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시, 손씨 그룹 본사.모든 직원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염구준이 봉황국으로 향하던 그 시기, 오샤나지 그룹에서 손씨 그룹의 해외 진출을 전적으로 지원할 거란 공식적인 발표가 있었다. 동시에 그룹 해외지사 총책임자로서 그룹 원로인 임명성이 임명되었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고, 이제 행동으로 옮길 시기였다!손씨 그룹의 첫 시작은 의료 미용이었지만, 지금은 매우 빠르게 발전하여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 광물도 포함되어 있었다.서북 광구에서 대량의 그라펜이 발굴되었다. 손가을은 이 사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 덕에 각종 첨단 기술들이 투입되었고, 그라펜 사업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었다.“염 부장님, 손 대표님.”회사 최고층에 있는 그룹 대표실, 임명성은 두툼한 보고서를 든 채 공손히 염구준과 손가을에게 인사를 건넸다.“해외 지사 쪽과 얘기해보니, 오샤나지 그룹에서 무상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다네요. 하지만….”그는 걱정이 많았다.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익을 추구해야 마땅한데, 오샤나지 그룹에선 대가 없는 지원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호의를 베푸는 것일까?“오샤나지 그룹에서 딴 마음먹을까 봐, 걱정되시나요? 안심하세요. 그들은 감히 그러지 못할 거예요.”염구준이 확신에 찬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임명성을 향해 말했다.“앞으로 해외 사업은 전적으로 이사님께서 맡게 되실 텐데, 혹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얘기 좀 해볼까요?”임명성은 자세를 발로한 다음,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화련상조회!”이 조직이라면 염구준도 들어본 바가 있었다.처음 화련상조회가 만들어졌을 때는 지금의 규모가 아니었다. 화련상조회가 처음 설립된 목적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민들을 지키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규모가 커지고, 점차 첫 목적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제 용하국에서 해외를 진출하려면 화련상조회의 역할
그날 오후, 블랙호크국, 엘 가문 정원.엘 가문의 장녀 앨리스는 직접 작은 연회를 열어 블랙호크국의 기업 대표들을 초청했다. 연회에 초청받은 인원이 총 백명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은 아주 넉넉했다.그들 중 앨리스가 가장 주목하는 인물은 화련상조회의 원로 회원중 하나인 진씨 가문이었다!“앨리스 씨가 용하국으로 넘어간 뒤로, 참 오랜만에 만나네요.”이때, 베르사체 맞춤 정장을 입은 한 젊은 남자가 칵테일을 들고 앨리스에게 다가왔다.“이번엔 언제 또 떠나실 계획이신가요? 듣기로는 오샤나지 그룹이 용하국에서 전면 철수했다고 하던데, 앞으로 용하국에 갈 일은 없으신 건가요?”앨리스는 레드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그때 김씨 가문과 합작하여 기업을 운영하다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를 건드린 탓에, 엘 가문은 블랙호크국 국주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용하국에서 철수해야만 했다.비록 지금은 그 상대와 화해했지만, 국주의 명령은 여전히 해제되지 않은 상태였다. 앨리스는 자세한 내막을 알지 못했지만, 분명 그것 또한 염구준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라 추측했다.염구준은 정말 수수께끼 같은 남자였다!“먼저 물어보셨으니, 저도 솔직하게 말할게요.”하지만 앨리스는 이러한 사정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술잔을 든 채, 사람들을 둘러보며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오늘 여러분들을 초청한 것은 부탁드릴 것이 있기 때문이에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하나 둘 앨리스의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천하의 엘 가문의 장녀 앨리스가 부탁할 일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심지어 그녀는 화련상조회의 원로 회원 중 한 명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도무지 아쉬울 것이 없어 보이는 앨리스가 부탁이라니, 모두들 의아했다.“앨리스 씨, 말씀만 하세요.”“맞아요. 저희는 무엇이든 들어드릴 준비가 되어 있어요.”“그런 거라면 편하게 연락 주시지, 이렇게 거창하게 연회 열 필요까지 없었는데….”너도나도 열정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모두들 이 상황이 매우
