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형, 통화하기 편해?”전호영은 고현을 호텔 밖으로 배웅하고 그의 사무실로 돌아온 뒤로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얼른 말해. 무슨 일인지.”전호영이 웃으며 대답했다.“내가 형한테 보낸 사진과 동영상은 이 대표님 남편이 바람을 피운 증거들이야.”전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전호영이 계속해서 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대표님의 남편 정군호 씨인데 젊었을 때는 멋있었는데 재주가 없어서 이 대표님 남편으로 되었거든. 이씨 가문에서는 사장님이라고 불리웠지만 사실 존중 받지 못하고 아내에게 의지해 살아야 했어. 이 대표님도 남편을 엄격하게 관리했기에 매달 생활비를 주지 않고 매일 용돈 10만 정도만 주었어.”“이전에 바람을 피우려다가 이은화에게 혼이 난 뒤로 감히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피우지 못했어. 이번에 이 대표님이 관성에 가서 형 결혼식에 참석한 뒤로 관성에 보름이나 머물게 되었는데 정군호 씨가 그 틈을 타 바람을 피울 기회를 얻었던 거야. 이 대표님이 아신다면 분명 한바탕 소란을 피울 거야.”“요즘 이씨 가문도 난장판이야. 이씨 가문의 아들들이 밖에서 내연녀를 두었는데 윤미 씨가 그 사실들을 폭로하는 바람에 지금 아들과 며느리들이 한창 떠들썩하게 지내고 있거든. 만약 이 대표님과 정군호 씨 일까지 폭로된다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거야. 형, 형수님께 말씀드려봐. 무슨 계획 있으신지. 지금 이 틈을 타서 폭로할 수도 있으니까.”전태윤이 나지막이 물었다.“정군호 씨가 이 대표님의 남편이란 말이지?”“그럼, 고현 씨가 알려줬거든. 난 정군호 씨가 누군지도 몰랐어. 고현 씨가 강성의 토박이라 이씨 가문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서 정군호 씨를 알아봤거든. 고현 씨가 연회에 참석할 때 정군호 씨와 이 대표님이 함께 온 것을 봤대. 틀림없을 거야.”“이씨 가문의 그 이윤미 씨도 좀 재미있는 사람 같아. 이윤미 씨도 어느정도 수단은 있지만 그래도 도덕은 있는 편이네. 아쉽게도 이 대표님과 같은 사람을 어머니로 두었지.”이윤미가 이씨
전태윤이 말했다.“모든 이 대표님은 실력이 훌륭하고 충실한 특별 비서를 두었기 때문에 분명히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거야. 만약 그 특별 비서가 살아있다면 찾아서 현임 이 대표님의 죄를 밝힐 수 있을 텐데. 만약 그 틀별 비서도 죽었다면 이 일은 정말 조사하기 어려울 거야. 40~50년이나 지났으니까. 이따가 소 대표님께 전화해서 전임 이 대표님의 비서가 누구인지,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는지, 살아있다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볼게.”소씨 가문도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그건 내가 알아볼 수 있어. 내가 고진호 씨를 조사해 보는 게 더 편리할 거야.”사실 이씨 가문의 어르신들을 찾아가서 물어보면 금방 알 수 있었겠지만, 그들을 찾아가면 이은화가 눈치채기 쉬웠다.어쩌면 전임 이 대표의 비서가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현재 이은화도 그 비서를 찾고 있을 수도 있었다.“그래. 그럼 소식이 있으면 나한테 알려줘.”“알았어. 둘째 형이 혼인 신고를 했다니, 부러워 죽겠어. 나와 이진 형이 동시에 할머니께서 주신 사진을 받았는데 이진이 형은 혼인 신고까지 했는데 난 아직도 고현 씨 뒤를 쫓아다니고 있다니. 휴.”진지한 이야기를 마친 전호영은 전태윤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어쨌든 전호영과 전태윤 모두 할일도 없이 한가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수다를 떨었다.전태윤이 말을 이었다.“누가 반년 동안이나 아무 짓도 하지 말라고 했어? 그러니까 이진이 보다 늦지. 내가 보기엔 고현 씨도 너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던데, 너도 얼른 더 노력해서 내년에 결혼해야지. 이런 일은 나한테 말하지 말고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난 좀 쉬어야겠어.”전태윤은 전호영의 하소연이 듣기 싫었는지 이내 통화를 끊었다.애초에 전호영은 고현이 남자같이 생겼다고 무척 싫어했기 때문에 일부러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성으로 가서 고현의 여자 신분을 폭로하려고 했다.전태윤이 전화를 끊어도 전호영은 화를 내지 않고 혼자 중얼거렸다.“자기만 행
