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신기철이 은주를 안고 들어가는 모습을 입구 부근에서 보고 있었고 사실 신기철이 뒤를 한번만이라도 돌아봤다면 신유리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신기철은 은주랑 얘기하는 데만 집중하였기에 다른 곳을 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신유리는 그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며 은주의 볼에 뽀뽀까지 해대는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더 본다면 토할 것 같아 신유리는 급히 시선을 돌렸고 그 순간, 옆에서 냉정하고 도도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간 딱 맞춰 잘 오셨습니다.”뒤를 볼아본 신유리의 눈에 들어온 신연의 모습은 이제 막 회사에서 온 것인지 정장차림를 하고 이마까지 드러낸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어 전의 그 소년 같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신유리는 그가 언제 도착한 건지는 모르지만 무의식적으로 신연도 신기철과 은주를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신연은 여전히 무뚝뚝하고 약간의 표정변화도 없이 서있었다.그와 눈이 마주친 신유리는 순간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떠올라 나지막한 소리로 신연에게 물었다.“일부로 약속을 여기로 잡은 거예요?”신연은 신유리의 물음에 그녀를 흘깃 쳐다보고는 되물었다.“왜 이렇게 묻는 겁니까?”그는 반박할 의지는 하나도 없어보였고 신유리가 그를 뚫어져라 보는 순간까지도 이상한 기미 하나도 없이 있었고 얼른 16층으로 올라가려고 발걸음을 뗐다.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라 룸 안으로 들어섰고 크나큰 룸은 저번에 서준혁이 예약한 장소와 똑같았고 거대한 창으로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신유리는 신연을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은주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그녀는 신연을 쳐다보고는 아까 본 은주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굴에 화장기가 가득 하지만 어려 보였고 어른이라기엔 미숙해보였다.“제 기억이 맞다면 열아홉 일겁니다.”그 말에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은주가 어리다는 것을 예상했지만 이정도로 어릴 줄은 몰랐던 눈치였다.신유리의 눈빛에 알지 못할 감정들이 섞였고 그녀는
“상처가 감염되는 바람에 열이 심하게 나는 것 같은데... 제가 아무리 병원에 가라고 말을 해도 듣지를 않습니다.”신유리는 이석민의 말에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어제 서준혁이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는 모습을 보고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아무 일 없어 마음을 놓았는데 이렇게 문제가 생겨버린 것이다.“서 대표님 어제 오후부터 미열이 있었는데 저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갑자기 열이 펄펄 끓어 제가 방금 의사한테도 전화를 했는데 저더러 항생제 좀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요.”“올라가서 조금 봐주실 수 있겠습니까? 혼자 방에서 아프실 가봐 걱정이 돼서...”신유리는 빠르게 말을 하는 이석민에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해줬다.“서준혁 씨 약물 알레르기 있어요, 제가 가서 약 사올게요.” 항생제 안에도 알레르기를 일으킬 성분이 있기에 이것 또한 신유리가 어제 서준혁을 걱정한 이유였다.이석민은 신유리의 말에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나한테 약물 알레르기 있단 말은 안하셨는데?]하지만 서준혁이 평소에 별로 아픈 적이 없어 약을 먹는 시간도 짧거나 없었다. 신유리도 그와 함께 한 시간이 오래기에 천천히 그의 이런 저런 습관을 깨달은 상황이었다.마침 부근에 약국이 있어 신유리는 의사가 말한 대로 서준혁의 증상에 따라 약을 처방받았다.돈을 지불할 때서야 이석민에게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 몇 통을 발견했는데 당시 복잡한 마음 때문에 벨소리를 듣지 못했었다.신유리가 약을 들고 돌아왔을 때 이석민은 방 문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가 올라온 것을 발견한 이석민은 쭈뼛거리며 낮은 소리로 말을 했다.“회사 쪽에 문서 하나 처리할게 있어서... 저 먼저 방에 돌아가 보겠습니다. 부탁 좀 드릴게요.”신유리는 원래 그의 말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석민 머리에 씌워진 붕대들 보며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이석민의 상처는 서준혁보다 더 심각했고 서준혁은 신유리를 보호하려다 다친것이니 원래 대로라면 그녀가 그를 보살피는 것이 더 합리했다.서준혁이 고열이 난다는
