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7화

Author: 목련청
두 사람의 눈빛과 행동을 보는 서도현은 분노가 극에 달해 몸부림쳤다.

“남설아, 이 더러운 년! 밖에 이미 남자가 있으면서도 끝까지 사모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해? 너같이 천한 년은 그냥 죽어야 돼! 죽어버려야 마땅해!”

강연찬은 반사적으로 남설아의 귀를 막았다. 이런 더러운 말들이 그녀를 더럽히지 않게 하고 싶었다.

“우리 가자.”

“응.”

남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이제 손을 내려도 된다는 뜻이었다.

배씨 가문에 있을 때는 훨씬 더 지독한 말도 들었기에 남설아는 이미 그런 것들에 대해 면역이 생긴 상태였다.

지금 서도현이 내뱉는 욕설은 오히려 아무런 타격도 되지 않았고 그냥 시시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녀의 그런 태도에 강연찬은 더 안쓰럽고 속상해졌다. 그는 남설아의 손을 꼭 잡고 빠른 걸음으로 바깥을 향해 걸어갔다.

“설아야, 네가 배서준한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잖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

강연찬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남설아를 바라봤다.

배씨 가문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심한 인간들밖에 없고 배건 그룹은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지만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물 같은 곳이었다.

남설아처럼 혼자서 모든 걸 감당하려는 사람은 조금만 방심해도 뼈도 못 추릴 만큼 위험했다.

이제야 가까스로 그녀 곁에 돌아온 강연찬으로선 더는 그녀가 상처받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남설아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겉으로 보면 배건 그룹은 화려하기만 해. 하지만 배서준은 지금 재산을 몰래 옮기고 있고 이사회에서도 반발이 심해. 내부는 이미 엉망이야. 원래 가족기업이라는 게 허점이 많잖아. 그래서 배서준도 그룹을 변화시키려고 신기술 쪽에 눈을 돌린 거야.”

“내가 자료를 다 분석해봤는데 배건 그룹이 기술력은 없지만 하드웨어나 기반 설비는 꽤 괜찮더라고. 난 기술이 있고 그 설비들이 내 손에 들어오면? 서로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지.”

“나는 유산에 기대서 이길 생각 없어. 내 힘으로, 내 이름으로 이기고 싶어.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굿바이 쓰레기   제138화

    대표가 샤브샤브 먹으러 나왔다가 직원한테 우연히 들킨 건 원래라면 별일도 아니었을 거다.그런데 문제는 이 직원이 평범한 직원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온몸에 분노가 가득한 그런 직원이었다.서진영의 표정을 본 남설아는 당황스러워서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마치 정말로 바람 피우다 걸린 사람처럼 괜히 움츠러들어 조심스럽게 서진영을 힐끔 보며 작게 말했다.“제가 강 대표님 모시고 샤브샤브 먹자고 한 거예요. 서 선배님도 시간 괜찮으시면... 같이 드시고 가세요.”‘같이 먹자고?’서진영은 본래 거래처 미팅 때문에 이 근처에 온 거였는데 상대가 일방적으로 펑크를 내는 바람에 시간이 남았던 참이었다.‘이 둘은 대체 뭐지? 회사 일 제쳐두고 유부녀랑 밥 먹으러 온 거냐? 그게 지금 대표가 할 일이야?’서진영은 팔짱을 끼고는 정색한 얼굴로 말했다.“강 대표님, 우리 지금 막 창립한 회사고 연훈 그룹이랑 계약도 이제 막 성사됐잖아요. 업계 전부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부녀랑 이런 식으로 엮이는 건 기업 이미지에 타격이 클 수 있어요. 나중에 연훈 쪽에도 설명하기 곤란해질 겁니다.”“그만해, 서진영.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강연찬은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다.“우린 그냥 정상적으로 밥 먹고 있는 거야. 아무 사이도 아니고 아무 문제도 없어. 지금 그게 무슨 말투야? 당장 사과해. 설아한테 사과해!”“사과 못 해요.”서진영은 단호하게 말했다.“전 도저히 납득이 안 되거든요. 근무 시간에 남녀가 구시가지에서 단둘이 샤브샤브 먹는 게, 어떻게 정상적인 교류입니까.”그는 남설아를 바라보며 분명한 경계심과 불쾌함을 드러냈다.지금 강연찬이 이끄는 주원 그룹은 배건 그룹과 정면으로 경쟁 중이다.‘이 여자 정체가 뭘까. 대체 무슨 의도로 다가온 걸까?’“서진영!”“그만해. 싸우지 마.”강연찬이 분노를 터뜨리기 직전, 남설아가 먼저 일어나 두 사람을 향해 웃었다.“맞는 말씀 하셨어. 우리 거리를 두는 게 좋겠네.

