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그들을 때리는 모습도 호텔 카메라에 찍혔을 거야.”이윤미가 대답했다.“엄마, 하루 호텔 카메라 기록을 삭제해도 소용없어요. 호텔에 있는 많은 사람도 봤잖아요. 게다가 호영 대표님도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그분은 우리 이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준 적이 없잖아요.”이은화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하긴, 이제서야 전호영한테 가서 카메라 기록을 삭제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호텔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진작 그 장면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려 지금쯤이면 아마 인터넷에 온통 이은화가 정군호와 강윤지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떠다니고 있을 것이다.이윤미의 말도 사실이다. 설령 구경꾼들이 찍지 않는다고 해도 전호영이 카메라 기록들을 지울 리가 없다.전호영은 이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준 적이 없었다.하예정은 이은화 언니의 외손녀이고 그녀의 몸에 이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하예정은 이은화를 몹시 원망하고 있었다.이은화의 조카 이경혜도 관성에서 성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관성에서 엄청나게 잘나가고 있다.이경혜는 젊었을 때 실력이 정말 대단했다. 지금은 성씨 그룹에서 은퇴했지만, 여전히 성씨 그룹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녀의 아들딸도 효심이 강한 사람들이었다. 이경혜는 옛날 일을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이경혜는 수십 년이 지나도록 언니와 여동생의 죽음이 이은화가 계획했다는 증거를 수집할 수 없었다.이경혜는 이씨 그룹을 빼앗아 성소현이나 하예정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다.이런 복잡한 원한이 있는데 전호영이 어떻게 이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단 말인가!현재 이은화가 남편 정군호에게 배신당했으니, 이경혜는 고소해할 것이다.“엄마, 제가 인터넷에 그런 영상이 올라오면 바로 처리하라고 할게요.”이윤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이은화는 마음속으로 지금 강성에 정군호가 바람피운 소문이 퍼질까 봐 걱정했다.사건이 터진 지 불과 두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이은화는 잠시 침묵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됐어. 놔둬. 그 동영상들을 삭제
이윤미가 이씨 그룹에 돌아왔을 때 그녀가 주문한 음식도 마침 배달되었다.그녀는 배달 음식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회사에서 야근하던 직원들은 이윤미가 이 늦은 시간에 회사로 돌아오는 모습을 보더니 매우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더는 묻지 않았다.자신의 사무실에서 들어선 이윤미는 테이블로 돌아가 휴대전화를 들고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오늘 일이 완벽하게 처리됐네요.]그녀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방윤림이 답장하자마자 그 메시지들을 바로 삭제하면서 방윤림도 삭제하라고 일깨워주었다.[정 선생님은 어떻게 되셨어요?]방윤림은 음성 메시지로 회답했다.[상태가 안 좋으세요. 아빠와 엄마 사이 감정도 이미 깨진 것 같아요. 하지만 이혼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 엄마는 나이 70세에 이혼하고 싶지 않으셔서 두 사람은 아마 이대로 계속 살아가실 것 같아요.]하지만 이은화에게는 큰 충격일 것이다.정군호는 과거 사람을 안배하여 친딸 이윤미를 강간하라고 지시한 한 적 있었다.정군호의 업보였다.정군호가 친딸 이윤미에게 정이 없는데 이윤미가 친아버지 정군호한테 감정이 있을 리가 없었다.부녀는 정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의 구역을 침범하지만 않으면 모두가 평온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정군호는 이윤정을 편애한 탓으로 이윤미가 이윤정을 대신해 후계자 자리에 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늘 이윤미를 괴롭히려고 했다.그러나 이윤미는 다른 일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선을 넘는 일에 대해서는 절대로 용납하지 못했다.[우리 오빠들과 윤정이도 전부 우리 엄마한테 벌을 받았어요. 제 한을 풀어준 셈이죠.]방윤림은 웃으며 회답했다.[그건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벌인걸요. 안타깝게도 저는 그들의 낭패한 모습을 보지 못했네요.][그들은 요 며칠 동안 감히 밖에 나가지도 못할 거에요.]이윤미는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며칠 동안 회사에서 정일범 형제의 얼굴을 볼 필요가 없었다.[밥 안 드셨어요?][방금 배달시켜 먹었어요. 오늘 기분이 좋아서 밥 두
