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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큰 화분 옆에 서있는 신연은 이제 고작 20대 초반인지라 아무리 도도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앳돼보였다.

복도의 따뜻한 조명이 그에게 비춰지자 신유리와 똑 닮은 그의 눈은 더욱 반짝였다.

신유리는 앞으로 한 발자국 성큼 다가가 신연을 보며 담담하게 입을 뗐다.

“신연.”

한자 한자 똑똑히 들리게 말을 하는 신유리는 신연의 성씨를 더욱 강조하며 말했고 그것을 들은 신연은 아무런 기복이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빛은 그때 호텔에서 본 눈빛이랑 전혀 차이가 없었다.

사람들로 붐비는 복도와 밖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도 불구하고 신연과 신유리 두 사람은 마치 그들만의 세상에 갇힌 듯 고요했고 정적만 흘렀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얼굴에서 익숙한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춰졌다.

신연은 한참 있다 고개를 들어 차가운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신기철 씨한테서 얘기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요?”

신유리는 그의 말에 흠칫하더니 물었고 신연은 감정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는 말투로 대답했다.

“그 사람이 신유리 씨를 많이 사랑하던데요.”

신유리는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떨려오는 가슴을 진정시킨 채 신연에게 묻고 싶었던 물음을 물어보았다.

“처음부터 절 알아보셨나요?”

그녀의 물음에 신연도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얘기해줬다.

“사진 본 적 있습니다.”

담담한 그의 말투에서 신유리는 그가 자신을 조금 얕본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가 없었지만 신연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신분을 확인하려는 목적만은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신연의 몸에는 섣불리 다가가기도 힘든 거리감이 느껴졌고 신유리는 신연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고 다시 물었다.

“여기서 절 기다리고 계신 게 이런 말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닐 텐데요?”

정곡을 찔린 신연은 뜨끔하더니 옆에 있는 화분을 길고 큰 손으로 만지더니 별안간 잎을 하나 뜯어서 버려버리고는 대답했다.

“아니요, 그냥 뭐 좀 보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뭘 보고 싶은 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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