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언니가 이따가 차를 사러 가려 하는데, 이모랑 소현 언니는 시간 어때요? 시간 되시면 같이 차 보러 가주실래요? 저는 이제 가게로 가봐야 해서요. 언니는 매일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데 아무래도 위험한 것 같아 차를 한 대 사서 타고 다니라고 제안했어요. 태윤 씨가 차를 한 대 준다고 했는데, 언니한테 거절당했지 뭐예요.”“나절로도 충분히 차를 살 수 있어서 그래. 제부가 선물한다고 덥석 가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 언니는 친정 식구로서 너의 시댁에 들러붙어 산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비록 전씨 일가보다는 가난하지만, 그로써 여동생의 시댁에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는 않았다.그래서 하예진은 전씨 일가가 주는 혜택은 조금도 바라지 않는다.“언니, 태윤 씨나, 우리 시댁 식구들이나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니 걱정하지 마.”그녀는 언니가 모두 자신을 위해 고려한다는 것을 안다.“알지, 제부나 사돈들 모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언니는 외부 사람들이 오해할까 봐서 그래. 할아버지가 그동안 제부를 몇 번이나 찾아가서 소란을 피우며 돈을 요구했잖아, 이 때문에 예정이 너의 명성도 다소 영향을 입은 것 같아. 우리랑 시골 쪽의 갈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해보다 동정한다고 쳐도, 언니는 절대 너의 발목을 잡는 그런 일은 할 수 없어. 게다가 언니도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수입도 있잖아, 원하는 게 있으면 나절로도 충분히 모아 살 수 있어. 자기 돈을 쓰면 편하고 즐거워.”남에게 신세 지는 것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하다.묵묵히 듣고 있던 성소현이 얼른 말했다.“예정아, 너 얼른 가게로 가봐. 나랑 엄마가 예진 언니와 함께 차 보러 갈 거니 걱정하지 마.”“알겠어요, 그럼 이모, 언니, 수고해 주세요.”그러자 성소현은 하예정을 흘겨보며 말했다.“수고는 무슨, 너 또 이런 말 하면 나 진짜 삐진다.”하예정은 히죽 웃음이 나왔다.이때 도우미 아주머니가 불쑥 들어오더니 말했다.“
이경혜와 성씨 일가는 모두 성소현이 관성 사람에게 시집가 자주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혹시나 시댁에서 괴롭힘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바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시집가면, 그녀가 잘 지내는지 알기 어려울 테니.비록 예씨 일가의 가풍도 전씨 일가처럼 좋기로 알려졌지만, 딸이 멀리 시집가면 이경혜는 아쉬울 것이 분명했다.다만 예준하가 아직 고백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전태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자에 앉아 있는 예준하를 보았다.둘은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예 대표님은 왜 혼자 여기 앉아 계세요?”지인이자 회사 파트너인 예준하를 보고 전태윤은 자연스럽게 걸어왔다.“때가 맞지 않게 찾아와서요.”예준하가 웃으며 대답하자 전태윤은 바로 그의 말뜻을 알아챘다.“전 대표님은 친척 방문하러 오신 거예요 아니면 사모님을 데리러 오신 거예요?”“둘 다예요.”“사랑의 힘은 정말 대단하네요.”예준하의 유머에 전태윤은 자연스럽게 말했다.“난 영원한 친구나 라이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만약 전태윤의 아내가 성씨 일가 사모님의 친조카가 아니라면 그는 성씨 저택에 절대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기현과의 냉랭한 관계도 전혀 완화되지 않았을 것이다.전씨 그룹과 성씨 그룹의 긴장했던 관계는 많이 느슨해졌고, 아직 협력할 단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예전처럼 대립하지는 않는다.성기현은 늘 전태윤에게 자신을 형님이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전태윤은 한 번도 그의 뜻을 따라주지 않았다.성소현에게는 누님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는 것을 꺼리는 걸 보면, 하예정의 마음속에서의 자신의 지위가 성소현보다 못한 탓일지도.“여보.”“준하야.”하예정과 성소현이 나왔다. 두 남자가 정자 아래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들은 각자 부르며 다가왔다.예준하는 전태윤에게 말했다.“저기 전 대표님의 아내분이 오고 있네요.”전태윤도 한마디 했다.“예 대표님의 사람도 오고 있네요.”두 사람은 눈이 마주치자 예준하는 먼저 자신이 사