[데릴 필요 없어요. 아, 술 마시면 제가 운전을 못 하니까 기사님을 저한테 보내세요.]방윤림이 회답했다.[기사 불러올 필요 없어요. 제가 술 마시지 않을게요. 제가 아가씨를 집으로 모셔다드릴게요.][그래요.]이윤미는 자신의 보복 계획의 완벽한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술 한잔하고 싶었다.이윤미는 곧 다시 업무에 몰두했다.그녀가 일을 다 끝냈을 때쯤, 시간은 이미 밤 11시를 가리키고 있었다.회사에서 야근하던 직원들도 이미 퇴근했다.이윤미가 회사에서 나올 때, 방윤림은 이미 차에 기대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윤미가 나오는 것을 본 방윤림은 자세를 똑바로 한 뒤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많이 기다렸어요?”이윤미는 차에 올라타면서 방윤림에게 물었다.“얼마 안 됐어요. 10분밖에 기다리지 않았어요.”방윤림도 차에 올라타서 안전벨트를 착용했다.방윤림은 이윤미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한 후에야 시동을 걸었다.이윤미는 포장마차 위치를 방윤림에게 알려주었다.그러자 방윤림은 빙그레 웃었다.“여전히 포장마차를 좋아하시는군요.”“예전에는 자주 갔었어요.”방윤림은 아무 말도 잇지 않았다.그는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가기 전에 잘 지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차가 앞으로 나아가자 이윤미는 뒷좌석 등받이에 등을 기대어 창문을 조금 내리 누르고는 창문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강성은 관성과 마찬가지로 대도시였다. 밤 11시인데도 밖에 사람들이 여전히 많았다.밤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시간대는 한창 행복할 시간일 것이다.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돌진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윤미처럼 막 퇴근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빠른 걸음으로 거리에서 분주하게 다녔다.사람들이 세 들어 사는 집에는 그들의 가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이윤미는 사실 그들이 조금 부러웠다. 아무리 힘들고 지칠지라도 집에 돌아오면 자신을 사랑하는 가족들과 자식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이윤미는 돈이 많지만, 집에 돌아가면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어두움은 사람들 몰래 하늘을 덮어버렸다.아침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고 또 새로운 날이 다가왔다.관성, 서원 리조트.하예정이 위층에서 내려왔다.“언니.”언니가 왔다는 말에 하예정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장소민은 하예진과 함께 수다를 떨고 있었다.하예정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걸어 내려오고 있는 하예정을 바라보았다.하예정이 다가가더니 장소민에게 인사하고는 하예진의 곁에 앉았다.“언니, 어떻게 왔어? 오늘 쉬는 날이야?”하예진은 손가락으로 하예정의 이마를 콕 찔렀다.“내가 널 보러 왔는데, 왜? 싫어?”하예정은 바로 하예진의 한쪽 팔을 껴안고 웃으며 대답했다.“좋아. 너무 좋아. 언니가 최근에 너무 바빠서 날 보러 올 시간이 없었잖아. 내가 언니 레스토랑으로 찾아가고 싶다고 하는 데도 언니는 늘 가게에 손님이 너무 많아서 누가 실수로 나를 다치게 할까 봐 오래 머물지 못하게 하잖아.”“네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언니, 우빈이는? 데리고 오지 않았어?”어제 오후에 하예정은 전태윤과 함께 우빈을 유치원에서 데려와 주형인의 집으로 데려갔다. 그러나 주형인은 우빈이를 기어코 주씨 집안에 남아 밥을 먹으라고 고집하는 바람에 우빈은 결국 주씨 집안에서 밥을 먹게 되었다.주형인은 하예정 부부에게 우빈에게 밥을 먹이고 직접 하예진한테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돌아왔어. 어젯밤 늦게 형인 씨가 우리 레스토랑으로 우빈을 데려다줬거든. 가게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우빈이를 가게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 갔어. 우빈이는 지금 밖에서 나가 놀고 있어. 조용할 때가 없다니까.”하예정은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어린애들은 다 그렇지 뭐. 난 또 우빈이가 형인 씨 집에서 주말을 보내는 줄 알았어.”“하룻밤 묵으면 묵었지, 우빈이는 그 집에서 절대로 이틀을 묵으려 하지 않을 거야.”우빈은 태어날 때부터 하예정과 하예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기에 주씨 집안의 식구들에 대한 애정이 깊지 않았다.장소민은 자리를 떠나 간식 몇 가지를 가져오며
