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취한 척했던 것이었다.“여보.”아무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으니 두 사람은 신혼 첫날밤을 마음껏 즐겼다.소정남은 심효진을 끌어안고 침대 끝에 앉아서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여보, 시간이 금인데 우리 시간 낭비 하지 말자.”말을 마친 그가 키스하려고 다가갔지만, 심효진이 밀쳐냈다.“아직 메이크업도 지우지 못했고 옷도 못 갈아입었어요. 샤워도 해야 하고요. 당신도 마찬가지예요.”심효진은 화장대 앞으로 가더니 몸에 걸쳤던 보석들을 하나씩 떼어냈다.오늘의 그녀는 보석처럼 빛난다는 말이 아주 잘 어울렸다.소정남이 선물한 보석은 금은방을 차려도 될 만큼 많았고 심효진의 집에서 준비한 보석도 아주 많았다. 집을 나설 때, 그녀의 목과 양손에 금은보석이 가득해서 보는 사람의 눈을 멀게 할 정도로 눈부셨다.심효진은 자신이 걸어 다니는 금은방 같다고 생각했다.“여보, 당신 오늘 진짜 예뻤어. 그리고 우리 이제 결혼식도 올렸겠다. 서로 편하게 부르는 건 어때?”소정남이 다가와서 아내에게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다.“알았어, 이제부터 편하게 부를게. 그리고 내가 언제 안 예뻤던 적이 있어?”소정남은 히죽히죽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내 아내는 언제봐도 예쁘지.”그는 심효진을 도와 보석을 떼어내며 물었다.“여보, 오늘 힘들었지?”“힘들었지. 근데 힘들었지만, 너무 행복했어. 결혼 안 했으면 이렇게 호화로울 수 있는지 평생 몰랐을 거야.”“나도 너무 행복하네. 부자 신부를 얻었으니 적어도 50년은 덜 노력해도 되겠어. 이제 전태윤이 야근하라고 불러내도 무시할 거야. 나한텐 부자 아내가 있으니까.”심효진이 폭소를 터뜨렸다.“정남 씨, 나 놀리지 마. 내 돈은 다 네가 준거잖아.”소정남은 뒤에서 그녀를 안으며 기회를 틈타 그녀를 탐닉했다.“여보,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줬어. 앞으로 내가 전 씨 그룹에서 번 돈도 다 줄게. 그러니까 평생 날 사랑해 줘야 해.”“당신이 날 평생 사랑해 주면 나도 평생 사랑해 줄게.”결혼은 두 사
날이 밝았다.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하예정이 일어나서 보니 언니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하예진이 퇴원 후, 하예정은 언니가 집에서 쉬는 걸 지켜보기 위해 언니에게 그녀와 전태윤의 집에서 한동안 같이 살자고 부탁했다.자기가 아직 휴식이 필요하고 세 살짜리 아이는 보살핌이 필요하니 하예진은 동생의 부탁을 들어줬다.하예진은 아들과 함께 잠시 전태윤의 피크 별장에서 지냈다.하예진은 아들을 데리고 마당에서 산책하고 있었다.관성은 벌써 더워지기 시작해서 태양이 기승을 부리는 낮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에어컨을 틀었다.하지만 아침에는 여전히 서늘했다.별장의 아침은 아주 조용했다. 하예진은 아침에 마당에서 산책하기를 좋아했다. 운동도 하고 꽃구경도 할 수 있었다.전태윤은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에 별장에 있을 때는 그저 별장에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서 꽃을 심었었는데, 이제는 별장을 꽃밭으로 만들었다.하예정이 꽃을 기르기 좋아하기 때문이었다.전태윤은 사랑하는 아내가 매일 꽃을 볼 수 있게 리조트의 꽃방에서 예쁜 꽃을 가득 가져와서 별장에 심었다.우빈이는 오늘 쉬는 날이라 학교에 갈 필요가 없어서 아주 신나 했다.비록 수업을 들은 지도 한참 되었고 우빈이도 어느 정도 습관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쉬고 싶고 엄마 옆에 붙어있고 싶었다.“엄마.”우빈이가 화분 앞에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엄마를 보며 물었다.“엄마, 이 꽃 꺾어도 돼요?”“왜 꽃을 꺾으려고 하는데?”하예진은 곧바로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아들에게 이유를 물었다.우빈이는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우빈이는 이 꽃이 예뻐 보여서 꺾고 싶어요.”“그다음에는?”우빈이는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하예진은 쪼그리고 앉아서 물었다.“우빈이는 그저 이 꽃이 예쁘게 피어서 꺾어서 놀고 싶은 거야?”우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꽃이 예쁘게 피어서 꺾고 싶었던 것이었다.“우빈이 눈에 이 꽃이 예뻐 보이면 다른 사람들도 예뻐 보일 거야. 만약 사람들이 다 우빈이처럼 꽃
