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후가 입을 열어 말했다. "장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무서워할 필요도 없어요. 이 일은 반드시 원만하게 해결될 겁니다. 다만, 조금 번거로울 수도 있어서 어느 정도의 기간 동안은 조금 참으셔야 해요."윤우선이 울면서 물었다. "살려줘, 은 서방! 나 너무 무서워... 이 일이 잘못되면, 나는 종신형을 받을 수도 있대... 예전에 구치소에 갔던 적이 있어서 거기가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자네는 모를 거야..."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장모님, 걱정 마세요. 제가 보장합니다. 종신형을 받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 문제는 유나 씨가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해결될 겁니다. 그때가 되면 장모님께서도 저희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윤우선은 급하게 물었다. "진짜야, 은 서방이야? 지금 유나가 졸업하고 귀국할 때까지 고작 한 달 반 정도밖에 안 남았어..."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한 말은 반드시 지킵니다!"시후의 단호한 어조를 들은 윤우선은 공포로 인해 극도로 긴장됐던 신경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 그녀는 울면서 말했다. "은 서방, 내 남은 인생은 다 자네에게 달려 있어... 제발, 제발 절대 약속 어기면 안 돼..."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장모님, 이번 일을 겪고 나면, 꼭 깊이 반성하세요. 절대절대 남을 쉽게 믿지 말고, 작은 이익을 탐하려고만 하지 마시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윤우선은 전화기 너머에서 마치 병아리처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흐느껴 말했다. "알았어... 이번에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면, 앞으로는 금덩이와 은덩이를 눈앞에 쌓아 놓더라도 탐을 내지 않을 거야..." 이 말을 하면서 윤우선은 문득 예전에 자신이 시후의 카드를 훔치려고 하다가 경찰에 잡혔던 일을 떠올렸다. 그녀는 스스로를 두들겨 패고 싶을 만큼 후회하며 속으로 욕했다. '이 윤우선, 윤우선아! 이 멍청아! 전에도 그렇게 큰 교훈을 얻었으면서, 이번에도 또 이런 바보 같은
시후에게 있어서, 이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해결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현재 윤우선이 연루된 혐의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중범죄 중의 중범죄에 해당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가 소지한 마약의 양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려면, 배후의 모든 주범들을 체포해야만 윤우선이 합법적으로 혐의를 벗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 않다면,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서 그녀를 감옥에서 빼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윤우선은 국제적인 범죄 기록을 남기게 될 것이고, 앞으로 많은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그리고 같은 국민들을 함정에 빠뜨리는 범죄 조직을 처리하려면 몇 가지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유나가 계속 곁에 있으면 자신이 손발이 묶일 뿐만 아니라, 그녀를 돌보고 보호하는 데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시후에게 있어 최선의 해결책은, 유나를 프로비던스에 남겨두고 자신은 뉴욕에서 윤우선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프로비던스에는 블랙 드래곤의 여성 대원들이 상시 대기 중이므로, 유나의 신변 안전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유나는 시후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불안함을 느꼈다. 그녀는 혹시라도 엄마가 미국 감옥에 갇혀 나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고, 혹시라도 자신이 시후와 함께 있으면 그가 엄마를 구출하는 계획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 하지만 여러 생각을 거듭한 끝에, 엄마가 무사히 풀려날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유나는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울먹였다. "그럼... 난 프로비던스에서 당신의 소식을 기다릴게요..." 그러면서 그녀는 애절한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보, 우리 엄마 꼭 부탁할게요... 제발, 제발 엄마를 꼭 구해줘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요, 내가 있는 한 장모님은 절대 무사할 거예요." 그리
