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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작가: 괴물고기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5-01-10 10:17:02
민지호는 형사로서 수년간 일해 온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예민했다.

“현수 형, 내가 확인했는데 그날 형수님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

“그리고 계좌도 최근 며칠 동안 변화가 없었어요. 형수님 친구도 별로 없잖아요. 전혀 걱정되지 않으세요?”

강현수는 유보라에게 바른 귤을 먹여주고 나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평소에는 침착한 민지호가 지금은 눈물이 날 듯 급하게 그를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현수 형, 제발 한 번만 들어주세요. 만약 형수님께서 무슨 일이 생기면 형은 평생 후회할 거예요.”

그의 간절한 표정을 보며 강현수는 잠시 망설이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때 유보라가 갑자기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녀는 눈물이 고인 얼굴로 고개를 떨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강현수, 이 일로 나 정말 큰 상처를 받았어. 다른 사람을 보내면 안 돼? 나 혼자 너무 무서워.”

강현수가 말하기도 전에 민지호는 그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끌고 갔다. 그가 입을 열 때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

“유보라 씨, 이제 상처도 다 나았잖아요. 현수 형 그만 좀 붙잡죠.”

“형은 형수님 찾으러 가요. 아무리 급해도 이 정도 시간쯤은 참을 수 있겠죠? 딱 보면 연기 같은데.”

“닥쳐!”

강현수가 소리치며 그의 손을 떼어내고 민지호를 한쪽으로 밀쳤다.

자기 사랑하는 여자가 모욕을 당하자 그는 분노로 몸이 떨릴 정도였다.

“내가 보기엔 네가 더 급한 것 같은데, 서지연이랑 엮여 있던 거 아니야?”

“그리고 경고하는데 보라한테 예의를 차려. 한 번만 더 모욕하면 내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10년을 바친 남편이 나를 이렇게까지 하찮게 여기니 내 가슴은 거의 찢어질 듯 아팠다.

그는 분명 나와 민지호가 가까웠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처를 주는 말을 할 수 있었다.

민지호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억지로 말을 하려 했지만 강현수는 그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

“꺼져! 서지연의 시체라도 찾아내, 아니면 내 앞에서 헛소리하지 마!”

강현수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는 것을 보며, 내 마음은 마치 철저히 버려진 듯했다.

강현수가 나를 얼마나 신경 쓰지 않는지, 그가 내 인생에 있어 그토록 차가운 사람이었다는 게 실감났다.

민지호가 떠난 후 유보라는 강현수의 목에 팔을 감고 억지로 애교를 부렸다.

“현수야, 정말로 무서워. 의도적으로 서지연을 찾지 못하게 막은 게 아니야.”

강현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얼굴에 애정 어린 표정을 지었다.

“알아. 네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걱정 마. 서지연과 친한 애들이 많으니까 꼭 찾을 수 있을 거야. 지금은 네 곁에 있을게. 네가 괜찮아지면 그때 가서 찾을게!”

그들이 사랑스럽게 서로를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씁쓸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강현수는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냥,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틀 후, 내 시신은 트레킹을 하던 사람들이 발견했다.

내 몸은 끔찍하게 훼손되어 있었고, 온몸에 폭행의 흔적이 가득했다. 이런 장면을 자주 보는 베테랑 형사들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내 시신이 하얀 천에 덮여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강현수는 유보라와 함께 진료실에서 약을 바꾸고 있었다.

트레일러가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는 유보라에게 미소 지으며, 한 번도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런 깊은 감정이 내 죽음을 더욱 어처구니없게 만들었다.

병원 직원이 실수로 트레일러를 유보라에게 부딪혔고, 유보라는 아픔에 몸을 움켜잡으며 강현수에게 의지했다.

강현수는 화가 나서 직원에게 짜증을 내려 했지만 그의 시선은 갑자기 내 축 늘어진 팔에 머물렀다.

그는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내 팔목에는 그의 기억 속에서 너무나 잘 아는 튀어나온 상처가 있었다.

그것은 예전에 그가 범죄자의 가족에게 보복을 당했을 때 내가 그를 보호하려고 대신 맞은 상처였다.

그 칼날은 본래 강현수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칼을 손으로 막았었다.

“잠깐만!”

