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요. 제 방에 아직도 약 냄새가 엄청 심하잖아요.”운기가 씩 웃으며 말했다.“운기 씨, 이 약이 출시된다면 분명 전 세계 사람들이 놀라게 될 거예요!”서연이 흥분해하며 말했다.“그럼요.”운기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참, 운기 씨께서 오늘 권투 시합에 참가하신다고 들었는데, 꼭 조심하셔야 해요. 전 운기 씨가 시합에서 이기는 것보다, 다치지 않고 돌아오는 게 훨씬 더 중요해요!”서연이가 진지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운기는 앞으로 나가 서연을 품에 꼭 안았다. 지금 엄청난 인기를 가지고 있는 서연을 품에 안을 수 있는 건, 아마 운기밖에 없을 것이다.“반드시 무사히 돌아올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운기는 품에 안은 서연에게 말했다. 서연은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자 운기를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변태!”운기는 피식 웃은 뒤 서연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기에, 서연의 향수 냄새가 운기의 두뇌를 마비시켰다.서연의 얼굴은 가까이에서 보아도 흠잡을 데 없이 정교했다.“뭐, 뭐 하시려는 거예요?”운기가 가까이 다가오자 서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호흡도 가빠지기 시작했다.“서연 씨의 마음이 어떤지 잘 알고 있어요. 창양에서 말했듯이 전 서연 씨를 끝까지 책임질 겁니다.”운기는 확고한 말투로 말한 뒤 서연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운기의 심장은 고장이라도 난 듯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호르몬이 치솟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서연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운기가 자신에게 키스하도록 내버려두었다.운기는 10여 초가 지나서야 키스를 멈추었다.서연은 고개를 들어 운기를 보며 입술을 깨물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하지만... 운기 씨는 여자친구가 있잖아요. 전 두 사람의 사이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요.”이 말을 듣자 운기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것이 그와 서연의 사이를 가로막은 가장 중요한 원인이기 때문이다.지난번에도 서연은 이런 이유로 운기를 거절했었다. 만약 두 사람이 관계를 맺지
2억의 입장료가 바로 커트라인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절대 권투 시합을 보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돈을 쓰진 않을 것이다. 그래서 권투 시합을 보러 온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들이다.권투장에 들어가려면 차를 산 밑에 주차하고, 휴대폰과 디지털제품을 잠시 차에 두어야 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대그룹의 대표나 유명한 가문의 가주들이지만, 모두 순순히 규칙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이 규칙은 백운각이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운기는 차를 밖에 주차시킨 뒤, 핸드폰을 차에 두고 금속탐지기의 검사를 거친 후에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그곳엔 사람들을 산꼭대기까지 데려다주는 버스가 있었다. 버스에는 레이스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앉아있었다. 여자는 서른 살 정도 돼 보였지만, 여전히 탄력이 넘치는 몸매에 티 없이 맑은 피부를 가지고 있어 젊은 여자들보다 더 매력적이었다.“수원에서 처음 보는 얼굴이네요. 혼자서 오셨어요?”여자가 먼저 운기에게 말을 걸었다.“전 수원에서 별로 유명하진 않아서 제가 누군지 모르실 겁니다.”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보통 사람이 아니거든요. 괜찮으시다면 저랑 친구 하실 래요? 제가 나이가 더 많은 것 같으니 편하게 누나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전 YH 인터내셜의 대표 배수아라고 합니다.”수아는 말하면서 가는 손을 내밀어 운기와 악수하려고 했다. 운기는 수아의 손을 보더니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전 임운기라고 합니다. 처음 보는 사이에 악수를 하는 건 불편하니 가볍게 인사만 합시다.”운기는 안 그래도 주변에 여자들이 하도 많았기에, 더 많은 여자들과 접촉하고 싶지 않았다.“하하, 재밌는 분이시네요. 수원에서 저랑 친하게 지내려고 다가오는 사람만 봤었지, 절 거절한 사람은 운기 씨가 처음이에요.” 수아는 입을 가리고 웃었다.“수아 씨처럼 사업을 성공한 여자분도 정말 드문 것 같네요.”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운기는 YH 인터내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다. YH 인터내셜은 국제적인 수출