진서호가 들고 있던 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앨리스 씨, 아무리 당신이라도 이건 좀 선을 넘는 부탁이 아닌가요? 뛰어난 기업이 어디 한둘이에요? 자질만 본다면, 너도나도 다 화련상조회에 들어왔겠죠. 하지만 우리가 봐야 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잖아요.”진서호가 반대하다니, 앨리스는 눈살을 찌푸린 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바라보았다.“너무 성급한 결정인 것 같네요. 제 말 아직 안 끝났어요. 제 친구는 기업인으로서 자질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머리면 머리, 인품이면 인품, 외모까지 어느 하나 빠진 곳이 없는 용하국 최고 미녀예요. 진서호 씨, 다시 고려하실 생각 없으세요?”‘용하국 최고의 미녀?’ 그 말을 들은 진서호의 눈빛이 갑자기 밝아졌다. 하지만 이내 앨리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눈엔 앨리스야말로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미녀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엘 가문의 장녀였다. 앨리스와 결혼하는 순간 엘 가문이라는 든든한 아군까지 생기는데, 진서호의 눈에 다른 여자가 들어올 리 없었다. 두 가문이 합친다면 세계 재벌 10위도 꿈이 아니었다!“진서호 씨께서는 모르고 계시군요.”그의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지켜보던 앨리스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제 친구의 장점은 그 뿐만 아니에요. 많은 남자들이 그녀에게 구애를 했지만, 이어질 수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그녀의 배경 때문이에요. 제 친구는 엘 가문보다 더 뛰어난 출신을 가지고 있어요. 정말 흥미 없으신가요?”그 말에 비로서 진서호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토록 대단한 배경을 가진 여자라니, 심지어 엘 가문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진서호는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미 수년간 앨리스를 향해 마음을 표현해 왔었지만, 매번 돌아온 것은 거절이었다. 어쩌면 그녀보다는 그 친구를 공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지도 몰랐다. 만약 성공한다면… 진서호는 달콤한 상상에 빠졌다.“그래요, 그럼!”잠시 저울질하던 진서호가 높이 잔을 들
세 사람이 점점 다가오는 모습을 본 안내데스크 직원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긴 아무나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누가 봐도 그들을 무시하는 태도였다. 순간 울컥한 임명성이 따지려던 순간, 옆에 있던 염구준이 말리며 나섰다. 겨우 안내데스크 직원과 감정 소모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임 이사님.”염구준이 임명성을 부르며 눈짓했다. 그의 의도를 알아차린 임명성은 감정을 다스리며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안내데스크 직원에게 내밀었다.“용하국 손씨 그룹 소속, 해외사업 대표 이사 임명성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필요 없어요. 돌아가세요.”옆에 있던 다른 안내데스크 직원이 귀찮은 듯 손을 휘저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긴 아무나 받아주지 않아요. 뭘 제대로 알고서 덤비세요. 이런 서류 가져와봤자 추천서 없이는 아무 쓸모 없어요. 괜한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가세요.”추천서라니, 임명성은 당황해 말문이 막혔다. 앨리스가 손가을에게 전화할 때 그도 옆에 있었지만, 추천서 얘기가 나온 것 같지 않았다.“죄송하지만, 저희가 좀 특수한 경우라서요.”임명성이 자료를 다시 품에 넣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여기 오기 전에 이미 앨리스 씨와….”하지만 직원은 전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꺼지라면 꺼져!”이때, 어디선가 냉담한 남자의 목소리가 임명성의 말을 끊었다.“여긴 화련상조회야. 잡상인이 설칠 데가 아니라고! 경호원 어디 있어? 당장 안 쫓아내고 뭐해!”그러자 로비 입구에 서있던 우람한 경호원 열댓 명이 몰려와 임명성과 염구준 그리고 손가을을 에워쌌다.“오해예요. 오해!”예상치 못한 상황에 임명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나 곧 중년 남자 가슴에 걸려 있는 사원명을 보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오 주임이시죠? 반갑습니다! 저는 용하국 손씨 그룹 해외 사업을 맡고 있는 임명성이라고 합니다. 화련상조회에 가입하기 위해 일부러 용하국에서 여기까지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여기 이분들은….”잠시 말을 멈춘 임명
