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초는 쑥쓰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전이진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한껏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네 지팡이 한쪽 끝을 내게 건네줘. 내가 앞에서 길을 터줄 테니까 길을 헤매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없을 거야.”피로연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앞을 볼 수 없는 여운초는 다른 사람과 부딪치기 쉬웠다.“도련님...”“날 좀 이진이라고 불러!”여운초는 뜸을 들이다가 입을 뗐다.“네가 길을 알려주면 내가 알아서 갈게.”“셋 센다. 지팡이를 내게 건네지 않으면, 너를 안고 갈 거야!”“...”전이진의 심기를 더 건드리지 않기 위해 여운초는 지팡이 한쪽 끝을 그에게 건넸다.전이진의 손은 지팡이 가운데로 미끄러져 어느새 여운초와의 거리를 좁혔다.“날 따라와.”전이진은 나지막이 말했다.그는 여운초를 데리고 화장실로 향했다.“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30분 뒤에도 안 나오면 쳐들어갈 거야.”“너는 창피하지도 않아?”“너도 창피해 하지 않는데 내가 왜 창피하겠어. 나 얼굴 꽤 두꺼워.”여운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천천히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로 들어간 여운초는 세수하며 정신을 다잡았다.그녀는 자신이 전이진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설사 전씨 할머니께서 그녀를 눈여겨 보셨어도 전이진은 훨씬 더 좋은 여자를 찾을 수 있었다.여운초가 앞을 볼수 있었다면 전이진을 탐냈을 것이다.그녀가 화장실에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동안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화장실 입구에 서있는 저 남자가 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시지? 근데 왜 저기에 서 계시지?”“아마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시겠지.”“전씨 가문의 도련님들이 다 모이시니 정말 멋졌어.”“이사님의 들러리가 웬만한 연예인보다 멋있던데.”여운초는 낯선 여자들이 호들갑 떠는 것을 다 들었다.전이진은 정말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여운초는 한숨을 쉬며 다시 손을 씻고는 검은색 선글라스를 꼈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지팡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방금까지 떠들
“내가 셋 세는 동안에도 결정을 못 내리면 그냥 널 안고 갈 거야.”전이진은 여운초가 타협을 거부하자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하나, 둘...”전이진은 진짜로 셋을 세기 시작했다.여운초는 그가 정말 자신을 기절시킬까 무서웠다. 그가 둘을 셀 때, 여운초는 서둘러 입을 뗐다.“그럼 미안하지만 날 집까지 데려다줘. 근데 너 술 마셨으니까 운전은 하지 마.”전이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너를 집에 바래다 줄려고 일부러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어.”전이진은 가장 무책임한 들러리였다.다른 들러리들은 소정남의 흙장미가 되어서라도 술을 막아줬는데, 전이진만 얍삽하게 술을 피했다.여운초도 더 이상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뜨겁고 두툼한 손이 여운초의 손을 붙잡았다.여운초는 바로 그 손을 뿌리치고 싶었다.“호텔은 사람이 많아 지팡이로 사람을 찌를 수 있어. 차라리 이렇게 손을 잡는 게 나아.”전이진은 손을 뿌리칠 틈도 주지 않고 지팡이를 뺏고는 여운초를 끌고 갔다.여운초는 강압적인 전이진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그녀는 무표정으로 전이진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이진은 드디어 멈춰 섰다.여운초는 차 앞까지 도착했다고 추측했다.이어 차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전이진은 여운초를 부축해 조수석에 태운 후,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사실 전이진은 가끔 강압적이고 평소에는 매우 자상한 편이다.여운초는 전이진의 신사적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자신의 단점을 떠올렸다. 그녀는 전이진의 바람대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여운초는 마냥 피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전이진은 잊지 않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전태윤에게 전화를 걸었다.