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봉주, 실력으로 말씀하시기 바랍니다.”“실력이 없으면 말 좀 줄이시고요. 없어 보여서 그래요.”쾅쾅쾅-말을 하는 사이 윤도훈은 다시 몇 차례 공격을 가하며 구 봉주가 뒤로 물러나게끔 몰몰아세웠다.이때 구 봉주는 온몸이 너덜너덜해진 채 초라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다.그와 반대로 일대삼으로 싸운 윤도훈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워 보였다.세 명의 원영 경지 장로들이 윤도훈 한 명을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설령 진기가 제압되어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만약 이 소식이 전해지면 종족 전체가 흔들릴 것이다.구 봉주는 윤도훈을 오랫동안 제압하지 못하자, 두 눈 깊숙한 곳에서 위험한 빛이 번쩍였다.윤도훈이 날뛰는 모습을 보고 무슨 결심을 한 듯했다.바로 그때 손을 흔들자 손에 석대가 나타났다.구 봉주는 무려 법기에 속하는 살수까지 동원한 것이다.“진!”구 봉주가 노하여 한바탕 고함을 지르자 석대는 바람에 불어나더니 곧 맷돌 크기로 변하여 윤도훈의 머리를 타고 내리쳤다.‘법보?’머리 위로 올라오는 위압을 느끼며 윤도훈은 그냥 떠나고 싶었다.하지만 석대에는 어떠한 금제가 있는 듯 윤도훈은 석대로 뒤덮인 그 공간 아래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윤도훈의 그러한 모습을 본 구 봉주는 자기도 모르게 냉소를 지었다.“윤도훈, 지금 내가 선보이고 있는 회전판은 상고 법보라고 한다!”“내 진기는 봉인됐지만 원영 중기 강자의 한방에 버금가는 최고의 위력을 발휘할 수있단다.”“이번에도 네가 막을 수 있을 거라 죽어도 믿지 않는다! 네가 종내 어른의 눈에 들었다고 한들 나한테는 상관없는 일이다!”“내가 널 죽이겠다고 하면 넌 반드시 내 손에 죽어야만 하니 말이다!”구 봉주의 목소리가 떨어지자마자 그는 잇따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쾅쾅쾅-회전판 위로 공포의 파동이 일고 천천히 회전하는 동안 검은 연기가 계속 퍼졌다.“낙!”구 봉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치자 회전판이 윤도훈 머리 위를 향해 눌러 버렸다.“선배님!”회전판의 살벌한 기운에
단만산 일행도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너무 늦게 온 탓에 윤도훈의 생사는 오로지 그 자신에게 달려있게 되었다.비록 윤도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회전판의 위력을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가장 약한 위력이라도 원영 경기 중반에 버금가는 강자를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다.그리고 윤도훈은 겨우 금단 경지 밖에 되지 않는다.“젠장! 윤도훈에게 일이 생긴다면 나 절대 구무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단만산은 눈이 침울해지면서 미친듯이 욕설을 퍼부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공포 그 자체였던 충돌음이 사라져버렸고 그 사이에서 윤도훈이 모습을 드러냈다.윤도훈은 아직 멀쩡히 서 있었다.가장 가운데서 허리를 곧게 뻗고 서 있는 윤도훈을 보고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윤도훈은 양손을 추켜올린 채 회전판을 머리 위로 막고 있었다.비록 땀범벅이 된 얼굴이 창백해서 힘들어 보였지만 무서운 그 공격을 막아내고 말았다.지금 이 순간, 단만산이 발견하지 못한 것이 있다.바로 윤도훈의 두 눈에서 음양 두 가지 빛이 반짝이고 있다는 것이다.용혼이 대량의 영혼 에너지를 흡수함에 따라 중요한 순간에 갑자기 윤도훈의 몸을 ‘점거’하여 그를 구한 것이다.물론 용혼의 수법을 사용한 건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발견되서는 안 된다.“말도 안 돼!”구 봉주의 눈에는 놀란 빛이 가득했다.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윤도훈은 갑자기 악을 쓰며 손에 힘을 더해 솟구쳤다.회전판이 도로 구 봉주를 향해 내리치고 있었다.회전판에서 오는 공포의 파동을 느끼며 구 봉주는 넋을 잃어버린 채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옆으로 피했다.방금 손을 쓴 두 명의 오래봉 고수는 상황이 좋지 않자 벌써 도망쳤다.‘빌어먹을!’잔뜩 흐린 눈으로 구봉주는 욕설을 퍼부으며 회전판을 돌아보았다.회전판은 일단 한번 나타나게 되면, 정혈을 삼키지 않고는 절대로 멈추지 않는다.설령 구 봉주 그 자신조차도 바꿀 수 없다.이때 구 봉주는 이미 회전판에 걸려 도망갈 곳이 없었다.윤도훈처럼 회전판의 공격을 직접 막
