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태성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그는 명령과 부탁이 섞인 어조로 말했다."소경아, 그 여자와 엮인 건 네 어미 소원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나와 네 할미가 간단한 집안 모임을 준비했다. 이번 주말에 남성과 서울 명문 집안의 적령기 여자아이들도 연회에 참석할 것이니...""안 갑니다."어르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은 매몰차게 거절했다.부태성의 목소리가 어르듯 한결 더 부드러워졌다."소경아, 아직 끊지는 말거라. 이 할아비 얘기는 끝까지 들어다오.""......""소경아?""듣고 있습니다.""우리 부씨 가문의 사업에 관해선 내 참견하지 않는다만, 이 할아비 나이가 올해 아흔여섯이란다. 넌 내가 손주며느리와 손자 구경도 못 해보고 눈을 감으면 좋겠더냐? 물론 연회에서 소중한 인연을 만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설령 아니라고 해도 강요하진 않으마."부태성은 거의 간청하고 있었다.부소경은 여전히 비를 맞고 있는 임서아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그가 임서아에게 말했다."주말 가족 모임에서 할아버님을 뵈어야겠으니 잘 준비해 둬."임서아의 눈이 기대로 반짝거렸다."오빠, 방금 뭐라고 하신 거예요? 저랑 같이 가족 모임에...""그래. 가족 모임에 가서 어르신들을 뵙자고."여전히 무표정한 부소경이 말했다.그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가문 사이 이익 관계에 따른 결혼을 하지도 않을 거고 명문가 아가씨와 눈이 맞는 일도 없을 것이다.비록 두 사람 사이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임서아를 자신의 유일한 반려로 맞이할 계획이었다. 사랑의 감정은 없지만, 책임은 존재했다. 부소경은 제 어머니에게 평생 아무런 명분도 주지 않은 아버지 같은 사람이 되기 싫었다. 그는 자신과 밤을 보낸 이를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임서아를 평생 함께할 사람으로 정했으니 차라리 그녀를 어르신들께 소개해 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여자들의 헛된 꿈을 부숴버릴 수도 있고 말이다."오빠의 가족을 뵙는다니,
임서아가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오빠..."부소경은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엄 비서, 임서아 씨를 댁까지 모시고 가."임서아는 말문이 막혔다.전화를 끊은 부소경이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기다려. 엄 비서가 3분이면 도착할 거고, 집까지 바래다줄 거야."말을 마친 그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버튼을 눌렀다. 이윽고 문이 닫혔다.임서아는 홀로 빗속에 멍하니 서 있었다.정확히 3분 뒤, 엄선우가 도착했다. 차를 이끌고 가까이 다가온 그가 자동차 창문을 조금 열고 임서아에게 말했다."임서아 아가씨, 얼른 타세요. 그러다 젖겠어요.""제 정신이에요?"임서아의 태도가 돌연 사나워졌다.영문을 모르는 엄선우가 고개를 갸웃했다."나 소경 오빠 약혼녀예요. 감히 기사 주제에... 당장 내려와서 문도 열어주고, 무릎도 꿇어서 내가 편히 탑승하게 도와줘야 할 거 아니에요!"몇 초 후, 엄선우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고는 한쪽 무릎을 굽힌 자세를 취하며 공손하게 말했다."아가씨, 타시죠."임서아가 고고하게 말했다."이렇게 나와야지."오늘 사건으로 임서아는 깨달은 게 있었다. 그녀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든 부소경은 그녀와 결혼할 거라는 사실을 말이다.부소경은 그날 밤 몸을 팔아가면서까지 그를 구해준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굉장한 면죄부를 갖고 있으니 앞으로 신세희를 처리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일 터였다.'흥!'임서아는 들뜬 기분으로 엄선우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한편 위층에 도착한 부소경은 현관을 지나칠 때 샤워실에서 나오는 신세희를 발견했다.방금 목욕을 마친 그녀에게 은은한 향기가 났다.분명 싸구려 비누임에도 향이 자극적이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상큼했다.하얀 샤워타월을 몸에 걸친 신세희는 마른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었다. 미처 부소경을 발견하지 못한 그녀는 방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그대로 그와 쿵 부딪치며 부소경의 신발까지 밟고 말았다."아...!