시후는 정중하게 말했다. "배 전 회장님, 제가 도움을 좀 요청하고 싶어 연락드렸습니다."배원중은 급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만 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반드시 돕겠습니다!"시후는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제 장모님께서 어떤 사람들에게 이용을 당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뉴욕 케네디 공항 세관을 통과할 때 마약을 소지한 채로 체포되었고, 지금은 경찰에 의해 구금된 상태인데 뉴욕에서 형사 사건을 가장 잘 다루는 변호사를 좀 찾아 주셨으면 해서요. 1시간 안에 가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분이 필요합니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순간 얼어붙었다. 배원중은 감히 시후를 건드릴 사람이 누군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최고의 로펌에서 최고의 형사 변호사를 파견하도록 요청하겠습니다!"시후는 다소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장모님께서 경찰에 의해 갈비뼈 하나가 부러졌다고 하더군요. 요즘 시대에 아무리 흉악한 범죄라도 나쁘다고 해도 미국 경찰이 함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적으로 재판을 위해 법원에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제 장모님은 누군가에게 이용당한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은데, 아직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고 단순한 용의자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장모님께서 이런 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변호사가 반드시 이 부분에 대해 정의를 구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요청해 주셨으면 합니다."배원중은 즉시 보장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제대로 처리해드리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대답한 뒤 말했다. "그럼 미리 감사드립니다, 배 전 회장님."배원중은 다소 당황하며 말했다. "은 선생님, 저한테 이렇게 정중하게 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의 걱정을 덜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저에게 큰 영광입니다!"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더 이상 예의 상 하는 말
시후는 넓은 장소를 찾아 차를 세운 뒤, 위치 정보를 배원중에게 보냈다. 그러고 나서 그는 계속해서 유나를 위로해주었다. 유나의 감정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배원중이 준비한 헬기가 도착했다. 그리고 헬기가 착륙한 후, 기체 문을 열고 내린 사람은 바로 배원중의 비서였다. 그는 헬기에서 내려와 정중하게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전 회장님께서 헬기를 준비해 두 분을 프로비던스로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차량은 제가 대신 뉴욕으로 가져갈까요, 아니면 프로비던스로 가져가는 게 편하시겠습니까?"시후는 차를 유나에게 맡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혹시라도 필요한 물건이 있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비서에게 말했다. "짐은 먼저 헬기에 실어주시고, 차는 프로비던스의 힐튼 호텔로 가져가서 프런트 데스크에 키를 맡겨 주십시오.""알겠습니다!" 비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하 직원 한 명과 함께 시후의 차량 트렁크에서 짐을 꺼내 헬기에 실었다.그 후, 시후는 유나와 함께 헬기에 올랐고, 곧바로 이륙하여 프로비던스로 향했다.30분 후, 헬기는 프로비던스 힐튼 호텔의 헬리패드에 착륙했다.시후는 유나와 함께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으로 이동했다. 그는 유나에게 걱정하지 말고 기다릴 것을 당부했다.유나도 지금은 자신이 시후에게 짐이 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유나를 조금 안정시킨 뒤, 시후는 다시 헬리패드로 올라가 헬기를 타고 뉴욕으로 향했다. 시후가 뉴욕으로 돌아가기 위해 서두르던 그때, 미국에서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크라바스 로펌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수석 형사 변호사인 제임스 화이트가 두 명의 보조 변호사와 함께 뉴욕 JFK 국제공항으로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 경찰이 가장 싫어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의 변호 실력이 너무 뛰어나다는 것이다.그는 때로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경찰이 아무리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그들은 심문실에 한국계 경찰 두 명만 남겨 윤우선의 진술을 기록하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경찰들은 경찰서 홀에서 야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커피, 감자튀김, 치킨, 피자를 한가득 시켜놓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왜냐하면 이번에 경찰들은 심각한 마약 밀수 사건을 성공적으로 적발했기 때문에 모두가 기분이 들떠 있었다. 