“곧 밥 먹을 시간이 되었네? 너의 집 부엌 아직 쓰지 못하지? 들어가서 같이 먹을래?”이미 성씨 가문에서 여러 번 밥을 먹은 예준하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응, 우리 집 부엌은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요리를 할 수 없어. 이 시간엔 호텔 레스토랑도 사람이 많을 거고.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성소현은 웃으며 그를 집안으로 초대했다.전태윤 부부는 그녀가 관여할 필요가 없으니까.하예정은 전태윤의 곁에서 그들이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말했다.“둘이 잘 어울려요.”눈에 아내의 모습만 보이던 그도 아내의 말에 두 사람의 뒷모습을 한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잘 어울리는 것 같아.”“준하 씨는 분명 소현 언니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아직 아무런 고백도 하지 않는 거죠? 음... 당신이 준하 씨에게 살짝 물어보는 건 어때요?”하예정은 늘 성소현에게 아름다운 새 연애가 시작되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녀는 남편과 성소현의 앞에 나타날 때마다, 항상 자신이 남의 사랑을 빼앗아 간 듯한 죄책감을 느꼈다.성소현은 한때 전태윤을 그렇게나 좋아했으니.아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전태윤은 아내의 손을 잡고 함께 정자를 나서면서 말했다.“좋아, 다음에 내가 기회를 봐서 한번 물어볼게. 만약 성소현을 좋아하는 게 사실이라면, 둘이 좋은 커플이 될 수 있도록 도울 테니 당신은 걱정하지 마. 그리고 헛된 생각 좀 하지 마. 당신이 없어도 나와 성소현은 불가능해.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야.”“헛된 생각 하지 않았어요. 참, 당신은 왜 또 온 거에요?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힘들지 않아요?”전씨 그룹에서 성씨네 저택으로 오는 길은 관성호텔로 가는 길보다 훨씬 멀기에, 이렇게 한번 다녀오면 점심 휴식 시간도 거의 남지 않는다.이제 점심을 먹고 바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마도 차에서만 잠깐 눈을 붙일 수 있다.“당신 보고 싶어서 왔어.”“매일 같이 다니는데도요?”“당신이 내 곁에 없을 땐 늘 당신 생각이 나. 만약 당신이 먼
성씨네 저택에서 점심을 먹은 후, 전태윤과 예준하도 떠날 준비를 했다.밥을 먹을 때, 성기현은 예준하의 모습이 눈에 거슬렸는지 몇 번이나 노려보았다.하지만 예준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좋은 매너로 미소를 지었는데, 오히려 성기현이 매너 없이 보였고, 이에 그는 화가 나 죽을 지경이었다.“같이 나갈까요?”전태윤이 예준하에게 물었다.“네, 마침 나도 전 대표님과 의논할 일이 있어요.”하예정은 남편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 이모 곁에 조금 더 있고 싶었던 그녀는 함께 떠나지 않았다.집 앞에서 전태윤은 멈춰 서서 그녀에게 말했다.“여기까지만 배웅해. 난 예 대표님과 함께 갈 거니 당신은 이모 집에서 휴식 좀 하다가 가게로 돌아가.”가게에는 그가 보낸 경호원 두 명이 있으니 흔히 심효진을 도와줄 수 있다.“당신도 차에서 눈 좀 붙여요. 오후에 기운 없으면 어쩌려고요. 그리고 오후에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지 말아요, 저녁 수면에 지장을 줄 수도 있어요.”그는 보통 잠이 오지 않을 땐 그녀를 괴롭힌다.이는 남편에 대한 배려일 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그래, 알았어.”아내에게 신신당부를 받은 전태윤은 추호도 귀찮지 않고 오히려 행복했다.그는 차에 오른 다음 도어를 내리고 아내에게 손을 흔들었다.성씨네 저택이 더는 눈에 보이지 않자, 그는 아쉬운 듯 도어를 올렸다.그리고 차는 바로 예준하의 집 앞에 멈춰 섰다.“전 대표님, 들어와서 좀 앉으시겠어요?”전태윤은 그의 초대를 흔쾌히 응했다.그는 예준하를 따라 많은 사람이 찜했던 큰 별장으로 들어갔다. 정말로 면적이 넓었다.“전 대표님, 우리 집이 아직 인테리어 중이라 좀 지저분해 보일 수도 있는데, 양해 부탁드려요.”예준하는 전태윤을 데리고 정원을 돌았다. 인테리어는 먼저 집안부터 시작하여 지금 집안이 엉망진창이었고, 그에 비해 정원은 건축자재들이 쌓여 있는 것 외에는 훨씬 나은 편이었다.정원의 화초와 나무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 성소현이 수십 년 동안 자란 풍경수들을
예준하도 그를 쳐다보았다.전태윤의 표정에서 그의 속마음을 알아내고 싶었기 때문이다.예준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전태윤이 다시 말을 이었다.“예 대표님, 날 그렇게 볼 필요 없어요. 난 소현 씨를 사랑한 적도 없고, 지금도 사랑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소현 씨는 늘 제 스타일이 아니었어요.”그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어떤 사람들은 그가 성소현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이유가 그와 성기현의 관계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는 자신이 정말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비록 성소현의 본성이 소문처럼 나쁘지 않고, 오히려 진실하고 솔직한 사람일지라도, 마음이 가지 않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다.