산꼭대기에 도착하자 커다란 권투장이 보였다. 외관은 체육관처럼 생겼기에, 들어가 보지 않는다면 분명 체육관으로 착각할 것이다.권투장 입구.“이게 누구야? 임운기 잖아?”운기와 수아가 들어가려고 할 때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역시 강철이었다.운기는 강철의 주변을 힐끗 훑어보았는데, 강철의 곁에는 슈트를 입은 중년 남자가 서있었다. ‘이 남자가 주씨 가문의 가주인가 보네.’‘그리고 도복을 입은 두 사람은 아마 주씨 가문이 권투 시합을 위해 찾은 고수겠지.’운기는 도복을 입은 노인에게서 남다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임운기, 이곳에서 네놈을 보게 되다니. 네까짓 게 지하 권투 시합에 참가할 자격이라도 있다고 생각해? 차라리 쫓겨나기 전에 제 발로 나가지 그래?”강철이 비웃었다.“왜? 나 같은 놈은 구경조차 하면 안 돼?”운기는 곧 말머리를 돌렸다.“주강철, 요즘은 왜 잠잠해진 거야? 날 죽이려면 계속 사람을 보내야지 왜 멈췄어? 혹시 내가 무서운 거야?”강철은 연속 두 번이나 킬러를 보내 운기를 죽이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운기는 강철이가 다른 방법을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철은 예상과 달리 잠잠해졌다.이 말을 들은 강철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임운기, 요즘은 특별한 시기라 좀 바빴을 뿐이야. 오늘 시합이 끝나면 네놈도 죽게 될 거야.”강철이가 매섭게 말했다. 연속 두 번이나 킬러를 보내 운기를 죽이려 했으나 모두 실패해 버리자, 강철은 더는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어제 윤서진이 주씨 가문에 도착한 후, 강철은 윤서진의 제자한테 엄청난 대가를 제시하여 운기를 죽여달라고 부탁했다. “어쩌지? 주씨 가문은 오늘 시합에서 지게 될 거거든!”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뭐라고? 우리 주씨 가문이 지게 될 거라고? 하하!”강철은 갑자기 크게 웃었다. 옆에 있던 주국건도 재밌는 이야기라도 들은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강철은 득의양양해하며 말했다.“우리 주씨 가문은 오늘
“네.”운기는 담담한 태도로 대답했다.“주, 주씨 가문은 수원 8대 가문 중 하나라, 수원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가문이에요. 저 사람들과 원수를 맺으면 분명 운기 씨가 다치게 될 거예요.”수아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주씨 가문 따윈 두렵지 않아요. 전 오늘 지하 권투 시합에서 그들을 혼내줄 생각이거든요.”운기가 두 손을 짊어지고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수아는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지. 고작 외지에서 온 주제에, 주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는 게 말이 돼?’수원 8대 가문 중 나머지 7개 가문조차도 주씨 가문을 이렇게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운기 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제가 한마디 충고를 드리죠. 지금이라도 빨리 강철 도련님을 찾아 사과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강철 도련님께서 용서해 주신다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잖아요. 지금은 체면보다 목숨이 더 중요해요.” 수아가 말했다.“수아 씨,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지만 전 사과할 생각 없어요.”운기는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수아는 처음 본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운기를 돕기 위해 설득하려고 나섰다.운기도 수아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강한지 모르고 있기에, 당연히 이런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좀 이따 시합에서 주씨 가문을 이기게 된다면, 수아도 그의 말을 믿을 것이다.“어휴, 그래요.”운기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수아는 고개를 저으며 실망스러운 표정을 보였다.‘정말 너무 자신만만한 사람이야. 난 이미 충고를 했으니, 나머지는 운기 씨 판단에 달렸어.’‘차라리 운기 씨와 거리를 좀 둬야겠어. 주씨 가문이 괜히 나까지 해코지하면 어떡해.’곧이어 두 사람은 권투장 안으로 들어갔다. 권투장 안에는 수천 개의 좌석이 있었는데, 이때 이미 수백 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권투장 정중앙에 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보통 링보다 훨씬 컸다.그리고 링 바로 앞에는 8개의 의자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8대 가문