“솔직히 말해, 이미 용하국에서 우리 화련상조회에 가입할만한 기업은 이미 다 가입했어. 아직 가입하지 못한 새 기업이라고 해봤자 신주 그룹 정도밖에 없는데, 어디서 들어보지도 못한 손씨 그룹이야? 신주 그룹 아니면 썩 꺼져! 경호원, 안 내보내고 뭐해?”그 말에 경호원들이 허리춤에서 곤봉까지 뽑아 들며 그들을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반항한다면 무력이라도 쓸 기세였다.“신주 그룹이라고 했나?”이때, 돌아가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염구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신주 그룹이라면 우리랑 꽤 인연이 있지. 세 달 전에 우리 그룹에서 임수합병을 진행한 기업이니까. 이 정도면 우리도 화련상조회에 가입할 자격이 되려나?”그 말을 들은 오정형은 충격에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신주 그룹은 신흥 기업들 중에 꽤 유명한 쪽에 속했다. 실제로 자산도 10조를 넘어, 추천인만 있다면 충분히 화련상조회에 가입할 여건이 됐다. 그래서 오정형도 나름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들어보지도 못한 손씨 그룹에 인수가 되었다니? 정말 황당무계했다.“오 주임, 꽤 소식이 늦나 보네?”염구준이 오정형을 바라보며 무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신주 그룹은 이제 존재하지 않아. 현재 용하국 의료 미용 업계의 탑은 손씨 그룹이야.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화련상조회의 명성이 아깝군.”염구준이 바닥에 흩뿌려진 자료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못 믿겠으면 이 자료들을 다시 주워서 살펴보던가, 아니면 인터넷에 검색해 봐.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니까!”그 말에 오정형은 자기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바닥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서류들은 산산조각나 다시 줍는다고 해도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서둘려 핸드폰을 꺼내 손씨 그룹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모든 것이 염구준이 했던 말대로였다. 신주 그룹은 진작에 손씨 그룹에 인수되어 사라졌으며, 눈앞에 있는 여자가 바로 그 손씨 그룹 대표였다.“손씨 그룹 총 자산은 400조로 추산되며…
말을 마친 염구준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정형을 뒤로한 채, 손가을을 데리고 성큼성큼 출구 쪽으로 향했다. “염 부장님, 잠시만요. 잠시만요!”오정형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급하게 염구준과 손가을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얼굴에 비굴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제가 눈이 멀어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다시 얘기 나눠 보시죠. 제가 안된다고 확정한 건 아니었잖아요. 오해가 있었던 거니, 일단 안에 들어가서 다시 대화 나누시죠.”오정형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손씨 그룹과 관계를 잘 이어온다면 분명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익과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게 뻔했다. 오정형은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시 이들의 마음을 돌리고 화련상조회에 가입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존심을 버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 때였다. “이제 와서 아쉽나?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어.”염구준은 뻔히 보이는 수작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그에겐 더 이상 갖춰야 할 예의따위 없었다.“비켜!”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염구준은 내공을 운용해 오정형을 옆으로 밀쳤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손가을과 임명성을 데리고 화련장조회 본부를 떠났다. “손 대표님, 염 부장님!”오정형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떠나가는 벤츠를 붙잡으려 몇 번이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분노에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이 빌어먹을 놈!오정형은 화련상조회의 책임자로 임명된 뒤로 남에게 아첨을 받으면 받았지, 이런 무시는 처음이었다. ‘감히 나를 거절해?’오정형은 반드시 이 굴욕을 갚아 주리라 마음먹었다!“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화련상조회 전체가 힘을 합친다면, 상대나 될 것 같아? 손씨 그룹, 두고 봐!”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정형은 염구준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지치지 않고 고래고래 욕설을 퍼 부었다.“무례한 놈들, 어디 한번 날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봐!”