게다가 이 사건에 연루된 밀수품의 가치는 1천만 달러가 넘었다.이들은 가능한 빨리 뉴욕시 경찰청에 즉시 보고했으며, 경찰청장은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서둘러 심문을 마친 뒤,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하고 기자들을 불러 대대적으로 인터뷰를 한 뒤 보도하라고 지시했다.이 사건은 공항 경찰들에게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다들 그 순간 매우 흥분한 상태였고,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경찰들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함께 축하 분위기를 즐겼다.그 중에는 윤우선의 갈비뼈를 부러뜨린 경찰, 지미 웨인도 있었다. 그는 피자를 한 입 크게 베어 물며, 비웃듯이 말했다. "저 안에 있는 한국인 여자는 이번에 완전히 끝났어. 진술 조사가 끝나고 뉴욕 경찰청에 보고될 거고, 자백을 근거로 저 여자의 윗선을 체포하려고 하겠지. 하지만 저 여자의 배후들은 달나라까지 도망갈 정도로 시간이 충분하겠지. 이런 놈들이야 워낙 노련한 범죄자들이니까, 절대 못 잡을 걸?"한 백인 경찰이 웃으며 맞장구 쳤다. "저 여자는 5kg이나 되는 마약을 소지하고 있었어. 그렇다면 판사가 보석 허가를 해 줄 리 없지... 배후를 못 잡으면, 종신형이 확정이야. 그럼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할 거고."그러자 옆에서 함께 있었던 경찰 하나가 지미 웨인에게 말했다. "지미, 근데 너 아까 너무 심하게 다룬 거 아니야? 저 여자는 그래도 나이가 좀 있는데, 갈비뼈가 몇 개나 부러졌을 걸... 괜히 사망 사건으로 커지면 골치 아파져."지미 웨인은 불쾌한 듯이 욕을 내뱉었다. "그 멍청한 년이 감히 나에게 욕을 지껄였다고! 난 그 여자가 죽
서장은 이때 문밖을 바라보다가 마이바흐가 바로 입구에 정차한 것을 보고는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으며 옷 매무새를 정리했다. 그런 뒤 그는 웃으며 말했다. "경찰 고위 간부들이 온 건가? 아니면 의원이라도 왔을지도 모르지. 자, 모두들 옷차림 정돈하라고! 큰 인물이 오면 언론 기자들도 곧 들이닥칠지 몰라!"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 흥분하며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중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 "빨리, 빨리! 책상 위에 있는 피자랑 치킨 좀 치워! 언론에 찍히면 안 된다고!"경찰서 내부에 있던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고, 그때 마침 마이바흐 조수석 문이 열리더니, 정장을 입은 젊은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는 급히 뒷좌석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그러자, 머리가 희끗희끗하면서도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한 중년 남성이 차에서 내렸다. 그의 얼굴은 싸늘하고 냉혹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경찰서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그중 한 명이 두려움에 떨며 중얼거렸다. "Holy Shit! 미친개 화이트잖아!"모두가 악명 높은 ‘미친개 화이트’를 알아보는 순간, 분위기는 일순간 얼어붙었다.서장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미친개 화이트 저 개자식이 여기 웬일이야?!""그러게......" 지미 웨인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자식은 늘 뉴욕의 부자들만 위해 일하는 놈이잖아. 그런데 여긴 왜 온 거지?"아까 지미 웨인에게 조심하라고 충고했던 경찰이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지미, 설마 미친개 화이트가 안에 있는 그 한국 여자가 고용한 변호사는 아니겠지?"지미 웨인은 비웃으며 대꾸했다. "저 여자가? 미친개 화이트를 고용한다고? 미친개 화이트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뉴욕 부호 순위 100위 안에는 들어야 할 걸. 뉴욕 100위면 어떤 수준인지 알아? 최소한 100억 달러 이상의 재산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근데 저 멍청한 여자가 감히 미친개 화이트를 고용한다고?" 그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제임스 화이트는 자신의 비서를 데리고 심문실 앞에 도착했다. 경찰이 막 문을 열자, 제임스 화이트는 안에 있던 두 명의 심문 담당 경찰관에게 즉시 말했다. “두 분, 심문은 여기서 끝입니다. 지금부터 저는 제 의뢰인과 사적으로 대화할 테니, 자리에서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그러자 심문을 담당하던 경찰 두 명은 순간 제임스 화이트를 알아보고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문을 열었던 경찰이 황급히 말했다. “어서 나와. 화이트 씨가 의뢰인과 사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드려.”그제야 두 명의 경찰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사 기록을 챙겨 방을 빠져나갔다.제임스 화이트는 옆에 있던 경찰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 “제 의뢰인은 미국 법을 잘 모를 뿐더러, 언어 장벽도 있습니다. 