  • 굿바이 쓰레기   제139화

    강연찬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남설아는 이미 멀리 가버려 따라잡을 수 없었고 지금은 눈앞의 문제부터 정리해야 했다.“그때 유학 간 건 전적으로 내 결정이었어. 말도 없이 훌쩍 떠난 건 나였고 우리 사이는 서로 마음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어떤 약속도 한 적 없잖아. 설아가 날 기다려야 할 이유도, 나만 바라봐야 할 의무도 없었어.”“내가 아팠든 속상했든 그건 내 감정일 뿐이지 설아 책임은 아니잖아.”서진영은 연애에 눈이 먼 사람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었다.잠든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는 말처럼, 연애에 빠진 사람은 그 누구도 못 말린다.결국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형 사생활은 나랑 상관없어요. 내가 설아 씨 싫어하는 것도 내 일이고요. 하지만 한 가지는 부탁하고 싶어요. 회사만큼은 진지하게 진짜로 책임감 있게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형도 알잖아요.”하지만 강연찬은 물러서지 않았다.“그건 그거고 난 네가 사과하길 바란다.”서진영은 한동안 그를 바라보더니 결국 작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알겠어요. 다음에 만나면 사과할게요.”하지만 그 ‘다음’이 올 일은 아마 없을 것이었다.점심시간이 끝나고 남설아는 정확한 시간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일을 시작했다.이 팀에서 자신은 별 존재감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꼭 이런 사람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었다. 남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람 말이다.서유라가 능청스럽게 조그만 초콜릿 케이크 한 조각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싱글벙글 웃었다.“아침에 서준이가 나한테 사줬는데 혼자 다 못 먹겠더라고. 설아 씨도 단 거 좋아한다길래, 하나 줄까?”“난 단 거 안 먹어.”남설아는 케이크를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잘라냈다.그러고는 살짝 눈썹을 올려 서유라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나한테 신경 쓰지 말고 그 시간에 서준 씨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게 더 나을걸? 내가 제안한 조건 빨리 수락하게 만들어야, 유라 씨

  • 굿바이 쓰레기   제140화

    서유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오늘 자신이 준비한 한 수가 이렇게까지 아무 효과도 없을 줄은.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유라를 보며 남설아는 헛웃음이 나왔다. 사실 함께 지내다 보면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금세 파악된다.서유라의 수법이 대단한 게 아니라 배서준의 사랑이 대단했던 거다.사랑하기에 그 연극에 기꺼이 눈감아준 것이었다.하지만 오늘은 무대 선택을 잘못했다.이곳은 회사였다. 일하는 자리에서 사적인 감정이나 뒷말은 아무리 크다 해도 ‘밥줄’만큼은 못하다.다들 외면하는 가운데 서유라는 더할 나위 없이 민망해졌고 이를 악물고 억지로 자신이 퇴장할 명분을 만들어냈다.“설아 씨가 지금 바쁘다면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제가 모두를 위해 커피를 좀 샀는데 금방 도착할 거예요. 다들 고생 많으십니다.”체면 있게 퇴장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저 한바탕 소란을 일으킨 어설픈 광대였다는 걸.‘요즘 세상이 참 많이 변했네. 내연녀가 저렇게 당당하게 사무실 돌아다니는 시대라니... 도덕도 다 무너진 느낌이야.’직원들은 속으로 이렇게들 생각하고 있었다.회의실.“여러분은 이 소프트웨어 어떻게 보십니까?”배서준은 대형 화면에 떠 있는 수치들을 가리키며 특채로 데려온 기술진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는 검은 뿔테 안경에 전형적인 공대생 복장이었고 안경을 끌어 올리며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조금 미숙하긴 한데 구조가 안정적입니다. 보기 드문 괜찮은 재목이에요. 실전에서 몇 번만 다듬으면 확실히 더 큰 성장이 있을 겁니다. 인상 깊네요. 다만 이 코드 구성 방식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요.”“혹시 이거 예전에 대학생 기술 경진대회에서 1등한 그 작품 아니에요? 여자 졸업생 작품으로 기억하는데...”다른 한 사람이 곧장 떠올리듯 말했다.“맞네, 기억났어요. 그때 그 학생 이름이... 남설아! 맞아, 남설아였어요!”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회의실은 금세 웃음과 고개 끄덕임으로 가득 찼다.“그