“아!”구경은 회전판에 닿자마자 다리 전체를 순식간에 잃어버리면서 비명을 질렀다.“여기까지!”바로 이때 단만산이 콧방귀를 뛰더니 손을 내밀었다.강력한 공격이 회전판을 향하면서 회전을 강제로 멈추었다.몇 초 뒤 회전판이 멈추고 빙글빙글 돌다가 다시 손바닥만한 석대로 변했다.이를 본 윤도훈은 눈빛을 번쩍이며 손을 뻗어 석대를 자신의 손에 쥐었다.이때 구 봉주의 마음은 온통 아들에게 쏠려 있었는데 아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었다.“경아! 경아! 일어나! 일어나!”“아버지가 지금 지혈해 줄게. 너 괜찮을 거야!”구 봉주는 울부짖으며 만병통치약을 계속 꺼내 구경의 입에 넣기 시작했다.동시에 두 손도 가만히 있지 않고, 구경의 두 다리를 지혈하기 시작했다.곧 구경의 부상은 잠시 멈췄지만, 두 다리는 텅 비어 완전히 망가진 셈이었다.“윤도훈!”구경의 처참한 모습에 구 봉주는 더 이상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윤도훈을 노려보더니 그에게 달려들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단만산이 구 봉주 앞을 가로막으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구 봉주, 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부종주! 윤도훈 저놈이 제 아들을 저렇게 만들었습니다!”구 봉주는 달갑지 않아했다.“네 아들이 어쩌다가 저렇게 되었는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똑똑히 봤어!”단만산의 차가운 말에 구 봉주도 잠시 멍해졌다.곧 윤도훈을 향해 매섭게 째려보더니 조용히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세속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교훈 삼아 선물 삼아 드리죠.”“깝치지 않으면 절대 다칠 리도 죽을 리도 없어.”윤도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구 봉주 부자의 결말에 매우 통쾌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이윽고 단만산을 향해 공손히 인사했다.“스승님.”“그래.”단만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윤도훈을 향해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가봐, 오래만에 부녀 상봉을 했는데, 할 말이 많을 거 아니냐.”“여긴 너한테 맡기면 돼.”단만산의 말을 듣고 윤도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설만추와 율
임운지는 윤도훈을 보자마자 얼굴에 금세 달콤한 미소가 떠올랐다.윤도훈은 서둘러 서로에게 서로를 소개해 주었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상세한 내용은 거처로 가서 얘기하자.”“운지야, 네가 지낼 곳이 어딘지부터 가 보자.”윤도훈의 말에 임운지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고 그들 일행은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임운지에게 배정된 곳은 설만추와 마찬가지로 정원이 있는 작은 집이었고 밖에는 밭도 있었다.외딴집이었고, 집 몇 채 외에 밭이 하나 더 있었다.그러한 환경을 보고서 윤도훈도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선녀봉은 제자가 드물어 거주지가 넓은 편이다.따라서 제자마다 사는 곳이 넓고 편안한 축에 속한다.이것도 유일한 장점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곧 윤도훈의 눈짓에 의해 설만추도 그동안 율이에게 있었던 일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간간이 율이의 말참견과 함께 작은 정원에도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그와 반대로 오래봉의 분위기는 그리 녹록지 않았다.부종주 단만산의 강세로 오늘 일은 구경의 두 다리가 부러진 채 일단락된 셈이다.구무도는 이런 결과를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단만산의 강세와 자기 새끼를 감싸는 태도로 인해 어쩔 수 없었다.단맥종 안에서 가장 큰 실권자로서 감히 뭐라고 붙을 수 없었다.그는 윤도훈이 뜻밖에도 부종주 라인에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울분을 억지로 참은 끝에 구무도는 윤도훈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운 좋게 목숨을 건진 구경이었지만, 두 다리를 회전판에 삼켜버린 뒤로는 다시 회복할 수 없었다.이때 구경의 두 눈에는 참담한 빛만이 전부였다.두 다리는 엄밀히 말하면 아버지인 구무도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없어진 것이니말이다.구경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 있었다.“경아! 이 일은 모두 윤도훈의 잘못이야!”“걱정하지 마! 내가 꼭 복수해줄게! 다리는 없어졌어도 목숨은 건졌잖아!”“오늘 일은 일단 마음에만 두고 앞날만 바라보자.”구무도는 이를 악물며 구경에게 말했다.구무도의 말에 구경은 착잡한 표정으로