“공휴일이라서 학생들 오늘부터 쉬잖아, 요 며칠은 영업 안 해. 언니, 언니 몸 아직 다 나은 거 아니라서 많이 누워있어야 해.”하예정은 우빈이를 내려놓았다. 우빈이는 앞에서 뛰어가고 자매는 뒤에서 천천히 걸었다.“더 누워있다가는 몸에 종기가 날 것 같아. 이제 불편한 곳도 없어. 그냥 상처 난 곳이 좀 아프고 가려울 뿐이야.”“효진이가 친정에 가면 나도 돌아가야지.”심효진이 친정으로 가는 날, 하예정 자매도 심씨 가문에 가서 식사할 것이다.친정으로 갔다가 돌아가면 소정남도 심효진을 데리고 신혼여행을 떠날 것이다.그는 결혼휴가가 두 달이나 있었다.자매가 산책하고 있는데 도우미가 걸어오더니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노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도우미의 말을 들은 하예정은 본능적으로 언니를 쳐다봤다.하예진이 담담히 대답했다.“예정아, 그 사람이 오고 안 오고는 언니랑 상관없어.”그녀가 아직 퇴원하지 않았을 때까지 노동명은 그래도 좀 자제했었다.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감정적인 일을 처리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가 퇴원한 후, 노동명은 더 이상 하예진에 대한 마음을 참지 않았다.이제는 노동명이 하예진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바보도 알 수 있었다.매번 하예진을 바라보는 노동명의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고 그림자처럼 하예진을 쫓아다녔다.“노동명은 언니 때문에 온 거야.”하예정은 이렇게 말하고는 도우미에게 말했다.“들어가서 도련님께서 일어나셨는지 보고, 만약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면 박씨 아저씨더러 노 대표님을 안으로 모셔서 잘 대접하라고 해요. 저랑 언니는 좀 더 걷고 싶어요.”언니는 노동명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하예정은 언니 편이었다.도우미는 공손히 대답하고 하예정이 시키는 대로 했다.노동명이 아침 일찍 찾아와서 아침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이미 습관이 되어 있었다.하예정의 분부가 없더라도 노 대표의 차는 익숙하게 별장에 들어오고 있었다.노동명은 주차를 하기도 전에 멀리서 하예정 자매가 산책하고 꽃구경
“어제 잘 못 잤어?”노동명은 관심하며 친구에게 물었다.그는 전태윤이 심각한 얼굴로 내려와서 1인용 소파에 앉는 모습을 지켜봤다.“어제 너 안 취했어?”전태윤이 되물었다.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난 두 잔밖에 안 마셨어, 안 취했지.”잠시 말을 멈췄던 그가 다시 대답했다.“너희들은 술 먹고 취해도 돌봐주는 사람이 있고, 안쓰러워하는 사람이 있지만 솔로인 나는 취해 죽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많이 못 마시지.”전태윤이 코웃음을 치더니 말했다.“손은경 씨는 너 돌봐주고 싶어 하잖아.”손은경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노동명의 얼굴에 웃음기가 눈에 띄게 줄었다.“나랑 손은경 씨는 불가능해. 손은경 씨도 내 집에서 나갈 거야.”손은경도 관성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가 진행하던 비즈니스도 거의 얘기가 끝나가고 있었다.윤미라가 그녀와 노동명을 이어놓으려고 애를 쓰고 있던터라 손은경은 윤미라에게 이제 더 이상 노동명에게 구애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왜냐하면 노동명의 마음이 그녀에게 있지 않아 쓸데없는 싸움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그녀의 관성 행은 수확이 많기에 집으로 돌아갈 때도 되었다.“네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아침 일찍 우리 집에 온 건 우리 처형 때문에 온 거지. 처형은 너한테 전혀 관심 없어.”전태윤은 아침에 하예정의 웃는 얼굴을 보지 못해서 기분이 좋지 않던 터라 노동명에게 직설적으로 얘기했다.“내가 하예진한테 관심이 많으면 돼.”전태윤이 그를 노려봤지만, 노동명은 히죽히죽 웃었다.박 집사가 노동명에게 물 한 잔을 가져다주었다.“박씨 아저씨, 이 집 사모님은요?”전태윤이 묻자, 박 집사가 대답했다.“사모님과 예진 씨는 우빈이를 데리고 마당에서 산책하고 꽃구경하고 계십니다.”전태윤은 가볍게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는 일어나서 노동명을 남겨둔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하예정을 찾으러 간다는 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노동명도 얼굴에 철판을 깔고 같이 따라 나
노동명은 그녀의 눈에서 평온함을 보았다.그녀는 노동명에게 진짜 조금의 관심도 없었다.이 사실은 노동명을 좌절시켰지만, 그는 빨리 털어냈다.하예진은 이미 한 번의 실패한 결혼이 있었고 지금도 전남편 가족들이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있어서 그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하예진의 마음을 녹여 다시 사랑을 믿고 결혼을 믿게 하려면 노동명에게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했다.노동명도 자신에게 몇 년의 시간을 주고 하예진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아무튼 그는 급하지 않았다.하예진이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지 않는 한 계속 기다릴 생각이었다.“예진아, 안녕.”노동명이 하예진의 인사를 받아줬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안고 하예정과 먼저 자리를 떴다.그는 걸으며 아내에게 불평을 털어놓았다.