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범은 동생들을 데리고 하예진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예진 씨, 저는 이씨 가문의 맏이, 정일범이라고 합니다. 촌수로 따지면 제가 큰외삼촌이 된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그리고 여기는 둘째, 셋째 동생들이에요. 윤정아, 너와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일 거야.”정일범은 자기 동생들을 한 명씩 소개해 줬다.하지만 하예진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 그를 큰외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이은화와 만났을 때도 제대로 예의를 갖춰 부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여태껏 단 한 번도 이경혜와 하예진의 어머니가 그녀의 조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지난번에 이은화가 성씨 가문에 가서 이경혜를 만났을 때도 너무 티가 나게 불쾌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애가 생길 리 있나.지금 그들 사이에는 오직 원한만 남아있다. 이때, 이윤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어른을 보고도 인사 한마디 안 하다니. 이래서 가정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티 나는가 봅니다.”그녀의 말에 하예진이 되물었다.“무슨 근거로 그쪽이 어른이에요? 이모도 제 앞에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당신이 뭐라고 제가 예의를 갖춰야 하죠? 더구나 진짜 이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 주제에 왜 끼어들어요?”몇 마디의 독설로 단번에 이윤정의 입을 닫게 했다.하예진에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었으나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다. “예진 씨, 이만 들어가서 이야기 나눕시다. 엄마가 아까부터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이윤미는 그런 이윤정을 못 본 척하더니 하예진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이씨 가문 저택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했다.정일범과 같이 온 동생들은 그들을 곧바로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가 두 사람이 어느새 멀어진 걸 확인한 뒤에야 이윤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정일범에게 말했다.“오빠, 언니는 날이 지날수록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그리고 저 하예진, 저 계집애는 고아에 이혼까지 당한 주
하여 하예진이 이 가주 자리를 탐내든 말든, 그들의 차례는 멀었다고 볼 수 있다.반드시 이씨 가문에 여자 씨가 말랐다고 해야만 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윤미가 하예진 씨를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던데? 마치 친자매처럼 말이야.”비록 두 사람 사이에 촌수가 많이 차이 나지만 이윤미는 마치 친자매처럼 그녀를 살갑게 대해줬다.하예진도 이윤미의 체면을 고려해 똑같이 친절하게 맞이했다.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이윤정은 또다시 이윤미에 대한 질투심이 마구 피어올랐다. 지금 그녀가 누리고 있는 권력, 지위, 신분 모든 게 원래 자기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윤미만 아니었다면 아마 이윤정이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 다음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지금처럼 밖에서 무시당하는 게 아닌, 모두가 그녀를 우러러보고 깍듯이 대해줬을 텐데.예전에 친했던 친구들도 그녀의 신분 변화로 인해 점점 연락이 뜸해지면서 그제야 그 사람들도 전부 자신의 신분적 지위를 노리고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이은화의 양딸이 된 후, 아무리 이씨 성으로 바뀌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굴러들어 온 가짜 딸로 보였다.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괜찮은 가문의 딸들이었기에 이윤정이 수준도 안 맞고 지위도 다르다고 생각해 그녀와 거리를 점점 두게 되었다.또한 그녀를 그리워하던 2세 조상도 이제는 이윤미한테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솔직히 외모는 이윤정이 더욱 뛰어났지만 이 사회는 아주 냉정했다.“윤미는 예전부터 연기력이 뛰어나 우리도 자주 속았잖아. 그만 들어가자. 엄마 말대로 일찍부터 손님을 맞이했고 이제 도착했으니 우리도 들어가야지. 우리가 자리에 없다고 엄마 앞에서 우리에 대해 함부로 말할지 누가 알아?”“아버지는 보이지도 않네. 이따 설득하러 가야겠다.”정일범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어차피 요즘 다 몸을 사려야 하니 더 이상 실수하면 안 돼. 아니면 엄마가 우리를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정일군이 조심스레 말했다.
