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예슬은 망설여졌다. 신유리와 송지음의 관계는 화인 그룹의 모든 사람이 잘 알고 있었다.신유리는 개의치 않고 서류를 들고 올라갔다.운이 좋게도 올라갔을 때 송지음과 쥴리는 화장실에 가 있었고, 신유리는 서류를 들고 서준혁을 바로 찾았다.서준혁은 그녀일 줄 몰랐는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신유리는 서류를 건네며 말했다. “사인이 필요해.”서준혁은 받아서 바로 서류를 펼치고 펜을 들어 서명했다.신유리는 그의 동작을 바라보며 속눈썹을 떨었다.서준혁이 그녀에게 가르쳐준 첫 번째 수업은 계약서를 꼼꼼히 읽으라는 것이었다. 아무리 익숙한 사람이 건네더라도 자세히 봐야 한다.“발목은 좀 어때?” 서준혁은 서명을 하면서 무심코 대화 주제를 찾았다.신유리가 조용히 “괜찮아졌어.”라고 대답했다.“단합대회에 참석할 수 있어?”“응.” 신유리는 그가 계약서에 서명을 마치고 건네주는 것을 받아들고 막 떠나려는데 서준혁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무팀에 가서 청구해. 의료비는 회사에서 처리할 거야.”신유리는 제자리에 서서 서준혁을 바라봤다.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누가 동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는데, 회사에서 이번 일을 가지고 홍보하려는 것 같아.”그의 눈빛은 매우 담담했고, 신유리에게 조금의 감정도 실려 있지 않았다.신유리의 입술이 살짝 벌어지더니 잠시 후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아프냐고 한 마디쯤은 물어볼 줄 알았어.”서준혁은 펜을 든 손을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보상은 두 배로 해줄 수 있고, 유급휴가도 가능해.”“...그래.”신유리가 사무실에서 나오자 돌아오는 송지음이랑 쥴리와 마주쳤다.송지음은 신유리가 서준혁의 사무실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눈에 담긴 긴장과 경계를숨기지 못한 채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유리 언니, 무슨 일로 올라오셨어요?”신유리는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쳤다.송지음은 대답을 듣지 못하자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려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화인의 이번 단합대회는 온천 호텔에서
송지음이 다가왔을 때 신유리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멍하게 서 있었다.“유리 언니랑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 아까 둘이 같이 있는 거 봤는데.” 송지음은 서준혁 앞으로 달려가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지만 사실은 떠보고 있었다.서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별 거 아니야.”그는 화제를 돌려 물었다. “등산은 재밌었어?”송지음은 그가 화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늘 눈치가 빨랐기 때문에 그의 말에 따라 대답했다.신유리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억지로 한마디 했다. “유리 언니, 언니가 산에 못가서 정말 아쉬워요. 엄청 예뻤는데.”저녁이 되자 송지음은 모두에게 진실게임을 하자고 제안했고 사람이 많아서 여러 테이블을 준비했다.신유리는 일부러 송지음과 서준혁이 있는 곳에 가지 않고 가장 끝에 앉아서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앉았다.게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다들 수위가 높지 않았는데 중반이 되자 질문이 점점 과해졌다.신유리 차례가 되자 질문을 한 동료는 무슨 생각인지 그녀에게 물었다. “유리 언니, 첫 경험은 언제 누구랑 했어요?”이 질문이 나오자 신유리는 침묵했다.마침 과일을 들고 오던 송지음도 멈칫했다.그녀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떻게 여자한테 그런 개인적인 질문을 할 수가 있어요?”“스무 살, 서준혁.” 송지음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유리가 받았다.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끌벅적하던 장내가 너무 조용해져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들었다.송지음의 얼굴이 즉시 하얗게 질렸고, 그녀는 황급히 과일 바구니를 내려놓고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를 떴다.