  • 굿바이 쓰레기   제141화

    천기준은 지금 어떤 말도 다 부질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무 말 없이 남설아의 개인정보가 담긴 서류를 배서준 앞에 내밀었다.“대표님,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사무적인 어조였다. 그런 천기준의 태도에 배서준은 괜히 마음이 상했다. 그는 자료를 들여다보자 본능적으로 거부감부터 들었다.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어떻게 저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속을 알 수 없는 여자가 능력까지 있다는 거지?’“그 정도로 유능하면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까지 해서 날 꼭 잡으려고 했던 거야!”“할아버지한테까지 그렇게 열심히 공들여서 결국 그 많은 걸 다 받아냈잖아!”배서준은 서류 위로 주먹을 세게 내려치며 계속해서 혼잣말처럼 불평을 쏟아냈다.요즘 들어 그가 받은 충격은 말 그대로 연달아 터지고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식의 좌절을 겪어본 적 없는 그였기에 버티기가 힘들 정도였다.그런 배서준의 모습을 보며 천기준은 지금은 조용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걸 직감했다.그래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곤 조용히 방을 나섰다.이제 넓은 사무실에는 배서준 혼자만 남았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가운데 그는 책상 위에 놓인 서류를 한참 바라보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고 그것을 들었다.서류 안의 한 글자, 한 글자가 마치 보이지 않는 손바닥이 되어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것 같았다.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던 ‘대가 없이 얻으려는 여자’는 대학 시절부터 이미 눈에 띄는 존재였던 것이다.자료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배서준은 남설아와 자신 사이에 뭔가 커다란 오해가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그는 곧장 천기준을 다시 불러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하라고 지시했다.대체 어떻게 해서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왜 그렇게 정신없이 하룻밤을 보내고, 아이까지 생기게 된 건지 알고 싶었다.천기준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이 와중에 과거 일은 왜 또 들쑤시는 건데?’“대표님, 서유라 씨가 계속 울고 계십니다. 혹시 가서 보시는

  • 굿바이 쓰레기   제142화

    남설아는 문 앞에 서 있었다. 손엔 결재를 받아야 할 서류가 들려 있었고 서로에게 온 신경을 쏟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마음속으로는 우스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아무 말도 덧붙이지 않은 채 그녀는 손에 든 서류를 살짝 흔들었다.“대표님, 사인하시죠.”지극히 공적인 말투와 차가운 태도는 결국 배서준의 분노를 폭발하게 만들었다.“남설아, 이 못된 것아! 유라 피 흘리는 거 안 보여?”배서준은 이를 악물며 남설아를 노려봤다.“너만 아니었으면 유라 우울증 다시 도질 일도 없었어! 일부러 괴롭히고 밀어붙인 거잖아! 결국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설아는 배서준 품에 파묻혀 덜덜 떨고 있는 서유라를 보며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자신은 단 한 번도 배서준에게서 저런 눈빛을 받은 적이 없었다.다정함도, 걱정도, 오직 돌아온 건 늘 차가운 비난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보같이 수년을 사랑했던 자신이 한심할 따름이었다.예전 같았으면 배서준의 이런 비난에 말없이 참았겠지만 지금의 남설아는 손찌검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참은 셈이었다.그녀는 팔짱을 낀 채 위아래로 서유라를 훑어봤다. 손목에 상처가 조금 있긴 했지만 연기는 너무 서툴렀다.“서준 씨, 얼른 애인 안고 병원이나 가요. 이러다가 상처 아물겠어요.”“사내 규정집 다 읽어봤어요.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사람은 배건 그룹에 근무할 수 없어요. 대표란 사람이 앞장서서 규정 위반이라니 이건 좀 심한 거 아니에요?”남설아는 비웃듯 코웃음을 치며 차가운 눈빛을 던졌다.“죽고 싶으면 조용히 멀리 가서 죽어. 괜히 여기서 죽어 건물에 흉한 기운 돌게 하지 말고. 피해 주지 말자고, 응?”그렇게 말한 뒤 남설아는 두 사람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하이힐을 또각이며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서준아, 놓아줘. 그냥 죽게 해줘...”“설아 씨는 진짜 나를 싫어해.”서유라는 두 손으로 배서준의 셔츠를 꼭 붙잡고 있었다.맞춤 제작된 고급 셔츠는 그녀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 피가 물든 그 모습은 기괴할 정도로 아

  • 굿바이 쓰레기   제143화

    병원.응급처치 끝에 서유라는 가까스로 생명을 건졌다. 주치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환자 상태가 이전보다 더 나빠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자살 시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배서준은 짧게 대답한 뒤, 안타까운 마음으로 서유라의 손을 꼭 잡았다.최근 남설아가 계속 일을 벌인 탓에 자신이 그녀를 너무 등한시했다는 걸 그는 인정하고 있었다. 분명 자신의 잘못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유라가 천천히 눈을 떴고 말 한마디 꺼내기도 전에 눈물이 뚝 떨어졌다.“서준아, 미안해.”그녀가 먼저 사과하는 모습을 본 배서준은 더욱 미안해졌다.하여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살며시 감싸 쥐며 부드럽게 말했다.“바보야, 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 미안해할 일도 아니야.”“아니야. 전부 내 잘못이야. 설아 씨가 날 싫어하는 것도 당연해. 내가 설아 씨의 것을 빼앗았으니까.”서유라의 눈물은 더욱 거세졌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흐느꼈다.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배서준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널 좋아하고, 널 사랑한 건 나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울지 마. 내가 사과하게 할게, 알겠지?”배서준은 옆에 놓인 티슈를 집어 들고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눈빛에는 한없이 다정함이 담겨 있었다.그러나 그렇게 다정한 태도 속에서도 서유라는 느낄 수 있었다.이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서유라는 그의 손을 꼭 잡은 채 나직하게 물었다.“서준아, 너 앞으로도 영원히 이렇게 날 아껴줄 수 있어?”“그래. 난 언제까지나 너한테 잘해줄 거야. 영원히.”배서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입맞춤하며 약속했다.그 말에 서유라는 조금 안심한 듯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서준아, 나한테 도현이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야. 제발, 제발 나 좀 도와줘. 내 동생 좀 살려줘. 응?”“그래.”이미 결심은 서 있었다. 어

