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효진의 말처럼 남자들도 가끔 선물을 주거나 꽃다발을 주기도 해야 한다. 남자들도 선물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아져 더욱 열심히 일해서 더 많은 돈을 벌어 그녀들에게 돈을 퍼부어 준다고 했다.여운초는 심효진이 남편을 잘 다룰 줄 알기에 자신과 하예정 모두 그녀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한다고 여겼다.하예정은 심효진이 매일 연애 소설을 읽는데, 많이 읽으니 이렇게 현실 생활에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여운초는 예전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지만 소설을 거의 읽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명작을 읽었지만, 나중에는 눈이 멀어서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하여 책을 읽는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맹인 학교가 있지만, 추미자는 그녀를 보내지 않는다. 의붓아버지이자 큰아버지인 여태웅은 여운초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는 듯했지만, 사실 그녀의 생사에 신경 쓰지 않은 거나 다름없다.하여 여운초는 대학에도 가지 못했다.이제 시력을 되찾았고 여운초는 다시 책을 들고 공부하여 대학 입시 시험을 치러서 그녀의 대학 꿈을 이루고자 한다.하지만 연말이 지나야 준비할 수 있다.지금 여운초의 눈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정겨울은 여운초에게 사업에 대한 일을 처리하더라도 눈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하며, 과도하게 눈을 사용하지 말아야 만이 시력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당부했다.책을 다시 쥐고 공부하려면 당분간은 접어두어야 한다. 아니면 전이진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늦었지만 큰형이 전화 오지 않은 것으로 보면 아마 급한 일도 없을 거야. 큰형과 소정남 씨가 모두 회사에 있어서 하늘이 무너져도 두 사람은 키가 커서 견딜 수 있을 거야.”소정남의 이틀간 휴가는 이미 끝났다.오늘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전이진도 전태윤이 자신에게 이틀간 휴가를 주었으면 했다. 그러면 여운초와 잘 지낼 수 있을 텐데.전이진은 자기 일을 생각하더니 상상만 하고 있었을 뿐 그런 사치가 현실이 되기를 감히 기대하지도 않았다.“여보, 오후에 데리러 올게. 우리 같이 집에 가자.”“응. 알았어.”여운초는
“만약 우리 전씨 가문에서 딸을 낳는다면 정말 큰일을 해낸 것이나 다름없을 텐데. 몇 대 걸친 조상들조차도 무척 기뻐하실걸요.”소정남은 한참을 침묵을 지키다가 전이진에게 말했다.“당신들 전씨 가문 위에 있는 조상들은 아마 너무 기뻐서 죽을지도 몰라요.”전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저는 그냥 비유한 것뿐인데.”소정남의 과시하는 말을 듣던 전이진은 마음속으로 무척 부러워했다.결혼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전이진은 자신의 아기를 갖고 싶었다. 여자든지 남자든지를 막론하고 아기가 아기를 가져 아빠로서의 맛을 보여주기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아빠가 되기까지 2~3년은 더 기다려야 했다.여운초의 몸은 아직 조리가 잘 안 되었기에 전이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임신을 할 수 없을 것이다.전이진은 여운초가 마음속으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그녀 앞에서 아이를 좋아하는 모습을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일단 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금 이대로도 너무 좋고 행복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두 사람의 사무실은 같은 층에 있었다.하여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전이진은 여운초가 선물한 꽃다발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나서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소정남의 미소는 전이진보다 더 밝았다.같은 층에 있는 다른 직원들은 두 명의 거물이 저마다 밝게 웃는 것을 보며 마음속으로 두 사람에게 무슨 좋은 일이 있어서 저리도 찬란하게 웃는지 의아했다.전이진은 품에 꽃다발을 안고 엘리베이터를 나섰기 때문에 분명 여운초에게서 꽃다발을 선물 받을 것으로 추측하며 이해할 수는 있었다.‘그런데 소정남은 왜 기뻐하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유쾌하게 웃지?’하지만 두 분의 기분이 좋으니, 그 층 직원들도 따라서 마음을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상사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들은 조심스레 일해야 했다.두 상사가 웃음꽃을 피우는데 두 분의 아내는 어떨지...소정남은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 출근해야 했고 심효진도 자연스럽게 서점에