분위기가 어색해졌지만 신유리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녀는 손을 뻗어 도구를 집었다. “계속 할까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재치가 있어서 히히덕거리며 이 상황을 대충 얼버무렸고,신유리는 몇 번 더 하다가 재미가 없어졌다.그녀는 혼자 방으로 돌아가려고 문을 나섰는데, 모퉁이를 돌자마자 뒤에서 따라온 사람에게 가로막혔다.서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서준혁은 손을 들다 말고 담담하게 정재준을 바라보면서 웨이터가 건네주는 술잔을 받았다. “몰라.”“그래...” 서준혁의 대답에 정재준은 조금 실망했다.우서진은 구경이라도 난 듯 정재준의 팔꿈치를 툭 쳤다. “생각보다 더 적극적이다?”“집에서 맞선보라고 하는데 별수 있냐.”신유리는 이곳에서 나눈 대화를 듣지 못했다. 연우진과 함께 이모를 보러 가고 있는 중이다.연우진의 이모 이연수는 나이가 사십이 넘었는데 무용수라 그런지 관리가 잘 돼 있었다.이연수는 노골적으로 신유리를 훑어본다. “소개가 필요할 것 같은데?”이에 연우진은 헛기침을 하면서 말했다. “신유리에요.”“신유리 씨는 당연히 알고 있지. 근데 유리 씨는 화인 그룹의 대표와 밀접한 관계로 알고 있는데?”신유리 쪽으로 시선을 옮기고 떠보듯이 물었다. “신유리 씨는 서대표와 같이 오지 않았나?”“동행하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준비한 선물을 이연수한테 전해준다. “우진 씨 친구로 참석했어요. 이건 이모님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에요.”이연수는 뼈대가 있는 집안에서 자라 매우 도도했다. 며칠 전 신유리와 오원영의 사진이 시끄럽게 퍼졌을 때 이연수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사부인들이 다들 말하기를 신유리가 주제에 맞지 않게 서준혁과 같이 있다고 했다. 이연수도 신유리의 출신을 못마땅해했는데 지금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신유리가 건네주는 선물은 보지도 않고 턱을 들며 교만하게 말했다. “여기 놔 둬.”연우진은 이런 이연수의 태도를 눈치챘다. “이모, 유리가 이모 생신 축하해 주러 왔어요.”이연수는 경고 어린 눈빛을 연우진에게 보냈다. “우진아, 너네 부모님 곧 오셔.”연우진과 신유리가 더 이상 엮이는 게 싫었다.신유리는 가지고 온 선물을 놓고 연우진한테 먼저 간다고 말했다.“유리야!” 연우진은 무의식적으로 신유리의 손목을 잡고 사과했다. “잠깐만 기다려 줘. 내가 데려다줄게.”마침 서준혁과 우서진은 이연수에게 술을 따르러 왔다. 비록 업종은 달라도 이연수는 윗사람이었다.연우진이
말할 때 열기가 신유리 목에 닿자 그녀는 참을 수 없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서준혁은 신유리의 팔목을 꽉 잡아 신유리가 움직일 수 없게 만들고 그녀의 가늘고 긴 목을 따라서 귀까지 입을 맞췄다.신유리의 귀는 매우 예민해 금세 몸에 힘이 풀렸고 서준혁의 눈빛은 더 그윽했다.그리고 그는 신유리의 허리를 감싸 소파에 누웠다.사실 8년이라는 시간은 한 사람을 알기에 충분했기에 서준혁은 신유리의 예민한 곳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었다.거실의 창문을 통해 비가 섞인 바람이 불어 커튼이 펄럭이고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자 신유리는 정신을 차렸다.신유리는 이를 악물고 손에 온 힘을 실어 서준혁을 소파의 끝까지 밀어냈다이때 서준혁의 머리는 헝클어졌고 셔츠 단추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대부분 떨어져 가슴과 복근이 훤히 드러났다.신유리가 입은 잠옷도 나시 끈이 아래로 떨어져 간당간당하게 몸에 걸쳐졌지만 그녀는 나시 끈을 다시 올리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서준혁, 똑똑히 봐 내가 누군지. 난 송지음이 아니야.”서준혁이 말하려는 찰나 옆에 놓인 핸드폰이 울리면서 송지음한테서 전화가 왔다.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자 송지음의 억울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 “오빠, 오늘 저녁에 같이 있어주기로 했으면서 왜 아직도 안 와?”“기다려.” 서준혁은 전화를 끊었다.신유리는 소파에 앉아있었고 입고 있던 잠옷은 심하게 망가져 등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매우 말라 등 뒤의 날개뼈가 날갯짓을 하는 것 같았고 피부가 하얘 형용할 수 없는 처량함이 있었다.송지음과 약속한후 서준혁은 곧바로 일어났다.그가 한발 내딛고 나서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봤다. “넌 당연히 송지음이 아니지.”서준혁이 떠나고 신유리는 한참을 거실에 앉아있다 방으로 들어갔다.서준혁에게 잡힌 손목이 빨개져 아팠지만 그는 이런 사실을 몰랐다. 그는 단지 신유리와 자고 싶을 뿐이다.다음날 신유리가 고객을 만나고 회사에 도착하자 양예슬이 다가와서 말했다.“위층에 좋은 구경거리가 있어요.