이런 환경에서 수련하면 경지를 뚫는 속도가 엄청나게 빠를 것이다.단만산은 남자 한 명 그리고 여자 한 명과 정자 한가운데 앉아 담소를 나누던 중 윤도훈을 보고 손짓했다.“스승님, 선배님들 안녕하십니까?”“히히, 새로 온 후배 맞죠? 실물로 보니 더 대단한 것 같아요. 세속의 열악한 수련 환경에서 금단 경지까지 뚫고 올라왔다니 참으로 대단하네요.”“그 나이때 저는 철없는 소년일 뿐이었는데 말이죠.”“청아 말이 맞아요. 사부님 눈에 든 관문 제자인만큼 그 재능이 어디 뒤떨어지겠어요?”“친해지려면 말부터 놓을게.”“안녕, 난 여기서 가장 큰 제자인 단목이라고 해.”“그리고 여긴 세번째 제자인 손청청이라고 하고. 우리 둘다 원영 경지 초기야.”단목은 호호 웃으며 윤도훈에 대해 소개했고 태도도 매우 친절했다.“도훈아, 목이랑 청청은 종내의 예비 장로들이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말하면 된다.”“내 문하에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한 집안 식구이니 예의를 차릴 것 없다.”“다른 선배들은 지금 각자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 자리에 없단다. 연락처를 가르쳐줄테니 산문을 나서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들한테 연락하면 된다.”오후 내내 윤도훈은 단만산과 단맥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마지막쯤, 단만산은 윤도훈에게 상고 윤씨 가문에 관한 얘기를 꺼냈지만 많이는 하지 않았다.윤도훈이 아직 그렇게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윤도훈 역시 꼬치꼬치 캐묻지도 않고 상고 윤씨 가문과 단맥종 사이에 적대세력이라는 것만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거처를 정하지 않은 윤도훈은 지낼 곳이 없어서 밤이 되자 선녀봉 설만추의 정원에서 먼저 머물렀다.밖에서 이따금 들려오는 벌레 소리를 들으니 색다른 맛이 났다.이튿날 아침 일찍 단맥종의 장서각에 처박혀 있던 윤도훈은 수련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알아보려고 했다.예전엔 혼자 어둠 속을 헤집고 다녔었다.비록 계승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모르는 게 아직도 많았다.어렵게 종문에 들어왔으니 이 방면의 지식
설만추와 율이는 아쉬운 듯 잠시 침묵을 지켰고 윤도훈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괜찮아요. 그럼, 율이랑 같이 설만추 씨 집으로 갈게요.”‘뭐?’윤도훈의 그 말에 설만추의 눈에는 놀라움이 떠올랐다.물론 세속 계에서는 설만추의 능력으로 아무도 그녀를 건드릴 수 없다.하지만 윤도훈도 동행한다고 하니 속으로 기뻐할 수밖에 없었다.“선배님, 그래도 돼요?”“안 될 게 뭐 있죠? 부종주에게는 제가 설명할 테니 기다려봐요.”윤도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몸을 돌려 단만산이 있는 통천봉으로 향했다.사실 이번에 단맥종에 온 것도 율이를 보기 위함이었고 겸사겸사 이쪽 상황을 살피면서 오래 있지 않으려 했었다.게다가 율이는 요 며칠 동안 계속 이진희는 어디에 있는지 물었었다.이진희가 극도록 보고 싶은 듯한 율이의 모습에 ‘모녀’상봉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윤도훈의 요구를 듣던 단만산은 잠시 생각하고 난 뒤 고개를 끄덕였다.여하튼 윤도훈은 원래 속세에서 살아온 사람이었고 자기 제자로 신분도 확실하게 되었으니 단만산의 목적도 달성한 셈이니 말이다.게다가 수련이라는 건 종문안에서 주야장천 죽치고 있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마음가짐도 수련에 있어서 아주 중요하다.다만 단만산은 윤도훈이 떠나기 전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법보 하나를 주었다.그 외에 윤도훈에게 단맥종의 제자로서 상고 측면에 속하니 절대 외부에서 진기를 쓰지 말라고 했다.초급 경지 이하의 일반인에게 함부로 손대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그날 점심.윤도훈은 임운지와 인사를 나누고 율이와 설만추를 데리고 한바탕 치우고 종문을 떠났다.서동시에 와서 윤도훈은 설만추와 일단 배부터 채웠다.식사 중 윤도훈은 율이에게 새우 껍질을 벗겨주면서 설만추에게 물었다.“참, 만추 씨, 아버지는 어떻게 편찮으세요?”설만추는 선녀봉에서 율이를 잘 돌봤고 심지어 원문산 등의 핍박에도 자신의 결백을 희생해 율이를 지키려고 했었다.그 은혜를 윤도훈은 마음속 깉이 새겨두고 있