운기가 계속해서 물었다.“참, 진미야. 내가 남궁 가문을 도와 시합에 나서겠다고 한건 어떻게 됐어? 아버지께서 뭐라고 하셨어?”운기가 말을 마치자마자 남궁 정민이 다가왔다.“고작 이 꼴로 링에 올라가서 시합을 한다고? 넌 우리 남궁 가문을 웃음거리로 만들려고 작정했나 봐?”남궁 정민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혹시 문제라도 있나요? 아버님, 제가 나선다면 이번 시합에서 반드시 우승을 따낼 수 있을 겁니다.”운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우승을 따낸다고? 하하!”남궁 정민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남궁 정훈도 비웃듯이 말했다.“진미야, 네가 좋아하던 놈이 고작 이런 놈이었어? 역시 농촌에서 10여 년 살아 그런지, 사람 보는 안목도 정말 엉망이네.”“아니에요! 운기 오빠는 정말 엄청난 고수에요!”진미는 발을 동동 굴렀다.“진미야, 넌 도대체 왜 저딴 놈 편을 드는 거야? 둘이 비슷한 수준이라 그런 거야?”남궁 정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말씀이 지나치시네요.”운기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남궁 정훈을 쳐다보았다. 자신을 욕하는 건 상관없지만, 진미를 욕하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왜? 날 때리기라도 할 거야? 우리가 아직 지난번 교통사고에 대해 조사하는 중이니, 결과가 나오면 널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남궁 정훈이 매섭게 말했다.“큰 삼촌, 그건 운기 오빠가 한 일이 아니에요!”진미는 다급히 말한 뒤, 남궁 정민에게 달려가 말했다.“아빠, 정말 절 믿으셔야 해요. 교통사고는 운기 오빠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리고 운기 오빠가 저희 대신 시합에 나선다면, 분명 주씨 가문을 이길 수 있을 거예요!”“남궁 정민, 네 딸은 아직도 저놈 편을 들고 있네. 정말 창피해 죽겠어.”남궁 정훈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남궁 정민은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진미야, 그만 좀 해. 우린 이미 시합에 참가할 고수를 찾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도 저놈의 도움은 절대 받지 않을 거야!”옆에 있던 남궁
“네 손으로 독용을 죽였다고?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넌 분명 교활한 수단을 써서 독용을 죽인 걸 거야!”우빈은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어. 내가 굳이 너한테 설명해 줄 필요는 없잖아. 안 그래?”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 이때 옆에 서 있던 마른 몸매의 남자가 다가왔다.“네가 독용을 죽인 거야? 독용은 내 사촌 동생이야! 지금 당장 네놈을 죽여 독용을 위해 복수해 줄 거야!”남자가 노발대발했다. 공손 무일은 깜짝 놀라더니 얼른 앞으로 나가 남자를 막았다.“칠 법사님, 진정, 진정하세요. 아무리 화가 나셔도 이곳에서 사람을 죽이는 건 절대 안 됩니다.”“저놈은 시합이 끝나고 산에서 내려간 다음 죽여도 되잖아요.”남자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혔다.“네놈한텐 이제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좀 이따 시합이 끝난 다음 내가 직접 널 죽일 거야! 넌 우리 공손 가문을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남자는 운기를 가리키며 말했다.“네가 날 죽인다고? 미안하지만, 너 정도는 내가 한 손으로도 죽일 수 있어.”운기가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뭐? 한 손으로 날 죽인다고? 하하!”공손 무일, 우빈과 남자는 운기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정말 건방진 녀석이네. 넌 수사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나 본데, 시합이 끝난 후 내가 똑똑히 보여 주지.”남자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운기에게 말했다.“오늘 네가 시합에 참가한다면 시합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진 못할 거야.”운기는 여전히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바로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떠났다.이곳에서 함부로 손을 쓸 순 없었기에, 우빈은 떠나는 운기의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운기가 떠난 후.우빈은 계속 앞으로 가다가 마침 앞에 있었던 남궁 가문의 사람들을 만났다.“너 진미 맞지? 왜 모자랑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거야? 다른 사람들이 망가진 네 얼굴을 보고 놀랄까 봐 그래?”우빈은 진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진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남궁 진미, 앞으로 저녁엔 될수록 외출하지 마. 