그 말에 정일호는 잔뜩 겁을 먹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들은 사람이 없겠지?”문득 자기 집인데도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정일호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점점 이씨 가문의 규칙들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다른 가문의 후계자라면 보통 다 남자인데 이씨 가문만 여자였다.또한 이씨 가문에서 남자보다 여자의 지위가 더 높았다. 아무리 이씨 가문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저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주 자리는 꿈도 못 꾸는 신세였다.“이미 우리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마 듣지는 못했을 거야. 근데 오늘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건데 아무리 지금 밖에 묶어둔 여자들이 그리워도 혹시나 새언니들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 아무리 엄마가 오빠들 편을 든다고 해도 새언니네 집에서 찾아오면 혼나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러다가 혹시나 이혼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정일범이 답했다.“그 여자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데리고 노는 거지, 미쳤다고 집까지 데리고 오겠어? 그리고 하나같이 집안 형편이나 신분을 봐도 우리 가문이랑 수준이 안 맞아.”그가 지금 데리고 있는 내연녀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매달 몇십만 원씩 용돈을 줘도 엄청 고마워했다.또한 정일범의 아내는 명문가 딸은 아니었지만 작은 사업을 하는 집안이라 어느 정도 그에게 도움 주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정일범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 진작에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돈을 벌려고 했다. 이씨 그룹에서 자신은 그래도 꽤 높은 자리에 있고 거기에 처가의 도움을 빌려 밖에서 공동 사업을 하게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그 돈은 전부 정일범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하지만 처가 쪽에서 그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들을 아직 손에 쥐고 있어서 만약 아내와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들은 곧바로 그 증거들을 이은화한테 넘겨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일범의 인생은 여기서 끝났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아이까지
정일군이 다시 재촉했다.네 사람은 이윤미가 혹시나 이은화 앞에서 자기 험담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되어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갔다.이윤미가 하예진을 데리고 오는 모습에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쏠리게 되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하예진의 얼굴이 낯익은 것 같았다.이은화는 이미 상석에 앉아 있었고 그녀의 주위에도 사람들이 빼곡히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는데 모두 이씨 가문에서는 꽤 높은 지위와 신분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예진아, 어서 와.”이은화는 하예진을 반갑게 맞이한 뒤 집사에게 당부했다.“예진이한테 의자 하나만 갖다줘.”이때, 하예진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집사가 서둘러 작은 의자 하나를 갖고 오는 모습에 코웃음을 치며 이은화에게 말했다.“저를 초대할 마음이 애초에 없었다면 이렇게 가식 떨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멀리서 온 것도 알고 특별히 하루 호텔까지 와서 저를 여기에 데려왔으면서 제가 앉을 자리조차 마련하지 않았네요. 오늘 이 대표님의 접대 방식에 다시 한번 놀라고 갑니다.”말을 마친 뒤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만 가자!”“예진아.”이은화가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세웠다.“이 중에 너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 있는지 어디 한번 봐봐. 너한테는 모두 어르신들인데 저 분들더러 자리를 양보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이 자리에 앉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네 체면은 세워준 거야.”순간 모든 사람은 분위기에 얼어버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사실 눈앞에 저 여자 누구인지, 어디에서 왔는지만 듣고도 그녀가 가문의 후계자란걸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촌수로 따지면 여기 앉아 있는 사람들이 전부 하예진한테는 어른뻘이지만 그녀는 전임 가주의 후계자이고 또 이씨 가문의 규칙대로라면 하예진 이야말로 진짜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기에 아무리 촌수가 높다고 해도 하예진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이은화도 사실 이걸 이용해서 하예진의 기선을 제압하려 했다.의도는 당연히 하예진이 돌아옴으로써 이윤미의 자리를 넘보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다.그녀의 말에
