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이 다른 사람 앞에서 자기 능력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심지어 일부러 약간 과시하며 자기 능력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축룡의 후계자의 자격을 일월문에게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놀랍군. 정말로 놀랍다.”화교 장로는 윤도훈의 능력을 목격하고 입가를 씰룩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일월문이 대대로 섬기는 조룡이 선택한 후계자가 평범할 리 없지. 내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군!”이렇게 말하며, 화교 장로는 마치 마음이 한결 편해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윤도훈이 사람을 죽음에서 되살리는 것도 당연한 일처럼 보였다.이 순간, 비록 아직 일월문의 그 시험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화교 장로는 그를 축룡의 전승자임을 확신한 듯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이렇게 기이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윤도훈의 이 무시무시한 치료 능력을 본 화교 장로의 마음속에서는 억제할 수 없는 기대와 흥분이 솟구쳤다.‘일월문이 이처럼 기이한 인재를 얻는다면, 다시 한번 문파의 부흥이 머지않았다고 볼 수 있을까?’“음.”바로 그때, 침대에 누워 있던 윤희라가 갑자기 작은 앓는 소리를 내며 몸을 약간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서, 약간 혼란스럽고 의아한 표정으로 천천히 눈을 떴다.“여기가 지옥인가요?”윤희라는 천천히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본 뒤, 첫 마디로 윤도훈과 화교 장로의 이마에 땀을 맺히게 했다.“얘야, 여기는 지옥이 아니야. 너는 아직 죽지 않았어. 도훈이가 널 살려냈으니까.”화교 장로는 검은 얼굴을 하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마도 윤도훈에 대한 인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인지, 그의 호칭도 자연스레 바뀌어 있었다.“기분이 어때요?”이때, 윤도훈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물었다.윤희라는 눈을 몇 번 깜빡이며 시선을 점점 고정했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얼굴을 보고는, 곧바로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당신이예요?”잠시 후, 그녀의 아직 피가 묻어 있는 얼굴에 이상
방금 목욕을 마친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아직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여성용 옷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남성 정장을 입고 있었다.이 옷은 원래 윤도훈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주머니에서 꺼낸 것이었다. 그 옷은 윤희라에게 너무 컸다. 두 사이즈는 커 보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더욱 작고 여리게 느껴졌다.이 상고 윤씨 가문의 작은 공주는 지금 강가에 앉아 얼굴을 붉힌 채 윤도훈에게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어린 사슴이 이리저리 뛰는 듯했고, 한 손으로 옷자락을 살짝 쥔 채 수줍고 불안한 모습이었다.비록 윤희라가 원영 후기에 가까운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고, 고대 무림 명문인 윤씨 가문 출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만큼은 평범한 소녀처럼 보였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에는 놀람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윤도훈이 놀란 것은 그녀가 자신과 결혼하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상고 윤씨 가문의 가주가 후계자가 차기 가주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이 말에 완전히 충격에 빠졌다.‘이게 정말 가능해?’잠시 후, 윤도훈은 윤희라를 바라보며 눈빛에 미묘한 감정을 띠었다. 그녀는 비록 윤씨 가문 출신이지만,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윤희라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를 떠나, 그녀의 할아버지가 그녀에 보내며 정말로 모든 진실을 말했을까?’그렇게 생각하며, 윤도훈은 마음속의 놀라움을 억누르고, 얼굴에는 조롱과 무관심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러면 윤희라 씨가 말하는 그 용 모양의 옥패, 원래 누구 손에 있었는지 알고 있어요?”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아? 듣기로는 가문에서 실종된 한 선배의 손에 있었다고 들었어요.”윤희라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 그 말을 듣자, 윤도훈의 얼굴에는 조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는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그녀의 할아버지와 윤씨 가문의 상층부가 알려준 부분일 뿐임을 확신했다.“그럼 윤씨 가문에서 배신자를 어떻게 다