  • 굿바이 쓰레기   제144화

    그때까지는 몰랐다. 배나은의 죽음이 배서준과 관련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면 배건 그룹의 모든 것도 그녀에겐 아무 의미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단 한 푼도 양보할 수 없었다.“헛된 망상하지 마.”배서준은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그대로 남설아의 어깨를 밀쳐 소파에 내동댕이쳤다.그 뒤를 잇는 건, 그녀 얼굴을 향해 내던져진 한 장의 서류였다.“서명해. 네가 그렇게 원하는 프로젝트 팀장 자리야.”날카로운 종이 끝이 남설아의 뺨을 살짝 그었다. 깊진 않았지만 피가 맺혔다.남설아는 ‘쓰읍’ 소리를 내며 잠시 숨을 삼켰고 이내 서류를 꼼꼼하게 읽어 내려갔다. 내용에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펜을 꺼내 이름을 꾹 눌러 썼다.그러고는 서랍을 열어 미리 준비해 두었던 용서 각서를 꺼내 배서준에게 내밀었다.“현금과 물건, 서로 주고받았으니 끝났어요.”말은 짧았지만 모든 의미가 담긴 거래였다.배서준은 그 종이를 받아들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볼 때 이것은 너무 철저히 계산된 태도였다.“넌 진짜 내가 이렇게까지 해줄 거라고 확신한 거야?”“그만 좀 그런 찌질하고 역겨운 얼굴로 말해요. 내가 당신 위해서 그랬다는 표정 짓지 말라고요. 연기하려면 당신 팬들 앞에서나 해요. 난 서준 씨한테 박수 쳐줄 생각 없으니까. 나갈 때, 문 잘 잠그고 나가요.”남설아는 이렇게 말하며 용서 각서를 배서준 얼굴에 던졌다.마치 방금 그가 했던 것처럼 얼굴을 향해 힘껏.그녀는 배서준을 지나쳐 단호한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갔다.“남설아! 너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두고 보자고! 네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배서준은 바닥에 떨어진 용서 각서를 주워들고 그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계속 이렇게 분풀이만 할 거면 서준 씨는 그냥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일 뿐이에요.”남설아는 돌아서서 싸늘하게 받아쳤다.배서준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이 당돌하고 차가운 여자가, 예전의 그 말 잘 듣던 여자가 맞다는 사실이.‘정말 여자는 아이를 잃고 나면 다

  • 굿바이 쓰레기   제145화

    배서준은 남설아에게 밀려 연달아 뒷걸음질 쳤지만 그의 눈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저 광기 어린 남설아를 무표정하게 지켜볼 뿐이었다.문밖으로 밀려난 뒤, 배서준은 냉소를 머금은 채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너 진짜 미쳤구나.”한때는 매일같이 이런 배서준의 비웃음과 조롱, 정신적인 폭력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나날이 있었다.남설아는 그 모든 것을 참아냈고 저항 한 번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그 시절의 어리석은 여자가 아니었다.남설아는 바닥에 벗어놓은 하이힐을 움켜쥐고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배서준의 얼굴을 향해 힘껏 던졌다.이제는 말로 감정을 설명하고 싶지도 않았다.이렇게 물리적인 방식으로 내던지는 게 오히려 속에 쌓인 분노와 울분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방법이었다.배서준은 그제야 얼굴을 찌푸리며 더는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했고 흉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자리를 떠났다.가던 길에도 악에 받친 듯 소리쳤다.“남설아, 너 진짜 미친년이야! 지금 그냥 히스테리 부리는 거라고!”“꺼져, 이 개자식아!”남설아는 있는 힘껏 하이힐을 그의 등에 던졌다. 그러고는 쾅 소리 나게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그녀는 문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듯 미끄러져 내려갔다.이내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자 그녀는 두 손으로 뺨을 감싼 채 조용히 울음을 터뜨렸다.소리 내지 않아도 그 분노와 억울함은 온몸으로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장숙자는 가슴이 미어져 급히 남설아가 좋아하는 초콜릿 케이크를 들고 와 그녀를 부축했다.“설아 씨,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남설아는 이 집에 따로 나와 살게 된 뒤부터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거부했다.모두가 자신을 ‘설아 씨’라고 부르길 바랐다.남설아는 눈물을 대충 훔치더니 갑자기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아주머니, 저 속상하지 않아요. 나 봤죠? 방금 그 얼굴에 하이힐 제대로 한 방 먹였잖아요. 지금 속이 다 시원해요.”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소파에 앉아 케이크를 한