강현수는 본능적으로 외쳤고, 목소리가 떨었다. 그의 눈빛에는 불안함이 엿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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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보라의 의아한 눈빛을 무시하고, 강현수는 천천히 내 시체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하얀 천의 모서리를 잡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손을 들어 시체 위에 덮인 천을 벗겨냈다.내 마음은 거의 목구멍까지 치솟을 정도였고,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강현수!”그가 내 얼굴을 제대로 보기 전에 유보라가 갑자기 크게 비명을 질렀다.강현수는 놀란 듯 뒤돌아보았고, 유보라는 겁에 질린 채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강현수, 그 시체 너무 무서워! 너무 무서워, 우리 빨리 가자.”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와서 내 시체가 무섭다고? 유보라는 그 당시 내 죽음을 바라며 악담을 퍼붓었다.강현수는 그런 유보라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알겠어, 보라야. 무서워하지 마. 안 볼게, 가자.”떠나기 전에 그는 몰래 내 시체를 다시 한 번 돌아봤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원들이 이미 하얀 천을 덮어 놓고, 나는 병원 밖으로 밀려갔다.강현수는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직원은 시어머니에게 연락해 오라고 했다.시어머니는 내 참혹한 모습을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시어머니와 나는 늘 가까운 사이였다. 강현수가 나에게 차가웠던 동안 시어머니는 나를 보살펴주려 애썼다.우리는 약속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함께 바다로 가자고.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시어머니가 깨어난 후, 그녀는 가장 먼저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현수, 너 빨리 와서 지연을 봐... 지연이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엄마, 나 지금 바빠. 무슨 일 있으면 나중에 말해.”시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며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그러나 전화를 끊는 순간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현수는 아마 시어머니가 그를 집으로 부를까 봐 전화를 끊은 후, 바로 핸드폰을 끄고 말았다.민지호는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180이 넘는 남자가 내 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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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녀의 음모   제9화

    강현수는 내 얼굴을 확인한 후 참을 수 없이 후퇴했다.강영우는 그를 붙잡아 옷깃을 잡고 내 시신을 바라보게 했다.“너 이거 확실히 봐, 서지연이 맞는지.”“너도 인간이야. 지연이 이렇게 이렇게 비참하게 죽었는데 눈물 하나 흘리지 않는다 이거지?”강현수는 평소엔 침착했지만 지금은 얼굴을 감싸고 무너져 울음을 터뜨렸다.“걔가 어떻게 죽을 수 있어, 난 분명...”강현수는 말을 끝내지 못했다. 더 이상은 말할 용기가 없었다.강현수가 생각하는 것과, 느낀 것과 달리 사실은 너무나도 잔인했다.나는 죽었고, 그가 나를 죽음을 밀어넣은 것이다.강현수가 내 앞에서 이렇게 슬퍼하는 걸 본 적은 없었다.그는 무릎을 꿇고, 땅에 엎드려 울며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였다.강현수는 계속해서 머리로 땅을 쳤다.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마에 피가 가득했다.강영우는 그의 가슴을 발로 차며 얼굴에 분노가 가득 찼다.“너 무슨 얼굴로 울어? 제발 남자답게 지연 언니를 위해 복수라도 해! 범인을 잡아내라고!”“범인이 누군지 모른다고 말하지 마!”“그래, 내가 깜빡했네. 그때 지연 누나와 나를 취하게 만든 게 네가 아끼는 보라였다는 걸 말하지 않았네. 증거는 가지고 있었어. 그냥 너랑 지연 누나가 평생 함께 살 거라 생각하고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 거야!”강현수는 몸을 일으켜 내 시신 앞에 다가갔다.그는 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아이를 달래는 듯이 말했다.“지연아, 자지 말고 일어나. 우리 같이 집으로 가자.”그의 손이 내 상처를 따라 지나가며, 결국 내 배에 닿았다.그곳엔 한때 작은 심장이 뛰었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었다.그의 눈물은 한 방울, 두 방울 내 몸에 떨어졌다.“지연아, 아프지 않았어?”“그때 무서웠지? 미안해, 내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지연아, 너 너무 억울하지? 걱정 마, 내가 너 대신 복수할게. 조금만 기다려줘.”강현수는 부드럽게 내 몸 위에 흰 천을 덮고는 돌아섰다. 그의 눈빛에 치명적인 분노가 서려 있었다.강영