손가을이 염구준의 팔을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엔 봉황국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호텔에 묵을 수는 없어. 해외발전팀 직원들이 올 때까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춰야 해.”그런 다음, 운전하고 있는 임명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이사님, 우리 시간도 넉넉한데 저번에 연락했던 그 사무실 좀 가볼까요?”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회사 대표가 손가을이긴 했지만, 염구준이 실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이사님, 앞으로 무엇이든 망설이지 마시고 가을의 뜻을 따라주세요. 가을의 의견이 곧 제 의견이에요.”임명성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럼 출발하시죠!”약 40분 후, 봉황국 상업 거리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 앞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섰다. 바로 해외 발전팀이 사무실로 사용할 그 건물이었다. 임대료 3년에 12억 원, 임명주는 이미 전화로 건물주와 협상을 마친 상태였다. 누구는 3년이 다소 짧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기간이었다.“황 사장님!”임명성이 마침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건물주, 황종우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넸다.“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마침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아, 참! 이 분들은 저희 본사 대표님과 부장님이십니다!”본사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황종우는 눈을 번뜩였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본 황종우가 다급히 담배를 끄며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난감한 듯 말을 꺼냈다.“아이고, 그런데 어쩌죠? 사실 전에 임대해 드리기로 했던 사무실,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임명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종이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뿐, 이미 모든 협의를 끝낸 뒤였다. 사인만 하면 끝날 일에 갑자기 이런 봉변이라니, 그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제가 좀 계산을 잘못해서 임대 금액을 잘못
그러나 황종우는 전혀 자신의 생각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손가락을 비비며 왜 이러냐는 듯, 더 뻔뻔하게 굴었다. “다 아시면서, 사업하는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서로 상부상조하면 살아야지, 혼자서 좋은 거 다 해먹으려 들면 쓰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면 이정도는 좀 부드럽게 넘어가요. 20억나, 12억이나, 여러분처럼 큰 사업하는 사람한테는 별 차이 없잖아요. 선심 써서 좀만 더 얹어줘요.”큰 차이 나지 않다니, 임명성은 기가 막혔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애먼 돈이 나가는 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20억이면 몰라도, 갑작스레 8억이나 껑충 뛰어올랐는데, 이대로 넘어가줄 수는 없었다. “됐어요.”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염구준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옆에서 지켜본 봐, 황종우는 한번 돈 냄새를 맡은 이상 쉽사리 물러설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이 계약 없던 것으로 합시다!”그 말에 임명성은 물론 황종우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일 팀원들이 내려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건물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 알아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종우가 이 건물을 다른 데로 넘긴다면, 앞으로 올 직원들은 길바닥에서 일을 시작해야 할 지도 몰랐다.그런데 오히려 계약을 파기하려 들다니, 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구준 씨?”마찬가지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손가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12억이든 20억이든, 현재 손씨 그룹의 자산으로 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돈이었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구는 것보단, 건물을 얻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염구준이 이렇게 나오다니, 손가을은 혼란스러웠다.“아닌 건 아닌 거야.”염구준은 단호히 말하며 황종우가 보이지 않을 각도에서 손가을을 향해 눈짓했다. 그 표정을 본 손가을은 뭔가 깨달은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사님, 구준 씨 말대로 해요. 갑시다!”염구준과 손가을이 앞장서
