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별은 용태호와 몇 마디만 통화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단지 용태호가 그녀에게 어디에 갔고 언제 집에 돌아가냐고 물었을 뿐이다.전화를 끊은 여운별은 더는 서점에 남아 있지 않고 당장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운터 앞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과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너무 질투 났다.이 작은 서점에 여섯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하예정 일행이 각자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여운별도 지금 외출할 때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지만, 그 경호원들은 그녀 앞에서는 공손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그녀를 통제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과 행동은 모두 경호원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했기에 하예정 일행의 경호원들과는 성질이 달랐다.여운별이 얼굴을 바꾸자 하예정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의 친언니이지만 여운초는 10년 동안 눈이 멀었고 지금은 시력을 되찾았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눈앞의 사물을 잘 볼 수 있을 뿐, 조금만 멀어도 잘 보이지 않았다.아마도 도수 높은 근시 사람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생각해보니 여운초도 그녀의 현재 모습에 대해 너무 많은 기억이 없을 것이다.여운초가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뿐이다. 여운별은 이따가 말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바꾸기만 하면 될 일이다.이렇게 생각하며 여운별은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 연습 책 세트를 들고 실수로 한 페이지를 찢은 책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여운별은 그 책들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며칠 동안 배운 음성 변경 능력으로 일부러 말투를 바꾸며 하예정에게 말했다.“모두 얼마죠?”여운초는 여운별이 다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여운별을 쳐다보았다. 몸매도 목소리도 익숙해서 항상 이 소리가 여운별의 목소리 같다고 느꼈지만, 막상 얼굴을 똑똑히 보니 또 잘못 본 듯했다.여운초는 시력을 되찾은 뒤 여운별과 여러 차례 맞붙어 여운별의 모습을 기억했다.하예정은 가격을 알려주었고 여운별이 결제했다. 그리고 하예정이 그 책들을 주머니에
하예정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심효진만 여운별과 접촉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운별에 대해서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사람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했다.“가게로 돌아가서 말해요. 여기 너무 추워요. 비가 많이 오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싸늘해요.”하예정은 한쪽 손으로 여운초의 팔짱을 끼고 다른 한 손으로 심효진의 손을 잡고 다시 카운터 앞으로 가서 앉았다.“물 갖다 드릴게요. 아까 호떡 먹었더니 너무 목이 마른 것 같네요. 정씨 아저씨 고향에서 보내온 특산품은 참 맛있어서 자꾸 먹고 싶단 말이죠.”심효진이 물을 따르며 말했다.하예정은 웃으며 여운초를 부축해 앉혔다.여운초가 입을 열었다.“예정 씨, 저 앞을 볼 수 있어요.”예전에는 여운초는 앞을 볼 수 없었지만 익숙한 환경에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그녀가 익숙한 환경에서만 정상인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전이진은 항상 “꽃필 무렵”에 전화를 걸어 여운초가 전씨 그룹으로 꽃 배달하게 했다.그 당시 여운초는 전이진이 자신을 괴롭히는 줄로만 알았다.전이진은 늘 여운초를 아내로 여기면서, 그녀가 그를 찾아가는 길을 익숙하게 하고 싶었다.이러한 일들도 전이진이 나중에야 그녀에게 알려주었다.그녀가 익숙한 환경에서 정상인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운초 씨가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않았기도 하고 또 제가 운초 씨 지인이자 형수님이거든요. 제가 운초 씨를 잘 돌보지 못하면 이진 도련님께서 저를 찾아와 따질 거예요. 저는 이진 도련님이 제가 운초 씨한테 놀러 가게 하지 못하게는 게 가장 두려워요.”여운초는 화내는 척했다.“감히 그러기나 하겠어요! 만약 정말 그렇게 행동한다면 제가 이진 씨 귀를 힘껏 잡아당길 거에요.”하예정이 웃으며 물었다.“진짜로 귀를 잡아당겨 봤어요?”여운초가 대답했다.“아니요...”하예정이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여운초는 전이진 앞에서 부드럽고 대범한 면만 보였을 뿐 냉혹한 면을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비록
여운초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왠지 저의 여동생 여운별 같았어요. 몸매나 목소리도 너무 비슷한데 얼굴만 닮지 않았거든요... 운별이가 어제 리조트에 가서 우리 시어머니를 찾아 제가 너무 음흉하고 독해서 자신을 굶어 죽게 한다면서 돈을 달라고 한참을 떠들어댔거든요. 그 뒤로 저와 이진 씨가 돌아갔는데 어머님께서 1000원짜리 푼돈을 한 주머니를 가득 담고 맨 위에 5만 원 몇 장만 놓고 줬거든요. 아마 5만 원짜리 돈이 한 주머니라고 착각했을 거예요.”여운초가 의심 가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자 하예정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맞아요. 여운별 씨 같았어요.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네요. 어제 우리 가게에 왔을 때부터 몸매가 매우 낯익다고 느꼈었는데. 운초 씨, 그 여자가 정말 운초 씨 동생 맞을까요? 변장한 건 아닐까요?”여운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운별이는 지금 돈이 없어서 경호원을 고용할 수 없어요. 그분의 경호원도 그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거든요. 운별이가 남자 친구도 없는데 결혼은 더 말할 나위도 없죠. 게다가 분장할 이유도 없잖아요. 