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리는 머릿속의 생각들이 아주 많아 혼란스러웠다. 별장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쉬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마침 집에 돌아온 이신과 마주쳤다.이신의 눈가에는 조금의 피곤함이 묻어 있었고 신유리를 보자 멈칫했다.이내 그는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리다가 물었다. ."외할아버지 쪽은 상황이 어때?""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 거야.""미안해, 내 문제야.."이신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이미 오랫동안 이 씨네에 돌아가지 않았고, 이번에도 일 문제로 돌아와 그의 가족들과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다.그는 자신의 이모가 하씨 집안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러나 하성이 그렇게나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네가 도와준 것만으로도 아주 고마워."신유리가 말했다."내 문제야.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게."원래 외할아버지의 일은 이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가 돕고 싶어 하는 것만으로도 신유리는 이미 아주 고맙기 때문에 이신을 탓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했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다 곡연이 말한 일을 떠올리고 엄숙한 표정으로 이신에게 사실대로 말했다."곡연한테서 금융전시 합작을 취소한다고 들었어."이 일을 언급하자 이신의 안색은 조금 안 좋아졌다.그는 오늘 병원에 가는 길에 갑자기 회의에 불려 갔는데,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그들과 이 전시회의 합작은 마지막 단계만 남았고, 바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 앞서 상대가 갑자기 합작사를 바꾸겠다고 했다.신유리는 이신의 표정을 보자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무슨 이유인지는 말했어?""글쎄. 원인이 조금 복잡해."이신도 머리가 아파왔다. "다른 작업실도 끼어들려고 했고, 성남 많은 기업의 협력 의향서도 가져와서 지금 조금 난처해."그가 말하자 신유리는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금융 전시회는 부서 쪽의 경제 발전과 사회화를 추진하는 의사결정이다. 만약 여러 기업이
"주국병이 나한테 다 말했어."사무실에서 이연지는 손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앞에 있는 젊은 남자를 바라보았다.서준혁은 책상 뒤에 앉아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가 이연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웃음을 터뜨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신유리가 나를 찾아온 것을 알고 있나요?"이연지는 요즘 계속 마음이 불편한 상태로 지내고 있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화로 인해 병원에 입원했고 그의 작은딸도 입원했으며 주국병까지 매일 전화를 걸어 그녀를 재촉했다.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서 대표, 유리가 자네와 같은 사장을 만날 수 있는 건 정말 유리의 큰 복이야. 이전에는 내가 회사에 와서 소란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네. 내가 그 행동은 사과할게. 자네들에게 다 사과할게. 서 대표가 예전에 유리를 도우려 했으니, 지금도 유리를 돕는 셈 치는 게 어때?""유리를 돕는다고요?"서준혁은 손끝으로 탁자를 짚고 말투 평범했다. 그는 이연지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유리가 이미 화인에서 해고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인의 직원이 아닌 이상 내가 대체 왜 도와야 하죠?"이연지는 신유리가 화인에서 해고될 줄 생각지도 못한 게 분명해 보였다. 그녀는 줄곧 인터넷상의 소식에 관심을 두지 않아 신유리가 여전히 화인에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녀는 곧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물었다."서 대표네 회사와 유리가 무슨 계약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러면 유리가 해고된 후 몇백만 원을 배상해야 하는 거 아닌가?"서준혁은 멈칫했고 차가운 시선이 그녀에게 몇 초 동안 멈췄고, 이내 아주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있어요.""그럼, 바로 나한테 주면 안 되나? 나는 유리의 엄마잖아. 내가 대신 돈을 받아도 되는 거 아니야?"서준혁은 얼굴에 드러난 표정을 모두 거두고 무표정한 얼굴로 이연지를 보았다.이연지는 그의 시선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고 게다가 주국병이 말이 생각나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우리는 모두 서
