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선?!” 서건희는 이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누님, 윤우선이 우리를 밀고했다는 건가요?! 하지만... 그 여자는 우리의 진짜 신원을 전혀 모른다고요!”김미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우리 가족들이 당한 일이 윤우선이 체포된 것과 관련이 없지 않은 것 같아. 어쩌면 그 여자 때문에 벌어진 일일 수도 있어. 하지만 확실한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면, 나도 아직 몰라.”옆에서 듣고 있던 민영건이 급히 말했다. “미희 이모, 윤우선은 그냥 한심한 할줌마일 뿐인데...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간 걸 보면, 절대 대단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 것 같은데요.”그러자 손혜나도 맞장구 쳤다. “맞아요, 미희 이모. 윤우선은 전혀 능력 있어 보이지 않았어요.”김미희는 차갑게 말했다. “너희들, 그 여자가 데려온 사위를 기억해?”“기억하죠.” 민영건이 입을 열었다. “그... 성이 은 씨였던 그 녀석 말이죠? 이름이 뭐였더라... 아, 은시후?!”“그래, 바로 그 놈이야!” 김미희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왠지 그 놈이 보통 사람이 아닌 것 같아.”손혜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미희 이모, 그 사람은 잘생긴 거 빼고는 별다른 점이 없어 보였는데요?”김미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정확하게 말로 설명할 순 없어. 그냥 직감이야.” 그러더니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떠올린 듯 가족들과 연락할 때만 사용하는 전용 휴대전화를 꺼내 급히 화면을 뒤적이기 시작했다. 한참을 검색하던 김미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상하네... 왜 아무런 소식도 없지...?”민영건이 궁금한 듯 물었다. “아무런 소식이 없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미희 이모?”김미희는 곧바로 말했다. “윤우선이 체포된 사건이 지금까지 어느 매체에서도 보도되지 않았잖아. 이번에 윤우선이 들고 가다 적발된 물건이 5kg이 넘는다고
"예?!" 민영건은 얼굴이 창백해지며 깜짝 놀라 외쳤다. "미희 이모,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죠?!"김미희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보아하니 멕시코로 가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 우선 최대한 빨리 멕시코로 도망가자. 거긴 치안이 안 좋으니 우리가 숨기에도 좋고, 가서 천천히 대책을 생각하면 될 거다!"......그 시각, 뉴욕 최고급 사립 병원.윤우선은 막 럭셔리한 1인 병실의 부드러운 병상에서 깨어났다. 갈비뼈 하나가 부러지긴 했지만, 다행히도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다. 의사는 그녀에게 경구용 약과 국소 약물을 처방해주었고, 통증을 최소한으로 줄여주었기에 신체적인 고통은 거의 무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나아지는 신체와는 달리, 그녀의 정신은 밤새도록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지난 밤 그녀는 여러 개의 악몽을 꾸었는데, 꿈의 내용은 각각 달랐지만 모든 꿈의 결말은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었다.그녀는 밤새 몇 번이나 악몽에 놀라 깨어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또한 몇 번이나 베개를 끌어안고 울었다. 비록 시후가 매우 유능한 변호사를 고용해 주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억울함을 풀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이때 병실 문 밖에는 경찰 여러 명이 배치되어 그녀가 도망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때 마침, 병원에서 특별히 배정한 한국계 여의사가 회진을 위해 방문했다. 경찰들이 문 앞에서 길을 비켜주자, 여의사는 살짝 문을 두드리고 나서야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윤우선이 깨어난 것을 본 그녀는 공손하게 물었다. "윤우선 씨, 지금 기분은 어떠세요? 어젯밤 잠은 잘 주무셨나요?"윤우선의 눈가가 붉어지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어젯밤... 몇 번이나 사형선고를 받는 꿈을 꾸었어요... 의사 선생님... 저는 정말 억울해요..."여의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윤우선 씨, 저도 당신의 결백을 믿지만, 저는 어디까지나 의사일 뿐이에요. 이런