“예진 씨.”이윤미는 하예진한테 다가가 정중히 사과했다.“저희 엄마가 연세가 있어서 노망났나 봅니다. 방금 말이 좀 지나친 것 같은데 제가 대신해서 사과드릴게요.”이때 하예진이 답했다.“이건 이 대표님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이왕 이 대표님께서 저를 손님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제가 가는 게 맞습니다.”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자기 경호원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은화는 자기 친딸 때문에 짜증 나 죽겠는데 하예진까지 자신을 무시하니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예전에 관성에 가서 이경혜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이은화에게 만약 하예진과 이윤미가 신분 자리를 놓고 싸워도 상관하지 말라고 부탁했다. 또한 하예진을 이씨 가문의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그게 걸맞은 대우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하지만 이은화는 이 부탁을 들어주기 싫었다. 이미 하예진이 자기 큰조카 딸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오늘 특별히 이런 자리에 초대해 어르신들의 기개를 빌려 그녀의 기를 죽이려 했다.하지만 하예진은 그들을 진짜 가족 어르신들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이씨 가문에서 특별히 자신을 초대해서 왔는데 이런 강압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이건 분명 손님 대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자신을 달가워하지도 않는 자리에 굳이 남아 있을 필요가 있을까?하예진은 두말없이 바로 자리를 떴다.오고 싶지도 않았는데 이은화가 사람까지 보내서 초대한 자리였다.“예진아.”하예진이 집 밖으로 나가려는데 갑자기 이은화가 그녀를 부르면서 이윤미와 함께 다가왔다.그리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말했다.“예진아, 네 외할머니는 내 친언니야. 나도 네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고. 그러면 내가 네 이모할머니가 되는 것이고 지금 전체 이씨 가문을 관리하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내 아랫사람이 맞아.”“또한 이 집안에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네 어르신일거야... 아마 언니가 죽지 않았다면 네가 언니 뒤를 이어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겠지. 우리 이씨 가문에서 후계자의 지
“오늘 밤, 예진 씨가 우리 이씨 가문의 귀한 손님일 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예진 씨가 누구인지, 우리 이씨 가문에서 어떤 신분인지를 알려드리기 위함이에요. 오늘부로 여러분께서 집으로 돌아가신 후 가족들에게 앞으로 우연히 예진이를 만나게 되더라도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해야 한다고 꼭 전하세요.”모두가 이은화를 보고 있었다.이은화는 내심 친딸이 제멋대로 결정한다고 불만스러웠지만, 이씨 가문은 조만간 이윤미가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도 내뱉지 않았다.하예진을 추켜세워 가문 후계자의 신분을 주는 것도 이윤미에게 큰 시련이 될 것이다.이윤정은 이윤미와 싸울 자본이 없지만, 하예진에게는 있었다.이은화는 딸 이윤미가 하예진의 지위를 추켜세워주고 하예진과 공평하게 경쟁하기를 원한다면 이윤미의 의사를 존중해 주려고 했다.만약 이 경쟁에서 이윤미가 이겨서 당당하게 이씨 가문의 대표 자리에 앉게 되면 다른 사람의 더는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만약 이윤미가 지게 된다면... 이씨 가문의 대표 자리가 다시 이은숙 후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면, 그것은 아마 하늘의 뜻일 것이다.물론 이은화도 자신이 빼앗은 모든 것이 다시 이은숙 쪽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이윤미가 능력이 부족해 하예진에게 졌어도 이은화에게는 아들이 셋이나 있기 때문에 이씨 가문의 남자들도 그룹을 계승할 수 있도록 이씨 가문의 규칙을 개정하면 그뿐이다. 혹은 공개적으로 가문의 사람 중에서 능력이 뛰어난 젊은 여성을 선택하고 배양해서 하예진과 계속 싸우는 방법도 있다.이은화가 살아 있는 한 이은숙의 후손들은 쉽게 주인 자리에 앉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반복적으로 깊이 생각한 뒤, 결국 이윤미가 결정한 사항을 반대하지 않았다.“윤미가 한 말이 바로 제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아까 제가 노망났나 봐요.”이은화가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현장의 사람들은 하예진에 대한 태도가 더 공손해졌다.하예진은 속으로 비웃었다.이은화