서준혁의 말투가 차가워지자, 신유리는 입을 약간 오므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연지를 끌고 자리를 떴다.이미 출근 시간인지라 밖에는 송지음, 쥴리, 이석민까지 모두 나와 있었다.이연지가 아침 일찍 서준혁을 찾으러 온 일은 이미 회사에서 소문까지 퍼져 있었다. 송지음은 신유리가 이연지를 끌고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유리 언니, 이곳은 회사예요. 아주머니한테 경솔하게 달려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씀 좀 드리는 게 좋겠네요."그녀는 이젠 신유리의 앞에서 더 이상 가식적인 연기도 하지 않았고, 그녀의 얼굴에는 가벼운 비웃음만이 담겨 있었다."나와 서 대표님이 아주머니를 지금 만났으니 다행이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아주머니가 경호원한테 제지를 당해서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을테니까요."신유리는 지금 마음이 몹시 불편하여 송지음과 더 이상 말을 할 여력도 없었다.그녀는 부은 그 손으로 이연지를 잡고 있었고 통증은 계속 몸에 퍼지고 있었다.그 와중에 이연지는 하필 눈치도 없이 신유리의 팔을 잡힌 채 송지음과 대화를 하려고 했다."그래, 확실히 지음 씨 덕분이네. 그렇지 않았다면 난 정말 들어오지 못했을 거야."송지음의 눈 안에 담긴 혐오감은 더욱 뚜렷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곧 바로 그 눈빛을 거두었고 웃으며 말했다."아주머니, 앞으로 회사에 오시려면 유리 언니를 데리고 함께 오세요. 아무래도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니, 언니를 아는 사람도 많아 아무도 막지 않을 거예요. 유리 언니, 안 그래요?"송지음은 말을 마치고 가만히 있는 신유리에게 물었지만 신유리는 그녀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송지음의 말이 맞긴 했다. 그녀는 화인에서 오랫동안 일했기에 그녀를 아는 사람은 적지 않을뿐더러 많기까지 했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이미 퇴사한 상태이다. 그리고 화인의 규정 중 하나가 바로 관계자 외의 출입을 금지하는 것이다.송지음은 말을 그럴듯하게 했지만, 그저 이연지가 신유리를 데리고 와서 함께 체면을 잃기를 바라는 듯해 보였다
곡연의 전화였다.곡연은 평소에 그녀에게 전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보통 카톡으로 문자한다. 게다가 오늘 아침 그녀가 나갈 때 그들은 그녀가 병원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신유리는 어제 작업실 일을 들었기 때문에 지금 곡연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것을 보자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신유리는 이연지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나서야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곡연의 다소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 언니, 아직도 병원에 계세요?”“아니, 왜?”“부서에서 임시로 회의가 열렸어요. 협력 문제에 관해서요. 저희가 올 때 좀 급해서 자료를 가져오는 걸 잊어버렸어요. 만약 언니가 늦지 않는다면 대신 가져오실 수 있어요?”신유린는 금융 전시회의 일 때문에, 이미 스튜디오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공식적인 근무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외부 인력으로 간주했다.그녀가 대답했다. “주소 보내줘. 이따가 가져다줄게.”“그럼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오후 1시에 회의 시작이에요.”아직 점심 11시이다. 하지만 비가 오기 때문에 도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신유리가 운전하고 별장으로 가서 물건을 가지고, 다시 간대도 12시 30분 정도가 된다.신유리는 이연지가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도 상관하지 않고 그대로 페달을 밟고 가버렸다.어젯밤에 이신과 허경천이 말한 걸 듣고 나서, 그녀는 갑자기 끼어든 스튜디오가 성남의 오래된 예술 스튜디오 중 하나라는 것을 대략 알게 되었다.그래서 그들이 그렇게 많은 그래서 그들이 많은 기업과 협업을 이끌 수 있었던 것이었다.신유리는 이신이 필요로 하는 자료를 챙긴 후, 잠시 생각하다 인터넷에서 몇 가지 데이터를 검색한 후에 함께 인쇄해서 가져갔다.말하면 아마 아무도 안 믿을 테지만, 신유리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편안할 때이다.