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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54화

작가: 송언희
나태웅은 이런 일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기를 원했다.

나태웅은 더 말하고 싶지 않았다.

진이훈은 그런 나태웅을 말리고 싶었으나 차가운 나태웅의 모습을 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삼켜버렸다.

몸 돌려 사무실을 떠나던 진이훈은 문 앞에 서서 다시 한번 물었다.

“정, 정말 보내실 겁니까?”

“2만 송이!”

“...”

재차 확인하려 했으나 꽃만 두 배로 늘어나게 되었다.

진이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안지영이 왜 갑자기 그렇게 많은 국화를 보내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태웅은 화가 많이 났다.

퇴근 전, 2만 송이의 국화가 안지영의 하늘 그룹에 도착했다.

너무 많아서 프런트와 홀에도 꽃이 가득했다.

안지영은 부승호와 얘기를 나눈 후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

문을 여는 순간 안지영의 앞에는 하얀색 파도가 일렁였다.

안지영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부승호는 눈앞의 모습을 보고 멍해졌다.

“이건...”

“...”

안지영은 화가 난 나머지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안열, 안열!”

안지영은 이를 꽉 깨물고 안열을 불렀다.

안열이 당장 달려왔다.

“대표님.”

“이게 다 무슨 일이에요.”

안지영이 분노에 차서 물었다.

이 재수 없는 것은 분명 하늘 그룹에 들이지 말라고 했는데, 왜 이곳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들여오지 않으면 하늘 그룹 외벽을 둘러쌀 겁니다.”

그렇다면 밖에서 본 기자들이 재미난 기사들을 써 내려갈 것이다.

“...”

안지영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나태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개 같은 놈이...’

말하지 않아도 나태웅이 한 짓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뭐해요! 지금 당장 돌려보내요. 천락 그룹 안에 가져갈 필요 없어요. 밖에 쌓아둬요!”

안열은 하늘 그룹이 웃음거리가 될까 봐 걱정했지만 안지영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지금 당장 천락 그룹을 영안실로 만들어버릴 예상이었다.

안지영은 화가 나서 충동적이었다.

부승호는 이 꽃들을 천락 그룹에 돌려보낸다는 말을 듣고 머리가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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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53화

    안지영은 그딴 것에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다. “몰라요. 당장 보내버려요!”만나서 또 다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런 비열하고 쪼잔한 방법이라도 쓰는 것이다.안지영은 나태웅에게 몇 배로 갚아줄 생각이었다.안열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당장 사람을 시켜 꽃을 돌려보내겠습니다.”사무실의 국화는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졌다.하지만 국화의 향은 여전히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안지영은 그것 때문에 아주 짜증이 났다.한 시간 후, 천락 그룹.나태웅의 사무실과 사무실 밖의 복도까지 국화꽃으로 가득 찼다.흰색과 노란색이 섞여 눈을 사로잡았다.사무실의 사람들은 놀라고 또 의아해했다. 이건 그야말로 사무실이 아니라 장례식장이었다.진이훈은 이 국화꽃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대, 대표님...”뭐라고 말하려고 입을 열다가도 또 뭐를 말해야 할지 몰랐다.게다가 이 모든 것이 안지영이 보내온 것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뭐 하자는 거지? 저주인가?요즘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해서 저주라도 하는 건가?나태웅의 얼굴은 완전히 흙빛이었다.“안지영!”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었다.진이훈은 그 목소리를 듣고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물었다.“안지영 씨한테 돌려보낼까요?”그 말을 꺼낸 후 진이훈은 후회하고 말았다.나태웅의 성격을 알면서도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되었다.나태웅의 성격대로라면 정말 안지영에게 돌려보낼 수도 있다. 그것도 몇 배로 말이다.안지영 때문에 사무실은 장례식장이 되어버렸다. 나태웅이 정말 이성을 잃는다면 국화꽃으로 하늘 그룹을 묻어버릴지도 모른다.아니나 다를까 나태웅은 진이훈의 말을 듣고 바로 대답했다.“당연히 돌려보내야지. 만 송이 더 얹어서 가!”‘누구는 저주할 줄 모르나?’“...”진이훈은 본인의 뺨을 때려버리고 싶었다. 왜 굳이 그 질문을 했을까 후회했다.“그... 안 좋지 않을까요?”“뭐가!”“지금 안진섭 씨가 병원에 있는 시점에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52화