윤희라는 이제 막 열여덟, 열아홉의 나이로,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였다. 따라서 이번에 외부 세계에 나선 것은 그녀에게 큰 흥분을 안겨주었다.그리고 운명처럼 만난 전설의 전승자, 즉 그녀의 미래 남편까지 보게 되었다. 가장 그녀를 기쁘게 한 것은 바로 이 남편이 될 사람이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줬다는 사실이었다.윤희라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느꼈다. 심지어 그녀의 마음속에는 윤도훈에 대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싹트기 시작했다.그러나 그런 윤희라에게 윤도훈의 말은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았다. 그의 말은 무자비하게 그녀의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 강력한 실력을 갖췄지만 마음이 단단하지 않은 그녀는 마음 한구석이 갑갑해졌다.“난 당신과 싸우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나와 함께 돌아가고 싶지 않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윤희라는 입술을 꼭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한숨을 깊게 내쉬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난 돌아가서 할아버지께 직접 물어볼 거예요!”윤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윤도훈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 후, 이내 자리를 떠나려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외로운 나비처럼 쓸쓸했다.“윤도훈 씨, 다음에 또 만나길 바라요.”윤희라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고, 마지막 한 마디는 목이 메인 듯한 느낌이었다.한편, 윤도훈은 그녀가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안도하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동시에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껄끄러움이 남았다. 무언가 떠오른 듯 그는 급히 그녀의 멀어지는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한 가지 알려줄 게 있어요. 오늘 저를 잡으려 했던 세 사람 중 하나가 사골이라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은둔 윤씨 가문의 장로예요. 그런데 그 사골 장로가 당신 가문의 대장로와 무슨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있어요!”떠나던 윤희라는 그 말을 듣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냉랭한 빛이 번졌다.“알겠어요!”윤희라는 그렇게 짧게 대답한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대장로, 역시 할아버지와 한마음이 아니었
한편 같은 시각, 상고 윤씨 가문의 본가.윤희라는 밤새 달려 가문으로 돌아왔다. 가주 윤창해는 손녀가 전한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복잡했다.“창생, 또 너의 짓인가? 네가 나를 속이고, 후계자를 단독으로 잡으려는 속셈이었나? 대체, 네 목적이 뭐지? 가문의 대장로로서 이미 최고 권력을 가진 네가 도대체 더 무엇을 원하는 것이야?”윤창해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윤창해는 형제인 윤창생, 그리고 과거 가문을 배신하고 떠난 윤재석과 같은 아버지의 피를 나눈 형제였다. 그렇기에 그는 더 이상 형제끼리의 갈등이 피를 부르는 일이 되지 않기를 바랐다.그때, 옆에 있던 윤희라가 머뭇거리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할아버지,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윤창해는 윤희라의 눈빛을 보고 이미 그녀가 묻고 싶은 것을 짐작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어보아라.”윤희라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윤도훈이 자신을 배신자의 후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저를 이용해 윤도훈을 속이려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진심으로 윤도훈을 후계자로 삼으실 생각인가요? 그리고 정말로 저를 그 사람과 결혼시키실 건가요?”윤희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그녀의 눈빛은 윤창해의 대답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그러자 윤창해는 잠시 침묵하다가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사실,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어. 윤도훈이 윤재석의 후손이라는 것을. 그러나 용형 옥패가 외부로 나갔다고 해서 아무나 그 전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윤도훈, 참으로 놀라운 아이구나. 상고 윤씨 가문이 세대를 걸쳐 이루지 못한 조상들의 용황 전승을 그 아이가 얻었으니.”윤창해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이것이야말로 가문의 희망이 아니겠느냐. 세대를 이어 우리를 괴롭힌 저주가, 어쩌면 이제 끝날 수 있을 것이다.”윤창해의 두 눈이 빛을 발하며, 그는 마치 혼잣말하듯 감탄을 연이어 내뱉었다.그러자 윤희라는 발을 구르며 다소 억울한 듯 외