그리 많은 생각을 할 필요 없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니, 어쨌든 숨을 좀 돌릴 수 있는 느낌이었다.그녀가 서류를 가져갔을 때, 1시까지 몇 분 남았다.곡연은 밖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정원은 평소와 다름이 없는 온화한 얼굴로 매우 도발적인 태도로 말했다.신유리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온한 표정이었지만 눈 속의 혐오는 아주 뚜렷했다.하지만 여정원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못 본 것처럼, 혹은 봤지만 일부러 그녀를 기분을 더럽게 하려고 그러는 듯 웃으며 했다.“혹시 지금 갈 데가 없다면, 내가 받아줄 수도 있어요.”부서의 책임자는 이미 자리를 떴고, 지금 회의실에는 이신 쪽 사람들과 리사와 여정운만 남았다.여정운은 이신을 힐끗 쳐다보고는 여전히 신유리에게 시선을 둔 채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잘 생각해 봐요. 언제든지 대답 기다릴 테니까.”그리고 잠시 멈칫하더니 이어서 말했다.“유리 씨도 알다시피 내가 유리 씨를 쭉 좋아해 왔잖아요.”그는 유독 ‘좋아해’ 세글자를 강조하듯 말했다. 뭔가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신유리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그녀는 코웃음치며 말했다.“보통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은데요.”솔직히 오늘 여기서 여정운을 만나니 신유리는 아주 짜증 났다.여정원은 이전에 그녀의 첫 상사였다. 그때 신유리는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많았다. 여정원은 좋은 선배의 모습으로 그녀를 몇 번 데리고 업무를 보러 다녔다.그때 서준혁도 바빠서, 신유리는 모든 일에 그를 찾을 순 없었다. 그럴 때 여정원이 도움을 주니 자연히 그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서준혁 앞에서 그의 좋은 말도 많이 했었다.그 후 한 번 출장을 갔을 때, 여정원은 한밤중에 그녀의 방에 찾아왔다.신유리는 그때서야 알아차렸다. 여정원이 신입에게 친절하기 대한 것은 모두 가식이라는 걸. 그리고 전에는 눈치채지 못했던 그의 의도없는 듯한 신체 접촉이 너무 역겹게 느껴졌다.하지만 신유리가 그에게 경고한 뒤, 그는 그만하기는커녕 도리어 더 심해졌다.다행히도 그 후 어느 날, 서준혁이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우연히 마주친 뒤에야 여정원은 비로소 멈췄다.다만 그 후, 그는 계속해서 신유리의 꼬투리를 잡았고, 까다로운 고객들만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신유리는 문자를 확인하자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계좌이체 문자였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평소에 화인 그룹에서 월급을 받던 그 카드였다.그리고 바로 곽정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와 옆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돈 받았어? 너 이번 달 월급이야. 그리고 완료되지 않은 몇 개 프로젝트의 보너스랑 경엽 계약의 일부야. 총액 확인해 보고 문제 있으면 나한테 말해. 나 지금 재무부에 있어.”“액수가 왜 이렇게 많아?”신유리가 물었다.몇 개 프로젝트의 보너스가 정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 합쳐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그러자 곽정희는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너 회사에서 해고됐잖아. 회사에서 주는 보상금도 있어.”그들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신유리의 퇴사 절차가 며칠 뒤면 처리될 예정이었는데, 서준혁이 갑자기 신유리를 해고했고, 절차는 계속 진행하라고 말했다.서준혁의 한 말은 “화인 그룹엔 그 어떤 가치 없는 사람도 남아있는 걸 용납할 수 없습니다.”였다.하지만 곽정희와 몇몇 사람들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며칠만 더 기다리면 해결될 일인데 서준혁이 갑자기 그녀를 해고 했다는 건, 그녀가 추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것은 오히려 일부러 신유리에게 돈을 주는 것 같다.하지만 곽정희는 이런 말을 신유리에게 하지 않았다. 서준혁과도 관련이 있으니 말이다.곽정희의 해고라는 말에 신유리는 침묵했다.결국 끝내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상갓집 개처럼, 쫓겨났다.“유리 언니, 무슨 문제 있어? 문제 있으면 말해, 내가 해결해 줄게.” 곽정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유리는 그제야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아무 문제 없어.”“회사에 두고 간 물건이 있으면 말해, 내가 예슬 씨한테 대신 치워달라고 할게.” 그리고 곽정희는 귀띔하듯 말했다.“오늘 서 대표님 찾으러 갔을 때, 송지음이랑 쥴리 언니가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언니가 다시 화인에 들어오기는 어려울 것 같아.”신유리는 서준혁의 동작이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그