“제일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이 개방의 대방주입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이고, 도가 매우 빠릅니다.”이면인은 대방주가 등장하자 황급히 염구준에게 알고 있는 전부의 정보를 제공해주었다.지금 그들은 같은 배에 탄 상황이었기에, 조금이라도 잘못된다면 양쪽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네.”염구준은 대방주를 힐끗 쳐다보고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전신 위의 실력 따위로는 그의 눈에 들지 못했다. 손 한 번 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내 동생을 다치게 한 게 바로 너냐?”대방주가 오만하게 물었다.염구준의 힘이 깊이 숨겨져 있던 터라 한참 동안 관찰했어도 그는 상대방이 강한지, 약한지 보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위협적인 기운도 감지되지 않았기에 그는 상대방이 단지 전신 정도에 불과하다고 단정 지었다.“그렇다면 어쩔래? 네 동생이 먼저 덤벼든 거야.”염구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하,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네 스스로 두 팔을 자르면 목숨만은 살려주마.”대방주는 날 선 눈빛으로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지금 현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권위를 입증하고, 본보기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네가 개방의 모든 산업을 넘기고 이 귀울진에서 사라진다면, 나도 너를 살려줄 수 있어.”염구준은 같은 말투로 대답했지만 농담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이미 진씨 가문을 개방 대신 3대 세력 중 하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만약 개방이 순순히 물러난다면 굳이 손에 피를 묻힐 필요도 없었다.염구준의 말에 이면인은 안절부절 못했다.그가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진씨 가문의 복수는 물거품이 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차마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하하하!”“죽어라!”대방주는 고개를 젖히고 크게 웃다가 표정을 굳히더니 도를 들고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전신 위의 기운을 전부 내뿜으면서 말이다.이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할 뿐만 아니라 개방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화려하게
너무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기에 이면인은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이렇게 큰 일을 하는데는 어느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네,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리자는 건가요? 전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염구준은 이미 확실하게 말했다. 별 일도 아니고, 빨리 해결해야 진씨 가문의 가보에 대한 정보를 얻어 빨리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질질 끌고 싶지 않았다. 이면인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당신이 동급 무수자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개방의 대방주는 전신 위 경지의 실력자입니다.”“갈 겁니까, 말 겁니까?”이미 문 앞까지 도착한 염구준은 짧게 물었다. “가겠습니다. 바로 사람들을 모으겠습니다.”이에 이면인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이런 기회가 흔치 않을 뿐더러, 진씨 가문은 이미 개방에게 심하게 몰려 있는 상태라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한 번 붙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면인은 진씨 가문의 사람들을 이끌고 개방의 본거지인 ‘개소굴’ 로 향했다.이들의 움직임은 귀울진의 여러 세력들의 주목을 받았고, 길거리에 있던 이들도 수군거리며 그들을 쳐다보았다.“저거 이면인 아니야? 평소에는 그렇게도 비굴하던 놈이 지금 뭐하는 거야?”“뭔지는 몰라도 지금 저 기세를 보아선 무슨 큰일을 꾸미려는 게 틀림없어.”진씨 가문은 자신들의 실력을 철저히 숨겨왔기에, 3대 세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그들의 진정한 힘을 전혀 알지 못했다.행진하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의 뒤에는 구경을 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개방한테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형님, 제 팔을 끊어버린 놈을 반드시 처단해 주세요.”부상 치료를 받던 이방주가 힘겹게 말했다.과다출혈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했는데,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고, 말하는 목소리는 매우 허약했다.강력한 전신의 경지라 하더라도