“여보, 나 어젯밤에 많이 취해서 아침에 일어나니까 머리가 좀 아팠어. 그런데 눈을 떴는데 당신이 내 옆에 없으니까, 머리가 더 아픈 것 같아.”하예정이 그의 팔짱을 끼며 부드럽게 대답했다.“당신이 곤히 자길래 깨우지 않았죠. 아직도 머리 아프면 아침 먹고 좀 더 자요. 며칠 쉬니까 좀 쉬어요.”“나랑 같이 있어.”“네. 같이 있을게요.”전태윤은 아침에 아내를 보지 못한 화가 전부 사라졌다.그는 이렇게 어르고 달래기 쉬운 사람이었다.노동명은 하예진을 보며 관심 조로 물었다.“예진아, 오늘 컨디션은 어때?”“아주 좋아요.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대표님”하예진이 딱딱하게 대답했다.노동명은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예진아, 너 나한테 많이 냉담해졌네.”“아니에요, 전 대표님께 항상 같은 태도였어요.”하예진이 평온하게 그를 보며 대답했다.“대표님께서 그동안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냉담하게 대할 수 있겠어요.”그녀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았지만 변한 건 사실이었다. 노동명에게 냉담하고 거리를 두었다.“예진아, 나 진짜 너 좋아해.”노동명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하예진은 여전히 평온하게 대답했
노동명은 자리에 서서 하예진이 지나가는 걸 지켜봤다.한참 지난 다음에야 그는 자리를 떠났다.하예진에게 고백한 결과가 이럴 줄 이미 알고 있었다.몇 년간 하예진을 기다릴 마음의 준비도 이미 되어있었다.집으로 돌아온 노동명은 친구의 관심 어린 눈빛을 받았다.전태윤은 그가 아무 말이 없자 더 묻지 않고 그저 같이 아침 식사를 하자고 불렀다.전태윤은 노동명의 어깨를 다독이며 조용히 말했다.“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해.”노동명이 웃으며 대답했다.“난 급하지 않아. 어차피 예진이랑 평생 갈 거니까.”하예진이 다른 사람과 결혼만 하지 않는다면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우빈이가 아주 중요해.”전태윤이 조용히 말했다.노동명이 대답했다.“알아. 난 우빈이도 진심으로 좋아해.”그는 하예진을 사랑하기 전에 이미 우빈이를 아주 좋아했다.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아침 먹으러 가자.”전태윤은 친구를 아침 식사에 초대했다.하예정 자매는 이미 우빈이를 데리고 주방에 있었다.노동명은 전태윤 집에서 격식이라고는 없이 자기 집처럼 행동했다.지금은 주말에 공휴일까지 겹쳤다.아침을 먹은 후 전태윤은 아내와 함께 할머니를 만나러 리조트에 갈 계획이었다.하예진 모자도 같이 따라갔다.“어차피 남는 게 시간이야. 할머니 뵌 지도 오래돼서 좀 보고 싶기도 하고, 태윤아, 나도 같이 가자.”노동명은 분명 어제도 전 씨 할머니를 만났었다.소정남과 심효진의 결혼식에서 전 씨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해했는지 몰랐다.비록 소정남은 전 씨 할머니의 친손자가 아니었지만, 소정남과 전태윤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고 소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관계도 좋았기에 전 씨 할머니는 소정남을 친손자처럼 아꼈다.소정남이 행복해하니 전 씨 할머니도 아주 기뻐했다.전태윤은 우빈이를 차에 태우면서 노동명에게 말했다.“어차피 발은 네 몸에 달렸으니 가고 싶으면 가. 내가 널 막을 수 있겠어?”노동명은 하예진을 바라봤다. 하예진이 그의 차에 앉기를 바랐다.하지만 하예진은 전혀 눈치채
여운초는 마음속으로 전이진을 수백 번이나 욕하며 결국 타고 있던 차에서 내렸다.그녀가 차에서 내려오자마자 전이진이 다가와 그녀의 지팡이 끝을 부드럽게 잡고 자기 차로 안내했다.“앞으론 내가 네 픽업 책임질 거니 그렇게 알아둬. 참, 그리고...”전이진은 두 명의 경호원에게 오라고 손짓했다.큰형만큼 명성이 자자하지도 않고, 주위를 맴도는 여자들을 상대할 필요도 없는 그는 평소 경호원을 거느리고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두 경호원은 여운초를 보호하고자 특별히 리조트에서 데려온 것이다.두 경호원이 다가오자 전이진은 분부했다.“이분은 여씨 가문의 큰아가씨예요, 미래의 사모님이기도 하고요. 앞으로 두 분은 운초의 곁을 지키세요.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보호하라는 뜻이에요. 만약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저에게 알려줘요.”이 말은 여운초가 들으라고 일부러 한 것이다.사실, 전이진이 두 경호원더러 여운초를 따르도록 배치한 이유는 여운초를 보호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여운초를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그녀의 행방을 알고자 하기 위해서다.여운초는 이미 보름 넘게 그를 피해 다녔고, 그동안 전이진은 그리움의 쓴맛을 톡톡히 맛보았다.다시는 그런 고통을 맛보고 싶지 않았다.“운초야, 한 분은 일성 씨고, 또 다른 한 분은 일남 씨야.”이어 전이진은 두 경호원을 향해 분부했다.“운초가 두 분의 목소리를 기억할 수 있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일성이 먼저 여운초를 향해 인사한 후, 일남이가 이어서 인사했다.기억력이 좋은 여운초는 두 경호원이 각각 인사를 하자마자 그들의 목소리를 기억했다.“이진아, 난 경호원이 필요 없어.”여운초는 자신의 거절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 내가 보기엔 너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야.”전이진은 여운초를 부축하여 차에 태우고 안전벨트를 매준 후 다시 운전석으로 향했다.“운초 넌 익숙한 곳에서만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에 낯선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워. 비록 네가 똑똑한 건 사실이지만 앞을 볼