“그럼 내가 앞으로 도움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나에게 꼭 말해. 내가 실력이 막강한 것은 아니지만 인맥이 넓어 너에게 도움은 될 거야. 이번에 사업차 온 거지?”하예진이 대답했다.“그럼요. 아니면 이모할머니 생각에는 제가 무슨 일로 여기로 왔다고 생각하세요?”그녀는 이은화에게 되물었다.이은화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네가 여기로 와서 이씨 성을 바꾸러 온 줄 알았어.”“저는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제 몸에 이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는 한 저는 이씨 가문의 후손인걸요. 제가 이씨 성으로 바꾸지 않는다고 해도 제가 전임 가주의 후손이라는 사실만은 지울 수 없어요.”하예진은 마치 두 번째 이경혜처럼 늘 이은화에게 가시 돋친 말을 했다.이경혜의 성격과 능력은 이은숙을 무척 닮았다. 하예진은 이은숙의 핏줄을 이어받은 후손으로서 이윤미와 겨룰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다.“가주님. 연회를 시작하셔도 됩니다.”이씨 가문의 집사 진숙녀가 때마침 다가와서 이은화에게 공손히 말했다.그러자 이은화가 웃으며 모두에게 말했다.“자, 그럼 모두들 자리에 앉으세요!”이은화는 몸을 일으키며 하예진에게 말을 건넸다.“예진아, 가자. 우리도 자리에 앉자. 네 경호원은 우리 집사와 함께 밖에 나가서 기다리시라고 해. 어쨌든 우리 가문의 연회이니 우리 가족밖에 참석할 수 있거든. 내 경호원들도 밖에 있는걸.”하예진이 말하기도 전에 이은화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네 경호원들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밥 먹게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내쫓는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네 경호원은 너와 함께 여기로 왔기 때문에 갈 때도 너와 함께 떠나게 될 거야.”하예진은 경호원들에게 진숙녀를 따라 나가라고 지시했다.이은화는 하예진과 함께 그녀들의 자리로 향했다.두 사람은 함께 앞에서 걸어갔고 이윤미는 말없이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이윤미는 이은화가 하예진을 연회에 초대한 이유가 그녀에게 위세를 떨치거나 괴롭히기 위해서가 아닐 거라고 여겼다.연회에는 수많은 눈이 지켜보고
이은화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일어나 자식들에게 말했다.“고 대표님께서 오셨어. 나와 함께 마중하러 나가자.”전호영이 오는 것에 대해 이은화는 놀라지 않았다.하예진의 뒤에는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이라는 신분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긴 했으나 강성에서 전씨 가문의 세력은 고씨 가문에 미치지 못했기에 이은화는 고씨 가문을 더 중히 여겼다.이은화가 초대하지 않았는데도 고현이 온 것을 보면 아마도 고현이 하예진의 후원자라는 것을 이은화에게 알려주기 위함일 것이다.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하예진의 강성 후원자가 바로 고씨 가문이라는 것을 암시해준 것과 다름없다.고현이 왔다는 소식을 들은 이윤정은 매우 긴장해 하면서 급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평범한 옷차림을 내려다보았다. 이윤정은 오늘 밤 하예진만 온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예쁜 드레스를 입지 않았다.지금 위층으로 올라가서 드레스로 갈아입는다고 해도 이미 늦었다.다행히 그녀의 일상 옷차림의 스타일도 참신하고 트렌디하여 단정하고 고급스러움이 돋보였다.게다가 이윤정은 젊고 예쁘며 몸매도 좋았다.예쁜 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현장의 사람들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다.자신감이 넘친 이윤정은 이윤미를 힐끗 쳐다보더니 일어나 이은화의 곁을 따라다녔다. 그렇게 하면 고현이 그녀에게 시선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하예진은 따라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아직 이씨 가문의 주인이 아니니 손님을 접대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짝퉁 딸 이윤정이 이윤미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본 하예진의 눈은 반짝거렸다.이윤정이 고현을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사실을 하예진도 전해 들은 적 있었다.고현은 이윤미에게 온화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지만, 이윤정을 무시했다. 이는 이윤정을 화가 치밀어 오르게 했다.고현이 나중에 여성의 신분을 밝히면 이윤정은 아마 입이 떡 벌어질 것이고 가슴도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고 하예진이 마음속으로 비방했다.이은화가 자식들과 며느리를