음식점에서 나오니 비가 좀 잦아들었다.“손 아직도 아파?”이신이 그녀에게 물었다.“아직 아프면 병원에 가자.”신유리는 손목을 가볍게 움직이며 말했다.“안 아파.”돌아가는 길에 이신은 말이 없었다. 신유리는 조금 전 방정이 그의 외할아버지의 일을 언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건 그의 개인적인 일이라 신유리도 묻기가 어려웠다.하지만 의외인 건 이신은 근처의 병원 앞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신유리의 손목을 보며 말했다.“오른손을 다쳤으니까, 그래도 검사 한 번 받아보는 게 안심될 거야.”그의 친절한 마음을 신유리도 거절하지 않았다.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괜찮았다. 약간 삐었을 뿐이니 주의해서 쉬면 된다고 했다.신유리가 검사를 끝내고 결과를 받으니 이미 저녁 시간이 되었다. 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연지도 거의 합정에 도착할 시간이었다.사실 신유리는 성남 호텔에 가서 하성을 찾고 싶었다. 하지만 이신이 아직 옆에 있으니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녀는 먼저 별장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혼자 나올 생각이었다.어떻게 하성과 소통해야 할지도 생각할 겸 말이다.리사의 전화가 걸려올 때, 이신도 차를 막 세웠다. 신유리는 시간을 보니 마침 퇴근 시간이었다.그녀는 이신에게 말하고 주차장을 나서며 리사의 전화를 받았다.“신유리?”리사는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너 화인그룹 그만뒀다는 얘기 들었어. 왜 그만둔 거야?”신유리의 사직 소식은 조금만 물어보면 바로 다 알 수 있다.신유리는 떠보는 듯한 그녀의 말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직하는 건 아주 정상적인 일 아니야? 그런데 넌 어떻게 여정원이랑 같이 있어?”신유리가 지난번에 리사를 만났을 때는, 그녀는 여전히 오원영 쪽에 있었다.리사는 쓴웃음을 지었다.“왜긴 왜겠어. 여기가 월급이 더 높으니까 그런 거지.”“그래?”신유리는 주차장에서 나가서 방안으로 돌아가지 않고 오히려 바깥에 반쯤 가린 야외 베란다로 돌아갔다.그녀는 빗방울을 보며 물었다.“왜 나한테 전화할
신유리는 멈칫했다. 요즘 그와의 몇 번의 만남이 모두 불쾌했다. 게다가 오전에 그에게 해고당했으니 말이다.그녀는 입술을 오므리며 도망가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왕 선생은 두 사람 사이의 어두운 느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핸드폰이 울리자,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만약 하 선생을 찾고 싶다면 서 대표님한테 부탁해 보세요. 다른 분을 찾고 싶다면 저도 추천해 드릴게요.”“서 대표님, 제가 어떤 뜻을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니라, 이 보호자분이 외할아버지 일 때문에 바빠하시는 모습에 그냥 말하는 거예요. 너무 개의치 마세요.”왕 선생은 말하고 전화를 받으러 밖으로 나갔다.사무실에는 서준혁과 신유리만 남았다.신유리는 시선을 떨궜지만, 자신을 향한 서준혁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사실 별로 할 말이 없다. 아무튼 서준혁은 도와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말을 꺼내서 망신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더군다나 서준혁의 이전의 요구를 떠올리니, 신유리의 마음을 말로는 표현이 안 될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그러나 반걸음도 채 떼기 전에 서준혁의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네 외할아버지 안위도 그리 중요하지 않은가 봐.”“신유리, 네 그 우스운 자존심은 늘 적절하지 않을 때 나타나.”신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애써 등을 꼿꼿이 세우고 서준혁을 똑바로 쳐다보았다.“내 우스운 자존심? 아니면 네가 내 망신 당하는 꼴을 못 본거야? 서준혁 난 지금 너랑 이런 지루한 놀이를 할 시간이 없어.”“지루한 놀이?”서준혁의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보아낼 수가 없었다. 그는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네가 기회를 잡지 못한 거야.”신유리도 그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처음으로 서준혁이 이렇게까지 뻔뻔하다고 느꼈다.그가 말한 기회란, 인형처럼 순순히 그의 말에 순종하고 그가 자신을 모욕하도록 내버려두라는 말인가?신유리는 눈을 감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