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56화

Author: 주 한잔
소우연 집안이 모조리 멸문당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이민수는 고개를 돌려 무릎 꿇고 있는 아령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녀는 예전처럼 소우연을 흉내 낸 화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지금 그녀는 그저 의지할 곳 없는 가엾은 아이처럼 보였다.

자신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불쌍한 존재 같았다.

불쌍하다니.

아니다. 가장 불쌍한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다.

예전에는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오늘 아령이 한 말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는 눈빛을 바짝 세우며 경계하듯 그녀를 노려보았다.

“너 소우연을 많이 미워하는구나. 소씨 집안 사람들도. 그들이 멸문당하길 바라는 거냐?"

아령은 숨이 턱 막힌 듯 입을 벌린 채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머뭇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저는… 그저… 그들 때문에 세자 저하께서 이런 고초를 겪으신 것 같아서요. 그들이 저하를 망쳐 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워할 수밖에 없어요."

아령은 마치 비에 젖은 병아리처럼 몸을 한껏 낮추며,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이민수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려 했다.

역시나 그녀의 그 약한 태도는 이민수의 눈빛을 조금 누그러뜨렸다.

그녀를 바라보며 이민수는 생각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소씨 집안은 죽어 마땅했다.

소우희가 천명을 타고났다는 말이 없었더라면, 어릴 적 소우연이 복성이라며 자신과 정혼하게 만들지 않았더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소씨 집안은 다 죽어야 마땅했다.

그중에서도 이육진과 소우연은 반드시…

“세자 저하… 그럼 저는…”

아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민수는 한참을 침묵하다 낮게 말했다.

“가 보거라.”

“예.”

아령은 조용히 숨을 돌리며 자리를 물러났다.

이민수는 더 이상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의 내면은 이미 무너지고 있었고, 정신은 극도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곁을 지켜오던 환관 상평조차 자신과 닮았다는 이유로 무참히 죽였다.

지금은 아령이 치료해주고 있기에 그나마 몇 날 며칠은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은?

아령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끝장이라는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Locked Chapter

Kaugnay na kabanata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57화

    오랜만에 다시 만난 연인은 말없이 곧장 이지윤의 방으로 향했다.천둥이 치고 불꽃이 튀듯 뜨겁게 서로를 탐한 두 사람은 두세 번이나 물을 불러가며 한참을 얽혀 있었다.기력이 다 빠진 뒤, 아령은 지윤의 가슴 위에 힘없이 몸을 기대었다.남자는 그녀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젖히며 그 고운 얼굴을 바라보았다.이 얼굴의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오직 자신뿐일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아령이 그의 손을 들어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댔다.그리고 조용히 말했다.“저하, 사실 이민수도 저의 진짜 얼굴을 봤어요.”“뭐라고?”남자가 놀라며 몸을 일으키려 하자, 아령이 그의 가슴을 눌러 제지했다.“진정하세요. 전 괜찮아요.”이지윤은 짧게 숨을 들이쉬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네가 그 자 곁에 있는 건 위험한 일이 아니냐?”아령은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하지만… 더 놀랄 일이 하나 더 있어요.”그녀는 일부러 말을 아끼며 여운을 남겼다.이지윤의 눈엔 그녀를 향한 갈망과 호기심이 가득했다.“무슨 일이냐?”“이민수… 이제 남자로서 기능을 모두 잃었어요.”아령은 장난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부드럽게 그렸다.“어떻게 된 건지 맞혀보시겠어요?”이지윤은 얼굴을 찌푸렸다.“병이라도 걸린 것이냐?”“비슷해요.”더 이상 밀당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 듯, 아령은 숨김없이 말했다.“소우연이 이민수의 그곳을 잘라버렸어요. 거의… 환관이 된 거나 마찬가지죠.”“뭐라…?”이지윤은 숨이 턱 막힌 듯 눈을 크게 떴다.“그건… 완전히 미쳐 돌아가는 일이 아니더냐.”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흥분이 그의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랐다.이로써 이민수는 완전히 끝장났다는 생각에 이지윤은 묘한 희열을 느꼈다.“아령아, 이제 내 곁으로 돌아오너라. 더는 평서왕부에 머물 필요 없다.”평춘왕이 죽은 뒤부터, 이지윤의 야망은 서서히 옅어지고 있었다.권력을 쟁취하기보다는 지금의 지위를 지키는 쪽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58화