전태윤은 피식 웃었다.“우리 소 대표님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제가 대단한 사람도 아닌데요. 뭘.”전태윤은 크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네네, 소 대표님은 높은 분이 아니십니다. 제 신분으로도 소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도 줄을 서야 하는데. 저와 정남이가 절친이 아니었다면 아마 돈을 많이 내놓는다고 해도 소 대표님을 만나지 못할걸요.”소지훈이 말했다.“제가 너무 바빠서 그래요. 전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와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바쁘잖아요.”“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서 그래요. 그럼 일단 연성에 가셔서 윤하 씨를 만나세요. 제가 먼저 정남에게 연락할게요.”소지훈이 대답했다.“무슨 일이 있으시면 정남이한테 말씀하세요. 두 분이 친구라서 말하기 더 편할 거에요. 그리고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한 저한테 연락하지 마세요.”처음 사랑을 맛본 소지훈은 한창 뜨거운 열정으로 정윤하를 따르고 있었다.게다가 소지훈 부모님도 매일 그에게 결혼 재촉을 했다. 정윤하가 다른 남자들이 가로채 갈까 봐 늘 소지훈더러 연성으로 가서 정윤하에게 구애하라고 재촉하셨다.정윤하는 소지훈의 운명적인 여신이었다. 그가 정상적인 남자가 될 수 있을지는 모두 정윤하에게 달려 있었기에 정윤하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었다.소지훈의 부모는 너무 급한 나머지 소지훈이 정윤하에게 고백하지 않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들 대신 정윤하에게 구애하고 싶었다.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던 소지훈은 정윤하를 만난 뒤로 급하게 고백하면 그녀가 놀라게 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알게 된 시간이 아직 짧기에 좀 더 익숙해진 뒤로 고백하려고 했다.정이 깊어지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리기 마련이다.소지훈은 이번에 연성에 가서 기회를 보면서 정윤하에게 고백하려 했고 또 정씨 가족들 앞에서 잘 보이고 싶었다.소지훈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자신이 정윤하보다 10살 많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다. 만약 세는 나이로 계산하면 11살이나 더 많았다.“알겠어요. 알겠어요. 하
“어쨌든 저도 그 경호원의 가족을 만나야 해요.”“그분은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서 동생만 남겨졌대요. 동생이 오면 다시 예진 씨한테 연락드릴게요. 예진 씨, 지금 우리 집안이 난장판이라 제가 먼저 집안일을 처리하게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네.”하예진이 대답했다.이윤미는 전화를 끊었다.“이거 놔요! 저 엄마 볼래요. 엄마 보게 해주세요. 이거 놓으라고요!”정신을 차린 이윤정은 옷을 단정히 입었지만 결국 박수아와 김여희에게 끌려 내려갔다.그리고 조윤이 옷 몇 벌을 챙겨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정일범 형제는 말도 못 하고 정군호를 바라보기만 했다.정군호의 머릿속에는 하얀 종잇장처럼 아무런 기억도 없었다.정군호는 주저앉아 일어설 기력이 없었고 정일범 형제가 옷을 정리해 주는데도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것만 같았다.그는 지금 머리가 텅 비어 이 일이 어떻게 발생했는지도 몰랐다.정군호는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내뱉지 못한 채 이윤정이 조윤 일행에게 질질 끌려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정군호의 결말도 좋을 리 없을 것이다!이은화가 얼마나 모질고 악랄한지 정군호는 잘 알고 있다.그녀를 화나게 하면 정군호와 그의 정씨 집안 사람들도 좋은 결과가 없을 것이다. 특히 정군호는 죽기보다 못할 것이다.이은화는 정군호를 죽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를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못한 생활을 경험하게 할 수도 있다.“아빠.”정일범은 여전히 이윤정을 아꼈다.정일범 형제는 이윤정이 어렸을 때부터 그녀를 사랑해 주었다.그들은 이윤정이 이씨 가문의 후계자로 될 신분이기 때문에 그녀와 남매간의 정을 잘 키우려고 했다. 이윤정이 가주 자리에 오른 후에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그러나 이윤정이 그들의 친동생이 아닐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하인의 딸이었다!그들의 친여동생 이윤미는 하인의 집에서 자랐고 그 하인의 가족들은 이윤미를 괴롭혔다.정일범 형제도 친동생 이윤미에게 잘 해주어야 한다는
조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정말 그렇게 할까요? 윤정이가 깨어나면 윤정이 해명하는 것을 듣지 않으실래요?”이은화는 눈을 부릅뜨고 조윤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왜? 내 말이 지금 아무런 힘이 없어진 거야? 내가 시키는 대로 해! 가! 당장 가서 해! 안 할 거면 너도 같이 꺼져!”조윤은 깜짝 놀라 얼른 대답했다.“갈게요. 지금 바로 갈게요. 자꾸 화내지 마세요. 몸 상해요.”조윤은 박수아와 김여희에게 함께 이윤정을 처리하러 가자고 눈빛을 보냈다.진숙녀가 2층으로 올라가더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이은화의 성난 고함을 들었기 때문이다.조윤 일행이 떠나자 이윤미는 그제야 진숙녀를 발견했다.“엄마, 화내지 말고 물 한 잔 드세요.”이윤미는 물컵을 들어 어머니에게 물 반 컵을 마시게 했다. 