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라는 허나연의 사원증에 똑똑히 ‘대표 비서 허나연’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주먹을 꽉 쥐였다.업계의 모든 사람은 육천우에게는 불문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그의 비서는 줄곧 남자였다.허나연을 만난 후 육천우는 정략결혼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녀를 편애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오래된 습관을 버렸다.마음속으로 질투를 억누른 차유라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축하해요. 하지만 제가 미리 말씀드리는데 대표님의 비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수양을 갖춰야 하는 직업이지 아이들의 소꿉장난 아니에요. 무용수인 나연 씨
육천우는 웃으면서 그녀의 머리를 어루만졌다.“확실하지는 않아. 됐어. 이제는 그만 놀릴게. 아직 아침을 먹지 않은 것을 알고 비서더러 네가 좋아하는 슈 크림빵이랑 치즈케이크를 사 오라고 했으니 얼른 먹어.”육천우는 허나연의 손을 잡고 식탁 앞에 왔다.그녀에게 만두 하나를 짚어주고 우유 한잔을 따라준 후 애정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좀 처리할 서류가 있으니 혼자 먹고 있어.”허나연은 스스럼없이 만두를 입에 집어넣고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육 대표님은 모든 직원에게 이렇게 친절합니까? 외국에 있을 때도 아침을 사
윤곽이 뚜렷한 육천우의 잘생긴 얼굴을 본 허나연은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하였다.‘해외에 3년을 있더니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설마 로맨스 소설책을 너무 많이 본 것은 아니겠지. 이렇게 갑작스럽게 뽀뽀하면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속눈썹을 털썩 이던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뭐 하는 거야?”얼굴이 빨개진 허나연을 본 육천우는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케이크를 먹었어. 회사를 위해 휴지 한 장이라도 절약하려고 너의 입술에 묻은 크림을 내 입으로 닦아줬지.”허나연은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회사가 파산할 것도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모두 그룹의 임원들이었기 때문에 새로 온 비서는 아예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허나연의 말이 끝난 지 한참 지났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호응하지 않았다.개의치 않은 허나연은 육천우의 옆에 앉아 컴퓨터를 켜고 프로젝터에 연결했다.육천우는 차갑고 매서운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았고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허 비서의 목소리가 작은 문제인가요? 아니면 몇 년을 못 본 사이에 다들 귀가 어두워지셨나요?”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서 두 다리를 벌벌 떨었다.상대하기가 쉬워 보이는 육 대표님이지만 독해지기 시작하면 그
허나연의 목소리는 맑고 감미로우며 자신감이 넘쳤다.“좋아요, 그럼 제가 회의 총결을 할게요. 3년 동안 각 부문은 매우 뛰어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하여 우리의 이윤이 감소했습니다. 모두 스크린을 보시죠.”허나연은 자세한 회의록뿐만 아니라 각 부문에서 극복해야 할 단점도 찾아냈다.그녀의 독특한 관찰력과 정확한 단어 선택은 차유라를 믿을 수 없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육천우의 입꼬리도 스스로 올라가게 하였다.허나연의 능력에 감복한 모든 임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육 대표님의 비
차별 대우에 체면이 구겨진 차유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육천우와 해외에서 3년을 함께한 차유라였다.하지만 육천우는 그녀가 죽마고우인 허나연 보다 못하다고 여기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화장실에서 허나연을 본 차유라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연 씨는 비서 자리를 아주 중히 여기나 봐요. 그렇게 많은 건의를 제출하는 걸 보니 육 대표님이 많이 도와주시나 봐요.”허나연은 개의치 않고 눈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유라 씨는 신경 쓰는 것도 참 많네요. 혹시 유라 씨 집 앞에 똥을 치우는 차가 지나가도 숟가락을 들고 나가서 간을
동영상을 보낸 후 차유라는 또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천우야, 나도 우연히 찍은 거야. 그자는 나연 씨를 아내로 삼고 싶다고 했어. 하지만 나연 씨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그자의 차에 탔어. 여기에 무슨 오해가 있을 수도 있으니 너무 신경 쓰지 마. 나연 씨는 지조가 없는 사람이 아니야. 내일 출근하면 잘 물어봐봐. 절대 싸우지 마.”그녀의 말은 겉보기에 허나연과 육천우를 위하는 것 같았지만 사실상 이간질을 하고있었다.육천우는 싸늘한 눈빛으로 핸드폰 액정을 두드리며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저녁에 시간 돼? 함께 갈 곳이 있어.