정씨 아저씨는 이제 돈을 벌 수 있지만, 집에서는 여전히 정씨 아주머니가 주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의 지갑은 여전히 정씨 아주머니가 단단히 관리하고 있었다. 또한, 정씨 아저씨는 그렇게 관리되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심효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요즘엔 정씨 아주머니가 욕도 덜 하죠? 욕하는 소리도 잘못 들은 것 같은데.”정씨 아저씨는 재빨리 심효진을 향해 말하지 말라는 손짓을 하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효진아. 그렇게 큰 소리로 말하면 안 돼. 아주머니는 귀가 매우 밝아서 들을 수 있거든. 바로 달려와서 날 욕할지도 몰라. 설마 욕하는 소리 듣고 싶은 건 아니지?”심효진과 하예정은 모두 입을 가리고 웃었다.“그럼 나 갈게.”정씨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떠났다.하예정은 정씨 아저씨가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심효진에게 말을 건넸다.“난 정씨 아저씨가 정말 부러워. 언제나 즐겁잖아.”낙관적인 마음을 가지면 삶은 살수록 더 나아질 것이다.“정씨 아저씨 부부는 사이가 좋고 가정도 화목하지. 비록 작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넉넉하게 행복하게 보내고 있잖아.”심효진은 자신의 가방을 내려놓고 카운터 앞에 앉았다. 카운터 위에 떡 한 봉지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 떡은 꽤 컸고 위에는 많은 참깨가 있었다.“호떡을 샀어?.”심효진은 손을 뻗어 호떡을 집어 한입 물더니 연신 칭찬했다.“꽤 맛있네.”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떡 한 조각을 집어 들고 먹으며 말했다.“맛 좀 보자. 내가 산 게 아니라 정씨 아저씨가 보내준 거야. 아저씨의 고향 특산품이라고 했어. 마침 고향 친구가 와서 고향의 특산품을 좀 가져와서 우리에게 맛을 좀 보여주려고 가져오셨거든.”하예정은 맛을 보더니 심효진의 말에 동의했다.이 떡은 그녀들이 예전에 샀던 호떡과는 좀 달랐다. 정말 맛있었다.역시 특산품다웠다.“회사로 간 줄 알았는데. 소현 언니도 회사에 있지?”심효진은 케이크를 깨물며 물었다.하예정은 말하면서 웃고 있었다.“응, 지금은 기본적으
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태아의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건 정상이야. 나도 가끔은 느끼기도 해. 하지만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아서 착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말은 이렇게 했지만, 하예정은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심효진의 배를 만지려 했다.심효진은 카운터로 돌아와 하예정이 만지도록 허락했다. 배 속의 아기는 잠을 자고 있는지 하예정이 어루만졌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마 자고 있을 거야. 아침에 깨어나면 난 분명하게 아기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 정남 씨도 만져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하더라고. 아기와 오랫동안 소통하더니 아기가 피곤했는지 자고 있어.”하예정은 웃으며 손을 거두어들였다.하예정도 곧 태아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심효진을 부러워할 필요 없었다.이때 밖에서 하이힐 발소리가 들렸다.곧 한 젊은 여인이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어제 책을 사가던 그 젊은 여인이었다. 즉 얼굴이 바뀐 여운별이었다.여운별이 들어오는 것을 본 하예정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 연습 책을 더 사려고요?”여운별은 심효진을 쳐다보고는 다시 하예정에게 시선을 돌렸다.“어제 가게에서 산 연습 책들이 시동생이 매우 유용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오늘 저에게 한 세트 더 사달라고 친구에게 선물하겠다고 해서 오늘 한 세트 더 사러 왔어요.”하예정은 일어나서 준비된 연습 책을 가지러 가며 말했다.“그럼요. 정말 유용할 거예요. 관성의 많은 중학교 학생들 모두 이 자료를 사용하거든요.”여운별은 하예정을 따라다니다가 하예정의 손에 쥔 호떡 반 조각을 보고는 마음속으로 비방했다.‘전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사람이 여기서 이런 싸구려 따위 호떡이나 먹고... 쯧쯧.’농촌에서 나온 시골뜨기가 나뭇가지에 올라가도 날지는 못하는 법이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하예정을 경멸하고 싫어했다.하예정은 운이 좋아 전태윤과 결혼하여 갑부의 사모님으로 되었다고 여겼다. 관성에서는 갑부인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 사상이 전부 개방적이라서 자식
