을 봐야 했는데, 정은과 같은 경우, 매일 시험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시험이 없을 때 그녀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있었다.드디어 기말고사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시작됐다.그러나 휴가는 정은에게 있어서 큰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일찍 나가고 늦게 돌아왔기 때문이다.가장 큰 차이점은 방학한 후에 다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은의 일상은 집과 실험실만 드나드는 것으로 바뀌었다.“정은 언니, 기말고사가 끝나면 이틀 정도 쉬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702화

    정은은 멍해졌다.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심지어 거절할 겨를이 없었고, 남자는 이미 신발을 벗겨줬다.그 다음은 양말...정은은 눈을 드리우며 재석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마치 중요한 실험을 완성하고 있는 듯 표정이 진지했다.이 순간, 정은은 호흡이 멎더니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그녀는 왜 재석이 자신에게 이렇게 잘해주는지를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재석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이 잘 대해주는 것일까?그러나 지금, 정은은 재석이 자신을 대할 때 확실히 남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재석이 아무리 좋고, 아무리 성실해도, 낯선 사람에게 이 지경까지 할 수는 없다.신발과 양말을 벗자, 재석은 노동일의 요구에 따라 조심스럽게 정은의 발목을 잡았다.남자의 손바닥은 약간 차가웠기에, 손끝이 정은의 발등에 닿았을 때 피부가 닿는 곳에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두 사람은 가슴이 두근거렸다.정은의 피부는 섬세하고 매끄러워, 재석은 침을 삼키더니 들끓는 감정을 극력 억제했다.정은은 이게 어떤 느낌인지 설명할 수 없었다. 간지럽고 뜨거워서, 마치 화상을 입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지나치게 뜨거운 온도가 도대체 재석의 온도인지, 아니면 자신의 온도인지 몰랐다.그녀는 발을 움츠리고 싶었지만, 노동일의 말에 또 억지로 참았다.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 이상해서 한쪽에서 약재를 체크하던 아주머니조차도 참지 못하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오늘은 정말 희한하네. 재석이가 주사를 무서워하지 않다니?”전에 재석이 강서원을 데리고 왔을 때, 침을 보기만 하면 멀리 떨어져 나갔다.보면 볼수록 괴로워, 심지어 쓰러질 수도 있었다.‘그런데 오늘은...’“역시! 여자친구랑 같이 오니 다르긴 다르구나! 하하...”아주머니는 친절하게 웃었다.정은은 움직일 수도, 입을 열 수도 없어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재석은 어색하게 기침을 하며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다.노동일은 눈치를 살피다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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