Latest chapter

  • 굿바이 쓰레기   제236화

    “서유라 씨가 저보고 개래요. 대표님은 말리지도 않고 오히려 저를 때리려고 했어요.”천기준은 말할수록 억울함이 북받쳤다.명문대 출신에 수년간 배서준을 따라 일해 왔건만 돌아오는 건 모욕뿐이라니, 그것도 제대로 된 사과나 공정한 대우조차 받을 수 없다니.‘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일하는 사람도 사람인데, 감정도 있고, 자존심도 있는데!’“뭐요?”남설아는 그 말을 듣고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설마 이런 이유였단 말이야? 진짜로 이 일 때문이었어?’배서준은 지금 서유라한테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였다.이젠 이성이 마비됐는지 자기 옆에서 가장 오래 함께한 사람을 모욕하는 걸 그냥 두고 보질 않나?진짜 머리에 뭐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아니, 분명 어딘가 고장이 난 게 틀림없었다.“걱정 마요. 이번 일은 내가 기억해둘게요. 언젠가 꼭 되갚아줄 겁니다.”“지금 당장 회사 최근 5년간의 핵심 자료가 필요해요. 구할 수 있어요?”이미 서로 손을 잡기로 한 이상 남설아는 더는 멋쩍게 굴 필요가 없었다.이젠 파트너이니 필요한 건 당연히 요구할 수 있었다.천기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구할 수 있어요. 시간이 조금 필요하긴 한데 내일 밤까지 드릴게요.”이렇게 말하고 일어선 천기준은 망설이다가 남설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저 이제부터 설아 씨 편이에요. 그 말은 곧 배 대표님을 배신하겠단 뜻이죠. 모두가 배신자를 어떻게 보는지 저도 잘 알아요. 그리고 설아 씨도 목적 달성하면 절 옆에 두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전 돈이 필요해요. 멀리 떠나서 새 인생 시작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이요.”사실 남설아는 이런 식으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이 더 좋았다.뒤에서 어정쩡하게 기회만 노리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나았다.결국 남설아가 웃으며 말했다.“200억. 일 끝나면 200억 줄게요. 멀리 떠나서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거예요.”“감사합니다, 남 대표님!”천기준은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솔직히 처음엔 남설아 성격상 많아야 몇억을

  • 굿바이 쓰레기   제235화

    바보도 아닌데 서유라가 천기준의 말에 담긴 냉소와 비아냥을 못 알아챌 리 없었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천 비서님은 그냥 서준이 옆에 붙어 다니는 개일 뿐이잖아요! 근데 감히 나한테 이빨을 드러내요? 일하기 싫어진 모양이죠?”그러자 천기준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무표정하게 대꾸했다.“죄송합니다, 서유라 씨. 저는 배 대표님의 개가 아니라 비서거든요. 개가 좋으시면 대표님께 새로 한 마리 사달라고 하시죠.”서유라는 천기준이 이렇게까지 대들 줄은 꿈에도 몰랐는지라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뺨을 올려쳤다.하지만 천기준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손목을 단번에 붙잡고 차갑게 말했다.“서유라 씨, 선은 지키시죠.”그 순간 병실에 들어선 배서준이 이 장면을 보자마자 성큼 다가와 천기준을 가로막았다.그러고는 불쾌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대표님, 서유라 씨가 제 뺨을 때리려 했습니다.”천기준은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했고 곧 그녀의 손목을 놓으며 덧붙였다.“전 단지 제 몸을 방어했을 뿐입니다. 공격할 생각은 없었습니다.”서유라는 억울함과 분노에 눈이 뒤집힌 채로 배서준에게 안기며 울음을 터뜨렸다.“서준아, 난 진짜 때리려던 게 아니었어... 하지만 저 사람이 계속 날 모욕했어. 내가 도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왜 모두가 나한테 이래?”천기준은 이런 ‘울고 떼쓰고 매달리는’ 전형적인 서유라의 방식에 익숙했기에 담담하게 받아치듯 말했다.“병원 CCTV는 음성까지 녹음됩니다. 정말 억울하시다면 언제든지 확인하시면 됩니다.”이 말에 서유라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저 배서준 품에 안긴 채 흐느끼는 것 외엔 더 할 말이 없었다.배서준도 바보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깊이 들여다보고 싶지 않았다.한 명은 자신이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여자, 한 명은 오랜 시간 곁을 지켜온 비서.두 사람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배서준은 천기준의 이마를 살짝 손가락으로