부소경은 신세희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그녀의 몸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어두운 눈빛으로 신세희를 훑고 있었다. 그를 세게 밀친 신세희는 샤워타월을 주워 몸을 감싸며 황급히 방으로 돌진했다.문을 닫은 순간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룩 흘러내렸다.지금 이 상황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억울한지 몰랐다.헤픈 눈물을 쓱 훔친 그녀는 옷을 갈아입으려 했다. 갑자기 등 뒤의 문이 벌컥 열렸다. 신세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부소경이 약상자를 든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신세희는 샤워타월로 자기 몸을 가리며 그를 경계했다."뭐, 뭐 하자는 건데요?"부소경은 입을 꾹 다물고 그녀의 팔뚝을 잡아당겼다. 몸이 확 뒤집힌 상태로 털썩 침대에 눕게 되었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차가운 약이 등에 닿았다.샤워했을 때 등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을 뿐 자신의 등 상태가 어떠한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약이 발린 자리에 통증이 조금씩 가시기 시작했다.다리에도 멍이 가득했다. 침대에 엎드린 그녀는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채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어떻게 등 전체에 약을 펴 발랐는지도 알지 못했다.멍하니 엎드려 있는데 다시 몸이 정면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너무 수치스러워서 딱 죽고만 싶어졌다.눈을 꼭 감고 손에 힘을 잔뜩 준 채로 이를 악물었다.다음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알 수 없었다.그가 건달들을 응징하는 걸 직접 본 뒤로 신세희는 감히 그에게 반항할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자신을 범하기라도 한다면 그녀는 당장 복잡한 기계 장치가 가득한 그의 방에 쳐들어가 아무렇게나 만져댈 것이라고 다짐했다. 차라리 날카로운 물건에 확 찔려 죽어버리고 말지! 바로 그의 눈앞에서 말이다.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모든 자국에 약을 골고루 바른 부소경은 더는 다음 행동을 이어가지 않았다.신세희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어둡고 서늘한 얼굴이 시야에 한가득 들어왔다.신세희는 한 번도 이런 표정을 짓는 부소경을 본 적 없었다. 당장에라도 그녀를 찢어 죽이고 싶어 하는
고개를 든 신세희는 말간 눈을 몇 번 깜빡거렸다. 나비 같은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신세희는 이 남자가 누군지 몇 초 동안 고민해야 했다."조의찬 씨."디자인 디렉터는 마치 태자 전하라도 본 듯한 태도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도련님, 여긴 어쩐 일로...? 혹시 시찰하러 오신 겁니까?""방금 무슨 일이에요?"조의찬이 지나가듯 물었다."학력도 낮고 경험도 전무한 신입이 글쎄 무단결근까지 했습니다. 이런 사람을 우리 회사에 채용할 순 없습니다."디자인 디렉터가 대답했다."앞으로 다시는 무단결근하지 않겠습니다. 현장에서도 열심히 일할게요."마지막 기회라 생각한 신세희가 애원했다."고작 디자이너 어시스턴트라면서요? 우리 같은 대기업은 포용력도 넓어야 하잖아요. 신입에게 기회는 줘야죠, 누구나 실수할 때가 있잖아요. 잘못은 고치면 그만이고요, 안 그래요?"건들건들한 태도로 옳은 말만 해댔다.디자인 디렉터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조의찬이, 이 궁상맞은 여자와 아는 사이라는 걸 눈치챘다. 조의찬이 감싸는데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그가 사무적으로 말했다."다음은 없어요. 이게 다 도련님 덕분인 줄 알아요. 얼른 감사드리지 않고 뭐 해요!"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조의찬에게 고개를 숙였다."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디렉터님, 저는 일하러 가보겠습니다.""일단 자리에 앉아 있어요."디렉터가 말했다."알겠습니다."신세희가 나가자 디렉터는 다시 조의찬에게 공손하게 물었다."도련님, 외람되지만 신세희 씨와는 관계가 어떻게 됩니까? 조금 쉬운 일거리를 맡길까요?"'쉬운 일거리라고?'조의찬은 사무실 속 꽃 같은 여자들을 질리게 봐왔었다. 매번 회사에 올 때마다 그들은 벌떼처럼 몰려와 사근사근 말을 걸었다. 마침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에 진절머리가 나던 참이었다.그래서 그는 입맛을 바꾸기로 했다.고분고분한 것 같으면서도 또 차갑고 보수적인 이 가난한 여자가 그의 흥미를 불러일으켰다.이 여자는 그저 제 어머