다이어트에 성공하고 자신의 사업을 차리게 된 하예진은 자신감도 되찾게 되었다.하예진은 예전처럼 많이 먹고 뚱뚱해지기 싫었다.잃는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언니는 이제 살이 좀 빠져서 고기를 좀 먹어야 해.”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난 살이 하나도 안 빠졌어. 예정아,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응. 뭔데?”“나 오늘 오후 3시 비행기로 강성에 갈 거야.”하예정은 어리둥절해 하며 다시 물었다.“그렇게 급한 일이야?”하예정은 하예진이 최근에 강성에 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급하게 갈 줄은 몰랐다.“이씨 가문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이씨 가문이 어떻든 간에 난 자주 강성을 다녀와야 해. 윤미 씨와 가주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을 막론하고 우리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죽음에 대해서 후손인 우리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이대로 억울하게 돌아가시게 해서는 안 돼.”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모 생각이야? 아니면 언니 생각이야?”“내가 결정한 거야. 이씨 가문이 요즘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 내가 가서 좀 살펴보려고. 그리고 그쪽 업계에 가서 우리 사업을 발전시키는 것도 좀 조사해 볼 겸, 겸사겸사 가보는 거야. 그러면 강성에 오래 있다고 해도 내가 돈을 버는 데 영향도 주지도 않을 거야. 이모가 이미 이씨 가문의 관련 업종을 리스트로 나한테 작성해 주셨어. 난 먼저 그들의 사업에 손을 댈 거야.”하예정은 마음이 근질근질하여 하예진과 함께 가고 싶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모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하예정의 뱃속에는 작은 전태윤이 들어있기 때문이다.“우빈이는? 알아? 왜 월요일에 가지 않고 벌써 가? 월요일에 가면 언니가 멀리 가는 것을 모르고 울고불고하지 않을 텐데...”하예진이 말을 이었다.“우빈한테도 다 말했어. 우빈이를 너한테 맡기겠다고 말이야. 나보고 빨리 오래. 내가 몰래 강성으로 가면 우빈이가 우울해할걸.”우빈은 비록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시간이 지날수록 장난이 심해지는 어린이지만
“가끔은 꼭 어린애 같다니깐.”하예진이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교통사고로 인한 불구는 노동명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그가 하예진을 깊이 사랑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자포자기한 상태에 처하여 다시는 일어서기 어려웠을 것이었다.“언니, 이따가 태윤 씨한테 동명 오빠 보러 가자고 할게.”“갈 때 우빈이를 데리고 갈 거야. 동명 오빠는 우빈이를 제일 이뻐하니 우빈이를 보면 언니가 동명 오빠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동명 씨도 내가 원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단지 오랫동안 재활을 해왔는데도 정상인처럼 걸어 다닐 수 없으니 자신이 무능하다고 자책할 뿐이야. 때로는 손으로 다리를 마구 두드리기도 해.”“사실 동명 씨의 다리 재활 효과는 아주 뚜렷해. 일부 사람들은 그와 같은 상태에서 반년은 퍽 넘어야 일어설 수 있었지만, 동명 씨는 진작 일어설 수 있었어. 지금은 몇 발자국씩 걷기도 해.”노동명은 당초에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비록 재활을 꾸준히 견지해왔지만 금방 나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의사 선생님은 그가 재활에 대한 의지만 확고하다면 정상인처럼 걸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언니, 걱정하지 마. 우리가 동명 오빠를 많이 위로해 줄게. 언니는 강성에 가서 다른 건 몰라도 안전만은 특별히 주의해야 해. 정현숙은 마음이 모질 뿐만 아니라 수단도 악랄해. 언니에게 공개적으로는 어쩌지는 못해도 암암리에서는 뭔들 못 해내겠어?”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어 전호영과 고현의 연락처를 문자로 하예진에게 보내주면서 말했다.“언니, 방금 호영 도련님과 고현 씨의 연락처를 보냈으니 잘 저장해둬.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이 두 사람한테 연락해서 도와달라고 하면 돼.”“고현 씨는 강성 본토 출신이고 또한 고씨 가문은 강성에서 손꼽히는 명문이니 언니한테 큰 도움이 될 거야.”“내가 임신만 하지 않았어도 언니와 함께 다녀올 텐데.”하예진은 전호영과 고현의 연락처를 핸드폰에 저장하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난 아무 일도 없을 거야. 난 단지 그쪽에 가
“언니, 알았어. 알았다니깐. 내가 언니의 제부를 잘 아낄 테니 근심 붙들어 매고 언니의 큰일이나 잘 처리하고 돌아와.”언니가 길 떠나기 전에 계속 잔소리하는 것이 두려운 하예정은 얼른 두 손을 들고 항복하면서 화제를 돌렸다.“언니, 언제 돌아올 예정인데?”“가끔 우빈이와 나보러 돌아와. 보고 싶을 거란 말이야.” “글쎄, 지금은 딱히 뭐라고 얘기 못 해주겠어. 시간이 되면 자연적으로 돌아오겠지. 내 집이 관성에 있고 친척과 친구들이 다 관성에 있는데 설마 내가 강성에 갔다가 안 돌아올까 봐 걱정이니?”하예진은 우습다는 듯이 식지로 동생의 앞이마를 살며시 밀었다.“그만 안아. 다 큰 어른이 아직도 응석을 부리다니. 우빈이가 보면 널 놀리겠어.”“내가 백 살이 된다 해도 언니 앞에서는 여전히 동생이야.”이쪽에서는 하예진이 동생에게 이런저런 당부를 하고 있는데 노씨 저택이 있는 노동명은 온종일 자기를 방안에 가둔 채 나오지 않았다.