“만약 예 대표님께서 소현 씨를 좋아하신다면, 마음 편하게 구애하세요. 이 일은 나랑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요. 전 단지 다른 사람의 부탁을 받고 예 대표님의 생각을 살피러 온 것뿐이에요.”예준하는 본능적으로 물었다.“누구의 부탁을 받고 온 거죠?”묻고 난 후, 예준하는 또 자신이 헛소리하였다고 생각했다.전태윤의 애인인 하예정은 성소현의 이종사촌으로,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이기도 하다.하예정은 성소현이 미련을 두고 있는 전씨 가문의 도련님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성소현에게 미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성소현은 오히려 전태윤을 도와 좋은 말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감정을 소중히 여기고 절대 그를 놓치지 말라고 설득했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후회하게 될 거라고 하면서.자신도 한때 좋아했던 남자로서, 전태윤은 정말 평생을 맡길만한 사람이라고 했다.성소현의 너그럽고 따뜻한 태도하에 하예정도 전태윤과 신속하게 화해할 수 있었고, 지금의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아, 전 대표님의 아내분 맞죠? 진작에 생각했어야 하는데.”“네, 아내의 부탁을 받고 여쭤보게 되었어요. 소현 씨를 좋아하시면서 왜 고백은 하지 않으시는 거죠? 따로 구애도 하지 않으시고... 도대체 무엇이 두려운
“만약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 주세요. 저희 부부가 도울 수 있는 일은 반드시 도와드릴게요. 우리 모두 성소현 씨가 행복하길 바라요.”전태윤은 만약 성소현이 예준하와 결혼한다면 꼭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예씨 가문의 가풍도 매우 좋기 때문이다.A시에는 예준하에게 시집가고 싶어 하는 여자들로 가득하다.그는 예씨 가문의 다섯째 도련님일 뿐만 아니라, 가주 예준성의 친동생이다. 따라서 예씨 가문의 다른 도련님들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그가 오랫동안 관성에 머물러 관성의 비즈니스를 책임지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조용한 생활을 누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그리고 관성에도 그를 좋아하는 여자들로 가득했다.다만 조용하고 다정해 보이는 예준하는 실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그는 누구에게나 온화하게 웃는 태도이지만, 어떤 스타일의 여자를 좋아하는지는 드러내지 않았다.만약 그가 성씨 일가 이웃의 큰 별장을 샀을 뿐만 아니라, 온갖 핑계를 대며 성소현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가 그녀를 마음에 두었다는 것을 누가 눈치챌까?그와 성소현의 첫 만남은 실로 기분 좋지 않았다. 그때 그녀는 하마터면 그의 차를 칠 뻔했는데, 그래도 길을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가 너그러운 마음으로 차를 뒤로 물러나게 하여 길을 양보했을 뿐이다.당시 앞의 여자가 억지스럽기로 소문난 성소현이란 것을 알아본 그는 건드리기 귀찮아 예의를 갖춰 먼저 양보하기로 했다.다만 접촉의 기회가 많아짐에 따라, 그는 그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매우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본성이 나쁘지 않고, 솔직한 성격의 여자였다. 언제부터인지 그는 그녀를 좋아하게 되었다.그는 성씨 일가 이웃의 회사를 인수한 사람으로서, 그 이웃이 집을 팔 계획이라는 소식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었고, 성기현이 그 집을 손에 넣기 전에 먼저 집을 사들였다.성소현과 이웃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그는 이웃이 되면 그녀를 자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와 접촉할 기회도 많
예진 그룹의 관성 지사도 그룹 회사로 설립할 준비가 되었다.그러면 비즈니스도 부쩍 늘어날 거고, 예준하는 책임자로서 더욱 바빠질 거며 자주 관성에 머물게 될 것이다.예전에 그는 매달 예진 리조트로 돌아가서 일주일 동안 머물렀는데, 한번 돌아가면 다시 관성으로 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관성에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그의 큰 형수가 곧 출산하는데, 그는 만약 여자아이를 낳으면 돌아가 보고, 둘째 형수처럼 아들을 낳으면, 조카가 보름이 될 때나 돌아갈 생각을 했다.“이 부분 꼭 성씨 일가에 알려줘요. 소현 씨가 결혼 후에도 여전히 관성에서, 친정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살게 될 거고, 매일 2분만 걸으면 친정에 도착하여 함께 식사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알려줘야 해요.”“효진이가 나에게 시집오면, 성씨 일가는 딸 하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사위 하나가 더 생긴다는 걸 깨닫게 해 줄 거예요.”