또한, 아직 변호사도 만나지 못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만약 심문 과정에서 협박이나 유도 심문이 있었다면, 그 기록은 모두 무효로 해야 할 겁니다. 제가 한 가지라도 문제를 발견한다면, 법정에서 철저히 이의를 제기할 것이고요!”그러자 순간 경찰들은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 제임스 화이트는 모든 경찰들에게 있어, 마치 시험을 채점하는 가장 깐깐한 채점관 같은 존재였다. 어떤 문제를 아무리 완벽하게 풀었다고 생각해도, 그의 손에 들어가면 사소한 결점 하나라도 밝혀져 결국 전체 답안을 부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경찰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윤우선이 현재 갈비뼈 하나가 부러진 상태였기 때문에, 제임스 화이트가 개입하는 순간 상황이 매우 불리해졌다. 한편, 윤우선은 이 강경한 목소리의 남자가 분명히 자신의 사위가 소개해 준 변호사임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그 순간, 윤우선은 마치 구원자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고, 감격에 겨워 울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변호사님, 살려주세요! 경찰이 저를 때려서 갈비뼈가 부러졌어요!”이를 듣자 두 명의 한국계 경찰은 순간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했다.사실, 제임스 화이트는 최상류층 집안인 ‘페이셔스 그룹’의 신뢰를 얻기 위해 이미
“이런... 젠장...” 이 순간, 경찰서장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욕설이 떠다녔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 젠장? 미친개 화이트가 이 사건을 몇 마디로 인종차별 수준까지 끌고 가다니?!”미국에서 경찰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는 바로 ‘인종 차별’이었다. 한 번이라도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면, 사건은 곧바로 최고 수준의 심각한 사안으로 격상된다. 단순히 사건에 연루된 경찰이 제명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칫하면 자신 같은 경찰서장조차도 엄청난 징계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약 이 사건이 커져 대규모 항의 시위나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서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경찰서장은 급히 태도를 바꿔 제임스 화이트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화이트 변호사, 이번 사건은 인종차별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사건의 성격이 매우 중대하다는 점이죠. 내 부하 직원들은 반드시 사건의 전말을 철저하게 파악해야 했고, 배후 세력을 신속하게 검거하려 했을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화이트 변호사도 알다시피, 우리는 이 사건의 배후 주동자를 빨리 체포해야만 의뢰인의 혐의를 벗길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결국, 우리도...”그러나 제임스 화이트는 한 손을 들어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배후 세력을 밝혀내는 것은 당신의 직무이고, 내 의뢰인의 혐의를 벗기는 것은 나의 본업입니다. 그러니 굳이 자신의 행동을 미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말하고 있는 건 인종차별 문제입니다. 엉뚱한 이야기로 논점을 흐리지 마십시오.” 그러면서 그는 더욱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가 알고 싶은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지난 3년 동안 당신들이 처리한 사건 중, 체포 과정에서 피의자가 부상을 입은 사례가 몇 건인가? 둘째, 체포 중 부상을 입은 피의자들 중, 즉시 병원으로 후송된 사람은 몇 명이며, 내 의뢰인처럼 병원으로 보내
시후 은 웃으며 말했다. “형님, 월급을 받지 않겠다고 하면, 미국에 있는 아내와 자식들은 어떻게 하시려고요?”“괜찮습니다...” 나훈구는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사람은 은혜를 알면 반드시 갚아야지. 만약 은 선생님이 아니었다면, 아내와 자식들은 제가 실종된 줄 알고 평생 불안에 떨며 여기저기 정보를 찾아 헤맸을 겁니다. 결국 제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경찰로부터 자세한 내막까지 듣게 될 테고, 그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고 비통해 했겠죠...” 이 말을 하며, 나훈구는 시후를 바라보다가 목이 메어 말했다. “제 목숨을 구해주신 건 물론이고, 제 아내와 자식들이 그런 극도의 슬픔을 겪지 않게 해주셨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저뿐만 아니라 제 가족들도 구하신 겁니다. 제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최선의 결과가 될 테니까요. 생활고야 어찌 되든, 저는 가족들이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다만 조금 힘들게 살 뿐이죠.”시후는 나훈구의 단단한 표정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보고는,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다.