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경은 윤미라를 쳐다보았다.윤미라는 도우미에게 손은경이 산 물건들을 모두 집안으로 옮기라고 한 후, 손은경을 데리고 집 마당에서 산책했다.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윤미라는 걸으면서 한숨을 쉬었다.“무슨 걱정거리가 있거든 저한테 한번 말해보실래요? 혹시 제가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한숨 쉬지 마세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잖아요.”그녀는 손은경의 한쪽 손을 잡고 바라보며 말했다.“은경아, 넌 아주 우수하고 이해심이 많은 여자아이야. 집 살림도 잘하고, 일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아줌마 눈에는 네가 항상 가장 완벽한 며느릿감이란다. 하지만 동명 그 자식이 눈이 멀었는지 하예진을 좋아한다지 뭐야. 우리가 가장 우려했던 일이 정말 일어났어. 글쎄 하예진이 다쳤다고 어젯밤부터 밤새 병원에서 지키다가 내가 직접 찾아가서야 겨우 돌아와 쉬는 거 있지. 아까 돌아오는 길에도 지입으로 인정했어. 하예진이 좋다고, 마음이 끌린다고. 그러니 은경아, 꼭 노력해서 한번 이겨봐. 하예진은 너랑 비교할 수도 없으니, 너 꼭 동명의 마음을 뺏어와야 한다. 어쨌든, 아줌마는 우리 은경이만 마음에 두고 있으니 그렇게 알아둬. 내가 살아 있는 한 하예진이 우리 노씨 집에 시집오는 것을 허락하지 못해!”손은경은 좀 의외였지만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그녀는 전에 윤미라와 함께 하예진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윤미라는 직접 하예진을 찾아가 떠보기까지 했는데, 전혀 노동명에게 관심이 없었다.“혹시 동명 오빠가 하예진한테 고백했어요?”손은경이 담담하게 물었다.“아니, 그 녀석도 이번에 하예진이 다쳐서야 제 마음을 똑똑히 알게 됐대.”이 말에 손은경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건 우리 셋의 일이니, 우리가 스스로 처리하게 해줘요. 저도 한번 노력해 볼게요.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저도 최선을 다해 제 행복을 추구할 거예요. 그러니 아줌마도 뒤에서 하예진에게 손 쓸 필요 없어요. 전 이겨도 떳떳하게 이길 테니.”윤미라와 한동안 함께 지낸 손은경은, 도도한 윤미라가
전씨 집안의 경호원들은 병실 문 앞에 막아서서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예진이가 깼다고 해서 보러 왔어요.”김은희는 미소 띤 얼굴로 경호원에게 말했다.하예진이 의식을 찾은 후에도 하예정은 주형인에게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아이 납치 사건에 관해 연루된 일이 너무 많아 사건 발생 후 모든 사람의 화젯거리가 되었고 모든 관성 사람이 알게 되었다.자연히 하예진의 부상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었다.그녀가 위험에서 벗어나 중환자실에서 나왔다는 것도 미디어에서 알게 됐다.수많은 사람이 그녀의 모성애에 감동하여 그녀가 위험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기도했고, 그녀가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안 후 미디어에 보도되어, 주씨 일가가 알게 된 것이다.“사모님께서 말하셨어요, 예진 씨는 아직 안정이 필요해 떠들면 안 된다고요. 위험에서 벗어난 걸 알면 된 거잖아요? 휴식하는 걸 방해할 필요 없어요.”강일구가 말했다.목소리가 큰 주서인이 입을 열었다.“우리는 그냥 예진이를 보러 온 거예요. 한눈만 보고 간다니까요? 방해하지 않는다고요, 비켜요, 들어가게 해달라고요!”“서인아.”주경진이 눈치 주자 그녀의 목소리가 한결 작아졌다.“우리도 걱정돼서 그래요. 나쁜 생각도 없는데 그냥 한번 들어가 보는 것도 안 돼요?”이때 병실 문이 열렸다.하예정이 그들의 맞은편에 서 있었다.“예정 씨.”그녀를 본 주서인은 다급히 말했다.“예정 씨, 당신 언니 좀 볼 수 있을까요? 걱정 마요, 방해되지 않게 그냥 한눈만 볼게요.”