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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Author: 주 한잔
“정연과 진우가 곧 돌아올 것입니다. 세자 저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소우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이민수를 향해 가볍게 예를 표했다.

그녀의 동작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처럼 부드럽고 우아했다.

그 모습이 이민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제는 더 이상 자신에게 헌신하지 않는 그녀가, 예전처럼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지 않는 그녀가, 오히려 더 눈부시게 보였다.

“연아…”

그는 손을 뻗었다가 이내 거두었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혹여 이육진에게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반드시 내게 알려야 한다. 내가 널 지켜 줄 것이다.”

소우연은 미소를 머금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요즘 경성에서는 네 의술이 어의 못지않다는 소문이 돌고 있더구나. 혹시… 이육진의 다리를 직접 본 적이 있느냐?”

“보지 못했습니다.”

그가 왜 갑자기 이육진의 다리를 언급하는 것일까.

“그런데, 평안맥을 보러 온다는 이태의는 본디 덕빈의 사람이 아닌가? 그가 자주 회남왕부를 드나든다면, 혹 이육진의 다리를 치료하는 것이 아닐까?”

이태의는 애초에 황제와 덕빈이 보낸 사람이었다.

그가 회남왕부를 찾는 이유는 단순했다.

소우연이 임신했는지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이육진의 다리는 이미 회복되었다.

그 사실이 조만간 알려지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소우연은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단지 평안맥을 보기 위해 부르셨다고 하셨습니다.”

이민수의 눈빛이 더욱 깊어졌다.

“모든 일에는 신중해야 한다. 내가 더 강해져야만 너를 지킬 수 있어. 연아, 넌 이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그녀가 모를 리가 없었다.

이민수가 대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 결국 그가 원하는 것은 황위였다.

그가 황제가 된다면, 소우연을 다시 자신의 곁에 둘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소우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자 저하께서 염려하지 않도록 조심하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직접 확인해 보아라.”

“알겠습니다.”

소우연은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몸을 돌려 문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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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9화

    진우는 두 사람 뒤를 조용하게 따랐다.이를 힐끔 쳐다보던 소우희가 소우연에게 말했다.“언니 호위무사가 우리를 계속 따라오고 있네?”“할 말 있으면 그냥 해.”‘진우가 따라오는 게 뭐! 이게 안전감이라는 거거든!’“이 옥패의 주인이 누구인지 언니는 정말 모르는 거야?”소우희의 물음에 소우연이 고개를 저었다.“몰라.”소우연은 옥패를 가지고 있다가 경성에 돌아가면 사람 시켜 알아보려고 했는데 그럴 새도 없이 며칠 사이에 옥패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다.한편, 거짓말이 아닌 듯한 소우연의 대답에 소우희가 몰래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때 당시 남강에서 돌아오자마자 소우희는 사람을 시켜 옥패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하였고 수소문 끝에 겨우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이 옥패는 회남왕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다.그 말인 즉, 소우연이 구해줬던 그 소년이 바로 이육진이라는 뜻이다.만약 이육진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지금보다 소우연에게 더 잘해주겠지?그리고 오늘, 소우희는 바로 그 옥패를 이용하여 소우연을 불러냈다.“옥패는?”소우연이 묻자 소우희가 입술을 살짝 오므리며 대답했다.“나한테 있어.”“그럼 네가 훔쳐간 거네.”“훔쳐가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건 엄연히 내가 주운 거야.”‘허허… 주웠다고? 소우희 얘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뻔뻔해지네.’“옥패는 평생 못 돌려받겠네.”“언니, 언니 것이 아닌 물건을 탐내지 마.”‘내가 미쳤어? 이 옥패를 너한테 돌려줬다가 그걸 이육진이 보기라도 하면 네가 자신을 살려줬던 사람이라는 걸 알 텐데? 그럼 이육진이 너한테 더 잘해주겠지!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난 절대 그런 일이 벌어지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야! 소우연 넌 평생 고통과 괴로움 속에서 살아야 돼!’이런 생각에 소우희의 웃음이 점점 더 짙어졌다.“너랑 더 이상 할 말 없어.”한 마디 남긴 소우연이 돌아서서 떠나려던 그때, 소우희가 말했다.“언니를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누구?”소우연은 그자가 혹시 이 옥패의 주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8화