여운별의 성격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싶었으면 분장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을 거예요.”여운별은 매우 오만한 사람이다. 바로 이런 오만함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질렀고 전태윤 일행을 건드리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추미자 일행도 따라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여운초가 그 틈을 타 모든 것을 되찾았다.여운초가 오늘의 행복이 있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여운별의 오만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하예정은 여운별을 본 횟수가 많지 않지만 여운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입을 열었다.“그렇긴 해요. 여운별 씨가 지금 돈도 없고 남자 친구도 없는 것도 그 오만하고 나대는 성격 때문이죠. 분장하여 낯선 사람 신분으로 오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시댁이 누구인지 한 번 돌려서 물어봐야겠어요. 정말로 시댁이 있는지...”심효진도 끼어들어 말했다.“예정아,
여운초가 말했다.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녁에 태윤 씨가 돌아오면 한 번 언급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정말 여운별이라면... 누군가와 협력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무슨 재앙이 들이닥칠지 걱정돼서 그래요. 어쨌든 조심해야 해요.”하예정은 여운초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하예정 본인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하예정의 생활이 매우 편안하지만, 그녀도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하고 항상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이는 강성의 이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이은화가 자신을 키워준 맏언니조차 해쳤는데 어렵게 얻어온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쉽게 맏언니의 후손에게 돌려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예정이 외출할 때 경호원들이 따라다녀야 한다. 그녀가 스스로 방어할 줄 안다고 해도 배속의 작은 전태윤이 부딪히면 사고가 나기 쉬울 것이다.여운초는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조심할게요. 운별이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저도 늘 조심하고 있어요. 비가 그쳤으니 저도 꽃 가게로 돌아가겠어요.”“우리와 함께 식사하고 가요.”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두 분 모두 임신하셨는데 저에게 밥을 짓게 하면 안 되죠. 저도 밥을 해드리고 싶지만, 실력이 형편없어서... 돌아가서 배달시켜 먹으면 돼요.”여운초는 눈이 멀기 전에는 요리할 줄 알았다. 추미자와 여운별의 괴롭힘을 당하는 바람에 진작 요리할 줄 알았다. 그러나 눈이 먼 뒤로 요리 솜씨도 이미 서툴러졌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요리하고 싶어도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전씨 가문 아홉 명의 도련님 중에서 요리 솜씨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한가할 때는 전이진이 요리를 하고 여운초는 단지 먹는 것만 담당했다.심효진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우리는 음식을 가리지도 않아요. 저희야말로 운초 씨가 우리가 한 요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진 씨 요리 솜씨도 엄청 좋은데, 운초 씨는 참 복을 타고났네요. 처음 운초 씨를 만났을 때 매우 날씬해 보이더니
“배웅할 필요 없어요. 빨리 가게로 돌아가세요. 밖이 너무 추워요.”“도착하면 우리에게 무사히 가게에 돌아갔다고 문자 주세요.”하예정이 한마디 당부했다.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감기에 걸리면 안 돼요.”두 사람은 임산부였다.하예정과 심효진은 여운초가 차에 탔을 때야 비로소 가게로 돌아왔다.두 사람이 가게에 돌아온 지 겨우 30분이 지났을 때 여운별이 가게로 들어왔다.용씨 사모님의 신분이 아닌 여운별의 신분으로, 버스를 타고 왔다.관성에서 가장 큰 버스 정류장이 바로 관성 중학교 입구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이 매우 편리했다.여운별은 자라면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용태호가 보내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서점에서 여운초를 만난 사실을 들었다. 여운초가 과거에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력이 민감하기에 같은 어머니를 둔 여운별의 목소리에 가장 익숙했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얼굴을 바꿀 수 있지만, 목소리는 단번에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여 여운초에게 그들의 계략을 간파당할까 봐 걱정되어 여운별을 길 가던 도중에 차에서 내리게 하고는 여운별의 모습을 되찾아 버스를 타고 다시 서점에 들러 여운초를 찾아가게 했다.이렇게 하면 설령 여운초 일행이 의심하더라도 여운별의 등장으로 인해 의혹이 감소할 것이다.용태호는 전태윤이 사람을 시켜 여운별을 감시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운별이 용씨 사모님의 나타나지 않는 한, 그녀의 행방은 모두 외부에 노출되어 전태윤의 사람들이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여운별은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날 때면 전태윤의 사람들이 여운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소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한동안 찾지 못할 것이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큰소리친 것이 아니라, 그들 용씨 가문은 정말로 전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소씨 가문도 그들은 단지 적을 추가하고 싶지 않을 뿐, 소씨 가문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여운초!