"네에?!" 윤우선은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을 들은 듯, 즉시 외쳤다. "왜 이렇게 빨리 퇴원하라고 하는 거예요?! 퇴원하면 결국 교도소로 가야 한다는 말이잖아요?!"여의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윤우선 씨. 퇴원 후 어떤 조치가 내려질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부분은 경찰에게 직접 물어 보셔야 할 것 같네요."윤우선은 울먹이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 부상이 심각하다는 진단서 하나 발급해 주시는 게 선생님한테는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제 나이에 교도소 생활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요……"그러자 여의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윤우선 씨, 미국에서는 이런 걸 절대 조작할 수 없어요. 제가 만약 그런 진단서를 발급했다가 경찰이 다른 의사에게 다시 검토를 요청하면, 진단서가 허위로 밝혀질 경우 저는 의사 면허를 영영 잃게 됩니다."윤우선은 급히 말했다. "그건 확률 문제잖아요? 반드시 그런 일이 생긴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제발 저 좀 불쌍하게 여기고 도와주세요... 예전에 제가 교도소에 갔을 때 다리 한쪽이 부러진 적이 있어요. 그 안이 어떤 곳인지 저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다시 들어가게 되면 이번엔 진짜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요..."하지만 여의사는 고개를 계속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윤우선 씨. 이건 원칙의 문제예요. 정말 도와드릴 수 없어요."윤우선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차라리 선생님께서 제 갈비뼈 하나를 더 부러뜨려 주세요. 두 개나 부러졌다면, 아무리 그래도 절 병원에서 내쫓을 순 없을 테니까요!"여의사는 당황하며 말했다. "윤우선 씨, 제가 그런 일을 했다간 면허 정지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 저 역시 감옥에 가야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둘이 교도소에서 룸메이트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런 뒤 그녀는 화제를 돌리며 말했다. "아 참, 윤우선 씨. 아침식사로 전복죽에 해물죽을 드신다고 하셨죠? 제가 바로 준비하
윤우선은 제임스 화이트가 전혀 타협할 기색이 없자, 오늘 교도소에 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에 빠졌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교도소에 갔던 경험이 있기에, 그녀는 정말로 교도소라는 곳이 두려웠다. 게다가 이번에는 낯선 미국 땅에서 이런 일을 겪고 있어 더욱 불안하고 초조했다.그러나 윤우선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시후가 마음만 먹으면 제임스 화이트에게 진단서를 조작하게 만든 뒤 계속 병원에 머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게다가 김미희를 빨리 체포하기만 하면, 윤우선은 교도소에 갈 필요도 없이 바로 누명을 벗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시후는 윤우선이 반드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부러 배원중을 통해 제임스 화이트에게 윤우선이 병원에 너무 오래 있지 못하게 하고, 오늘 바로 교도소로 보내라고 지시했다.이때, 제임스 화이트는 윤우선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고 그녀를 위로하며 말했다. "윤우선 씨, 사위 분께서 이미 가능한 빨리 사건을 해결할 수 있도록 힘쓰고 계십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교도소에서 열흘에서 보름 정도만 지내면 나올 수 있을 겁니다."윤우선은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걸 알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속으로는 천 번, 만 번 가기 싫었지만, 이제는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제임스 화이트는 윤우선의 기분이 몹시 가라앉은 것을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윤우선 씨, 교도소에 들어가시면 저희 직원이 당신의 교도소 계좌에 충분한 돈을 입금해 둘 겁니다. 그러면 안에서 필요한 물건을 자유롭게 구매하실 수 있어요. 또한, 교도소에서는 정해진 시간에 가족과 전화 통화도 가능합니다. 그때 따님과 사위 분께 연락하실 수 있을 겁니다."외부로 전화를 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윤우선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체포된 이후로 그녀는 딸과 사위가 너무 보고 싶었지만, 처음 체포될 때 잠깐 통화한 이후로는 그들과 전혀 연락할 수 없었다.그래서 윤우선은 슬픈 표정으로 제임스 화이트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중형수요?!" 