“형, 내가 운초를 집에 데려다 줄 테니까 소정남 씨한테 대신 전해줘.”전이진은 피로연을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각이었다.“응.”전태윤은 대답한 후 더 말을 보태지 않았다.전화를 끊기 바쁘게 하예정은 무슨 일인지 물었다.“왜 그래?”“이진이가 여운초씨를 먼저 집에 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했다.별장 내부는 엄청 밝았고 입구와 마당에는 여러 대의 승용차와 화물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화물차에서 끊임없이 물건을 꺼내 집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차를 세운 전이진은 여운초에게 물었다.“너 이사 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물건을 옮겨오는 거야?”“뭐?”아직 차에서 내리지 않은 여운초는 차 문이 모두 굳게 닫혀있어 밖에서 나는 인기척을 들을 수 없었다. 여운초는 전이진의 물음에 잠시 멍해졌다.그녀의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에 전이진은 자연스레 상황 파악이 되었다.“너희 집 문 앞에 차 몇 대와 화물차 한 대가 있는데 사람들이 집으로 물건을 옮기고 있어. 보아하니 누가 이사 온 것 같은데? 혹시 누가 너희 집으로 이사 오는 것을 허락한 적 있어?”“아니.”여운초는 안전벨트를 풀고 지팡이를 건네받고 차에서 내렸다.“내 추측이 맞다면, 두 고모가 이사오려고 하는 거야.”여운초의 작은고모만 빼고 남은 두 고모는 비교적 가까운 곳으로 시집가셨다.여운초가 어머니와 의붓아버지의 보호에서 벗어나자, 두 고모는 이때다 싶어 여씨 그룹을 손에 넣고 별장을 독차지하려 했다.“내가 보기에 그들이 너한테서 집과 회사를 뺏으려는 수작인 것 같은데.”전이진은 최근 여운초을 뒷조사했었다. 그러다 여운초가 두 고모와 재산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두 고모는 겉으로는 여천우를 대신해 가업을 잘 지키겠다며 듣기 좋은 말로 포장을 했다.사실 여천우는 두 고모보다 친누나인 여운초를 더 많이 신뢰했다.하지만 여천우는 이 사태를 모르고 있다.그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집에 들렀다. 여천우가 최근에 집에 왔었을 때, 여운초는 미리 도우미들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여 여천우는 부모님이 여운별과 여행을 떠난 줄로만 알고 있다.여천우가 집에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가 아직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부모님은 여운별의 권유로 그를 기숙학교에 전학시켰다. 그래서 여천우는
“여운초, 감히 우리 물건을 던지려고 해?”“왜, 제가 못 할 것 같으세요? 여긴 제 집이에요. 저는 두 분이 여기서 지내는 게 싫어요. 절대 이 집을 내어주지 않을 거예요. 뭐 불만 있으세요?”“여기는 우리 친정집이야!”여운초는 그들을 차갑게 비웃었다.“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명의로 된 집이야말로 두 분의 친정집이죠. 비록 제가 두 분의 조카딸이지만 그렇다고 두 분을 보살필 의무는 없어요. 그러니 이 집에서 지내실 생각은 집어치우세요!”두 고모는 큰아버지와 한통속이었다. 그들은 여운초한테 친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속였다. 그들은 여운초를 도와주기는커녕, 앞을 보지 못한다고 욕하며 그녀가 빨리 죽기를 기도했다.두 고모가 모질게 구는데 여운초도 선의적으로 그들을 대할 필요는 없다.“네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내가 이 집에 들어와 산다고 해도 나를 밖으로 내쫓지 못했을 거야. 근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건데. 내가 네 아버지를 대신해서라도 너를 혼줄을 내줘야겠어.”불같은 성격을 지닌 큰고모는 말싸움 하기도 귀찮아서 바로 폭력을 썼다.하지만 전이진은 여운초가 맞도록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그건 곧 전이진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짓이었다.“누구야? 이건 우리 집안일이니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큰고모는 마구 발버둥 쳤다.전이진은 그녀의 손을 밀치며 엄숙하게 말했다.“남의 집안일은 상관하고 싶지 않지만 운초가 내 약혼녀이면 얘의 집안일은 곧 제 일이에요. 눈에 뵈는 게 없으신가 봐요? 감히 제가 보는 앞에서 여운초한테 손을 대려고 하시다니.”‘약혼녀?’두 고모는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그들은 여운초를 싫어했기에 그녀의 혼사를 신경 쓴 적도 없고 약혼 소식을 듣지도 못했다.여씨 가문에서 투명 인간처럼 지낸 여운초를 일반 가정에서는 득이 될 게 없다며 그녀를 결혼 상대로 원하지 않았다.두 고모는 여운초에게 남자 친구조차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부잣집에서는 당연히 여운초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반 가정에서는 앞을 볼 수
