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이가 당신 이모를 집에 데려다줬대. 그러다가 소현 씨가 연준이를 밖에까지 배웅할 때 마침 예준하와 마주쳤다지 뭐야. 예준하는 지금 소현 씨에게 대시하느라 좀 예민한지 연준이가 자기 라이벌이 될 수도 있다며 나에게 전화 와서 연준이에 대한 소식을 물었어.”“이모가 발을 심하게 다쳤나요?”“삐끗해서 연고를 발랐다는데 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 집에도 가정의가 있는데 의사를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걱정된 하예정은 여전히 성소현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또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발을 약간 삐었을 뿐이라 약을 바르고 며칠 쉬면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았다.“준하 씨는 소현 언니를 정말 신경 쓰는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써서 예민한 거고요.”전태윤은 이해한다는 듯 말했다,“그건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이성과 함께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지.”전태윤도 예전에 김진우를 경계했었다.하지만 김진우가 정말 하예정을 좋아할 줄이야. 이럴 때 보면 남자의 예감도 꽤 정확한 편이다.“난 그렇지 않아요. 난 당신이 나를 배신할 거라고 걱정하거나 의심하지 않아요.”미소를 지으며 말하던 하예정은 남편이 자신을 바라보자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당신은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항상 차가운 모습이에요. 젊은 여성에게도 매우 쌀쌀하고요. 당신을 좋아하는 여자가 많을지는 모르지만 당신에게 고백할 수 있는 여자는 거의 없을걸요. 그리고 당신한테 대시할 여자는 더더욱 없을 거예요. 그래서 난 언제나 안심이죠 뭐.”“하하, 그래?”“당신 성격 차가운 거, 좋은 일인 것 같네요. 적어도 난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거라는 염려가 없거든요. 당신이 먼저 다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한, 아무도 당신을 내 곁에서 빼앗아 갈 수 없어요.”전태윤은 부드럽게 자기 얼굴을 어루만지고 있는 손을 잡아 입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뽀뽀했다.“난 당신을 다른 사람한테 빼앗길까 봐 계속 걱
한편, 전태윤과의 통화를 마친 예준하는 인테리어 작업을 지켜보았다.동시에 꽃가게에 전화를 걸어 저녁 무렵에 큰 장미 꽃다발을 가져다 달라고 했다.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꽃가게의 점원들은 예준하의 분부에 따라 그에게 산뜻하고 아름다운 장미 꽃다발을 보내왔다.예준하는 꽃값을 지불한 후 그 꽃다발을 안고 성씨네 별장으로 향했다.두 집은 걸어서 2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가깝다.초인종을 누르려는 찰나, 성기현이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초인종은 누르다 말고 성기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2분 후.키도 비슷하고 카리스마도 비슷한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섰다.“이 꽃다발은 뭐죠? 보기 눈 아프네요!”성기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성기현은 비록 예준하가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가 정말로 자기 여동생에게 구애하자 왠지 마음에 걸렸고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집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성소현의 곁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하고 싶었다.예준하는 고개를 숙여 손에 들고 있는 꽃다발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이 꽃다발이 너무 생생하고 눈부셔서 눈이 아플 수도 있어요, 너무 아름답잖아요.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빛을 반사해서 눈을 찌르네요. 소현이는 어디 안 갔죠?”예준하는 자기 별장에 있는 내내 성씨네 별장의 동정을 잊지 않고 살펴보았다. 그 때문에 성소현이 오후 내내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성기현 부부도 여태 외출하지 않았다.다시 말해 성문철과 성주현만 집에 없었다.이웃이 되면 바로 이런 장점이 있다. 이웃집 가족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 수시로 파악할 수 있다.“지금 이 시각에 웬일로 찾아오신 거죠? 또 밥이나 얻어먹으러 오신 겁니까?”“소현이가 자꾸 요청해서요.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성기현은 속으로 예준하가 낯짝이 두껍다고 욕을 했다.아까는 분명히 예준하가 집에 눌러앉아 나가지 않으려고 했고 그걸 본 성소