이면인은 공손히 고개를 숙인 후, 사람들에게 주변을 정리하게 하고 염구준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는 두 잔의 차를 내오며 거록 존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거록 존주의 본명은 진통신이라고 합니다. 저보다 몇 살 어리죠.”“진통신은 그 배에서 꽤나 뛰어난 몇 사람 중 하나로 손꼽혔습니다. 특히 망기술에 대한 이해와 수련은 그를 능가할 자가 없었죠.”“하지만, 그는 진씨 가문의 가보에 탐욕을 품고 비열한 수단을 사용했습니다. 결국엔 발각되어 가문에서 추방되었지만요.”“몇 년 후, 그는 다른 은세집안들과 힘을 합쳐 진씨 가문을 공격했고, 그로 인해 저희 가문은 큰 손실을 입고 사분오열되고 말았습니다.”...이면인은 거록 존주의 생애를 거의 다 이야기할 정도로 상세하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이 얻은 유용한 정보는 단 하나 뿐이었다. 거록 존주가 진씨 가문의 배신자이고, 가문의 가보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그 외의 이야기는 대부분 쓸모없는 것이었다.“진씨 가문의 가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거록 존주가 그것을 손에 넣었나요?”염구준이 담담하게 물었다.당연히 그 가보가 탐나서 이렇게 물어본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것을 미끼로 사용해 거록 존주를 유인하려는 목적일 뿐이었다.“가지지 못했습니다.”이면인은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의 정보는 말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말을 하다가 만 그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뭘 원하시는 겁니까? 돈을 더 주면 되나요?”염구준은 한 가문의 수령이 정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해야 할 정도로 몰락한 그들의 모습을 보며 그 가보라는 것이 현재 그들의 상황을 바꿀 수 없거나 애초에 그들의 손에 없을 거라고 짐작했다. “거래를 하나 합시다. 당신이 저희를 위해 한 가지 일을 해 주신다면, 가문의 가보가 있는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이때, 이면인이 제안을 했다.늘 괴롭힘을 당하는 그들에게 돈은 크게 의미가 없었다. 가져도 어차피 빼앗길 것이 뻔했기에 그는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 “말해보세요. 하지만 너
곧이어 그가 팔을 살짝 떨며 힘을 모으자 거대한 기운이 주먹 끝에서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으윽!”이에 이방주는 버티지 못하고 신음소리를 내며 몇 걸음 물러났다. 저릿한 팔을 보면서 그는 상대방이 전신의 경지에 불과하지만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만 그가 한가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건 염구준이 같은 경지의 적수를 만났을 때 한 번도 진적이 없다는 것이다.염구준이 반보천인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건 눈앞의 적을 상대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내가 대충 날린 한 방도 못 막는 걸 보면 넌 겨우 그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네.”염구준은 조소 섞인 말투로 말했다.그가 만약 칠권합일까지 사용했다면, 이방주는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졌을 것이다.“오만하게 굴지마라.”염구준의 비웃음에 화가 치밀어 오른 이방주는 허리춤에서 연검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사실 그는 방금 전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비장의 카드를 남겨두고 있었다.“검을 쓰려고?”이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은 흥미롭다는 듯이 감탄하며 더욱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그의 앞에서 검을 휘든다는 건 마치 관우 앞에서 대도를 휘두르는 격이었다.쉭!그의 연검은 매우 유연했다. 이방주는 검을 몇 번 흔들고는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염구준의 눈에 비친 상대방의 검술은 초보자가 선보이는 것처럼 서투르기 짝이 없는, 아니 심지어는 검술에 대한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가관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오른손으로 검결을 만들며 검의를 불러일으켜 검기를 먼들었다. 검 없이 기운만으로 만들어진 검기라 크게 힘을 내진 못했지만, 이방주를 상대하기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했다.푹!검기는 곧 이방주의 검과 팔을 관통했고, 구멍이 뚫린 팔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더 볼 것도 없이 이건 이방주의 패배였다.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고 각자의 진영으로 물러났다.승패가 이미 결정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지속할 필요가 없어서였다.“말도 안 돼! 어떻게 전신의 경지가 이렇게까지 강
