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는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그들의 고 대표님이 정말로 여자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회사 내부에서도 난리가 났지만, 아무도 감히 고현에게 직접 물어보지 못했다.고현을 몰래 사모하던 여자들은 더더욱 하늘이 무너진 듯했다.어떻게 여자를 짝사랑하게 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어쩐지 고현이 여자들의 감정을 받아주지 않고 여자를 건드린 적도 없더라니! 알고 보니 여자였다.그는 사실 그녀였다.전호영이 고현의 마음을 훔치는 것에 성공한 것도 이제야 이해했다.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전호영은 상관하지 않지만, 고현이 자신을 여자라고 인정한 것은 사실 전호영에게도 좋은 일이다.고빈을 떠나보낸 전호영은 고현의 책상으로 가서 앉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감상했다.“저를 이렇게 쳐다보면서 뭐 하세요? 이제 고빈은 호영 씨한테 잡혀 살겠네요.”“현이 씨, 너무 사랑해요. 고빈 씨는 스스로 저한테 찾아와서 약점을 잡힌 거예요. 누가 현이 씨 앞에서 그런 짓을 하래요? 현이 씨 친동생만 아니었다면 저는 당장에서 그를 죽였을 거예요. 저와 현이 씨를 갈라놓으려 하다니. 제가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연초에 전씨 할머니는 고현의 사진을 전호영에게 주셨다.이제 곧 새해가 도착한다.비록 그가 행동이 좀 느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반년 넘게 그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녔다.조건이 좋은 전호영이 여자의 마음을 훔치는 데만 반년 이상이 걸렸다.그도 미래의 아내에게 구애하기가 정말로 쉽지 않다고 느꼈다.고현은 동생 대신 몇 마디 했다.“고빈은 절대로 진심이 아니에요. 사실 빈이는 호영 씨를 매우 좋아하거든요. 호영 씨가 그의 말을 들은 것을 알고 빈이가 무척 놀랐단 말이에요.”고빈이 방금 전호영의 비위를 맞추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떠올린 전호영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고빈 씨가 말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그가 저한테 그토록 많은 불만이 있을 줄 몰랐을 거예요. 사실 고빈 씨가 한 말도 사실인걸요. 저의 유일한 처남으로 될
사실 고현은 일정이 너무 바빠 여행을 거의 가보지 못했다.고현은 신혼여행을 하러 가는 김에 그녀가 가고 싶은 곳에 가서 경치를 감상할 겸 기분전환 하고 싶었다.“제가 현이 씨에게 보름간의 휴가를 얻어줬으니 이 보름 동안 회사의 어떤 일에도 끼어들지 말고 고빈 씨에게 맡겨보세요. 제가 현이 씨를 모시고 여행 다닐게요. 우린 아직 제대로 데이트해 보지 못했잖아요.”평소에 고현은 다른 사람들이 그녀가 동성애자라고 말하는 것을 다소 꺼렸다. 그녀는 가끔 전호영과 외출할 때도 항상 저녁까지 기다렸다가 경호원 없이 몰래 그와 함께 놀러 다니곤 했다.마치 바람을 피우는 듯 말이다.한 번도 떳떳하게 데이트한 적 없었다.그들은 모두 결혼에 관한 얘기를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정이 깊었지만, 아직 제대로 된 데이트도 해보지 못해 결국 한으로 남겨졌다.고현은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이번 주는 중요한 일들로 일정이 꽉 차서 다음 주에야 휴가를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남 비서에게 다음 주 일정으로 취소하고 모든 일을 고빈에게 맡기도록 전할게요. 그 자식이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게으른 거예요. 제 등 뒤에 숨는 것이 편하니까요. 이제 더는 나태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요.”고현은 고씨 그룹이 조만간 고빈에게 넘겨질 것으로 추측했다.그녀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강성에 남게 된다고 해도 더는 친정집 회사의 모든 짐을 짊어지고 싶지 않았다.고빈이 고현을 오해하지 않는다고 해도 앞으로 고빈의 아내가 어떻게 생각할지 누가 알겠는가?손을 놓아야 할 때는 놓아줘야 하는 법이다.고현도 그녀의 아버지처럼 회사에서 물러나 고빈에게 짐을 떠맡길 계획이다.“그럼요. 맡겨보지 않으면 고빈 씨가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를 모른다니까요. 현이 씨, 제가 데릴사위로 장가올 필요 있다고 생각하세요?”전호영은 갑자기 진지하게 고현에게 묻고 있었다.고현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우리 부모님이야 의견이 없죠. 호영 씨가 데릴사위로 장가온다면 저야 언제든지 환영이죠. 어디에서 일하