    소녀의 걱정 어린 얼굴을 바라보며, 이지윤은 조용히 입술을 다물었다.그리고는 아래에 누운 소녀를 찬찬히 내려다보며 말했다.“모란꽃 아래서 죽는 게 정녕 풍류라 하였으니, 그 말이 틀리진 않구나.”그 말처럼 달게 받아들이겠다는 듯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처음엔 서로 추위를 피하려고 안겼던 두 사람.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향한 진심과 오래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그녀가 바라는 것을 이뤄주려 했다.그녀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그는 주저 없이 함께할 작정이었다.한편, 소범준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커다란 귀비의자 위에 누워 있었다.방은 제법 넓었지만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없었고, 공기엔 눅눅하고 텁텁한 곰팡내가 배어 있었다.그는 주위를 둘러봤다.여기가 어디인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검을 뽑으려 팔을 들자, 손발이 축 늘어지고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바로 그때, 한 하인이 들어왔다.그는 공손하게 말했다.“나으리,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곧 아씨께서 오실 겁니다.”‘아씨…?’그제야 소범준은 쓰러지기 직전에 자신의 등 뒤에 있던 이가 아령이었다는 걸 떠올렸다.그녀가 돌아서는 찰나, 손에 들고 있던 미약을 확 뿌렸던 것이다.손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고작 어린 계집아이한테 당하다니…그녀가 뭘 노리는지는 몰라도, 몸에 상처 하나 없는 걸 보니 죽일 생각은 아닌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령과 이지윤이 함께 방으로 들어섰다.이지윤을 보는 순간, 소범준은 여기가 평춘왕의 본채였다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았다.“나으리.”아령이 다가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이지윤은 그를 흘긋 보며 말했다.“이 자가 너를 쫓아온 자더냐?”“예, 왕야.”두 사람은 대놓고 다정한 기색을 드러냈다.소범준 앞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는 태도.세자 이민수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이토록 노골적인 걸 보면,자신이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단 뜻일 터.그렇다면… 자신을 살려둔 이유는?입막음을 할 생각이었다면 이미 죽었을 것이다.과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59화

    소범준은 말없이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아니, 설마 그럴 리가…“그럴 리 없다고요? 예전엔 그래도 온화한 군자였죠. 하지만 지금은 저에게조차 온갖 핑계를 대며 억압하고 있어요. 상평조차 그렇게 쉽게 죽였는데 저나 소 장군이라고 다르겠어요?”아령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이지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거들었다.“아령 말이 맞아. 너 자신을 위하지 않더라도 네 아내와 자식들은 생각해야 하지 않느냐.”소범준은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저는 세자 저하를 배신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전 모두 세자께서 만들어주신 것이니까요.”아령은 조용히 말했다.“그렇다면 제가 하는 일은 못 본 걸로,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너… 정말…”“예전의 세자께서는 분명 훌륭한 분이셨어요. 하지만 지금 당신이 희생한다고 해도, 장군의 아내와 아이들까지 함께 희생시킬 건가요?”그녀는 조용히 말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소범준은 잠시 고민하다 일단은 상황을 넘기기로 했다.입을 열려는 찰나 아령이 먼저 말했다.“아이들도 이제 글을 배워야 할 나이가 되었잖아요. 마을 훈장은 별다른 학식도 없고요. 왕야께서 이미 아이들을 위해 훈장을 초빙하셨어요. 걱정 마세요, 소 장군.”“너희… 너희들…”거짓말이라 생각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범준은 후원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직접 보게 되었다.그는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다.지금 상황에서 무슨 낯으로 마주할 수 있겠는가.뒤돌아보며 아령과 이지윤을 바라봤다.가슴에 팔짱을 끼고 턱을 괴고는 낮게 물었다.“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군. 나리께서는 지윤 왕야 같은 곁가지 황족이 왕좌를 다툴 수 없다고 생각하시나요?”소범준은 말없이 웃었다.아령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역사 속 황제들 가운데엔 뜻밖의 인물들이 꽤 많아요. 결과는 말보다 강하죠.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몰라요.”“그래. 그렇지.”소범준은 사실 이민수든 이지윤이든, 그들이 이육진을 이길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다.그가 원하는 건 오직 하나,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0화

    귀환길,소범준이 마차를 직접 몰고 있었다.만안당 앞에 다다르자 아령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멈춰주시겠어요, 나으리.”“무슨 짓이오?”소범준은 얼굴을 굳혔다.그는 아령과 이지윤의 관계를 조용히 숨기고 있는 중이었다.오늘은 27일. 태자빈이 직접 의진을 하는 날이었다.그런 날 그녀가 공공연히 태자빈을 찾아간다면, 그 소문은 곧장 이민수의 귀에 닿을 게 뻔했다.마차에서 내리기 직전, 아령은 조용히 고개를 돌려 소범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일은… 말씀하셔도 괜찮습니다. 나으리.”소범준은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다 입을 꾹 다물었다.처음엔 단지 얼굴이 예쁘고 손재주가 좋은 계집이라 생각했지만, 이제야 알겠다.이 아이는 예쁠 뿐 아니라 무서울 만큼 영리했다.아령은 품을 여미고 우아한 걸음으로 만안당 안으로 들어갔다.사람들 틈에 섞여 조용히 순서를 기다렸다.15 분쯤 지났을 무렵, 그녀는 마침내 소우연을 마주할 수 있었다.소우연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태자빈 마마, 혹시… 제가 아이를 가진 건 아닌지 봐주실 수 있을까요?”소우연이 고개를 들었다.눈앞의 소녀는 눈빛이 반짝였고 입가엔 부드러운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순간. 어쩐지 낯이 익다는 기분이 들었다.그 미소엔 은근한 도전의 기색도 엿보였다.다시 자세히 보니…소녀는 단정한 얼굴로 잔잔히 웃으며, 기대 어린 눈빛으로 진맥을 기다리고 있었다.옆에서 진료 기록을 정리하던 정연도 그 청아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문득 생각했다.‘눈매가 어딘가 태자빈 마마를 닮았어…’게다가 그녀는 다른 환자들과 달랐다.존경이나 감사가 아니라, 그저 정면으로 소우연을 응시하는 시선.그것이 정연의 마음을 묘하게 불편하게 만들었다.물론 겉으로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태자빈의 의진은 단순한 진료가 아니라, 태자부의 명성과 체면을 쌓기 위한 일이기도 하니 말이다.소우연은 잔잔히 미소 지으며 손을 뻗었다.아령의 손목 위에 손끝을 올리고 조용히 맥을 짚었다.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1화