    정연이 질문을 하려던 그때, 소우연이 먼저 말했다.“더 물을 것 없다. 내가 시키는 대로 준비하거라.”정연은 표정이 심각한 소우연을 보며 의아했지만 바로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15분 뒤, 소우연과 정연은 저택 대문을 나서자마자 미리 마차를 끌고 와서 기다리고 있던 진우를 발견했다.“왕비님, 오셨습니까? 왕야께 왕비님이 운불사에 가신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까요?”진우의 물음에 소우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내가 어디에 가든 너희들은 왕야께 말씀드리지 않았느냐?”전에 이육진이 소우연의 하루 일과를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걸로 봐서는 그가 소우연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게 분명하다.한편, 진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저기… 왕야께서는 특별하게 중요한 일이 아니면 왕비님의 행적을 보고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습니다.”소우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운불사로 가는 길이 꽤 멀었을 뿐만 아니라 그리 사소한 일도 아니기에 이육진에게 얘기를 해두는 게 나을 것 같았다.“그럼 사람 시켜 궁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왕야를 태운 마차가 나오면 그때 보고를 올리라고 하여라.”“네.”고개를 끄덕인 진우는 이내 저택 대문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에게 다가가 몇 마디 당부했다.운불사는 경성 밖에 위치했기에 마차로 가도 최소 네 시간이 걸렸다.때문에 소우연이 운불사에 도착했을 때 절 안에는 참배자가 거의 없었다.“정연아, 이 돈을 절에 기부하거라.”소우연은 정연에게 미리 준비한 돈보따리를 건넸다.“네, 알겠습니다.”진우는 본당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정연은 돈 보따리를 들고 운불사 스님을 찾아갔다.한편, 소우연은 운불사 대문 앞에 놓인 불상들에게 경건하게 인사를 올린 뒤 마지막으로 본당에 들어섰다.그녀는 기도를 하면서 절을 올렸다.‘도대체 누구지?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거지?’소우연이 의아해하던 그때, 발걸음소리가 들렸다.“언니.”소우희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돌린 소우연은 미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7화

    소우연이 주먹으로 이육진을 가볍게 툭 때리며 말했다.“전 왕야를 믿습니다. 하지만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게 없지 않습니까? 굳이 적과 대놓고 정면 승부할 필요는 없지요.”입술을 살짝 오므린 이육진은 소우연의 말을 조용하게 듣고 있었다. 그가 몇 년 동안 폐인처럼 산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의 세력이 약해진 건 절대 아니다.그렇지 않았다면 평서왕 부자와 이 강산을 빼앗으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너무도 불안해하는 소우연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육진은 일단 그녀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알겠다. 연이 네 말을 잘 듣는 서방이 되겠다.”서방이라는 말을 점점 자연스럽게 하는 이육진을 덕분에 소우연도 이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그녀는 까치발을 들고 이육진의 얼굴을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얼굴의 흉터가 전보다 더 연해졌습니다.”이육진이 감개무량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소우연이 말을 이어갔다.“아직도 폐하와 덕빈마마께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것입니까?”“아직 얘기 안 했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한참동안 서있었다.조금 뒤, 소우연이 이육진의 손을 잡고 몇 걸음 걷다가 태연한 이육진의 표정에 그에게 물었다.“걷는 건 조금 익숙해지셨습니까?”“그래, 나쁘지 않구나.”걸음걸이를 처음 배우는 게 아니었기에 그리 불편한 데는 없었다.소우연의 손을 잡고 서재 안을 몇 바퀴 돌던 이육진은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이를 발견한 소우연이 말했다.“너무 무리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정성껏 침을 놓을 테니 왕야는 무조건 완벽하게 회복할 수 있습니다.”“그래.”소우연의 손을 놓은 이육진은 탁자 위에 놓인 가면을 얼굴에 쓰며 말했다.“이만 본채로 돌아가자.”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이 저택에 전부 이육진의 사람들인데 얼굴도 어느 정도 회복한 마당에 왜 아직도 저택 안에서까지 가면을 쓰고 있는 걸까?“뭘 그리 보고 있느냐?”가면을 쓴 이육진은 휠체어에 앉으며 물었다.“왕야, 이 저택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6화