  • 그녀의 음모   제8화

    강현수는 유보라를 병실로 안고 가서 조심스럽게 잠재운 뒤 살짝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그가 발끝으로 조심스럽게 걷는 모습에 내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나는 그 뒤를 따라가며 그가 차를 몰고 가까운 쇼핑몰로 가는 걸 봤다.강현수는 바로 디저트 가게로 들어가서 입구에서 줄을 서기 시작했다.이 디저트 가게는 유명해서 나는 몇 번이나 그에게 같이 가자고 부탁했다.그때마다 강현수는 나를 싫어하며 거절했고, 내가 케이크 한 조각 먹겠다고 이렇게 오래 줄 서는 게 어리석다고 비난했다.하지만 지금은 자진해서 기꺼이 줄을 서고 있다.그의 차례가 되자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선택을 권했다.강현수는 카운터에 몸을 기울이며 얼굴을 부드럽게 만들어 말을 했다.“걔가 망고와 체리에 알레르기가 있어 먹을 수 없어요.”“초콜릿은 너무 달고 느끼해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오늘은 딸기도 먹었으니 다른 추천할 만한 게 있을까요?”내 마음은 마치 쥐어짜는 것처럼 아팠다.사람이 너무 슬프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웃다 보면 결국 울게 된다.예전에 그는 내 취향을 한 번도 기억하지 못했었다.가끔 갑자기 케이크를 사다 주기도 했지만 항상 내가 먹을 수 없는 걸 샀다.알고 보니 그는 기억력이 나쁜 게 아니라 나에게 신경 쓰지 않았던 거였다.그가 가게를 나설 때 서둘러 주차장으로 향했다.그는 손으로 케이크 박스를 조심스럽게 감싸며 걷고 있었다.차를 세운 후, 강현수는 너무 급해 보였는지 엘리베이터도 기다리지 않고 계단으로 향했다.코너를 돌아서자 강현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손을 풀었고, 케이크 박스는 바닥에 떨어졌다.그가 애지중지 보호했던 케이크는 부서져버렸다.나는 그의 시선을 따라 그가 보는 곳을 봤다.어두운 가로등 아래 유보라의 당황한 얼굴이 어렴풋이 보였다.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예전에 우리를 납치했던 그 범죄자였다.강현수의 목소리는 떨려 있었다.“보라야, 왜 걔랑 같이 있어?”그 범죄자는 얼굴을 돌려 강현수를 보자마자 눈

  • 그녀의 음모   제7화

    “강현수, 너 어떻게 그런 말을 해?”“서지연이 너랑 결혼한 지 몇 년인데, 걔 목소리도 구별 못 해?”강현수는 화를 참으며 땅에서 일어나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털었다.“엄마, 내가 여기서 드러내야만 만족할 거야?”“알았어, 오늘은 네 말대로 할게. 걔가 나한테 울며 빌며 용서를 구해야 할 거야!”강현수는 핸드폰을 집어 들고 내 번호를 눌렀다.잠깐의 신호음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하지만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숨소리만 희미하게 들려왔다.강현수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마이크에 차갑게 말했다.“서지연, 너 이제 그만 좀 해!”“엄마가 년세가 얼마인데 너랑 이런 유치한 연기를 해야겠어?”당연히 아무 대답도 없었고, 몇 번의 웃음소리만 들려왔다.강현수는 이를 악물고, 핸드폰을 부술 듯이 꽉 쥐었다.“서지연, 너 웃을 시간 있어?”“난 30분만 줄게. 빨리 와서 사과해. 아니면 바로 이혼이야!”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꼬리가 올라갔다.이혼? 이번에는 강현수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죽은 사람은 이혼 서류를 쓸 수 없으니까 그저 배우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시어머니는 화가 나서 눈앞이 캄캄해졌고, 민지호의 도움으로 겨우 버티고 있었다.그녀의 손은 떨리며 몇 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사망증명서를 꺼냈다.그녀는 그 얇은 종이를 강현수의 얼굴에 던졌다.“강현수, 네 눈 뜨고 똑똑히 봐. 네 아내가 어떻게 죽었는지!”강현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사망증명서를 받아 들고, 몇 번이나 살펴보았다. 종이가 찢어질 정도로 꽉 쥐었다.그는 의심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이거 위조된 거지? 나를 속이려면 준비를 잘해야 하니까 진짜처럼 만들 수도 있겠네.”민지호는 분노에 찬 채 강현수의 옷깃을 잡고, 그를 영안실로 끌고 갔다.“안 믿겠다고? 가자, 서지연이 얼마나 끔찍하게 죽었는지 보여줄게!”강현수는 드물게 반항하지 않고, 멍하니 끌려갔다.영안실 문 앞에 다다랐을 때 구석에서 잠자코 있던 유보라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냈다.“강현수