“하예정! 여운초는 어디 갔어? 얼른 나오라고 해! 운초가 당신의 가게에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어. 꽃 가게에게 가보았는데 여기에 있다고 했어. 어쩜 그렇게 모질 수 있대? 잔돈 한 주머니만 주다니! 전부 1000원, 5000원짜리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친여동생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 있어? 나는 밥 먹을 돈도 없어서 돈을 조금 달라고 했는데 전부 잔돈만 주다니! 내가 거지야?”여운별은 잔돈이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떠올리더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방금 여운초에게 이 일을 들었다.지금 이 시각, 여운별이 찾아와 돈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하예정은 여운별과 그 연습 집을 사러 온 젊은 여성을 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차갑게 말했다.“너무 안 됐네. 운초 씨는 이미 가셨어. 길에서 못 만났어?”여운별이 말을 이었다.“여운초가 고급 차로 움직이고 나는 주유할 돈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내가 정말 길에서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해?”하예정은 여전히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그럼 버스를 타고 다시 꽃집에 가서 찾던가. 지금 여기 없어.”여운별은 가게를 둘러보더니 안에서 여운초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오만했던 기세가 약해진 여운별은 뻔뻔스럽게 하예정에게 말했다.“돈을 좀 줘. 난 지금 밥 먹을 돈도 없고 집세 낼 돈도 없어. 임대도 못 해서 지금 싸구려 여관에 묵고 있어. 천우가 한 달에 200만 원의 생활비를 준다고 했을 때 여운초가 그렇게 많은 돈을 주지 말라고 했어. 여운초는 우리 집 재산을 빼앗고 나를 밖에서 떠돌아다니게 해서 고생시키고 있어. 난 지금 춥고 배고프고... 여운초는 지금 천우가 나에게 주는 생활비조자도 관여하고 있어. 나를 굶겨 죽이려고 하나 봐. 나도 알아. 여운초는 내가 자기 재산을 앗아갈까 봐 날 굶겨 죽이려 한다는 걸. 그러면 우리 가문의 모든 재산을 모두 독차지할 수 있으니까. 천우 그 멍청한 자식!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 나중에 우리 부모님 재
“여씨 가문의 재산은 누구 거야? 네 부모님께서 강점한 거 아니야? 당신들이 운초 시 재산을 가로챘으면서 뭐? 당신 재산이라고? 뻔뻔스럽긴.”“여운별 씨, 난 운초가 아니야. 너의 뻔뻔함을 포용하지 않을 거야! 운초 씨가 만약 당신이 친동생인 것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진작 일전 한 푼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았을 거야.”“빨리 꺼져. 난 널 보고 싶지 않아.”여운초는 마음이 모질었지만 그래도 동생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정이 남아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을 쥐어 죽이는 것은 지금의 여운초로 놓고 말하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누가 당신이 보고 싶은 줄 알아? 너 아니었다면 내가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우리 부모님도 지금 무사했을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지금 초라하지만…. 나중에는 네가 하느님이 네 편에 서 있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언젠가 내가 지금 받은 것만큼 전부 배로 갚아줄 테니까.”여운별도 숨김없이 하예정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전부 털어놓았다.이 또한 여운별의 성격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녀는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야 할 때면 단아하고 부드러운 귀부인 기품으로 나타나야 했다.용태호는 여운별에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초청해 주어 그녀가 자격 있는 귀부인이 되도록 했다.하지만 그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여운별은 지금처럼 화가 나면 화를 내고 큰소리로 욕을 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해도 참지 않고 자신의 증오심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운별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너무 두렵네. 엄청 무서워... 내일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운별 씨가 세력을 얻지 못하고 우리에게 복수 못 하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네? 나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줘야지.”여운별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하예정은 천하의 백성 안전까지 걱정했다.여운별은 하예정을 몇 번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몇 번 노려보는 것 외에는 감히 하예정에게 어떻게 할 수 없었다.전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여운별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