육천우는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며 말했다.“레이싱카 경기장이야. 너랑 경기 보러온 건데 싫은 건 아니지?”차유라는 한동안 침묵을 이어갔다.“...”첫 데이트에 레이싱카 경기장으로 왔다.레이싱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트렌디한 스타일로 청바지 아니면 캐주얼한 복장을 선호한다.그녀처럼 만찬에 참가하는 듯 성대하게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없었다.부끄러운 나머지 얼굴이 뜨거워진 차유라는 얼버무리며 말했다.“나... 나는 우리가 레스토랑으로 가는 줄 알았어.”앞장서서 가던 육천우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차유라와 말다툼이 벌어지려는 찰나 지켜보던 경호원이 다가가 제지하며 말했다.“고의로 대표님 약혼자의 헛소문을 퍼뜨리고 헐뜯는 당신들은 육엔 그룹에서 출근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세요.”쫓겨나는 여자들을 지켜보던 차유라는 그제야 뭔가를 깨달았다.사실 육천우는 그녀를 용서하는척하면서 이 모든 걸 직접 보면서 마음을 접기를 바란 거였다.차유라는 화가 나서 이를 악문 채 강당 위에서 다정한 눈빛으로 허나연에게 목걸이를 걸어주는 육천우를 노려보았다.간간이 들리는 축복의 소리에 이가 부서지도록 악물고 있는데 차 교수의
내연녀라는 말에도 허나연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으며 말했다.“차유라 씨, 이 시점에도 그런 말을 하는 거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요?”“허나연 씨, 저의 아빠가 천우의 스승이라는 걸 잊었어요? 천우가 배은망덕한 사람도 아니고 날 뭐 어떻게 할 거로 생각하는 거예요? 천우야, 안 그래?”차유라는 육천우한테 눈길을 돌렸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육천우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허나연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자기야, 우리 일단 연회에 먼저 참가하고 차유라는 연회
육천우는 손님들 접대하느라 한 바퀴 돌고 나니 머리가 좀 어지러워지자 자리를 찾아 앉아 휴식을 취했다.혼자 앉아 있는 육천우를 발견한 차유라는 바로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천우야, 왜 그래? 술 많이 마신 거야?”육천우는 반쯤 감은 눈을 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머리가 좀 어지럽네.”“내가 부축할게. 위층에 올라가 좀 셔.”차유라는 복무원을 불러 함께 육천우를 부축해 위층 방으로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육천우는 침대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고 차유라는 그런 육천우에게 다가가며 불렀다.“천우야, 천우야.”아무리 불러
허나연은 그들의 말에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머니의 명성을 희롱하는 소리를 듣고 더는 억제 할 수 없어서 홧김에 달려 나가 그 여자의 뺨을 후려쳤다.“누가 감히 뒤에서 우리 엄마를 희롱하고 있어?”“허나연, 내가 틀린 말 했어? 차유라 씨랑 육 대표님이 서로 좋아하는 사이인 걸 알면서 매일 대표님 사무실에 드나들더니 내연녀가 아니면 뭔데?”허나연은 그들을 비웃으면서 말했다.“차유라가 당신들한테 그렇게 말한 거야?”“차유라 씨가 말해줄 필요가 있겠어? 회사 사람들 전부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차유라
육천우는 대중들의 환호 속에서 허나연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고는 몸을 일으켜 허나연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연아, 나 이제 키스해도 돼?”이 말은 분명 물음형이었지만 허나연이 대답도 하기 전에 커다란 손은 이미 그녀의 머리를 감싸 쥐고 촉촉한 입술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고 있었다.현장에서는 축하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허나연은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지만 육천우의 애틋한 마음에 그녀는 거절할 수가 없었다.둘은 얼마 동안 키스를 했는지도 모르고 서아의 목소리가 들릴 때 대서야 키스를 멈췄다.“아빠, 삼촌이랑 이모가 뽀뽀하
육천우의 말을 듣던 허나연은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훌쩍거리며 말했다.“왜 나한테 이렇게까지 잘해주는 거야? 조금이라도 나쁘게 대했어도 내가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을 거잖아.”육천우는 허나연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달래며 말했다.“애기야, 울지마. 오빠한테 이거 하나만 대답해 줄래?”허나연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오빠가 묻고 싶은 게 뭔지 나도 알아. 천우 오빠, 나 어릴 적부터 오빠랑 붙어 있는 걸 좋아했고 커서도 항상 오빠 옆에만 있었고 후에 사춘기가 되니까 오빠가 너무 간섭해서 자유가 없는 것이 싫
허나연은 의아해하며 고개 들어 까맣고 반짝이는 눈동자로 육천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어떤 이벤트길래 이렇게 비밀스럽게 행동하는 거야?”허나연은 겉으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척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수도 없이 긴장해 하고 있었고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면서 기대하면서도 긴장한 듯 하였다.육천우는 허나연의 눈을 막고 지하실에 있는 극장 쪽으로 향했고 따라가는 허나연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만 갔다.“육천우, 대체 어딜 데리고 가는 거야?”육천우는 극장의 문을 열고 허나연의 눈을 가린 커다란 손을 내리며 사랑이 가득 담긴 목
“오빠 이제 다신 어딜 안 갈 거야. 알았지?”허나연은 붉어진 눈으로 입을 삐쭉 내밀면서 말했다.“거짓말하지 마. 3년 전에 떠나면서 매일 연락한다고 해놓고 가서는 내 연락도 다 무시해 버렸으면서. 나 밤마다 오빠 전화 기다리다 잠들었단 말이야.”허나연은 술땜에 말투가 흐트러졌지만 육천우는 다 알아들을 수 있었고 듣고 나서 그의 마음은 칼로 베는 듯 아팠다.여태껏 육천우는 허나연이 자신을 귀찮아한다고만 생각했고 서로 성장 공간을 가져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해외에 나간 건데 허나연이 이런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줄은
허나연은 입을 쀼죽하게 내밀고 육천우를 바라보며 말했다.“뭔 생각했다고 그래. 나 혼자서 얼마나 자유스러웠는데.”허나연은 사실 자유스러웠던 건 맞지만 마음은 많은 공허함을 느꼈다.육천우가 항상 옆에서 이것저것 참견하여 허나연은 귀찮게만 느꼈었지만, 그가 해외로 떠나고 나서야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다.허나연은 사람들이 없을 때면 항상 조용하게 혼자 육천우랑 함께했던 나날들을 회상했었고, 커플들끼리 꽁냥 거리는것을 볼 때면 항상 옆에 있어 줬던 육천우를 생각했다.이 말을 들은 육천우는 웃으면서 허나연의 머리를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