지나가던 사람이 널 귀신으로 보고 기절이라도 하면 어떡해!”“하하!”우빈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웃기 시작했다. 우빈은 이전에 파티에서 받았던 모욕을 모두 진미에게 되돌려주려고 했다.진미는 이 말을 듣자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그녀는 앞으로 망가진 얼굴로 평생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앞으로 어디를 가든지 얼굴 때문에 비웃음을 당하고 괴물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진미는 이렇게 평생 비웃음을 받을 바엔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었다.“공손 우빈, 넌 예전에 진미를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남궁 정민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진미의 아버지로서, 그는 자신의 딸을 모욕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남궁 정민은 곧 허리를 굽혀 바닥에 있는 천과 모자를 주워 진미에게 씌워주었다.“남궁 가주님, 이 교통사고는 분명 임운기가 계획한 것인데 진미는 왜 아직도 그놈 편을 드는 걸까요?”우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남궁 정민은 말문이 막혔다. 그도 이 사고가 운기가 벌인 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빌어먹을 임운기, 증거를 찾은 후 진미의 앞에서 죽여버릴 거야!”남궁 정민이 매섭게 말했다. 그는 진미가 받은 모든 상처들이 운기의 탓이라고 생각했다.“남궁 가주님, 우선 오늘 시합이나 걱정하셔야겠어요. 남궁 가문은 저희 공손 가문의 도움 없이 정말 주씨 가문을 이길 수 있을까요? 하하.”우빈은 큰소리로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운기는 방금 전 상황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우빈을 죽이고 싶었지만, 백운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함부로 무력을 행사하거나 큰 문제를 일으켜서는 절대로 안 된다.운기는 진미가 있는 방향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진미야, 걱정 마. 내가 반드시 저 개자식을 죽여버릴 거야! 그리고 네 얼굴도 원래대로 되돌려 놓을 거야.”그동안 운기는 줄곧 단약을 만들고 있었기에, 단약을 만드는 숙련도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었다.
“수아 씨, 이런 건방진 놈은 멀리하시는 게 좋아요. 괜히 수아 씨한테도 불통이 튈 수도 있잖아요.”“맞아요. 수아 씨, 이런 사람은 정말 멀리하셔야 해요.”수아의 친구들이 잇달아 입을 열었다. 그리고 곧 운기와 거리를 두기 위해 자리를 조금씩 옮겼다.수아는 멋쩍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나도 운기 씨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을 줄은 몰랐다고.’수아는 운기에게 먼저 다가간 것이 후회되었다. 하지만 운기가 이미 자리에 앉은 이상, 자리를 옮겨달라고 말할 순 없었다.이때 지하 권투 시합에 참가하기로 한 사람들이 모두 도착했다.권투장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원에서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니 수원의 대부분 상류층의 사람들은 모두 이 자리에 모였다. 그만큼 백운각의 영향이 컸다.“백운각 가주님이 오셨습니다.”이때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한 무리의 사람들한테 둘러싸인 채 천천히 권투장 안으로 들어왔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백운각 가주를 환영하였다.하지만 운기는 여전히 침착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그는 전혀 일어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마 이 상황에 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은 운기밖에 없었을 것이다.“임운기 씨, 지금 자리에서 안 일어나면 권투장에서 쫓겨나는 것은 물론, 죽게 될지도 몰라요!”수아의 친구가 말했다. 그러자 수아도 덩달아 말했다.“운기 씨, 빨리 일어나세요. 백운각 가주님은 8대 가문마저 일어서서 환영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권력을 가지신 분이에요.”“제가 고작 백운각 가주 한 사람을 위해 일어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지금 백운각 가주님을 무시하는 거예요? 하하, 정말 미친 거예요?”“정말 건방진 놈이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봐.”수아의 친구들은 재밌는 이야기를 들은 듯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수아도 더 이상 말리지 않고 그저 고개를 가로젓기만 했다.운기는 그들이 비웃는 소리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