하예정의 시선이 주씨 일가의 얼굴들을 스쳐 가더니 주서인에게 말했다.“목소리 낮춰야 얘기해요.”하예진은 병실에서 일찍이 전 시댁 일가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참 생각한 끝에 동생에게 들여보내라고 말했다. 못 들어오게 하면 매일 와서 귀찮게 굴 그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에.“알았어요,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할게요.”주서인은 바삐 그 요구에 응했다.하예정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고, 경호원들도 더 이상 주씨 일가의 병실 출입을 막지 않았다.“예
“예정 씨, 이건 내 작은 성의니까 언니를 대신해서 받아요. 우리 지방의 사람들은 병문안을 갈 때 모두 돈을 쥐여주거든요. 이쪽의 지방 습관이라.”주서인은 하예진이 돈을 받게 하려고 지방의 습관까지 곁들어 말했다.김은희도 하예진에게 큰 돈봉투를 건네주었다.하예정이 거절하자 결국 두 모녀는 돈봉투를 우빈에게 쥐여주고는 재빨리 달아났다.주경진도 눈치채고 돈봉투를 돌려주지 못하도록 따라서 달아났다.주형인만이 하예진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하예정은 주형인에게 돈봉투를 가져가게 하고 싶었지만 우빈이는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꽉 붙잡으며 말했다.“이건 할머니와 고모가 나에게 준 돈이에요!”하예정은 그를 달랬다.“우빈아, 이 돈들은 너희 할머니와 네 고모에게 돌려줘야 해. 우리 이 돈 받지 말자.”“할머니와 고모가 나에게 준 거예요!”우빈은 단호히 거절했다. 할머니와 고모가 그에게 돈을 준 적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예전에 꼬맹이는 돈을 받기만 하면 엄마에게 주어 자기를 도와 저금함에 저축하게 했다.그래서 할머니와 고모가 그에게 준 돈봉투를 무의식적으로 보호하려고 했다.“...”그녀는 조카가 뜻밖에도 돈을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다.“몸조리 잘하고, 시간 나면 다시 보러 올게.”주형인은 하고 싶은 말은 끝내 하지 않고 인사만 하고 떠났다.하예정은 조카의 손에서 두 봉투를 가져와 주씨 일가에게 돌려주지 못하게 되자,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언니를 바라보았다.하예진은 창백한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 동생에게 말했다.“됐어, 이미 준 걸 받지 뭐. 예전에 자주 우빈이에게 돈을 줘서 애가 받는 것에 익숙해져 손에 쥐어주기만 하면 다시 가져갈 생각은 접는 게 좋아.”하예정은 조카를 안고 뽀뽀를 하고는 농담조로 물었다.“우빈이, 벌써부터 미래 와이프를 위해 돈을 모아두는 거야?”“엄마를 도와 돈을 많이 모아서 나중에 큰 집을 사 줄 거예요.”하예진의 미소는 더 깊어졌다.하예정도 웃으며 칭찬했다.“우리 우빈이는 정말 착해, 돈을 모아서 엄마
“고마워요.”여운초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했다.“형수님.”전이진이 하예정을 불렀다.그녀는 알아들었다는 듯 여운초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전이진은 과일 바구니를 테이블에 놓고 꽃다발은 하예진의 침대 머리맡에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진 씨, 이건 운초 씨가 준 거예요. 빨리 낫길 바라요.”하예진은 그에 감사하다고 말했다.그녀는 여운초와 친하지 않지만 동생이 여운초와 친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동생도 그녀에게 여씨 집안의 아가씨는 할머니가 전이진에게 택해 준 아내감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여운초에 대한 전이진의 태도를 보면 할머니의 안배를 받아들인 듯했다.“예진 씨.”여운초는 하예진을 향해 앉았다.“죄송해요.”그녀는 하예진에게 사과했다.“운초 씨가 왜 저한테 사과해요?”하예진은 아직 허약했다. 마취제의 약효가 끝난 후 상처와 수술한 부분이 너무 아팠다. 아픈 나머지 얼굴색이 더더욱 안 좋아졌고 말할 때도 크게 말할 수가 없었다.