    지금 고은지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그래서 고은영의 도움도 마다하고 홀로서기를 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고은지는 인생이 참으로 버겁게 느껴졌다.그리고 그 시각.안지영도 비슷한 기분이었다.점심에 장선명과 같이 밥을 먹고 돌아와 보니 사무실에 꽃이 가득했다.안지영이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물었다.“이게 다 뭐예요?”“나태웅 대표님이 보낸 겁니다.”안열은 삐져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안지영을 향해 대답했다.웃음을 참느라고 어깨가 주체할 수 없이 흔들렸다.안지영은 테이블에 놓인 꽃을 보면서 머릿속이 하얘졌다.어젯밤 나태웅은 킹덤 타운에 쳐들어와 싸움했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꽃을 선물하다니.게다가 하얀 국화꽃이었다.‘이제는 내가 죽기를 저주하는 건가?’“왜 갖고 들어오게 한 거예요!”안지영이 겨우 화를 참고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왜 나태웅 같은 인간쓰레기와 엮이게 된 건지.전에 동영 그룹에 있을 때, 나태웅은 배준우의 믿을만한 오른팔이었을 것이다.그런데 지금 나태웅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일을 수도 없이 그르쳤을 것만 같았다.안열은 안지영이 화내는 모습을 보고 마른기침을 하고 대답했다.“꽃집에서 직접 배송한 겁니다.”“앞으로 이런 재수 없는 일은 쳐내도록 해요.”“네. 알겠습니다.”안열은 계속해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웃음을 참느라 안면근육이 뻐근할 정도였다.안지영은 그런 안열을 보면서 화가 나서 얘기했다.“웃지 마요! 이게 웃겨요?”안열은 결국 참지 못하고 아예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아마 장미를 선물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장미랑 국화도 구분하지 못할 사람 같아요?”눈이 멀쩡한 사람이라면 장미와 국화 정도는 쉽게 구분해 낼 수 있을 것이다.안열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네요.”나태웅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좋아하는 여자한테 국화를 보내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았다.“...”사실 안지영은 나태웅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51화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찌하겠는가.량천옥은 하마터면 고은지를 죽일 뻔했고 고희주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그러니...“지금 같은 상황에 언니가 뭘 할지 잘 알 거예요.”고은영이 보충해서 얘기했다.량천옥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내가 해야 할 일이지. 모든 대가는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거야.”량천옥은 잘 알고 있었다.고은지가 나태현과 손을 잡고 량천옥을 공격할 것이라는 걸....고은지는 천락 그룹으로 돌아왔다. 감정을 추스른 후 다시 본인의 위치로 돌아가 앉았다.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고은지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이었다. 이지훈은 돌아온 고은지를 보고 물었다.“오셨군요.”“네.”고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나 대표님께서 사무실로 부르셨습니다.”컵을 들었던 고은지는 이지훈의 말을 듣고 손에 힘을 주게 되었다.기운 또한 더욱 차가워졌다.이윽고 정신을 차린 고은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그래요.”“얼른 가요. 한참 기다리셨습니다.”이지훈이 덧붙였다.고은지는 컵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지훈을 쳐다보았다. 이제 가겠다는 눈빛을 보내자 이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은지는 아무것도 아닌 척하고 있지만 이지훈은 고은지 주변의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고은지는 대표 사무실로 와서 노크를 했다.안에서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고은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나태현은 커다란 의자에 앉았다. 날카로운 나태현의 옆태는 아주 차가워 보였다.대표 사무실에서는 차가운 기운과 하얀 담배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고은지는 창가로 가서 창문을 열고 냄새를 뺐다.뒤에 있는 나태현이 물었다.“공항에 간 거야?”“네.”고은지는 담담하게 한 글자로 대답했다.“나랑 오래 일 했으면서 왜 아직도 무의미한 일을 하려고 그래.”고은지는 창문을 닫던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손톱에 살갗을 파고들 정도였다.고은지는 감정을 애써 추스르고 얘기했다.“아이의 일로 저를 협박하지 마셨어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50화