심효진이 대답했다.“맛있어. 먹자마자 내가 맛있게 느껴지더라고.”“우리 반반씩 나누어 먹자.”하예정은 말하면서 주방으로 들어가 주머니 안에서 호떡을 꺼내 심효진에게 나누어 주었다.심효진도 사양하지 않고 받았다.책장 뒤에 숨어서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여운별은 어안이 벙벙했다.‘두 사람 혹시 평생 호떡을 먹어본 적 없었어? 검은깨가 있는 호떡이 저리도 맛있나? 두 사람이 반반씩 나누어 먹을 정도라니.’여운별은 그 호떡이 얼마나 맛있는지 무척 궁금했다.다만 그녀는 지금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나타나 아직 하예정과 친해지지 않아 그녀에게 호떡을 달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웠다.“예정 씨, 효진 씨. 안에 계세요?”익숙한 소리가 밖에서 들려오자 책장 뒤에 숨어 있던 여운별은 갑자기 얼굴색이 변했고 문득 긴장해졌다.그 소리는 여운초의 목소리였다!여운초는 막 우산을 쓰고 걸어왔다.그녀 뒤에는 전이진이 그녀를 보호하도록 배정해준 경호원이 따라 들어왔다. 여운초가 전이진과 함께 있지 않은 한, 두 명의 경호원은 항상 그녀를 따라가곤 했다.두 명의 경호원은 손수레를 끌고 있었고 그 위에는 몇 개의 녹색 화분이 놓여 있었다.이것은 하예정이 오늘 아침 서점에 도착한 뒤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어 시간이 날 때 녹색 화분 몇 개를 배달해 달라고 한 것이다.가게의 원래 있었던 화분 몇 개를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었다.원래 키우던 녹색 화분들이 무성하게 자라자, 하예정은 그것들을 여운초에게 부탁해 꽃가게로 가져가 가지를 치고 화분에 나누어 달라고 했다.여운초는 가게 직원이 꽃을 가져다주는 것을 기다렸다가 동서들에게 녹색 화분 몇 개를 골라 보내왔다.“운초 씨, 우리 여기 있어요.”하예정이 대답했다.전씨 가문의 두 경호원은 여운초를 보더니 공손하게 인사했다.여운별은 책꽂이에 있는 책을 뒤적이다가 결국 책은 땅에 떨어뜨려 소리를 냈다.“죄송해요.”여운별은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서둘러 몸을 웅크리고 그 책들을 주워 책꽂이에 다시 놓았다.그리고 계속해서
“지금 우리 가게가 바쁘지 않아서 직접 방문해서 함께 얘기하고 싶어서 왔죠.”여운초가 직접 방문한 것은 주로 동서이자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하예정은 경호원들에게 원래 있었던 몇 개의 화분을 옮겨 내가고 다시 여운초가 가져온 새로운 화분을 교체하라고 지시했다.심효진은 여운초에게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주며 말했다.“자, 따뜻한 물 한 잔 마셔요. 오늘은 기온이 내려가서 추워요.”그리고 또 경호원들에게도 따듯한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라고 했다.이 경호원들은 이미 이 서점에 대해 익숙해졌다.그들은 사모님 세 분이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운초는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카운터 위의 호떡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하지만 하예정은 그녀에게 먹어보라고 제안했다.여운초는 사양하지 않고 하나 들어서 먹어보았다.여운별은 그 호떡이 분명 맛있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초는 맛있다고 말하지 않고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일상적인 얘기를 나누었다.마지막으로 여운초가 이틀 후에 시어머니 명해은과 함께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여운초가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예정 씨, 만약 예정 씨가 임신하지 않았다면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참석할 수 있었을 텐데. 저의 어머님 앞에서 제가 예의를 갖추어 단아해 보이지만 저 사실 정말 긴장돼요. 저는 연회에 거의 참석해보지 못했거든요.”여운별은 여씨 가문의 큰 딸이다. 그러나 친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셨고 친어머니가 계모보다 더 혹독한 사람이었다.그녀는 어려서부터 행복하게 지낸 적 없었다. 열여섯 살 때 친어머니에게 처참하게 당해 어둠 속에서 살게 되면서 여씨 가문에서 하인만도 못한 생활을 했다.그런데 연회에 참석할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친엄마인 추미자는 종종 행사에 참석하고 접대 같은 것도 하지만 보통 여운별을 데리고 세상 물정을 보러 나가곤 했다.여운초가 여씨 가문의 주인으로 되었을 때 눈은 아직 치료되지 않아 연회에 참석하기도 어려웠다.하여