여운초가 전씨네 어르신이 택한 손주며느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소수의 아는 사람들도 대부분 어르신이 왜 여운초를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전이진도 예정에도 할머니가 왜 여운초를 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다만 여운초가 일찍이 여씨 그룹의 비즈니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조금 깨닫게 되었다.비록 여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여운초와 부부가 되어 아이를 낳는다면, 자녀들은 전씨와 여씨의 재산을 모두 상속받게 된다.이 점이 가장 추측하기 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물론 전이진도 할머니가 여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서가 아니라 여운초의 인품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들 전씨 가문에 비하면 여씨 가문의 재산은 보잘 것도 없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중 일부분이 압수되면 여씨 가문의 재산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그러니 어르신이 노리는 것은 결코 여씨 가문의 재산이 아니다.안목이 좋은 어르신은 일찌감치 여운초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고, 이렇게 훌륭한 여자아이를 전씨 가문에 끌어들이려고 했을 뿐이다.“운초야, 내가 말했었지? 꼭 신의를 찾아 너의 눈을 치료한다고. 넌 반드시 앞을 보게 될 거야. 그리고 평생 못 본다고 해도 상관없어. 내가 네 눈이 되어 널 데리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도록 할게.”전이진은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난 우리 집이 너에게 가장 적합한 시댁이라고 생각해. 우리 집 어른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좋아 너의 부족한 점을 대범하게 받아들일 거야. 내가 널 싫어하지 않는데, 너도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잠자코 듣고 있던 여운초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신의를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까? 우리 고모는 A 시를 수없이 돌아다녔지만 신의의 연락처조차 얻지 못했어.”“전씨 그룹과 예진 그룹은 오래된 파트너사이야. 그리고 형수님도 예씨 가문의 큰 사모님과 친분을 쌓는 중이고. 신의 쪽과 예씨 가문은 곧 사돈이 될 사이라는데... 네 눈을 치료하기 위해서
“엄마, 사실 나도 좀 망설여져요.”고현의 말을 들은 진미리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망설일 필요 없어. 너 원래 여자이고 원래 치마 입어도 되는 신분이야. 네가 20년 이상 남자 옷을 입었으니 진작 여자 옷을 입었어야 했어. 호영이도 네가 드레스를 입고 연회에 함께 참석하는 것을 알면 얼마나 기뻐하겠어. 그때 가서 다들 네가 여자라는 걸 알게 될 거고 너희 둘이 게이라고 수군대지도 않을 테고. 사실 사람들이 나한테 네가 그토록 훌륭한데 호영 때문에 삐뚤어진다는 말을 했거든. 네가 정상인데 호영 때문에 게이로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사실을 그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고 싶었어. 그런데 넌 여자 신분을 되찾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엄마는 늘 참고 있었지. 그리고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어.”진미리 부부도 사실 큰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있었다.다른 사람의 말들은 고진호 부부가 무시하고 멀리하면 그뿐이지만 친척과 친구들이 와서 설득할 때면 그들은 정말 어쩔 수 없었다.진미리는 결국 고현이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딸이 행복하면 그뿐이라면서 딸의 의사를 존중해 주겠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없었다.이 때문에 그 친척들은 몇 년 지나면 고현이 후회할 것이라고 화를 내면서 진미리가 고현을 그대로 내버려 두면 고빈도 따라서 게이로 될 것이고 따라서 손주를 안고 싶어 해도 기회가 없을 거라는 심한 말을 내뱉기도 했다.이는 진미리를 화나게 했지만 그렇다고 또 어쩔 수도 없었다.“엄마가 좀 이따가 드레스 몇 벌 골라줄게. 네 취향대로 골라봐. 액세서리는 새것으로 살래? 엄마가 몇 벌 골라줄까? 하이힐도 몇 켤게 사줄게. 다 신어 봐.”고현이 대답했다.“엄마가 결정해 주시면 돼요. 제가 내일 오후에 쉬니 집으로 돌아가서 드레스와 하이힐을 신어 볼게요. 하이힐을 신어 본 경험이 없으니 걷는 연습도 해야겠어요. 아니면 추태를 보일지도 모르니까요.”진미리가 웃으며 대답했다.“하긴, 걷는 연습을 좀 해야겠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하이힐을 신고 몇 걸음도