전현민은 자리를 옮기며 그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전이진에게 그의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전이진은 소파에 앉아 명해은 앞에 있는 큰 상자를 보더니 조용히 전현민에게 물었다.“아빠, 엄마가 또 뭘 구해서 운초 씨에게 주려고 그러신대요?”“혼수함이야. 복고풍이지. 네 엄마가 젊었을 적 착용하셨던 건데 소장해두었다가 오늘 밤 생각나셔서 꺼내서 운초에게 주려는 참이야. 운초는 타고난 몸매로 귀티 나는 분위기를 가졌기에 분명 어울릴 거야.”전이진이 함박웃음 지으며 말했다.“엄마의 훈수함에 들어있는 보석들을 이미 운초 씨에게 몇 세트나 주었는데 아직도 주시려고요? 제 밑에 아직 두 명의 남동생이나 있는데 앞으로 며느리 두 명이 또 생길 텐데.”명해은은 좋은 물건이 생기기만 하면 여운초에게 선물하곤 했다. 전이진은 물론 너무 좋지만 앞으로 두 제수에게도 남겨두어야 한다고 명해은을 설득했다.앞으로 두 제수가 명해은이 너무 편파적이라고 말하지 않도록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제지하려 했다.전이진은 자신의 아내가 보석 액세서리들이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또 그가 여운초에게 준 보석 액세서리들만 해도 이미 너무 많다고 여겼다.전현민이 말을 이었다.“네 엄마와 큰어머니 그리고 숙모들이 그녀들만의 보물 창고가 있는 거 몰라서 그래? 엄청 많아. 네 엄마가 나에게 시집올 때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정말 많았거든. 넌 우리 장남이고 운초도 우리 첫 번째 며느리기 때문에 네 엄마가 가장 아끼시는 거든. 그러니 그 보석들도 세 며느리가 물려받을 것이지만 당연히 첫째 며느리에게 더 많이 줘야지. 네 미래의 두 제수는 아마 개의치도 않을걸. 네 할머니께서 며느릿감을 고르실 때 인품을 가장 중요시하니까. 만약 마음이 좁고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네 할머니께서는 아마 마음에 들어 하지도 않으실 거야. 걱정하지 마.”전이진은 입을 삐죽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아빠, 엄마가 제가 해야 할 일들을 다 뺏앗아간 것 같지 않아요? 엄마는 항상 그렇게 보석 액세서리들을 제 아내에
“지율이도 곧 겨울방학이겠네. 방학인데 형으로서 같이 놀러 나가. 지금 애들이 얼마나 스트레슬 받으며 공부하는데.”여운초는 전지율의 성적이 매우 좋다고 전해 들었다.대학 입시에서 실패하지 않는 한 중점 대학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방학이 되면 학원도 다녀야 할 거야. 며칠 지나면 설인데, 당신도 이렇게 말하는데 내가 방학 때 데리고 나가서 며칠 놀아줘야겠어.”나가서 논다고 생각하던 전이진은 또 흥미진진하게 물었다.“여보, 우리 눈 보러 갈래? 진짜 눈을 본 적이 있어?”“본 적은 없지만, 추위를 느껴본 적이 있어. 예전에 작은고모가 나를 데리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유명한 의사를 찾아다녔거든. 그때는 볼 수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어.”시력을 잃기 전에는 추미자의 요구 때문에 여운초는 함께 여행을 갈 수 없었고 따라서 눈을 본 적도 없었다.빛이 보이지 않기 전에 여운초가 가장 멀리 가보았던 곳이 바로 작은고모 여준희의 집이었다. 그러나 여준희의 집 구역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우리 설날에 눈을 보러 갈까?”여운초는 꽤 마음이 흔들렸지만,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내년에 다시 계획하는 게 좋겠어. 지금은 볼 수 있지만, 거리가 좀 멀면 여전히 잘 보이지 않아. 놀러 가면 눈앞의 경치만 볼 수 있기에 너무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 거야. 빙설 세계가 엄청 아름답다고 하던데, 아마 그 아름다운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거야.”전이진은 여운초의 눈을 안타깝게 바라보았다.그녀는 웃으며 말을 건넸다.“여보, 그렇게 쳐다볼 필요 없어. 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해. 정말이야. 난 내가 정말로 남은 인생을 어둠 속에서 보낼 줄 알았는데, 언젠가 다시 빛을 보게 될 줄은 몰랐어.”여운초는 멈춰 서서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만지자 전이진은 눈을 지그시 감고 그녀를 만지게 했다.전이진의 눈을 만지다가 여운초는 다시 그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그녀는 예전에 전이진의 얼굴을 만지는 것을 통해 그의 얼굴을 상상하곤 했다.전이진은 그녀를
“어머님과 아버님께서 저에게 잘해주시는데 저도 빨리 아이를 낳고 싶어. 아이를 엄청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여운초는 말하면서 자신의 아랫배를 만졌다.여운초가 임신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전이진은 밤마다 전투력이 특히 강했다.정상적인 여자였으면 전이진의 노력으로 아마 심효진처럼 결혼 한 달 만에 임신할 수 있을 것이다.“서두르지 마. 우린 아직 젊고 결혼식도 치르지 않았잖아. 먼저 몸조리부터 하고 우리 몇 년 동안 우리만의 세상을 갖자.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전이진은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급급하지 않았다.설령 여운초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더라도 너무 일찍 아이를 낳을 계획이 없었다. 