예준하의 말에 전태윤도 웃으며 말했다.“다 생각하고 있었네요. 예 대표님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길 바랄게요.”“감사해요.”그도 자신이 의도를 가지고 성소현을 접근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그럼 난 이만 회사로.”아내가 준 미션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전태윤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예준하는 전태윤을 별장 밖에까지 배웅한 후, 별장 입구에 서서 성씨네 저택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기 별장으로 돌아갔다.비즈니스가 바쁜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차를 타고 별장을 떠났다.물론, 성소현에 관한 일이라면 그는 늘 한가했다.만약 그녀가 그에게 차를 마시자고 초대한다면, 그는 기꺼이 그녀와 함께 하루 동안 차를 마실지도 모른다.전태윤이 떠난 후, 이경혜는 쉬지 않고 두 조카딸과 잡담을 나누었다.두 자매가 고향의 부동산에 관한 일을 잘 처리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녀는 두 조카딸을 아낌없이 칭찬했다.지금 그녀가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막내아들과 딸의 혼사 외에, 바로 큰조카 하예진의 미래이다.“예정아. 내일 저녁에 이모랑 함께 연회에 참석하지 않을래
“전에 효진 씨와 함께 상류사회의 연회에 자주 참석했잖아. 사실 넌 결코 두려운 게 아니야, 이건 너의 대범한 말과 행동에서 보였어. 다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싫어 티를 안 냈을 뿐이지.”이경혜는 두 조카딸의 과거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나와 효진이가 미란 고모를 따라 연회에 간 건 연회의 음식을 노리고 간 거예요.”매번 심효진이 그녀에게 같이 가자고 할 때마다 두 사람은 연회 장소에 도착하기 바쁘게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연회의 음식을 즐겁게 즐겼다.배부르게 먹고 마신 후 연회의 미남과 미녀들을 보며 작은 소리로 토론하기도 했다.그래서 두 사람은 상류층 연회에 여러 번이나 참석했지만 사람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심효진이 다른 사람에게 인상을 남기기 시작한 것도 공씨 가문 사모님인 안시연의 생일 파티의 일 때문이었다.“예진아.”이경혜는 좋은 시댁에 시집간 조카딸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하예진은 아들을 안고 졸고 있었고 주우빈은 벌써 잠들었다.그녀는 아들을 안은 채 눈이 감기는 것을 견디지 못한 듯싶다.느닷없이 이모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잠에서 깨나 이모를 바라보았다.“왜요? 이모.”“예진아, 졸리면 우빈이 데리고 객실에 가서 쉬어. 가게 일 하느라 엄청 피곤하지? 매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이경혜는 할 말이 있었지만 하예진이 졸려 죽을 지경인 것을 보고 도로 삼켰다.“피곤하긴 해요, 그래도 즐거운걸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다 듣고 올라가 쉴게요.”하예진은 헤헤 웃었다.“내일 저녁에 나를 따라 연회에 참석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예정이도 널 데리고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네가 그들 부부와 같이 가고 싶지 않아 할 것 같아서 그래. 나와 같이 가면 남들이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 난 네 이모잖아.”하예진은 황급히 손사래를 치고는 웃으며 말했다.“이모도 말했잖아요, 제가 가고 싶으면 예정이가 언제든지 데리고 갈 수 있다고요. 그저 아직은 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의
전호영은 꽃다발을 안고 사무실로 들어갔다.퇴근 시간이었기 때문에 많은 직원이 밖으로 나가면서 전호영이 꽃다발을 안고 들어오는 보습을 보았지만 모두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만약 전호영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도 이상한 일로 여길 것이다.“전 대표님.”다들 마음속으로 아무리 전호영을 비웃을지라도 겉으로는 여전히 공손하게 대했다.전호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곧 그는 고씨네 남매에게 다가갔다.“현이 씨, 퇴근하시죠. 제가 데리러 왔어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자, 받아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 앞으로 내밀었다.고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말했어요. 제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매번 올 때마다 꽃다발을 사 오지 마세요. 제 사무실이 곧 꽃집이 될 것 같으니까요.”전호영은 심지어 하루에 꽃다발을 여러 번 선물한 적도 있었다.고현은 전호영이 보낸 꽃다발을 쓰레기통에 버리면 전호영은 보복으로 그녀에게 더 많은 꽃을 보냈다.