여운초는 자책하듯 말했다.“처음부터 이 일은 나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 예정 씨는 나를 도와주고, 구해주기 위해 엄마와 관계가 틀어진 거고요. 그래서 엄마가... 엄마는 지금 잡혔으니 꼭 법적 처벌을 받을 거예요. 저는 범죄 용의자의 가족으로서 당연히 예진 씨에게 사과해야죠.”그녀는 일어서서 정중하게 사과했다.“예진 씨, 미안해요.”“사과 받아들일 테니까 자책하지 마요. 이 일은 당신의 잘못도 아니고, 예정의 잘못도 아니에요, 그 사람들이 너무 미쳐서 그런 거죠.”하예진은 사실 배후가 누구인지 몰랐다. 여운초가 와서 사과한 후에야 깨달았다.하지만 여운초는 여전히 자책에 잠겨있다.하예정이 어머니와 관계가 틀어진 것은 모두 본인을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예정은 한바탕 그녀를 위로한 후 물었다.“운초 씨 집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여운초의 엄마와 동생, 모녀 둘 다 들어가게 되었다.여운별이 하예정에게 고소당한 후 받은 형은 여씨 사모님만큼 무겁지는 않았다. 사모님은 원래 딸을 구하
여운초는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부탁할게, 둘째 도련님.”“아니, 아직도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너무 낯설게 들리네요. 그냥 이진이라고 부르는 건 어때요? 운초 씨는 제 친구이고, 이진 씨는 제 시동생인 데다 둘이 나이도 비슷하겠다, 편하게 불러도 좋을 것 같은데요.”전이진은 형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냈다.여운초는 웃기만 할 뿐 말을 잇지 않았다. 그녀는 전이진과 단둘일 때는 이미 반말을 사용하고 있다.하예진은 쉬어야 했기에 여운초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이경혜 모녀가 온 후, 그녀는 전이진과 함께 떠났다.“예정아, 우빈이 데리고 전 대표와 함께 돌아가서 밥을 먹고 오후에는 집에서 쉬어. 나와 소현이가 여기에서 네 언니를 보면 되니까. 이제 저녁에 너희 부부가 다시 와서 지키면 돼.”이경혜는 저녁에 지키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예정을 도저히 이길 수 없었다.반면, 조카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했다.이경혜의 자녀들은 그녀가 나이가 들어 견딜 수 없을까 봐 걱정했다.하예정은 언니를 쳐다봤다.“이모 말 들어.”하예진이 속삭였다.“지금 네가 초췌한 모습 보는 것도 마음이 아파. 나 괜찮아, 안 죽어. 부모님이랑 우빈이 잘 돌보겠다고 약속했어. 빨리 우빈이 데리고 가서 쉬어.”전태윤이 밖에서 들어왔다. 방금 하예진의 주치의를 찾아가 부상 상태를 알아보고 후유증이 있을 가봐도 걱정되었다.“이모.”그는 이경혜에게 매우 공손하게 대했고 만날 때마다 꼬박꼬박 이모라고 불렀다.성소현을 대할 때, 그는 항상 잠시 주저한 후에야 처형이라고 부를 수 있었다.이럴 때마다 성소현은 은근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전태윤처럼 도도한 사람이 예전 같으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았겠지만, 지금은 만나기만 하면 고개를 숙이고 비위를 맞추는 말투로 그녀를 처형이라고 부른다.예전처럼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더더욱 안 됐다.성소현은 뜻 모를 쾌감을 느꼈다.전태윤은 성소현과 인사를 나눈 후 그의 와이프를 바라보았다. 성소현의 득의양
하예정은 원래부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언니 곁에 있어주지 못한 게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아이 문제로 검색어에 오른 것까지 알게 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른다.“그럼 리조트로 돌아가요.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심하게 놀라면 굿을 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엄마가 그러는데 어렸을 때 나도 자주 놀라서 무당에게 부탁하여 굿을 하였다네요.”