    아령은 조심스레 배를 어루만지며 슬픈 기색을 드러냈다.그 모습에 소우연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아령 씨.”그녀가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다.아령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순진한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태자빈 마마, 예로부터 의원의 마음은 인자해야 하고 부모의 마음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어찌하여 귀한 분은 아끼고, 천한 이는 이렇게 홀대하십니까?”만안당 안 사람들은 목을 빼고 이 광경을 지켜봤다.누군가는 소우연을 두둔했고, 누군가는 아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세상은 원래부터 귀천이 갈리고, 사람도 서열이 있는 법.백성의 입장에서 왕족이란, 애초에 다가갈 수 없는 존재였다.진심 어린 배려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도 몰랐다.“이건… 너무 무례하잖아요!”정연이 얼굴을 붉히며 외쳤다.그 순간, 안쪽의 소란을 들은 진우가 허겁지겁 뛰어들었다.소우연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한 그는 주저 없이 검을 뽑았다.아령은 놀란 척 물러서며 외쳤다.“살인을 하시려는 건가요? 저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태자빈 마마의 호위무사가 사람 입을 막기 위해 칼을 드는 겁니까?”“제발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그런 말 안 하겠습니다…”“이…!”진우는 말문이 막혀 소우연을 바라봤다.소우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진우야, 물러나거라.”그녀는 조용히 아령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다.“오해하신 것 같아요. 그땐…”아령은 말을 자르며 고개를 저었다.“제가 경솔했어요. 저는 그저 천한 여종일 뿐, 태자빈 마마께 진맥을 부탁드릴 자격조차 없었죠.”소우연은 미소 띤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빠르게 손수건을 꺼내 아령의 입에 넣었다.그리고는 주변에 모인 이들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태자 저하의 병세는 당시 완쾌되지 않았고, 얼굴의 흉터 치료 또한 시도 중이었습니다.”“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기에, 이 아씨에게 적용하지 않은 것입니다.”그러면서 아령의 손을 꽉 잡아, 그녀가 손수건을 빼내지 못하게 했다.“오늘 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2화

    “그게 어쨌단 말이죠?”아령은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소범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간도 배포도 하늘을 찌르는구나.’‘그게 어쨌다니?’‘이 일이 평서왕의 귀에 들어가면, 네 목이 꺾일 수도 있단 말이다.’‘그걸 모르고 이러는 거야?’“이 일에 대해선 단 한 글자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소. 그러니 제발… 아내와 자식들만은… 돌려주시오.”아령은 더는 미소조차 허락하지 않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꿈 깨세요. 우린 이미 같은 배에 탔어요. 다시 돌아갈 길은 없죠. 정녕 가족의 안위를 원한다면, 내 명을 따라야 해요. 아셨습니까?”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내리꽂혔다.소범준은 마치 깊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지금까지의 모든 게 덫이었다.“만약 왕야나 세자 저하께서 이 일에 대해 추궁하신다면, 그땐 어찌할 생각이오?”아령은 조용히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요, 세상 사람들의 문제는 제게 아무 상관없어요. 누구도 제 인생의 짐이 되어선 안 되죠.”소범준은 그제야 이 여인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실감했다.그렇다면 이지윤은?분명 둘은 연인처럼 보였고, 남다른 정이 오가는 줄 알았는데.하지만 아령은 묵묵히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남자는 칼 드는 속도만 늦출 뿐이죠.’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라도, 결국은 그냥 잠깐 마음을 줬을 뿐이었다.희고 맑던 얼굴에 스친 그 음습한 그림자.소범준은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이 여자는…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의진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차 안.정연이 따뜻한 찻잔을 내밀었지만, 소우연은 손을 내저었다.잠시 머뭇거리던 정연이 조심스레 말했다.“태자빈 마마, 어깨 좀 주물러드릴까요?”“응, 부탁하마.”오늘은 이상하게 피곤했다. 하루 종일 앉아 진맥을 보느라 어깨가 뻐근했다.정연이 손끝으로 조심히 그녀의 어깨를 풀며 말을 꺼냈다.“오늘 그 아씨… 아령이라 했지요. 혹시 평서왕세자를 위해 나서신 건 아닐까요?”“흠, 글쎄.”소우연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3화