방문까지 안에서 잠그고 윤미라를 비롯한 사람들이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았다.노동명은 이경혜가 강성 이씨 그룹의 전임 가주의 친딸인 사실을 알게 된 후, 이경혜가 반드시 당초에 발생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낼 것이며 설사 밝혀내지 못할지라도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다시 빼앗아 올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하지만 이경혜의 딸은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하예정이 그 자리에 오를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녀는 전씨 가문의 사모님일 뿐만 아니라 지금은 임신까지 한 상태였다. 앞으로 전씨 가문의 집일도 처리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기 회사까지 경영해야 하니 눈코 뜰 새 없을 것이었다.그들에 비해 하예진이 그나마 제일 합당했다. 그녀는 비록 두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제일 홀가분했다. 그리고 사촌 자매 셋 중에서 하예진이 또한 제일 컸다. 만일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가 다시 전임 가주의 후대의 손으로 넘어온다고 하면 하예진이 제일 적합한 후임자일 것이었다.하지만 노동명은 이날
밖에서 들려오는 노크 소리는 멈췄다가 다시 울렸으며 잠시 후에 또 멈췄다.노동명은 안에서 줄곧 아무런 응답도 주지 않았다. 문은 더더욱 열어주지 않았다.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또다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그와 동시에 우빈이의 애티 나는 목소리가 함께 들려왔다.“아저씨, 안에 있어요? 아저씨는 지금 자는 거예요? 아니면 일어난 거예요? 저한테 문 좀 열어줄래요? 우빈이는 쟁반이 너무 무거워서 팔이 다 시큰해요. 아저씨가 나와서 좀 도와주세요.”“아저씨, 엄마가 출장 갔는데 절 안 데리고 갔어요. 저더러 이모와 이모부랑 같이 집에 있으라고 했어요. 엄마가 절 데려가 주지 않아서 속상해서 울고 싶어요. 아저씨가 우빈이를 좀 안아주면 안 돼요? 아저씨 다리 위에 앉아서 울고 싶어요.”말을 마친 우빈이는 진짜로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하예정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녀석이 언제 연기를 배웠대? 정말 연기를 신통하게 잘하네.’노동명은 우빈이가 밖에서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2분도 채 안 지나서 또 우빈이의 통곡 소리까지 들려왔다. 그는 우빈이가 진짜 우는 거로 여기고 얼른 움직이기 시작했다.침대 위에 누워있던 노동명은 일어나서 휠체어를 타려고 했지만 지금 휠체어는 침실 밖에 넘어져 있었다.아까 외곬으로 생각하다가 욱하고 치미는 홧김에 휠체어를 밀어서 뒤집어 버리고 말았다.침대에서 휠체어까지의 거리는 불과 4m밖에 되지 않았다.이만큼한 거리는 정상인에 대해 말하면 몇 발자국 내지 열 몇 발자국 밖에 되지 않지만, 노동명에 대해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그는 몇 발자국 걷고는 멈춰서 휴식하다가 또 몇 발자국을 걷다가 또 다시 멈추고 휴식해야만 했다.이러다 나니 걸린 시간이 좀 길어졌다.그는 우빈이를 무척 아꼈다. 우빈이가 우는 것이 너무 안타까왔다.더욱이나 우빈이가 큰 소리로 통곡을 하니 시간이 길어지면 우빈이의 목이 쉬게 될 까봐 걱정 되었다.그는 현재 상태로는 하예진과 함께 강성에 가서 그녀를 도와
하예진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부부 사이에 한쪽이 바람을 피우면 금방 금이 생기게 되는 법이죠. 이혼을 안 했어도 서로 고된 삶을 살 테니,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저의 전남편도 바람을 피우고 저를 폭행하여 이혼했잖아요. 한번이 있으면 두 번, 세 번이 있을 수 있으니 그들이 고치기를 기대하지 마세요. 차라리 이혼하는 게 나아요. 이혼하면 죽는 것도 아닌데.”이윤미가 말을 이었다.“우리 아버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예요. 절대로. 아버지는 자신이 이혼하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잘 아시거든요. 정씨 집안의 친척들도 우리 가문에서 아무런 이익도 보지 못할걸요. 어쩌면 전에 받은 혜택들도 전부 토해내야 할지도 몰라요. 어쨌든 요즘 우리 가문은 편안할 날이 없어요. 저는 왠지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아요.”이은화의 모진 마음으로는 정말 해낼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이경혜가 하예진을 강성으로 빨리 오게 한 것은 아마도 이씨 가문이 요즘 혼란스러워 이은화가 하예진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야 하예진이 그 틈을 타 사업을 일으킬 수 있고 옛날 사고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될 수 있었다.이 기회를 잡아 이씨 가문의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민심을 얻는 자는 천하를 얻는 것과 다름없다.하예진은 비록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고 강성에서도 사업이 없지만, 그녀의 뒤에는 든든한 후원자들이 서 있다. 그리고 하예진의 외할머니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였다. 이씨 가문의 친척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예진 씨, 비행기를 몇 시간 타고 방금 도착하셔서 힘드실 텐데 얼른 가서 쉬세요. 일이 있으면 그 번호로 저에게 연락해 주세요.”하예진이 관심하며 물었다.“저랑 같이 안 갈실래요?”이윤미는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여기 좀 더 있고 싶어요. 마음도 추스를 겸 조용히 있고 싶거든요. 집으로 돌아가도 엉망진창이에요.”“그