성기현은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멀지는 않습니다만...”“대표님.”예준하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전 소현이를 정말 좋아하고 결혼을 목적으로 구애하고 있어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저도 당신들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이 별장을 산 거고요. 예진 그룹에서 저는 주로 관성 쪽의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어 오랫동안 관성에 머물렀고 거의 A시에 돌아가지 않아요. 이제 소현이가 저와 결혼하더라도 우리는 관성에서 살 거고 여기 이 별장에서 살 거예요.”예준하는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였다고 생각했다.“앞으로의 일은 누가 확신할 수 있겠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죠. 당신이 우리 집안의 데릴사위가 되지 않는 한, 어머니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데릴사위 할 수 있어요. 데릴사위 할게요. 우리 부모님이야 큰형이 옆에서 효도하면 되죠 뭐.”“...”이경혜도 데릴사위를 들이겠다고 한 적은 없다. 다만 딱 잘라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을 뿐이다.절대 하나뿐인 딸을 먼 곳으로 시집보내지 못한다고 했다.“대표님, 저도 당신들의 걱정을 잘 이해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든 어떻게 약속하든 아직은 믿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걱정되는 거죠. 하지만 시간이 모든 걸 증명해 줄 거예요. 저에게 실제 행동으로 증명할 기회를 줘요. 전 제가 한 말 꼭 지킬 겁니다.”성기현은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한참 동안 침묵한 후, 성기현은 비로소 입을 열었다.“잘 알겠어요. 준하 씨와 이렇게 얘기를 나눴으니 어머니께 임무를 마쳤다고 보고해야겠어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예준하는 따라 일어나서 성기현을 성씨네 문 앞까지 배웅했다. 그는 성기현이 집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곧 다시 초인종을 눌렀다.잠시 후 도우미인 영미 아주머니가 나왔다.“준하 도련님? 방금 우리 큰 도련님께서 들어가셨는데 혹시 못 보셨나요?”영미 아주머니가 어리둥절한 표정
예준하는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부모님이야 당연히 우리를 위해 생각하셔서 그러겠지. 다만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방법을 선택하셨을 뿐이야. 그 때문에 우리가 곤란한 거고.”“그러니까, 너희 부모님도 평소에 널 이렇게 강요하셔?”성소현이 물었다.“음... 우리 부모님은 내가 성인이 된 후로부터 내 일엔 아예 신경 안 쓰셔. 아니, 날 신경 쓴 적이 없다고 해야 할 거야. 난 어릴 적부터 큰형이 알아서 챙겨줬어. 우리 집안 어른들은 보통 아랫사람의 일에 관여하지 않아. 다만 나이를 먹고도 결혼하지 않으면 좀 재촉할 뿐이야.”그러자 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맞아, 나도 너의 집 어른들은 매우 개명하고 전씨 일가와 같은 가풍이라고 들었어. 어쩐지 너희 집이랑 전씨 일가가 갑부가 될 수 있더라더니. 가풍 때문인 거야. 그래서 가문이 번창하는 거고.”“소현아, 엄마가 더 이상 나랑 만나지 말라지?”성소현도 솔직하게 대답했다.“응, 너희 집이 너무 멀어서 절대 날 시집보낼 수 없다셔. 어찌 단호하게 말씀하시는지... 그리고 우리 관성에도 젊고 우수한 남자들이 많다는 거야. 재벌이 아닌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도 좋으니까 멀리 시집갈 생각만 하지 말래.”성소현과 예준하는 아직 혼담을 나누기엔 이른 사이인데 이경혜는 벌써 이렇게 급하게 막고 있다.예준하는 또 한참 침묵을 지키다가 말했다.“집이 먼 것 외에는? 또 뭐라셨어?”“다른 건 없어, 그냥 계속 멀다고만 하셔. 너 이 문제만도 해결하기 어려운데, 또 다른 문제가 있길 원하는 거야?”예준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사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지 않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주머니도 천천히 받아들이실 거야.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네가 언제 나를 받아줄 거냐는 거야.”“음...”기분이 조금 좋아진 성소현은 운전하며 말했다.“나 여태 남한테서 구애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구애받고, 보호받고, 아껴주는 느낌을 더 즐기고 싶어.”예준하는 성소현의 말을 깊이 새겨들었다.성소