물컵을 내려놓은 이윤미는 이은화의 표정이 여전히 어두운 것을 보더니 진숙녀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러세요?”“아가씨, 예진 씨가 호텔로 돌아가시던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차가 뒤집혀 불이 나고 차가 망가졌대요.”“뭐라고요!”이윤미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진숙녀는 서둘러 해명했다.“아가씨, 예진 씨는 괜찮아요. 그분은 고 대표님 차를 타고 떠났거든요. 예진 씨 경호원들이 술을 마셔서 예진 씨 차는 우리 가문의 경호원이 대신 몰고 갔어요. 예진 씨 차가 파손되었지만 죽은 사람은 우리 가문의 경호원이에요.”진숙녀는 이은화의 눈치를 보더니 계속해서 나지막이 이윤미에게 말을 건넸다.“아가씨, 이 일을 가주님께 말씀드릴까요?”하예진이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서야 안색이 좋아진 이윤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분부했다.“잠시 상황을 봐서 어머니께 말씀드려요. 그리고 교통사고를 처리하라고 사람을 보냈어요? 사망한 사람은 누구죠? 그의 가족들에게 우리를 찾아오라고 전해주세요. 보상금을 드려야죠.”진숙녀가 나지막이 대답했다.“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서 처리했어요. 돌아가신 경호원은 친부모가 모두 돌아가셨고 남동생이 한 명 있어요. 갓 대학을 졸업해 강성에서
“엄마, 사고일 거예요. 윤정이가 우리 아버지를 유혹할 리가 없잖아요.”이윤미가 한마디 했다. 그녀는 이윤정 대신 사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다.물론 이 일은 이윤미가 꾸민 일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조윤 일행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이윤미는 전부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이윤정을 일깨워주지 않고 사건이 터지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머리를 쓰지 않아도 이 사건은 이윤정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군호 또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정군호가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젊고 예쁘다고는 하지만 그는 절대로 친딸처럼 키운 이윤정에게 그런 생각을 품지 않을 것이다.정군호는 친딸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이윤정을 가장 아껴주었다.친딸 이윤미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정군호는 심지어 이윤정을 도와 이윤미를 괴롭혔다.그러나 지금 이 두 사람은 함께 있었고 그 장면도 이은화가 목격하게 되었으니 두 사람의 후과는 아마 처참할 것이다.이은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내 말 안 들려? 이윤정을 내 던져! 다시는 안 보고 싶어! 당장! 얼른 깨워! 윤정이는 더는 우리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윤정이는 내 딸도 아니잖아. 이씨 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얼른 꺼지라고 해!”이은화는 이윤정이 정군호를 꼬셨다고 의심하시는 게 아니다.하지만 20년 넘게 아꼈던 수양딸과 자신의 곁은 지켜주던 남편 정군호가 침대에서 뒹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이은화는 누가 옳은지 그른지 상관없이 다시는 이윤정을 보고 싶지 않았고 예전처럼 이윤정이 그녀 앞에서 알른거리는 것을 내버려 둘 자신이 없었다.그리고 정군호도...이은호의 눈가에는 깊은 원한이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정군호를 폐인으로 만들어 다시는 여자를 건드릴 수 없게 하고 싶었다.“엄마, 화내지 마마세요. 제가 금방 처리할 테니까 화내지 마세요.”이윤미는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이윤정을 처리해야 했
그 말을 듣고 있던 하예진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 사건이 이은화가 꾸민 음모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이은화가 의외의 사고로 위장하여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추측했다.그녀는 이은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연회에서 조용하고 식사했고 음식에도 독이 없었다. 하여 하예진은 이은화가 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차에 수를 써서 교통사고를 당할까 봐 고현의 차에 탔다.이은화의 목적은 하예진이었기에 고현의 차를 건드리지 않았고 또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다. 하여 고현의 차에 앉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하예진의 경호원들은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 그리고 노씨 가문이 그녀에게 배정해준 가장 실력 있는 경호원들이었기 때문에 하혜정도 그 경호원들의 생명을 보장해야 했다.