"적어도..."조의찬은 골목 안 식당들을 둘러봤다. 낡고 볼품없는 외관의 가게들, 똑같은 반찬의 도시락을 먹는 인부들이 눈에 들어왔다.그는 코를 찡그렸다.'깐깐한 여자와 한 번 자보겠다고 별짓을 다 하는군,'"적어도 몇천 원짜리 도시락 한 끼는 사줘야 하지 않겠어요?""좋아요!"신세희가 쿨하게 대답했다.두 사람은 야채 반찬 두 개와 고기반찬 하나가 나오는 도시락 1인분을 주문했다. 찐빵 두 개를 먹은 신세희는 이미 배가 부른 상태라 조의찬의 맞은편에 앉아 그가 먹는 걸 지켜봤다.그야말로 어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맞은편에 앉은 그녀의 표정이 한없이 담담해서 더 민망했다.밀랍을 씹는 것 같은 도시락을 먹으면서 조의찬은 문득 손을 뻗어 신세희의 말랑한 볼을 제멋대로 주무르고 싶어졌다. 숨 막히도록 품에 꽉 안아 정신 못 차리게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때가 되어서도 이런 재미없는 표정을 짓고 있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그러나 조의찬은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그는 항상 인내심을 갖고 사냥감을 대했다.카운터에 간 신세희는 뒤늦게 조의찬이 이미 계산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는 민망한 표정으로 조의찬을 쳐다봤다."미안해요, 내가 사기로 했는데...""고작 몇천 원짜리 도시락으로 대신하려고요? 신세희 씨 아직 돈이 부족한 것 같아서 이번엔 그냥 내가 샀어요. 첫 월급 나오면 꼭 맛있는 거 사줘요."조의찬은 아무 거리낌 없이 돌직구를 던졌다.이곳 운성에서 조의찬은 부소경 말고는 딱히 두려워할 상대가 없었다.남성에서는 모두 조의찬을 무서워했다.신세희는 갑자기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거짓 없이 순수한 웃음에 조의찬은 넋을 잃고 그녀를 쳐다봤다."당신은 좋은 사람이에요. 지나치게 솔직하긴 하지만 사실 악의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특히 당신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말이에요. 의찬 씨는 잘생겼고 성격도 밝으니까 여자들이 엄청나게 좋아하겠죠? 부럽네요."신세희는 비슷한 또래의 남녀가 연애하는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자기는 가질 수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당장 나가요!"신세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허영과 임서아가 자기를 괴롭히고 모욕하는 건 상관없었지만 아픈 아주머니에게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건 절대 두고 볼 수 없었다.신세희는 가방을 들어 허영을 내려치려 했다. 그러나 하숙민이 말렸다."세희야..."신세희는 하숙민을 쳐다보며 말했다."어머니, 괜찮아요. 제가 당장 이 사람들을 쫓아낼게요.""내가 불렀단다, 세희야."하숙민이 담담하게 말했다."네?"다시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는 허영과 임서아가 겁에 질린 채 병실에 누워있는 하숙민을 쳐다보고 있었다."어머니가요? 대체 왜 부르신 건데요?"신세희는 전혀 영문을 몰랐다.창백한 하숙민의 얼굴에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허영 씨, 임서아 씨.""사모님..."허영은 마치 강한 적수를 마주한 사람 같았다.하숙민이 차갑게 내뱉었다."내가 비록 부씨 집안의 정실은 아니지만, 과연 능력이 없었다면 나와 내 아들이 이 집안에서 무사할 수 있었을까? 당신들이 지난 8년 동안 세희에게 한 짓들은 옛날 일이니까 그냥 넘어가겠어. 그렇지만 지금 이 아이는 내 며느리야. 우리 소경이 아내라고! 그런데 네깟 것들이 감히 부씨 집안의 며느리를 납치해서 죽일 뻔했다지? 부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는 게야? 아니면 날 죽은 사람 취급한 건가?"신세희는 깜짝 놀랐다."어머니, 대체 그걸 어떻게..."하숙민은 신세희에게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세희야. 이 어미가 다 해결해 주마. 비록 지금은 이 꼴로 병원에 누워있지만 머리는 아직 멀쩡하게 돌아간단다. 네가 며칠 동안 사라진 건 출장 때문이 아니라 임서아에게 납치된 거야, 그렇지? 뺨을 때린 것도 임서아 짓이지?""어머니...""저 집안에 얹혀살 땐 그렇게 구박하다가, 지금은 또 네가 시집 좀 잘 갔다고 배 아파하고 있구나. 넌 저들에게 정이라도 남아있겠지만 내겐 그저 남일 뿐이야."부드러운 목소리와는 달리 내뱉는 말에는 위엄이 넘쳤다.신세희는 그만