그날 오후,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율이를 데리고 도시 한가운데 있는 한 빌딩을 향해 바로 달려갔다.빌딩 가장 위에 ‘지명 그룹’이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한 눈으로 보아도 자기도 모르게 기죽게 되는 규모였다.그러나 세 사람이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경비원의 저지를 당하게 되었다.경비원은 세 사람을 훑어보다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오셨습니까?”윤도훈은 덤덤한 모습으로 대답했다.“홍지명 회장을 찾으러 왔는데요.”“우리 회장님을 찾으신다고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예약하셨나요?”“처음 보는 것 같은데...”경비원은 윤도훈의 신원을 파악하기 전에는 사람을 들여보낼 생각이 없었다.“도운시에서 윤도훈이 그를 찾으러 왔다고 하면 알 것입니다.”윤도훈은 이내 나지막하게 말했다.그 모습을 보고서 경비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윤도훈의 그 여유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단맥종에서 금방 나온 두 사람의 행세는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회장님을 안다고? 설마?’경비원이 머뭇거리고 있을 때 회사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입구에 사람들이 둘러싸여 있자, 곧바로 눈살을 찌푸리면서 물었다.“뭡니까?”“마 실장님, 그게...”경비원은 상대방의 질문을 듣고 깜짝 놀라 얼른 다가가서 말했다.“이분이 회장님을 만나러 왔다고 하셨는데, 뭔가 이상하여 쫓아내려고 했지만 하도 단호해서요.”“그래서 회장님께 얘기를 드려야 하나 생각 중이었습니다.”탁-경비원의 말에 마 실장은 두말없이 경비원의 얼굴을 향해 뺨을 후려쳤다.각진 얼굴에는 오만함과 우월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그렇게 한가해? 저딴 사람들이 우리 회장님을 어떻게 안다고 그러는 거야?”“네 눈에는 쟤들 옷차림이 안 보여? 사극 찍어?”“집 지키는 개 따위가 허구한 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거야? 3분 줄 테니 당장 쟤들 쫓아내!”“아니면 너부터 쫓아내 버릴 거야! 미친 것들!”마 실장은 말을 마치고서 시큰둥한 얼굴로 윤도훈 세 사람을 한번 쳐다보고는 피
마 실장의 말에는 경멸과 횡포가 가득했다.듣고 있던 경비원은 얼굴이 빨개진 채 그 자리에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 지키는 개’라고 자기를 평가하고 있는 마 실장의 말에 심한 치욕을 느꼈다.하지만 지명 그룹은 대우도 좋고 자기 개인의 능력이 별로 없으니 숨 죽이고 참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마 실장은 회사 안에서 권력이 제법 크다.소문으로는 부장도 그와 각별한 관계가 있다고 했었다.그래서 평소에는 회사에서 매우 날뛰고 직원들을 때리거나 욕하는 것을 밥 먹듯이 해 왔다.경비원 같은 직원에게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뺨을 맞는 건 가장 가벼운 것에 속하고 지난 번에 한 직원이 반박을 하자, 마 실장은 그 직원을 피토할 정도로 때렸을 뿐만 아니라 해고까지 했었다.그 일로 마 실장은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었다.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기에 경비원은 화를 낼 수가 없었다.그때 마 실장은 또다시 경비원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것들 무슨 수를 쓰든 쫓아내! 회사 안으로 들이지 마! 한발자국이라도!”“발을 들여놓는 순간 너부터 잘리게 될 거야!”말을 마친 마 실장은 윤도훈을 돌아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어때? 사과는커녕 너 여기 절대 못 들어올 거야. 어디 한번 할 수 있으면 해 봐.”“어디 한번 능력 되면 때려 봐!”탁-마 실장의 목소리가 떨어지자 윤도훈은 아무런 조짐도 없이 뺨을 후려갈겼다.새빨간 손바닥 자국이 마 실장의 얼굴에 직접 떠올랐다.“때려달라고 하는 사람은 또 오랜만이네.”“그래 어디 한번 그 소원 들어주지.”윤도훈은 말을 마치고서 바로 마 실장의 머리채를 움켜쥐고 얼굴을 들게끔 하였다.이윽고 그의 얼굴에 대고 뺨을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했다.물론, 윤도훈은 힘을 한껏 줄였다.아니면 단 한 번에 마 실장은 저 세상으로 갔을 것이다.“왜 보기만 하는 거야! 얼른 뭐라도 좀 해봐!”“젠장! 나 지금 내 회사에서 맞는 거야?”마 실장이 고함을 지르자 옆에 있던 경비원은 자기도 모르게