  • 굿바이 쓰레기   제234화

    “비켜!”배서준은 고함을 내질렀고 눈빛은 이미 싸늘하게 돌아서 있었다.하지만 간병인 안경희는 배서준이 누군지도 몰랐기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말했다.“이봐요, 전 제 환자를 지켜야 할 의무가 있어요. 나가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습니다.”“아주머니, 괜찮아요. 나가 계세요. 이 사람 제 남편이에요.”‘남편’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때 남설아의 말투에선 명백한 비웃음이 묻어났다.그 말을 들은 안경희는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남설아를 돌보며 봐왔던 남자는 언제나 강연찬이었고 이 무서운 얼굴의 남자가 남편이었다는 건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이렇게 험악하게 구는 남편이라니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설아에게 물었다.“정말 경찰 안 불러도 괜찮아요?”“괜찮아요, 나가 계세요.”남설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안경희의 손등을 살며시 눌렀다. 진정시키려는 듯한 동작이었다.안경희는 코웃음을 치고 배서준을 노려보았다.“나 문 앞에 서 있을 거니까 손끝 하나라도 대 봐요, 바로 신고할 테니까! 멀쩡하게 생겨선 아내 때리는 놈이라니, 에잇!”그러고는 어깨로 배서준을 밀치며 씩씩하게 병실 밖으로 나갔다.안경희에게 호되게 당한 배서준의 얼굴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그런 모습을 보며 남설아는 참지 못하고 속으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배서준 같은 사람한테 저런 대접은 평생 처음일 게 분명했다.“서준 씨, 지금 당신 꼴 좀 봐요. 진짜 미친 사람 같아요.”남설아는 몸을 조금 옆으로 틀어 가능한 한 그와 거리를 뒀다.“도대체 뭐 하려는 거예요?”“딱 하나만 묻겠어. 송우민이랑 아는 사이야?”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남설아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표정 하나하나를 다 읽어내려는 듯 의심과 긴장이 얽혀 있는 눈빛이었다.결혼 후 이렇게까지 그녀를 바라본 건 처음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선 안에서 다른 감정이 느껴졌다.남설아는 그 눈빛을 마주하며 역겨움을 느껴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모르는

  • 굿바이 쓰레기   제233화

    “설아가 서도현이 한 짓이라고 했지. 너랑은 무슨 상관이야? 네 동생은 원래 하는 일 없이 빈둥대던 애였잖아. 엇나간 짓 좀 했다고 이상할 것도 없지.”배서준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상황을 정리하고 있었다.하지만 그 옆에 있던 서유라는 그 말만으로도 분명히 알 수 있었다.이젠 자신이 배서준 마음속에서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걸.예전이라면 자신과 관련된 일에 이성이니 판단이니 그런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언제나 감정대로 움직였던 사람인데 지금은 이렇게까지 차분하다고? 이제는 날 신경도 안 쓰는구나.’“서준아, 설마... 날 사랑하지 않게 된 거야?”서유라는 억울함에 목소리가 떨렸고 눈물이 뚝 떨어졌다.“나도 내가 요즘 어떤지 알아. 진짜 미안해. 그런데도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너무 사랑해서 그래. 너 없이는 안 돼. 진짜 난 너 없으면 안 돼.”말을 하면서 그녀는 조수석에 몸을 웅크렸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그런 서유라의 모습에 한순간 마음이 약해진 배서준은 말투도 한결 누그러졌다.“너한테 화내려는 건 아니었어. 그리고 너 떠날 생각도 없어. 걱정하지 마.”“정말... 정말 믿어도 돼? 정말 날 떠나지 않을 거야?”서유라는 눈가가 촉촉히 젖은 채 애처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 눈을 마주한 순간, 배서준은 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려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지, 바보야. 내가 어떻게 널 떠나.”어릴 때부터 줄곧 함께해온 사이였고 수십 년 동안 마음속에 그녀를 품어온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끊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둘은 말없이 차를 타고 해변가 별장까지 도착했다.현관문이 열리자마자 서유라는 비명을 지르더니 바로 배서준에게 달려가 와락 안겼다.배서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천장에 매달린 서도현을 바라봤다. 피범벅이 된 몸을 본 순간, 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당장 내려!”그의 명령에 별장 안의 도우미가 덜덜 떨며 서도현을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사람이 바닥에 닿는 순간, 서유라는 비로소 그게 자기

  • 굿바이 쓰레기   제232화

    고통이 클수록 남설아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배서준은 병실을 나서자마자 서유라의 팔을 거칠게 붙잡더니 그대로 그녀를 끌고 자신의 차까지 갔다. 그러고는 인상을 찌푸린 채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서도현한테 전화해.”“서준아?”서유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서준을 바라봤다.“너 정말 설아 씨 말 믿는 거야? 진짜 도현이가 그랬다고 생각해?”“전화하라고.”배서준은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다시 한번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번엔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명령이었다.서유라는 감히 반항할 수 없었다. 억울함에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지만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서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시각, 서도현은 손이 묶인 채 허공에 매달려 모진 매질을 당하고 있었다.“아아아아악!!”비명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간 돼지 멱따는 소리처럼 이어졌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울려 퍼진 핸드폰 벨소리는 그에게 마치 천상의 소리처럼 들렸다.“형님! 형님! 저 돈 있어요! 전화 좀 받게 해주세요, 제발요!”서도현은 연신 울먹이며 애원했다. 이제는 정말 더는 못 견디겠다는 표정이었다.전기태는 매질하느라 저린 손을 털며 짜증스럽게 말했다.“남자라는 놈이 여자나 패고 다니더니 이제 와선 우리한테 사정이나 하고 있어? 퉤! 네 그 몇 푼 더러운 돈 누가 신경이나 쓴대?”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힘껏 채찍을 내리쳤다.이제 진짜로 더 못 견딜 것 같았던 서도현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형님, 진짜 돈 있어요! 제발요! 제 몸에 260억짜리 수표 있어요! 다 드릴게요, 살려만 주세요. 제발요!”그 말에 전기태는 순간 멍해졌다.‘이런 놈이 260억짜리 수표를 들고 있었다고?’전기태는 곧장 그의 몸을 샅샅이 뒤졌고 정말로 그 수표를 꺼냈다. 한참을 확인한 뒤, 그는 곧바로 자기 부하에게 넘겼다.“야, 내가 널 완전 우습게 봤구나. 너 좀 있네?”“보아하니 그 여자한테서 꽤 많이도 뜯어냈구먼. 진짜 찌질함의 끝판왕이네.