수십 년이 지난 탓으로 법률조차도 이은화의 사형을 선고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이윤미는 적어도 그녀가 큰이모의 후손에게 주인 자리를 돌려줄 수 있었다.그녀는 이씨 가문을 떠나 자신의 회사로 돌아가 생활해도 좋다고 생각했다.이윤미는 이런 원한과 복수에 관한 일을 멀리하고 싶었고 그녀의 소소한 삶을 더 좋아했다.이은화가 옛날 일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이윤미는 이은화가 그 해에 정말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믿었다.단지 가주 자리의 권력을 탐내는 것뿐만이 아닌 사랑 때문에 벌인 짓일 수도 있다.이은화는 지금 70세이고 정군호와 결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났으며 아들딸도 네 명이나 낳았다.하지만 이은화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그 능력이 뛰어난 남자가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은숙의 특별 비서일 것이다.“제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아요. 저는 제 행동으로 제가 우리 엄마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게요.”하예진은 한참 동안 이윤미를 바라보며 웃었다.“윤미 씨의 진지한 얼굴은 정말 멋있고 아름다워요. 당신 엄마가 보신다면 눈에 거슬릴지도 모르지만요. 이씨 가문의 상황은 어때요? 윤미 씨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가 이 대표님께 붙잡혔다고 들었는데. 요 며칠 동안 윤미 씨 아버지는 모습조차 내놓지 않는다면서요.”하예진은 이은화와 정군호의 일을 알고 있었다.강성에서 이 불륜 사건은 빅뉴스였다.평소에 정군호랑 같이 다니던 늙은 남자들은 대부분 정군호에게 동정심을 품었다. 이은화가 정군호를 너무 엄하게 관리하여 그에게 자유로울 틈도 주지 않고 용돈도 적게 준다고 생각했다.아무리 사이좋은 부부 사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작은 일에 얽매이게 되면 감정이 깨지기도 한다.여자들은 대부분 이은화의 편을 들었다. 이은화가 남편을 관리하는 것이 좀 엄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정군호가 만약 이은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닌 이은화에게 이혼을 제기했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다.정군호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우리 엄마가 예진 씨가 오신 것을 알게 되면 아무것도 안 할 리가 없는데. 조심하세요. 아시고 싶은 것이 있으면 제가 다 알려드릴게요. 제가 모르는 일은 할 수 없지만요.”하예진은 웃음을 거두며 한참 동안 이윤미를 찬찬히 바라보았다.“윤미 씨, 우리 만난 적 있잖아요. 저도 윤미 씨가 정의롭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대표님 결국 윤미 씨와 피가 섞인 모녀지간인데, 저는 윤미 씨가 이 대표님과 맞서지 못한다고 생각해요.”이윤미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한숨을 쉬었다.“글쎄요. 우리 두 사람은 모녀 맞아요. 저를 저의 어머니와 같은 편에 서지 말라고 하면 제가 분명 스트레스도 받고 또 엄청나게 큰 용기도 필요하겠죠. 예진 씨가 저를 경계하는 것도 이해해요. 하지만 저는 정말 예진 씨가 걱정돼서 이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가 마음이 너무 독하세요. 해본 말이 아니에요. 예진 씨가 여전히 저를 경계하면 저도 더는 묻지 않을게요. 그런데 여기에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움에 맞서게 되면 저를 찾아오셔도 돼요. 제가 최대한 도와드릴 테니까.”“사실 저와 엄마는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어요. 저는 엄마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스무 살이 넘었거든요. 윤정이가 아직 이씨 가문에 남겨졌고 여전히 부모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제가 저의 엄마와 모녀간의 정이 별로 없다고 해도 우리 두 사람이 친 모녀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아요.”“만약 당신들이 없다면 제 생각에는 제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짊어지고 리더가 되어 우리 가문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갔을 거예요.”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규정을 수정하고 싶었다.그렇게 딱딱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비록 대가가 좀 클 수도 있지만, 이씨 가문을 더 멀리, 더 잘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수정하고 싶었다.이윤미는 명함 한 장을 꺼내 하예진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것은 제 다른 전화번호에요. 아는 사람이 적으니 무슨