고현은 자신이 이 남자에게 곧 먹혀 죽을 것만 같았다.“꽃병을 더 사서 사무실로 보내드릴게요.”“저를 꽃병이라고 비아냥거리시려는 거에요? 제 사무실에는 꽃병이 가득 놓여 있거든요.”전호영이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제가 잘못했네요. 다음에는 이런 꽃들을 보내지 않고 다루기 쉬운 꽃들로 보낼게요. 현이 씨 사무실에 있는 그 꽃병들을 집으로 몇 개 가져가면 사무실이 꽃병이 줄어들 거 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고빈이 말을 이었다.“우리 형은 꽃다발을 좋아하지 않지만 제가 무척 좋아해요. 저에게 주세요. 제가 이 꽃들을 저의 여성 지인들이게 줄 테니까요. 돈도 절약할 수 있으니 너무 좋을 것 같아요.”“고빈 씨는 아직 퇴근 안 하셨군요.”전호영은 꽃다발을 고현의 품에 안겨주며 자연스럽게 고현의 손을 잡았다.고빈은 일부러 과장되게 말했다.“설마 이제야 저를 보신 건 아니죠? 혹시 시력에 문제가 있으신 건 아니죠? 잘 고려해 보고 짝을 찾으셔야지 아니면 시각장애인을 고를 수도 있어요.”“그건 제 눈에 현이 씨만
장 대표가 전호영의 차를 얼핏 보더니 말을 이었다.“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차였군요. 셋째 도련님은 정말 매일 고씨 그룹에 가서 고 대표님을 귀찮게 하는군요. 저는 그저 헛소문인 줄로만 알았는데.”“사실이에요. 고 대표님은 우리 장성에서 가장 젊고 우수한 대기업 대표님이죠. 그의 잘생긴 외모는 얼마나 많은 여자를 사로잡았는지 몰라요. 고 대표님은 강성의 모든 젊은 여자들의 이상형일걸요. 여자들도 해내지 못한 일을 전호영 도련님이 해내게 될 줄은 몰랐네요.”“하지만 외모로 보면 전호영 도련님과 고현 대표님은 참 잘 어울려요. 두 사람 중 한 명이 여자라면 정말 천생연분이죠.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 모두 남자네요. 너무 아쉬워요.”두 사람의 만남은 수많은 얼마나 많은 여자의 부러움을 자아냈는지 모른다.강성의 명문 아가씨들도 전호영이라는 남자에게 진 것이 자못 못마땅했다.“두 분이 이미 서로 남녀 관계를 확정하셨나요?”장 대표는 계속해서 물었다.“제가 듣기로는 전호영 도련님이 아직도 고현 대표님께 구애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의 일방적인 짝사랑 아닐까요? 사실 고현 대표님이 정상적인 남자인데 전호영 도련님이 게이일 수도 있죠.”“저도 잘 몰라요. 진실한 사실이 어떠할지 누가 알겠어요. 고 대표님은 냉담한 분으로서 수많은 대표님과 접촉하시지만 진정으로 친한 친구는 얼마 없어요. 고 대표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없거든요.”“하지만 고현 대표님께서 전호영 도련님을 점점 더 포용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전호영 도련님이 고 대표님을 위해 여성 옷을 입으며 여자로 분장한 적이 있거든요. 그 두 사람 중에서 아마 전호영 도련님이 더 비정상인 것 같아요. 고 대표님께서 좋아하는 사람이 여성이기 때문에 전호영 도련님이 여성 옷을 입었을 거라고 봐요.”전호영은 여성 옷차림으로 고씨 그룹에 왔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호영을 위해 비밀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소문을 퍼뜨리고 그렇게 일파
멀리 장성에 있는 전호영도 전이진이 보낸 카카오 스토리를 보았다. 그는 여운초와 전이진이 혼인 신고서를 받은 모습을 보고 무척 부러워했다.그는 결국 다시 자리를 떠나 호텔 사무실을 나오더니 차를 몰고 고씨 그룹으로 향했다.이때 고현이 사업에 관한 얘기를 방금 마쳤을 때였다.그녀는 일어나서 손을 뻗어 고객과 악수하며 부드럽게 말했다.“장 대표님, 수고하셨어요.”장 대표도 이내 대답했다.“즐거운 협력이 되길 바랍니다.”고현은 예의 바르게 말했다.“벌써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우리 함께 식사하는 건 어때요? 제가 대접해 드릴게요.”“감사합니다, 고 대표님. 제가 이번에도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곧 비행기를 타야 할 시간이거든요. 다음에요. 다음에 제가 고 대표님께 음식 대접해 드릴게요.”고현은 이해하며 말했다.“장 대표님께서 오신다면 당연히 제가 음식 대접해 드려야죠. 다음에 오시면 꼭 저에게 대접할 기회를 주셔야 해요.”“당연하죠. 약속드릴게요.”장 대표는 웃으며 대답했다.고현이 고빈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쳐다보자 고빈은 눈치껏 일어나사 미리 준비한 특산품을 장 대표에게 가져다주었다.“장 대표님, 이것은 우리가 장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강성의 특산품이에요. 귀한 물건은 아니고 우리 강성의 특색이에요. 한 번 맛보세요.”장 대표는 사양하다가 웃으며 선물을 받았다.“고 대표님, 고마워요.”고현과 사업해 본 사람들은 비록 고씨 그룹의 오더를 따내기가 쉽지 않지만, 고현의 인품은 흠잡을 데가 없다고 했다.고현은 사람이 엄숙하고 차갑지만, 그녀와 사업을 해본 사람들 모두 그녀를 칭찬하곤 했다.하지만 이렇게 좋은 청년 인재가 동성애자라니... 아깝기만 했다.고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많은 대표가 아마 정말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고현이 게이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자신의 딸과 고현을 맞세워주고 싶어 했다.