  • 그녀의 음모   제6화

    “나는 진작에 말려야 했어. 근데 서지연이 널 사랑해서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 거야!” 강현수는 화가 나서 민지호를 노려보았지만 입꼬리는 비웃는 듯하게 올라갔다.“왜, 너도 서지연이 좋았던 거야?”“서지연을 아껴서 이렇게 내 앞에서 연기한 거야?”“서지연이 좋으면 직접 쫓아가 봐. 그런 여자, 나한테 필요없어. 이제 내가 버릴 거니까 너라도 가지면 좋겠네. 필요하면 말해.”민지호는 눈이 붉어져서 강현수를 붙잡고 어깨에 힘을 줘서 넘겨버렸다.그렇게 해도 화가 풀리지 않아서 몸을 그 위에 타고 올라가 그의 얼굴을 맹렬하게 때렸다.“이 개자식아, 사람이 죽었는데도 모욕하는 거야? 너야말로 죽어야 해!”강현수는 전혀 저항할 수 없어서 머리를 감싸며 피하려고 애썼다.혼란 속에서 유보라는 급하게 뛰어들어 강현수를 보호했다. 민지호의 주먹은 그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유보라의 얼굴에 맞았다.강하게 맞은 그녀의 얼굴은 즉시 부풀어 올랐다.유보라는 강현수의 품에 엎드려 흐느끼며 울었다.“미안해, 전부 내 잘못이야. 내가 현수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에 서지연에게 시간을 못 줬어.”“서지연은 날 미워할 수도 있어도 현수가 그동안 정말 걱정했어. 어떻게 너희랑 함께 현수를 속이려 해?”민지호는 더욱 분노하며, 유보라의 옷깃을 잡고 그녀를 들어올려 얼굴에 한 대 쳤다.“네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그럼 그날 왜 그 강도는 너를 그냥 놔두었지? 혹시 그 사람이랑 한 패였던 거 아니야?”“너는 정말 독한 놈이야. 지연이가 임신 3개월이라는 걸 알고 있어?”민지호는 눈이 빨갛게 물들고, 평소 침착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때 강현수는 최대한 침착하게 대처하려 했다.그는 민지호의 손을 떼고 유보라를 자신 뒤로 숨겼다.“민지호, 너 미쳤냐? 보라한테 손을 대?”“오늘 너는 반드시 보라에게 사과해야 한다. 아니면 우린 더 이상 친구도 아니야!”민지호는 냉소하였다. 그는 강현수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친구? 내가 너 같은 멍청이랑 친

  • 그녀의 음모   제5화

    유보라의 의아한 눈빛을 무시하고, 강현수는 천천히 내 시체 앞으로 다가갔다.그는 하얀 천의 모서리를 잡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손을 들어 시체 위에 덮인 천을 벗겨냈다.내 마음은 거의 목구멍까지 치솟을 정도였고,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강현수!”그가 내 얼굴을 제대로 보기 전에 유보라가 갑자기 크게 비명을 질렀다.강현수는 놀란 듯 뒤돌아보았고, 유보라는 겁에 질린 채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강현수, 그 시체 너무 무서워! 너무 무서워, 우리 빨리 가자.”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잠시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와서 내 시체가 무섭다고? 유보라는 그 당시 내 죽음을 바라며 악담을 퍼붓었다.강현수는 그런 유보라를 부드럽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였다.“알겠어, 보라야. 무서워하지 마. 안 볼게, 가자.”떠나기 전에 그는 몰래 내 시체를 다시 한 번 돌아봤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직원들이 이미 하얀 천을 덮어 놓고, 나는 병원 밖으로 밀려갔다.강현수는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자 직원은 시어머니에게 연락해 오라고 했다.시어머니는 내 참혹한 모습을 보고 거의 기절할 뻔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시어머니와 나는 늘 가까운 사이였다. 강현수가 나에게 차가웠던 동안 시어머니는 나를 보살펴주려 애썼다.우리는 약속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함께 바다로 가자고.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시어머니가 깨어난 후, 그녀는 가장 먼저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강현수, 너 빨리 와서 지연을 봐... 지연이가...”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현수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엄마, 나 지금 바빠. 무슨 일 있으면 나중에 말해.”시어머니는 숨을 헐떡이며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 그러나 전화를 끊는 순간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강현수는 아마 시어머니가 그를 집으로 부를까 봐 전화를 끊은 후, 바로 핸드폰을 끄고 말았다.민지호는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병원에 도착했다.180이 넘는 남자가 내 시체