  • 굿바이 쓰레기   제231화

    “남설아, 나 정말 너랑 싸우기 싫어. 도대체 어떻게 하고 싶은 건데? 그냥 솔직히 말해.”배서준은 피곤한 듯 미간을 주물렀다. 지금 회사는 전환의 중요한 시점에 있었고 하필이면 집안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앞뒤가 다 막혀 있는 상황에 그는 정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그런 배서준의 지친 모습을 바라보다가 남설아는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숙인 채 담담하게 말했다.“서준 씨, 나 당신이랑 이혼하고 싶어요. 공평하게, 내가 받아야 할 건 전부 다 받는 조건으로요.”“뭐라고?”배서준은 수많은 가능성을 생각해봤다. 심지어 다시 아이를 가지는 것도 준비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그렇게 바라던 게 결국 돈 챙겨서 떠나는 거였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다.그 순간 지금껏 참고 있던 인내심과 온화함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배서준은 성큼성큼 다가가 남설아의 목을 움켜잡았다.“이렇게까지 이혼을 서두르는 이유가 내 재산 나눠 가져서 결국 강씨 가문 그놈 도와주려는 거였어? 나쁜년... 대체 두 사람 언제부터 붙어먹은 거야!”분노로 가득 찬 남자의 얼굴이 코앞에 다가오자 남설아는 비웃음을 터뜨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결혼을 우습게 여긴 쪽은 당신이잖아요. 그런데도 이제 와서 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고요?”“남설아, 내 인내심 시험하지 마.”배서준의 손이 점점 더 힘을 주기 시작했다.숨이 막히기 시작하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남설아는 몸부림치다 상처가 당겨지는 고통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그 눈물이 배서준의 손등 위로 뚝뚝 떨어졌다. 분명 차가운 물방울인데 배서준은 마치 데인 듯한 느낌이 들어 손을 홱 빼버렸다.그는 천천히 몸을 세우고 눈물에 엉망이 된 여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복잡했다.오랜 세월 부부로 지내면서 온갖 모습을 봤다.교활하고 눈치 빠르고 요령 있게 사람을 다루는 모습들을 말이다.그가 제일 싫어하던 모습들이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이렇게 무너진 모습은 처음이었다.왜인지 모르게 남설아의 눈물이 똑 떨어질 때마다 마음 한구

  • 굿바이 쓰레기   제230화

    남설아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고 그 모습이 어찌나 억울하고 안쓰러운지 배서준의 마음이 한순간 흔들렸다.서유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이제 대놓고 유혹하는 작전까지 쓰네?’배서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지는 걸 보자 서유라의 머릿속엔 경고등이 켜졌다.“서준아, 도현이는 절대 그런 짓 안 했어. 남 팀장이 거짓말하는 거야. 이건 명백한 명예훼손이라고!”“맞아, 맞아, 다 내 잘못이야. 유라 씨 말이 다 맞지.”남설아는 병아리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동의했다.그 말투, 그 표정에 또다시 화가 치밀어오른 서유라는 씩씩대며 성큼 다가와 이를 악물고 말했다.“설아 씨가 서준이 때문에 예전부터 나 싫어한 거 알아. 근데 날 싫어하면 날 미워하면 되지, 왜 하필 우리 동생이야? 걔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잘못한 거 하나도 없다고! 설아 씨가 그렇게 대할 이유 없어!”“내가 걔한테 뭘 했다고 그래? 내가 때렸어? 욕이라도 했어?”남설아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그리고 갈비뼈 쪽을 손으로 짚으며 배서준을 바라봤다.“당신은 당신 와이프한테 다른 여자가 소리 지르고 삿대질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어? 세상에 이런 남편이 또 있을까?”그가 ‘남편’이라는 신분으로 자기를 구속하려는 거라면 자신도 그대로 받아치면 되는 일이었다.‘남편’이라는 자리를 원한다면 거기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감당해야 하는 게 아닐까?“유라야, 진정해. 나 혼자 얘기 좀 할게. 잠깐 나가 있어.”배서준은 서유라의 팔을 살짝 잡아끌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서유라는 여전히 미련이 가득한 얼굴이었지만 결국 이를 갈며 남설아를 날카롭게 노려보고는 병실을 나섰다.서유라가 나가고 나자 병실엔 남설아와 배서준, 단둘만 남았다. 공기는 잠시 얼어붙은 듯 무거웠다.“치료비는 회사 보험으로 처리하면 돼.”배서준이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겨우 내뱉은 말이었다.비록 법적으로는 부부고 아이도 있지만 이 둘은 서로를 잘 모른다. 대화도, 감정도, 공통의 언어도 거의 없었다.그 말을 들은 남설

