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갖고 싶고 혼자만 차지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였다. 마치 그가 곽서연과 윤상후가 함께 있는 것을 봤을 때 느꼈던 그 감정처럼.박서준은 심은하의 마음이 넓은 이해심인지 아니면 그가 모르는 다른 이유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박서준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병실 문이 열렸고 누군가 들어왔다. 병실에 들어선 사람을 본 박서준은 심은하를 보며 무뚝뚝한 말투로 물었다.“네가 엄마한테 알려준 거야?”심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의사가 너 다리 부상이 심해서 장애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그러길래 너무 무서워서
곽서연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고 얼굴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심은하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호칭이 나오자 곽서연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몸 전체의 신경 하나하나가 무언가에 찔리는 듯 아파져 왔다.곽서연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가슴이 아파 한층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박서준은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었고 심지어 곽서연의 앞에 뛰어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있는 상처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박서준의 부름에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
술잔을 쥔 육문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그 순간 쿡하고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송미진이 자살시도를 했을 때 조수아가 생리통 때문에 여러번이나 전화한 걸 처음에는 받았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그냥 끊어버렸던 게 생각이 났다. 설마 그것 때문에 조수아가 헤어지자고 한 건 아니겠지? 눈매를 드리운 육문주는 송학진과 허연후가 그 쓰레기 남편 흉을 보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손가락을 뜨겁게 하는데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온밤을 육문주는 마음이 뒤숭숭했다.보통 이맘때쯤 되면 조수아가 걱정스
육문주의 키스는 언제나 뿌리침을 불허할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조수아를 테이블로 밀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그는 다른 한 손으로 허리를 제 쪽으로 바짝 당겼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향긋한 몸이 육문주의 모든 신경줄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갇힌 맹수가 나오고 싶다면서 울타리에 쉴 새없이 몸을 부딪쳤다.조수아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육문주는 잠자리 쪽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었다. 그가 얼마나 원하든 조수아는 힘들어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수요에 다 맞춰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조수아는 뻣뻣하다 못해
조수아는 민첩하게 옆으로 몸을 비켜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조금이 그녀의 발등을 덮치고 말았다. 발등이 얼얼해지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헛숨이 들이켜졌다. 고개를 들어 송미진에게 따지려던 조수아는 등 뒤에 있는 유리 선반을 향해 몸이 기우뚱거리고 있는 송미진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송미진은 그것을 뿌리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와장창!깨진 유리에 팔뚝이 그인 송미진이 피를 주르륵 흘렸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뒤로하고 육문주의 싸늘한 음성이 날아왔다. “조수아, 이게 뭐하는 짓이
육문주는 잠시 의문이 담긴 눈빛을 했다가 차갑게 답했다.“목숨 안 아까우면 직접 실험해 보든지.”조수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못해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만일 내가 얼마 전에 방금 2000CC의 피를 흘렸다고 하면, 그래도 나더러 헌혈하라고 강요할 거야?”“조수아, 억지부리지 마. 생리를 해봤자 고작 60CC의 피를 잃는 게 다야. 핑계를 대도 말이 되는 핑계를 대야지.”조수아는 쓴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힌트를 줬는데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에 한숨만 나왔다. 만약 육문주가 자신