그래서 하예진은 그녀의 경호원들을 향해 윙크하며 술을 마셨으니 운전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고현의 경호원 차에 비집어 올라타게 했고 이씨 가문의 진숙녀에게 부탁하여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그녀의 차를 몰고 호텔로 가도록 했다.지금 부딪힌 차는 마침 전호영이 하예진에게 안배해 준 차였다.차가 뒤집힌 뒤로 빠르게 불이 붙는 바람에 누구에게도 구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차는 현장에서 부서지고 사람도 즉시 사망했다.하예진을 겨냥하여 꾸민 일이 틀림없다.만약 오늘 밤 전호영과 고현을 따라오게 하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아마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설마 이은숙도 이렇게 죽었던 건가!전호영은 나지막이 말했다.“이씨 집안의 그 경호원이 불에 타 죽었어요. 우리가 구조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불길이 너무 세고 불이 붙는 속도도 너무 빨랐거든요. 누나, 우리 일단 돌아가서 얘기해요. 여기에서 얘기하기가 불편해요.”이은화가 하예진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을 때, 전호영과 하예진은 이 연회가 그들을 해칠 연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나면 무사할 줄 알았지만 결국 길에서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정군호와 이윤정의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아마
하예진이 말을 건넸다.“제 생각에는 사모님 세 분이 꾸민 음모일 가능성이 커요. 어떻게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그냥 우리의 추측일 뿐이에요. 대체 누가 진범인지 우리가 알 필요 없는걸요. 아마 그 진범의 실체를 드러내놓지도 않을걸요.”이은화는 기필코 이 일이 알려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미처 진실을 가릴 겨를이 없었다.나중에 이은화가 정신을 차리게 되면 바로 처리 할 것이다.현장을 본 몇몇 친척들도 빨리 도망가긴 했지만 사실 도망갈 수 없다. 이은화가 조사하기만 하면 누가 위층으로 올라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내일 이은화가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아갈 것이라고 여겼다.그녀에게 외부에 소문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할 것이고 누가 꾸민 짓인지도 직접 조사할 것이다.나중에 조윤 일행이 이혼을 당했는지, 집에서 쫓겨났는지 눈여겨보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윤정 씨는 조만간 이씨 가문을 떠나야 할 것 같네요.”고현이 한마디 했다.고현은 이윤정을 매우 싫어했다.이윤정이 그녀를 연모하고 매달리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이윤정을 처음 본 순간부터 싫어했다.이윤정이 그녀를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정군호도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요즘 일어난 일들에 관해 이 대표님이 어찌 용서할 수 있겠어요? 설령 정군호 씨도 계략에 걸렸을지라도 이 대표님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조만간 이씨 가문의 상황도 많이 변할 것 같네요.”펑!갑자기 큰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고현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고현과 하예진은 고개를 돌렸다.고현의 경호원들의 차를 뒤따르던 검은 차가 대형 화물차에 의해 추돌당한 것이었다!화물차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그 검은 차는 경호원들의 차에 부딪혀 반대편 도로로 넘어지면서 네 바퀴가 하늘을 향했다.“차 세워!”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운전기사는 급히 속도를 줄여 길가에 차를 세웠다.모든 차량이 길가에 차를 멈추었다.그 화물차도 멈췄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큰 문제는
“윤정 씨가 올려간 요리에 문제가 생겼는데 누가 꾸몄을까요? 윤정 씨인가요? 아니면 이모할아버지인가요? 누가 손을 쓰든 간에 그 계략은 참으로 악랄하고 지독하네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한참을 생각해보더니 스스로를 비방하며 계속해서 말했다.“그 사람들과 비교하면 저는 독하지도 악랄하지도 않네요.”만약 가주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런 수단을 써야 한다면 하예진은 결코 해내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차라리 이은화의 자리를 이윤미에게 양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현은 깊이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그 두 사람은 아닐 거예요. 