"그럼 네 딸을 뺨을 때려,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말이야. 만약 힘을 제대로 쓰지않는다면 난 두 명의 건장한 남자를 찾아 신발 밑창으로 각각 100대씩 두 발바닥을 때리게 할 거니까.”허영은 그녀의 말을 듣자 넋을 잃었다.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임서아는 더욱 놀란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하숙민은 두 번 다시 말하지 않고 허영에게 물었다."때릴래, 아니면 내가 사람을 불러서 때릴까?”"제가! 제가 때릴게요!”허영은 무릎을 꿇은 채로 임서아에게 기어가 손을 들어 거세게 따귀 한 대를 때렸다. "엄마......”임서아는 울며 그녀의 엄마를 바라보았다. "두 남자가 신발 밑창으로 때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니?”허영은 손을 들어 또다시 임서아의 오른쪽 뺨을 때렸고, 그녀는 하숙민이 못마땅해할까 봐 정말 있는 힘껏 내리쳤다. 임서아는 맞으며 슬피 울었지만, 또 감히 용서를 구하지는 못했다. 뺨을 쉴 새 없이 때린 허영의 두 손은 붓고 숨이 거칠어졌으며, 임서아의 얼굴도 부풀어 오른 풍선처럼 양쪽 뺨이 돼지 간색으로 변하고 말았다. 신세희의 눈에 임서아는 그저 살찐 돼지처럼 보였고, 그녀들을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하숙민은 침대에 누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자 그제야 말을 꺼냈다. "이제 그만 때리고 딸을 데리고 당장 꺼져버려!”허영은 그제야 이미 물씬 두들겨 맞은 딸 임서아를 부축해 비틀거리며 기어 나갔다. 병원 문을 나서자 허영은 분에 겨워 말했다. "신세희! 내가 이 빚은 반드시 두 배로 갚아줄 테야!”“엄마......”임서아는 흐느끼며 허영을 바라보았고, 그녀는 마치 목화 두 뭉치를 입에 넣은 것처럼 흐리멍덩하게 말했다“소경 오빠가......직접 나한테 같이 부 씨네 집안 모임에 가자고 했는데, 내 얼굴이......이렇게 돼버려서......어떻게 소경 오빠랑 같이 부 씨네 저택에 가겠어? 흐엉엉......”한편, 병실에서 하숙민은 신세희의 손을 잡고 말했다. "세희야, 네가 이 엄마한테 잘
엄선우는 부소경의 표정을 볼 수 없었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부소경 도련님, 도련님?"엄선우가 소리쳤다.그러자 부소경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어.”“도련님, 다른 분부가 있으십니까?"엄선우가 물었다."요 며칠 바빠서 자리를 비울 수가 없으니, 네가 모레 임서아를 데리고 부 씨 저택 밖에서 날 기다려."부소경은 임서아를 이용해 어르신이 그를 위해 초대한 여자들을 막으려는 속셈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엄선우가 매우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그리고." 부소경이 갑자기 엄선우을 불렀다."도련님,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그 여자를 따라가!" 부소경의 말투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누굴 말씀이시죠?"이 말을 하자마자 그는 다시 이마를 두드리며 말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곧장 신세희 씨를 뒤따라가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엄선우는 차를 몰고 신세희의 뒤를 따랐지만, 그녀의 행적은 매우 간단했다. 하숙민이 있는 병원을 나온 후, 신세희는 먼저 만두 가게에 들러 큰 만두 두 개를 사서 먹으면서 버스를 기다렸다. 버스가 오자 그녀는 차에 올라 단숨에 부소경의 숙소로 갔고, 신세희가 엘리베이터를 탄 후에야 엄선우는 떠났다.신세희는 원래 부소경에게 오늘 하숙민 아주머니가 임서아를 때렸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거실에 앉아서 부소경을 기다려도 그가 돌아올 기색이 없자 그녀는 감히 부소경의 방 문을 열지 못했다. 한참을 기다린 후 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신세희는 하는 수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다음 날, 그녀는 먼저 평소와 다름없이 병원에 가서 하숙민 아주머니를 찾아간 후 공사장에서 잔심부름을 했다.신세희가 어릴 때부터 고생을 아무리 많이 했어도 공사장 일은 매우 힘들 수밖에 없었고, 특히 그녀는 임신도 했으니 벽돌을 옮기거나 진흙을 반죽할 때마다 뱃속의 아기를 조심해야 했다. 오전 내내 그녀는 피곤해서 밥을 먹을 입맛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