고현 남매와 고위층 몇 명 인사들이 함께 장 대표를 고씨 그룹 앞까지 배웅하고 장 대표 일행을 미리 준비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엄마가 관성 호텔에 예약해 놓았어. 가서 축하할 겸 밥 먹자. 그리고 모두한테도 관성 호텔에 오라고 전화해 놨어. 할머니께서도 너희 두 사람이 혼인 신고한 일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운초야, 내가 방금 네 고모도 초대했어. 너와 이진이 결혼에 관해 상의하려고. 아직 설이 몇 달 남았는데 그 전에 결혼식 좀 올리자.”명해은이 무척 급했던 모양이다.전이진과 여운초가 혼인 신고하자마자 바로 결혼에 관한 일을 상의하려고 했다.여운초의 새아버지와 친어머니는 아직 감옥에 있는데다 여운초가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어 명해은은 혼례 문제에 관해서 여준희와 상의하려 했다.하지만 추미자는 결국 여운초의 친어머니였기에 명해은은 여운초의 뜻을 물었다.“운초야, 네 어머니께 말씀드려야 되지 않을까?”명해은은 추미자한테 축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지 않기에 그냥 결혼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여운초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이진 씨와 함께 감옥으로 만나러 가서 말할게요. 저와 이진 씨 결혼에 대한 모든 일은 저의 작은 고모와 상의하면 돼요. 여씨 가문에 사람들이 수많지만,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건 제 작은고모뿐이거든요.”여천우도 여운초와 사이가 가까웠지만, 아직 어리기에 이런 일에 관해 잘 모를 것이다.명해은은 웃으며 말을 건넸다.“그래. 알았어. 네 작은고모도 너희들이 혼인 신고한 사실을 아시고 무척 기뻐하셨어. 오후에 오신다고 하셨어.”여운초 전이진이 약혼한 뒤로 전씨 가문은 여운초의 배후에 서 있게 되었고 눈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여준희는 이 가엽고 운이 좋은 조카를 전이진에 맡기게 되니 매우 안심했다.여준희도 그녀의 집안에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친정집에 가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었다.여운초 남매는 서로 자주 연락했다.여운초는 작은고모를 어머니로 여기고 있었다.그녀는 친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한 모성애를 여준희에게서 느꼈다.“언제 면회를 하러 가려고?”“오후에 가려고요. 감옥에 가서 보고
전현민도 벙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그래, 이건 세상에 둘도 없는 경사야. 우리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이진아, 이미 이르지 않으니 어서 운초랑 들어가 절차부터 밟아. 직원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부모님의 재촉을 받은 전이진은 여운초의 손을 잡고 어머니 손으로부터 가족관계등록부와 다이아몬드 반지를 받아서 구청 안으로 걸어갔다.명해은 부부는 돌아가지 않고 밖에 서서 두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렸다.전현민은 아내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이러고 있으니 32년 전에 우리 둘이 이곳에 와서 결혼 증명서를 받던 날이 생각나네. 마치 어제 발생한 일과 같은데, 벌써 우리 큰아들이 이곳에 오다니... 세월이 참 빠르긴 빨라. 우리도 늙을 때가 되긴 됐나 보네.”그는 아내의 손을 잡으면서 말을 이었다.“난 당신과 백년해로하겠다고 약속했었지.”명해은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러게요,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이 딱 맞아요. 난 아직도 자신이 18살인가 하는데 우리 큰아들이 벌써 서른이네요. 우린 정말 늙었나 봐요. 부인하려야 부인할 수가 없네요.”“당신은 조금도 안 늙었어. 내 눈에는 당신이 관음보살과 같이 해마다 18살이야.”명해은은 몸 관리를 잘해서 전이진과 함께 나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두 사람을 남매로 착각할 정도였다.전현민도 몸 관리를 잘하는 편이었지만, 젊은 시절에 전씨 가문의 사업에 몰두했기에 심신이 많이 상해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해졌다.은퇴한 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 몇 번 염색은 했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같이 서면 아내보다 10살은 더 많아 보였다. 사실, 두 내외는 불과 한 살 차였다. 명해은은 남편의 칭찬에 웃음보를 터뜨렸다.“나도 해마다 18살이 되고 싶지만 그렇게 안 되네요. 내가 아무리 몸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기 마련인걸요.”“내가 당신과 함께 늙어 갈 테니 두려워하지 마. 내가 당신보다 훨씬 늙어 보여.”명해은은 웃으면서 말했다.“전 두려울 것 없어요. 당신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하늘이 무너