이 대표님도 아닐 거고, 우리는 더더욱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연회 기간 내내 이은화의 시선 안에서 움직였어요. 이씨 가문의 친척들은 그럴 용기가 더더욱 없을 거고요. 윤미 씨의 담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윤미 씨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는 그녀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윤정 씨를 상대하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어쨌든 정군호 씨는 윤미 씨의 친아버지인걸요.”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저도 윤미 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윤미 씨와 접촉한 적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분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윤미 씨가 그런 비열한 수단을 쓰고 싶었으면 진작에 썼을 것이라고 믿어요. 오늘 밤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맞아요. 이씨 가문의 몇몇 친척들도 그 장면을 목격했어요. 그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뛰쳐나갔지만, 이모할머니께서 분노에 휩싸이는 바람에 그 사람들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분들도 이모할머니께서 자신을 기억하고 보복하는 게 두려워서 뛰쳐나갔을 거예요.”하예진은 그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했다.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 대표님의 성격은 모질어요. 집안의 추악함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그 몇몇 사람들이 똑똑히 보지 못했다면 살길이 있을 텐데. 만약 누군지 똑똑히 보았다면 아마도 목숨이 위
이씨 가문의 집사 진숙녀는 위층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였다.이은화가 자리에 없기에 진숙녀는 이은화 대신 손님을 문밖까지 배웅하고 있었다.진숙녀는 하예진의 말을 이은화에게 전하겠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하예진은 고현의 차에 탔고 그녀의 경호원들은 고현의 경호원들은 몇 대의 차 안에 비집어 들어가 앉았고 하예진의 차는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운전하게 하여 그녀를 뒤따라 가게 했다.지금 이 시각, 전호영도 하예진이 너무 부러웠지만 질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일단 이씨 가문 저택을 떠나려고 했다.방금 위층에서 본 장면도 전호영이 제아무리 뻔뻔하고 견식이 넓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그들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 그 두 사람은 침대에서 여전히 바쁘게 운동하고 있었다.차가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난 후, 고현은 비로소 궁금해하면서 하예진에게 물었다.“언니와 호영 씨가 위층으로 올라가서 대체 무엇을 보셨어요? 이 대표님 남편분에게 또 무슨 사고라고 생긴 거예요?”하예진이 대답했다.“네, 사고 났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큰 사고요. 오늘 밤에 이씨 가문으로 올 때도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그토록 자극적인 장면을 볼 줄은 몰랐어요.”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하예진의 본능적인 반응은 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몸을 돌리는 것이었다.하예진은 지금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정군호는 이은화의 남편으로서 얼마 전에 바람을 피우다가 이은화에게 잡혀 폭행까지 당해 오늘의 연회에도 감히 참석하지 못했다.겨우 며칠 지나지 않아 났는데 정군호가 또 바람을 피웠다.그것도 바람피우는 상대가 이윤정이었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옛날 집사의 딸이다. 그녀와 이윤미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은화 부부는 진실도 모른 채 줄곧 이윤정을 친딸로 여기며 키웠다.정군호가 아무리 파렴치해도 이윤정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둘은 침대에서 함께 운동했다.하예진은 두 사람이