마르고 가느린 몸매를 가진 신유리는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 마리의 고양이 같았다.검고 긴 머리를 뒤로 늘어뜨린 신유리는 소파가 조금 불편한 듯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서준혁은 그런 그녀를 새까만 눈동자로 쳐다보고 있었고 빵빵하게 튼 에어컨 때문에 추워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깊은 잠에 들었던 신유리는 시끄럽게 울려대는 핸드폰 벨소리에 눈을 떴고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유리야, 좀 어때? 몸은 괜찮아졌니?”수화기 너머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목소리에 놀란 신유리는 얼른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네, 많이 나아졌어요.”잠에서 금방 깬 탓인지 잠기고 비음마저 섞인 신유리의 목소리를 들은 할아버지는 안타까워하며 물었다.“내가 너 자는 걸 방해한 모양이구나.”“아니에요, 저 그냥 조금 힘들어서...”신유리가 말했다.“그래 알았다. 푹 쉬고... 내가 너랑 그 못난 놈한테 밥을 시켜줬으니 제때에 밥 챙겨먹으렴. 준혁이 상처가 감염됐다고 이석민 씨가 알려주더구나.”할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을 이어갔다.“하나부터 열까지 다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내 친손자니 걱정이 되는구나.”그는 신유리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그녀의 휴식에 방해될까 얼른 전화를 끊어버렸고 신유리는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소파에 앉아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소파에서 잔 탓인지 다리와 손이 저려오는 신유리는 불현 듯 자신의 몸 위에 덮여진 담요 하나를 발견했고 잠시 당황하더니 안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신유리가 체온계와 약을 들고 들어갔을 때 자는 줄 알았던 서준혁은 아직까지도 업무를 보는 중이었고 그녀는 담요를 한쪽에 내려놓으며 작은 소리로 입을 뗐다.“체온 한번 재요.”서준혁은 신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아까보다 조금 나아진 목소리로 물었다.“푹 잤습니까?”“네, 고마워요.”자신에게 덮여있던 담요가 서준혁이 가져다준 것임을 아는
“제가 그쪽이랑 친했던가요?”은주는 신유리의 날선 말에도 방긋방긋 웃으며 말했다.“지금 안 친해도 상관없죠, 나중에 친해지면 저를 엄마라고 불러야 될 수도 있잖아요.”은주의 말에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린 신유리는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고 나이가 어린 은주는 아직 젊은이들만의 패기가 있는 듯 여전히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농담 한번 해본 거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말을 하던 은주는 신유리 뒤에서 따라 들어오던 남자를 보자 표정이 확 변하더니 목을 풀고는 그 남자를 반갑게 맞이했다.“어머, 장 대표님. 왜 이제야 온 거에요? 저 여기서 한참 기다렸다고요.”음식을 주문 할 때까지 신유리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져있었고 장수영은 헛기침을 몇 번하더니 신유리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그... 젊은 애가 참 용기 하나는 봐줄만 하죠?”은주가 여기에 있으면 무조건 신기철도 와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미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한 신유리는 입맛이 전혀 없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그녀의 모습을 본 장수영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또 다시 말을 했다.“우리 다른 집 가서 먹을까요? 이 집 참 맛이 없네요.”신유리도 그녀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대답했다.“제가 쏠게요.”은주는 웃으며 장대표님을 음식점 안에 있는 룸으로 안내하고는 신기철 옆에 다소곳하게 앉아있었는데 아까 장대표와 꼭 붙어있던 여자와는 다른 사람 같아보였다.장대표의 시선은 아직까지도 은주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고 장대표는 먼저 입을 뗐다.“은주 비서님은 점점 더 예뻐지십니다? 신 대표님 참 운이 좋다니까. 이렇게 예쁜 미녀 한명을 옆에 꼭 붙이고 다니시고.”은주는 부끄러운 듯 수줍은 미소를 띠며 얼른 대답했다.“장 대표님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어디가 예뻐요? 신 대표님 따님이야말로 최고 미녀시죠.”“네?”그녀의 말에 호기심이 폭발한 장대표는 신기철을 쳐다보며 물었다.“신 대표님 따님? 저는 왜 신 대표님께 딸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죠?”“아까 제 옆에 서있던 그 여자