윤창생의 말을 들은 윤창해는 놀라움에 휩싸였다. 표정이 몇 번 바뀌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씁쓸해했다.“네 부하가 한 여인과 싸웠다고? 그리고 그 여인도 전승자를 차지하려 했다고?”“그렇습니다. 그 여자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윤창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러자 윤창해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렇다면, 그들이 만난 이는 희라였을 것이다. 희라가 조금 전 나에게 말했다. 두 명의 원영 후기 강자와 싸우다가 거의 죽을 뻔했다고 말이다. 보아하니, 그게 바로 네 부하였겠구나.”“뭐라고요? 희라라고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윤창생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며 물었다. 그는 마치 이 소식이 예상치 못했던 일이기라도 한 것처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윤창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내가 전승자를 찾는 것이 마치 바다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울 것 같아, 너 혼자서는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희라에게도 찾아보라고 시켰는데. 설마 너의 부하와 마주쳐 이런 오해가 생길 줄은 몰랐어.”이 말을 들은 윤창생의 얼굴에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표정이 떠올랐다.“창해 가주님, 저를 믿지 못하셔서 희라를 보내신 겁니까?”“그런 것이 아니다, 창생아.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윤창해는 고개를 저으며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때 세 명의 장로가 웃으며 분위기를 풀어주었다.“하하하, 대장로님과 가주님은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이신데, 어떻게 가주님께서 대장로님을 믿지 않으시겠습니까?”“맞습니다. 다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맙시다.”“이런 오해는 정말로...”그들의 말에 윤창해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찻잔을 들었다.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어색함을 감추려 했으나 마음속으로는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혹시 내가 창생을 오해한 것인가? 결국 창생은 내가 부탁한 일을 수행하다가 우연히 희라와 부딪힌 것뿐이었나? 그렇다면 내가 억울하게 몰아붙였을 수도 있겠군.’윤창생은 문득 떠오른 듯, 무척이나 걱정되는 듯이 물었
“푸욱!”윤창해는 다시 한번 검은 피를 토해냈고, 그의 얼굴에는 비통함과 분노가 가득했다.“창생, 네놈은 정말 독하구나! 과거 네가 재석을 가문에서 내몰아 배신자로 만든 일도 내가 모를 줄 아느냐! 그리고 이제, 네가 나에게도 독약을 쓰다니! 상고 윤씨 가문이 네 손에 들어간다면, 머지않아 멸망하고 말 것이다.”윤창해의 강력했던 기운은 빠르게 약해지고 있었다.“헛소리 마! 내 손에서 상고 윤씨 가문은 가장 강력한 상고 가문으로 거듭날 것이다.”윤창생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비웃었다.“네 손에서? 넌 오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이다.”윤창해는 조롱하듯 대꾸했다. 그러면서 방 안의 다른 세 명의 장로와 태상 장로 윤환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장 윤창생을 잡아라!”그러나 윤창해의 명령, 아니 요청에도 불구하고, 윤환우를 포함한 네 명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차가운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너희들, 너희들까지.”윤창해의 얼굴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이때, 가문 내 징벌을 담당하는 장로 윤혁수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창해 가주님, 당신은 이미 죽음의 뼛가루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당신의 몸은 이미 침식당했고, 실력도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살아남는다 해도, 더 이상 가주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대장로님께서 가주직을 맡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다른 두 장로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의 뜻을 보였다. 심지어 태상 장로 윤환우조차 윤창해의 부탁을 외면하며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환우 삼촌마저도.”윤창해는 슬픔에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왜 삼촌마저도...”