전우현은 나 부인의 양아들로서 외부에서 무척 거만하게 행동했지만, 나건운 앞에서는 개만도 못한 존재였다.나건운은 이미 어머니가 이런 자를 양아들로 삼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따라서 전우현을 매우 싫어했다. 그래서 그저 무시해왔을 뿐이었는데, 이번에는 전우현이 윤도훈에게까지 해를 끼치려 하자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나건운은 이번 일을 계기로 어머니에게 전우현과의 인연을 끊으라고 확고히 결심했다. 한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 침묵을 지키며 전우현의 초라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의기양양하던 전우현이 이토록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그리고 그들이 보기에, 별다른 배경도 없던 이진희와 윤도훈이 나씨 가문의 장남과 가까운 사이였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이번 일로 인해 성씨 가문 또한 이진희, 윤도훈 부부에게 신세를 지게 된 셈이었다. 이를 계기로 몇몇 사람들은 이진희와의 관계를 재고하며 이진희와 협력을 모색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한밤중, 나현철이 속한 부서의 한 감시실 안에서.모두가 이번 사건과 습격이 담긴 CCTV를 다시 보았다.성조현은 이진희가 성시아를 온몸으로 지키는 장면을 보며 깊은 죄책감을 느꼈다.“이진희 씨, 도훈 선생님, 이전에 제 언행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이진희 씨는 제 딸 생명의 은인입니다. 그런데 그 은혜를 갚을 길이 없군요. 상투적인 말일지 모르지만, 오늘부터 성씨 그룹의 모든 채널과 자원을 이진희 씨의 제약회사와 공유하고, 전방위적 협력을 시작하겠습니다. 은혜에 대한 제 감사를 표하기 위함입니다.”성조현이 진지하게 말했다.그러자 윤도훈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이런 얘기는 나중에 하시죠.”그리고 나서 나현철을 바라보며 물었다.“현철 대장님, 이 네 명의 범인들의 시신은 아직 보관되어 있나요?”“현철 대장님이라니요. 도훈 선생님! 그냥 저를 현철이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네 명의 범인의 시신은 저희 부서 법의학
윤도훈의 말에 나현철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요! 죄송하지만 저는 규정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뿐입니다. 이번 사고와 공격 사건은 그 성격이 매우 악랄하고 심각합니다.”그때, 전우현은 더욱 뻔뻔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윤도훈, 보아하니 내 배경까지 알고 있네? 어때, 이제와서 후회하는 거야? 그러니 내 말을 잘 들어둬. 오늘 나는 너희를 끝장낼거야. 그래, 나는 나 부인의 양아들이야. 이 신분이면 P시에서 너희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그리고는 나현철을 향해 외쳤다.“현철 대장님, 어서 체포하세요! 만약 저들이 반항하면 한 번 해보라해요!”전우현의 말에 나현철은 다시 동료들에게 신호를 보냈다.그러나 그 순간, 험한 말이 불쑥 들려왔다.“네가 잡자고 해서 마음대로 잡는다고? 고작 양아들인 신분으로? 전우현, 네가 감히 이딴 짓을 하다니 제정신이냐?”그 소리를 따라 바라보니, 한 청년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고, 그의 뒤로 많은 사람들이 따르고 있었다. 상당한 위엄과 격식을 갖춘 모습이었다.“건운?”나건운을 본 나현철은 놀란 얼굴로 잠시 멍해졌다.“건운이 너야? 너가 무슨일로 이곳에?”전우현도 순간 멍해지더니 얼굴에 아부하는 표정을 띠었다.“나, 건우 형님.”“어이, 이거 건운 형님 아니신가?”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나건운을 알아보며 반갑게 인사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나건운은 다른 사람들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전우현의 아부 섞인 표정도 무시한 채 빠르게 윤도훈과 이진희에게로 다가왔다.“도훈 형님, 형수님, 늦지 않게 왔죠?”나건운의 이 말에 주변 사람들은 일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수군댔다.‘무슨 상황이지? 나씨 가문의 장남이 윤도훈과 이진희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그래, 딱 맞춰서 왔네, 하하.”윤도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전우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건운, 듣자 하니 이 친구가 네 어머니의 양아들이라던데? 네 의붓형인 건가?