악에 바친 신유리를 보며 은주는 가식으로 둘러싸인 모습을 하고는 입을 뗐다.“그러게요, 장 대표님처럼 멋지고 재밌으신 사람이랑 전화번호 좀 교환하는 것 가지고 뭘 저렇게 난리를 부리는지 참.”“모르는 사람이 보면 장 대표님이 유리 씨한테 뭘 하려는 줄 알겠어요.”신기철은 안경을 올리고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옆에서 말을 보탰다.“장 대표와 나는 오랜 친구다, 그저 너를 관심해주고 신경 써주려고 이러는 거야.”“왜 절 관심해주죠? 저랑 친해요? 그리고-”신유리는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물었다.“당신도 저를 포기한지가 몇 년이나 흘렀는데 지금 와서 당신도 아닌 당신 친구가 저한테 관심을 좀 주고 싶다고요? 그걸 누가 믿어? 당신이라면 믿겠어요?”“신유리!”돌려 까는 식으로 말을 하는 신유리에게 신기철은 버럭 화를 내더니 창백해진 얼굴을 하고 혼을 내려는지 벌개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누가 너한테 웃어른한테 이런 말버릇을 가르쳐 준거야? 네 할아버지? 아니면 네 그 엄마? 애초에 내가 너를 데려 갔어야해, 지금 네가 어떤 모습인지 좀 봐라. 예절도 예의도 뭘 잘못했는지 아무것도 모르고!”원래까지도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참고 있던 신유리는 신기철의 입에서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를 비웃는 듯한 말투를 듣자 안색이 싹 굳고는 그에게 버럭 외쳤다.“신기철, 당신은 할아버지를 말할 자격 따위 없어!”신유리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셔서 외할아버지는 늘 신기철을 친아들을 대하듯이 소중히 여겼고 당시 이연지와 이혼을 결심했을 때에도 외할아버지는 신기철의 편을 들어줬었다.나중에 신기철이 먼저 바람을 폈다는 사실을 알고도 신유리의 앞에서 단 한 번도 신기철에 대한 나쁜 말이나 원망의 말은 한 적도 없는 외할아버지였다.도대체 신기철은 무슨 자격으로 외할아버지의 탓으로 돌리는가?-신기철은 그녀의 말에 손을 치켜 올리더니 화가 잔뜩 난 눈빛으로 신유리에게 고함을 질렀다.“신유리, 너 점점 규칙이라는게 없구나? 감히 나한
서준혁의 뒤를 따라 식당에서 나오는 신유리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신기철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맴도는 바람에 신유리는 가슴이 답답해와 숨쉬기조차 어려웠고 그 순간, 성큼성큼 걷던 서준혁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췄다.신유리는 갑자기 멈춘 서준혁을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그를 보는 신유리의 눈빛은 많은 감정들이 섞여있는 것 같았다.신유리는 아까 만약 서준혁이 그녀를 끌어당기지 않았더라면 신기철에게 따귀를 맞았을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서준혁에게 먼저 물었다.“아까... 어떻게 오신 거예요?”“장수영 씨가 문자를 보내줬습니다.”서준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담담하게 시계를 확인하고는 말을 이어갔다.“신기철 씨와 신연 씨 두 사람 사이도 아직 제대로 모르는데 그쪽마저 이 일에 발을 들이게 되면 복잡해집니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말에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물었다.“그래서 서준혁 씨는 저 알려주시려고 온 거네요?”서준혁은 묻는 신유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그녀를 슥 훑어보더니 되물었다.“이석민 씨더러 신유리 씨를 병원에 데려가서 검사하라고 할까요?”그는 낮은 소리로 물었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준혁은 행여나 자신의 일에 방해될 가봐 걱정하고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서준혁은 원래 일을 하면 세심하고 조심스레 하는 스타일이고 더욱이 신기철은 신연까지 끌어들였으니 복잡해지는 바람에 그는 자연스레 신유리 쪽에서 그 어떠한 일도 영향을 받고 싶지 않았다.신유리는 한동안 대답을 못하다가 그의 말을 거절했다.“아니요, 저 혼자 회의실로 돌아갈래요.”자신의 비참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그에게 보였으니 그녀는 지금 서준혁을 마주보고 있는 것 또한 편하지만은 않았었다.서준혁도 신유리의 대답에 그녀를 쳐다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신유리가 홀로 회의실로 들어섰을 때, 장수영은 이미 도착해있었고 그녀가 도착한 것을 본 장수영은 조금 놀라며 물었다.“왜 이렇게 빨리 왔어요?”장수영은 신유리와 서준혁이 더 오래 같이 있으리라고 생각했고