저녁 식사 후, 하예정은 일찍 방에 들어가 샤워를 한 후 언니가 머무는 객실로 향했다.하예진은 방금 아들을 안고 욕실에서 나오는 중이었다.“우빈이도 샤워 했네?”“응, 낮에 정신없이 놀아 졸린지 샤워를 시켜주는데 채 씻지도 못하고 잠들었어.”하예진은 아들을 침대에 눕혔다. 꼬마 녀석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하예정은 웃으며 우빈이의 작은 얼굴을 살짝 꼬집었다. 깊은 잠이 등 우빈이는 이모가 자기 얼굴을 꼬집어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오늘 지율 형을 따라 실컷 놀았어. 어쩌다가 이렇게 한번 놀아주는 것도 좋아. 지율이는 공부 스트레스가 심할 거 아니야, 이제 겨우 고1인데... 위에 있는 형들은 다 공부 잘했다며. 노력하지 않으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데 형들이 꽉 잡을 수밖에.”“그건 그래. 이렇게 정신없이 놀고 나면 스트레스도 많이 풀릴걸.”하예정은 막내 도련님을 매우 이뻐했다.전지율은 말도 예쁘게 해서 하예정을 볼 때마다 달콤하게 형수님이라고 부르곤 했다.“그런데 넌 무슨 일 있어?”하예진은 동생이 무슨 일로 찾아온 줄 알았다.“응? 그냥 우빈이 보러 온 거야. 자고 있으니 난 작은 서재로 가봐야겠어. 언니도 일찍 쉬어.”“지금이 몇 시인데 잠이 오겠어? 그래도 열 시는 돼야 자지.”이제 겨우 저녁 7시쯤이다.하예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알았어, 넌 네 일 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너 또한 네 시어머니 못지않게 우수하니까. 네 시어머니랑 어르신은 이미 장부에 익숙한 데다 경험도 많잖아. 넌 이제 겨우 시작이야. 경험은 모두 0에서 시작하는 거니 화이팅해!”하예정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처음에는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어머님이 익숙해질 때까지 몇 년의 시간을 주시겠대. 그래서 마음이 훨씬 편해졌어. 언니, 나 정말 열심히 할 거야. 전씨 가문의 사모님 소리 헛듣지 않게 말이야. 이것도 못해내면 내가 너무 쓸모 없어 보이잖아. ”하예진은 달콤히 자는 아들에게 이불을 덮어줬다.“그래, 천천히 해. 가서 네 일
“알겠어요, 할머니.”노동명은 실망했다.하지만 2분도 지나지 않아 곧 다시 회복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들어가 보거라.”할머니는 그를 쫓아내려 했다.노동명은 웃으면서 말했다.“할머니, 절 쫓으시는 거예요? 이제 태윤이랑 한잔할까 하는데요.”“난 오늘 술을 안 마실 건데.”전태윤은 단칼에 거절했다.노동명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젠 접대할 때에도 술을 잘 안 마신다고 하던데 마누라님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안 마시는 거야? 담배도, 술도, 도박도 안 하고 모범 남편이 다 됐네.”할머니와 태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을 열었다.“좀 따라배워.”“...”결국 노동명은 서원 리조트를 떠났다.그가 떠난 후, 전태윤은 계속 할머니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이가 좋아 할 얘기도 많았다. 할머니가 졸려 하품을 해서야 전태윤은 얘기를 멈추고 말했다.“피곤하세요? 방으로 돌아가 쉬세요.”할머니는 또 하품하고는 말했다.“나이는 못 속이겠구나. 시간이 되기만 하면 잠이 오고 날이 밝기도 전에 스스로 깨나니 말이야.”그녀는 일어나서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할머니가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한 후에야 위층으로 올라갔다.하예정이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는 줄로만 알았지만 방문을 열자 깜깜한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다.그는 불을 켜고 방 안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지만 와이프의 아름다운 모습은 찾지 못했다.하예정이 처형의 방에 있는 줄로 안 전태윤은 서둘러 아내를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목욕한 후 침대에 앉아서 잡지를 보았지만 밤 11시가 될 때까지도 와이프는 방으로 돌아오지 않았다.혼자 방 안에 있는 느낌을 싫어하기도 하고 익숙하지도 않은 그는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찾아 나섰다.하예정이 하예진의 방에서 묵고 있는 줄로만 안 그는 문 앞에서 방안의 인기척을 엿들었는대 어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결국 그는 문을 두드렸다.잠이 든 하예진은 어렴풋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일어