    이육진이 말했다.“진이준의 보고에 따르면, 아령이 이민수 쪽에 붙었다더구나. 혹시 네가 그 자의 물건을 망가뜨려서, 아령이 복수하러 온 건 아닐까?”“전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오후에 정연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이육진이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주려 했지만, 그 손끝에도 물이 많아 오히려 그녀의 눈가를 젖게 만들었다.그 모습이 꼭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소우연은 피식 웃었다.그러자 이육진은 장난스럽게 그 물방울 위에 입을 맞췄다.“솔직히 난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이민수가 자기 통방을 보내 너한테 시비 걸게 할 만큼 바보는 아닐 테고. 게다가 그런 짓은 평서왕부에 해가 될 뿐이지. 지금 그 집안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바로 불필요한 시선인데.”소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아령은 이민수 뜻으로 움직인 게 아닐 거예요. 어쩌면 그냥 자기 마음대로 왔을 수도 있죠.”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욕조에 떠 있는 꽃잎을 바라봤다.그중 한 장이 이상하게 물 위에 뜬 것이 아니라, 마치 허공에 맴도는 듯 떠 있었다.손을 뻗어 치우려던 순간, 남자의 그것이 눈앞에 드러났다.“전하… 정말.”그녀는 볼을 불룩 부풀리며 속상한 기색을 드러냈다.목욕 때마다 일이 생기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얄밉게 느껴졌다.이육진은 기침을 한번 하며 말을 돌렸다.“오직 너와 함께할 때만…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느껴.”그 말에 소우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그의 중심에 꽃잎을 덮어주며 눈을 바라봤다.“그런데 그 아이는… 멍청해 보이진 않았어요. 왜 굳이 사람 많은 만안당에서 절 찾아와 시비를 걸었을까요. 부군. 아령은 단순히 이민수가 아니라, 그냥… 저한테 적대심을 가진 것 같아요.”이육진은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소우희와 아령은 예전에 교류가 있었다 들었는데… 혹시… 소우희를 위해서?”소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소우희 같은 성격에, 누가 그 애를 위해 나서겠어요. 게다가 예전에 아령이 혜주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4화

    “내일 임 어의를 다시 모시는 게 어떨까요?”소우연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애교 섞인 말투엔 묘하게 은근한 뉘앙스도 감돌았다.이육진은 문득 지난번 일을 떠올렸다.그녀와의 내기에서 이기면, 그가 원하던 방식대로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기로 했던 것.그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그때처럼 해 준다면 생각은 해 보지.”“그때처럼…?”소우연의 두 볼에 붉은 기운이 번졌다.처음만 해도, 이육진은 그렇게 대담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요즘은 책에서 어디까지 배웠는지, 그녀를 애무하는 손길도 능숙했고.이젠 아예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고 있었다.“어떻느냐, 해 줄 수 있겠느냐?”이육진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묻자, 소우연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를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이튿날 정오 무렵, 소우연은 진우를 보내 임 어의를 모셔오게 했다.마침 이육진도 막 궁으로 돌아온 참이었고, 임 어의는 이미 이당에 도착해 진맥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내가 직접 가겠다. 넌 안에서 기다리거라.”이육진은 마음이 내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매달 태의원에서 진맥을 받고 있었고, 늘 아무 이상 없다는 말뿐이었으니.그는 간석에게 일렀다.“요즘 부인이 겉으론 안심한 듯해도 속으론 아직 풀리지 않은 게 있는 듯하구나. 창고 열쇠를 주고, 부인이 마음에 드는 걸 직접 고르게 해 줘라.”“예, 전하. 곧 전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 이육진은 이당으로 향했다.임 어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맞절했다.“태자 전하께 문안 올립니다.”이육진은 곧장 주석에 앉으며 말했다.“절은 됐다. 앉거라.”하지만 임 어의는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태자 앞에서 감히 앉는 것이 두려웠지만, 또 명을 어기는 건 더 무서웠다.결국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진우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태자빈 마마께서 진맥을 요청하셨다고 들어 이렇게 왔습니다.”“내 몸을 좀 봐주거라.”이육진은 곧장 본론으