그러나 심효진이 남인경보다 더 복이 많아 소정남과 눈이 맞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소씨 가문의 경제적 조건은 김씨 가문보다 훨씬 나았다.심효진은 소씨 가문으로 시집갔을 때 명해은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시댁 식구들은 그녀에게 무척 다정하게 잘해주었다.남인경은 젊었을 때 김씨 가문에 시집갔지만, 시어머니에게 무시당해 많은 고생을 했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비로소 시름 놓고 편히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여운초도 따라 웃었다가 말했다.“이렇게 말해 주니 두렵지 않은 것 같아요.”“두려울 것 없어요. 예전에 갖은 고생 다 하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활에 꽃이 피었고 의지할 곳도 생겼는데 더 두려울 것 없어야죠. 운초 씨, 기억하세요. 운초 씨 배후에는 전씨 가문 전체 사람들이 서 있다는 것을요.”하예정은 큰형수님의 패기를 발휘하여 여운초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운초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적군이 쳐들어오면 장군을 보내어 막고, 홍수가 밀려오면 흙으로 둑을 쌓아 막는다고 두려울 것 하나도 없다.“예정 씨, 이 일은 이진 씨에게 절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 제가 잠시 긴장돼서 그래요.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여운초는 남편에게 사실 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그가 알게 되면 더 따라가려고 애를 쓸 것이 분명하니까.전이진을 따라오지 못하게 하면 또 여운초에게 홀로 남겨둔다고 그를 사랑하지 않느냐며 따질 것이다.여운초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할 지경이다.사적으로 전이진은 때때로 좀 유치하다.그것 또한 전이진과 부부가 된 후에야 그런 모습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성숙하고 진지하고 부드럽기만 했는데.“네. 약속드릴게요. 그런데 이진 도련님과 같이 안 가요?”“어머님께서 여자끼리 모이는 모임이라 남자가 거의 없다고 이진 씨에게 따라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이진 씨는 또 제가 어머님이랑만 놀러 간다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투덜대는데 어찌나 웃기는지.”여운초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말 속에는 행복
여운별은 용태호와 몇 마디만 통화하고는 이내 전화를 끊어버렸다.단지 용태호가 그녀에게 어디에 갔고 언제 집에 돌아가냐고 물었을 뿐이다.전화를 끊은 여운별은 더는 서점에 남아 있지 않고 당장 떠나고 싶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카운터 앞에 앉아있는 세 명의 여인과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을 바라보았다.여운별은 마음속으로 너무 질투 났다.이 작은 서점에 여섯 명의 경호원이 있었다. 하예정 일행이 각자 두 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다녔다.여운별도 지금 외출할 때 두 명의 경호원이 따라다니지만, 그 경호원들은 그녀 앞에서는 공손하게 대하고 뒤에서는 그녀를 통제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과 행동은 모두 경호원의 요구에 따라 행동해야 했기에 하예정 일행의 경호원들과는 성질이 달랐다.여운별이 얼굴을 바꾸자 하예정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여운초는 여운별의 친언니이지만 여운초는 10년 동안 눈이 멀었고 지금은 시력을 되찾았다고 해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들었다. 눈앞의 사물을 잘 볼 수 있을 뿐, 조금만 멀어도 잘 보이지 않았다.아마도 도수 높은 근시 사람들과 마찬가지일 것이다.생각해보니 여운초도 그녀의 현재 모습에 대해 너무 많은 기억이 없을 것이다.여운초가 익숙한 것은 여운별의 목소리뿐이다. 여운별은 이따가 말할 때 일부러 목소리를 바꾸기만 하면 될 일이다.이렇게 생각하며 여운별은 다시 책장으로 돌아가 연습 책 세트를 들고 실수로 한 페이지를 찢은 책을 들고 카운터로 향했다.여운별은 그 책들을 카운터에 올려놓고 며칠 동안 배운 음성 변경 능력으로 일부러 말투를 바꾸며 하예정에게 말했다.“모두 얼마죠?”여운초는 여운별이 다가와 거리가 가까워지자 여운별을 쳐다보았다. 몸매도 목소리도 익숙해서 항상 이 소리가 여운별의 목소리 같다고 느꼈지만, 막상 얼굴을 똑똑히 보니 또 잘못 본 듯했다.여운초는 시력을 되찾은 뒤 여운별과 여러 차례 맞붙어 여운별의 모습을 기억했다.하예정은 가격을 알려주었고 여운별이 결제했다. 그리고 하예정이 그 책들을 주머니에
20분 후, 두 사람의 차가 병원 주차장에 멈춰 섰다. 방윤림은 먼저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이윤미의 차 앞으로 걸어갔다.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자 방윤림은 그녀의 물건을 들어주었다.이윤미는 아버지에게 영양제 두 박스와 과일 한 바구니를 사 왔다.“주세요. 무거워요.”방윤림은 이윤미가 과일을 들게 하지 않았다. 이윤미가 일반 여자들보다 힘이 센데도 말이다.그는 어릴 때부터 무술을 익힌 사람으로서 힘이 더 드셌기에 과일 한 바구니를 들기에는 아주 거뜬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방윤림에게 과일 바구니를 들라고 했고 그녀는 한쪽 손으로 영양제 박스를 들었다.두 사람은 병원으로 걸어갔고 길을 가던 도중에 이윤미는 이윤정을 만났다. 이윤정이 구석에 숨어 있는 것으로 보면 아마 이은화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이윤미는 이윤정을 보았지만, 이윤정은 이윤미를 못 본 눈치였다.방윤림이 이윤정을 힐끗 보더니 이윤미에게 물었다.“쫓아낼까요? 가주님께서는 분명 윤정 아가씨를 보고 싶지 않을 겁니다.”