2분도 안 돼 전태윤을 아내를 안고 침대로 가서 더 많은 것을 요구했다.그렇게 둘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다음날은 심효진이 친정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뵙는 날이라 하예정 자매는 모두 심씨네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전태윤은 당연히 아내를 따라갔다.심효진은 부모님을 뵌 다음 날 소정남과 신혼여행을 떠났다.짧은 연휴도 끝나 출근할 사람은 출근하고 등교하는 사람은 등교하고 가게들도 다 열기 시작했다.모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하예정은 매일 가게를 보는 것 외에도 시간을 내서 성소현과 함께 채소밭의 진행 상황을 살펴야 했다.채소밭은 이미 계획에 따라 제철의 채소를 심었다.푸르고 싱싱한 밭을 지켜보던 성소현은 하예정에게 말했다.“관리원이 일주일만 더 있으면 이 채소들을 팔 수 있게 된다고 했어.”하예정은 밭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랑 계약을 체결한 호텔과 학교 식당에서 이 채소들을 다 받을 수 있을까요?”“당연히 다는 못 받지. 우리 밭은 면적이 커서 심은 채소의 양도 엄청나. 그 몇 집의 호텔과 학교 식당으로는 아직 다 받아들일 수는 없어. 돌아가서 다시 몇 개의 큰 호텔과 식당과 더 협상해야 해.”“야채 시장의 일부 가게도 고려해요.”하예정도 입을 열었다.“이제 겨우 시작이니 규모가 크든 작든 우리의 채소를 들이겠다고만 하면 모두 협력하도록 해요.”그녀들은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고 되도록 자기 능력에 의지하여 채소들을 팔 생각이었다.하예정은 자신이 앞으로 전씨 일가의 안방마님이 되어 많은 산업을 경영해야 할 것을 생각했다. 그건 장부만 보며 외우기만 하면 될것이 아니라 각 분야의 산업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그녀는 경험을 쌓기 위해 직접 주문을 받는 것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성소현은 하예정의 제안에 동의했다.두 사람은 채소밭을 쭉 둘러본 후 마을의 한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야 시내로 돌아갔다.현재 채소밭에 심은 채소는 일주일 후면 공급할 수 있기에 둘은 시내로 돌아온 후 더 많은 협력업체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하예
박씨 아저씨는 속으로 슬쩍 웃었다.큰 도련님은 이제 완전히 아내 바라기이다.이때, 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이제 곧 집에 갈 거예요. 당신 집에 돌아왔어요?”“응, 나 방금 집에 도착했어. 지금 어디야? 데리러 갈게.”“괜찮아요. 이미 집에 도착한 거면 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나절로 운전해서 가면 되니까요. 아직 집에 도착하지 않아서 돌아가는 길에 데리러 오는 것과는 다르잖아요. 집에서 기다려요, 10분 후면 집에 도착할 거예요.”“그럼 조심해서 운전해. 비행기를 모는 것처럼 몰지 말고.”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 비행기 몰 줄도 몰라요.”그녀는 가끔 늦은 밤에 돌아갈 때 차가 적으면 한바탕 돌진하곤 했다. 하지만 곧 그녀를 따라다니며 보호하는 경호원들에게 잡혔다.전태윤에게 들킨 후 한바탕 꾸지람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또 언니 하예진에게까지 일러바쳐 혼쭐이 나곤 했다.하예정은 남편이 언니에게 고자질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녀가 자기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기만 하면 언니를 찾아가 일러바쳤다.그때부터 그녀는 무슨 일을 하던 남편이 언니에게 일러바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남편의 기분을 고려해야 했다.이 정도로 고자질하기를 좋아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언니에게 이 일로 불평해도 언니는 그저 이건 전태윤이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작은 일로 다투기 싫어 자신에게 말해 동생에게 주의를 주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그러니 이건 관심이지, 고자질하는 게 아니라며 전태윤의 편을 들었다.언니까지 이렇게 말하니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언니에게 전태윤이라는 제부의 지위는 이미 동생인 그녀를 능가했다.“야식 먹을래? 내가 직접 요리해서 준비해 줄게.”“나랑 같이 먹지도 않잖아요. 나 혼자 먹는 야식은 재미없는걸요. 안 먹을래요. 살이 찔까 봐 두렵네요.”전태윤은 몸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그는 야식을 절대 먹지 않는다.저녁에 접대가 있을 때도 음식은 별로 먹지 않았고 술만 가끔 두 모금씩 마셨다. 보통