  • 굿바이 쓰레기   제229화

    배서준은 콧방귀를 뀌며 자기 정체부터 내세웠다. 아무리 봐도 이 상황에서 화낼 자격은 자신 쪽이 더 있다는 태도였다.그런 그의 모습에 강연찬은 더 말해봤자 시간 낭비라는 걸 직감했고 입꼬리만 살짝 비웃듯 올리며 말했다.“자기 위치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니 다행이네요. 그러니까 더 이상 자리만 차지하고 일도 안 하는 짓은 하지 마세요.”“강연찬 씨. 남의 가정 사이에 끼어들어 놓고 그렇게 떳떳합니까? 우리 집안 어른들이 알면 그쪽은 끝이에요.”배서준은 비웃듯 말하며 경고를 날렸다.“배건 그룹 대표란 인간이 고작 하는 짓이 어른한테 일러바치는 거라고요? 진짜 웃기네요. 유치하게.”강연찬은 한마디 남기고 남설아를 한 번 바라보더니 그대로 병실을 나갔다.남설아는 조용히 앉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여러 번 호흡을 가다듬고 나서야 몸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을 들자마자 마주친 건 배서준의 날선 눈빛이었다.“내가 몇 번을 말했어? 넌 내 아내야. 배씨 가문 사모님이라고! 남자들이랑 밖에서 얽히지 말라고 했잖아! 창피하게 굴지 마!”“너랑 강연찬, 두 사람 도대체 무슨 사이야?”배서준은 이를 꽉 물고 남설아를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덮쳐 물어뜯을 기세였다.“맞아, 남 팀장. 이건 너무한 거 아니야? 아침부터 사람 기죽이는 것도 정도가 있지. 설마 남편인 서준이를 이 정도로 무시할 줄은 몰랐네.”서유라까지 거들고 나섰는데 말끝엔 마치 남설아가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사람이라도 되는 양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통증도 심한 데다 두 사람의 짜증 나는 공세까지 들으니 남설아의 얼굴빛이 더 창백해졌다.그녀는 갈비뼈 부근을 감싸 쥐고 차분하지만 날이 선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봤다.“어젯밤에 왜 안 왔어요? 나 한참 기다렸다고요. 거기서 진짜 죽을 뻔했고요. 그건 알고 있어요?”“난...”배서준은 본능적으로 변명을 꺼내려 했지만 곧 그녀의 말뜻을 눈치채고는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소리야?”“당신이 준 주소로 가서 문을 열었더니 거기엔 서

  • 굿바이 쓰레기   제228화

    송우민은 강연찬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하자 본능적으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지금까지는 늘 신사적인 인상만 남아 있었는데 이런 야성적인 기운은 처음 느껴졌다.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은 송우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강연찬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 난 남의 아내한테 관심 없어.”배건 그룹 며느리가 아니었으면 처음부터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사람이다.강연찬은 복잡한 눈빛으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선배 왔구나. 밥은?”병실에서 남설아는 침대에 누운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눈만 감으면 온몸이 욱신거리고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유일한 위안은 강연찬의 도시락이었다.그녀의 먹을 것만 밝히는 모습에 강연찬은 부드럽게 웃으며 도시락을 테이블에 놓았다.“넌 참, 오직 먹을 생각뿐이지? 다 네가 좋아하는 거로 해왔어. 옥수수 수프도 끓였고.”“선배는 진짜 너무 좋아! 나 선배 사랑해!”“나중에 돈 많이 벌면 선배 내가 책임질게. 아무 일도 하지 말고 매일 밥만 해줘. 그럼 돼.”남설아는 신난 얼굴로 젓가락을 집어 들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그런 천진한 모습에 잠시 말을 망설이던 강연찬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송우민, 그 사람 너 보러 온 거야? 두 사람... 친한 거야?”“친하진 않아. 전에 나 납치했던 사람이야. 나중엔 살기 위해 서로 손잡은 거고.”남설아는 담담하게 말하고 나서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근데 왜 다들 그 사람 얘기만 나오면 그렇게 꺼리더라? 그냥 애 같기만 하구만. 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주변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를 모두 두려워하는 게 느껴졌다.그 말에 강연찬은 조급해졌다.“너 제발 그 사람 얼굴만 보고 착한 척하는 거에 속지 마. 겉보기엔 순둥이처럼 생겼지만 속은 냉혈한이야. 완전 미친놈이라고!”“미친놈이든 바보든 날 도와주면 내 친구야.”남설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진지한 눈빛으로 강연찬을 바라봤다.“그 사람은 내 목숨 구해준 은인이야. 그 사람 없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