    “지금 뭐라고 하였느냐? 조금 전 그 여인이 바로 이민수가 평서왕 저택에 데려간 아령이라는 말이야?”소우연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진우의 보고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확실합니다, 왕비님. 전에 만안당에서 봤을 땐 긴가민가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람을 시켜 조사해봤는데 그 여인이 탄 마차가 평서왕 저택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마차 안에 세자 이민수도 있었습니다.”소우연은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이내 본채 앞마당에 들어선 소우연은 본채 안에 둘러봐도 이육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바로 서재로 향했다.한편, 서재 밖에 서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간석은 소우연을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왕비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왕야를 찾아 뵈러 왔다.”소우연이 닫힌 서재 문을 쳐다보며 대답한 순간, 간석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서재 안에서 이육진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오거라.”소우연 홀로 문을 열고 들어갔고 나머지 사람들은 밖을 지켰다.한편, 서재 안에서 이육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진규는 소우연을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바로 밖으로 나갔다.문이 굳게 닫히자 바로 가면을 벗은 이육진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소우연을 향해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다가갔다.“부인.”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던 소우연은 그런 이육진을 본 순간, 바로 미소를 지으며 그의 품에 안겼다.“왕야, 전 오늘 아령을 만났습니다.”“그래? 그럼 그자가 정말 너와 많이 닮았더냐?”이육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묻자 소우연은 고개를 번쩍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이육진을 쳐다보았다.“왜?”이육진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었다.“왕야는 그자가 저와 닮았는지 그것만 궁금하신 겁니까?”“아니, 난…”“그자는 갓을 쓰고 있어서 전 그자의 머리카락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궁금하시면 직접 만나 보시지요. 아니면 진규나 진이준 그리고 진호범에게 물어봐도 되고요.”순간, 이육진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는 그저 단순히 궁금해서 물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5화

    겉으로 보기엔 온순하고 예의 바른 이지윤은 사실 그 누구보다 독한 사람이었다. 소우희를 도와 평춘왕을 저택에 감금한 것도 모자라 평춘왕에게 만성 독약까지 먹였는데 이런 사람이 어찌 마냥 단순하고 착하기만 하겠는가?“우희야, 그러지 말고 일단 이 오라버니와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느냐?”화가 잔뜩 난 소한준은 소우희의 미세한 표정 변화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기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지 못했다.정신을 번쩍 차린 소우희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지금 아버지와 둘째 오라버니는 제 말을 전혀 믿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집에 돌아간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소우희는 소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그러다가 셋째 오라버니도 결국 아버지와 둘째 오라버니께서 한 말을 듣고 저를 안 믿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그럴 리가 있겠느냐?”입술을 살짝 깨물고 있던 소우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에 든 손수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그녀의 모습은 너무도 불안해 보였다.“하지만 소우연의 의술이 확실히 대단하긴 한 것 같더구나. 오늘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다들 소우연을 경성에서 가장 대단한 여성 의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소한준의 말에 소우희가 씁쓸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보십시오. 오라버니께서는 저택으로 돌아가기도 전에 환자를 치료해주는 소우연만 보고 바로 저를 의심하고 계시지 않습니까?”“아니다. 난 너를 의심하는 게 아니야. 다만…”다만 소우연이 정말 의술을 할 줄 알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쳐도 오라버니께서는 잘 알고 계시지 않으십니까? 소우연은 지금까지 계속 저를 도와 약초를 말렸습니다. 그동안 제가 소우연에게 많은 의학 지식을 가르쳤고 그 덕분에 소우연은 의술을 조금 익히게 된 겁니다. 그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라버니…”말을 하던 소우희는 어느새 훌쩍거리더니 눈물을 왈칵 쏟았다.“오라버니도 이제 제가 진정한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4화

    복문 객줏집에서.창가에 서있던 소우희는 평서왕 저택 팻말이 걸려 있지도 않는 마차를 보자마자 주먹을 꽉 쥐었다.저 마차에 몇 번이나 탄 적이 있기에 저 안에 누가 있는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러다가 이민수에게 미인 한 명을 보내줬다는 이지윤의 말이 떠오르자 마음이 더욱 씁쓸했다.질투가 점점 차오르자 어느새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던 소우희는 이내 말을 타고 나타난 소한준을 보게 되었다.곁에 서있던 혜주가 소우희에게 손수건을 건넸고 그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던 소우희가 말했다.“혜주야, 네가 이렇게 말도 못하게 되니 내 고민과 고충을 함께 대화로 풀어줄 사람도 없구나.”혜주가 입을 뻥긋거리며 손짓까지 했지만 안타깝게도 소우희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됐다. 셋째 오라버니가 돌아오셨구나. 역시 소우연 그자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복문 객줏집에는 옆방에 묵고 있는 손님 외에 이지윤이 소우희를 암암리에서 지켜주라고 보낸 호위무사 여섯 명도 있었다.이 호위무사들은 전적으로 소우희의 명령에 따랐다.이내 소한준의 발걸음소리가 방문 밖에서 들렸다.똑똑똑!“우희야, 문을 열어보거라.”소한준은 문을 두드리며 말했고 혜주는 이내 방문을 열어주었다.소한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안에 들어섰다. 조금 전, 소우연을 만나러 가기 전에 평춘왕 저택에 먼저 찾아갔지만 안타깝게도 그 저택 문지기에 이어 평춘왕 세자마저 그를 만나주지 않았다.그저 평춘왕이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당분간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는 말만 전해 듣게 되었다.“오라버니, 왜 그러시는 겁니까?”소우희가 가여운 표정으로 걱정하듯 묻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혜주를 쳐다보았다.“혜주야, 얼른 오라버니께 차 한 잔 따라 드리거라.”고개를 끄덕인 혜주가 재빨리 차를 따랐다.소한준과 소우희는 탁자 앞에 앉았고 이내 소한준은 오늘 소우연을 만난 사실을 소우희에게 얘기해주었다.조용하게 듣고 있던 소우희가 손에 들고 있던 손수건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소우연은 절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3화

