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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싫증

송재이는 탐구하는 듯한 설영준의 눈빛을 바로 느꼈다.

잠시 후에야 그가 천천히 질문했다.

“잘 지냈으면 좋겠어 못 지냈으면 좋겠어?”

“뭐? 아니 난 그게 아니라...”

그녀는 묻자마자 바로 후회돼서 이 화제를 대충 얼버무려 끝내려고 했다.

설영준은 왠지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그는 다시 시동을 걸고 핸들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나랑 현아 당연히 잘 지내지. 안 그러면 약혼 준비할 필요도 없잖아...”

송재이의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았다.

설영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는 넌? 나랑 끝내고 지민건 외에 또 다른 남자랑 데이트는 해봤어? 어떤 사람을 원하는 건데? 말해봐 봐.”

설영준의 이 물음에 송재이는 진짜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사실 그녀의 요구도 그리 높은 건 아니다. 상대가 진솔하고 그녀와 경제력이 비슷하다면 앞으로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어 서로 도와주고 모든 일을 함께 상의하며 살아갈 수 있다.

다만 이런 요구들을 입밖에 내뱉지 않았다. 얼마 전 그녀는 아이를 한 명 유산했으니까.

다른 남자와 잔 거랑,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건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지금 송재이가 고려해야 할 것은 나중에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자신의 과거를 말해줄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이다.

그녀가 솔직하게 고백했을 때 과연 이런 과거를 받아들이는 남자가 존재하긴 할까? 한때 딴 남자의 아이를 가졌던 여자를 여자친구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송재이는 문득 짜증이 밀려왔다!

설영준을 만난 이후로 달콤했던 추억과 아픈 추억 모두 그의 의지대로 끌려가는 것 같았다.

이별한 후에도 설영준은 아무렇지 않았으나 그녀는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해지고 나중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도 문제가 돼버렸다.

“지금은 내가 누군가를 고를 처지가 아니야. 상대가 날 싫어하는지부터 봐야 해!”

송재이가 홧김에 말을 내뱉었다.

그녀는 이젠 설영준에게 원망도 있고 증오도 있으며 내가 갖지 못한 이 사람을 누군가에게 양보해야 한다는 아쉬움과 미련도 남아있다!

“왜 널 싫어하는데?”

차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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