이윤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내버려 둬요. 우리가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해도 윤정이는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계속 꿈을 꾸게 되는 법이죠. 꿈은 언젠가 깨질 텐데.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보고 싶어요.”방윤림은 말을 잇지 않았다.두 사람은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이윤정은 아는 사람들에게 들킬까 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사실 그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병원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진료를 받거나 환자를 방문하는 사람일 텐데 누가 낯선 사람에게 신경 쓸 여유가 있겠는가!이윤정은 강성에서 자신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관심조차 없었다. 다들 삶을 위해 뛰어다니며 노력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돈을 더 버는 것이 남을 관심하는 것보다 더 중요했다.이윤미와 방윤림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정군호가 입원한 고급 병실에 도착했다.이은화의 경호원들은 병실 복도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
고빈도 이윤미가 그녀만의 사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어쩐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더라니! 이윤미는 양부모 밑에서 잘 살지 못했지만 작은 풀처럼 굳세게 성장했다. 젊은 시절 이윤미는 그녀의 지력와 담력으로 그녀만의 상업 왕국을 만들어냈다.대단한 장사꾼이다.고현이 늘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한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아마 고현은 지금도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하예진이 나타났기에 이씨 가문의 차기 후계자가 누구인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이윤미가 후계자 자리에서 물러나면 자유롭게 시집갈 수 있고 데릴사위도 데려오지 않아도 될 것이다.고현도 이런 점을 고려해 아직도 고빈과 이윤미를 맺어주려고 했다.“누나, 알겠어. 그런데 윤미 씨 곁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어.”고빈은 일부러 귀띔해 주었다.그는 고현을 단념시켜 더는 그와 이윤미를 엮지 말았으면 했다.고빈은 이윤미의 능력을 감상할 수는 있지만, 남녀 간의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게다가 이윤미 곁에는 수호자 방윤림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고현은 동생을 보며 말을 건넸다.“윤미 씨 옆에 누가 있든 너와 무슨 상관? 내가 윤미 씨 곁에 누가 있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왜 또 이 화제를 끌어들여? 혹시 네가 윤미 씨에게 관심 있는 거 아니야? 왜 윤미 씨를 언급할 때마다 그 일을 떠올려?”고빈이 당황해하며 대답했다.“아니... 절대 아니거든!”고현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고빈을 바라보았다. 고빈은 자신이 누나가 파놓은 큰 구덩이에 뛰어들었다고 느꼈다.“누나, 난 정말 윤미 씨에게 관심 없어. 싫어하는 건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감상할 뿐이야. 그런데 내가 감상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아.”고빈의 여성 지인들이 많이 언급되면 고현은 얼굴이 바로 어두워지곤 한다.“빨리 진정한 여자 친구를 찾아봐. 호영 씨가 고자질하지 않더라도 넌 계속해서 이렇게 빈둥거리면서 놀 수는 없잖아.”고현은 큰누나티를 팍팍 내며 고빈을 혼내고 있었다.고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나도 여자
고현은 그 빨간 작은 상자를 들고 열어보더니 다시 닫으며 고빈에게 물었다.“이건 너의 여성 지인들을 달래기 위해 산 거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야.”그녀는 그 작은 상자를 고빈에게 던져주었다.“난 이런 액세서리들이 부족하지 않아. 호영 씨가 요 며칠 동안 나에게 보석과 여자 옷, 그리고 하이힐 등을 미친 듯이 사줬거든.”고현은 여성 물건들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녀 자신도 돈이 많으니, 마음에 들면 아무리 비싸도 살 수 있었다.예비 시어머니도 귀한 보석들을 고현에게 많이 주셨다.단지, 그녀가 이런 여성 액세서리들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전씨 할머니도 그녀에게 몇 가지 귀중한 보석들을 주셨다. 할머니는 민국에서 태어나 집안이 부유했지만, 그 뒤로 몰락한 적이 있었고 또다시 부자가 되었다.어르신이 소장하고 있는 보석 중 일부는 골동품이었기에 매우 귀중했다.할머니는 몇 명의 며느리를 얻은 뒤로 그 며느리들에게도 조금씩 나누어 주었고 또 일부를 남겨두었다.