두 고모의 말은 여운초의 심장을 마구 찔러댔다. 그녀는 원래도 열등감에 휩싸여 자신은 전이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두 고모의 말을 듣고 그녀는 점점 전이진과 거리를 둬야겠다고 마음먹었다.두 사람의 말대로 여운초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항상 여운초의 콤플렉스였다.전이진은 얼굴을 붉히며 두 사람에게 경고했다.“두 분이 운초의 친고모니까 두 분과 더 언성을 높이지 않겠어요! 그 더러운 입 인제 그만 닫으세요. 함부로 운초를 판단하지 마세요. 뭐라 하든 저는 운초를 좋아해요. 당신들의 딸은 제게 당치도 않아요!”여운초가 전이진과 결혼하기로 약속하면, 그녀는 전씨 집안의 둘째 사모님이 될 것이다. 때가 되면, 두 고모의 딸은 여운초의 시중을 들 자격조차 없다!“거기 서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이 쓰레기를 치워버려. 하나도 남기지 말고 깨끗하게 치워!”전이진이 목청을 높였다.경호원들은 눈치 빠르게 여운초를 따르기로 했다. 두 고모가 아무리 욕설을 퍼붓고 밀치더라도 그들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경호원과 도우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두 고모가 끌고 온 물건들을 모두 별장 입구에 내다 놓았다.두 고모는 그 와중에도 떠나지 않고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여운초는 냉정하게 말했다.“집사님, 두 분이 이토록 가기 싫어하시니 칼로 타이어에 구멍을 내세요. 어차피 차를 몰고 싶지 않아 하는데 타이어가 왜 필요하겠어요.”“여운초!”여운초는 천천히 소파에 가서 앉았다.두 고모의 욕설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고, 더 이상 그들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여운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두 고모가 집에 들어오는 것만큼은 싫은 게 없었다.만약 허락한다면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의 모든 물건을 몰래 버려도 알 길이 없다. 두 고모의 꿍꿍이를 여운초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 둘이 이 틈을 타 이익을 얻으려는 수작을 여운초는 다 꿰뚫어 보고 있었다.두 고모는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씩씩거리며 별장을 떠났다.하지만 그들의 빠른 걸음걸이와는 달리 차는 느리게 달렸
두 고모는 아직 머리에 피가 마르지도 않은 유일한 조카인 여천우를 안중에도 두지않았다.두 고모는 변호사를 통해 형수 부부가 중형을 선고받게 될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형수인 추미자는 십수 년 혹은 이십 년 되는 형을, 여태웅은 사람을 죽인 죄로 경찰 조사를 통해 중형을 선고받을 것이다.이대로라면 여태웅과 추미자는 남은 인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게다가 여씨 가문의 사업도 날로 승승장구 하여 떼돈을 벌었다. 하지만 여운초만 좋은 꼴을 손 놓고 지켜볼 수는 없었다. 두 고모가 여운초에게서 재산을 빼앗고 반씩 나누면 인당 천억은 가질 수 있다.“언니, 오빠의 재판이 열릴 때 법정에서 꼭 증언해야 해?”작은고모는 문뜩 여태웅의 일이 생각나서 갑자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녀들은 추미자가 동생을 죽였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분명 동생의 죽음이 그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증거는 이미 추미자가 훼손했을 거다.다만 두 고모는 줄곧 여태웅 부부와 사이가 더 좋았고, 작은고모는 작은오빠와 사이가 더 가까웠다. 작은오빠가 죽은 후, 작은고모는 여태웅과 크게 싸웠다. 그 후, 작은고모는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해서 친정에 잘 가지 않았다.여운초가 거의 죽을 뻔해서야 작은고모는 자주 집에 드나들었다.“먼저 상황을 지켜보자. 여운초가 큰오빠를 해결해 준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 만약 여운초가 처리하지 못한다 해도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는 없어. 이번에 큰오빠를 감옥에 넣지 못하면 앞으로 다시 감옥에 넣기는 힘들 거야.”만약 여태웅의 존재가 두 고모를 시댁에서 콧대를 높여줄 수만 있다면 그들은 여전히여태웅의 편이다.여태웅의 존재가 두 고모를 시댁에서 콧대를 높일 수만 있다면 그들은 여태웅의 편이었다.만약 여운초가 추미자 부부를 모두 처리해 준다면 두 고모는 여운초만 상대하면 된다.하지만, 애초에 여운초가 그만한 힘을 가졌다면 두 고모도 그녀와 재산을 다투기 어려웠을 거다.평소에 쓸모없어 보이던 여운초가 이렇게 능력이 좋은 줄은 몰랐다.여태웅 사건