    “죄송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혹시 간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면 가려움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고약은 드릴 수 있습니다.”소우연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가려움만 완화되고 흉터는 지워지지 않는다는 말씀이십니까?”“네, 그렇습니다.”여인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럼 평생 이 흉터를 달고 살아야 하겠네요.”소우연은 마음이 살짝 약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함부로 모험할 수는 없었다.이제 경성의 모든 사람들이 소우연이 의술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그녀가 여인의 화상 흉터를 낫게 해준다면 사람들은 소우연이 이육진의 얼굴도 낫게 해주지 않았을까 의심할 게 뻔하다.“저도 많이 안타깝습니다.”소우연이 미안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중에 이육진이 입지를 확실하게 다지고 나면 소우연은 흉터를 치료할 수 있는 고약을 백성들에게 판매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이 여인 손에 있는 흉터도 쉽게 치료될 수 있다.“감사합니다, 왕비님.”울적한 표정으로 일어선 여인은 이내 돌아서서 떠났다.“다음 분을 모시거라.”정연에게 말을 하던 소우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흉터가 많이 간지러울 텐데 왜 가려움을 완화할 수 있는 고약을 달라고 하지 않는 거지?’한편, 고개를 끄덕인 정연은 여인을 밖으로 모신 뒤, 다음 환자를 불렀다.그 여인은 만안당을 나서자마자 몇 걸음 밖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올라탔다.이와 동시에, 품에 안고 있는 들고양이를 어루만지던 이민수는 마차 안으로 들어온 여인을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뭐라고 얘기하더냐?”갓을 벗은 아령은 이민수 곁에 앉아 화상을 입은 손을 보여주며 대답했다.“왕비님께서는 흉터를 지울 방법이 없다고 하셨습니다.”소우연과 많이 닮은 아령의 얼굴을 보며 이민수는 몇 번이나 넋을 잃었다.마차가 서서히 출발했다.이민수는 여전히 들고양이를 어루만지며 말했다.“앞으로 이런 화장은 하지 말거라.”그 말에 아령은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소인이 화장을 하지 않으면

  •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제212화

    “우리가 잘못을 저질렀다고요? 지금 모든 게 우리 소씨 가문 탓이라는 겁니까?”소한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소우연을 쳐다보며 물었다.“아닙니까?”“어떻게 그런 말을 함부로 뱉을 수 있는 겁니까? 우리가 지금까지 한 모든 선택은 소씨 가문의 미래를 위한 것이지 않습니까?”소우연은 피식 코웃음을 치며 뻔뻔한 소한준을 힐끗 쳐다보았다.그녀를 제외한 소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수익자인데 그들이 어찌 소우연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소우연은 말이 안 통하는 소한준과 더 이상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지금 무슨 표정입니까?”원망 가득한 소우연의 눈빛을 보며 소한준은 기분이 언짢았다. 눈이 퉁퉁 부은 소우희에게 소한준은 어떻게든 소우연을 데리고 가서 삼자 대면으로 오해를 풀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소우연은 지금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소한준은 어쩔 수 없이 한발짝 양보했다.“좋습니다. 다른 문제는 일단 나중에 얘기하고 일단 저와 같이 갈 곳이 있습니다. 왕비께 할 말이 있거든요.”“하실 말씀 있으시면 여기서 하십시오.”“아니…”소우연은 당황한 듯한 소한준을 냉랭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전 당신들과 조금도 가까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티를 내는데 설마 눈치를 못 채셨습니까?”소우연의 한 마디에 소한준은 입을 떡 벌린 채 경악을 금치 못했다.너무도 익숙한 그녀의 얼굴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있는 소우연의 눈빛과 태도 그리고 뱉은 말은 더할 나위 없이 낯설었다.이 여인이 정말 소우연이 맞단 말인가?“좋습니다. 아주 대단하시네요.”소한준은 불쾌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소우연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는 이를 악물며 노려보더니 이내 돌아서서 만안당을 떠났다.한편, 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정연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소씨 가문 사람들이 저렇게까지 파렴치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저자들은 단 한번도 왕비님을 진심으로 걱정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물론 왕야와 왕비가 천생연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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