빠르면 결혼 후 1년 후에 아이를 한 명 낳는 것을 고려했다.“여보,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사실 난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남들이 아리를 보기엔 너무 귀여울지 몰라도 당신이 아기를 낳고 돌본다면 미쳐버릴 수도 있어. 누구나 다 우빈처럼 철든 건 아니거든. 예전에 형수님께서 말씀하신 적 있는데 우빈처럼 말을 잘 듣는 아이도 저녁이 되면 안고 걸어 다녀야 잘 수 있대. 잠이 들고 침대에 놓으면 또 깨어나서 보채서 다시 안고 방안에서 돌아다니면서 재워야 했대.”“형수님께서는 예진 누나의 산후조리 할 때 거의 10킬로나 빠졌다고 했거든. 얼마나 힘들었겠어. 우리 집 같은 경우는 그래도 낳은 편이지. 어르신들 모두 모두 한가하고 보모가 도와주기도 하면 그뿐인걸.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엄마가 스스로 돌보며 감정을 키울 수밖에 없대. 비록 친자식일지라도 감정은 키워야 하거든. 아기를 돌보는 것이 엄청 힘들대. 우린 마음껏 놀고 다시 아기 낳자.”여운초는 그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마치 아기를 키워본 듯한 어조로 말하네! 아기를 키워본 사람조차 만나보지 못한 건 아니고?”“내가 아홉째 지율이를 키워본 적 있거든. 지율이가 나보다 열몇 살이나 어려. 지율이가 막 태어났을 때, 우리 형제들이 데려다 키운 적 있어. 너무 귀여웠는데 울면서
전이진이 대답했다.“나 같았으면 일전 한 푼도 주지 않았을 텐데.”“매일 돈을 물 쓰듯 하고 일도 안 하는데, 돈 몇만 원만 주어서 굶겨 죽이지만 않으면 돼. 단번에 죽으면 내가 점점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없잖아. 운별은 날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할 거야. 예전에 이진 씨에게 시집가고 싶어 했거든.. 내가 당신을 알기 전에 난 우리 엄마가 운별에게 어느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그녀와 어울리는지를 분석해 주는 것을 들은 적 있어. 한참을 생각하더니 결국 이진 씨를 고르게 된 거지. 운별은 어리고 기세가 넘치며 사랑도 많이 받으면서 자라 우리 엄마가 이진 씨를 고르게 되면 반드시 이진 씨에게 시집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거든. 반드시 전씨 가문으로 시집갈 수 있는 줄로만 알고 이미 이진 씨에게 마음을 주었거든. 그래서 지금 나를 엄청나게 미워하고 있어.”여운초는 피식 웃으며 계속해서 말했다.“운별이가 나를 미워할수록 나는 운별이를 더 살려놔야 해. 운별이가 시집가고 싶어 하는 남자에게 내가 시집가서 사랑받으며 보호받는 모습을 보여주어 화를 돋우고 싶어.”한 사람에게 복수하려면 그의 목숨을 단칼에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조금씩 잃게 하는 것이다.이런 보복이야말로 사람들의 마음을 가장 괴롭히는 방법이다.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여보, 난 당신만 사랑해. 내 눈에는 당신밖에 안 보여!”여운초는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내가 질투하는 것도 아니고 이진 씨 마음을 의심하지 않아.”전이진은 여운별을 위해 묵묵히 많은 일을 해주었고 모든 정력을 쏟아부었다.그녀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었던 것도 그의 깊은 사랑 덕분이다.전이진은 정겨울 이에게 여운초의 눈을 치료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예진 리조트를 얼마나 많이 다녔고 예씨 가문의 넷째 도련님의 눈치를 얼마나 보았는지 모른다.“난 그냥 고백하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알려주려고 말했어. 난 영원히 당신 한 사람만 사랑할 거야.
여운별은 눈앞의 지폐를 보더니 전부 합쳐도 20만 원도 안 될 것으로 생각했다.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즉시 여운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운초! 이게 무슨 뜻이야? 날 모욕하는 거야? 내가 거지야? 거지라고 해도 이 돈이 너무 적다고 받지 않을걸!”여운초는 차갑게 대답했다.“밥값을 달라며? 그건 밥값이야. 5원이든 10원이든 다 돈이야. 잘 세어보면 20만 원은 될 거야. 밖에서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한동안 버틸 수는 있을 거야. 혹은 너 스스로 직접 장을 보고 요리를 한다면 더 아낄 수 있고. 그 돈은 우리 어머님께서 리조트 전체 노동자들의 돈을 모아서 가져다준 거야. 우리 어머님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 거야. 나라면 너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았을 거야. 역시 우리 어머님이 마음씨도 고우셔. 뭐라고 해도 네가 내 친여동생이라고 하면서 네가 밥 먹을 돈도 없으면 안 된다고, 밖에서 굶어 죽기라도 하면 길 가던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어.”여운별은 고래고래 소리쳤다.“여운초!! 너 정말 이렇게 지독한 사람이었어?”그녀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어버리고 모든 돈을 쓰레기통에 쓸어 넣었다. 여운초의 동정 따위 필요 없었다!너무 화가 났다!사람을 이토록 괴롭히다니!여운별은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화를 내더니 여미란에 전화를 걸었다.