  • 그녀의 음모   제4화

    민지호는 형사로서 수년간 일해 온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예민했다.“현수 형, 내가 확인했는데 그날 형수님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현금을 가지고 있지 않았어요.”“그리고 계좌도 최근 며칠 동안 변화가 없었어요. 형수님 친구도 별로 없잖아요. 전혀 걱정되지 않으세요?”강현수는 유보라에게 바른 귤을 먹여주고 나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평소에는 침착한 민지호가 지금은 눈물이 날 듯 급하게 그를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현수 형, 제발 한 번만 들어주세요. 만약 형수님께서 무슨 일이 생기면 형은 평생 후회할 거예요.”그의 간절한 표정을 보며 강현수는 잠시 망설이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아직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그때 유보라가 갑자기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그녀는 눈물이 고인 얼굴로 고개를 떨구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강현수, 이 일로 나 정말 큰 상처를 받았어. 다른 사람을 보내면 안 돼? 나 혼자 너무 무서워.”강현수가 말하기도 전에 민지호는 그의 손을 잡고 문 밖으로 끌고 갔다. 그가 입을 열 때는 조금도 양보하지 않았다.“유보라 씨, 이제 상처도 다 나았잖아요. 현수 형 그만 좀 붙잡죠.”“형은 형수님 찾으러 가요. 아무리 급해도 이 정도 시간쯤은 참을 수 있겠죠? 딱 보면 연기 같은데.”“닥쳐!”강현수가 소리치며 그의 손을 떼어내고 민지호를 한쪽으로 밀쳤다.자기 사랑하는 여자가 모욕을 당하자 그는 분노로 몸이 떨릴 정도였다.“내가 보기엔 네가 더 급한 것 같은데, 서지연이랑 엮여 있던 거 아니야?”“그리고 경고하는데 보라한테 예의를 차려. 한 번만 더 모욕하면 내가 널 용서하지 않을 거다.”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10년을 바친 남편이 나를 이렇게까지 하찮게 여기니 내 가슴은 거의 찢어질 듯 아팠다.그는 분명 나와 민지호가 가까웠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처를 주는 말을 할 수 있었다.민지호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억지로 말을 하려 했지만 강현수는 그를 문 밖으로 밀어냈다.“꺼져! 서지

  • 그녀의 음모   제3화

    나는 강현수의 실망한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무리 내가 누군가의 함정에 빠졌다고 해도 강현수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그 후, 강영우는 엄마의 지시로 해외로 떠났다.그날부터 강현수는 나를 볼 때마다 혐오감을 드러냈다.나는 강현수가 나를 더럽다고 생각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변명해도 소용없었다.나는 그저 강현수를 지키고 싶었다.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를 대체품으로 삼더라도, 나는 강현수 곁에 있는 걸로 충분했다.3개월 전, 나는 우연히 임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강현수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그동안 그가 나를 볼 때마다 차가운 표정만 지었고, 말을 거는 것조차 귀찮아 했다.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강현수가 일이 바빠서 기분이 안 좋을 거라고, 적당한 기회를 찾아서 얘기하면 될 거라고.그런데 그날, 병원에서 검진을 마친 후 우연히 유보라와 강현수가 응급실에서 유보라의 손을 치료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알게 되었다. 강현수 첫사랑이 돌아와서 나를 차갑게 대한다는 걸.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현수가 유보라의 손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다정하게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말이다.그 순간, 나는 강현수도 사람을 아끼고 걱정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강현수는 단지 나를 사랑한 적이 없었을 뿐이다.혼자 집에 돌아온 나는 저녁도 먹을 마음이 없었다.강현수가 술에 취해 늦게 돌아왔을 때 그는 나에게 병원에 갔다 왔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외투를 내 앞에 던져놓고 화장실로 갔다.나는 그 외투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손에 쥐고, 처음으로 그 앞에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나는 방 안의 모든 것을 부수며, 그에게 왜 임신 중에 유보라와 애매한 관계를 이어갔냐고 물었다.그는 내 말을 듣고도 한마디 없이 방 안에 흩어진 물건들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서지연, 지금 네가 얼마나 한심한 모습인 줄 알아? 보라랑 비교할 수나 있겠어?”“내가 후회하는 건 너랑 결혼한 그 순간이야. 솔직히 말해서