다음 주, 전호영은 고현과 함께 보름간 휴가를 떠나 그녀와 데이트도 하고 정을 쌓을 수 있다.이제 전호영 커플은 데이트할 때 더 이상 사람들의 비난받지 않을 것이다.그와 동시, 고씨 가문의 저택.화려한 홀에는 고씨 가문의 친척들로 가득 찼다.고진호 부부도 함께 앉아 있었고 하인들은 따뜻한 물과 과일 그리고 과자를 준비해서 올려왔다.고진호 부부가 휴대전화 전원을 끄면 외부 사람들의 방해를 차단할 수 있었으나친척들의 방문을 거절할 수 없었다.어떤 사람들은 고씨 가문의 본가, 즉 고진호의 사촌들이며, 한두 세대에 걸친 관계라 사이가 멀었지만 그렇다고 핏줄 관계가 섞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현이가 정말 여자야? 그 당시 남자 쌍둥이 낳았다고 하지 않았어?”고진호의 아버지 사촌 형제 고정호는 고현이 여자라는 사실을 여전히 믿지 못했다.그 해, 진미리는 쌍둥이를 임신해 고씨 가문의 사람들은 무척 기뻐했다. 드물게 쌍둥이가 태어났기 때문이다.진미리의 친정집 어머니가 쌍둥이를 낳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진미리는 그녀의 어머니 쌍둥이 유전자를 물려받았다.그녀가 출산한 뒤로 사람들은 남자 쌍둥이를 낳았다고 전해 들었다.고진호는 재빨리 해명했다.“아주버니, 우리가 쌍둥이를 낳았다는 말만 했지 남자 쌍둥이라고 말한 적이 없어요. 누가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남자 쌍둥이는 아니에요. 사실 우리는 쌍둥이 남매를 낳았거든요.”“저희 딸은 호적에 딸아이로 올렸어요. 그런데 현이가 늘 빈이처럼 꾸미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도 딸아이가 좋을 대로 지지해준 것뿐이에요. 그런데 그 뒤로... 이렇게 됐네요. 현이가 남자 옷을 즐겨 입어서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요. 현이가 어려서부터 남들이 자신을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을 꺼렸어요. 늘 빈이는 도련님이라고 부르면서 왜 자기는 아가씨라고 부르냐면서 불평을 털어놓았거든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다들 현이를 도련님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우리 저택의 하인들도 한 번 전부 바꾸는 바람에 그들도 우리 현이가 여자인 것을 몰랐어요. 현
“우리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따지러 온 게 아니잖아. 다만 현이가 여자아이라서 시름을 놓았을 뿐이야. 전에 현이가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과 동성연애를 하고 있다고 들었을 때 너희들도 여의치 않다고 들었어. 외출하면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도 고현에 관한 얘기를 물어보곤 했거든. 우리 가문의 청년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행복하게 연애를 하는데도 사람들은 고현이 정말로 게이가 아니냐고 수소문하잖아.”고정호가 말했다. 그는 따지러 온 것이 아니라, 확인하려고 온 것뿐이다.사촌 조카의 말처럼 그것은 단지 고진호 부부의 집안일일 뿐 외부인과는 무관한 일이다. 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는 사실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고진호는 그의 딸의 동성 연애설이 고씨 가문의 다른 친척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고진호 부부가 고현의 의사를 존중해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소문났을지는 모르지만 그간 고정호는 고진호를 찾아와서 고현의 일에 참견하지는 않았다.친척들도 고진호 부부가 자식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 진정으로 자식들의 결정과 선택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현이 정말 동성애자라고 해도 고진호 부부는 여전히 딸아이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아마 이런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고정호도 이 일에 관해 그들을 나무라지 않았다.“현이가 게이가 아닌 이상 현이와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과 함께한다면 명분이 제대로 서겠네. 앞으로 누가 감히 내 앞에서 내 조카 손자를 게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어.”친척들도 고정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정말 죄송하게 됐네요. 우리 가문의 젊은이들에게 누를 끼쳐 죄송해요.”고진호는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우리 빈이가 장가갈 걱정 안 해도 좋겠네. 남들이 빈의 취향을 의심하면 상대를 바꾸면 그뿐이야. 우리 빈이가 정상이라면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앞으로 현이가 시집가면 결혼식은 반드시 성대하게 치러야죠. 화려하게 꾸며서 모든 사람에게 우리 현이가 정상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죠.”“그럼요. 그럼요.”모두 제각기 맞장구치