아무리 적은 돈이라 할지라도 그 돈들을 여미란에 주어 천천히 세어보라고 말하려고 했다. 일전 한 푼이라도 돈이기 때문에 한 끼라도 잘 먹으면 여미란 자매가 좋아할 것이니까.여운별은 여미란에 쓰레기통까지 다 가져가라고 하고 싶었다.“지금 거신 전화는 꺼져 있습니다...”여미란의 휴대전화가 꺼져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왜 꺼졌지?여운별은 자신이 잘못 걸었다고 생각해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떼고 전화 화면을 확인하고는 다시 걸어보았다.그러나 여전히 휴대전화가 꺼져있다는 소리만 들려왔다.여미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꺼져있었다.여운별의 사촌들 전부 전원이 꺼져있었다.아무리 둔한 여운별이라 할지라도
연예 기자는 가차 없이 여운별의 전화를 끊었다.여운별은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싶었지만, 여운초 때문에 자신의 휴대전화를 망가뜨릴 필요 없다고 생각하더니 다시 내려놓았다.기자들이 안 오면 그들의 손해일 뿐 나중에 후회할 때가 있을 것이다.여운별은 리조트 입구로 달려가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여운초가 안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여운초와 함께 걸어오는 사람은 전이진이였다. 이 남자는 여운별이 진작부터 찜해놓은 사람이다.여태웅 부부가 사고가 나기 전에 추미자가 여운별과 전이진을 맺어주려고 계획한 적 있었다.결국! 전이진은 여운초의 남자로 되었다!여운별은 정말 부러웠고 또 질투 났다.특히 자신이 용태호에게 유린당해 어쩔 수 없이 그의 내연녀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여운별은 여운초에 대한 원망이 더더욱 깊어졌다.여운별은 또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여운초! 드디어 나왔구나. 네가 감히 나오지 못하는 줄 알았는데! 돈 줘! 지금 굶어 죽게 생겼어! 넌 우리 집 재산도 혼자 차지하고 천우를 부추겨 우리 부모님 재산도 천우 명의로 전이하게 했어. 천우를 통해 우리 여씨 가문의 재산을 얻으려는 속셈 아니야? 네 속셈을 모를 줄 알아? 천우 그 멍청한 자식!”여운별은 여천우까지 끌어들여 욕했다.여천우는 그의 부모님 재산을 정말로 여운초에게 주어 관리하도록 하고 싶었지만, 여운초가 거절했다.여운초는 단지 그녀의 몫만 챙기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는 자신의 것이 아니면 절대로 손에 넣지 않을 것이니까.여운초가 그녀의 몫을 챙겨가면 여천우 남매에게 남겨진 재산을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앞에서 말했듯이 여씨 가문의 대동맥은 여전히 여운초의 손에 쥐어졌다.“밥 먹을 돈이 없었구나. 우리가 같은 엄마 밑에서 자란 것을 고려해서라도 굶겨 죽일 수는 없지. 돈 좀 준비했어. 너 스스로 돈을 세어보아야 할 거야. 양씨 아저씨, 얼른 운별에게 돈 주고 꺼지게 해주세요.”여운별은 그제야 여운초 부부와 함께 나온 사람이 서원 리조트의 집사라는 것을 발견했다.집
여운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것이 고급 차라는 것을 그제야 똑똑히 보았다.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돌아왔을 것으로 추측한 여운별은 신이 나서 재빨리 길 한가운데 서서 상대방을 멈추게 하려고 했다.전씨 가문의 도련님 중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태윤뿐이다.전태윤이 나타나면 종종 여러 대의 차가 뒤따르고 있는데 지금 산으로 올라오는 차는 한 대뿐이었다.분명 전태윤이 아닐 것이다.하여 여운별은 겁 없이 길 한가운데 서서 차를 막았다.차량은 여운별과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섰다.여운초는 차창을 눌러 고개를 내밀어 살펴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여운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다른 사람은 그녀의 차를 막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여운초! 드디어 돌아왔구나! 차에서 내려, 당장 돈 줘. 네가 우리 부모님이 재산을 횡령하여 날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도 못하고 카드도 정지시켰는데 날 굶겨 죽일 작정이야? 잘 들어! 돈 안 주면 나 여기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해! 난 모든 사람에게 네가 얼마나 차갑고 악랄한 사람인지 알게 할 거야!”전씨 가문의 모든 어르신이 여운초의 차갑고 음흉한 성격을 알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결과였다.전씨 가문 사람은 전부 화목한 분위를 이루고 있는 대가족으로 냉혈하고 무정한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여운별은 전씨 가문의 가족 앞에서 여운초의 무정한 면을 보여주려 했다!여운초는 고개를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고 차창을 올리고는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가자!”전이진은 다시 차를 움직였다.“여운초! 여운초! 배짱이 있으면 어서 덤벼! 정말 날 차로 치려고? 어디 한 번 덤벼봐!”여운별은 여운초가 자신을 감히 부딪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며 길 한복판에 서서 허리에 두 손을 걸치고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속 앞으로 속도를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것을 보자 여운별은 화들짝 놀라 재빨리 한편으로 뛰어가며 피했다.장주희와 이국주는 진작 의자를 치우고 길가에 서서 전이진의