전이진은 따뜻한 물을 들고 우아하게 한 모금 마셨다.“전이진.”여운초는 그를 보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나는 네 약혼녀가 아니야!”“지금은 아니지만 앞으로 내 약혼녀, 내 아내가 될 거야.”전이진은 포악하게 대답했다.“운초야, 난 너 점 찍었어. 너 아니면 안 돼. 도망쳐도 좋고 받아들여도 좋아. 아무튼 내 아내는 너야.”“...”“지난번에 너한테 심하게 한 것 때문에 화난 것 이해해. 하지만 난 후회하지 않아. 난 너 좋아하니까 키스하고 싶었고 네가 이 전이진의 여자라는 걸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여운초는 전이진의 포악한 태도에 화가 나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을게 뻔했다.“운초야, 이제 나 피하지 마.”전이진은 가까이 앉으며 그녀의 가방을 들었다.“전이진, 너 지금 뭐 하는 거야.”여운초는 가방을 다시 빼앗으려 했지만, 전이진이 한 손으로 그녀를 막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가방을 높이 들어 가방이 보이지 않아서 가져올 수 없었다.“걱정 하지 마. 난 네 전화번호만 있으면 돼.”전이진은 일어나서 그녀의 가방을 열어 휴대폰을 꺼내더니 자기 번호로 전화했다. 이렇게 그는 그녀의 새 전화번호를 손에 넣었다.“너 만약 또다시 전화번호를 바꾸면, 그때는 네 가게에 가서 살 거야. 또 도망칠 수 있나 보자고.”그의 협박이 효과가 있는 것 같자, 전이진은 또다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막무가내로 협박했다.여운초는 그를 쫓아내고 싶었다.“내일 경호원 두 명을 너한테 붙일 거야. 나 전이진의 약혼녀는 내가 지켜!”전이진이 말했다.“우리 전씨 집안의 경호원들은 다들 실력이 좋아. 그 사람들이 네 옆을 지키면 나도 한시름 놓을 수 있어.”그리고 그녀의 행적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었다.“난 네 보호 필요 없어.”“계집애, 자존심 부리지 마. 너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거 인정할게. 어떤 일들은 네가 깊게 숨기고 있다는 거 알아. 근데 네가 앞이 안 보이는 것, 이거 하나면 이미 약하단 걸 말해.
“내일부터 매일 너한테 꽃을 보낼 거야. 정식으로 내 약혼녀를 쫓아다닐 거야. 여운초는 이제부터 나 전이진이 보호할 거라는 걸 관성 사람들한테 알려줄 거야.”“...”“다시 한번 말할게. 만약 네가 또 날 피해 다니면 난 네 꽃집에 가서 살거나 네 집에 가서 살 거야. 꽃집 문을 닫거나 집에 돌아오지 않는 이상 나한테서 벗어날 생각 하지마.”“...”여운초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은 모습을 본 전이진은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여운초 때문에 전이진은 보름 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전이진은 그대로 돌려받으려는 것이었다.“늦었어. 얼른 들어가서 쉬어. 내일 아침에 같이 아침 먹고 꽃집에 데려다줄게. 기다려. 만약 안 기다리면...”그는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콕 찍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녀의 입술을 덮치고 싶었다.“책임져야 할 거야!”여운초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전이진 너 지금 꼭 깡패 같아!”“그래. 나 깡패 맞아. 내가 선비처럼 행동할 때 넌 날 거들떠보지도 않고 뱀 피하듯 피했잖아. 그럼 난 깡패가 될 수밖에 없지. 깡패만이 네 버릇을 고칠 수 있으니까.”“...”“일찍 쉬어. 난 갈게. 잘 자.”여운초를 손에 넣었다고 생각한 전이진은 기분 좋게 흥얼거리면 여씨 가문 별장을 떠났다.소씨 가문.신랑 소정남이 잔뜩 취해있었다. 비록 신랑 친구들이 대신 술을 마셔줬지만, 술을 권하는 사람도 많다 보니 취할 수밖에 없었다.걸음걸이도 휘청거리다 보니 소지훈이 그를 부축해서 신혼 방으로 돌아갔다.심효진이 뒤를 따랐다.그녀도 술을 많이 마셨고 붉어진 얼굴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였다.소지훈은 소정남을 눕힌 뒤 심효진에게 말했다.“제수씨, 정남이 잘 부탁드립니다.”“부축해 줘서 고마워요.”심효진이 소지훈에게 고마움을 전했다.많은 친척, 친구들이 뒤따라와서 장난을 치려 했으나 신랑이 취해서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자 장난칠 마음도 사라졌다.“정남이가 많이 취했으니까 다들 장난치지 말고 신랑신부 일찍 쉬게 돌아가시