윤환우는 그의 비통한 물음에 냉랭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왜냐고? 창해야, 나를 탓하지 마. 나는 올해로 198살이다. 우리 상고 윤씨 가문의 사람들은 그 누구도 200살을 넘겨 살아본 적이 없다. 내게는 고작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창생은 내게 약속했다. 전승자를 잡으면 그놈의 기억을 추출하고, 전승자의 생명 에너지를 추출하게 공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윤창생은 냉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그의 얼굴에는 탐욕과 욕망이 가득 차 있었다.“나는 조룡 전승까지 손에 넣을 것이다. 윤도훈을 잡으면 그 기억을 추출해 조룡 전승을 온전히 발현시킬 거야. 그때가 되면 상고 윤씨 가문의 모든 구성원이 전승을 가지게 되겠지. 그래야만 가문이 더욱 강해질 수 있어!”윤창해는 이 말을 듣고 피 섞인 침을 뱉으며 말했다.“네놈은 그저 너 자신만을 위해서일 뿐이잖아. 조룡의 전승은 단순히 기억을 추출한다고 되는 게 아니야. 그렇게 하면 가문은 만년 재앙의 구렁텅이에 빠질 것이다. 넌 후대 자손들의 모든 희망을 끊어버리는 것과 같아! 전승자는 절대로 네 손에 넘어가선 안 돼. 절대로!”윤창해는 비통한 목소리로 절규했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 목소리를 높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하려 했다.그러나 이미 윤창생 일당이 가족 내에서 반란을 계획하며 모든 감지와 기운을 차단했기에, 그의 목소리는 집 밖으로 전혀 퍼져나가지 않았다.한편, 가주 별당에서 윤창해의 귀환을 기다리던 윤희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아버지이자 원래 차기 가주로 내정된 윤경환을 불러왔다.“아버지, 할아버지가 대장로님의 부름을 받고 장로전에 가셨습니다. 전승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논의한다고 하셨는데, 벌써 한 시간이 넘었어요.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요. 혹시 할아버지께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윤희라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윤경환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여긴 가문의 영역이야. 네 할아버지가 무슨 일을 당할 리 없지 않겠니? 그분은 가주님이시다.”“그런 게 아니예요.”윤희라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이 청귀와 백마귀에게 습격받았던 일을 빠르게 설명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윤경환은 그제야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너는 대장로님이 이미 전승자를 찾았지만, 그 사실을 할아버지께 숨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냐?”“네, 맞아요!”윤희라는 단호하게
윤희라가 떠난 뒤, 윤도훈은 화교 장로와 함께 일월문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윤도훈은 캠핑카 안에서 용혼소울링의 수련에서 깨어났다. 차량은 이미 안개가 자욱한 산악 지대로 멈춰 있었다.이곳이 바로 무연산이었다.화교 장로를 따라 한 동굴로 들어가니, 그곳의 바위벽에 진기를 주입하자 거대한 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뒤편에는 숨겨진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여기가 바로 일월문의 본거지였다.윤도훈은 안으로 들어가 일월문의 모습을 살펴보며 내심 감탄했다. 각 건물은 고려 시대의 중후하고 강렬한 느낌을 풍겼으며, 화려함보다는 웅장하고 대담한 분위기가 돋보였다. 하지만 깊은숨을 들이쉬며 이곳의 영기를 느껴보니, 외부 무연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영기의 농도가 비슷했다. 이는 상고 시대의 숨겨진 문파로 알려진 일월문으로서는 비정상적인 현상이었다. 소문대로라면, 일월문의 영맥은 고갈된 상태였다.화교 장로는 윤도훈을 데리고 문파의 주요 건축물로 향하며 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도훈아, 우리 일월문은 한때 대단히 번성했었다. 어때? 여기 풍경이 외부의 어떤 명승고적보다도 더 웅장하지 않으냐?”일월문의 태상 장로로서 화교 장로는 자신의 문파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말할 때마다 그의 눈빛과 표정에는 문파를 향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었습니다. 일월문이 상고 시대의 문파였고, 한때는 수선자 조직과 맞설 정도로 강성했다고요. 하지만 지금은.”이 말을 들은 화교 장로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얼굴에 씁쓸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지금은 은둔 문파로 전락했지. 도훈아, 너도 느꼈겠지만 우리 문파 내의 영기는 외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하지만 곧 자신감을 되찾으며 활기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우리 문파는 그 섬을 차지하며 새로운 영맥을 얻었거든. 일월문은 다시금 산문을 세우고, 옛 영광을 되찾을 날이 머지않을 거야.”화교 장로는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