전호영은 눈치채지 못했다. 고현도 일부러 그에게 명백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내일 저녁에 그를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강성 전체 사람들도 분명 충격받을 것이다.고현은 이미 전호영에 대한 감정을 깨달았기 때문에 이변이 없다면 2년 안에 전호영에게 시집갈 것이다.그녀는 전호영을 사랑하기 때문에 더는 그가 동성애라자라는 누명을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호영은 게이가 아니라 정상적인 남자였다.고현이 모든 사람을 속인 것이다.고현은 전호영을 위해 정정당당하게 여자로 되고 싶어 했다.그 또한 기뻐할 것이다.고현의 형상이 너무 남자다웠기 때문에 그녀가 아무리 여성 옷을 입고 연회에 참석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그녀가 전호영의 마음을 사기 위해 여자 행세를 하는 것으로 여길 것이라는 점을 고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전호영도 그녀를 기쁘게 하려고 여자로 분장한 적 있다.당시 고씨 그룹 직원들은 여자 분장을 한 전호영이 매우 눈에 익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의 자매인 줄 알았지만 전씨 가문에는 딸이 없고 전호영에게도 자매가 없었다는 것을 반응한 사람들은 그제야 전호영이 분장한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날 그 사실은 고씨 그룹에서 아주 큰 가십거리로 소문이 자자했다.전호영과 통화를 마친 고현은 진미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진미리가 전화를 받았지만 고현은 주저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현아, 왜 그래?”고현이 여전히 말을 하지 않자 진미리는 놀라워하며 고현에게 무슨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고현은 어려서부터 철이 들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했다.“엄마, 시간 있어요? ”“있지. 난 언제나 시간 있지. 왜? 내가 뭐 도울 거라도 있어? 말해봐. 내가 다 해줄게.”고현이 먼저 도움을 청하는 일이라면 분명 큰일일 것이다.한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낸 진미리는 관심 있게 물었다.“생리 왔어? 배 아파?”고현은 때때로 생리통을 앓곤 한다.진미리는 한동안 몰래 고현에게 한약을 지어주면서 그녀를 돌보았다.“아니요. 엄마. 저 내일 저녁 연회
“호영 씨.”고현이 기분이 좋은 듯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휴대폰 너머에 있던 전호영도 덩달아 신이 나서 웃었다.“현이 씨, 뭐 좋은 일이 있나요? 제 이름을 부르면서까지 웃음기가 묻어나네요. 현이 씨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데.”고현이 전호영에게 감정이 있다고는 하나 성격이 워낙 무뚝뚝하다 보니 전호영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차가웠다.“제가 기분이 나빴으면 좋겠어요?”“그럴 리가요. 당연히 현이 씨가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면 좋죠. 그렇지만 현이 씨는 짊어진 짐이 너무 무겁다 보니 하루 종일 웃지도 않잖아요. 시시덕거리는 고빈을 볼 때마다 테이프로 그의 주둥이를 틀어막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그가 사랑했던 여자는 고씨 그룹을 위해 매일 쉬지 않고 일하지만, 고빈은 틈만 나면 여자들을 만나느라 바빴다.그렇다고 해서 고빈이 결혼할 생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고현이 웃으며 말했다.“얼른 가서 그 입 틀어막지 않고 뭐 해요? 솔직히 말해서 아무 근심 걱정 없는 그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 부럽기는 해요.”자신이 맏이기 때문에 동생을 대신해 모든 책임을 떠맡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그녀의 머릿속에 꽉 박혀있었다.줄곧 남장하고 있었지만, 여자로 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다고는 하지만 동생을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만으로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전호영이 나타난 후부터 고현은 점차 동생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물론 동생에게 말했던 것처럼 고씨 그룹이 언젠가는 동생의 손에 넘어갈 것을 생각하고 가끔 동생에게 일을 맡기곤 했었지만.