하예정은 비록 여운별이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하여 하예정은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이 “꽃필 무렵”에 가는 것을 본 전씨 가문의 경호원은 돌아가서 하예정에게 알려주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찾으러 꽃 가게에 갔다는 사실을 접하자 하예정은 심효진에게 말을 건넸다.“설마 정말 나와 운초 씨가 생각이 많았나? 그 여자분이 운별 씨가 분장한 것이 아니었나?”심효진은 여운별이 분장한 용씨 사모님에 대해 깊은 별로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옷차림이 화려하고 비싼 보석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운별과 전혀 달랐다.가장 큰 문제점은 여운별은 지금 경호원을 고용할 돈이 없다.“아닐 수도 있지. 운별 씨가 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고 왔겠어? 너와 운초 씨를 얼마나 미워하는데. 네가 싫다고 직접 입 밖으로 말을 내뱉은 사람인데 왜 신분을 바꾸려고 하겠어? 두 사람의 몸매와 목소리만 비슷할 뿐이지 얼굴은 전혀 달라. 만약 운별 씨가 경호원을 고용할 능력이 있다면 고급 외제 차를 타고 화려하게 입고 다닐 거야. 여기에 와서 이렇게 돈 달라고 하지 않을 거고. 운별 씨 물건들이 아직 여씨 가문의 저택에 많이 남아있다고 하지 않았어?”여운초는 여운별에 옷 몇 벌만 가져가게 했다. 설령 그 옷들을 다시 판다고 해도 많이 벌지는 못할 것이다.“연습 책을 사러 온 사모님이 탄 차는 무슨 차였어요?”심효진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물었다.“마이바흐를 타고 오셨어요. 그 사노님께서 들고 계신 가방도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으로 우리 가문의 사모님 댁에서 본 가방과 똑같았어요.”심효진은 또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아, 같은 사람 아닐 거야. 의심하지 마. 임신 중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아이가 순하다고 했어.”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생각 안 할게. 저녁에 가서 태윤 씨에게 물어봐야겠네.”“맞아.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고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같이 자라서 가정도 깊고 하니 단번에 연락을 끊을 수 없었을 거예요.”“알고 있어요.”정일범 형제의 눈에는 이윤미라는 친여동생이 침입자이고, 그들 남매간의 정을 파괴하는 나쁜 사람일 것이다.이윤미가 나타남으로 인해 이윤정의 지위가 급격히 떨어졌다.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은화가 늘 이윤정을 편애했으니까.모두는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이어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윤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혐오감을 느꼈다.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씨 가문에 사고가 생기고 나서 가문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정한 이씨 가문의 친딸 이윤미였다.따라서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가짜 딸로 현재 패가망신하고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인생을 즐기던 이윤정은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돈이 없으면 그녀의 세 오빠에게 연락해 돈을 달라고 했다.많지는 않지만 수십만 원 정도는 거뜬히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며칠 동안 잘 잘 지낼 수 있었다.여운별은 한 번도 출근한 적이 없고 업무 경험도 없으며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하지만 이윤정은 이씨 그룹의 부대표로 일하면서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찾아 자신을 먹여 살릴만한 능력은 충분히 갖추었다.이윤정은 단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데 익숙해져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이윤정은 양어머니인 이은화를 만나 양어머니의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은화가 그녀를 용서해 준다면 그녀는 이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적어도 양어머니가 예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상가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녀도 이 땅에 정착할 수 있고 수입도 생겨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여운별의 상가들 사업이 매우 좋지 않았고 많은 상가가 상가를 내놓은 뒤로 아직 임대주지 않았지만, 그 상가들을 팔기만 해도 적잖은 수입이 될 것이다.집도 팔고, 차와 가게도 팔