원래는 손녀가 태어나면 대부분 물건을 주려고 했지만 결국 소원을 이루지 못하셨다.손자며느리가 생겨도 전씨 할머니는 손자를 위해 손자 며느릿감을 골라주시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소중한 보석 액세서리들을 선물했다.어르신은 돈이 너무 많아서 이렇게 많은 것을 나누어주었지만 그녀의 창고에는 여전히 많은 액세서리가 남아있다.할머니는 앞으로 누가 그녀에게 증손녀를 낳아주면 큰 상을 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하지만 전씨 가문에 시집온 여자들은 희망을 품지 않았다.전씨 가문은 소문난 아들 천국이었다.몇 세대에 걸쳐 딸이 태어난 적 없었다.며느리들은 그녀들이 그렇게 운이 좋아 수많은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딸을 낳으리라는 희망조차 품지 않았다.고빈은 질투하며 말했다.“누나는 호영 형이 생기니까 이제 동생도 잊은 거야? 호영 형이 누나에게 준 선물은 호영 형의 성의이지, 내 마음이 아니잖아. 남매 사이에 내가 처음으로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받지 않으려 하니 너무 속상하다. 이 목걸이는 내
“우리 엄마께서 피곤해하셔서 집에 가서 쉬고 싶어 하세요. 근데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보고 돌봐달라고 하시네요.”고현 앞에서 이윤미는 숨기지 않았다.만약 그녀가 이윤미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아니었다며 아마 고현의 친한 친구로 될 수도 있었다.두 사람은 마음이 잘 맞았다.고현은 피식 웃었다. 풍자가 섞인 웃음을 지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잠시 앉아 있다가 차 한 잔을 다 마시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을 고했다.고현은 이윤미를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배웅해 주었고, 마침 위층으로 올라오는 고빈을 만났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고현 남매는 엘리베이터 입구에 서서 이윤미가 엘리베이터에 들어가는 가고 문이 닫히는 것까지 보았다.이윤미를 떠나보내고 고현 남매가 돌아가면서 고빈이 물었다.“윤미 씨가 왜 또 누나를 찾아왔어?”고현은 동생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대답했다.“계속 이씨 그룹을 위해 노력하는 척이라고 해야 하니까. 아니면 사람들이 윤미 씨가 노력하지 않는다고 수군댈 테니까.”정말 고씨 그룹과 협력하지 못한다고 해도 이윤미를 탓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미 충분히 노력하는 척했으니까.고씨 그룹과 협력하고 싶은 큰 그룹들이 아주 많았다.이씨 그룹은 실력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고현 또한 이씨 가문에 대해 큰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실을 강성에서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형.”고빈은 고현을 부르더니 다시 누나라고 불렀다.“누나, 이제 여자라는 사실을 폭로했으면서 왜 아직도 여자 옷을 안 입어? 여자 옷을 입어야 나도 누나라고 부르기 편하지. 자꾸 이렇게 남자 옷을 입으니 내가 잘못 부르고 있는 것 같잖아. 어휴, 모두가 누나의 일을 나에게 물어보는데, 가장 슬픈 사람이 나인데, 이를 누가 알아주겠어? 원래는 누나가 나 대신 비바람을 막아주어 내가 걱정 없이 잘 놀 수 있었는데 내 형이 누나로 될 줄 누가 알았겠냐고. 앞으로 나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어졌어.”무슨 일이든 고빈 스스로 해결해
“네. 이따가 병원에 갈게요. 엄마는 일찍 집에 가서 쉬세요.”이윤미는 거절하지 않고 병원에 가서 그녀의 친아버지를 돌보겠다고 약속했다.이은화는 잠시 침묵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넌 와서 한 시간만 앉아 있으면 돼. 직접 네 아버지를 돌볼 필요는 없어. 네 아빠는 널 아끼지도 않으시니까.”이은화도 처음에 이윤미에 대해 감정이 없었지만 결국 자신이 뱃속에서 열 달 만에 태어났기 때문에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감정이 곧 깊어졌다.그러나 정군호는 다르다.딸은 정군호에게 있어서 어릴 때부터 손아귀에 담고 키우지 않으면 마음 아픈 줄 모르는 사람이다.딸은 그의 정씨 성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정일범 형제야말로 정씨 성을 가진 진정한 정씨 집안의 후손이라고 여겼다.하여 이윤미가 돌아와도 정군호는 진심으로 그녀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은화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군호는 지금 병상에 누워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니 친딸 이윤미가 생각나서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허허! 진작 그럴 것이지, 이미 늦은 것 같은데...이윤미가 입을 열었다.“아버지가 저에게 어떻게 대하든 간에 저의 친아버지인걸요. 아마도 저는 아빠 복이 없나 보죠.”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사랑을 받아본 적 없었다.이윤미의 양아버지는 이윤미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늘 그녀에게 냉담하게 대했고 양어머니와 몇몇 오빠들도 본받아서 그녀를 괴롭혔다.어렸을 때, 이윤미는 오빠들이 특히 부러웠다. 부모님의 귀여움을 듬뿍 받을 수 있고 맛있고 재미있는 것들은 전부 그들에게 주었지만 유일한 딸 이윤미에게 챙겨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이윤미는 단지 그의 부모님이 남자아이만 좋아하는 줄로만 알았다.그러나 알고 보니 이윤미는 그들의 친자식이 아니었다.그러나 친부모 곁으로 돌아온 후로도 친어머니 이은화는 이윤미에게 시험해 보고 갖은 훈련을 시키면서 사랑이라곤 한치도 찾아볼 수 없었다.그리고 친아빠 정군호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이윤정이라는 수