상황을 정리한 염구준은 계속 지켜봤다.개방의 이방주가 이면인을 보더니 사악하게 웃었다.“가주가 왔으니 우리 시비를 따져보자고. 오늘 아침에 그쪽 사람이 우리 애들을 때렸어. 그래서 치료비라도 챙기려고 왔는데 이게 과분한 처사 아니지?”수백 명이 되는 개방 무리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온 것이다.“누가 누굴 때렸어?”이면인이 나지막하게 물었다.“몰라. 때렸으니 치료비를 줘.”이방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억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돈을 뜯어내겠다는 뜻이다.이런 일은 너무 익숙하니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다.퍽!이면인은 말을 하지 않고 손에 들었던 가방을 던져주면서 물러났다.“이 돈이면 충분해?”“부족해. 여기 땅을 줘.”이방주는 쳐다보지 않고 낡은 별장 구역을 가리켰다.가방에 고작 몇 백만원밖에 들어있지 않지만 땅은 가치가 어마어마했다.“그건 안 된다. 여기는 우리 집이란 말이다.”이면인은 궁지에 몰리자 더는 양보하지 않았다.뒤에 있던 가족들이 분노로 가득차서 씩씩거렸다.용하에서 쫓겨나 이곳까지 왔는데 땅을 내준다면 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그렇다면 상의할 필요도 없겠네.”이방주가 손을 흔들자 부하들이 우르르 쓸어서 진씨 가문을 공격했다.이 부지를 무조건 손에 넣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죽기 살기로 싸우자!”이면인도 악을 쓰면서 기운을 발사했다.전신 경지였다.“진씨 가문이 정말 몰락했네.”멀리서 지켜보던 염구준이 혀를 찼다.은세가문에서 아무리 약해도 반보천인 가주가 있어야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다.가문이란 그랬다.일어서면 몰락하는 흥망성쇠를 반복해서 겪었다.천 년을 이어온 가문들은 대부분 기반이 든든하기 때문이다.싸움이 시작되자마자 벌써 한쪽 실력이 기울어졌다.진씨 가문은 개방의 상대가 아니었다.가장 실력이 있는 이면인이 같은 경지인 개방의 이방주에게 눌려서 얻어맞고 있었다.망기술은 독특한 술법이지만 싸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이렇게 내버려두다가 이면인이 곧 죽을 것 같았다.하지만 염구준은 아
“사람 찾는 건 일도 아닙니다. 용하 화폐로 200만 원입니다.”귀울진은 용하와 접해 있기에 용하 화폐를 사용했다.“용하에서 건너온 진씨 가문을 찾아주세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게요.”염구준이 통쾌하게 대답했다.지금은 사람을 찾는 것이 중요하니 돈은 얼마를 써도 상관없었다.“은세가문인가?”이면인의 안색이 굳어졌다.그 표정을 보니 진씨 가문의 소재를 아는 것 같았다.염구준이 그것을 눈치챘다.“알고 있으면 말씀하세요. 아니면 우려하는 거라도 있습니까?”“진씨 가문에서 돈을 주면서 그들의 정보를 말하지 말라고 했거든요.”이면인이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염구준의 눈치를 살폈다.“그럼 얼마나 원합니까?”염구준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았다.“1000만 원이요.”이면인은 열 손가락을 내밀며 말했다.“그렇게 많지 않아요. 갖고 온 돈은 전부 여기 있어요. 말하기 싫으면 그만두죠.”염구준은 가방을 앞으로 던져버렸다.그 말에 이면인은 가방을 들어 대충 훑어보았다.적어도 몇 백만 원은 들어 있는 것 같았다.“두 블록 가면 진씨네 국수집이 있는데 거기가 주둔지예요.”“거짓말은 아니겠죠?”염구준이 한마디 더 했다.“절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제가 이 바닥에서 신용을 잘 지킨다고 소문이 났어요.”이면인은 가방을 챙기고 싱글벙글 웃더니 엄숙하게 대답했다.이 돈이면 3년을 문을 닫아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다.“알았어요. 돈은 받으세요.”염구준은 돌아서 잡화점에서 나갔다.10분 뒤, 이면인은 도둑처럼 가방을 들고 잡화점을 나오더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빠르게 한 방향으로 달려갔다.이 사람 역시 문제가 있었다.염구준은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이렇게 쉽게 돈을 떼먹다니, 세상에 그렇게 좋은 일은 없다.옆에 진씨네 국수집은 이미 오기 전에 들러서 알고 있었다.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 진씨 가문이 누군지조차 몰랐다.“마을 호텔에서 기다리세요. 처리하고 찾으러 갈게요.”염구준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라 현지 정부에서 아예 관리하지 않아 자치 행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그래서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피난하기 좋았다.점점 많은 범죄자들이 몰려들어 귀울진을 발전시킨 덕분에 마을 규모는 중등 도시 못지 않았다.하지만 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안이 엉망이었다.“젊은이, 이곳에 별의별 놈들이 살아서 아주 위험한 곳이야. 백가, 개방, 목숨파를 조심해.”“네.”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일 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진씨 가문도 은세가문인데 어떻게 이곳으로 쫓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한 가지 가능성은 진씨 가문에서 몰래 잠복해 있다면 찾기가 더 어려워진다.그는 과일 가게를 지나갈 때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사장님, 여쭤볼 게 있는데요.”“과일을 안 사면 아무것도 묻지 마.”사장님은 염구준을 쳐다보지도 않고 시큰둥하게 말했다.어쩔 수 없이 돈을 써야 했다.지폐 한 장을 건넸더니 사장님은 금세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말했다.“손님, 저는 이 지역에서 유명한 소식통이에요.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보세요.”“진씨 가문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염구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몰라요. 