잠시 후, 그는 성도민을 불러 곁으로 오게 하더니 말했다. “성도민 씨, 이 분은 IT 분야의 전문가, 나훈구 씨입니다. 나는 블랙 드래곤에 반드시 이런 인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그를 데리고 중동으로 돌아가도록 하세요.”성도민은 기쁘게 말했다. “그거 정말 잘 됐습니다! 지금 블랙 드래곤에서는 IT 분야 하드웨어 구축을 강화하려는 참이었는데, 바로 이런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IT 인프라와 미래 로드맵을 같이 설계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했거든요!”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습니다! 내가 보기엔, 앞으로 블랙 드래곤은 IT 기업들과 협력해서 자체 위성을 제작하고, 상업 위성 발사 기업을 통해 발사하여 자체 위성 통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블랙 드래곤 내부의 통신은 보안 수준이 매우 높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 통신망이나 서비스 업체에 의존하면 100% 보안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시후의 질문을 들은 나훈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계획이 있겠습니까. 간신히 은 선생님의 은혜로 살아남았으니, 일단은 미국으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죠...”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 이미 멕시코까지 와서 선원 일을 하려 하셨던 걸 보면, 미국으로 돌아가도 마땅한 일을 찾기는 힘들지 않을까요?”시후의 이 말을 들은 나훈구의 표정엔 다소 민망함과 무력감이 함께 떠올랐다. 그는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했다. “괜찮은 일을 못 찾으면, 그냥 허드렛일이라도 해야지 뭐... 우리 어머니도 식당에서 일하셨는데, 저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시후는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제 생각엔 차라리 이렇게 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제 밖으로 나오셨으니 굳이 그렇게 서둘러 돌아가실 필요는 없잖아요? 형님은 IT 쪽 일을 하셨다면서요. 그렇다면 이후엔 블랙 드래곤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블랙 드래곤은 현재 중동을 거점으로 해서 해상과 항공 양쪽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뻗어 나가고 있습니다. 분명 IT 분야의 수요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지게 될 것이고, 수준도 높아질 겁니다. 형님 같은 인재가 절실히 필요해요.”시후가 이 말을 할 때, 그의 마음속에는 이미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만약 나훈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최상의 결과일 것이었다. 그는 성도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시키고, 곧바로 중동으로 데려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훈구가 거절한다면, 여기서 벌어진 비밀들을 알고 있는 그를 미국으로 그냥 돌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다른 구출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 일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지워야 할 것이다.다만 시후는 가능하면 그 두 번째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인연이 닿은 사람이고, 이렇게 큰 사건을 겪은 이상 그에 걸맞은 기회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기억을 지워버리면, 그에겐 이 피비린
때로는, 평생을 바쳐도 이성 무인에서 삼성 무인으로의 도약조차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성 무인이란, 사실 대부분의 무인들이 평생 머무는 한계점과도 같았다. 하물며, 삼성에서 사성, 사성에서 오성, 오성에서 육성으로의 도약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그런데 이번에 시후가 건넨 이 한 잔의 술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단숨에 수련 경계를 뛰어넘게 해주었다는 건, 그들에겐 말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블랙 드래곤에서 가장 강한 실력을 가진 성도민은 자신과 함께한 대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 대부분이 수련 능력이 상승한 것을 발견하고는, 성도민은 가슴 속 깊은 감격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시후를 다시 바라보며, 감격과 동시에 경외심 가득한 눈빛으로 무릎을 꿇은 뒤 공손히 말했다. “저 성도민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다른 블랙 드래곤의 구성원들도 즉시 정신을 차리고, 성도민을 따라 시후 앞에 모두 한쪽 무릎을 꿇고 소리 높여 외쳤다. “저희들은, 은 선생님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저희들 역시도 은 선생님을 위해서라면, 그 모든 것들을 하겠습니다!”시후는 눈앞에 있는 100여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을 바라보았다. 