그러나 전호영이 공개적으로 고현을 구애했고 강수빈은 다른 연모자들과 함께 전호영과의 말싸움에서 진 뒤로 마음을 바로 접어버렸다.원래 연적도 많은 데다 전호영까지 한 명 더 추가되니 강수빈은 자신이 승산이 없다고 생각되어 진작에 단념하고 목표를 바꾸었다.이제 그녀도 새로운 애인이 생겼는데, 남서연이 기어코 그녀를 끌고 고씨 가문의 저택으로 와서 사실을 확인하려 들었다.강수빈은 무척 놀랐지만, 지금은 그녀와 무관한 일로 되었다.“이런 소문은 직접 와서 확인해 봐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남들에게 말할 때도 설득력이 있지.”강수빈은 정색하며 물었다.“엄마는 단지 사실을 확인해서 이 소문을 퍼뜨리려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예요?”“그만 말해. 집사님이 나오셨어.”남서연은 강수빈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사람들이 소문의 진실의 여부를 알아보러 온 이유가 바로 소문을 퍼뜨리기 위함이 아니겠는가!집사는 재빨리 걸어 나와 죄송스러운 표정으로 남서연 모녀에게 진미리의 뜻을 전했다.곧 집사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실외 주차장에 차들이 꽉 차 있는 거로 보니 아마도 수많은 사람이 찾아온 모양이야. 딸, 가자. 들어갈 생각은 접어야겠어. 고씨 가문의 큰 사모님 자리는 아마도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하니 내 마음도 좀 편해지네. 고빈 도련님한테는 관심 있어? 그분은 진정한 남자거든.”“엄마, 저 좋아하는 사람 있거든요.”강수빈은 몸을 돌려 그녀의 차로 향했고 더는 남서연과 함께 남의 집 일에 관해 이야기하기 싫었다.고빈은 바람둥이인데 그를 원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고빈은 사실 바람둥이가 아닌데도 말이다.이씨 가문의 저택.정원에서는 이씨 가문의 세 사모님이 그네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녀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거로 보니 아마도 기분 좋은 일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이윤정을 이씨 가문의 저택에서 쫓아내 복수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은화의 마음속에도 답이 생겼을 것이다.조윤 일행에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을 생각해 보더니 그녀들은
이윤정은 여전히 화사한 옷차림으로 한가롭게 작은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그 정원에는 그네도 설치되어 있었다.김여희와 박수아는 모두 이 작은 정원이 익숙하게 느껴졌다.조윤의 싸늘한 표정으로 사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정원은 너무 익숙한 정원이었다.그 당시 조윤이 정일범에게 시집갈 때 이은화가 조윤 부부에게 마련해준 신혼집이었다. 부동산 소유증에는 지금도 조윤과 정일범의 이름이 적혀있다.결혼 후 조윤 부부는 이씨 가문의 큰 저택에 머물게 되면서 그 작은 별장은 가끔 휴가를 보낼 때마다 잠시 머물렀다.이윤정 그녀의 신혼집에 나타난 것으로 보면 묻지 않아도 정일범이 벌인 짓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형수님, 이...이 사진들은 누가 보내왔을까요?”김여희는 동정 어린 눈으로 조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만약 그녀의 남편이 이윤정을 그 별장에 머물게 한다면 김여희는 아마 남편을 갈기갈기 찢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김여희는 남편 형제들이 이윤정을 끔찍이도 아끼는 걸 생각하면서 이번에 정일범이 이윤정을 받아주게 되면 다음에는 그녀의 남편 혹은 박수아의 남편이 이윤정을 챙겨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렇게 생각한 김여희는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이씨 가문으로 처음 시집왔을 때 김여희의 남편 정일군이 이윤정을 무척 귀여워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그닥 내키지 않았다.이윤정 또한 성인이 되었는데도 정일범 형제들에게 찰싹 달라붙으며 과분한 행동하는 것을 보며 마땅하지 않다고 여겼다.그러나 시댁은 여자가 후계자 자리를 이어받아야 하는 것을 떠올렸고 이윤정이 미래의 가주로 될 것을 고려하여 조윤 일행은 하는 수없이 시누이 이윤정의 비위를 맞추어 주고 있었다.하여 김여희도 뭐라고 말하기가 난처했다.그러다가 이윤정이 그들의 친 시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은화가 여전히 이윤정을 아끼고 오히려 친딸 이윤미에게 냉담하게 대하며 심지어 욕까지 했다. 그 광경을 보더니 김여희는 조윤과 박수아처럼 이윤정에게 잘 대해야 한다고 느꼈다.이윤미는 시