Pinakabagong kabanata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70화

    “그 아이… 소씨 가문 전체를 증오하는 걸까.”소우연이 혼잣말처럼 중얼였다.햇살 한 줄기가 주먹만 한 감방 창을 뚫고 들어와, 소우연의 하얗고 고운 얼굴을 비췄다.그녀는 그 빛 아래서도 당당하고 우아했다.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품격과 위엄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고 있었다.반면 소우희는 지푸라기 위에 쓰러진 채,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다.가려움이 피부를 찢을 듯 파고들었고, 근육조차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꼴사납게 널브러진 그 모습은 마치 지옥에서 간신히 기어 올라온 잔재 같았다.왜?왜 소우연만 이렇게 타고난 운명이 다른 걸까?이육진에게 시집간다 했을 때, 누구나 그녀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멀쩡히 살아 돌아온 것도 모자라, 지금은 당당히 태자빈 자리에 앉아 있으니. 소우희는 미칠 것처럼 속이 뒤집혔다.분했다. 억울했다.온몸이 분노로 들끓었다.아직도 아령이 왜 자신을 그런 지경으로 몰았는지 알지 못했다.알았다 해도, 그걸 소우연 따위에게 말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죽는다 해도, 절대 이 여자 앞에선 입을 열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소우연은 담담히 입을 열었다.“됐어. 어차피 네 입에서 들을 얘기는 없을 테니까. 그럼 남은 시간, 실컷 고통을 누리도록 해.”“아아아아아아!!!”말은 알아들을 수 없어도, 무슨 말을 내뱉고 있을지 소우연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저주와 원망, 추악한 욕설…그녀에겐 이제 그것밖에 남지 않았으니까.잠시 후, 감옥 복도 끝에서 이육진이 걸어왔다.“다 정리했다. 간수들에겐 유동식을 먹이도록 했고, 의원도 붙였어. 죽을 수 없게 만들었지.”“아아악! 아아아아아악!!!”소우희는 짐승처럼 비명을 질렀다.절식으로 빨리 죽고 싶었건만, 그들은 그조차 허락하지 않았다.이육진… 그 자는 진짜 악마였다.죽을 권리조차 빼앗다니 말이다…그녀의 절규와 광기 어린 울부짖음에도 소우연과 이육진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감옥을 떠났다.그들의 뒷모습은 점점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누구든 좋아… 날 좀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9화

    대체 그놈 머릿속엔 뭐가 들었단 말인가.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멍청함.짐승처럼 욕망에 눈이 멀어 움직이는 꼴이라니.이래서 사람들이 그를 고자 취급하는 게지.이민수의 눈동자엔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었고, 그 감정을 숨기려 하지도 않았다.아령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군자는 열 번 복수해도 늦지 않습니다.’이민수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난 마차에서 기다리겠다. 소우희를 만나고 나면 바로 나오거라.”아령이 물었다.“세자 저하는… 보지 않으실 겁니까?”그녀는 분명 이민수가 처음으로 마음 준 여인이었다.“아니.”소우연이든 소우희든.이제 소씨 가문의 피를 지닌 자라면 모두 증오스러웠다.“알겠습니다.”표정은 아쉬운 듯했지만, 속은 후련했다.애초에 그녀는 소우희를 단둘이 만나고 싶었다.……감옥 안.소우희는 지푸라기 더미 위에 축 늘어진 채 쓰러져 있었다.모기떼가 온몸을 물어뜯었고, 하룻밤 사이 그녀의 얼굴은 부어오른 자국으로 뒤덮였다.붉고, 시퍼렇고, 검붉게.부어오른 자국과 뒤틀린 상처들이 뒤엉켜 있었다.그 얼굴로 흘러나오는 끊임없는 신음 소리만 들어도,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상태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소우연이 그녀 앞에 다가서자, 소우희의 눈동자가 잠시 멍해지더니 곧 복잡한 감정이 뒤섞인 채 흔들렸다.“내가 널 죽여주길 바라는 거야?”소우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거지꼴로 누워 있는 소우희는 눈을 깜빡이며 온몸을 떨었다.이육진은 미간을 찌푸렸다.더 보고 있자니 불쾌감이 올라왔다.그는 감옥 책임자를 찾아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걱정 마. 넌 죽게 될 거야. 단지, 매일 매일 뼛속을 긁는 고통과 끝없는 가려움 속에서 서서히 죽어갈 뿐이지.”“아아아악!!!”죽여줘… 제발, 죽여줘…그녀에겐 지금 이 순간이 지옥보다 끔찍했다.분노도, 원한도, 혐오도…어떤 말로도 지금의 감정을 설명할 수 없었다.무언가를 저주하는 마음밖에 남지 않았지만, 그것조차 무력했다.몸은 아팠고, 그보다 더 끔찍하게 가려웠다.그녀는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8화