차에 올라타자 전태윤은 입을 열었다.“할머니가 언제부터 그런 걸 믿었는지 몰라. 그 무당 선생, 우리 둘의 팔자도 봐주셨잖아. 우리 둘이 한평생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하여서 할머니가 극구 엮어주신 거야.”“...그런 이유도 있었어요? 전 할머니가 내 인품을 마음에 들어 하셔서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무당의 말 한마디에 우리 둘을 맺어주게 된 거였네요.”전태윤은 한 손으로 우빈이를 껴안고 한 손으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 무당 한 수는 있다니까.”그와 하예정이 부부의 인연이 있다고 한 것은 옳은 말이다.그 두 사람은 지금 오붓한 부부로 되였으니.안타까운 건 부부의 인연이 한생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다음 생에도 그녀와 부부로 되고 싶었다.하지만 사람의 인생은 한 번뿐이니 이번 생을 소중히 보내면 된다.“할머니는 무당에게 집의 풍수 문제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풍수에 관해서는 조예가 깊지 못해 무슨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따로 모셔 보라고 하셨어.”전씨 일가에서는 딸을 낳지 못하고 있는데, 전태윤은 할머니에게 풍수 문제가 아닐지 얘기했던 적이 있어 할머니께서 비로소 그 무당에게 물어본 것이다.그 무당은 팔자를 보는 면에선 매우 정확했지만, 풍수에 대해서는 깊이 알고 있지 않아 다른 유명한 풍수가를 청했는데, 그 풍수가도 아무런 문제를 보아내지 못했다.하지만 무당이 할머니에게 알려준 바에 의하면 전태윤과 하예정 부부는 아들과 딸을 다 품에 안을 팔자라고 했다.할머니가 즐거운 듯 이 사실을 그에게 알려줬을 때 그의 입꼬리도 덩달아 올라갔다.아들딸을 모두 안게 된다니, 누구든 부러워할
한편 전이진은 여운초를 데리고 병원에서 나온 뒤 그녀를 꽃필무렵에 바래다주지 않고 바로 관성호텔로 갔다. 그러고는 여운초에게 말했다.“병원까지 같이 다녀왔는데 점심에 밥 사줘.”일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던 여운초는 침묵에 잠겼다.‘왜 매번 나보고 밥을 사라고 하는 거지?'여운초는 전이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담담히 물었다.“어디 가서 먹고 싶어?”“난...”전이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 표시에 이름이 적혀 있지 않았지만 번호가 기억에 남았다. 여 대표였다.“큰아버지한테서 전화가 왔어.”그는 여운초에게 알렸다.그녀는 잠시 눈살을 찌푸리다 다시 침착하게 말했다.“내 생각에는 급한 김에 너에게 도움을 청하려는 것 같아.”여 대표는 정말 급해 났고 두려워 났다.그와 아내는 한 줄에 묶인 사람이라 비록 겉으로는 아내가 죄명을 다 쓰고 있지만 조사를 견디지 못할 것이었다. 경찰이 깊이 조사하기만 하면 그는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그들 부부가 큰 힘을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지금 공든 탑이 무너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급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아내가 그의 충고를 듣지 않는 것이 마음속으로 원망스럽기만 했다.아내에게 더 이상 전태윤 부부와 싸우지 말라고 수없이 설득했었다. 그들에게 몇백억의 재산이 있어도 여전히 전씨 일가를 이길 수 없다고.여운별이 형을 선고받으면 받았지, 그들 부부가 밖에서 멀쩡히 기다리기만 하면 딸이 형을 마치고 출소한 후 딸에게 좋은 조건을 마련해 줄 수 있다.여운별이 사람을 고용해 해하려 한 것은 그다지 엄중한 일은 아니었다. 하예정이 무술을 할 줄 알고, 전씨 집안의 경호원이 몰래 그녀를 따라다지만 않았더라면 그 결과는 상상할 수 없었겠지만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그저 몇 년 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딸은 아직 젊어 몇 년 동안 감옥살이를 하고 나와도 겨우 20대이다. 