고현이 이윤미에게 차를 대접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좋은 차네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건 다 좋은 거예요. 호영 씨가 보낸 물건에는 후진 것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이 차는 고현이 준비한 것이지, 전호영이 보내온 것이 아니다.“지난번에 우리가 이야기했던 일은 정말 여지가 없는 걸까요?”이윤미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현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고현은 깊은 눈빛으로 이윤미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는 윤미 씨와만 협력할 거예요. 이씨 그룹과 협력하지 않을 거란 뜻이죠. 이씨 가문의 사업에 관한 일이라면 저는 협력할 마음이 없어요.”그녀가 중시하는 것은 이윤미란 사람이지 이씨 가문의 이윤미가 아니었다.이윤미가 웃으며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밤,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이윤미의 다른 신분으로 말이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물었다.“혹시 호영 씨와 약속이 있어요?”고현 숨김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같이 밥 먹고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요.”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데이트할 수 있게 되었다.이윤미는 부러워하며 물었다.“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시간이 있으세요?”“최근 반달 동안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내일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반달 동안 휴가를 냈거든요. 호영 씨와 함께 기분 전환할 겸 여행 가기로 했거든요.”고현은 고씨 그룹을 여러 해 동안 관리했지만, 고현은 제대로 쉬어본 적 없었다. 설날에도 그녀는 여러 접대를 해야 했기에 아무런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그런 휴가를 즐겨보지 못했다.다행히 전호영이 고빈을 단단히 휘어잡아 고빈이 어쩔 수 없이 고씨 그룹의 일을 도맡았다.하여 고빈도 드디어 반달 동안 휴가를 낼 수 있었다.때때로 너무 피곤하면 고현도 마음이 지치고 무척 쉬고 싶어졌다.역시 전호영은 고빈을 무척 잘 알고 있었다.어쩐지 고현이 아는 남성이 많을 텐데 유독 전호영만 사
심효진이 편히 지내는 것을 알고 하예정도 매우 기뻤다.강성.이윤미의 차가 고씨 그룹으로 들어갔다.이씨 그룹이 고씨 그룹과 협력하려는 생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이씨 그룹의 임시 결정권자로서 이윤미는 종종 고씨 그룹에 나타났기에 고씨 그룹 직원들도 이에 매우 익숙해졌다.고현은 이윤미에게 매우 정중히 대했고 체면도 세워주었다.하여 이윤미는 사전 예약 없이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고현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몇 분 후, 이윤미가 대표 사무실에 나타났다.여전히 멋진 고현의 모습에 이윤미가 감탄하며 말했다.“고 대표님, 자꾸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여자들의 마음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어요. 만약 고 대표님께서 우리처럼 여자 옷을 입는다면 그녀들도 곧 현실을 받아들일걸요. 여전히 남자 모습으로 다닌다면 고 대표님을 짝사랑했던 여자들의 마음이 찢어질걸요.”고현이 진짜 남자라면 고현의 연모자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강성에서 가장 뛰어난 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현은 잠시 일을 멈추고 일어나 책상을 에돌며 이윤미에게 소파 앞에 앉으라고 했다.이윤미와 함께 들어온 비서는 고급 차와 간식을 가져와서 탁자 위를 가득 채웠다.예전에 고현의 사무실에는 비싼 손님을 대접하는 과일이 조금 있었지만, 간식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을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나서부터 고현 사무실에 어떤 것이 나타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전호영은 무엇이든 고현의 사무실로 옮겨왔고 고현은 처음에 화를 내고, 버리다가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이제 모두가 이해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가 아닌 정상적인 남자였다!