노동명은 다정하게 말했다.“널 위해서 늘 재활을 꾸준히 하고 있어. 회사 일은 특히 중요할 때만 나가서 처리하거든. 우리 형도 도와줘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노동명은 그윽한 눈빛으로 말을 건넸다.“예진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난 정말로 재활을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면서 평생 일어나지 못했을 거야.”“바보.”“아니거든. 난 단지 너와 우빈을 너무너무 사랑했을 뿐이야. 남들은 네가 이혼한 여자라고 말하고 있어. 내가 널 알게 되었을 때에도 넌 뚱뚱하고 못생겼는데 내가 왜 널 좋아하게 되었는지 몰라... 근데 좋아하면 좋아하는 거지 나도 그 이유를 찾고 싶지도 않아. 아마 너의 강인함과 감히 자신을 개변시키는 그 능력에 매료되었을지도 모르지. 난 우빈이가 너무 사랑스러워. 사실 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느껴져서 안 좋아하거든. 근데 처음으로 우빈을 보자마자 좋아하게 되었다.”“저도 알아요. 저도 제 아들 덕을 봤죠.”노동명은 우빈을 좋아하기 때문에 우빈의 엄마, 즉 하예진에게 조금 더 많은 관심과 포용력을 갖게 되었다.그러다가 접촉 횟수가 많아졌고 함께 지내다 보니 서로 정이 들었다.“우빈이가 우리 두 사람 중매를 선 거나 다름없어.”노동명은 헤벌쭉 웃었다.“태윤이도 마찬가지야. 태윤 때문이 아니었다면 널 알지도 못했을걸. 예진아, 네가 강성에서 일을 마치면 나랑 결혼하는 건 어때?”하예진의 대답이 떨어지기도 전에 노동명이 계속하게 말했다.“내가 정상적으로 걷지 못해도 난 결혼하고 싶어. 난 이미 스스로 설 수 있어. 그리고 몇 걸음 정도는 앞으로 걸을 수 있게 됐고. 1년이란 시간을 더 주면 분명 정상적으로 걸어 다닐 수 있을 거야. 근데 난 그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노동명은 지금 36세이고, 2년만 더 기다리면 38세까지 될 것이다.곧 있으면 마흔이 된다.하예진은 속으로 흐뭇해하며 대답했다.“좋아요. 저야 지금 당장이라도 동명 씨와 혼인 신고를 할 수 있어요. 근데 동명 씨가 원하지 않잖아요.”노동명은 자신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하지만 가난해 본 여운별은 자신에게 뒷길을 남겨두기 시작했다.용태호로부터 돈을 받을 때면 그녀는 몰래 저축해 놓았다.나중에 관계를 끊으면 수중에 재산이 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예전처럼 여천우에게 매달 수십만 원 생활비를 달라고 매달릴 필요 없을 것이다.“태호 씨, 연회의 주인은 제가 누군지 아세요?”“네 신분을 몰라. 나도 관성 지역의 명문가 사모님께 부탁해 널 데려가도록 했어. 잘 들어. 넌 용씨 가문의 사모님이지 여운별이 아니야. 너의 시댁은 조용하게 지내는 가문이라서 넌 남들을 몰라야 해. 옛날 지인을 보더라도 아무리 친해도 모른 척해야 해.”여운별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용태호는 그녀의 턱을 풀어주었다.“날 따라와. 올라가자.”여운별은 어리둥절했다.용태호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면서도 반항할 수 없었고, 감히 반항하지도 못했다. 얌전히 용태호를 따라 위층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강성, 하루 호텔.식사를 마치고 여행 가방을 내려놓은 하예진은 노동명을 밀고 아들과 함께 호텔에서 걸어 나왔다. 근처 거리로 쇼핑하러 갈 준비를 하려던 참이다.우빈은 너무 기뻐서 가는 내내 깡충깡충 뛰며 재잘거렸다.하예진은 강일구에게 우빈을 따라가라고 지시했다, 어린 녀석이 너무 빨리 달려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말이다.강일구와 다른 경호원은 우빈을 따르고 있었고 네 명의 경호원은 노동명과 하예진의 뒤를 따랐다.그러나 노동명과 하예진을 방해하지 않도록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사랑의 말을 무심코 듣고 싶지 않았다.“우빈이가 너무 기뻐하네.”노동명은 웃으며 말했다.“우빈은 외출하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몇 달밖에 되지 않았을 때부터 매일 밤 제가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 돌았거든요. 매일 시간이 되어 내려가지 않으면 어찌나 보채는지...”“하하, 그래? 우빈이가 어렸을 때 키우기 힘들었지?”하예진이 대답했다.“맞아요. 특히 걷기 시작했을 때부터 달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만져보고 기어오르다가도 뛰어내리고... 조금만 부주의해도
“태호 씨, 방금 태호 씨가 한 말 제가 전부 귀담아들었어요.”여운별도 여운초가 그녀를 보고 의심하게 될 것을 알고 있었다.하예정이 허점을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여운초는 분명 찾을 수 있을 것이다.누가 뭐라고 해도 친자매이니까.여운초는 여운별을 잘 알고 있었지만, 여운별은 오히려 여운초에 대해 잘 알지 못해 몇 번이고 여운초에게 짓밟혔다.가장 두려운 것은 여운별의 남동생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는 점이다.여천우의 머리에는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알고도 모를 일이다.여천우가 여운별을 따르지 않을뿐더러 두 고모도 사촌 오빠들을 데리고 관성을 떠나 어디로 갔는지 행방도 모른다.여운별은 이제 의지할 곳이 없어서 용태호의 눈에 들어 바둑판의 알로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용태호의 내연녀까지 되었다.용태호는 탁자 서랍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여운별에게 건네며 말했다.“잘 봐. 이 종이에 적힌 모든 내용을 잘 기억해.”여운별은 그 두 장의 종이를 받았다. 그 종이 위에는 전부 낯선 이름과 낯선 회사들,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적혀있었다.빼곡히 많은 글이 붙어있었다.