윤우선은 이 세 글자를 듣는 순간 얼굴이 사색이 되며 황급히 외쳤다. "화이트 변호사님! 제발 방법 좀 찾아봐 주세요. 다른 방법을 써서 어떻게든 다른 교도소로 못 가나요? 저처럼 힘도 없는 늙은 여자가 중형수들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요.... 그 안에서 맞아 죽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제임스 화이트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윤우선 씨. 이건 뉴욕 사법 시스템의 운영 방식입니다. 현재 당신이 혐의를 받고 있는 죄목으로는 '베드포드 힐 교도소'가 유일한 수감 장소입니다. 이건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변호사로서,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일을 해야 하지, 법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윤우선은 극도로 불안해하며 다급히 물었다. "화이트 변호사님! 미국 감옥에도 교도소에서 괴롭히는 대장 같은 사람이 있나요? 그러니까, 교도소 안에서 제일 힘이 센 사람이 마음대로 다른 수감자들을 괴롭히고 지배하는 그런...""그건..." 제임스 화이트는 약간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제가 알기로는 어느 나라, 어느 교도소를 가든 그런 현상은 존재한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일반적으로 먼저 그들을 건드리지만 않으면, 그들도 나이 드신 분과는 웬만하면 충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저한테 전화하십시오. 제가 사람을 시켜서 해결하도록 하겠습니다."제임스 화이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윤우선은 그나마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녀는 지난번 한국에서 교도소에 갇혔던 일을 떠올리며 속으로 생각했다. '지난 번엔 신 회장과 김혜빈 그 두 망할 것들이 있어서 장옥분 같은 여자가 나를 끝없이 괴롭힌 거야! 만약 그 두 인간이 없었다면, 장옥분 같은 촌뜨기 따위가 굳이 날 먼저 건드릴 이유는 없었겠지. 그리고 이번엔 미국 감옥이니까 최대한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지내야겠어. 그러면 별 문제 없겠지...?'그때, 제임스 화이트가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 "윤우선 씨, 저는 이제 가봐야
이 반쯤 개방된 공간에는 양쪽 좌우에 작은 1인용 침대가 각각 하나씩 놓여 있었다. 이때 안에 있던 죄수들은 쉬고 있었는데, 어떤 이는 침대에 누워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침대 머리맡이나 발치에 앉아 다른 죄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그러다 간수가 큰소리로 외치자, 죄수들은 마지못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 복도에 줄을 맞춰 섰다. 간수들은 급히 문을 열지 않고 먼저 바깥에서 인원을 점검하며 모두 줄을 섰는지 확인한 후, 무전기로 말했다. "12번 게이트 오픈."그 말이 끝나자마자, 두꺼운 철창문이 자동으로 열렸다.경찰봉을 든 두 명의 간수가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뒤이어 다른 두 명의 간수가 윤우선을 끌고 들어갔다. 그들은 윤우선을 감방 안 여성 죄수들 앞까지 데려갔다. 각기 다른 피부색을 가진 죄수들은 나이가 18~60대까지 다양했으며, 그녀들은 윤우선을 보며 경멸과 도발이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들의 눈에는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동양인이야 말로 쉽게 괴롭힐 수 있는 불쌍한 먹잇감으로 보였다.그때 간수 하나가 윤우선을 가리키며 죄수들에게 말했다. "1024번이다. 앞으로 이 방에서 지낼 거다."윤우선은 겁을 잔뜩 집어먹고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억지 미소를 지었다. "하... 하이..."그러나 감방에 있던 죄수들은 그녀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흥미롭게 살펴보며 무언가 속셈이 있는 듯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그때 간수 한 명이 빈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1024번, 네 침대는 저기다!"윤우선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간수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간단한 지시를 남긴 후 감방을 나가버렸다.간수들이 떠나자마자, 붉은 머리를 한 30대 백인 여성이 팔짱을 끼고 윤우선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경멸스러운 눈빛을 보내며 어깨를 둘렀고 이렇게 물었다. "어이 신참. 들어온 이유나 말해봐.""네...?" 윤우선은 순간 당황하여 더듬거리며 말했다. "저... 저는... 그