시후는 그들의 눈에 맺힌 눈물과 결연한 표정을 보고는 이들이 자신의 확고한 동료가 되어줄 것임을 느꼈다. 만족스러운 마음에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은시후는, 앞으로 결코 여러분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이든 여러분 각자든, 앞으로 반드시 날개를 펼쳐, 저 넓은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겁니다!”이 말을 들은 대원들은 곧바로 가슴이 뜨거워지며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이때, 지하 수술실을 불태우고 있던 화염은 이미 지상까지 뜨겁게 달궈 놓았고, 불꽃은 땅 위의 건물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제 시간이 됐습니다다. 모두 질서 있게 철수하도
시후의 구호가 떨어지자, 그와 함께 모든 대원들이 술잔을 들어 잔 속의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시후에게 있어 이 술에 담긴 영기는 이미 아주 미미한 수준이었기에, 몸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느끼는 기운은 완전히 달랐다! 그들은 애초에 이 술에 이토록 강력한 에너지가 담겨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대원들이 술을 한 번에 들이켰을 때 온몸에 강렬한 온기가 복부에서 시작해 단전으로 몰려들었고, 곧이어 기운은 마치 산을 무너뜨리고 바위를 쪼개는 듯한 맹렬한 기세로 팔맥을 향해 폭발적으로 밀려들었다!무술가들에게 있어 자신의 실력 향상은 두 가지 핵심 요소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첫 번째는, 기경팔맥 중 몇 개의 경맥이 열려 있는가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무술가들의 경지와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준이다. 경맥을 많이 열수록, 무술가의 등급과 전투력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이미 열린 경맥이 얼마나 잘 순환되고 있느냐이다. 대부분의 무술가들은 몇 개의 경맥 만을 겨우 열 수 있을 뿐, 모든 경맥을 완전히 순환시킬 수는 없다. 이것은 마치 사람의 코에 있는 양쪽 콧구멍과도 같아서, 누가 더 뚫려 있느냐에 따라 들숨의 양이 달라지듯 경맥도 얼마나 원활히 순환되느냐에 따라, 에너지 흡수량이 달라지게 된다. 지금 이 소주 안에 담긴 영기는 그들에게 단순히 경맥을 몇 개 더 열게 해준 것이 아니라, 기존에 뚫려 있던 경맥까지 더 넓고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즉,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무술가들의 실력을 향상시킨 것이다.그래서 이 순간 블랙 드래곤 대원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라며 자신의 몸속에서 터져 나오는 그 엄청난 기운이 자신이 오랫동안 뚫지 못했던 다음 단계의 경맥까지 열도록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에 크나큰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잠시 후 누군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 나 네 번째 경맥을 뚫었어! 진짜야! 네 번째 경맥이 열렸어!!”곧이어 또 다른 사람이 외쳤다. “나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꽤 오랜 시간 동안 시후는 지하 수술실에 있었고,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과 함께 들어오긴 했지만, 지상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시후는 이제서야 소이연도 멕시코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이 순간, 소이연은 사랑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시후를 바라보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은 선생님... 리더가 선생님께서 업무가 있다고 삼성 이상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딱 맞는 위치라... 바로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어요.”시후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물었다. “이번엔 본래 신분을 사용하진 않았겠죠?”“아니에요.” 소이연은 다른 블랙 드래곤 대원들에게 등을 돌린 채, 시후를 향해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고는 말했다. “이번엔 완전히 새 신분으로 왔어요~”“좋습니다.” 시후는 미소 지으며 손에 든 소주를 그녀에게 건넸고, 조금 전 다른 대원들에게 했던 것처럼 공손히 말했다. “오늘 수고 많았어요.”소이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은 선생님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건, 제게는 큰 영광이에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됐어, 자리에 돌아가요. 돌아가는 길에 이야기 더 하는 걸로 하고. 오늘 밤엔 나랑 같이 미국으로 돌아가죠. 좀 도와줘야 할 일이 있어서요.”소이연은 약간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은 선생님, 탐정... 아직도 절 추적하고 있잖아요. 제가 미국에 가면 혹시 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요...?”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감회 어린 어조로 말했다. “제이크 한은 이제 이연 씨를 추적하지 못해요. 얼마 전 그 친구한테 사고가 있었거든. 그 이후로 그가 맡았던 사건들도 대부분 흐지부지 종결됐죠. 게다가 이연 씨는 이미 새로운 신분으로 바꿨잖아. 문제없을 겁니다.”“그럼 정말 다행이에요! 은 선생님께 폐만 안 된다면 저는 뭐든지 다 좋아요! 은 선생님 말씀만 따를게요!”그제야 소이연은