    낯빛이 창백해진 고은지를 보면서, 고은영은 고은지가 얼마나 힘든지 알 것만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그래도...”“은영아, 너랑 희주는 나한테 가장 소중한 사람이야. 희주는 그래도 친아빠한테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너도 꼭 아프지 말아야 해. 알았지?”중요한 사람이라는 말에 고은영은 약간 가슴이 아팠다.량천옥은 두 사람 쪽으로 다가오다가 고은지의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고은영과 고희주는 고은지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고은지가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물론 어떤 사람들은 자기 자식도 사랑하지 않지. 저 사람처럼 말이야.”그렇게 말하면서 고은지는 량천옥을 쳐다보았다.“...”“...”그 순간 호흡마저 무거워졌다.량천옥은 고은지를 쳐다보면서 바르르 떨었다.고은영도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언니...”량천옥은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려고 애썼다.량천옥은 고은지가 본인의 신분을 모르길 바랐다. 고은지가 그 사실을 알았을 때 자신을 어떻게 대할지 두려웠다.그리고 이 순간, 량천옥은 고은지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러면 량천옥은 고은지의 무슨 사람인가.혈연관계가 있는 사람? 엄마나 어머니 같은 이름은 량천옥에게 어울리지 않았다.량천옥 또한 본인이 자격 미달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하지만 가슴이 아픈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언니...”고은영이 굳은 채로 입을 열었다.고은영은 고은지가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을 줄은 몰랐다.“맞지?”고은영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고은지의 차갑고 증오 가득한 눈을 바라보며, 고은영은 ‘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그 대답이 목에 턱 막힌 기분이었다.결국 고개만 끄덕였다.고은지는 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작게 웃었다.그 웃음에는 비웃음과 풍자가 가득했다.“...”량천옥은 고은지를 향해 걸어가려고 했지만 두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그저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못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9화

    량천옥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이제 고은지에게는 온화한 모습은 사라지고 상대방을 압도하는 차가운 기운만이 남아있었다. 온화한 고은지의 모습을 떠올린 고은영은 이 갑작스러운 변화에 마음이 아팠다.“언니.”고은영이 앞으로 다가가 고은지의 손을 꼭 잡았다.“이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야.”그렇게 말하는 고은지에게서는 차가움만이 느껴졌다.그 말투는 마치 날카로운 침처럼 량천옥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너무 아파서 질식할 것만 같았다.량천옥은 겨우 참느라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서 있었다.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먼저 희주부터 찾자.”고희주가 이 공항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고은영의 말에 고은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선을 돌렸다.고은영이 얼른 고은지를 따라갔다.량천옥은 제 자리에 서서 고은영과 고은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지금 이 순간 량천옥은 절망스러움을 느꼈다.결국 모든 것에는 인과응보가 있는 법이다. 본인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량천옥은 돌아선 후 고객센터 쪽을 찾아갔다.그들은 빠른 속도로 고희주가 국내에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결국 그들은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나태현은 일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진작 전용기를 이용해 고희주를 데려갔던 것이다.고은지는 온몸에 맥이 풀려 공항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고은영이 고은지 앞에 쪼그려 앉았다.“언니...”“왜 나한테 일찍 알려주지 않은 거야?”고은지는 고은영을 보면서 겨우 물었다.차가운 시선 아래로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만약 진작 이 사실을 알았더라면 나태현이 아이를 데려가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그때는 많은 일들을 확인해야 했었어, 그리고 나태현 씨도...”지신혜와 약혼했으니 말이다.고은지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너무도 많았다. 처음에는 고은지의 건강 때문에, 후에는 나태현의 약혼 때문에.결국 따지고 보면 고은지에게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8화

    량천옥을 만날 것인지 물으려던 이지훈은 나태현의 태도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지훈이 나가고 사무실에는 나태현만이 남았다. 나태현이 내뿜던 차가운 기운은 어느새 무거운 슬픔으로 바뀌어있었다....고은지는 천락그룹에서 나와 바로 공항으로 향했다.그리고 동시에 고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은영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언니.”“은영아, 마지막으로 나 한 번만 도와줘.”고은영은 마침 량천옥과 같이 있었는데 고은지가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는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언니, 난 언니가 도와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거야. 왜 마지막이라고 그래?”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은 고은영은 마음이 아팠다.고은지가 자꾸만 고은영에게서 멀어지려 하는 것 같아서였다.아무리 홀로서기를 한다고 해도 이렇게 급할 것 없지 않나 생각하던 찰나 고은지가 입을 열었다.“배준우의 사람을 시켜서 공항 이륙을 연착시켜 줘. 가능해?”고은지는 배준우가 강성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것 또한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두 시간이면 돼!”고은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고은지가 덧붙였다.“그래.”“빨리. 급해. 희주가 공항에 있을 수도 있어.”“뭐?”놀란 고은영이 좀 큰 목소리로 물었다.고은영은 저도 모르게 맞은편에 앉은 량천옥을 쳐다보았다. 량천옥은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로 고은지의 말을 들었다.고희주가 공항에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 량천옥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먼저 준우 씨한테 연락해 볼게.”말을 마친 고은영이 전화를 끊었다.‘희주가 공항에 있다고? 나태현 씨가 데려간 거 아니었나? 도대체 뭘 하려고? 해외로 보내는 거지?’거기까지 생각한 고은영은 잠시도 쉴 수 없었다. 얼른 배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여보, 공항 쪽에 연락해서 모든 비행기를 두 시간 정도 연착시켜 줄 수 있어요?”“무슨 일인데?”“나태현 씨가 희주를 해외로 보내버리려고 하는 것 같아요...”누가 봐도 나태현이 복수를 위해 이런다는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7화