비록 감옥살이는 불미스러운 일이지만 법을 어긴 데다가 하예정의 양해를 구할 방법이 없어 법의 제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전이진은 여운초에게 한마디 던지고는 그녀가 대답하든 말든 일단 전화를 받은 후 휴대폰을 여운초 앞에 내밀었다.“빨리 받아, 같이 죽는 게 싫으면.”그녀는 마지못해 그의 휴대폰을 받았다.여 대표는 이미 전화 저편에서 말하고 있었다.“이진 씨, 시간 돼요? 제가 밥 살게요.”여운초는 전이진의 휴대폰을 귓가에 갖다 대고 큰아버지의 물음에 침착하게 대답했다.“큰아버지, 이진 씨는 운전 중이어서 전화 받기 불편해요.”“운초? 이진 씨랑 같이 있었어? 그럼 좀 전해줘, 내가 밥 살 테니까 시간 있냐고 말이야. 너도 같이 와.”여 대표는 조카딸의 목소리를 듣고 전이진과 함께 있는 것을 알고 온화한 태도를 보였다.“이진 씨, 큰아버지가 밥 사준다고 하는데, 시간 괜찮냐고 묻네.”“당연히 괜찮지, 우리 지금 밥 먹으러 가는 길이잖아. 여 대표님한테 관성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겠으니 빨리 오라고 해.”오늘은 여운초의 돈을 쓰지 못하게 됐다.나중에 다시 써도 마찬가지, 어쨌든 그는 평생의 시간이 있으니까.그녀의 돈을 쓰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매번 그에게 밥을 사줄 때마다 돈을 아까워하는 모습이 웃겼다. 그래서 그녀의 돈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가 아까워하면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여운초: ...누가 너랑 평생을 살겠대?’“큰아버지, 이진 씨가 하는 말 들으셨죠?”여 대표는 전화 저편에서 대답하였다.“알았어요, 지금 바로 관성 호텔로 갈게요.”말을 마친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여운초는 핸드폰을 전이진에게 돌려주었다.전이진은 차를 몰며 농담 조로 말했다.“네 큰아버지가 나에게 찾아와 도와달라고 하는 건 아마도 널 나한테 시집보내겠다는 뜻일 텐데, 너 나에게 시집올거야?”“...”“지난번에 너에게 못된 짓을 하려 했던 그 나쁜 놈, 공씨 어르신이 이미 가법으로 혼을 내주었어. 그냥 한번 너에게 알려주는 거야. 네 엄마가 그 사람을 찾은 건 관성에서의 공씨 가문의 명성을 생각해서야. 공씨 가문에
그 뒤로 이윤미가 그녀의 오빠들과 내연녀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몇 명의 형수님들이 속고 있는 모습을 보다 못해 형수님들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후로 이윤미의 오빠들과 형수님들이 말다툼하기 시작했다.여자의 입장에서 보면 고현은 이윤미가 잘했다고 생각했다.바람을 피운 사람이 자기 오빠라고 감싸면서 오빠들을 도와 형수님들을 속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자기 남편이 바람피운 사실을 모든 사람이 다 알지만, 본인만 모른다면 얼마나 괴롭겠는가!이때 전호영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군호 씨가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걸요. 이 대표님께서 돌아오신다면 정군호 씨는 틀림없이 나가서 바람피우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하지만 우리가 이 대표님을 도와야 한다고 봐요. 못 봤으면 그만이지만 우리가 현장을 목격했잖아요. 이 대표님을 만나면 알려줘야 해요. 어쨌든 우리 형수님의 이모시기 때문에 우리 형수님의 친척이나 다름없죠. 안 그래요?”고현은 전호영을 꾸지람했다.“호영 씨도 정말 나쁘네요. 이씨 가문에서 난리가 났으면 좋겠죠? 그런데 저도 호영 씨를 지지할 거에요. 이러고 보니 저도 좋은 사람은 아닌가 봐요.”“아니에요. 우리는 모두 좋은 사람들이죠. 정군호 씨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보세요. 정군호 씨가 잘못한 것을 우리가 바로잡아준 거죠. 이 대표님을 위한 것이지 모함하거나 억울하게 만든 것은 아니잖아요.”“저처럼 일편단심인 남자는 정군호 씨의 이런 행동이 너무 부끄러워요. 만약 집안의 아내가 싫으면 이혼할 것이지... 이혼하기는 싫고 또 밖에서 예쁜 여자들이랑 놀고는 싶고... 두 마리 토끼는 다 잡을 수 없는 법이죠. 하늘 아래 어떻게 그런 좋은 일이 있겠어요?”전호영은 정군호가 젊은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하루 호텔도 카메라가 있었기에 정군호가 내연녀를 껴안고 호텔로 들어가는 장면이 꼭 찍혔을 것이다.전호영이 정군호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 아니었다.“이 대표님이 그토록 기가 센데