“그럼 안전에 유의하시고 무슨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저에게 전화하세요.”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당부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제가 항상 방 비서에게 의지할 수는 없잖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암살을 당하더라도 이윤미는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능력을 갖추었다.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없다면 이렇게 자라지 못하고 일찍이 양어머니의 학대를 받아 죽었을 것이다.방윤림과의 통화를 마친 이윤미는 곧바로 약속 장소로 차를 몰았다.그녀가 도착했을 때 하예진은 이미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하예진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누군가의 차가 오는 것을 보더니 창문을 조금 눌렀고 이윤미가 하예진의 차 옆에 주차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선글라스를 먼저 벗은 이윤미는 얼굴의 가죽을 벗어 던져 본모습을 드러냈고 차에서 내려 하예진과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하예진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어떻게 저인 것을 알았어요? 두렵지 않아요?”“지금 이 시각에, 또 이렇게 외진 곳에 주변에 주택도 없는데 겁이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이 밤에 이런 곳으로 오지 못할걸요. 그리고 저기에 묘지도 있는데 이런 곳에 예진 씨 말고는 아무도 오지 않을 겁니다.”하예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윤미가 온 후에야 약속 장소가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라는 것을 발견했다.하예진도 한참 후에야 차를 세울 곳을 찾아 이윤미가 오기를 기다렸다.지금 그녀들이 주차한 곳은 방윤림이 그녀들에게 준 주소에서 수백 미터 떨어져 있었다.“묘지에서 이렇게 가까운 줄은 몰랐어요. 만약 제가 알았더라면 아마 혼자 오지도 못했을 거예요. 귀신이 무서워서요.”이윤미도 웃었다.“귀신이 뭐가 무서워요? 사람이 더 무섭죠.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말 못 들어보셨어요? 예진 씨 분장 기술도 꽤 좋네요. 제가 제 부하들을 하루 호텔 입구에 보내 예진 씨를 기다리게 했거든요. 여기로 오시는 길에 예진 씨를 몰래 보호하라고 지시했는데 예진 씨가 나오는 것을 못 봤다고 하더라고요.”
곧 하예진은 차를 몰고 지하 주차장에서 나왔다.하예진은 방윤림이 그녀에게 준 그 주소대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차를 몰았다.노동명이 전화했다.하예진은 차의 속도를 늦춘 다음 노동명의 전화를 받았다.“동명 씨, 저 지금 나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고 해요. 지금 운전 중이니 좀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알았어. 운전 조심하고.”“네.”하예진은 하예정과 달리 천천히 차를 몰았다.다행히 하예정이 시내에 살고 있어서 차를 빨리 몰지 못했다. 만약 차가 적은 외진 곳으로 가게 되면 하예정은 비행기를 운전하는 것처럼 매우 빨리 몰 것이다. 전태윤이 그 모습을 보지 못해서 다행이지, 그가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 하예정이 운전대조차 잡지 못하게 할 것이다.차를 몰고 있는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노동명은 이내 전화를 끊었다.하예진이 변장하고 남몰래 혼자 차를 몰고 이윤미를 만나러 간 것을 알면 노동명은 아마도 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비행기를 타고 올지도 모른다.하예진은 노동명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고 있어서 그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방윤림이 준 그 주소는 가까운 곳이 아닌 꽤 외진 곳에 있었기에 내비게이션에는 차로 한 시간 이상 가야 도착할 수 있다고 나와 있었다.하예진이 차를 몰고 호텔을 나서자 이윤미가 방윤림에게 물었다.“예진 씨 나오는 거 봤어요?”방윤림이 대답했다.“제가 종업원에게 부탁해서 쪽지를 보냈으니 바로 떠날 겁니다. 하예진 씨가 방금 관성에서 왔기 때문에 낯선 곳이고 차량도 없으니 택시를 탈 것 같습니다. 아가씨도 출발하시면 됩니다. 하예진 씨가 곧 약속 장소로 갈 겁니다.”방윤림은 하예진을 만난 적 있었는데 하예진이 대담하고 세심하다고 추측했다. 하예진이 강성으로 온 목적이 이씨 가문과 연관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방윤림은 하예진이 이씨 가문 때문에 강성으로 왔으니, 이윤미가 만나자고 하면 반드시 만나러 갈 것으로 생각했다.“사람을 시켜 예진 씨를 은밀히 보호하라고 하세요.