전씨 가문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모두가 전호영이 아까워 전씨 가문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이 일을 언급하여 전호영을 애초부터 막으라고 권했다.그러나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들의 사상이 매우 개방적이라고, 자식들이 좋아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면서 전호영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
하예정은 비록 여운별이 극도로 미워하는 사람이지만 사실 두 사람이 만나는 횟수는 매우 적은 편이다. 하여 하예정은 그녀를 쉽게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여운별이 “꽃필 무렵”에 가는 것을 본 전씨 가문의 경호원은 돌아가서 하예정에게 알려주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찾으러 꽃 가게에 갔다는 사실을 접하자 하예정은 심효진에게 말을 건넸다.“설마 정말 나와 운초 씨가 생각이 많았나? 그 여자분이 운별 씨가 분장한 것이 아니었나?”심효진은 여운별이 분장한 용씨 사모님에 대해 깊은 별로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녀는 젊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으로 옷차림이 화려하고 비싼 보석들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여운별과 전혀 달랐다.가장 큰 문제점은 여운별은 지금 경호원을 고용할 돈이 없다.“아닐 수도 있지. 운별 씨가 왜 다른 사람으로 분장하고 왔겠어? 너와 운초 씨를 얼마나 미워하는데. 네가 싫다고 직접 입 밖으로 말을 내뱉은 사람인데 왜 신분을 바꾸려고 하겠어? 두 사람의 몸매와 목소리만 비슷할 뿐이지 얼굴은 전혀 달라. 만약 운별 씨가 경호원을 고용할 능력이 있다면 고급 외제 차를 타고 화려하게 입고 다닐 거야. 여기에 와서 이렇게 돈 달라고 하지 않을 거고. 운별 씨 물건들이 아직 여씨 가문의 저택에 많이 남아있다고 하지 않았어?”여운초는 여운별에 옷 몇 벌만 가져가게 했다. 설령 그 옷들을 다시 판다고 해도 많이 벌지는 못할 것이다.“연습 책을 사러 온 사모님이 탄 차는 무슨 차였어요?”심효진은 자신의 경호원에게 물었다.“마이바흐를 타고 오셨어요. 그 사노님께서 들고 계신 가방도 에르메스 한정판 가방으로 우리 가문의 사모님 댁에서 본 가방과 똑같았어요.”심효진은 또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아, 같은 사람 아닐 거야. 의심하지 마. 임신 중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좋은 기분을 유지해야 아이가 순하다고 했어.”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생각 안 할게. 저녁에 가서 태윤 씨에게 물어봐야겠네.”“맞아.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여씨 가문의 재산은 누구 거야? 네 부모님께서 강점한 거 아니야? 당신들이 운초 시 재산을 가로챘으면서 뭐? 당신 재산이라고? 뻔뻔스럽긴.”“여운별 씨, 난 운초가 아니야. 너의 뻔뻔함을 포용하지 않을 거야! 운초 씨가 만약 당신이 친동생인 것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지금 진작 일전 한 푼도 없이 길거리에 나앉았을 거야.”“빨리 꺼져. 난 널 보고 싶지 않아.”여운초는 마음이 모질었지만 그래도 동생들에게는 조금이나마 정이 남아있었다.그렇지 않으면 여운별을 쥐어 죽이는 것은 지금의 여운초로 놓고 말하면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처럼 쉬운 일이다.“누가 당신이 보고 싶은 줄 알아? 너 아니었다면 내가 감옥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고 우리 부모님도 지금 무사했을 거야. 다 너 때문이야! 내가 지금 초라하지만…. 나중에는 네가 하느님이 네 편에 서 있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언젠가 내가 지금 받은 것만큼 전부 배로 갚아줄 테니까.”여운별도 숨김없이 하예정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전부 털어놓았다.이 또한 여운별의 성격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녀는 용씨 사모님 신분으로 나타나야 할 때면 단아하고 부드러운 귀부인 기품으로 나타나야 했다.용태호는 여운별에 예절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초청해 주어 그녀가 자격 있는 귀부인이 되도록 했다.하지만 그건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다.여운별은 지금처럼 화가 나면 화를 내고 큰소리로 욕을 하면서 누군가를 미워해도 참지 않고 자신의 증오심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다.“운별 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너무 두렵네. 엄청 무서워... 내일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운별 씨가 세력을 얻지 못하고 우리에게 복수 못 하게 해달라고 빌어야겠네? 나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생각해줘야지.”여운별의 얼굴이 파랗게 변했다.하예정은 천하의 백성 안전까지 걱정했다.여운별은 하예정을 몇 번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몇 번 노려보는 것 외에는 감히 하예정에게 어떻게 할 수 없었다.전씨 가문의 경호원들은 여운별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었다. 그녀