“저는 배려심이 깊은 신사에요.”고현은 웃으면서 그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리면서 전호영의 신사다운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였다.하지만 전호영이 고현의 손을 잡고 함께 호텔로 들어가려고 하자 고현은 거절했다.전호영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다.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시종 전호영과 연인처럼 행동하려 하지 않았다.고현이 말한 것처럼 그녀는 전호영을 충분히 사랑하지 않았다.두 사람이 앞으로나란히 몇 걸음 걷더니 고현이 갑자기 멈추었다.“왜 그러세요?”전호영이 물었다.‘설마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만났나?’전호영은 앞을 보았지만, 그녀를 짝사랑하는 여자들을 보지 못했다.“정군호 씨예요.”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전호영을 잡아당겨 차 뒤로 숨었다. 그녀의 경호원 팀은 고현이 위험한 줄로 알고 본능적으로 최대한 빨리 고현의 앞으로 돌진하며 위험을 막으려고 했다.“얼른 숨으세요. 저를 막지 마시고!”고현은 나지막이 경호원 팀에게 말했다.고현이 누군가의 가십거리를 보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고현은 선글라스를 끼고 검은 옷을 입은 늙은 남자를 가리켰다. 그 늙은 남자는 천가 같은 얼굴과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여자를 껴안고 있었다.그 여성의 곁을 지나가는 남자라면 모두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몇 번 더 쳐다보았다.“저 남자는 이윤미의 친아버지이자 이 대표님의 남편인 정군호 씨예요. 그 옆에 있는 여자는 저도 잘 몰라요. 놀랍게도 밖에서 내연녀를 만나고 있었네요. 만약 이 대표님께 들킨다면 정말 정군호 씨를 죽여놓을지도 몰라요.”이은화의 남편이라는 말을 들은 전호영은 즉시 휴대전화를 꺼내 정군호와 내연녀의 동영상을 찍었다.그리고 말했다.“이 대표님은 우리 큰형의 결혼식에 가신 뒤로 계속 관성에 남아계시거든요. 아마도 정군호 씨는 이 대표님이 없는 틈을 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양이네요”고현도 말을 이었다.“이 대표님께서 남편을 너무 엄격하게 단속하니까 정군호 씨도 아마 진짜로 바람 피우지는 못할 거에요. 기껏해야 지
고현은 사실 그대로 대답했다.“저는 어른이 된 후로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어요. 바빠서 미치겠는데 언제 시간을 내서 놀러 가겠어요? 하지만 출장 다니면서 많은 곳은 가봤어요.”“신혼여행은 어디 가고 싶어요?”전호영이 그녀에게 물었다.고현이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말을 이었다.“저는 물이 맑고 공기가 좋은 산을 좋아해요. 조용하거든요.”“제가 잘 연구해서 산 좋고 물이 맑은 조용한 곳을 찾아볼게요. 한 달 동안 머물면서 우리 둘만의 세상을 잘살아 봐야죠.”알고 보니 고현은 산과 물이 있는 아름다운 곳을 좋아했다.전씨 가문의 서원 리조트가 아름다운 산과 맑은 물이 있는 곳이고 평소에도 매우 조용한 곳이었다.“서원 리조트를 좋아해요?”“좋아하죠.그럼 서원 리조트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려고요?”전호영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그건 아니고요. 그곳은 우리 미래의 집이고 신혼여행은 당연히 딴 곳으로 가야죠.”