고현은 전호영을 흘겨보았다.전호영은 코를 만지며 웃었다.“현이 씨가 만든 요리가 당연히 맛있죠.”“그럼 저는 뻔뻔스럽게 얻어먹으러 갈게요. 그럼 저는 이만 내려가서 쉴게요.”하예진은 눈치껏 두 사람이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었다.하예진은 그녀가 묵고 있는 방으로 돌아와 소파에 앉자마자 노동명의 메시지에 답장하려고 했다.그러나 답장하기도 전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하예진은 일어나 문을 열러 갔다.“호텔 종업원입니다.”종업원은 그녀가 문을 열자 웃으며 말했다.“실례지만 하예진 씨 맞습니까? 누군가가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셨어요.”종업원은 하예진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하예진은 봉투를 받아들고 종업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방에 돌아온 그녀는 호기심에 봉투를 뜯었고 그 안에는 작은 편지 한 장만 들어있었다.편지의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강성의 어느 주소가 들어있었다.주소 밑에는 말 한마디만 남겨져 있었다.[예정 씨,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혼자 오세요. 제가 예정 씨 안전을 보장해 드릴게요.]오른쪽 아래 끝에 “방”이라는 글자가 쓰였다.‘방? 방씨? 이름은 뭐지?’하예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방”자가 들어간 이름을 가진 사람을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녀는 “방”이라는 글자가 이름은 아닐 것으로 추측했고 아마도 성씨가 “방”씨 일 것으로 짐작했다.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이윤미 주변에 “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 같긴 한데...하예진이 하루 레스토랑을 개업하는 날 이윤미가 방윤림을 보내 그녀에게 선물을 전해주도록 했다.하예진은 아마도 이윤미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서는 안 되었다.시간을 보던 하예진은 망설임 없이 캐리어에서 단독으로 포장된 검은색 마스크와 선글라스, 눈에 띄지 않는 낡은 옷 그리고 가발을 꺼냈다.그녀는 변장하고 나서 휴대전화와 편지를 들고 조용히 룸을 나섰다.다행히 그녀가
하루 호텔.맨 위층에 있는 로얄 스위트룸.하예진과 고현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고 전호영은 두 여자에게 물과 과일을 가져다주러 갔다.“언니, 우리 집에 묵는 건 어때요? 저 혼자 살아요. 집도 크고 방도 많아서 저랑 같이 살면 편하실 거예요”고현은 하예진을 그녀의 개인 별장에 초대했다.하예진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제가 고 대표님 집에 가면 강성의 연예 기자들은 고 대표님이 호영 씨와의 감정이 깨졌다고 보도할걸요. 호영 씨가 헛수고했다면서, 고 대표님은 여전히 여자를 좋아하는 거라면서 기사를 낼 거에요.”고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는 여전히 남자 차림으로 다녔기에 하예진이 그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이 보도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하예진은 강성에 막 왔기 때문에 사업도 일으키지 못한 채 사람들의 원한을 사게 되면 그녀에게도 좋은 점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현을 사모하는 여자가 너무 많기에 그녀들이 전호영을 이길 수는 없지만, 하예진은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다. 적어도 그녀들은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고 대표님과 호영 씨 감정도 이제 점점 안정되고 있는데 저는 적절한 시기에 고 대표님이 여자라는 사실을 외부에 솔직하게 말하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항상 두 사람이 동성애자라고 오해하잖아요. 사실도 아닌데.”고현은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외부 사람들에게 해명할 필요 없어요. 언젠가 호영 씨와 결혼하게 된다면 제가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입장하면 사람들도 진실을 알게 될 거에요.”하예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사람들이 고 대표님이 여자 분장을 하고 나온 줄로 알 거예요. 