전우현의 말이 떨어지자, 모든 이들이 전우현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요술이라니요? 병을 고치고 사람을 살리는 게 언제 요술이 되었죠?”윤도훈이 냉소를 터뜨렸다.“흥! 말하자면, 이번 사고와 공격 사건은 이진희와 네가 꾸민 짓이잖아. 너희가 먼저 시아 아가씨의 팔을 일부러 끊어 놓고 다시 붙였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어?! 난 너희가 테러 조직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의심해. 따라서 제대로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지.”전우현은 콧방귀를 뀌며 이진희와 윤도훈에게 무거운 혐의를 씌웠다.“전우현, 지금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넌 당시 상황을 전혀 모르잖아. 진희는 나를 구하려고 자신의 몸으로 나를 보호했어. 진희가 없었다면 난 단순히 팔 하나를 잃는 게 아니라 훨씬 더 심각했을 거야. 따라서 진희가 이 사고를 계획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마!”이진희와 윤도훈이 변명하기도 전에 성시아가 먼저 나서서 항의했다.“시아 아가씨, 당신은 단지 저들의 번지르르한 겉만 보고 속고 있는 거야. 만약 이번 사건이 이진희와 관련 없다고 해도, 이진희는 여전히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아. 어쩌면 이진희가 검은 조직과 관련이 있어서 이 공격을 당했을지도 모르니까. 어찌 되었든, 이진희는 이번 사건의 주요 의심 대상일 수밖에 없어. 또한, 윤도훈은 병원에서 난동을 부리고 시설을 파손했으며 사람들에게 해를 끼쳤지. 이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어.”“안그래요, 현철 대장님?”전우현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며 옆에 있는 나현철에게 눈짓을 보냈다.그러자 나현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있는 동료들에게 지시했다.“데려가!”한편, 그 모습을 본 율이는 윤도훈과 이진희 앞을 막아 서서 작은 목소리로 당차게 외쳤다.“우리 아빠 엄마를 잡아가면 안 돼요!”그러자 성조현은 더욱 어두워진 얼굴로 나현철에게 말했다.“현철 팀장, 내 사람들이 도훈 선생님께 다친 건 오해일 뿐이니 우리끼리 해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전 이진희 씨도 피해자라고 생각
성조현도 깜짝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빠르게 걸음으로 성시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성시아의 오른팔을 조심스레 만져 보았다.손끝에 전해지는 생생한 감각에 성조현은 크게 충격을 받은 듯,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시아의 팔이 정말로 다시 붙어있다니?’“시아야, 네 팔이 정말로 붙었구나?”성조현은 목이 메어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응! 아빠, 그러니 진희 언니와 도훈 씨는 제게 정말이지 엄청난 은인이에요. 어떻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성시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시아야, 그런 말 하지 마. 넌 내 협력 파트너일 뿐만 아니라 친구잖아?”이진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윤도훈은 옆에서 시큰둥하게 웃으며 성조현을 향해 담담히 말했다.“조현 회장님, 따님이 의수를 장착할 시간을 뺏진 않았죠? 원하시면 다시 의수로 바꾸셔도 됩니다.”그 말을 듣고 성조현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 그리고는 윤도훈을 향해 머쓱하게 미소를 지었다.“도훈 선생님, 이 일을 어떻게 해내신 거에요? 도훈 선생님은 정말 현대판 명의이세요! 아니, 명의도 이만한 능력은 없었을 거에요. 제가 선생님께 무례하게 굴었던 점 죄송해요. 큰 은혜에 깊이 감사드려요.”성조현은 신분을 잊고 윤도훈에게 예를 갖추며 허리를 굽혔다.그러나 윤도훈은 성조현을 일으키며 담담히 말했다.“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감사해야 할 사람은 제 아내죠. 제 아내가 아니었다면, 전 이런 일에 관여하지 않았을 겁니다.”이 말을 들은 성조현은 이진희에게 예의 없이 굴었던 자신의 태도가 떠올라 얼굴이 다시 붉어졌다.“맞습니다, 맞습니다. 이진희 씨, 정말 감사합니다. 제 딸이 이진희 씨 같은 협력 파트너를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입니다.”성조현은 이번에는 이진희에게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표했다.“조현 회장님, 이러지 마세요.”이진희는 성조현이 큰 예를 갖추려 하자 잠시 당황하여 피하려 했지만, 윤도훈이 이진희를 제지하여
따라서 이 계획이 잘 성사된다면, 윤도훈과 이진희 부부를 완전히 몰락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알겠습니다.”나현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문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일제히 시선을 그쪽으로 집중시켰다.“나왔네요?”“실패하고 도망치듯 나온 거에요?”“창문으로 도망칠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나오네요!”사람들은 일제히 비웃음을 쏟아내며 조롱 섞인 말을 내뱉었다.다니엘 박사는 문을 주시하며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염하 출신의 젊은이가 과연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믿지 않았는데.”그러나 다니엘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마치 누군가 다니엘의 목을 조르는 것처럼 갑자기 멈춰버린 것이다.다른 사람들의 조롱과 비웃음도 순식간에 멎었다. 수술실에서 나오는 두 개의 그림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윤도훈의 뒤에는 다름 아닌 성시아가 서 있었다.성시아는 건강한 상태로, 미소를 감추지 못한채 서 있었다. 