송지음은 신유리를 보는 순간 멈칫하더니 눈빛에는 감출 수 없는 떨림과 당황함이 담겨있었지만 이내 표정 관리하면서 웃음을 머금은 채 물었다.“유리 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신유리도 마찬가지로 송지음을 보고 많이 당황했다.송지음은 전에 청순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지금은 아이라인을 길게 빼고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청순하던 긴 생머리도 웨이브를 하고 그녀와 어울리지 않는 섹시한 옷을 입고 있었다.마치 어른 옷을 훔쳐 입은 아이처럼 보였다.신유리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여긴 내 방인데, 아마도 네가 잘못 찾아온 모양이야.”그녀의 이 한마디는 마치 송지음을 자극한 듯 송지음은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지더니 신유리를 노려보며 말했다.“전 언니가 여기 있는 줄도 몰랐어요. 말을 굳이 그렇게 해야겠어요?”신유리는 멈칫하더니 고개를 들어 화가 잔뜩 난 신유리의 얼굴을 쳐다보며 차갑게 내뱉었다.“말을 굳이 그렇게 한 게 아니라 네가 마음대로 내 방문을 먼저 열었잖아. 송지음, 너 지금 주거침입이야, 당장이라도 신고해서 너를 내보낼 수도 있어.”이신이 예약한 호텔은 성급이 높은 편이라 전체 층이 조용하다 보니 신유리의 말이 유난히 뚜렷하게 들려왔다.신유리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앞에서 잔뜩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송지음을 보며 하필 오늘 방을 옮기는 바람에 운수 나쁘게 송지음을 부딪쳤다고 생각했다.송지음은 오른손으로 가슴을 막으며 오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튜브톱 스커트를 차려입었는데 자칫하면 노출되기 쉬웠다.그녀는 이곳에서 신유리를 만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데다가 그녀를 난처하게 한 것은 신유리는 906호였고 그녀가 가려던 것은 909호로 자신이 잘못 찾은 것이었다.그녀는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굴욕스럽고 원망스러운 느낌을 억누르려고 애썼다. 눈을 들어 신유리를 깊이 쳐다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내뱉었다.“제가 잘못 찾은 것 같네요.”신유리는 여전히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송지음은
부산시는 최근에 비가 많이 내렸고 굳게 닫힌 문과 창문은 바깥의 한기를 막아서 되려 집안의 분위기를 더욱 건조하고 덥게 만들었다.송지음은 얼굴을 붉힌 채 소파에 앉아 드폰을 응시하고 있다.한세형이 샤워를 하러 가자마자 그녀는 서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서준혁이 그녀를 데려가길 원했다.그녀는 여기에 오고 싶지도 않았고 한세형을 만나고 싶지도 않았지만 더 이상 용화 그룹에 있을 수 없었다.용화 그룹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아무도 그녀를 챙겨주지 않았다. 그녀는 용화 그룹에서 심하게 따돌림을 당했다.그리고 경희영은 원래 그녀와 약속했던 일은 하나도 지키지 않은 채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고 있었다.심지어 부산시에 한세형을 찾으러 온 것도 경희영과 그녀가 안배한 일이었다.하지만 이게 무슨 뜻인지 그녀가 제일 잘 알았다.송지음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서준혁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바로 신유리 그 천한 년이 있는 옆방에 있었다. 욕실 문이 갑자기 열리는 소리에 송지음은 하던 일을 멈추었고 한세형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몸에는 샤워 가운만 씌워져 있었고 군살 가득한 허리와 배를 보고 송지음은 구역질이 났다.“지음아.”한세형은 야릇한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이리 와서 가운 좀 갖다 줘.”송지음은 소파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고 한세형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두어 번 더 부르며 혼자 걸어오려는데 마침 핸드폰 소리가 들렸다.그는 얼굴에 불쾌감이 스치며 귀찮은 듯 전화를 받으러 갔다. 송지음은 그제야 잠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이 안도의 한숨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한세형의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를 들었다.“알아, 버닝 스타를 추천하는 사람은 꽤 많은데 구체적인 것은 그때 가서 다시 이야기하자.”송지음은 눈꺼풀을 치켜들고 한세형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오기 전에 경희영은 한세형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그녀는 원래 신경 쓰지도 않았는데, 지금은...‘버닝 스타와 관련이 있나?’그녀의 머릿속에는 신유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