이때 누군가가 다가왔다.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이다.그들은 두 명의 하인에게 의자 두 개를 가져다주면서 앉으라고 인사하면서 음식을 가져다주었다.“주희 언니, 국주 언니! 둘째 사모님께서 두 분이 너무 고생이 많으시다고. 의자와 저녁 음식도 가져다드리라고 분부하셨어요. 그리고 여기에서 사람을 지키실 때 한 시간당 하루 월급으로 계산해 드린다고 하셨어요.”두 하인 장주희와 이국주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힘들지도 않은데. 고마워요.”두 사람은 산기슭의 꽃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매일 바쁘게 일한 덕으로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여운별과 같은 가녀린 여자를 상대하기에는 거뜬했다.여운초가 이런 임무를 맡기자 그녀들은 너무 기뻤다. 이 일은 꽃밭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수월할 뿐만 아니라 시급도 그녀들의 월급보다 훨씬 높았다.한 시간에 하루치 월급이라니! 맞은편의 여운별이 될수록 열흘이나 보름 정도 버티고 있으면 올해 집으로 돌아가 설을 쇨 때 아마 돈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하다.게다가 여운초는 그녀들의 식사도 책임지고 보내주었다!여운별은 몇 번이나 토했는데 배가 고프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지금은 춥지도 덥지도 않지만 해가 지면 기온이 내려가 관성의 밤은 조금 으스스했다.이국주 일행은 여운별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보고 싶었다. 뻔뻔스럽게 여운초에게 돈을 요구하러 오다니, 돈을 요구하려면 적어도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장주희와 이국주에게 의자와 저녁 음식을 가져다준 두 하인은 여운별을 쳐다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장주희에게 물었다.“저분은 아직 떠날 생각 없나 봐요?”장주희는 도시락 뚜껑을 열더니 매우 풍성한 음식을 보며 한탄했다. 그녀들은 평소에 직접 장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식단은 늘 평범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웠다.서원 리조트에서 식비를 주긴 하지만 그들은 늘 절약하면서 살기 때문에 리조트의 동료들처럼 풍성하게 먹지는 않았다.“아니요. 정말 고집이 세요. 꼭 우리 둘째 사모님한테서
비록 여운별은 지금 여천우가 준 생활비로 생활할 필요는 없지만, 가끔 여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로 신분을 회복해서 돈을 써야 할 때가 있다.설마, 여운별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 정말 일자리를 찾으려 하는 건가?여운별은 여미란과 여미정 가족이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직장까지 잃게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여미란이 여운별에게 계략을 제안해준 바람에 온 가족은 다시 수입을 얻지 못하게 되었고 심지어 쓰레기를 줍는 일까지 못 하게 될 줄 더욱 몰랐을 것이다.여미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의 남편과 아들, 그리고 여동생의 온 가족은 그녀에게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여미란이 울며 빌딩 꼭대기 층에서 뛰어내리려 하자 모두의 욕설이 멈췄다.여미란 자매의 두 가족은 오랜 상의 끝에 관성에 계속 머무르면 여전히 여운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여 관성을 떠나 외딴 작은 도시로 가서 살기로 했다. 아무도 알지 못했고, 외딴 작은 곳으로 이사해야만 전씨 가문의 세력 범위를 벗어날 수 있어 일자리를 다시 찾고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하여 그들은 여운별이 돌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문자도 보내지 않고 부랴부랴 물건을 정리하고 셋집을 내놓고 그날 밤 관성을 떠났다.여운별은 또 한 번 이용당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서서 전씨 가문의 두 하인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여운별이 여운초를 욕하기만 하면 두 중년 아줌마는 달려들어 그녀를 잡고 입에 양말을 쑤셔 넣었고 여운별은 미친 듯이 토했다.그녀는 이길 수도 없고 빨리 달릴 수도 없었으며 싸움에서 이기지도 못했다.두 아줌마의 전투력이 너무 강했다.여운별처럼 이렇게 건방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두 아줌마의 앞에서는 여전히 열세에 처했다.“돈을 주지 않으면 가지 않을 거야!”여운별이 큰소리로 외쳤다.어두운 밤이 되도록 그녀는 여전히 이기지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아니다. 여운별은 그녀만의 끈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