고 대표님이 여자 행세를 한다고 여전히 오해하실 거예요. 저는 보통 다른 사람에게 결혼이나 이혼을 권유하지는 않거든요. 저도 과거에 결혼생활 때문에 소란을 피우다가 이혼을 당했거든요.”“형인 씨가 저를 폭행했을 때 저는 부엌에 있는 칼을 들고 거리에서 쫓아다녔기도 했고 그 사람을 때려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이은화가 말을 이었다.“난 정말 먹고 싶지 않아. 너라도 얼른 밥 먹으러 가. 엄마는 좀 더 앉았다가 돌아갈 거야. 내가 약속할게. 이 정도 일 때문에 쓰러지지 않을 거야. 엄마도 이틀 지나면 기분이 금세 좋아질 거야. 내일 나도 네가 알고 있는 엄마로 돌아올게. 약속할게. 늙은 영감탱이 때문에 죽느니 마느니 하면서 난리 피우지 않을 거야. 말이 나온 이상 너한테 좀 물어보자. 예정이가 오면 어떻게 임할 생각이야?”“제 원칙을 깨뜨리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대처할 거에요.”이은화는 멈칫하더니 칭찬했다.“역시 내 친딸이야! 엄마가 관성에 있을 때 경혜를 만났는데 나한테 원한을 품고 있더라고. 내가 어떤 말을 해도 경혜는 마음속으로 날 진범으로 생각하고 있어. 그래서 나에게 민감하게 말을 하더라고. 경혜가 나보고 예진이한테도 기회를 주어 배양하라고 제안하더군. 예진이와 너를 평등하게 경쟁시켜 예진이가 지면 네가 이씨 가문을 이어받아도 아무런 의견이 없다고 했어. 그런데 예진이가 이기면 우리 모든 사람은 권세 중심에서 손을 떼라고 말하는 거야.”이경혜가 이렇게 명확하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뜻은 비슷했다.이은화는 딸 이윤미에게 말했다.“윤미야, 우리 집을 남에게 양보할 수는 없잖니? 그래서 엄마가 승낙하지 않았어. 예진이가 이번에 강성에 온 목적도 너무 단순하지 않을 거야. 잘 감시해. 예진이가 우리 가문의 친척들과 너무 많이 접촉하게 해서는 안 돼. 강성에서 사업을 펼쳐나가려면 돈이 있어야 할 거야. 예진의 사업의 앞길을 막아 돈을 벌지 못하게 하면 강성에서 버티지 못할 거야.”“강성은 우리 구역이야. 예진의 배후에 큰 세력이 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여기는 우리 이씨 가문의 구역이니까. 만약 감쪽같이... 그러면 더 좋고.”이은화는 자신의 목을 손바닥으로 문질렀다.이윤미에게 하예진을 처리하라는 의미였다.“하지만 흔적을 남기면 안 돼. 만약 정말 그렇게 한다면 증거는 반드시 깨끗이 지워야 하거든. 예진의 뒤에 있는 몇몇 세력은 우리가 건
“엄마, 우리 이모의 특별 비서는 아직도 살아 계세요?”이윤미는 화제를 돌렸다.이은화가 가문의 규정을 바꾸는 것을 동의하지 않을 것을 뻔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네 이모가 사고를 당한 뒤로 이은숙의 비서도 어디론가 사라졌는데 생사는 누구도 몰라.”이은화가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에 오른 후, 사람들을 보내 그 특별 비서를 찾도록 했지만 아무 소식도 없었다. 마치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은화는 여전히 그 특별 비서를 찾아다녔다.그 당시 사고에 관한 일을 그 비서도 많이 알고 있을 것이고 그의 손에도 증거가 있을 것 같았다.그를 찾지 않고 증거를 인멸하지 않으면 폭탄을 남겨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그가 언제, 어디에서 갑자기 나타나 이은화의 살인 증거를 내놓을지 누가 알겠는가!비록 어렸을 때 이은화의 짝사랑 상대일지라도, 이은화는 그녀의 후손을 위해서라도 그 비서를 찾으면 반드시 그를 죽이고 입을 닫게 하려고 했다.수십 년 동안 그 비서의 소식도, 두 조카의 소식도 없었다. 이은화는 자신의 외조카가 죽거나 영원히 나타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그녀는 평안하고 순조롭게 이씨 가문을 그녀의 딸에게 넘겨줄 수 있었으니까.하느님은 여전히 이은화에게 잠재적인 위험을 남겨 주셨다.두 조카 중 비록 한 명이 죽었지만, 죽은 조카가 두 딸을 이 세상에 남겨두었다.살아 있는 조카딸 이경혜는 부잣집에 시집가서 아들과 딸을 낳고 권세도 있어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작은 조카 이경희의 두 딸 하예진과 하예정도 건드리기 어려운 존재였다.그녀들의 배후에는 여러 가문의 큰 세력이 서 있었고 그녀들을 건드리는 것은 그 가문들을 적수로 삼는 거나 다름없었다.요즘 이씨 가문의 실력은 예전만 못하기에 이은화는 그 세력들과 감히 맞서지 못했다.“나는 네 이모 가족의 죽음은 그 비서가 꾸민 음모라고 의심하고 있어. 그 비서는 네 이모를 좋아하지만 네 이모가 이모부와 결혼해서 마음속으로 원한이 맺혔을 거로 생각해. 사람들은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