하지만 저기 구두가게 사장이 진씨입니다.”과일 가게 사장은 솔직하게 말했지만 쓸모 있는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알겠습니다.”염구준은 머리가 아팠다.이곳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돈만 밝히고 허풍만 떨어서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전에도 몇몇 사람에게 물었지만 모두 돈만 받고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그에 비하면 안내자 노인은 성실한 편이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고대영이 조사한 정보가 이것밖에 안 되니까.진씨 가문이 귀울진에만 있다는 것만 알아내서 나머지는 염구준이 발품을 팔아야 했다.그때 노인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젊은이, 내가 귀울진의 정보왕을 알고 있는데 원하는 가격이 너무 사악하고 별로 좋은 사람은 아니야.”만약 염구준이 빨리 처리한다면 다른 일에 연루되지 않고 빨리 돌아갈 수 있다.귀울진
노인은 당황해하며 현금 몇 장을 더 놓았다.“전부 여기 두었어. 그러니까 보내줘.”오늘 변고가 생겨 톡톡히 손해를 보아 속으로 산적들에게 욕을 퍼부었다.하지만 산적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수레에 누운 염구준을 가리켰다.“저놈을 남기고 영감은 가면 돼. 소는 우리 형제들이 먹게 넘겨.”“안 돼. 우리도 소 덕에 먹고 사는데 넘기면 굶어 죽어.”노인은 애지중지하는 소를 끌고 되돌아가려고 했다.이 산적들은 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피 말려 죽이려는 셈이다.예전에 길을 막던 산적들은 이 정도로 선을 넘지 않았다.그냥 돈만 조금 주면 알아서들 떠났다.만약 안내자를 전부 소멸하면 누구도 이 길을 지날 수 없고 그들은 산에서 굶어 죽어야 했다.“거기서. 죽고 싶어?”그들은 무기를 쳐들고 노인에게 돌진했다.우두머리는 손에 총까지 들고 있었다.‘젠장.’노인은 걸음을 멈추고 의기소침한 얼굴로 뒤를 힐끔 돌아보았다.오늘 여기서 도망치지 못하고 죽게 생겼다.“여기 개판이네. 벌건 대낮에 길을 막고 강탈하냐?”그때 염구준이 수레에서 내리며 바닥에 있는 자갈들을 발로 차서 뿌렸다.파팟!자갈은 빠른 속도로 튕겨 달려오는 무리들에게 하나씩 명중했다.그리고 핏방울을 튕기며 전부 바닥에 쓰러트렸다.순식간에 발생하여 상대방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전멸한 것이다.그래도 산적들은 죽어 마땅했다.“어르신, 뭐 하세요? 갑시다.”염구준은 얼떨떨해 서 있는 노인을 향해 소리쳤다.가는 길에 도운 것뿐이니 별일도 아니었다.“어, 그래.”그제야 노인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방금 일어난 일은 정말로 충격적이었다.바로 그때 노인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조심해.”우두머리 산적이 죽지 않고 총을 들고 염구준을 향해 미친듯이 돌진하는 것이다.“개자식, 죽어라!”펑펑펑!산적은 방아쇠를 힘껏 당겨 총을 몇 발이나 쏘았다.노인은 너무 놀라 두 눈을 찔끔 감고 죽지 않기를 기도했다.그런데 모든 탄알을 사용했지만 염구준은 여전히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커스단 일 때문이야?”손가을이 눈살을 찌푸렸다.청해에서 최고 여성 사업가 신분으로 며칠 전에 있었던 서커스단의 사건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고 있었다.“맞아. 서커스단과 연관이 있어. 제때에 처리하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염구준이 인정했다.“그럼 빨리 다녀와. 난 희주를 지키면서 집에서 기다릴게.”손가을은 서운했지만 억지로 웃었다.남편이 하려는 일에 그만큼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아내로서 가정과 손씨 그룹을 지켜서 남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지지나 다름없었다.하지만 다른 방면으로 말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했다.“가을아, 넌 정말 최고야.”염구준은 다가가 아내를 와락 끌어안았다.손가을은 마음이 너그러워서 염구준은 항상 고마워하고 있었다.“다들 보고 있어. 집에 가서 안아줘.”손가을이 얼굴을 붉히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누가 보는데?”염구준이 뒤돌아보았더니 들어올 때 문을 닫지 않아서 직원들이 목을 길게 빼고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다들 깨알 쏟아지는 장면을 보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흠흠.”염구준이 헛기침을 하자 다들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눈길을 돌려버렸다.문을 닫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았다.염구준은 아내를 풀어주고 또 구경하러 몰려들까 봐 사무실 문을 닫으러 갔다.손가을은 이어서 업무를 보고 염구준은 옆에서 가끔 서류를 건네며 퇴근 시간까지 함께 있었다.부부는 학교에 들러 딸을 데리고 밖에서 저녁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이튿날 아침, 염구준은 미리 아침밥을 준비해 놓고 귀울진으로 향했다.빨리 처리하고 일찍 돌아올 생각이었다.용하와 접한 국경 도로에 소 수레 한 대가 여유 있게 가고 있다.수레에 앉은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귀울진은 외진 곳에 있어 도로는커녕 사람이 지날 수 있는 길조차 없었다.그는 안내원을 찾아 원시적인 교통 수단으로 이동하기로 했다.길에서 노인이 이곳의 풍습을 소개했다.하지만 진씨 가문을 들어본