평생을 이렇게 버틴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란 것을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기대하고 의지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전호영이 딱 그런 존재였다.“나중 가면 현이 씨 동생이 현이 씨를 부러워할 것이니 동생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어요. 현이 씨가 회사 일을 조금씩 그에게 맡긴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아니면 저처럼 호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이윤미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고현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온 후, 이윤미가 자신의 비서에게 말했다.“먼저 회사에 가 있어요. 요즘 가주가 시간 없다고 하니 제가 집안일 처리하러 집에 가야겠어요.”그녀의 어머니는 여전히 병원에서 아버지를 돌보고 있었다.이씨 가문에 일이 생겼다는 사실을 그녀의 비서 외에 회사 사람들은 다 모르고 있었다.이윤미만 회사에 나오고 가주와 그녀의 오빠들은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만 회사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이 대표가 비록 능력이 부족한 이 부대표를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해도 어찌 됐든 자기 친딸이니 무슨 일을 저지른다 해도 이 대표가 뒷수습을 다 할 것으로 회사 사람들은 뒤에서 수군거렸다.이윤미가 이 대표의 자리를 물려받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들은 온갖 망발을 늘어놓으며 그녀를 헐뜯기에 바빴다.그렇지만 이윤미는 가만있지 않았다.중요한 직위를 갖고 있지 않으면서 설치고 다니는 사람들을 그녀는 직접 해고하여 이씨 그룹에서 쫓아냈다.그리고 직위가 높은 사람들은 강등시키거나 급여를 깎았다.게다가 해고된 사람들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에 올린 탓에 그들은 복지와 소득 면에서 이씨 그룹에 한참 미치지도 못하는 작은 회사만 전전해야 했다.조금의 손해를 볼지언정 이윤미는 그들을 용납할 수 없었다.이씨 그룹에서 쫓겨난 직원들을 보며 다른 직원들은 공포감을 느꼈다.모두가 부를 추구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수 없었다.누가 대표직에 오르든지 간에 모두 이씨 가문의 출신일 것이니 승급을 못 할 바에는 이씨 가문의 암투에 직원들은 끼어들 필요가 없었다.어차피 대우는 변하지 않으니 오히려 정직하게 일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몰랐다.그렇게 한다면 해고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상사에게 더 주목받을 수도 있었다.“알았어요.”택시비를 보상해 주겠다며 말한 뒤 이윤미는 비서를 택시에 앉혀 보내고 자신은 차를 몰고 집으로 돌
그들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고 대표님, 저는 회사의 프로젝트 협력에 대해 논의하러 왔어요. 방안을 가져왔으니 한번 보도록 하세요.”이윤미는 말하면서 자신 비서의 손에서 서류를 건네받은 뒤 두 손으로 고현에게 건넸다.고현은 서류를 받아 들고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한참 후에 다 훑어본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그녀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꺼냈다.“윤미 씨의 방안이 괜찮아 보이지만 이씨 그룹의 실력이 부족해서 별로 협력하고 싶지 않네요.”고현은 직설적으로 말했다.협력업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윤미의 개인 회사와 협력하려 했던 것은 그냥 단순히 이윤미의 체면을 세워주려고 했던 것이었다.하예진의 회사도 설립되고 나면 고씨 그룹과 협력할 예정이었다.이윤미가 호탕하게 웃었다.“고 대표님, 우리 이씨 그룹이 귀사에 비해 조금 못하단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이씨 그룹도 강성에서 백 년을 이어온 명문가라서 뿌리가 깊어요. 저도 일부 프로젝트를 책임졌으니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어요. 고 대표님이 저와 협력한다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거예요. 당연히 대표님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거고요.”이윤미와 그녀의 비서는 협상에 진전이 없을 거란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고현에게 잘 보이려고 최선을 다했다.이씨 그룹을 아무리 추켜세워도 고현이 마음을 바꾸지 않자, 이윤미가 말했다.