    친모라는 두 글자에 고은지는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메스꺼움을 느꼈다.하지만 더욱 메스꺼운 것은 나태현이 고은지에게 한 모든 행동들이었다.고은지는 핸드폰을 나태현에게 주면서 말했다.“희주를 란완 리조트로 돌려보내요. 거래는 아직 유효해요.”고은지는 아이와 량천옥 사이에서 자기 아이를 선택했다. 량천옥이 자기 친모라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결국 량천옥을 떠올리면 남는 것은 증오뿐이었다.나태현은 고개를 들어 고은지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그리고 바로 시선을 내렸다.“너도 알잖아. 선택지가 없다는 걸.”“아이가 없어도 난 당신이랑 계속 거래를 할 거예요.”현재 고은지는 량천옥을 증오할 뿐만이 아니라 나태현도 증오하고 있었다.고은영을 만나고 온 후 고은지는 나태현을 향한 증오심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고은지는 여전히 이성적이고 차가운 사람이었다.그래서 나태현과 담담하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실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말을 마친 나태현은 바로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꺼버렸다. 불꽃이 물에 닿는 그 순간 불꽃이 꺼지면서 치익 소리가 났다. 나태현의 차가운 말투를 들으면서 고은지는 눈을 천천히 감으며 눈에 넘실대는 증오를 감췄다.“희주, 깨어날 수 있는 거죠?”“당연하지.”“내가 무슨 수로 당신을 믿겠어요?”고은지가 차갑게 물었다.“희주는 내 딸이야. 내가 내 딸을 해칠 것 같아?”그녀가 병원에 있을 때부터 나태현은 희주가 자기 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하지만...‘됐어!’고은지는 나태현과 연관된 일에 많은 생각을 덧붙이고 싶지 않았다.그저 나태현의 차가운 말투를 들으면서 나태현을 꺾을 수 없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나태현과 량천옥의 복수에 고은지를 끌어오다니.“그러면 언제 만나게 해줄 거예요?”고은지가 바로 물었다.나태현이 고희주를 란완 리조트에서 데려간 그 순간부터, 고은지는 앞으로 쉽게 고희주를 만날 수 없으리라는 느낌이 들었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246화

    고은지는 아주 빠르게 나태현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지훈은 좋지 않은 고은지의 표정을 보고 얼른 고은지의 앞을 막아 나섰다.“나 대표님은 곧 회의 때문에 바쁘십니다. 이만하시죠.”이지훈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금 고은지의 표정만 보고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이지훈은 고은지가 진정한 후 다시 찾아왔으면 했다.하지만 고은지는 그런 이지훈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처럼 이지훈을 피해 바로 나태현의 사무실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제가 분명...”나태현은 사무실에 앉아 서류를 확인하다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미간을 약간 찌푸리고 시선을 들었다.고은지를 마주한 나태현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생겼다.“뭐 하자는 거지? 아프더니 기본적인 사회생활도 다 까먹은 건가?”나태현이 차갑게 얘기했다.이지훈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분위기에 저도 모르게 가슴을 졸였다.고은지는 나태현의 차가운 말에 동요하지 않고 바로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나태현은 그런 고은지를 보면서 말했다.“지금은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단계일 텐데. 얼른 돌아가지 못해?”“날 이용한 거예요?”고은지가 바로 얘기했다.여기까지 오는 길, 고은지는 엘리베이터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떤지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고은영이 왜 말을 하다가 만 것인지, 나태현이 왜 자기를 찾아온 것인지.그리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도 대충 알 것 같았다.고은지는 총명한 사람이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사건의 자초지종을 다 알 수 있었다. 나태현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서류를 내려놓고는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불을 붙이고 차갑게 물었다.“이제야 안 거야?”“나태현!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네요.”고은지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찾아온 사람이다.나태현은 그런 고은지의 말을 들으면서 고은지가 모든 것을 다 알게 되었구나 짐작하게 되었다.다시 한번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담배 연기를 토해낸 나태현이 물었다.“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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