또한, 성시아의 눈에는 설명할 수 없는 빛이 감돌았고, 마치 죽음에서 벗어나 다시 삶을 되찾은 사람처럼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시아의 오른팔이 멀쩡히 붙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병원복을 입은 성시아의 오른팔 소매는 텅 비어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흔들리며 움직였다.원래는 전혀 희망을 가지지 않았던 성조현도 순간 얼어붙은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적을 목격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심지어 조금 전까지 불안해하던 이진희마저도 눈을 깜빡이며 놀라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진희도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터였다.그러나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장면이 믿기지 않았다.‘도훈 씨가 정말로 해냈단 말인가?’한순간 이진희는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비록 이진희는 떳떳했지만, 성시아가 팔을 잃은 것에 대해 마음 한편에는 죄책감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성시아는 완전히 안도
윤도훈이 용기혼원대법으로 성시아의 상처를 치료하자, 성시아의 오른팔 절단 부위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을 만큼 빠른 속도로 새로운 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광경은 말 그대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만약 이 장면이 외부로 알려지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물론, 절단 부위가 재생되는 일이 수련자들에게는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그러나 그건 수련자가 일정 경지에 도달하여 자신의 신체를 재생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의 절단 부위를 재생시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진희야, 어서 도망가!”“날 신경 쓰지 마.”“흑흑흑. 난 끝장이야, 넌 가.”윤도훈이 용기혼원대법으로 성시아의 체내에 있는 선천적인 원기와 생명을 자극하자, 성시아는 서서히 깨어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분명 성시아의 의식은 아직도 혼수 상태에서 봤던 두려운 장면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 그리고 무의식중에 입에서 불안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웃으며,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비록 성조현의 행동이 불쾌했지만, 성시아는 여전히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이었다.윤도훈은 원래 이진희와의 관계 때문에 성시아를 돕기로 한 것이고, 약간의 불만이 있었으나 지금은 성시아 본인이 신뢰할 만한 사람임을 느끼고 있었다.“시아 아가씨?”“시아 아가씨, 이제 안전해요.”윤도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성시아를 달래며, 불안감을 진정시켜 치료가 잘 이루어지도록 했다.잠시 후, 성시아의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고 있었다. 성시아는 오른팔에 찌릿찌릿한 감각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이 기분은 고통을 대신해 알 수 없는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음흠.”잠시 후, 성시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보인 것은 각진 얼굴에 약간은 멋진 표정을 짓고 있는 윤도훈의 얼굴이었다. 진지한 표정의 이 얼굴은 어딘가 익숙해 보였다.“당신은? 윤도훈? 진희의 남편. 지금 이게...”깨어난 성시아는 체내의 원기가 흐르는 것을 느끼며 나른하고 말할 수 없는 편안함에 빠져들었다.
윤도훈이 발산한 압도적인 기운은, 주위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이지 않지만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다.푸억-, 푸억- 푸억.윤도훈 앞을 가로막고 있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 땅에 주저앉아 피를 토해냈다. 마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강제로 밀려난 듯했다. 주위 사람들 또한 그 강력한 기운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났다.그러나 윤도훈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힘없이 당당한 걸음으로 수술실로 향했다. 아무도 윤도훈을 막을 수 없었다.‘도대체 왜 이러는 건데? 성시아의 치료를 하겠다는데 굳이 누군가에게 자신의 자격이나 능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을까?’필요하지 않다. 결과를 그들에게 보여주기 전까지는 누구도 자신을 막지 못한다. 그들이 치료를 허락하지 않는다? 흥, 그러면 치료를 강행하면 된다. 자신이 협상하는 것도 아니고 이치에 맞춰 설명할 필요도 없다.“너!”“이 미친놈! 감히 사람을 다치게 해?”“너무 거만하군!”“경찰 불러!”“잡아들여!”뒤에서 울려 퍼지는 수많은 비난과 협박 소리를 뒤로 한 채, 윤도훈은 그대로 수술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윤도훈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진기를 방어막으로 만들어 주변 사람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다.성조현은 그 자리에 서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힌 얼굴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놀람, 분노, 의심. 그리고 약간의 기대감.성조현의 경호원들이 전혀 윤도훈을 막지 못했다. 윤도훈이 그렇게 강제로 수술실로 들어가 버린 것이다.‘윤도훈이 정말 내 딸의 팔을 접합할 수 있을까?’P시의 최고 부자인 성조현도 한편으론 화가 나면서도, 은밀히 기대감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제길! 말도 안 돼요!”“제가 못 하는 수술을 누가 할 수 있겠어요!”다니엘 박사는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여긴 병원이야. 어디서 함부로 날뛰고 있는 건가! 당장 끌어내, 환자에게 2차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병원 측의 담당자도 분개하며 외쳤다.그러나 성조현의 경호원들이나 병원 보안 요원들은 수술실에 가까이 다가갈 수조차