“고 대표님, 협력하지 않더라도 저와의 인연은 끊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이번에 비록 우리 이씨 그룹이 대표님의 눈에 들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협력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요.”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될 거예요.”이씨 가문이 권력에서 물러난다면 가능성이 있었다.이씨 그룹의 권력을 쥐고 있는 이씨 가문이 고씨 그룹과의 협력을 이용해 힘을 키우는 것이 두려워 고현은 협력하기 싫었던 것이었다.만약 이씨 그룹의 세력이 커진다면 하예진의 앞날이 더욱 험난해질 것 같았다.이윤미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이씨 그룹이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빨
고빈은 몇 걸음 걷다가 고개를 돌려 이윤미를 쳐다보았다.한동안 보지 못해서 그런지 몰라도 자신감 넘치는 아우라를 발산하는 이윤미가 전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조금 전에 멈칫했던 것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애초부터 이런 모습이었다면 누나가 내게 소개해 줬을 때 거절하지 않았을 텐데.”고빈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물론 그녀에게 대시한다 해도 너무 늦지는 않았지만 이씨 가문과 엮이는 것이 싫어서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씨 가문에 이윤미 같은 인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이씨 가문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강인한 성격을 만들 수 있었다.그뿐만 아니라 상대를 방심하게 하여 허를 찌르는 데 능숙했다.고빈이 좋아하는 스타일은 이윤미처럼 가식이 많고 거짓말을 잘하는 여자가 아니라 순수한 여자였다.‘이윤미 같은 여자는 형에게 적합해. 둘이 함께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면 누구도 당해내지 못해. 형이 이윤미를 높게 평가한 것을 감안할 때 둘이 충분히 한 쌍의 커플로 발전할 수 있어. 만약 그렇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놀아나겠지. 아니구나. 난 형이 없잖아! 강성의 사람들은 내게 형이 없고 누나만 있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겨야 해.’자신과 인사하는 것만으로 고빈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 줄을 이윤미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이윤미가 비서와 함께 사무실로 들어서자, 고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었다.“윤미 씨, 뭐 드실래요? 비서에게 준비하라고 말할게요.”“따뜻한 물 한 잔이면 됩니다. 밤에 잠 못 잘까 봐 커피는 감히 마시지 못하겠네요.”고현은 두 사람을 소파에 앉으라고 말한 뒤 따뜻한 물을 따라주라고 자기 비서에게 지시했다.자리에 도로 앉은 고현이 커피잔을 들며 말했다.“저는 아침과 오후에 한 잔씩 마셔요. 습관 돼서 그런지 밤에 잠을 자는 데 별 지장은 없어요.”그녀는 보통 카페인이 효력이 사라진 자정이 되어서야 자는지라 걱정거리가 없는 한 수면에 큰 영향
“그러면 지금 바로 할머니께 전화할게. 퇴근 후 집에서 샤부샤부 먹겠으니, 집사에게 말하라고 말이야. 사람 좀 있어야 분위기도 나니까 이진 부부도 부를게. ”그러자 하예정이 말했다.“제가 할머니께 전화할 테니 당신은 가서 일 보세요. 아니면 오늘 밤 관성에 있는 사람 중 시간 있는 사람들을 와서 밥 먹으라고 가족 단톡방에 말 보낼게요. 하긴 사람이 많으면 시끌벅적하고 좋긴 하죠.”전태윤이 웃었다.“다들 바쁘니까 오지 못할 거야. 이진 부부만 불러.”“당신 말한 대로 할 테니 얼른 가서 일 보라니까요. 수중의 일부터 빨리 처리해야 나중에 그나마 수월해질 건데.”오랜만에 회사로 출근한 전태윤은 야근하지 않고 퇴근 시간에 맞춰 아내와 함께 집으로 가려 했다.아내의 거듭된 재촉에 전태윤은 마지못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일을 시작했다.하예정은 할머니에게 전화하여 저녁에 전이진 부부를 불러 샤부샤부를 먹겠다고 말하자, 떠들썩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당연히 기뻐하며 바로 승낙했다.강성, 이윤미가 타고 있던 차량이 고씨 그룹으로 향하고 있었다.차가 멈추자, 먼저 차에서 내린 이윤미의 비서는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왔다.이윤미는 자신의 비서와 함께 사무실 건물을 향해 걸어갔다.수십 층에 불과한 이씨 그룹의 청사와 달리 중심상업지역에 자리 잡은 고씨 그룹의 청사는 강성의 모든 대기업 중 가장 높은 층수를 자랑했다.이미 오기 전에 고현에게 전화하여 프로젝트 협력에 관해 이야기할 시간이 있는지 물어본 후, 이윤미가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찾아온 것이었다.고현이 자신의 계획을 꿰뚫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윤미는 그래도 이씨 가문 딸의 신분으로 협력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다.만약 그것이 통하지 않을 때 다시 사적으로 회사 대표의 신분으로 얘기해 볼 속셈이었다.고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윤미는 잘 알고 있었다.그녀와 척을 지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윤미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것이 뻔했다.이윤미가 여러