고현도 하예진은 은근히 많이 돕고 있다.강성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관성에서 온 하예정이 전임 이 가주의 후손으로 이씨 가문의 현재 가주와 겨루러 온 것임을.하예진이 하는 사업은 이씨 가문의 가장 중요한 사업과 같은 종류였다. 이씨 가문과 경쟁하려는 의도가 뚜렷했다.이씨 가문 사람들도 몰래 하예진과 협력하고 있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었고 다시 찻잔을 들어 우아하게 맛보았다.따르릉...이윤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녀는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기를 보더니 고현에게 말했다.“저희 엄마께서 전화가 왔어요. 아마도 더는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고 싶지 않으신가 봐요.”정군호가 병원에 입원한 것도 전부 이은화가 강요한 것이다.이은화 부부는 지금 겉보기에만 평온해 보였다.이윤미는 정군호가 마음속으로 이은화를 매우 증오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이은화에게 반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그녀에게 최대한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했다.이것은 정군호가 애초부터 선택한 길이다. 누구도 탓할 수 없었다.이윤미는 고현 앞에서 이은화의 전화를 받았다.“엄마.”“윤미야, 너 지금 어디냐?”“지금 고씨 그룹에서 고 대표님과 협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어요.”“어떻게 됐어?”이은화는 이 일에 대해 희망을 품지 않았다.고현은 이씨 가문을 경멸했다.두 그룹 사이에는 거의 거래가 없었다.평소에 만났을 때, 고현은 비록 이은화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단지 인사만 했을 뿐 그녀와 아무런 거래도 하고 싶지 않았다.이씨 가문의 가주인 이은화는 고현의 마음속에서 아무런 지위도 없었다.다행히도 친딸 이윤미가 돌아와 어느 면이 고현의 마음에 들었는지 고현은 친딸에게 잘 대해 주었다.이윤미는 이윤정보다 사람 복이 많았다.이 또한 이은화가 친딸을 주인 자리에 올리려고 결정한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이씨 가문이 이윤미에게 넘겨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윤정에게 넘겨지면 곧 몰락할 것이다.“아직 결과가 없어요. 엄마
고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같이 자라서 가정도 깊고 하니 단번에 연락을 끊을 수 없었을 거예요.”“알고 있어요.”정일범 형제의 눈에는 이윤미라는 친여동생이 침입자이고, 그들 남매간의 정을 파괴하는 나쁜 사람일 것이다.이윤미가 나타남으로 인해 이윤정의 지위가 급격히 떨어졌다.처음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이은화가 늘 이윤정을 편애했으니까.모두는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이어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고, 이윤미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혐오감을 느꼈다.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씨 가문에 사고가 생기고 나서 가문을 장악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진정한 이씨 가문의 친딸 이윤미였다.따라서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사랑을 한몸에 받은 가짜 딸로 현재 패가망신하고 이씨 가문에서 쫓겨나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인생을 즐기던 이윤정은 여운별과 마찬가지로 돈이 없으면 그녀의 세 오빠에게 연락해 돈을 달라고 했다.많지는 않지만 수십만 원 정도는 거뜬히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며칠 동안 잘 잘 지낼 수 있었다.여운별은 한 번도 출근한 적이 없고 업무 경험도 없으며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았다.하지만 이윤정은 이씨 그룹의 부대표로 일하면서 실력이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일자리를 찾아 자신을 먹여 살릴만한 능력은 충분히 갖추었다.