미래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시후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 동시에, 경계심과 신중함 또한 한껏 갖추고 있었다. 블랙 드래곤의 전체 전력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현재 알려진 세상 안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다. 세상 어딘가,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더 강대한 존재들은 어쩌면 블랙 드래곤보다 훨씬 더 막강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그래서 시후는 생각했다. 앞으로는 자신 개인의 실력 향상은 물론, 블랙 드래곤 전체의 실력도 체계적으로, 꾸준히 끌어올려야 한다고... 만일 훗날, 그 미지의 강적들과 정면으로 맞설 날이 온다면 그때는 적어도, 승산을 조금이라도 더 만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성도민은 시후의 성격을 잘 알기에, 즉시 몸을 낮춰 공손하게 다짐했다. “은 선생님, 안심하십시오! 저는 절대 개인적인 실력이나, 블랙 드래곤의 전력이 강해졌다고 자만하지 않을 겁니다! 또한 그로 인해 방심하거나 적을 얕보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시후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나도 블랙 드래곤의 미래에 대해, 한층 더 기대하게 되는군.” 말을 마치고는 손을 크게 휘두르며 외쳤다. “자, 대원들이 줄을 서서 술을 받도록 하죠!”“예!” 성도민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흥분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곧장 밖으로 나가 마당에 모인 100여 명의 정예 부대원들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대원들! 은 선생님께서 특별히 준비하신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귀중한 술이 있다! 이번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 대원들을 위해, 축하와 보상의 의미로 준비하신 것이다! 자 이 술은 천금의 가치가 있고, 너희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회다!” 그러면서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전원 주목! 첫 번째 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 순서로 줄지어 입장해 술을 받아라! 단, 절대로 술을 흘리거나 쏟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 한 방울이라도 흘리면, 평생 후회할 거다!”하지만 듣고 있던 대원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떤 술이길래 천금의 가치가 있다는 건지,
시후가 막 첫 잔을 따르려던 순간, 지하실 쪽에서 갑자기 폭발음이 들려왔다.엄청난 충격과 함께, 땅 전체가 흔들렸다! 지하 수술실 입구가 숨겨진 방에서는 거대한 불길이 뿜어져 나왔는데, 폭발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시후는 알고 있었다. 김미희를 포함한 악마들이 이 불꽃 속에서 재로 변해, 그 죄악의 생을 완전히 끝냈음을.그리고 그 순간, 시후는 손에 쥐고 있던 동작을 멈췄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그는, 방금 막 따른 술잔을 들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이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한 잔의 술을 그분들께 바칩니다. 부디 구천에서도 이 원한이 풀렸음을 알아주시길...”그 말과 함께, 그는 두 손으로 잔을 들어, 그 안의 술을 천천히 땅에 부었다. 이 한 잔의 술을 만약 정말 필요한 이에게 팔았다면, 아마 수천만 달러, 아니 그 이상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후에게 있어, 이 술은 무고한 희생자들을 위한 경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영혼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것이 이 술을 땅에 쏟는 이유였고, 결코 낭비라 할 수 없는 행위였다.이후, 시후는 한숨을 내쉬고, 다른 잔들에도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곧, 100여 개의 술잔이 모두 채워졌고, 두 병의 소주도 정확히 사람 수에 맞춰 딱 떨어졌다.그때, 10분이 흘러 성도민이 공손히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은 선생님, 모두 마당에 모였습니다.”시후는 가볍게 답하며 말했다. “안으로 들어오세요.”“예.” 성도민은 대답한 후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는 강렬한 술 향기를 느꼈다. 소주는 본래 향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지금 코를 찌르는 이 향은 평소에 느끼던 그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성도민은 놀랍게도 술 향 속에서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은 마치 선선한 가을날, 아무 걱정 없이 꿀잠을 자고 난 후 온몸이 개운하고 상쾌해지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편안함이었다. 그