전태윤의 뒷부분 말을 들은 소정남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말하지 않으면 내가 얼마나 바쁘고 피곤한지 넌 모를걸. 약속 지켜. 네가 회사로 돌아오면 날 며칠 쉬게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네가 잊을 수 있으니 내가 계속 일깨워 주었을 뿐이야. 그리고 내년에 우리 효진이가 아이를 낳을 때 나에게 출산 휴가를 두 달 주기로 약속한 것도 잊지 마.”전태윤은 그를 꾸지람했다.“네가 아기를 낳는 것도 아닌데. 출산 휴가는 한 달이면 돼. 네 아내의 산후조리만 잘 돌보다가 바로 출근해. 게다가 너의 집에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산후조리가 끝나면 굳이 네가 나서지 않아도 될걸. 내가 두 개월 휴가를 주는 것도 너무 길다고 생각하는데 적게 줬다고 생각하다니.”소정남은 바로 반박했다.“예정 씨가 아기를 낳을 때 네가 매일 회사에 돌아와서 평소처럼 일할 수 있고 예정 씨의 산후조리를 돌보지 않는다면 내가 출산 휴가를 한 달만 낼게. 내가 아기를 낳는 것은 아니지만 난 남편으로서 효진이가 날 가장 필요로 할 때 내가 반드시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전태윤이 말을 이었다.“상황을 보면서 회사가 바쁘지 않으면 내가 3개월 휴가 줄게, 됐지?”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면 전태윤도 하예정이 출산하면 그녀의 옆에서 도와주고 싶었을 것이다.산후조리 때 특별히 잘 보살펴야 한다.소정남은 재빨리 말했다.“예정 씨, 들으셨죠? 태윤이가 저에게 출산 휴가 3개월을 주겠다고 약속했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들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증인으로 되어드릴게요. 태윤 씨가 반드시 약속 지킬 거예요.”심효진의 임신 기간이 하예정보다 길었기에 내년 5월쯤에 아기가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이제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소정남도 그의 상사와 내년 출산 휴가를 미리 상의하고 있었다.소정남은 그제야 시름을 놓으며 일어나 전태윤에게 말했다.“그럼 난 먼저 돌아가서 일할게. 오늘 업무를 전부 처리해 놓아야 내일 휴가를 잘 보낼 수 있을 테니까.”이틀간의 휴가를 얻은 소정남은
“준하 씨와 소현 언니가 바래다주러 가셨어요.”소정남이 말했다.“온 지 이틀도 안 됐는데 벌써 가셨어요? 제가 음식 대접할 시간도 없었네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시간 있을 때 A시에 가서 식사 초대하면 되죠. 준하 씨가 이번에 관성으로 온 이유는 단지 용정이가 우빈이와 함께 놀게 하려는 것뿐이에요.”소정남은 전씨 가문의 대표 부인 앞에서 그의 고통을 호소했다.“제가 시간이 전혀 없었어요. 태윤이가 결혼 휴가를 내서 오늘에야 출근했는데... 제가 너무 바빠서 물 한 잔 마실 시간도 없었어요. 제가 태윤에게 말할 틈이 없었는데 내일 제가 휴가를 내야겠어요. 좀 이따가 태윤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예정 씨가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제가 한 달 동안 푹 쉬지 못했거든요. 내일 휴가를 내는 것도 휴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효진이와 함께 임신 검사받으러 가기 위해서예요.”하예정이 흔쾌히 대답했다.“좋아요. 태윤 씨가 정남 씨의 휴가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제가 도와서 말씀드릴게요. 요즘 정말 수고 많으세요. 필요하시면 제가 태윤 씨에게 휴가 이틀 내주라고 설득할게요. 차라리 휴가 낼 필요 없이 내일 효진이와 함께 검사받으러 가세요.”전태윤 부부가 결혼식 후 편안한 신혼여행을 보내게 되었다. 비록 관성을 떠나지 않았지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소정남이 전태윤의 업무량을 분담한 덕이다.이제 전태윤이 회사로 돌아왔으니 적절한 시기에 가장 바삐 돌아쳤던 소정남을 쉬게 해야 했다.소정남이 대답했다.“이틀 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죠. 날씨도 추워졌는데 효진이가 샤브샤브를 먹고 싶어 하더라고요. 제가 줄곧 데리고 나갈 시간이 없었어요. 집에서 먹을 수는 있지만, 저의 사촌 누나가 자꾸 잔소리를 늘어놓으셔서 먹는다고 해도 효진이가 불편해해서 늘 나가서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 내일 함께 검사를 받고 저녁에 샤브샤브 먹으러 가야겠어요. 효진이가 임신한 뒤로 뭐 먹고 싶을 때마다 즉시 입에 넣고 싶어 하던데 예정 씨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