“하예정! 여운초는 어디 갔어? 얼른 나오라고 해! 운초가 당신의 가게에 있다는 것을 난 알고 있어. 꽃 가게에게 가보았는데 여기에 있다고 했어. 어쩜 그렇게 모질 수 있대? 잔돈 한 주머니만 주다니! 전부 1000원, 5000원짜리잖아!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친여동생인데 어떻게 이렇게 무정할 수 있어? 나는 밥 먹을 돈도 없어서 돈을 조금 달라고 했는데 전부 잔돈만 주다니! 내가 거지야?”여운별은 잔돈이 가득 들어있는 봉지를 떠올리더니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하예정과 심효진도 방금 여운초에게 이 일을 들었다.지금 이 시각, 여운별이 찾아와 돈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바람에 하예정은 여운별과 그 연습 집을 사러 온 젊은 여성을 한 사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차갑게 말했다.“너무 안 됐네. 운초 씨는 이미 가셨어. 길에서 못 만났어?”여운별이 말을 이었다.“여운초가 고급 차로 움직이고 나는 주유할 돈도 없어서 버스를 타고 왔는데 내가 정말 길에서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해?”하예정은 여전히 냉담한 태도를 유지하며 말했다.“그럼 버스를 타고 다시 꽃집에 가서 찾던가. 지금 여기 없어.”여운별은 가게를 둘러보더니 안에서 여운초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오만했던 기세가 약해진 여운별은 뻔뻔스럽게 하예정에게 말했다.“돈을 좀 줘. 난 지금 밥 먹을 돈도 없고 집세 낼 돈도 없어. 임대도 못 해서 지금 싸구려 여관에 묵고 있어. 천우가 한 달에 200만 원의 생활비를 준다고 했을 때 여운초가 그렇게 많은 돈을 주지 말라고 했어. 여운초는 우리 집 재산을 빼앗고 나를 밖에서 떠돌아다니게 해서 고생시키고 있어. 난 지금 춥고 배고프고... 여운초는 지금 천우가 나에게 주는 생활비조자도 관여하고 있어. 나를 굶겨 죽이려고 하나 봐. 나도 알아. 여운초는 내가 자기 재산을 앗아갈까 봐 날 굶겨 죽이려 한다는 걸. 그러면 우리 가문의 모든 재산을 모두 독차지할 수 있으니까. 천우 그 멍청한 자식! 내가 그렇게 믿었는데... 나중에 우리 부모님 재
“배웅할 필요 없어요. 빨리 가게로 돌아가세요. 밖이 너무 추워요.”“도착하면 우리에게 무사히 가게에 돌아갔다고 문자 주세요.”하예정이 한마디 당부했다.여운초는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얼른 들어가세요. 감기에 걸리면 안 돼요.”두 사람은 임산부였다.하예정과 심효진은 여운초가 차에 탔을 때야 비로소 가게로 돌아왔다.두 사람이 가게에 돌아온 지 겨우 30분이 지났을 때 여운별이 가게로 들어왔다.용씨 사모님의 신분이 아닌 여운별의 신분으로, 버스를 타고 왔다.관성에서 가장 큰 버스 정류장이 바로 관성 중학교 입구 맞은편에 있었기 때문에 여운별이 버스를 타고 오는 것이 매우 편리했다.여운별은 자라면서 처음으로 버스를 탔다.용태호가 보내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서점에서 여운초를 만난 사실을 들었다. 여운초가 과거에 비록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청력이 민감하기에 같은 어머니를 둔 여운별의 목소리에 가장 익숙했다.용태호는 여운별이 얼굴을 바꿀 수 있지만, 목소리는 단번에 연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여 여운초에게 그들의 계략을 간파당할까 봐 걱정되어 여운별을 길 가던 도중에 차에서 내리게 하고는 여운별의 모습을 되찾아 버스를 타고 다시 서점에 들러 여운초를 찾아가게 했다.이렇게 하면 설령 여운초 일행이 의심하더라도 여운별의 등장으로 인해 의혹이 감소할 것이다.용태호는 전태윤이 사람을 시켜 여운별을 감시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여운별이 용씨 사모님의 나타나지 않는 한, 그녀의 행방은 모두 외부에 노출되어 전태윤의 사람들이 그녀의 행방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여운별은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날 때면 전태윤의 사람들이 여운별을 보지 못할 것이다. 심지어 소씨 가문의 사람들조차 한동안 찾지 못할 것이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큰소리친 것이 아니라, 그들 용씨 가문은 정말로 전씨 가문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소씨 가문도 그들은 단지 적을 추가하고 싶지 않을 뿐, 소씨 가문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었다.“여운초!