“태호 씨, 다 기억하여야 하는 거죠?”이는 용태호가 여운별에게 이어준 인맥임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과 회사는 관성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있다.여운별은 처음으로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연회에 참석하게 된다.연회에서 다른 사람이 시댁에서 무슨 사업을 하는지 물으면 적어도 대답을 해주어야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관성이 이토록 큰데 몇몇 명문가 외에도 많은 새로운 기업들과 수많은 크고 작은 회사들이 있다.모든 사람이 서로의 회사 대표님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그녀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가족이 정말로 그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것이다.여운별은 이미 하예정에게 자신의 남편 사업이 관성에 있지 않고 관성에 정착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알려주었다.“기억해야 할 뿐만 아니라 능숙하게 외워야 해.”용태호는 담담하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모든 것을 물려받을 수는 없다.그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용씨 가문을 잘 다스릴 수 있다 해도 임시 대리인으로 될 수밖에 없다.용정이가 어른으로 되어 다시 가주의 증표와 토템을 가지고 돌아오면 용태호는 아무 말 없이 무조건 자리에서 물러나 열심히 운영해왔던 모든 것을 내줘야 한다.용씨 가문의 진정한 세력과 인맥도 그 녀석에게 충성할 것이다.하여 용태호는 상대방이 아직 어리고 복수할 능력이 없을 때 먼저 증표와 토템을 받은 후 입을 막으려고 했다.그래야만 진정으로 용씨 가문의 주인이 되어 용씨 일족을 호령할 수 있으니까.그러나 그가 막 용정이 모연정의 양자라고 의심하던 찰나에 단서는 끊어졌고 그 아이와 관련된 소식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마치 보호막이라고 생긴 것 마냥 예진 리조트에서 너무 잘 보호되고 있었다.용태호도 손을 내밀어 들어갈 수는 있지만, 그는 정겨울의 배후에 서 있는 노인네와 국내와 국외를 자유롭게 오가는 신비로운 조직 오제당을 감히 건드릴 담이 없다. 용씨 가문은 매우 대단한 가문이지만 용태호는 아직 진정한 용씨 가문의 가주가 아니었다. 따라서 오제당과 맞서지 못할 것이다.그는 먼저 모연정의 양자가 그가 찾는 녀석인지 아닌지를 알아내야 했다.“태호 씨.”여운별은 무언가를 떠올리며 조심스럽게 용태호를 불렀다.용태호는 눈빛을 돌려 여운별이 말하기를 기다렸다.“태호 씨, 하예정은 매일 조카를 유치원에 데려다줘야 해서 저도 시누이를 데리러 가는 척했거든요. 유치원 입구에서 우연히 만나려고 늘 기회를 찾고 있었고요. 근데 하예정은 제가 늘 말하는 시누이를 본 적 없어요. 계속 이대로 나아간다는 의심 살 수 있으니 제 일에 협조해줄 수 있는 아이를 배정해 줄 수 있을까요?”용태호는 웃으며 칭찬했다.“좋아. 진보 많네. 그럼 내가 아이 한 명을 찾아서 네 연기에 협조해주도록 하지. 그분 외조카가 유치원 소반이라고 했지? 넌 하예정 씨와 소개할 때 시누이가 몇 살이라고 알려줬어?”“네다섯 살 정도요.”용태호
여운별은 잠자코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하긴, 여운초가 이미 제 목소리를 들었으니 다음에 제가 변성하면 더 의심할 거예요. 이제 다들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하지만 하예정은 어떻게 저를 의심했죠? 몇 번 만나보지 못했는데.”용태호는 여운별을 힐끗 쳐다보다가 대답했다.“기억력이 좋거든.”여운별은 말을 잇지 않았다.여운초의 기억력도 아주 좋다.여운초는 10년 가까이 눈이 멀어서 기억력에 의존해야 했다.“그리고 네 눈먼 장님 언니도...”“태호 씨, 여운초는 이제 장님 아니에요. 진작에 시력을 회복했거든요. 전이진 도련님이 신의의 제자인가 뭔가 하는 사람을 찾아와서 눈을 치료해 주었다고 들었어요.”여운별은 말하다가 억울한 표정으로 소리쳤다.“그 장님은 왜 이렇게 운이 좋을까!”전이진이 여운초에 접근했을 때 그녀 아직도 장님이었으나 전이진은 싫어하는 기색이 없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그때 명해은을 만나러 서원 리조트에 찾아가 여운초의 눈이 멀어서 전이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들쑤시기까지 했다.그러나 명해은은 전씨 가문의 사모님은 아무 일도 할 필요 없이 돈 쓸 줄만 알면 된다고 당당하게 쏘아붙였다.그녀의 두 고모를 울분이 터져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렇다고 감히 전씨 가문에서 미치광이처럼 떠들지는 못했다.이제 여운초는 시력을 회복했고 또 전이진과 혼인 신고까지 했다. 그녀가 전씨 가문에서의 지위는 더욱 견고해지기만 할 것이다.내일 저녁에 여운초는 명해은을 따라 연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는가!예전에는 상류층에 연회가 있을 때마다 추미자는 여운별을 데리고 참석했지만, 여운초는 절대 데려가지 않았었는데...여운별이 여운초를 심하게 괴롭혔을 때 여운초가 평생 관성의 상류 사회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비꼬기까지 했다.