    “세자 저하, 그럼 전 몸을 편히 하기 위한 약을 좀 구해오겠습니다.”아령은 이민수에게 조심스럽게 인사한 뒤, 소범준에게 직접 마차를 몰게 했다.소범준은 그 말을 듣고 목이 콱 막힌 듯했다.겉으로는 약을 구하러 간다지만, 이건 아무리 봐도… 이지윤의 아이를 가지려는 수작이었다.마차는 한참이나 골목을 빙빙 돌았다. 누군가의 눈을 피하려는 건지, 혹은 무언가를 감추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마차는 어느 약방 앞에 멈췄다.이후 아령은 소범준에게 평서왕부의 후문까지 말을 타고 함께 가자고 했다.가는 길에 소범준은 툭 던지듯 말했다.“당신의 계략과 담대함은 웬만한 사내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오.”그 말엔 진심이 섞여 있었지만, 더 큰 비중은 냉소였다.아령이라고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사람으로 태어나 누구는 귀하게. 누구는 천하게 살아야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나으리는 종으로 사는 삶이 만족스러우신가 보지만, 전 아닙니다. 전 어머니의 한을 꼭 풀어드려야 해요. 어머니를 그렇게 만든 이들을 절대로 편히 살게 두지 않을 겁니다. 나쁜 자들이 잘사는 세상, 그게 공평한가요?”그녀는 그림처럼 단정한 얼굴을 들고 소범준을 또렷이 바라봤다.“제가 나서지 않으면, 제가 저를 위해 싸우지 않으면, 어머니의 억울함은 끝내 땅속에서 잠들고 말아요.”소범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녀는 조용히 되물었다.“나으리의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해를 입고 죽었다면, 복수하지 않으시겠어요?”여전히 침묵하는 그를 향해, 아령은 코웃음을 쳤다.“관리들은 마음껏 불을 지르면서 백성은 등불 하나 못 켜게 하는 세상, 그게 정의인가요? 여자인 제가 가진 건 이 얼굴과 몸뿐이에요. 이걸 무기로 쓰는 거죠.”말을 마친 그녀는 묵묵히 문을 두드렸다.곧 누군가 문을 열었고, 소범준은 이끌려 별당으로 들어가 차와 다과를 대접받았다.그 사이 아령은 소매 안에서 약 한 알을 꺼내 삼켰다.혹시라도 이번에도 임신에 실패한다면, 다음 달은 더욱 조급해질 게 뻔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7화

    아령이 다시 입을 열었다.“세자 저하는 아령의 유일한 사내입니다. 이 생에서 저는 오직 저하 한 사람만을 섬기겠어요. 제발… 저하께서도 제게 조금만 더 다정하실 수는 없나요?”아이 때문이라도, 이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령은 그의 속내를 읽은 듯 다시 말을 이었다.“세자 저하의 상황을 바깥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제가 세자 저하의 아이를 가진다면… 훗날 무슨 소문이 나더라도, 그 소문을 깨뜨릴 수 있는 증거가 되겠지요. 그렇지 않다면, 제가 어찌 이 아이를 가질 수 있었겠습니까?”그 순간 이민수는 문득 냉정을 되찾았다.그녀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이 여자, 정말이지… 영리하구나.’만약 좀 더 일찍 아령과 마음을 나눴더라면, 지금처럼 궁지에 몰리진 않았을지도 모른다.“좋아. 약조하지. 너와 아이한테만큼은 잘 대해주마. 다만…”세자빈의 자리는 줄 수 없었다.아령은 고개를 끄덕였다.“전 세자 저하 곁에 있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아이의 정체도 지금 당장 밝히실 필요 없어요. 모든 게 안정된 후에 천천히 말씀하셔도 늦지 않지요.”“좋아.”그녀는 조심스레 배를 어루만졌다.하지만 이민수는 왠지 모를 의심이 들어 혜주에게 어의를 불러오라 명했다.그 순간 아령의 눈빛엔 잠시 경멸이 스쳤다. 그러나 아무렇지 않은 듯 진맥을 받았다.“축하드립니다, 세자 저하. 회임이 맞습니다.”어의는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그간 사는 게 허무했던 이민수에게 드디어 삶의 의욕을 되찾게 해주는 일이 생긴 것이다.아령의 말처럼, 언젠가 자신이 불능이라는 소문이 퍼질 수도 있었다.그때 그녀와 그녀 뱃속의 아이는 자신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 명분이 될 터였다.“좋다… 아주 좋아!”이민수는 크게 웃으며 상을 내렸다.그 시각, 뜰의 오동나무 위에 숨어 있던 소범준은 그 모든 대화를 또렷이 듣고 있었다.무공 수련자라 귀가 예민한 데다, 아령과 이민수의 목소리까지 컸으니 말이다.그는 속으로 몸서리쳤다.‘이 여자… 정말 무섭구나. 거짓말도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6화

    “정말 매정하네요.”소우연은 담담하게 속삭이듯 말했다.전생에 소씨 일가가 자신에게 보였던 차가운 시선이 떠올랐다.그런데 오늘을 돌아보니…그들은 여전히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소우희를 다시 데려가 치료하고 있었다.결국 소씨 일가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단지… 그녀에게만 그토록 냉정했던 것이다.애석할 따름이었다.소우희는 분명한 죄인이었고, 설령 소씨 일가가 동정을 베푼다 해도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그런 몰골로 옥에 갇힌다면, 앞으로 버틸 날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연아, 나는 그들과 같지 않아.”“나는 이육진도 아니고, 이지윤도 아니야.”이육진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혹시라도 소우연이 그 패륜들과 자신까지 함께 미워하게 될까 두려웠다.소우연은 잔잔히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알고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다르십니다.”“정말이냐?”“네. 전 전하만은 믿고 있어요.”그녀의 믿음은 늘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이번 생에서 복수 외에 그녀가 살아가는 이유는 이육진이 시신을 수습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함이기도 했다.그를 위해 죽는다 해도, 그건 감히 감사의 마음이라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소우희가 오늘 같은 결말을 맞이한 건, 어찌 보면 속이 시원할 지경이었다.역사가 반복된다면 이번 생에서 추락하는 건 소우희였고, 그 대상은 더 이상 그녀가 아니었다.“전하… 내일 소우희를 한번 보고 싶어요.”이육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가자.”하늘에는 노을이 붉게 퍼지고 있었다.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달은 벌써 천천히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해가 완전히 사라지자, 고요한 달빛이 뜰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한편.아령은 이민수의 상처를 정성껏 감싸고 있었다.그런데 무심결에 세게 닿았는지, 이민수는 화가 난 듯 그녀를 발로 걷어찼다.아령은 복부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고통에 찬 얼굴로 이민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세자 저하, 소녀 아령은 죽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5화