이윤미는 제법 잘 꾸민 정군호가 젊어 보이면서도 멋져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윤미는 정군호가 이은화보다 십여 세 어린 여자를 껴안은 여자 사진을 보더니 혼자 중얼거렸다.“영감님이 젊었을 때는 보기 드문 미남이었겠네. 지금도 나이가 들었지만 잘 차려입으니 너무 잘생겼군.”어쩐지 이은화가 매우 엄격하게 다스리더라니.밖에서 아들이 준 돈으로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이은화가 알아버린다면 이은화는 어떤 느낌일까?같은 시간, 관성.관성 호텔에서 서원 리조트로 돌아온 하예정은 방으로 돌아가 잠을 잤다.하예정은 여전히 너무 졸렸다.전태윤은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하예정이 방에 들어가 바로 침대에 올라가서 자려는 모습을 본 전태윤은 침대에 다가가 앉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졸리면 차에서 자도 되는데. 집에 도착하면 내가 안아서 침대에 눕혀줄 텐데.”“겨우 버티며 왔어요. 여보, 나 좀 잘게. 당신도 잘래요? 안 자면 서재에 가서 책 좀 보시겠어요?”전태윤은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얼른 자. 난 안 졸려.”하예정은 눈을 감더니 이내 잠이 들었다.하예정이 몇 분 만에 달콤하게 잠든 것을 보고 전태윤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뽀뽀해 주었다. 그리고 손을 하예정의 평평한 아랫배에 올려놓으며 그녀의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였다.“예정아, 수고했어.”전태윤은 그 자리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침에서 나와 작은 서재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책들은 임신에 관한 지식 책이었다. 전태윤은 이미 다 읽었지만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전태윤은 책 한 권의 내용을 모두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예정이 임신하기 전에 전태윤은 임신에 관한 지식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다. 그러나 하예정이 임신한 후에는 비록 많은 사람이 전태윤을 도와 함께 하예정을 돌봤지만, 그는 여전히 직접 아내를 돌보고 싶었다.그리고 서점으로 달려가 임신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고는 소정남을 찾아가 소정남이 산 책들이 자신이 산 책과 비슷한 것을
이윤정은 전호영을 언급할 때 마다 이를 악물면서 전호영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고현을 빼앗아 갔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윤미 씨 아버지께서 바람난 일을 전호영 도련님께 맡겨보는 건 어떠세요? 전호영 도련님은 안팎으로 이씨 가문을 괴롭히거든요.”이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전호영이 적수나 다름없다.이씨 가문과 이경혜 자매의 관계, 그리고 이윤미가 관성 쪽에 대한 태도를 생각하던 방윤림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방윤림은 아마도 이윤미가 관성 쪽의 사람들과 적수가 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여겼다.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전임 가주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조사하려고 했다.방윤림은 만약 전임 가주가 이은화의 손에 죽었다는 증거가 나오기만 하면 이윤미가 더는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씨 가문을 떠나 그녀의 작은 세계로 돌아가리라 추측했다.아니, 그녀가 반드시 원래 생활로 돌아갈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윤미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연약한 사람이 아니다.사실, 이씨 가문에 돌아가기 전에 이윤미는 이미 사업에 성공한 젊은 여자였다. 이윤미의 양부모가 늘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려는 생각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회사의 대표라는 사실을 계속 숨기고 있었다.이윤미는 사람들이 그녀를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인 줄로 알게 하여 이씨 가문의 후계자가 이윤정일 수도 있으리라 추측하게 했다.그러나 이씨 가문의 철칙은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일이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기도 했고 또한 이윤정의 능력도 훌륭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윤정이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그녀가 이씨 가문의 친딸이 아닌 것이 밝혀진 이상 이씨 가문을 이어받을 자격을 잃게 될 것이다.이윤미가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호영 씨도 이 사실을 알아 버린 이상 모른 체 하지 않을 거예요. 호영 씨는 원래 이씨 가문이 잘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끼어들지 않아도 스스로 그 사실을 터뜨릴 겁니다.”“우리가 아무런 수를 쓰지 않아도 증거가 호영 씨의 손에 있는 이상 가만히 있지