“도훈 씨 왔어요? 정말로 시아의 팔을 접합할 수 있는 거에요?”이진희는 복잡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 기대와 동시에 불안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윤도훈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봐야 알겠지만, 문제는 없을 거야.”윤도훈의 말을 들은 다니엘 박사는 옆에서 코웃음을 치며 윤도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참 어이가 없군!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장비를 갖추고도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는데, 당신은 그걸 여기서 할 수 있다고 떠들고 있어? 무슨 능력으로 그 팔을 붙인다는 거지? 한의학으로?”다니엘 박사는 한의학에 대해 원래부터 비웃는 태도였고, 더군다나 젊은 윤도훈을 보며 더욱 불가능하다는 확신을 했다. 성조현도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젊은이, 책임질 말을 해! 내 딸의 팔이 접합되지 않아서 의수 장착 기회를 놓치기라도 한다면, 널 가만두지 않겠어!”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윤도훈을 향해 비웃고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그들은 윤도훈을 쫓아내야 한다며 소리쳤다.“저자가 그 팔을 붙일 수 있다고요? 어떻게요?”“전문가도 말했잖아요, 그 팔은 이미 괴사됐다고요.”“마치 자기가 생명을 살리고 뼈를 이어 붙일 수라도 있는 것처럼 말하네요.”“당장 나가세요! 여기서 망신당하지 말고요!”“아내 앞에서 허세나 부리는 거 아니에요?”사람들의 비난과 의심 속에서 윤도훈의 얼굴에는 일체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잠시 후, 윤도훈은 이진희를 감싸 안으며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여기서 율이랑 기다려줘.”그리고는 차분히 수술실 쪽으로 발을 옮기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이 모습을 본 성조현은 신호를 보냈고, 성조현의 경호원들이 곧바로 윤도훈의 앞을 가로막았다. 다른 사람들도 따라 소리쳤다.“젊은이, 뭐 하려고?”성조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따님을 치료하려는 겁니다. 제지하지 마십시오.”윤도훈이 진지하게 말했다.“필요 없어! 너 사기꾼이잖아. 그리고 다니엘 박사가 말했듯이 접합은 불가능하니, 여기서 괜히 관심을 끌려 하지 마! 내 딸
다니엘 박사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졌다. 다니엘은 이 분야의 국제적인 권위자로 팔을 접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누군가 이 자리에서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니엘은 불쾌한 눈빛으로 이진희를 쳐다보며 말했다.“제가 아니라 제 남편이요! 제 남편은 9할의 확률로 성시아의 팔을 살릴 수 있어요!”이진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성조현은 오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이진희 씨 남편이요? 이진희 씨 남편도 의사인가요? 게다가 이 분야의 전문가란 말인가요?”“흥!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제가 해낼 수 없는 일을 세상 누구도 할 수 없습니다. 이미 그 팔은 괴사됐으니, 접합은 불가능합니다.”다니엘 박사는 이 말을 들으며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그래서 그쪽 남편이 누구입니까? 도대체 무슨 방식으로 수술을 한다는 겁니까?”“제 남편 이름은 윤도훈이에요. 도훈 씨는 수술이 아닌 한의학을 통해서.”이진희는 주저하며 대답했다.다니엘 박사는 이 말을 듣고는 세상에서 가장 큰 농담이라도 들은 듯 냉소를 터뜨렸다.“한의학? 하하하, 이거 참 웃기는군요! 한의학이라고요? 어떤 약을 몇 가지 달여서 마시게 하거나, 은침 몇 번 찌르는 것만으로도 팔을 접합할 수 있단 말인가요? 그리고 성시아 씨의 경우는 서양 의학으로도 불가능한데, 한의학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한의학은 그저 사람을 속이는 잔재주에 불과해요!”다니엘의 얼굴엔 서양 의학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했고, 한의학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는 태도였다. 성조현도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분노에 찬 시선으로 이진희를 쏘아보았다.“이진희 씨,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농담이라도 하려는 거에요? 당신 남편이 한의학으로 시아의 팔을 접합할 수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네요!”전우현은 더 큰 소리로 이진희를 조롱했다.“이진희 씨, 대체 무슨 생각이에요? 그쪽 남편이요? 그 윤도훈이라는 놈이 한의학으로 시아 아가씨의 팔을 살릴 수 있다고요? 하하하, 정말 웃기네요! 이진희는 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