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지금은 여운별은 상류 사회에서 밀려나게 되었고 여운초는 전이진의 어머니가 데리고 다니며 접대하고 교제하고 있다!여운초는 지금도 여씨 가문의 모든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여운별은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용태호는 로비의 소파에 앉아 손에 술 한 잔을 들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술을 맛보았다.발소리를 듣고도 그는 여운별을 쳐다보지 않았다.여운별은 다가와 가방을 내려놓고 용태호의 옆에 앉으며 애교스럽게 소리쳤다.“태호 씨.”용태호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의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에 여운별은 깜짝 놀랐다.또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나?“식사하셨어요?”여운별은 더는 애교를 부리지 못하고 조심스레 물었다.“식사하셨어요?”용태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몸을 뒤로 젖혔다.“테이블 위에 있는 그 초대장은 네가 내일 저녁 연회에 참석할 때 사용될 거야. 그리고 저기, 너에게 드레스 몇 벌과 보석 몇 세트를 사 놓았어. 마음에 드는 치마를 골라 입어.”용태호는 1인용 소파 위를 쳐다보았다.그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니 그 소파 위에 여러 개의 정교한 가방과 몇 개의 크고 빨간 선물 상자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여운별은 먼저 그 초청장을 들어 펼쳐 보았다.그리고 다시 일어나 드레스와 보석들을 살펴보았다.드레스는 화려하고 정말 예뻤다. 보석은 말할 것도 없이 아주 빛났다.여운별은 좋은 물건들을 본 적도 있고 사용한 적도 있지만, 용태호의 큰 씀씀이 앞에서는 여전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태호 씨, 고마워요.”씀씀이가 이토록 대범한 것으로 보면 용태호의 자산은 아마도 전태윤과 전이진을 능가할 것이다.여운별은 만약 용태호를 도와 일을 성사시켜 그의 마음에 들어서 아이까지 낳는다면 앞으로 자신이 정말 용씨 사모님으로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여운별은 하예정과 여운초보다 더 잘 살아야 했다.그녀는 용태호가 준 선물을 마주하더니 용태호에게서 받은 공포를 단번에 잊은듯했다.용태호 또한 항상 그녀의 목을 조르고 살벌하게 대하지는 않았다. 그땐 단지 그녀에게 경고만 해주고 싶었을 뿐이다.용태호는 웃으며 물었다.“좋아해?”“좋아해요.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밤 반드시 잘할게요. 절대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잘해 볼게요.”용태호는 그녀
그와 동시, 용씨 별장.여운별은 이미 용씨 사모님의 신분으로 살고 있기 때문에 용태호가 그녀에게 사준 별장에도 용씨 성을 붙여주었다.그녀는 어두워질 때까지 밖에서 어슬렁거리다가 별장으로 돌아갔다.차는 여운별을 태워 별장 안으로 들어갔고 별장 내부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여운별은 곧 용태호가 왔을 것으로 추측했다..여운별은 자기도 모르게 좀 긴장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용태호에 대한 환상이 깨졌다.처음에 그녀는 앞으로 진짜 용씨 사모님을 대신해 용태호를 정복하면 그가 자신에게 고분고분해 질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난번, 용태호는 여운별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다. 용태호의 살벌하고 음흉한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녀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용태호가 여운별에게 맡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 그가 정말로 여운별을 죽여버릴지도 모른다.감히 다른 생각을 가져 용태호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면 아무런 이익도 얻지 못할 테니까.용태호는 금전적인 방면에서는 매우 대범했다. 아름다운 옷과 보석 세트들은 물론, 돈도 약속했던 것보다 더 많이 주었다.그가 별장으로 오지 않아도 수시로 그녀에게 용돈을 자주 주었다.만약 용태호에게 목이 졸리지 않았다면 여운별은 아마 용태호가 정말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 거라고 착각했을 것이다.“사모님, 집에 도착했습니다.”차를 멈춘 뒤에도 뒷좌석에 앉아 있던 여운별이 움직이지 않자 경호원은 조용히 몇 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여운별이 여전히 차에서 내리지 않고 앉아있자 경호원은 고개를 돌려 일깨워줄 수밖에 없었다.“집에 도착하셨습니다.”.그러나 이곳은 여운별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여운별이 속으로 발악했다.그녀의 집은 여씨 가문의 대별장으로 그곳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다.그러나 지금 여운초에게 점령당했다. 그리고 더 화가 나는 것은 그 집이 정말로 여운초의 명의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남동생을 데리고 그곳에서 수십 년을 살면서 한때 모든 노동자