윤우선은 미국 감옥에서 살아남는 법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만약 정말로 결백하고 억울한 죄수라면, 다른 죄수들은 당신을 죽도록 괴롭히려 들 것이다. 하지만 만약 중범죄자이고, 게다가 배경까지 있는 중범죄자라면, 다른 죄수들은 감히 건드리지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을 함부로 건드리지는 않을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마치 신처럼 떠받들 수도 있다.그러므로 만약 윤우선이 자신을 마약상이라고 주장했더라면, 이곳 죄수들은 그녀를 경계하며 거리두기를 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마약상은 죽음을 불사하는 무법자와 같으며, 대부분 강력한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무장한 배후 세력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윤우선은 혹시라도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진짜 마약상으로 오해할까 봐 걱정했고, 순간 긴장한 나머지 솔직하게 진실을 말하고 말았다. 이것은 곧 그녀 스스로 이 감방에서의 위치를 바닥까지 끌어내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빨간 머리의 여자는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뺨을 때린 것이었다. 그러나 빨간 머리의 여자는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윤우선을 노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잘 들어, 여기서는 내가 법이야. 덜 고생하고 싶다면, 네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계좌에 돈을 좀 많이 넣어두라고 해. 사야 할 물건이 많은데, 돈이 부족하거든. 이번이 네 능력을 보여줄 기회야. 네 가족들이 충분한 돈을 보내주면, 여기서 덜 고통스럽게 지낼 수도 있겠지."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윤우선의 옷깃을 움켜쥐고 계속해서 말했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너한테 좋은 정보 하나 알려줄게. 이 구역을 담당하는 교도관인 제시카 브라운 스톤은 몰래 담배를 팔아. 아메리칸 스피릿이 한 갑에 40달러야. 최소 한 보루 단위로 팔지. 하지만 이건 감옥에서 네 계좌로는 살 수 없어. 네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현금을 그녀에게 직접 건네야 하거든. 그래야 담배를 몰래 가져다 줄 거야."윤우선은 얼굴이 잔
클로이는 윤우선의 얼굴이 돼지 머리처럼 부어 오른 것을 보고 경멸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잘 기억해 둬, 오늘은 그저 가벼운 맛보기일 뿐이라고. 내일 내가 담배를 못 받으면, 그땐 네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거야!" 그러더니, 그녀는 뒤에 서 있던 한 여자에게 명령했다. "제니, 가서 물 한 그릇 떠와!"제니라고 불린 여자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고, 금세 물이 가득 담긴 대야를 들고 돌아왔다.클로이는 윤우선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너는 바닥에서 자야겠어." 그리고 그녀는 제니에게 의미심장한 눈짓을 보냈다. 제니 역시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제니는 눈빛을 보자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윤우선이 갓 배정받은 침대 위로 대야에 담긴 물을 단번에 쏟아부었다.이로 인해 방금 받은 이불은 물론이고, 베개와 매트리스까지 몽땅 젖어버렸다.윤우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반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자신의 침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분노와 후회가 동시에 차올랐다. 분노는 당연히 자신을 괴롭히는 클로이 때문이었고, 후회는 자신이 어리석게도 모든 걸 망쳐버렸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녀는 속으로 울분을 삼키며 생각했다. '정말 죽도록 후회가 된다...! 전지영과 구지화 그 두 인간들에게 속지만 않았어도, 난 지금쯤 진작에 한국으로 돌아갔을 텐데! 거기서 은 서방이 준 목걸이를 팔았다면, 지금쯤 편안하게 살고 있었을 거야... 그런데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서 미국 감옥에서 갇혀 있는 거야...! 그것도 이런 감옥 보스들한테 괴롭힘을 당하면서....’이때, 클로이는 윤우선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듣자 하니, 너희 동양인들은 발 마사지를 무척 좋아한다면서? 마침 내 발바닥이 요즘 불편한데, 따뜻한 물 한 대야 떠와서 내 발 좀 주물러!"윤우선은 반사적으로 말했다. "저... 저 그런 거 할 줄 몰라요......""할 줄 모른다고?" 그러자 클로이는 비웃으며, 윤우선이 방금 지급받은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