곽서연의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아픔이 서려 있었고 얼굴의 근육이 파르르 떨렸다.심은하의 입에서 ‘어머니'라는 호칭이 나오자 곽서연은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진 듯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져 방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몸 전체의 신경 하나하나가 무언가에 찔리는 듯 아파져 왔다.곽서연의 모습을 본 박서준은 가슴이 아파 한층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서연아.”박서준은 당장이라도 침대에서 일어나고 싶었고 심지어 곽서연의 앞에 뛰어가고 싶었지만, 다리에 있는 상처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박서준의 부름에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갖고 싶고 혼자만 차지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거였다. 마치 그가 곽서연과 윤상후가 함께 있는 것을 봤을 때 느꼈던 그 감정처럼.박서준은 심은하의 마음이 넓은 이해심인지 아니면 그가 모르는 다른 이유인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었다. 박서준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병실 문이 열렸고 누군가 들어왔다. 병실에 들어선 사람을 본 박서준은 심은하를 보며 무뚝뚝한 말투로 물었다.“네가 엄마한테 알려준 거야?”심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의사가 너 다리 부상이 심해서 장애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그러길래 너무 무서워서
박서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심은하는 순간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미안해. 사실 서연이가 네 조카라는 건 진작 알고 있었어. 계속 모른 척했던 건 내가 널 따로 조사했다는 걸 너는 몰랐으면 했거든. 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어. 서준아, 솔직히 말하면 처음 소개팅을 했던 그 날부터 나는 네가 마음에 들었어. 여기까지 이직해서 온 것도 너랑 가까이 있고 싶어서였고 자주 만나다 보면 너도 나한테 감정이 생길 거로 생각해. 내가 우리 관계에 대해 별로 미련이 없는척하
병실로 돌아온 심은하는 곽서연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서연아, 삼촌은 내가 돌보고 있을게. 의사가 너한테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했으니까 윤상후랑같이 먼저 들어가서 쉬어.”말을 마친 심은하는 진심으로 걱정하며 어린아이를 달래듯 곽서연을 안고 등을 토닥여줬다. 현재 심정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곽서연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삼촌이 깨어나는 걸 보고 가면 안 될까요?”심은하는 가볍게 곽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서연아, 숙모 말 들어. 오늘에는 일단 돌아가서 푹 쉬어. 삼촌이 너를 구하려고
박서준은 아픈 허벅지를 이끌며 힘겹게 달려가 곽서연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다.그는 곽서연이 다치는 게 싫었고 다시 병이 발작할까 봐 두려웠다.순간 박서준의 머릿속에는 그날 곽서연이 해변에서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삼촌, 저는 삼촌이 저를 구해준 그 날부터 삼촌을 좋아하게 됐어요.”“삼촌 옆에 가까이 있기 위해 유학을 선택한 거예요.”“삼촌, 저는 앞으로 계속 삼촌을 좋아할 거예요.”한마디 한마디 떠오를 때마다 박서준은 마음이 점점 더 아파 났다.인제 와서 생각해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박서준은 곽서연을 좋아하고 있었다.
박서준은 허리를 굽혀 칼을 손에 쥔 채 곽서연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서연아, 울지 마. 삼촌 안 죽어.”곽서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말했다.“삼촌이 불구가 되는 게 싫어요. 그러니까 하지 말아요. 두 번 다시 누가 나 때문에 희생하는 걸 보고 싶지가 않다고요. 한평생을 갚아도 못 갚잖아요.”곽서연은 자신의 삼촌을 통하여 알게 된 박서준이 그녀를 위해 다리를 잃는 게 싫었고 자신은 박서준한테 그렇게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곽서연의 말뜻을 알아차린 박서준은 가슴이 지끈거렸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며 지체할
박서준의 머릿속에는 곽서연이 납치되는 장면들이 자꾸 떠올랐다.곽서연은 어렸을 때 벌어졌던 일 때문에 이미 심한 스트레스성 장애를 겪었었는데 만약 다시 재발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아찔했다.혼자 차를 몰고 곧장 거래 장소로 달려간 박서준이 대문을 걷어차자, 큰 나무에 묶여 있는 곽서연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공포에 가득 찬 눈으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곽서연을 보자 박서준은 수없이 많은 칼이 한 번에 심장에 박히듯 아파져 왔다. 말할 수 없는 고통에 두 다리는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려왔다.침착하고 냉정하게
입술을 닦아준 윤상후는 곽서연에게 물었다.“서연아, 둘째 삼촌이 우리가 사귀는 걸 정말로 믿게 하고 싶어?”박서준이 아직도 자신의 마음을 신경 쓰는 것이 싫었던 곽서연은 확실히 마음을 단념했음을 보여주고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윤상후는 즉시 손가락을 그녀의 입술 위에 댄 뒤 머리를 숙여 손가락을 사이에 두고 입을 맞추었다.결국, 그들의 계획대로 박서준은 두 사람이 입을 맞췄다고 오해했다.박서준이 아까 했던 말을 떠올리던 곽서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곽서연은 예나 지금이나 박서준이 잘해줬던 건 그냥 곽명원 때문이
윤상후는 몸을 앞으로 숙여 곽서연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비록 박서준을 등지고 있었지만, 윤상후의 입술이 곽서연의 입술에 맞닿은 것을 본 박서준은 마치 마른벼락이 온몸을 내리치는 것 같았다.줄곧 침착하게 앉아있던 박서준은 즉시 일어나 어두운 얼굴로 그들을 향해 걸어가더니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박서준의 목소리에 윤상후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가셔지지 않은 뜨거운 눈빛을 머금은 채 박서준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둘째 삼촌, 죄송해요. 방금 참지 못하고 서연이한테 입을 맞췄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