    “임 어의.”소우연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조용히 울려 퍼졌다.임 어의는 깜짝 놀라며 급히 일어나 예를 올렸다.“태자빈 마마께 문안 올립니다.”“됐네. 편하게 앉아서 이야기하지.”임 어의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내심 긴장하면서도 소우연의 말투에 어딘가 안정감을 느꼈다.“태자 전하의 몸은 괜찮으신가? 자손을 얻는 데에 이상은 없겠지?”소우연은 조용하고 단정한 어조로 물었다.“전하께선 기력이 왕성하시고, 맥상도 아주 안정되어 있었습니다.”“그런데도 왜 아직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걸까.”밤낮으로 함께한 시간이 적지 않았다.이육진의 품에 안겨 숨이 넘어갈 정도였던 밤도 많았다.그런데도 아무 소식이 없으니, 도무지 알 수 없었다.자신의 몸 상태는 늘 살피고 있었다.맥으로 봐도 생식력엔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걸 알 수 있었기에 더 답답했다.임 어의는 몇 번이나 입술을 달싹였지만 말을 망설이다, 결국 소우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그냥 말해 보시게.”“태자빈 마마… 소신의 생각으로는 태자 전하께선 전혀 이상이 없으십니다.그리고 마마께서도 의원이시니, 본인의 상태는 누구보다 잘 아시겠지요. 결국… 이건 인연이 아직 닿지 않은 탓이라 생각합니다. 너무 조급해하시지 말고, 조금 마음을 내려놓으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소우연은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그래도 태자 전하는 훗날 황위를 이으실 분이야. 내가 태자빈인데 아이가 없으면, 사람들이 전하에게 무슨 말을 하겠어.”임 어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레 덧붙였다.“실제로 부부가 모두 건강해도 너무 간절한 마음이 되려 긴장을 유발해서, 오히려 수태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소우연은 잠시 말을 잇지 않았다.그 말은 예전 의서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막상 자신의 일이 되니 잊고 있었다.‘혹시 우리 둘 다 너무 마음을 졸인 걸까…’“다른 방법은 없을까?”임 어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길일을 택하신 뒤, 태자 전하께 며칠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4화

    “내일 임 어의를 다시 모시는 게 어떨까요?”소우연은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리며 장난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애교 섞인 말투엔 묘하게 은근한 뉘앙스도 감돌았다.이육진은 문득 지난번 일을 떠올렸다.그녀와의 내기에서 이기면, 그가 원하던 방식대로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기로 했던 것.그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그때처럼 해 준다면 생각은 해 보지.”“그때처럼…?”소우연의 두 볼에 붉은 기운이 번졌다.처음만 해도, 이육진은 그렇게 대담한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요즘은 책에서 어디까지 배웠는지, 그녀를 애무하는 손길도 능숙했고.이젠 아예 그녀가 먼저 다가와 주길 바라고 있었다.“어떻느냐, 해 줄 수 있겠느냐?”이육진이 능청스럽게 웃으며 묻자, 소우연은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를 갖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게요.”이튿날 정오 무렵, 소우연은 진우를 보내 임 어의를 모셔오게 했다.마침 이육진도 막 궁으로 돌아온 참이었고, 임 어의는 이미 이당에 도착해 진맥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내가 직접 가겠다. 넌 안에서 기다리거라.”이육진은 마음이 내키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렸다.매달 태의원에서 진맥을 받고 있었고, 늘 아무 이상 없다는 말뿐이었으니.그는 간석에게 일렀다.“요즘 부인이 겉으론 안심한 듯해도 속으론 아직 풀리지 않은 게 있는 듯하구나. 창고 열쇠를 주고, 부인이 마음에 드는 걸 직접 고르게 해 줘라.”“예, 전하. 곧 전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고 이육진은 이당으로 향했다.임 어의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맞절했다.“태자 전하께 문안 올립니다.”이육진은 곧장 주석에 앉으며 말했다.“절은 됐다. 앉거라.”하지만 임 어의는 속으로 진땀을 흘렸다.태자 앞에서 감히 앉는 것이 두려웠지만, 또 명을 어기는 건 더 무서웠다.결국 그는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진우의 전갈을 받았습니다. 태자빈 마마께서 진맥을 요청하셨다고 들어 이렇게 왔습니다.”“내 몸을 좀 봐주거라.”이육진은 곧장 본론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3화