조윤이 넘어진 모습을 본 정일범은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조윤은 정일범의 손을 덥석 잡더니 놀라면서 말했다.“여보, 얼른 가서 아버님과 윤정이를 보세요. 두 사람... 두 사람이... 차마 말을 못 꺼내겠어요. 얼른 가서 직접 보세요.”그 말을 들은 정일범은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달려갔다.정일범 형제와 이윤미도 뒤를 따라 올라갔다.결국, 이은화도 올라갔다.원래 떠나려던 하예진 일행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위층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조윤을 저렇게 놀라게 했단 말인가!“형수님, 아버님과 윤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김여희와 박수아 조윤을 둘러싸고 궁금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조윤의 얼굴이 붉어지며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다가 급기야 김여희 일행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순간 김여희와 박수아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그 좋은 연극을 그녀들은 놓칠 수 없었다.곧 위층에서 이씨 가문 사람들의 고함과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순간, 이씨 가문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예진 일행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일이 생겼는지 제가 올라가 볼게요. 혹시 도울 일이라도 있는지.”전호영은 뻔뻔스럽게 도와주러 간다는 핑계로 이씨 가문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다.하예진도 이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위층으로 올라가 그녀의 관심을 표현하고자 전호영의 뒤를 따라갔다.5분도 채 안 되어 전호영이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와 함께 올라갔던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당황한 표정으로 내려왔다.전호영은 고현을 끌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예진 누나, 우리 얼른 가요.”하예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더니 곧장 집 밖으로 나가면서 대답했다.“가요. 빨리 가요. 못 보겠네요.”어떤 사람들은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고 어떤 사람은 친절하게 모두에게 돌아가라고 소리쳤다.“모두 집으로 돌아가세요. 얼른요.”이 피바람에 휩쓸리지 않도록 모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고현과 전호영이 하예진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을 눈치챘다.그들은 하예진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하예진의 뒤에 서 있는 몇몇 대가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그리고 하예진의 친동생은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었기에 하예진에게 투자해 줄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하예진이 용기와 안목이 훌륭하기만 하면 자금이 부족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이은화에게 눌렸던 능력 있는 사람들은 점점 그들만의 꿍꿍이를 꾸미기 시작했다.하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뭐든지 관심이 있어요. 고 대표님, 내일 혹시 시간 되시는지요? 제가 한번 찾아뵙겠습니다.”고현이 말을 이었다.“오세요. 저야 언제든지 편하죠.”전호영은 곁에서 질투하며 말했다.“고현 씨가 우리 누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니 제가 질투 나네요. 제가 갈 때마다 고현 씨는 너무 바쁘다고 저와 말할 겨를도 없다고 하더니, 누나가 찾아간다고 하니 언제든지 편하다고 말하는 거예요?”고현은 곁눈질하며 대답했다.“저와 예진 씨가 마음이 잘 맞아서 그래요.”이윤미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저도 예진 씨랑 잘 맞는 것 같은데, 고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윤미 씨가 오신다면 제가 시간이 없어도 짜내야죠. 다른 사람이라면 저는 그럴 시간이 없을걸요.”이씨 가문에서 고현은 이윤미의 체면만 세워주고 싶었다.고현은 줄곧 이윤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윤미와 고빈을 맺어주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고빈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둘러댔다.사실 그는 이윤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감정이라는 것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설레는 느낌을 받아야 행복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오랜 시간 끝에 사랑이 키워진다고들 하지만 누구나 다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윤미가 웃으면서 말했다.“제 손에도 프로젝트가 있는데 저는 지금 엄청 좋게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