여운초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그녀는 다만 전이진을 대신하여 은행카드만 보관할 뿐일 것이었다. 그가 돈 쓰는 것을 제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도 그의 돈을 쓸 일이 없을 테였다.전이진은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고 나서 다시 그녀를 보면서 벙글벙글 웃었다.보면 볼수록 사랑스럽기만 했다.“왜 계속 날 보면서 웃어요?”“좋으니까. 운초 씨, 나 지금 너무 좋아. 그냥 웃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아?”이렇게 대답하면서도 그는 또 웃었다.그러는 전이진을 지켜보는 여운초도 참지 못해 웃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둘이서 한참 동안 알콩달콩한 후 전이진이 시계를 보니 어머니가 도착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는 약혼녀를 보면서 말했다.“운초 씨, 엄마가 곧 도착할 것 같으니 우리 지금 출발해. 우리가 구청에 도착하면 아마 엄마도 도착하실 거야.”그는 꽃집에 가서 장미꽃 한 다발을 사야 했다.여운초가 불시에 결혼 신고하자는 바람에 그가 아직 준비는 못 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서둘러야 했다.꽃다발, 다이아몬드 반지 둘 중 하나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었다.그녀는 자신이 한평생 소중히 여길 여자임으로 절대로 서운하게 할 수 없었다.“그래요.”그가 일어나면서 그녀를 향해 손을 내밀자, 여운초도 편안하게 자신의 손을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 올려놓은 채 그에게 이끌려 일어섰다.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자고로‘그대의 손만 잡고 이생의 끝까지 살아간다.’라고 했다.그녀는 전이진과 백년해로하고 평생 금실이 좋기를 원했다. 시부모님처럼 애들이 부러울 정도로 몇십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첫 사람처럼 달콤하게 지내길 원했다.여운초는 저의 집에 있는 차를 안 타고 전이진이 운전하는 차를 타기로 했다.그녀에게는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녀가 16살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기에 운전면허를 딸수 없었던 것이었다.집에 있는 운전기사는 전이진이 그녀에게 보낸 경호원인데 그녀를 보호할 수 있을 뿐만아니라 운전도 해줄 수 있었다.20분 뒤.구청 입구명해
“운초씨, 잠깐만 기다려. 내가 엄마한테 당장 전화할게.”전이진은 약혼녀의 볼에 입을 맞춘 후, 바로 어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다.명해은은 전화벨이 한참 울린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엄마, 오늘 시간 돼요?”“이제 방금 일어났어. 오늘은 별일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아. 왜? 아들, 엄마 도움이 필요해?”명해은이 잠기가 채 가셔지지 않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들이 다 크니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일이 점점 적어졌다.애들한테 더는 필요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명해은은 너무 일찍 맛봤다.“저와 운초 씨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를 마치려 하는데 제가 가족관계등록부를 안 가져왔어요. 엄마 혹은 아버지가 지금 저한테 가져다줄 수 있어요? 혹은 누군가에게 부탁해서 보내줘도 되고요. 제가 돌아가서 가져오면 시간이 지체되어 아마도 오후나 돼야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오후까지 못 기다리겠어요.”가족관계등록부만 손에 가지고 있다면, 전이진은 지금이라도 여운초를 데리고 혼인 신고하러 갔을 테였다.진정으로 여운초가 좋아진 그 시각부터 그는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하지만 그때의 여운초는 앞을 보지 못했기에 훌륭한 전이진을 앞두고 자비감에 모대기었다. 전이진의 사랑마저 그녀는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받아들인 것이었다.그녀는 전이진이 자신의 눈을 고쳐주기 위해 정 선생을 찾으러 여러 번 예진 리조트를 드나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남은 인생을 그와 함께하기로 하고 약혼을 한 것이었다.그래도 그녀는 진정으로 그를 볼 수 있을 때 가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녀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알고 싶다고 했다.전이진이 곧 시어머니로 될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들은 여운초의 얼굴은 또다시 붉게 물들었다.‘이 사람 뭐가 그리 급해...’이 반가운 소식을 들은 명해은은 순식간에 잠기가 싹 사라진 듯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시간이 있고말고, 엄마 시간은 남아돌고 있으니 금방 가져다줄게. 넌 지금 여씨 저택에 있니? 아니면 회사에 있니?” “저는 지금