여운초가 말했다.하예정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저녁에 태윤 씨가 돌아오면 한 번 언급해 보세요. 그런데 만약 정말 여운별이라면... 누군가와 협력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무슨 재앙이 들이닥칠지 걱정돼서 그래요. 어쨌든 조심해야 해요.”하예정은 여운초에게 조심하라고 알려주었다.하예정 본인도 조심해야 할 것이다.다행히 하예정의 생활이 매우 편안하지만, 그녀도 감히 소홀히 하지 못하고 항상 경계심을 품고 있었다.이는 강성의 이씨 가문과 관련이 있다.이은화가 자신을 키워준 맏언니조차 해쳤는데 어렵게 얻어온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쉽게 맏언니의 후손에게 돌려주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예정이 외출할 때 경호원들이 따라다녀야 한다. 그녀가 스스로 방어할 줄 안다고 해도 배속의 작은 전태윤이 부딪히면 사고가 나기 쉬울 것이다.여운초는 밖을 내다보며 말했다.“조심할게요. 운별이가 감옥에서 나온 뒤로 저도 늘 조심하고 있어요. 비가 그쳤으니 저도 꽃 가게로 돌아가겠어요.”“우리와 함께 식사하고 가요.”여운초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두 분 모두 임신하셨는데 저에게 밥을 짓게 하면 안 되죠. 저도 밥을 해드리고 싶지만, 실력이 형편없어서... 돌아가서 배달시켜 먹으면 돼요.”여운초는 눈이 멀기 전에는 요리할 줄 알았다. 추미자와 여운별의 괴롭힘을 당하는 바람에 진작 요리할 줄 알았다. 그러나 눈이 먼 뒤로 요리 솜씨도 이미 서툴러졌다.그러나 지금 그녀가 요리하고 싶어도 전이진이 동의하지 않았다.전이진은 전씨 가문 아홉 명의 도련님 중에서 요리 솜씨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한가할 때는 전이진이 요리를 하고 여운초는 단지 먹는 것만 담당했다.심효진도 웃으며 말을 건넸다.“우리는 음식을 가리지도 않아요. 저희야말로 운초 씨가 우리가 한 요리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진 씨 요리 솜씨도 엄청 좋은데, 운초 씨는 참 복을 타고났네요. 처음 운초 씨를 만났을 때 매우 날씬해 보이더니
여운초는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왠지 저의 여동생 여운별 같았어요. 몸매나 목소리도 너무 비슷한데 얼굴만 닮지 않았거든요... 운별이가 어제 리조트에 가서 우리 시어머니를 찾아 제가 너무 음흉하고 독해서 자신을 굶어 죽게 한다면서 돈을 달라고 한참을 떠들어댔거든요. 그 뒤로 저와 이진 씨가 돌아갔는데 어머님께서 1000원짜리 푼돈을 한 주머니를 가득 담고 맨 위에 5만 원 몇 장만 놓고 줬거든요. 아마 5만 원짜리 돈이 한 주머니라고 착각했을 거예요.”여운초가 의심 가는 사람의 이름을 말하자 하예정이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맞아요. 맞아요. 여운별 씨 같았어요. 말씀하시니까 생각나네요. 어제 우리 가게에 왔을 때부터 몸매가 매우 낯익다고 느꼈었는데. 운초 씨, 그 여자가 정말 운초 씨 동생 맞을까요? 변장한 건 아닐까요?”여운초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운별이는 지금 돈이 없어서 경호원을 고용할 수 없어요. 그분의 경호원도 그분을 사모님이라고 불렀거든요. 운별이가 남자 친구도 없는데 결혼은 더 말할 나위도 없죠. 게다가 분장할 이유도 없잖아요. 여운별의 성격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싶었으면 분장하지 않고 직접 찾아왔을 거예요.”여운별은 매우 오만한 사람이다. 바로 이런 오만함 때문에 큰 실수를 저질렀고 전태윤 일행을 건드리게 된 것이다. 그 후로 추미자 일행도 따라서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 감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여운초가 그 틈을 타 모든 것을 되찾았다.여운초가 오늘의 행복이 있을 수 있었던 건 모두 여운별의 오만함 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하예정은 여운별을 본 횟수가 많지 않지만 여운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입을 열었다.“그렇긴 해요. 여운별 씨가 지금 돈도 없고 남자 친구도 없는 것도 그 오만하고 나대는 성격 때문이죠. 분장하여 낯선 사람 신분으로 오지는 않을 거예요.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시댁이 누구인지 한 번 돌려서 물어봐야겠어요. 정말로 시댁이 있는지...”심효진도 끼어들어 말했다.“예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