이윤정은 단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는 데 익숙해져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리고 이윤정은 양어머니인 이은화를 만나 양어머니의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이은화가 그녀를 용서해 준다면 그녀는 이씨 가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더라도 적어도 양어머니가 예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상가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녀도 이 땅에 정착할 수 있고 수입도 생겨 생활할 수 있을 것이다.비록 여운별의 상가들 사업이 매우 좋지 않았고 많은 상가가 상가를 내놓은 뒤로 아직 임대주지 않았지만, 그 상가들을 팔기만 해도 적잖은 수입이 될 것이다.집도 팔고, 차와 가게도 팔
고현이 이윤미에게 차를 대접했다.이윤미도 사양하지 않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차를 한 모금 마셨다.“좋은 차네요.”고현이 말을 이었다.“여기 있는 건 다 좋은 거예요. 호영 씨가 보낸 물건에는 후진 것 하나도 없어요.”하지만 이 차는 고현이 준비한 것이지, 전호영이 보내온 것이 아니다.“지난번에 우리가 이야기했던 일은 정말 여지가 없는 걸까요?”이윤미는 찻잔을 내려놓고 고현에게 부드럽게 물었다.고현은 깊은 눈빛으로 이윤미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저는 윤미 씨와만 협력할 거예요. 이씨 그룹과 협력하지 않을 거란 뜻이죠. 이씨 가문의 사업에 관한 일이라면 저는 협력할 마음이 없어요.”그녀가 중시하는 것은 이윤미란 사람이지 이씨 가문의 이윤미가 아니었다.이윤미가 웃으며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밤,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을 대접하겠습니다.”이윤미의 다른 신분으로 말이다.이윤미가 계속해서 물었다.“혹시 호영 씨와 약속이 있어요?”고현 숨김없이 사실대로 대답했다.“같이 밥 먹고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요.”두 사람은 스스럼없이 데이트할 수 있게 되었다.이윤미는 부러워하며 물었다.“그렇군요. 그럼 언제쯤 시간이 있으세요?”“최근 반달 동안 시간을 낼 수 없을 것 같아요. 내일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 반달 동안 휴가를 냈거든요. 호영 씨와 함께 기분 전환할 겸 여행 가기로 했거든요.”고현은 고씨 그룹을 여러 해 동안 관리했지만, 고현은 제대로 쉬어본 적 없었다. 설날에도 그녀는 여러 접대를 해야 했기에 아무런 일에도 관여하지 않는 그런 휴가를 즐겨보지 못했다.다행히 전호영이 고빈을 단단히 휘어잡아 고빈이 어쩔 수 없이 고씨 그룹의 일을 도맡았다.하여 고빈도 드디어 반달 동안 휴가를 낼 수 있었다.때때로 너무 피곤하면 고현도 마음이 지치고 무척 쉬고 싶어졌다.역시 전호영은 고빈을 무척 잘 알고 있었다.어쩐지 고현이 아는 남성이 많을 텐데 유독 전호영만 사
심효진이 편히 지내는 것을 알고 하예정도 매우 기뻤다.강성.이윤미의 차가 고씨 그룹으로 들어갔다.이씨 그룹이 고씨 그룹과 협력하려는 생각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이씨 그룹의 임시 결정권자로서 이윤미는 종종 고씨 그룹에 나타났기에 고씨 그룹 직원들도 이에 매우 익숙해졌다.고현은 이윤미에게 매우 정중히 대했고 체면도 세워주었다.하여 이윤미는 사전 예약 없이도 프런트 데스크에서 고현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면 바로 위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몇 분 후, 이윤미가 대표 사무실에 나타났다.여전히 멋진 고현의 모습에 이윤미가 감탄하며 말했다.“고 대표님, 자꾸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면 여자들의 마음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어요. 만약 고 대표님께서 우리처럼 여자 옷을 입는다면 그녀들도 곧 현실을 받아들일걸요. 여전히 남자 모습으로 다닌다면 고 대표님을 짝사랑했던 여자들의 마음이 찢어질걸요.”고현이 진짜 남자라면 고현의 연모자들 중 누군가는 반드시 강성에서 가장 뛰어난 이 남자의 마음을 움직일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현은 잠시 일을 멈추고 일어나 책상을 에돌며 이윤미에게 소파 앞에 앉으라고 했다.이윤미와 함께 들어온 비서는 고급 차와 간식을 가져와서 탁자 위를 가득 채웠다.예전에 고현의 사무실에는 비싼 손님을 대접하는 과일이 조금 있었지만, 간식은 없었다.전호영이 고현을 공개적으로 구애하고 나서부터 고현 사무실에 어떤 것이 나타나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전호영은 무엇이든 고현의 사무실로 옮겨왔고 고현은 처음에 화를 내고, 버리다가 결국 받아들이게 되었다.이제 모두가 이해했다.전호영이 동성애자가 아닌 정상적인 남자였다!전씨 가문도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모두가 전호영이 아까워 전씨 가문 어른들에게 몇 번이나 이 일을 언급하여 전호영을 애초부터 막으라고 권했다.그러나 전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들의 사상이 매우 개방적이라고, 자식들이 좋아하고 즐겁게 지내면 된다면서 전호영이 남자를 좋아하든 여자를 좋아하든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