아무튼, 그 여자가 어느 우두머리의 내연녀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정군호도 몰랐을 것이다. 아니면 그런 사람의 내연녀를 건드리지는 않았을 것이다.영상과 사진을 본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그냥 놔둬요. 제 카카오톡 기록도 삭제할 거예요. 제가 만약 저장해 두면 우리 어머니께서 돌아와서 저를 의심하게 되면서 제 휴대전화를 볼 수도 있으니까요.]방윤림이 회답했다.[제가 이미 저장했습니다. 윤미 씨는 식사하셨어요?”[먹고 있어요. 배달시켰거든요.]방윤림은 눈살을 찌푸렸다.[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지 마세요. 회사에 식당도 있는데... 정 시간이 안 되면 미리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제가 매일 요리를 해서 가져다드리겠습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보낸 메시지를 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이씨 가문에 돌아온 뒤로 이윤미는 고군분투했다. 아무도 그녀를 관심해 주지 않았다.이은화조차도 진정으로 이윤미와 한마음이 아니었다.이은화는 이윤미 혼자만의 어머니가 아니었고 오빠와 이윤정이 어머니이기도 했다.이윤정은 이은화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애교를 부릴 수 있었지만, 이윤미는 그런 애교를 부릴 수 없었다.다행히도 방윤림이 이윤미의 곁으로 와주었다.이윤미는 방윤림이 그녀의 곁에 있는 의미를 깨달은 뒤로 그에 대한 믿음이 가족보다 더 깊어졌고 방윤림 또한 그녀를 많이 도와줬다.방윤림이 처음 이윤미의 곁에 왔을 때 이윤미에게 앞으로 누구든 이윤미의 곁은 떠날 수 있겠지만, 방윤림만은 이윤미를 떠나지 않겠다고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방윤림이 이윤미 곁으로 파견된 그 순간부터 그는 죽지 않는 한 이윤미에게 충성하면서 떠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만약 방윤림이 죽는다고 해도 누군가가 재빨리 그를 대신할 것이기 때문에 이윤미의 곁에는 늘 충성을 다 하는 심복이 따라다닐 것이다.방윤림은 모든 것을 할 줄 아는 진정한 능력자였다.물론 요리 실력도 훌륭하기 때문에 그가 한 요리는 매우 맛있었다.이윤미는 타자속도가 너무 늦다고 느껴 음성통화를 걸었다.
고현은 전호영의 옷을 잡아당겼다.전호영은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을 했다.“이 대표님도 언제쯤이면 돌아오실지... 정말 이씨 가문의 이 재미있는 연극을 보고 싶네요.”고현은 전호영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설령 이 대표님이 남편이 밖에서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더라고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정군호 씨를 데리고 가서 문을 닫고 난리 칠 거예요. 호영 씨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을 거예요.”전호영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건넸다.“이윤미 씨가 있잖아요. 이윤미 씨가 이씨 가문 겉면의 평화를 깨뜨렸는데 윤미 씨의 아버지 스캔들을 숨길 수 있겠어요? 저는 믿지 못하겠어요. 윤미 씨도 쉽지 않은 사람이에요. 이씨 가문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기회를 보면서 이씨 가문의 도련님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일 거예요.”“그 문제 덩이 사람들만 없다면 이씨 그룹에서 윤미 씨의 지위는 더 확고해질 수 있잖아요. 역시 이 대표님 친딸답네요. 자신의 가족들을 이토록 모질게 다루다니.”고현은 한참 말을 하지 않았다.그리고는 이윤미를 대신해 몇 마디 했다.“윤미 씨는 이씨 가문 여자들의 독기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 대표님과는 조금 달라요. 제가 장담하건대 윤미 씨는 윤미 씨의 오빠들을 최대한 이씨 그룹에서 쫓아내지 않을 거예요. 그들이 이씨 그룹에서 파벌을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사적으로 이득을 챙기는 것을 방지할 뿐이죠. 이 대표님처럼 가족들을 해치지는 않을 거예요.”전호영은 고현이 이윤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보더니 더는 이윤미에 관한 나쁜 얘기를 이어가지 않고 화제를 바꾸었다.전호영 일행은 호텔에 들어간 뒤 전호영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으로 갔다. 그 안에는 뷔페가 있었기 때문에 고현은 그녀가 먹고 싶은 음식들을 다 먹을 수 있었다.전호영은 정군호가 내연녀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몰래 사람을 시켜 정군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게 했다.그리고 정군호가 내연녀를 데리고 룸에 들어가면 그들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