몇 분 전.지하 수술실에서 악행으로 가득한 살인범들이 쉴 새 없이 떠들고 있을 때, 시후는 구출된 피해자들을 진정시킨 후,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내가 미리 준비해달라고 했던 것들, 준비해 놨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 “은 선생님, 말씀하신 물건들은 모두 제 차량 트렁크에 준비해 두었습니다. 지금 필요하시면 바로 옮기겠습니다.”“좋아요.” 시후가 말했다. “그럼 가져와요.” 그러고는 가까운 빈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안으로 옮겨 놓도록 하죠.”“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성도민은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곧이어 차 트렁크에서 커다란 종이박스 하나를 꺼내 안고 돌아왔다. 성도민은 두 손으로 종이박스를 안고 오면서, 한 손엔 묵직한 쇼핑백도 들고 있었다.박스에는 소주의 로고가 선명히 찍혀 있었고, 이는 시후가 특별히 부탁해 미리 준비하게 한 축하주였다.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1.8리터짜리 소주가 두 병 들어 있었고, 또 다른 쇼핑백에는 소주잔이 가득 들어 있었다. 성도민이 시후에게 말했다. “은 선생님, 요청하신 물건이 여기 있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10분 후에 모두 마당에 집합시켜요. 다 함께 축하주를 나눌 거니까.”성도민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축하주를 마신다 하셨는데, 술이 좀 부족하지 않습니까? 백 명이 넘는데, 고작 이 소주를 나눠 마시면 1인당 양이 얼마 안 될 텐데요...” 그러고는 덧붙였다. “우리 블랙 드래곤은 주량도 셉니다. 이 정도 술은 그냥 목만 축이는 정도 아닐까요...”시후는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잠시 후 모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과음은 좋지 않죠. 이 술은 형식일 뿐이고, 진짜로 실컷 마시고 싶다면 미국에 돌아가서 마음껏 마시면 되지 않겠어요.”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시후는 말했다. “좋아요. 성도민 씨, 그럼 이젠 가서 할 일 보고, 10분 후에 나를 찾아오도록
김미희는 뒤에 산처럼 쌓인 시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부하들이 다 죽었는데, 누가 널 구하러 온다는 거야?”후아레스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내 여자친구! 내가 계속 돌아가지 않으면 분명 나를 찾으러 올 거야! 그녀가 올 때까지 살아만 있다면, 구출될 수 있어!”김미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이해가 안 가네. 그런 머리로 어떻게 지금까지 보스를 해먹었는지.” 그러고는 위를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 “잊지 마. 밖에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 백 명이 넘게 포진해 있어. 우리가 죽지 않는 이상, 그 자들은 절대 떠나지 않아. 네 여자친구가 오면, 그저 죽으러 오는 거라고!”후아레스는 한순간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불만 붙이지 않으면 시간을 벌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더 버텨도 살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 기적은 절망 속에서 일어나는 거잖아? 어쩌면 은시후가 마음을 바꿀 수도 있고, 아니면 멕시코 경찰이 여길 찾아낼 수도 있고, 혹시 그 은시후에게 다른 원수가 있어서, 그 원수가 찾아와 그들을 처치해줄 수도 있잖아? 그러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어!”그는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흥분해서, 모두를 설득하려 들었다. “원래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 해도,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어! 슈퍼 로또처럼 말이야. 백만 분의 일이어도 당첨자는 반드시 나오잖아? 그게 바로 우리가 될 수도 있어. 단 조건은 뭐다? 일단 로또를 사야 되는 거지! 살아 있어야 그 가능성이 생기는 거야!”그의 말에 김미희를 비롯한 이들이 조금씩 설득되는 듯했다. 살아 있는 한 기적은 있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기회가 희박해도, 아예 끝내 버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김미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그렇다면 기다려 보자고. 하늘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면, 어쩌면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어!”옆에 있던 민영건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기다리자! 나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