  • 그녀의 음모   제2화

    강현수의 동료는 내가 실종된 지 두 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그는 유보라를 병원에 데려다 놓고 계속 그녀의 병상 옆을 지켰다. 마음이 불안한 나머지 나를 구하러 동료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잊어버렸다.그가 그 사실을 떠올렸을 때 나는 이미 산속 한구석에 버려져 마지막 숨을 거두고 있었다.유보라를 구한 민지호는 손전등을 들고 산속을 헤매며 나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분노와 절망을 안고 혼자 죽음을 맞이한 뒤였다.내 영혼은 그의 뒤를 따라갔고, 그는 초조하게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수 형, 제가 산 전체를 다 뒤졌는데도 형수님을 찾을 수 없어요. 혹시 이미...”전화 너머 강현수의 냉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뭐가 있겠어? 아마 누군가 풀어줬겠지. 지금쯤 어디 숨으면서 나랑 삐졌을 거야.”민지호는 망설이다가 말했다.“현수 형, 형수님이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 괜찮으면 인력을 낭비할 리 없잖아요.”“형이 직접 와서 같이 찾아봐요.”지금 이 순간 내 행방이 묘연하니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었다.강현수는 분노를 억누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내가 왜 가? 아무 일 없다고 말했잖아. 그 범죄자는 그냥 위협한 거일 뿐이야. 보라에게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잖아?”“그만하고 쉬러 가. 며칠 지나면 걔도 지쳐서 나타날 거야. 아무도 신경 안 쓰니까.”부하 직원이 더 말을 하려 했지만 강현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나는 얼어붙은 채로 서 있었다.십 년을 함께 지난 정을 봐서라도 이렇게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아니다. 강현수는 나를 한 번이라도 더 찾는 것이 귀찮은 듯 보였다.그 순간 나는 내가 이미 죽었다는 것에 대해 한없이 안도했다. 이제 그는 다시는 나를 괴롭힐 수 없으니까.나는 떠나고 싶었지만 나는 부하 직원의 뒤를 따라 강현수 곁에 가게 되었다. 강현수는 유보라의 병상 옆에서 한없이 그녀에게 집중하고 있었다.그가 유보라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지호조차 알아차리지 못할 정

  • 그녀의 음모   제1화

    “서지연, 너 그 사람 따라가.”강현수가 나를 가리키며 눈빛으로 범인 옆으로 가라고 지시했다.“뭐라고?”그가 잘못 지목한 줄 알고, 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강현수의 눈빛은 단호했고, 나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내가 말했잖아, 먼저 보라를 구할 거라고. 네가 보라를 데려오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거 아냐? 보라가 너 대신 고통을 겪게 할 순 없잖아?”두 시간 전 강현수는 메시지로 나를 외곽으로 불렀다. 도착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건 그의 첫사랑이었다.나는 한숨을 쉬며 돌아서려 했지만 누군가 내 입을 막고, 나를 한쪽으로 끌고 갔다.내 두 손이 뒤로 묶인 후에야 내가 납치당한 걸 알았다.그리고 나와 함께 묶여 있던 사람은 유보라였다.나는 강현수가 반드시 제때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우리가 한 달 넘게 싸웠지만 내 뱃속에는 그의 아이가 있으니까 나를 구하러 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나는 너무 순진했다.강현수가 혼자서 급히 달려왔을 때 범인은 이미 유보라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그는 눈이 빨개져서 저 범인에게 유보라를 풀어달라고 간청했다.하지만 범인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나를 강현수에게 밀어붙였다.나는 아프기 시작한 배를 감싸며 강현수한테 병원으로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다.하지만 그는 차가운 얼굴로 유보라를 빼고 나를 대신하겠다고 했다.내 눈에 물기가 고였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무슨 말이야? 오늘은 분명...”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내가 고개를 돌려 보니 칼끝이 유보라의 피부를 스쳤다. 상처는 얕고, 그저 작은 피방울만 맺혔다.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강현수는 급하게 당황하며 유보라를 놓아달라고 간청했다.나는 손을 꽉 쥐고, 겨우 울음을 참았다.심장병이 있는 나는 그가 구해주지 않으면 나와 아이 모두 위험해질 거라는 생각에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나는 자존심을 버리고 무릎을 꿇고 강현수에게 애원했다.“강현수, 제발 나를 버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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