신유리의 목소리가 크지 않았지만 서준혁과 송지음이 멀리 가지 않아 신유리가 말하는 내용을 들은 서준혁은 걸음을 멈췄다.신유리는 상황을 알지 못하고 연우진 차에 탔다. 손에는 연우진이 준 도자기 인형이 있었다.“대부분 사람들이 다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너도 관심 없는 줄 알았어.”연우진은 생김새가 단아하고 말투도 나긋나긋해서 신유리가 집중하면서 들을 수 있었다.신유리는 도자기 인형을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괜찮아, 나도 잘 몰라.”“그럼 내가 알고 있는 거 다 알려줄게.” 도자기 전시회는 성남시 북쪽에서 열렸는데 도착했을 때 곧 폐관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신유리는 도자기를 잘 알지 못해 연우진 곁에서 도자기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고풍스러운 꽃병 앞에 멈춰 섰다. 꽃병을 보는 연우진의 눈빛이 무척 부드러웠다. “외할아버지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셨던 작품 중 하나야.”신유리는 연우진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일이 생각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연우진과 함께 꽃병만 바라봤다. “아름다워.”연우진이 평소에 하는 미소와 달리 오늘은 진심으로 웃었다.“좋아하면 다음 기회에 다른 것들도 보여줄게.”전시회 구경이 끝나자 벌써 저녁시간이 되어 연우진이 밥을 사겠다고 말한 순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그는 난처한 듯 신유리를 바라본다. “오늘 내 친구가 생일인데 이 부근에 있는 바에 있다고 해서 같이 갈래?연우진의 친구지만 신유리가 모르는 사람이어서 거절했다. “난 택시 타고 갈게.”“괜찮아, 잠깐만 있다가 갈 거야. 혼자 가면 술 먹일게 뻔해.”연우진과 서준혁의 친구가 많이 겹치지 않고 두 사람 성격도 완전히 달라 신유리는 바에서 서준혁을 볼 거라고 예상 못 했다.신유리가 어떻게 인사를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서준혁이 먼저 물었다. “연우진과 같이 왔어?”“친구 생일이라고 해서. 넌? 송지음과 같이 온 거야?”신유리는 감정을 잘 숨겨 티가 나지 않아 마치 서준혁과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서준혁은 신유리
우서진의 말이 끝나고 모두의 시선이 신유리한테 쏠렸다.사실 서준혁이 한 말이 신유리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신유리가 서준혁과의 뽀뽀에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보였다.“연우진이 여기 있는데 신유리 네가 우진이 체면도 생각해 줘야지 안 그래?”신유리는 잔을 들고 있는 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말을 하려는 찰나 연우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서진 그만해. 유리가 요즘 일이 많아서 힘들어. 주량도 좋지 않아서 내가 대신 마실게.”“그래 그래, 즐거우면 됐지. 다 기쁘자고 마시는 건데.” 존재감이 없었던 정재준이 나와 상황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정재준은 자기한테 한잔 따르고 연우진과 건배했다. “우진아, 이 잔은 내가 같이 마셔줄게.”연우진과 정재준이 상황을 마무리하자 우서진도 더 이상 신유리를 물고 늘어지지 않았고 연우진이 다 마시자 곧바로 다음 라운드가 시작됐다.신유리는 연우진이 붉게 달아오른 목을 보고 미안하다고 전했다.다들 안면이 있어 게임할 때 누구도 빼지 않았다. 시킨 술도 도수가 있는 술이라 연우진이 세잔 마시고 다른 사람이 건네주는 술을 마시자 소파에 기대며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려 신유리에게 말했다. “끝나고 나 좀 데려다주라.”예정대로라면 파티는 늦게 끝나야 헀지만 연우진이 술에 취해 신유리가 먼저 데리고 나왔다.신유리는 연우진이 넘어지지 않게 부축했고 서준혁과 송지음을 지나칠 때 송지음이 서준혁 품에서 둘이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말했다.연우진을 차에 태우고 나서야 신유리는 핸드폰을 룸에 놓고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연우진은 보조석에 앉아 미간을 지그시 눌렀다. 술에 취해도 여전히 젠틀했다. “난 여기서 쉬면 되니까 가서 핸드폰 가져와.”신유리가 룸에 도착했을 때 아까보다 더 시끄러웠다.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갔지만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사람이 있었고 불빛이 어두워 누구도 신유리가 다시 들어온 걸 알지 못했다. 신유리는 약간의 야맹증이 있어 천천히 아까 자리로 가고 있는데 우서진의 말소리가 들렸다. “아까