그는 자신의 사람 보는 안목을 믿을 뿐만 아니라, 할머니도 믿었다. 그는 그녀와 긴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녀의 인품, 일하는 스타일 등을 천천히 알게 되었다.“혼인신고를 하고 나면 한평생 같이 살아야 해요. 나는 이혼 따위는 할 마음이 없으니 잘 생각해서 결정해요. 당신처럼 훌륭한 남자는 앞으로도 나보다 더 좋고, 당신한테 더 잘 어울리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어요. 그때 가서 이 결혼은 할머니가 강요하셔서 한 거라고 하면서 그 여자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사랑이니 어쩌니 해도 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전이진은 손가락으로 가볍게 그녀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면서 말했다.“넌 아직도 바깥사람들이 우리 전씨 집안 남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몰라? 전씨 집안 남자들은 모두 아내한테 일편단심이야. 전씨 집안의 가훈에는 결혼 후 한평생 가정에 충실해야 하고 혼인에 충실해야 하며 바람을 피워선 안 되고 이혼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되어 있어.”“누구든 가훈을 어기는 즉시, 전씨 가문에서 쫓겨나서 더는 전씨 일가와 상관없는 사람으로 돼버려.”“그리고 내가 당신과 결혼하는 것은 할머니가 당신을 선택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렇지 않다면 할머니가 강요하셔도 소용없어.”전이진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전화를 걸었다.“누구한테 전화하려고요?”여운초는 그가 할머니에게 전화 드리려나 싶어서 한마디 물었다.“내가 가족관계등록부를 몸에 지니고 다니진 않아. 우리가 혼인신고를 하려면 내 가족관계등록부도 필요할 거 아니야. 내가 엄마한테 전화해서 급히 가져다 달라 하면 우리가 점심 전에 혼인신고 절차를 다 끝낼 수 있을 거 같아.”결혼 증명서를 받고 나면 그들은 합법적인 부부가 될 것이었다.전이진은 여태 자기가 한시 급히 여운초랑 결혼하여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이고 싶어 한다는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애초에 여운초는 시력이 회복되어 그를 볼 수 있어야만 결혼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래서 그는 이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려왔다. 끝내 그녀의 눈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또 법을 어기는 일까지 했다.비록 모든 불법적인 장사는 이미 압류당했고 관련된 금액도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이로 인해 여씨 그룹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어 주가가 폭락하고 매출액이 바닥을 쳤으며 여씨 그룹의 재산도 많이 수축했다.큰누나가 여씨 그룹을 이어받은 후, 한동호 형님과 힘을 합쳐 천신만고 끝에 여씨 그룹을 이끌고 이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이런 얘기를 큰누나는 그한테 한 적 없었지만, 그는 한동호 형님과 매형을 통해서 알게되었다.비로소 그는 큰누나의 홀가분해 보이는 말투 속에 얼마나 많은 쓰라림이 숨겨져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비록 큰누나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감방으로 보내긴 했지만, 그것은 그의 부모님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록 큰누나의 대의멸친을 받아들이긴 힘들었지만, 이해만은 할 수 있었다.현재 여씨 그룹은 큰누나가 통제하고 있지만, 큰누나가 그에게 한 말이 있었다. 자기가 가져야 할 재산은 한 푼도 양보하지 않지만, 자기가 가지지 말아야 할 재산은 한 푼도 탐하지 않는다고. 그가 물려받아야 할 재산은 언젠가는 돌려줄 것이었다.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그와 둘째 누나 단둘의 소송일 것이었다.큰누나는 단지 여천우 부모님에게 속하는 재산만 그에게 돌려줄 것이었다. 그의 부모님에게 자식이라곤 그와 둘째 누나밖에 없으니 설사 둘째 누나가 소송을 일으킨다 해도 상대는 그일 수밖에 없었다.“누나, 나 먼저 수업 들으러 들게. 수업이 끝나는 대로 휴가 내서 돌아갈 테니 그때 천천히 얘기해.”“알았어, 얼른 가서 수업 봐.”동생과의 통화를 마친 여운초는 동생의 말대로 그의 부모님의 물건들을 그의 방으로 옮겨 놓았다.여운별 방의 물건은 여운초가 기분을 봐서 언제든 연락하여 가져가라고 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그와 여운별은 남남일 것이었다.“아가씨,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 오셨습니다.”여운초는 알았다고 하면서 핸드폰을 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