이때 고현이 자신을 스스로 비웃으며 말했다.“제가 지금 시집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는데 벌써 신혼여행에 관한 문제를 고민하고 있네요. 호영 씨와 함께하면 쉽게 호영 씨 의도대로 따라간단 말이죠. 저의 총명함과 자제력 모두 호영 씨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니까요.”“현이 씨가 아직도 이 일을 고민하고 있다니. 제가 아직도 부족한가요?”전호영은 자신이 고현을 오랫동안 쫓아다녔다고 느꼈다. 그는 모든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고현을 대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시집을 갈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다.하여 전호영은 자신이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어떤 방면에서 잘하지 못했는지 알고 싶었다.“아니에요. 충분히 잘하셨어요. 우리 데이트도 별로 안 하고 평소에도 일하느라 바빴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까지 할 정도로 감정이 깊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의 말처럼 하루 못 보면 일 년을 못 본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저는 몰라요. 그런 감정을 못 느낀다는 건 제가 호영 씨를 충분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인 것 같아요. 어
경호원 팀은 그들의 전 대표님이 전호영에게 떠밀려 마이바흐 차에 들어가는 모습을 버젓이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차는 곧 고씨 그룹을 빠져나왔다.고빈이 중얼거렸다.“호영 씨는 정말 내가 본 형부 중 가장 오만방자한 형부였어. 처남인 나에게 조금도 아부하지 않고 비위를 맞춰주지 않는다니.”고빈은 중얼중얼하긴 했지만, 두 사람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들을 따라가지 않았다.만약 고빈이 정말 친형이 있다면 그는 전호영이 그의 친형을 해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따라갔을 것이다.하지만 그의 친형은 사실 여자였다. 그의 누나 고현은 시집가야 하는 여자였다. 전호영은 그의 누나와 어울리는 남자였기 때문에, 또 전호영이 고빈의 부모님께 고빈이 너무 방해한다고 고자질하면 안 되었기에 고빈은 더는 따라가지 않았다.지금 고씨 가문에서 전호영은 고현 남매보다 체면이 훨씬 섰다.“고빈 씨가 안 따라왔죠?”전호영은 차를 몰면서 조수석에 앉은 고현에게 물었다.고현은 돌아볼 필요도 없이 이내 말을 이었다.“고빈이는 입만 살아서 그렇지 정말 따라오지는 않을 거예요. 호영 씨가 우리 부모님 앞에서 고빈의 고자질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죠. 고빈은 저보다 10분 먼저 태어났지만 지금 정해진 여자친구가 없거든요.”“저도 호영 씨랑 짝을 지으니 저희 부모님의 눈길도 자연스레 고빈의 몸으로 옮겨졌어요. 호영 씨가 제 동생의 고자질하면 저희 부모님은 그를 욕하다가 결국 결혼 재촉 문제로 돌아가거든요. 제 동생은 결혼 재촉을 엄청 무서워하거든요.”고빈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고정된 여자친구를 찾지 못한 일에 관해 고현도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그녀에게는 전호영이 있었지만, 고빈의 짝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예전에는 고현은 고빈과 이윤미를 맞세워주려고 했지만, 고빈은 이윤미가 재미없다고 느꼈고 이윤미 또한 고빈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이윤미 곁에 방윤림이 있었다.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저도 항상 고빈 씨의 고자질하고 싶지 않아요.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