“이모, 엄마 여기 너무 추워요. 바람도 너무 세요.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바람에 날아갈 뻔했어요.”녀석은 과장되게 말했다.“그럼 옷을 좀 다 입어. 바람에 날아가면 안 되니까. 우빈이가 날아가면 이모가 어디로 찾으러 가야 할지 모르잖아.”우빈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이모, 거짓말이에요. 바람이 너무 센 건 맞지만 저를 날려 보낼 수 없는걸요. 저는 다 커서 바람이 저를 날려 보낼 수 없어요. 하지만 정말 추워요. 엄마는 여기에 눈이 올 거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눈이 오지 않아요.”강성은 관성보다 확실히 많이 추웠다.다행히 하예정이 우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 몇 벌을 쑤셔 넣었다.“저와 아저씨는 이미 엄마의 새 차에 올랐어요. 차에는 히터가 켜져 있어서 지금은 그렇게 춥지 않아요. 게다가 아저씨가 저를 안아 주시니 저는 더 따뜻해졌어요.”“다행이네. 그럼 이따가 차에서 내릴 때 외투를 더 입는 것을 잊지 마. 이모가 너의 여행 가방에 두꺼운 옷을 넣어놓았거든. 그리고 날씨가 추운데 엄마한테 천천히 운전하라고 하고.”“엄마가 운전하는 게 아니라 일구 삼촌이 운전하고 계세요.”우빈은 강일구와 가장 친했다.그리고 강일구는 하예진을 따라 강성으로 와서 그녀를 보호하도록 했다.우빈은 공항에서 강일구를 만났을 때 뛸 듯이 기뻐했다. 우빈은 강일구가 그를 여러 번 껴안고 돌게 하는 바람에 노동명이 하마터면 질투할 뻔했다.“강일구 아저씨 운전 실력이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에 이모께서 안심하라고 전해달래요.”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일구 아저씨가 운전하시니, 그럼 이모가 안심해도 되겠네. 그럼 우빈이 엄마는?”“제 옆에 계세요.”우빈은 하예진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그리고 노동명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앳된 목소리로 말했다.“아저씨, 너무 추워요. 저를 다시 꼭 안아 주세요. 아저씨 품이 너무 따뜻해요.”노동명은 코트를 펼쳐 녀석을 코트 안에 감쌌다.“공항에서 엄마 집까지 거리가 좀 있어. 먼저 좀 자. 도착하면 깨워줄게.”노동명과 하예
그러나 하예정은 어르신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태윤 씨가 호영 도련님과 고 대표님께서 휴가를 떠나 보름 만에 돌아온다고 했어요. 할머니께서 지금 가시면 놀러 갈 수 있지만, 혼담을 꺼내려면 주인이 집에 없을 때 가면 좀 그렇지 않을까요?”현장의 어르신들은 순간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그럼 애들이 돌아오면 그때 혼담을 꺼내러 가자. 우리도 가서 고 이사님 부부와 친해져야지.”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아직도 매우 친하지 않다고 생각하세요?”“전화로는 통화를 많이 했을 뿐 만나본 횟수가 적거든.”하예정은 할 말이 없었다.쌍방의 부모님들은 전화상으로만 연락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만나본 횟수는 많지 않았다.주로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식사하세요.”전태윤이 부엌에서 나와 소리쳤다.전씨 할머니께서 집에 계시니 남자들은 요리하고 여자들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하기를 기다렸다.평생 딸을 낳아보지 못한 전씨 할머니는 며느리를 딸처럼 아꼈다.손녀가 또 태어나지 못한다면 손자며느리를 손녀로 여기면서 사랑해줄 것이다.전태윤은 꿈에서도 아내의 배 속의 아기가 딸이 되고 싶었다.그렇게 되면 그의 딸은 전씨 가문의 가장 사랑스러운 보물로 될 것이다. 조상처럼 모셔야 하느니라!그러다가도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 아이를 품었다는 생각에 딸이든 아들이든 전태윤은 태연하게 생각하기로 했다.하예정이 낳은 아이가 꼬리가 달린 아이라 할지라도 전씨 가문의 첫 손자이기 때문에 여전히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랄 테니까.여자들은 몸을 일으켜 식사하러 갔다.“할머니.”전창빈은 앞치마를 두르고 있었다.그는 웃으며 전씨 할머니와 인사했다.전씨 할머니는 자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그래도 먹을 복이 있나 보다.”“할머니께서는 늘 먹을 복이 많았거든요.”하예정은 할머니를 부축하여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할머니, 천천히... 조심하세요.”할머니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야말로 조심해.”전씨 할머니의 시선은 하예정의 배 위에 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