울화가 치밀어 올라 미칠 지경이었지만 조윤은 이성을 되찾았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입을 열었다.“누군가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지?”박수아가 잠시 고민하더니 떠보는 식으로 이름 하나를 떠올렸다. “방금 오신 분 아닐까요?”하예진을 말하고 있었다.바로 하예진이 꾸민 일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 바로 이씨 가문 내부 사람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다.조윤은 그 사진들을 봉투에 넣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그 사진들을 다니 꺼내 핸드폰으로 사진 찍어 이윤미에게 보내면서 메시지도 함께 보냈다.[윤미야, 방금 이 봉투를 받았는데 이 안에 있는 사진들은 네가 찍은 거야?]조윤도 사실 마음속으로 하예진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하지만 이윤미에게 물어보는 척하면서 떠볼겸 그녀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어쨌든 이씨 가문은 이윤미에게 넘겨질 테니까.조윤 일행의 남편들은 이미 희망이 없지만, 그녀들의 자녀도 살아가야 했기에 이윤미의 보살핌에 의지해야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윤미가 딸을 낳지 못한다면 아마 조카딸 중에서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녀들의 딸에게도 희망이 생기게 된다.조윤의 딸은 올해 9월 중학교에 갓 입학해 강성에서 가장 좋은 사립 학교에 다니고 있다. 기숙 학교라 집과 매우 가깝지만 학교에서 생활해야 했고 평소에도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다.성적도 무척 좋고 이윤미와 좀 닮은 편이라 이윤미도 그 조카딸을 무척 예뻐했다.곧 이윤미가 회답했다.[형수님, 제가 찍은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윤정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저를 찾아오지도 않았기도 했고 저도 당분간 윤정을 지켜볼 시간이 없었어요. 여기가 어디예요?”이씨 가문에 사고가 생겨 혼란스러운 탓으로 이윤미는 미래의 가주로서 땅에 발을 붙일 새도 없이 바빴다.조윤도 이윤미의 말을 믿기로 했다.[내가 네 오빠에게 시집갔을 때 어머님께서 마련해주신 신혼집이야. 평소 아이들이 방학이 되어야만 그 별장에 가서 며칠 지내다가 오곤 했거든. 그런데 지금 네 오빠가
이윤미는 다시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형수님, 그리고 윤정에게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고 대표님이 사실 여자라고 전해주는 것을 잊지 마세요.]조윤은 놀란 듯 되물었다.[윤미야, 사실이야? 고 대표님이 호영 도련님을 위해 치마를 입은 거 아니었어?”이윤미가 웃으며 회답했다.[형수님들은 고 대표님 성격을 몰라서 그래요. 고 대표님이 만약 정말로 남자라면 치마를 입고 연회에 참석하지 않았을 거예요. 윤정이 보고 단념하라고 전해주세요.]이윤미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이윤미는 이윤정이 자신이 이씨 가문에 돌아온 후에도 오만하게 굴더니 지금 어떻게 날뛰는가 지켜보고 싶었다. 지금 또 조윤 일행이 이윤정을 꽉 물고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으니 이윤정이 다른 재벌가의 내연녀로 되지 않는 한 친부모를 찾아 생활해야 할 것이다.그러나 이윤정은 어려서부터 응석받이로 자랐으니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조윤 일행이 한 일을 이윤미도 다 알고 있었지만, 이윤정을 괴롭히는 것을 눈감아주면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어쨌든 이윤미한테도 유리했기 때문이다.이씨 가문의 가족들은 언젠가 정리될 것이다. 물론 한집안의 사람들부터 없애버릴 것이다.조윤은 두 동서에게 말을 건넸다.“가요. 그 천한 X을 찾아 결판을 내러 가요. 무슨 자격으로 제 신혼집에서 머물고 있는지.”그 별장은 이은화가 조윤 부부를 위해 마련한 신혼집이고 부동산 소유증에도 그녀의 이름이 적혀있는데 정일범은 그녀의 허락도 없이 이윤정을 그 별장에 살게 했다. 이은화의 명령도 무시한 채 그는 여전히 이윤정을 돕고 있었다.이윤정은 더는 이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다.조윤의 신혼집은 이씨 가문 저택에서 차로 1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은 거리로 그리 멀지 않았다.이은화는 세 아들이 결혼할 때 신혼집을 마련해 주었다. 신혼집은 이씨 가문 저택에서 너무 멀지 않아 아들들이 자주 와서 이은화를 볼 수 있게끔 했다. 그러나 정일범 형제는 결혼 후에도 여전히 이씨 가문 저택에 머물며 신혼집은 휴가를 보낼 때만 사용되었다.얼마 지나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