신유리는 그 소리를 듣고, 사진을 봤다.사진 속의 남녀는 온천호텔 앞에 서 있었다. 서준혁은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찍혀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사진 속의 두 사람의 달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재밌는 가십거리에 양예슬의 눈빛이 반짝거릴 때, 신유리가 얘기했다. ”그날 내가 넘어질 뻔했는데, 서대표가 날 잡아준 거예요.”그 사진은 양예슬뿐만 아니라, 회사 대부분의 사람은 모두 봐 버렸다. 송지음의 얼굴은 그날 하루 종일 하얗게 질렸고, 서준혁은 오히려 별 반응이 없었다. 심지어 사진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돌렸다. 그의 이런 반응을 본 송지음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은 놓인 듯했다. 오후가 되었을 때, 재무팀의 사람들이 신유리를 찾아와서 그녀에게 급여명세서에 서명을 하라고 했다. 신유리는 이전에 오원빈의 협조요청을 누락했고, 화인그룹의 사규에 따라 3개월의 급여를 감봉해야 했다. 신유리의 월급은 이미 적지는 않았기에, 3개월치의 월급의 액수를 보고만 해도 입이 떡 벌어졌다. 양예슬은 무의식중에 그것을 보고는 혀를 차며 말했다. “유리 언니, 언니가 이번에 감봉된 금액은 우리 고향에서는 집 한 채의 계약금으로도 충분해요.”신유리는 그 숫자를 보면서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오므리며, 서명을 하는 것을 질질 끌었다. 그렇게 재무팀 직원이 재촉하고서야 그녀는 서명을 했다. 양예슬은 이 일의 앞뒤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신유리를 대신해서 불평을 했다. “영수증이 분실된 것은 한 사람만 탓할 수 없는데, 무슨 근거로 유리 언니한테 다 뒤집어씌우는 거야, 진짜 불공평해요.” 신유리는 아무 말을 안 하고 있을 때 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화면을 보고 일어나더니 “전화 좀 받고 올게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계단을 오를 때 송지음은 그녀가 입술을 잘근잘근 씹는 것을 보고선 물었다, “언니 무슨 일 있어요?” 그녀는 손에 있는 것을 흔들며 말했다. “서대표한테 줄 문
송지음은 살면서 처음으로 이런 파티에 참석했기 때문에 파티 매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신유리는 이러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그녀는 왜 서준혁이 그녀에게 도움을 청하도록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덤덤히 말했다. "내가 안 가는 게 맞을 것 같아."서준혁은 그녀를 쳐다보며 차갑고 텅빈 눈빛으로 말했다. "네가 가르쳐 봐."누구를 가르치는 일은 말할 필요가 없었다. 신유리는 입을 오므리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전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송지음을 가르치라고 한 결과로 신유리는 대표 비서실로 전근되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신유리가 말도 꺼내기도 전에 서준혁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업무에 해당하니까, 수당을 더 줄 거야."서준혁은 무심히 말했고, 옆에서 듣고 있던 우서진은 휘파람을 불렀다. 재밌다는 듯이 놀렸다. "우리 준혁이가 선심쓰네?"그 말을 마치고 우서진은 신유리를 향해 말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기회가 뚝 떨어지는데, 신유리 어서 붙잡으러 가지 않고 뭐 해?”이게 기회인지 위기인지 애매했다. 신유리의 시선은 밖으로 향했다. 신유리는 어렴풋이 송지음이 긴장한 채로 서있는 모습을 보았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녀가 웨이터라고 생각할 정도였다.송지음은 처음으로 서가네 연회에 참석하는 거였다. 많은 예절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손님들도 모르는 분들이었다. 그저 하정숙의 뒤에 서서 꼭두각시 마냥 웃고 있었다. 하정숙은 송지음이 연회에서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다. 송지음은 내심 억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고, 굳은 모습으로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송지음은 서준혁은 다가올 때, 눈이 동그래지고선, 무의식적으로 서준혁에게 가서 숨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움직이기도 전에, 서준혁의 뒤에 있는 신유리를 보게 되었고, 송지음의 얼굴이 굳어졌다. “오빠, 유리 언니는 손님이잖아. 왜 언니를 불렀어?" 송지음은 작은 소리로 물었다.서준혁은 아무 말이 없었고, 신유리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