    이육진이 말했다.“진이준의 보고에 따르면, 아령이 이민수 쪽에 붙었다더구나. 혹시 네가 그 자의 물건을 망가뜨려서, 아령이 복수하러 온 건 아닐까?”“전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오후에 정연도 비슷한 말을 했었다.이육진이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에 맺힌 물방울을 닦아주려 했지만, 그 손끝에도 물이 많아 오히려 그녀의 눈가를 젖게 만들었다.그 모습이 꼭 눈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보여, 소우연은 피식 웃었다.그러자 이육진은 장난스럽게 그 물방울 위에 입을 맞췄다.“솔직히 난 다른 이유가 떠오르지 않아.이민수가 자기 통방을 보내 너한테 시비 걸게 할 만큼 바보는 아닐 테고. 게다가 그런 짓은 평서왕부에 해가 될 뿐이지. 지금 그 집안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바로 불필요한 시선인데.”소우연도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아령은 이민수 뜻으로 움직인 게 아닐 거예요. 어쩌면 그냥 자기 마음대로 왔을 수도 있죠.”그녀는 시선을 떨구고, 욕조에 떠 있는 꽃잎을 바라봤다.그중 한 장이 이상하게 물 위에 뜬 것이 아니라, 마치 허공에 맴도는 듯 떠 있었다.손을 뻗어 치우려던 순간, 남자의 그것이 눈앞에 드러났다.“전하… 정말.”그녀는 볼을 불룩 부풀리며 속상한 기색을 드러냈다.목욕 때마다 일이 생기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 얄밉게 느껴졌다.이육진은 기침을 한번 하며 말을 돌렸다.“오직 너와 함께할 때만… 살아 있다는 게 이렇게 기쁘고, 행복하다는 걸 느껴.”그 말에 소우연은 마음이 조금 풀린 듯, 그의 중심에 꽃잎을 덮어주며 눈을 바라봤다.“그런데 그 아이는… 멍청해 보이진 않았어요. 왜 굳이 사람 많은 만안당에서 절 찾아와 시비를 걸었을까요. 부군. 아령은 단순히 이민수가 아니라, 그냥… 저한테 적대심을 가진 것 같아요.”이육진은 고개를 갸웃했다.“하지만 소우희와 아령은 예전에 교류가 있었다 들었는데… 혹시… 소우희를 위해서?”소우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소우희 같은 성격에, 누가 그 애를 위해 나서겠어요. 게다가 예전에 아령이 혜주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362화

    “그게 어쨌단 말이죠?”아령은 여전히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소범준은 말문이 턱 막혔다.‘간도 배포도 하늘을 찌르는구나.’‘그게 어쨌다니?’‘이 일이 평서왕의 귀에 들어가면, 네 목이 꺾일 수도 있단 말이다.’‘그걸 모르고 이러는 거야?’“이 일에 대해선 단 한 글자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소. 그러니 제발… 아내와 자식들만은… 돌려주시오.”아령은 더는 미소조차 허락하지 않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꿈 깨세요. 우린 이미 같은 배에 탔어요. 다시 돌아갈 길은 없죠. 정녕 가족의 안위를 원한다면, 내 명을 따라야 해요. 아셨습니까?”그녀의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처럼 내리꽂혔다.소범준은 마치 깊은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지금까지의 모든 게 덫이었다.“만약 왕야나 세자 저하께서 이 일에 대해 추궁하신다면, 그땐 어찌할 생각이오?”아령은 조용히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요, 세상 사람들의 문제는 제게 아무 상관없어요. 누구도 제 인생의 짐이 되어선 안 되죠.”소범준은 그제야 이 여인이 진짜 어떤 사람인지 실감했다.그렇다면 이지윤은?분명 둘은 연인처럼 보였고, 남다른 정이 오가는 줄 알았는데.하지만 아령은 묵묵히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다.‘남자는 칼 드는 속도만 늦출 뿐이죠.’그가 다른 이들과는 달라도, 결국은 그냥 잠깐 마음을 줬을 뿐이었다.희고 맑던 얼굴에 스친 그 음습한 그림자.소범준은 싸늘한 기운이 등줄기를 스치는 것을 느꼈다.이 여자는… 절대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의진을 마치고 돌아가는 마차 안.정연이 따뜻한 찻잔을 내밀었지만, 소우연은 손을 내저었다.잠시 머뭇거리던 정연이 조심스레 말했다.“태자빈 마마, 어깨 좀 주물러드릴까요?”“응, 부탁하마.”오늘은 이상하게 피곤했다. 하루 종일 앉아 진맥을 보느라 어깨가 뻐근했다.정연이 손끝으로 조심히 그녀의 어깨를 풀며 말을 꺼냈다.“오늘 그 아씨… 아령이라 했지요. 혹시 평서왕세자를 위해 나서신 건 아닐까요?”“흠, 글쎄.”소우연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